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는 곧장 집으로 달려가 누렁이를 데리고 차를 몰아 금운으로 향했다.두 사람은 번갈아 운전해가며 거의 꼬박 하루를 달려 밤이 되어서야 금운에 도착했다.“일단 간단히 묵을 곳부터 찾자. 내일 장씨 가문 찾아가서 상황 물어보기로 하고!”밤이 깊어졌다.수련 중이던 진서준은 옆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그는 바로 눈을 뜨고는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서지은이 이를 딱딱 부딪치며 창백한 얼굴로 몸을 한껏 웅크리고 있었다.그 모습을 발견한 진서준이 곧장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지은아, 무슨 일이야?”“나... 서준아, 나 너무 추워...”서지은은 진서준이 다가온 것을 발견하자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오후부터 서지은은 자신의 체온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서지은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넘겼지만 밤이 깊어지자 서지은의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진서준이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서지은은 아마 아침에 얼어 죽은 시체로 발견되었을지도 모른다.진서준은 곧바로 서지은의 이마에 손을 올려보았다.얼음장처럼 차가웠다.만약 열이 나는 것이라면 이 정도로 차갑지 않았을 것이다.“너 점심에 목욕할 때, 혹시 무슨 벌레한테 물린 적 있어?”진서준이 다급하게 물었다.“아... 아니, 없... 없는 것 같은데.”서지은은 정신이 혼미해지더니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일단 잠깐만 참아봐, 내가 맥 짚어볼 테니까!”서지은의 맥을 짚어본 진서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너 중독 됐어. 독이 온몸에 퍼진 것 같아. 치료하려면 물론 곳을 찾아서 독을 빼내야 해.”서지은은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 진서준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모양이었다.“그냥... 그냥 네가 알아서 치료 해줘.”서지은이 대답했다.“그럼 실례할게.”진서준은 서지은을 끌어안고 점심에 둘이 함께 있었던 연못으로 갔다.연못가에 도착하니 서지은은 이미 잠에 빠져있었다.진서준은 그녀의 옷을 하나하나 벗겨 속옷만 남겨두었다.진서준이 속옷만 입은 서지은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서지은의 마음이 한순간에 복잡해졌다.그녀는 단 하루 만에 인생에서 엄청난 일이라고 여겨질 사건을 두 번씩이나 겪을 줄은 몰랐다.비록 이 두 사건 모두 진서준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어쩐지 계속해서 마음이 아파왔다.특히 진서준에게서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더욱 서글퍼졌다.“됐어, 다 내 잘못이야. 진서준이랑은 아무 상관 없는 일이야. 다 날 구하기 위해서 했던 일이니까.”서지은은 눈물을 닦고 마음을 가다듬은 후 다시 산골짜기로 돌아갔다.진서준이 만약 서지은이 어떤 오해를 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면 지금쯤 서지은보다 더 답답해 했을 것이다.그는 실수로 서지은의 맨몸을 봤을 뿐, 절대 그런 짓은 한 적이 없다.“진서준, 밥 먹자.”서지은의 목소리는 며칠 전보다 훨씬 부드러웠다.이제 진서준은 그녀에게 단순한 생명의 은인이 아니었다.그녀의 인생에 나타난 첫 남자였다.보수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던 서지은은 진서준과 이미 그런 일이 생겨버린 이상, 다른 남자에게