진서라는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자책했다.만약 어제 밖에 나가지 않았더라면 어머니를 잃어버리지 않았을 것이다.“서라 씨 잘못이 아니에요. 서라 씨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꼭 이모를 찾을 거예요.” 한편, 허사연은 진서라를 위로하며 살이 파일 듯 주먹을 움켜쥐었다. 하얀 손바닥에는 이미 선명하게 핏줄이 튀어 올랐다.진서라 혼자 자책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허사연 역시 후회했다. 진서준은 그녀에게 진서라와 조회선을 부탁했는데 결국 조회선을 잃어버렸다.마치 전에 진서준이 보운산에 갔을 때와 똑같은 상황이었다. 다만 이번에는 진서라가 아닌 조회선을 잃어버렸다. 조회선은 진서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다. 왜냐하면 그의 어머니였기 때문이다.당시 진서라가 사라졌을 때도 진서준은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 이제 어머니를 잃어버렸으니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감히 상상하지 못했다. 허사연은 진서라와 통화를 마치고 즉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허성태는 사돈이 실종되었다는 소식에 즉시 허씨 가문의 모든 직원을 동원해 찾아 나섰다.완전히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그녀는 속이 타들어 가다 못해 재가 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소파에 누운 채 손가락으로 자신의 미간을 짚었다. “언니, 너무 걱정하지 마. 반드시 찾을 거야. 그리고 한보영도 구해낼 수 있을 거고.”허윤진은 곁에서 그녀의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 “그랬으면 좋겠어.”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마침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열게!” 허윤진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안녕, 아가씨.”서씨 가문의 서경재였다. 그는 전에 김연아의 생일 파티에서 진서준에게 심하게 얻어맞은 적이 있었다.그 일이 있은 후 김형섭이 이 사건을 덮는 바람에 서경재가 진서준에게 따로 복수하지 않았다. 다만 그 원한은 서경재의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었다.최근 그는 부하들로부터 별장에 젊은 자매 둘이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즉시 사람을 시켜 허윤진과 허사연
누렁이는 몸을 날려 가볍게 피하더니 곧바로 서경재의 종아리를 물어버렸다.삐꺽-서경재의 종아리뼈는 누렁이에 의해 그대로 뚫려버렸다.“아!”찢어질 듯한 비명소리가 서경재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피는 누렁이의 입을 따라 흘러내려 순식간에 서경재의 바지를 새빨갛게 물들였다.서경재의 처참한 모습에 허사연은 속이 다 시원했다. 하지만 누렁이가 서경재를 물어 죽이는 상황은 허사연도 물론 막아야 했다. 아무래도 서씨 가문의 사람이 이곳에서 죽게 되면 큰 문제가 생길 것이 분명했다. “누렁아, 그만해. 저런 쓰레기를 먹었다가 배탈 날 거야.” 누렁이는 그제야 입을 떼고는 역겨운 듯 피를 뱉어내자 서경재의 온몸에 튀었다.서경재는 바닥에 누운 채 뒹굴며 울부짖었다.“꺼져! 아니면 누렁이가 어디를 물게 될지 나도 장담 못 하니까.” 허사연은 사늘하게 한마디를 뱉었다. 서경재는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애써 고통을 억누르며 일어섰다. 그는 증오에 가득 찬 눈으로 그들을 노려보았다. “두고 봐.”서경재는 협박에 가까운 한마디를 남기고 절뚝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그가 떠난 후, 허윤진은 즉시 걸레를 가져와 바닥에 묻은 피를 닦았다. “언니, 아무래도 위험한 것 같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게 좋겠어.” 허윤진은 정리하고 나서 허사연에게 말했다. 누렁이가 서경재를 물어버렸고 게다가 여기는 서씨 가문의 영역이니 분명 위험해질지도 모른다.조회선과 한보영까지 이미 곤경에 빠졌는데 진서준에게 더 이상 문제를 일으켜선 안 되었다. “그래, 바로 떠나자.” 허사연과 허윤진은 간단하게 짐을 챙기고 떠나려 했다. 그러나 결국 한 발짝 느렸는지 서경재는 이미 서씨 가문의 대종사를 데리고 찾아왔다. 서씨 가문의 서광문은 자기 딸의 소식을 가장 먼저 듣기 위해 대종사 상림을 이곳에 배치했다.상림은 20년 전부터 이미 일급 대종사로, 강남에는 그의 상대가 없었다. 그 후 서씨 가문에서 상빈으로 모셔지며 서씨 가문의 안전을 책임졌다. 그
누렁이의 생사 확인이 불가했다.게다가 서씨 가문의 대종사가 옆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 두 자매는 거의 죽음의 상황에 처해있었다.“너 오지 마!”허사연은 마음을 굳게 먹은 채 바닥에 있던 유리를 깨뜨리더니 날카로운 유리 조각을 목에 갖다 댔다.그녀는 차라리 죽더라도 서경재한테 더럽혀질 수는 없었다.“뭐해? 자살이라도 하려고?”서경재는 비웃으며 말했다. “상 아저씨가 여기 있는 한 죽는 것도 네 맘대로 할 수 없어.”말이 끝나기 바쁘게 상림은 손가락을 튕겨 허사연의 손에 있던 유리 조각을 산산조각 냈다.서경재의 말 대로 허사연은 자신의 목숨마저 좌지우지할 수 없었다.“너… 우리 언니 건들지 마!”허윤진은 허사연의 앞을 막아서며 서경재에게 소리쳤다.“너흰 나랑 협상할 자격조차 없어. 당장 옷 벗고 날 모셔. 혹시 알아? 만족하면 진서준의 목숨쯤이야 살려줄 수도 있지.”서경재는 냉소하며 음흉한 눈빛으로 허사연 자매를 바라보았다.그녀 같은 타입은 서경재도 경험해 보지 못했다.“꿈 깨.” 허사연은 분노 가득 찬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꿈 깨? 확실해?” 서경재는 느긋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너희가 내 손에 있는 한 진서준 그 새끼도 분명히 올 거야. 그의 생사는 이젠 나한테 달린 거지.”“진서준이 죽지 않길 원한다면 당장 옷 벗고 날 모시는 게 좋을걸?”서경재가 말한 대로 진서준은 지금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다.서씨 가문이라는 거대한 세력 앞에서는 진서준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비열하고, 치사하고, 더러운 놈.”허사연은 화가 잔뜩 난 채 온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예전에 이렇게 역겨웠던 사람은 손승호뿐이었는데 그보다 더 한 놈이 있다니.“X발, 네까짓 게 나를 욕해?”서경재는 허사연의 얼굴을 향해 뺨을 내리쳤다.철썩-허사연의 새하얀 얼굴에 선명한 손자국이 남았다.이어 서경재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허윤진의 턱을 잡고 말했다.“당장 바지에 묻은 피를 깨끗이 핥아, 아니면 네 동생을 죽일 거야.”허사연
“비켜!”상림은 서경재를 향해 한마디 하며 몸을 날려 그를 구하려고 했다.하지만 한 줄기 무지개 같은 광채가 상림보다 더 빨랐다. 상림이 서경재를 구하기 전에 그 광채는 번쩍이며 지나갔다. 푸슥-서경재의 팔이 하늘로 솟아오르더니 피가 샘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아!”서경재는 고통에 거의 기절할 뻔했다. 얼굴은 새하얗게 질린 채 당장이라도 죽을 것만 같았다.그 광채는 산을 가르고 바위를 쪼갤 수 있는 날카로운 검이었다.검의가 뿜어져 나오며 그 기세에 상림은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검도 대종사?”상림은 한기를 뿜어내는 검을 바라보며 놀라움에 가득 찼다. 그는 지의방 76위의 사급 대종사로서 한 자루의 검때문에 물러서다니.상림은 분노에 가득 찬 채 선천의 힘을 모아 검을 향해 내리쳤다.펑-선천강기와 검신이 부딪치며 별장이 흔들릴 정도의 엄청난 소리가 났다.천문검의 검의는 사라지더니 곧바로 물러나며 누군가 별장으로 뛰어들어왔다.“감히 내 여자를 건드려? 죽고싶어 환장했네.”천문검은 다시 진서준의 손으로 돌아왔다. 진서준은 살기로 둘러싸인 채 서늘한 눈빛으로 서경재를 쳐다봤다. 그의 눈에 서경재는 이미 죽은 목숨과 마찬가지였다.“혼자 뿐인가?”상림은 자신을 물러서게 한 사람이 젊은이인 것을 보고 더욱 충격을 받았다. 그는 무도를 수련한 지 거의 70년이 되어 가는데 일생 동안 적수라고 없었다.그런데 지금 스무 살도 안 된 청년에게 밀리고 있다니 면목이 없었다.“상 아저씨, 쟤가 바로 진서준이에요! 당장 죽이세요.”서경재는 진서준을 보자마자 혼이 나갈 정도로 두려워하며 허둥지둥 외쳤다. 상림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네가 진서준이란 말인가?”푸슥- 진서준은 대답 대신 천문검을 휘둘러 서경재의 오른손 손가락 다섯개를 잘라버렸다.그 자리에서 기절한 서경재를 보고 허사연 자매는 아연실색했다. 이렇게 살기 어린 진서준을 본적은 그녀들도 처음이었다. 다만 그녀들은 서경재가 그녀들을 건드리는 바람에
상림은 살기로 둘러싸였다.그는 겨우 스무 살 남짓한 소년이 자기와 대등하게 싸우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만약 진서준이 앞으로 더 수련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때가 되면 그를 당해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지금이 바로 완전히 성장하기 전에 진서준의 싹을 잘라야 할 최적의 시기일지도 모른다.진서준이 검을 들고 있는 손은 약간 떨리고 있었다. 방금 그 한 방으로 몸 안의 모든 영기가 거의 소진되었다. 요 며칠 사이 진서준은 확실히 많이 성장했지만 지의방 76위인 괴물 상림을 상대하는 건 여전히 버거운 일이었다. 만약 계속 싸우게 된다면 진서준은 허사연 자매를 데리고 도망치는 것밖에 상책일지도 모른다.상림한테 둘러싸인 살기를 감지한 진서준은 마지막 남은 영기를 천문검에 모으는 동시에 몸 안의 혈기를 왼손에 집중시켰다.“상 아저씨, 그만 싸워요!”순간, 서지은이 달려와 크게 외쳤다. 서지은의 목소리에 상림은 즉시 살기를 감추고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상림은 원래 서광문의 명령을 받고 서지은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는 원래 서지은이 이미 죽은 줄 알았는데 지금 이렇게 살아 돌아왔을 뿐만 아니라 몸에는 상처 하나 없었다.“아가씨, 다치진 않으셨나요?” 상림은 다급히 물었다. “전 괜찮아요. 서준 씨 덕분이에요. 저를 봐서라도 서준 씨와 싸우지 말아 주세요.”서지은은 가냘픈 몸으로 진서준의 앞을 막아섰다. 그녀의 행동에 진서준은 크게 감동했다. 서씨 가문의 사람들과 달리 서지은은 괜찮은 사람이었다.상림은 미간을 찌푸리며 땅에 누워 있는 서경재를 가리켰다. “하지만 경재를 죽였잖아.”서지은 잠시 멈칫하더니 진서준을 한 번 보고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아버지께 부탁할 테니 경재의 시체를 갖고 가세요.”상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다만 아가씨도 저와 함께 가야 해요.” “네, 서준 씨에게 인사하고 갈게요.”상림은 진서준에게 경고의 눈빛을 던지고 나서 서경재의 시체를 어깨에 메고 별장을 떠났다. “내
권해철은 난처해하며 자리를 떠났다. 비록 권해철이 진서준을 두려워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둘 사이에는 정말로 아무 일도 없었다.“됐어요, 얼른 누렁이 상태를 살펴야 될 것 같아요. 아까 그 대종사에게 발로 차였단 말이에요.” 허사연이 급히 말했다. 진서준은 이내 돌무더기에 묻혀 있는 누렁이에게 달려갔다. 누렁이를 파내자 이미 숨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숨쉬기도 힘들어할 정도로 당장이라도 죽을 것만 같았다.“서준 씨, 누렁이를 살려줘요. 이대로 죽게 놔둘 수 없어요.”허윤진은 눈물을 흘렸다. “걱정 마세요, 제가 있는 한 누렁이는 괜찮을 거예요.”진서준은 손을 누렁이의 몸에 얹은 채 장청결로 누렁이의 상처를 치료했다. 누렁이는 이내 활기차게 뛰어다니며 진서준 주위를 맴돌면서 꼬리를 흔들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누렁이가 정말 개라고 생각할지도 모를 정도였다.진서준이 누렁이를 치료하고 나서 장동윤은 장씨 가문 사람들을 데리고 도착했다. 이미 엉망이 된 별장을 보며 장도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혹시 폭탄이라도 맞은 건가요?”정신을 차린 장도윤은 즉시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진 선생님, 산에서 내려오셨어요?” 진서준을 보자마자 장서윤은 단번에 상황을 파악했다. 그가 서경재와 서씨 가문의 대종사를 물리친 것이 확실했다. 장도윤으로 하여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서경재가 데려온 대종사는 사급 대종사로서 지의방 76위의 괴물인데 말이다.지의방 76위의 괴물을 물리쳤다니 진 선생님이야말로 진정한 괴물이 아닐까! “응.”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이 근처에 다른 별장 있어?”장도윤은 난처해하며 고개를 저었다. “없어요. 선생님이 산에 오르신 날, 운대산 근처의 모든 별장이 다 팔렸어요. 다행히 이 별장은 예전에 사둔 거라, 다만 지금은 다시 시공해야겠네요.”“알겠어. 그럼 일단 다른 거처를 마련해 줘.”지금 별장은 이미 엉망이 되어 사람이 살 수 없게 되었다. 진서준 일행은 다른 곳으로 옮길 수밖에
장도윤이 떠나자마자 허윤진은 진서준을 소파에 앉히고 마치 범죄자를 심문하듯이 진서준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자백하고 정상참작 받으시죠?”진서준은 허윤진의 장난에 웃음을 터뜨렸다.“아까 말했잖아요. 나랑 지은 씨는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우릴 눈먼 사람으로 보는 거에요? 그녀가… 그녀가 형부 볼에 입 맞췄잖아요. 그것도 우리 앞에서, 이건 우리에 대한 도발이에요.”허윤진은 화가 난 채 소파를 내리치며 말했다.진서준은 멈칫하며 무의식적으로 “너도 나한테 뽀뽀했잖아.”라고 말하려다 이내 삼켜버렸다.“내가 뽀뽀한 것도 아니고, 그녀가 나한테 한 거잖아요. 내가 그녀를 통제할 수도 없고.”진서준은 억울한 마음이 가득 차서 말했다.이건 마치 자신의 지갑이 도난당했는데 오히려 자신이 꾸중을 듣는 기분이었다.“형부가 꼬시지 않았다면 그녀가 키스했겠어요? 결국 형부 문제에요.”허윤진은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진서준은 답답함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꼬신 적 없어요. 오는 길에 지은 씨를 구해줬고 운대산에서도 그녀의 목숨을 구해줬을 뿐이에요.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 모른 척할 순 없잖아요.”허윤진은 그만 할 말을 잃고 진서준을 멍하니 쳐다봤다.그러나 허윤진은 이내 반박할 말을 찾아냈다.“그럼 산에서 형부랑 그녀가 단둘이서 십여 일 동안 있었는데,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요? 그렇게 예쁜 여자를 두고 나조차도 설렜겠어요.”“단둘이 있었던 게 아니에요. 권 마스터님도 같이 있었어요.”진서준은 눈을 굴리며 말했다. “그럼 맹세할게요. 만약 제가 사연 씨에게 부끄러운 일을 했다면...”말이 끝나기도 전에 허윤진은 그의 입을 손으로 막으며 말을 가로챘다.“맹세는 함부로 하는 게 아니에요!”허윤진은 화난 듯 말했다.비록 지금은 허사연에게 부끄러운 일을 한 적 없을지 몰라도 나중엔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었다.허윤진은 조금의 사심이 있었다.“사연 씨에 대한 충성을 표하는 거예요.”진서준은 한숨을 내쉬며 조금 지친다고 느꼈다.“됐어
진서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봤다.“또 무슨 일 있어요?”진서준이 물었다.허사연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더니 어렵게 입을 열었다.“이모님이... 실종됐어요.”쿵-진서준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세상이 빙빙 돌며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허사연은 진서준의 표정을 보더니 얼굴이 창백해졌다. “서준 씨, 괜찮아요?”허윤진도 급히 진서준의 반대편에 앉더니 그의 손을 꽉 잡았다.“형부, 진정해요. 아까 우리랑 약속했잖아요, 흥분하지 않겠다고.”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진서준은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어머니가 실종됐다고? 언제 일이야? 납치당한 거야, 아니면 어떻게 된 거야?”진서준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이제 겨우 몇 개월 함께했는데 어머니가 또다시 실종됐다니...출소했을 때를 떠올리면 쓰레기를 뒤지던 어머니의 비참한 모습에 진서준의 가슴은 마치 칼로 베이는 듯 아팠다.이번 생에서 가장 미안한 사람이 그의 어머니였다.“잘 모르겠어요. 서라가 전화 오더니 어제부터 이모님이 실종됐다고 했어요. 아빠한테 부탁해 사람을 보내 찾았지만 아직도 소식이 없어요.”허사연도 눈물을 흘리며 대답했다. “서준 씨, 미안해요. 저한테 이모님과 서라를 부탁했는데 그들을 잘 돌보지 못했어요.”진서준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감정을 조절했다.충동적으로 행동해 봤자 아무 소용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서라는 아무 일 없는 거죠?”“네. 아마도요.”진서준은 안심할 수 없어 곧바로 서라에게 전화를 걸었다.서라는 이내 전화를 받았다.“언니, 우리 엄마 찾았어요?”허사연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더니 서라는 허사연인 줄 알았다.“서라야, 나야. 넌 아무 일 없는 거지?”진서준은 급히 물었다.“오빠!”진서라는 진서준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눈물을 터뜨렸다.“미안해, 오빠. 내가 엄마를 잘 보살피지 못했어…”“서라야, 울지 마. 네 탓 아니야. 지금 바로 금운으로 와. 어머니에 이어 너마저 잃어버릴 수 없어.”진서준은 급히 말했다.“알겠어,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젊은 종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종사는 함부로 모욕할 수 없다는 건 알지만 이 여자는 내 여동생이고 우리는 장씨 가문 사람이야. 너희가 정말 이런 사소한 일로 우리 장씨 가문과 적대할 작정이야? 나중에 자존심 때문에 목숨을 잃지나 말라고!”장문주는 얼음처럼 차가운 얼굴로 냉정하게 말했다.종사는 모욕할 수 없다는 말을 장문주는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본인이 장씨 가문 사람인 이상, 종사라고 해서 그들을 쉽게 건드릴 수는 없었다.심지어 대종사라고 해도 장씨 가문과 정면으로 부딪치기를 꺼렸다.“그렇다면 네 여동생이 여기서 죽는 모습을 지켜보면 돼.”진서준은 눈을 살짝 감고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사과하지 않으면 죽는 길밖에 없었다.진서준의 말은 언제나 실행에 옮겨졌다.“오빠... 제발 날 살려줘...”장문주의 여동생은 말할 기력조차 거의 다해 두 눈이 금방이라도 감길 듯했다.“조금만 버텨, 주호가 곧 올 거야!”장문주는 이제 말로 여동생을 격려하며 억지로 버티게 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간호사의 통통했던 얼굴이 공기가 빠진 농구공처럼 말라버렸다.여동생이 무언가를 말하려다 갑자기 눈을 감았고 입을 살짝 벌렸으나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영자야! 눈 떠 봐!”그 모습을 본 장문주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급히 이름을 외쳤다.아무 반응도 없는 여동생을 보자 이미 숨을 거뒀음을 알 수 있었다.“이 망할 놈아! 감히 내 여동생을 죽여? 네 피로 이 빚을 갚아야 할 거야!”장문주는 머리를 들고 광기에 찬 맹견처럼 머리카락을 곤두세우고 진서준을 쏘아보며 울부짖었다.하지만 진서준은 눈조차 뜨지 않고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푹!순식간에 장문주도 여동생처럼 바닥에 쓰러졌고 그의 허벅지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구멍이 생겼다.“아까 분명 경고했지? 종사는 모욕할 수 없다고.”진서준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천천히 말했다.장문주는 온몸을 떨며 두려움과 분노가 뒤섞인 눈빛을 보였다.
진서준은 배신과 약속을 어긴 사람들을 누구보다도 증오했다.그동안 바빠서 장씨 가문에 대한 복수를 미뤘지만 공교롭게도 그들이 제 발로 진서준을 찾아왔다.이번 기회에 장씨 가문과 그때 일을 철저히 결산할 작정이었다.“네가 장씨 가문 사람이었어? 참 잘됐네. 너희 가주 장조인을 여기로 당장 불러.”진서준의 냉담한 목소리에 장문주는 순간 자기가 잘못 들었나 싶어 귀를 다시 문지르고 믿기 힘들다는 듯 진서준을 바라봤다.“뭐라고? 우리 가주를 여기로 부르라고?”장문주는 이 녀석이 무슨 웃기지도 않은 농담을 하는 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장씨 가문은 비록 강남에서 세 번째로 영향력 있는 가문이었지만 서씨 가문과 진씨 가문을 제외하고는 어느 세력도 감히 그들을 건드리지 못했다.그런데 이 애송이가 감히 그런 오만한 말을 내뱉다니, 장씨 가문을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것 같았다.“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진서준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장문주를 향한 눈빛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다.그 시선에 장문주는 소름이 끼쳐 심장이 멎을 뻔했다.이렇게 살기를 띤 눈빛은 태어나 처음으로 보는 것 같았다...“좋아! 네가 죽고 싶다면 내가 기꺼이 들어주지.”장문주는 즉시 휴대폰을 꺼내 장씨 가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장문주는 장씨 가문의 외척일 뿐, 직계가 아니었다.장문주의 신분과 지위로는 장조인에게 직접 연락할 수 없었지만 장씨 가문의 다른 사람에게 연락해 무인을 데려올 수는 있었다.곧이어 장문주는 휴대폰에 대고 병실 내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전화 너머의 목소리는 차갑게 세 글자를 던졌다.“기다려!”전화를 끊은 후, 장문주는 진서준을 향해 오만한 눈빛을 보냈다.“곧 우리 장씨 가문 사람들이 올 거야. 네 놈이 어떻게 비참하게 끝장날지 두고 보겠어.”장조인이 아닌 다른 장씨 가문 사람이라는 말에 진서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 자식이 멍청해서 자기 말을 못 알아듣는 건지 의심스러웠다.장씨 가문에서 진서준과 마주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오직
다음 순간, 진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차가운 눈빛으로 수간호사를 바라보았다.“1분 줄 테니 얼른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가족에게 네 장례 준비하라고 전화해야 할 거야.”장례 준비라니, 수간호사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단지 이 영감에게 몇 마디 욕설을 날렸을 뿐인데 장례 준비하라고 하다니, 이 남자는 너무 뻔뻔했다.수간호사 오빠를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렇게 대놓고 무시하는 건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과연 누가 장례 준비를 하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야. 우리 오빠가 곧 올 거야. 네가 끝장나는 건 시간문제야.”수간호사의 눈빛은 독기를 품고 있었고 그녀는 머릿속으로 이따가 진서준을 어떻게 괴롭힐지 생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수간호사가 자기 말을 믿지 않자 진서준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수간호사가 부른 사람을 기다렸다.약 30초 후, 병실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잠시 후, 수간호사와 살짝 닮은 중년 남자가 병실로 들어왔다.여동생의 참담한 모습을 본 남자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오빠, 드디어 왔어?”중년 남자를 본 수간호사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수간호사는 병원 교수인 오빠가 자기를 위해 복수해 줄 거라고 굳게 믿었다.장문주는 바닥에 흥건히 고인 피와 피가 멈추지 않는 여동생의 다리를 보다가 마침내 시선을 진서준에게 고정했다.병실 안에서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은 앉아 있는 이 청년뿐이었다.“이 사람이 병원 경호원을 때려 다치게 했고 그것도 모자라 무슨 수를 써서 내 다리를 이렇게 뚫었어. 오빠, 얼른 복수해 줘.”장문주가 침묵을 지키자 수간호사는 또 비명을 지르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다들 영자를 옆방으로 옮겨서 상처를 먼저 지혈해.”장문주는 뒤에 있는 경호원들에게 지시했다.경호원들이 수간호사를 들고 나갈 때, 그녀의 얼굴은 이미 창백해져 있었다.“아직 사과를 안 했어. 못 나가.”그때, 진서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고 그 평온한 목소
경호원 대장은 말하면서 고무 막대기로 진서준의 머리를 톡톡 치려고 했다.그러나 대장의 고무 막대기가 진서준의 머리에 닿기도 전에, 갑자기 대장의 배에서 엄청난 힘이 전해졌다.다음 순간, 경호원 대장은 고속으로 달리는 화물차에 부딪힌 것처럼 뒤로 날아갔다.쿵!둔탁한 소리와 함께 경호원 대장의 몸은 병실 벽에 박혀버렸다.대장은 이미 기절한 상태였고 온몸의 뼈 역시 모두 부러졌다.수간호사와 나머지 경호원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눈이 휘둥그레졌다.이 남자가 정말 사람이 맞은가?단 한 번의 발차기로 10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를 저렇게 쉽게 날려버리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진서준과 권해철은 이 상황에 익숙한 사람처럼 아무런 동요 없이 담담하게 치료를 계속했다.모두가 놀라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 방 안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10초 안에 내 눈앞에서 사라져.”진서준은 권해철에게 약을 바르면서 경호원들에게 경고했다.진서준의 말을 듣고서야 경호원들은 정신을 차렸다.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몇몇 경호원은 곧바로 대장을 들어 올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허겁지겁 병실을 나갔다.순식간에 병실에 남겨진 건 멍하니 서 있는 수간호사뿐이었다.수간호사는 오랫동안 멍해 있다가 겨우 공포를 이겨내고 이성을 되찾았다.“건방진 이유가 바로 이거였어? 무도 쪽 사람인가 보네?”수간호사는 이를 악물고 흉측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노려보았다.“이건 마지막 경고야, 얼른 사과해.”진서준은 수간호사를 바라보지도 않고 차갑게 말했다.“사과하라고? 꿈 깨. 이따가 너희 둘 다 무릎 꿇고 내게 사과해야 할 거야.”수간호사는 돌아서서 다시 사람을 부르려고 했다.하지만 이번엔 진서준이 기회를 주지 않았다.조금 전 진서준은 이미 수간호사에게 기회를 줬지만 수간호사는 그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진서준이 손가락을 튕기자 보이지 않는 기운이 수간호사의 허벅지에 닿았고 한순간에 수간호사의 허리보다 더 두툼한 허
철썩!중년 여자는 따귀를 맞고 제자리에서 거의 여덟 바퀴 돌았고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그리고 동시에 입안의 이가 시뻘건 피와 함께 입 밖으로 튕겨 나갔다.진서준의 이 귀싸대기는 중년 여자를 어안이 벙벙하게 했다.여자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한 눈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이 병원에서 여자에게 대들거나 소리친 사람은 한 번도 없었고 여자의 얼굴에 손을 대는 사람은 더욱 있을 수 없었다.“감히 날 때려? 오늘 넌 이 폐인이랑 함께 끝장날 거야!”중년 여자의 눈이 붉게 달아올랐고 미친 사자처럼 화를 버럭 내며 고함을 질렀다.하지만 진서준은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쌀쌀한 눈빛으로 여자를 쳐다보며 한 번 더 강조했다.“사과해.”“죽어도 안 할 거야. 여기서 꼼짝 말고 기다려. 지금 당장 사람을 부르러 갈 거니까.”중년 여자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 병실을 나갔다.진서준은 그 여자를 제지하지 않았다. 작은 수간호사가 과연 어떤 엄청난 배경이 있는지 지켜보려고 했다.“진 상경님,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사실 저 여자가 말한 것도 틀린 건 아니에요. 전 죽음을 앞둔 사람이에요...”눈에 서글픈 감정이 넘쳐나는 권해철은 자기 인생을 한탄하며 한숨을 내쉬웠다.여태껏 유명세를 누리며 살아온 자기 인생이 이렇게 비참하게 끝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런 우울한 말 하지 마세요. 오늘 점심 식사 전에 권 마스터님을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모습으로 치료해 드릴게요. 그리고 권 마스터님의 끊어진 경맥과 단전도 제가 해결해 드릴 방법을 찾아낼 거예요.”경맥과 단전은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진서준이 절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수간호사가 오지 않자 진서준은 간호사 스테이션에 가서 나이 많은 간호사 두 명에게 권해철의 옷을 벗기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권해철이 노인이란 사실을 알고 두 중년 간호사는 별다른 생각이 없이 권해철의 옷을 벗겨주었다.권해철의 옷이 벗겨진 후, 진서준은 어젯밤에 서씨 가문에서 준비한 고약을 꺼냈다.이 검은색 고약
진서준이 도착했을 때, 류재훈은 이미 강남을 떠나 동부 국경으로 향했다.하지만 류재훈이 떠나기 전, 간호사를 따로 배정해 권해철을 돌보게 했다.진서준이 들어오자 권해철은 몹시 흥분을 표정을 지으며 진서준을 반겼다.이전에 진서준이 이곳을 떠날 때, 권해철은 진서준이 가짜 천기각 각주의 손에 죽을까 봐 내심 걱정했었다.이제 진서준이 무사히 돌아온 모습을 보니 권해철은 가슴에 걸려있던 돌을 내리고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진 상경님...”권해철은 일어나고 싶었지만 몸의 뼈가 전부 부러져 힘을 쓸 수가 없었다.“편히 누워 계세요. 오늘 저는 권 마스터님 부러진 뼈를 맞춰주러 왔어요.”진서준이 침대 옆으로 가서 권해철에게 말했다.“정말 고마워요, 진 상경님...”권해철은 진서준의 말을 듣자 감격스러워 눈물이 고였다.“권 마스터님 상처는 저 때문에 입은 거잖아요. 제가 없었다면 권 마스터님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예요. 오히려 제가 권 마스터님에게 미안해요.”진서준의 눈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권해철이 진서준과 가까운 사이가 되지 않았다면 구지범도 굳이 권해철에게 손을 대지 않았을 것이다.“자, 시간이 촉박해요. 긴말은 필요 없고 이제 뼈를 맞춰줄게요.”말을 마친 후, 진서준은 침대 옆의 벨을 눌렀다.잠시 후, 몸매가 흐트러진 중년 여자 수간호사가 들어왔다.“뭐예요?”수간호사는 진서준을 보며 냉담하게 물었다.“이분 옷을 벗겨주세요.”진서준이 정중하게 말했다.“당신은 손이 없나요?”수간호사는 팔짱을 끼고 되물었다.수간호사가 이런 당당한 태도를 보이자 진서준은 순간 당황했다.환자를 돌보는 게 간호사의 의무 아닌가?그런데 그 의무를 우리가 너에게 빌며 부탁해야 하는 것처럼 건방지게 굴다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었다.진서준의 표정이 즉시 굳어졌다.“당신이 류재훈이 배정한 이분을 간호하는 간호사 맞죠?”“그게 당신하고 무슨 상관이에요? 당신이 돈을 준 것도 아닌데, 내가 어떻게 하든 내 마음이에요.”여자 간호사는 귀찮은 표정을 지
“원망하지 않아, 하지만 반드시 무사하게 전투에서 살아남겠다고 약속해.”서지은은 고개를 들고 맑은 눈동자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응.”진서준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준은 더 이상 혼자만을 위해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진서준의 아버지는 신농산의 금지구역에 갇혀 그의 구출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진서준의 여동생 진서라 몸속의 독소도 진서준이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임씨 가문과 서씨 가문에서 각각 약초 하나를 제공한 지금, 필요한 약초는 아직 일곱 가지가 남아 있었다.진서준은 이번 대한민국 무도 위기가 해소된 후, 서남쪽 성약당에 다시 방문하기로 결심했다.어쩌면 성약당에서 필요한 약초 일부분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서준아...”서지은은 고개를 젖히고 눈을 살짝 감으며 진서준의 이름을 부드럽게 중얼거렸다.달빛을 받으며 품에 안은 아름다운 여성을 바라보는 진서준의 숨결이 조금 가빠졌다.“응...”얼굴이 붉어지는 나지막한 목소리의 속삭임이 정자 안에 울려 퍼졌다.어둠 속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이미 서광문이 명령해 철수한 상태였다.이제 주위 백 미터에는 진서준과 서지은만 남았다.순간, 분위기는 매우 애틋해졌다....경성, 국안부.진서훈은 아직 경성을 떠나지 않았다.진서훈 외에도 천자진군 송경식이 경성에 있었다.두 사람은 해외의 악당들이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경성을 지키고 있었다.“진 장군님 집안 손자 성장 속도가 좀 놀랍더군요.”송경식이 진서훈을 바라보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아이는 요한의 자식이니까 재능이 뛰어난 건 당연한 겁니다. 게다가 창욱 어르신이 3년 동안 정성스레 교육했으니까 성장 속도가 빠른 거지요.”진서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이번 용멸 계획 중에 많은 해외 무인들이 호시탐탐 그 아이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는데 정말 변경에 보내 전투에 참여시키는 겁니까?”송경식이 탁자 위의 차가운 차를 집어 들자 2초도 안 돼서 차가 김을 내기 시작했다.그러나 그 맞은편에 앉아 있는 진서훈은 송
이번 해외 강자들이 대한민국을 포위해서 공격하는 건 절호의 기회였다.만약 진서준이 이번 용멸 계획에서 큰 공을 세운다면 서광문이 언급한 전용 권리를 얻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대한민국 무도계를 공격하는 해외 강자는 결코 실력이 형편없는 사람들이 아니었다.국안부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이번에 공격에 참여한 해외 강자들은 기본적으로 지의방과 인의방에 오른 강자였다.대한민국 국안부의 종사 수는 본래 많지 않은 데다 지의방과 인의방에 오른 사람은 더욱 적었다.이번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안부는 산이나 농촌에 은거하고 있는 구시대 종사를 여러 명 초청했다.하지만 서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 내의 종사들은 거의 출동하지 않았다.그 이유는 단순했다. 가문 내 종사가 출동한 틈을 타서 다른 세가에 습격당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이것이 왕안석과 이한석이 아직 서씨 가문에 남아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진씨 가문의 대종사도 물론 출동하지 않았다.나라가 없으면 가정이 없다고 했다.하지만 이런 이치를 아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은 드물었다.적어도 서광문은 그렇게 할 수 없다.서광문은 자기 가족과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게 최우선이었다.식사가 끝난 후, 서지은은 진서준을 데리고 자택의 정원을 한가롭게 거닐었다.잠시 후, 서지은과 진서준은 호수 가운데 있는 정자에 도착했다.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정자에 앉았다.“서준아, 넌 아빠가 방금 한 말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너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난 명분 따윈 없어도 괜찮아.”서지은이 고개를 돌려 진서준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대다수 여성은 감성이 뛰어난 동물이다.여자 서지은은 일반 여성보다 더더욱 감성적이었다.서지은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이 거지라고 해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권력이나 재물을 추구하는 다른 여성들과 비교하면 서지은이 원하는 건 단순하기 그지없었다.하지만 이 단순한 행복은 서지은이 태어난 순간부터 이미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일이
“좋아, 나도 더 이상 널 가르치려고 하지 않을게, 건가 잘 챙기고 이 전투에서 죽지 않도록 해.”전화를 끊고 난 후, 진서준은 다시 식탁으로 돌아갔다.“서준아, 얼른 밥 먹어.”서지은이 진서준에게 손짓했다.“알았어, 곧 갈게.”진서준이 미소를 지으며 서지은의 옆에 앉았다.진서준이 식탁에 앉자 서광문 가족이 드디어 젓가락을 들었다.이전에는 서광문이 서지은의 체면을 고려해 진서준에게 평온한 태도를 보였지만 이제는 진서준에게 약간의 경외심이 생겼다.만난 지 겨우 석 달 만에 단 일격으로 고성운과 육위준을 처치했으니 1년이 더 지나면 서씨 가문은 이 용존 앞에서 진짜 하찮은 가족에 불과할 것 같았다.“진서준, 다음 계획이 무엇인가?”서광문이 물었다.진서준은 서지은이 집어준 그릇 안의 고기를 먹은 후 담담하게 대답했다.“용멸 계획이 곧 시작될 예정이니, 국경으로 갈 생각입니다.”서광문은 그 대답에 한순간 눈살을 찌푸렸지만 금세 인상을 풀었다.진서준이 오늘 보여준 실력으로 보아 만약 해외 강자와 맞닥뜨려 아쉽게도 패배하게 되더라도 적어도 그 상황에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았다.그래서 서광문은 진서준을 굳이 설득하지 않았다.국가를 위해 목숨을 걸고 분투하는 건 모든 국민이 응당 해야 할 일이다.진서준이 그런 능력이 있으니 서광문은 자연스럽게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우리 서씨 가문에서 도와줄 건 없어?”서광문이 진서준를 바라보며 물었다.“혹시 이 약재들, 서씨 가문에서 구할 수 있을까요?”진서준은 진서라의 체내 독소 치료에 필요한 약재 리스트를 꺼냈다.그중 하나는 임씨 가문 가주가 진서준이 떠나기 전에 이미 준비한 것이었다.서광문이 대충 훑어보더니 마지막 약재를 보았을 때, 시선이 그 약재에 고정되었다.“그래, 이 약재는 네게 주지. 우리 서씨 가문에 두어도 큰 의미가 없으니까.”서광문이 집사에게 손짓했다.“가서 얼른 이 약재 가져와.”오하늘이 위에 적힌 약재를 보고 흠칫 놀라며 물었다.“저기... 가주님, 이 약재는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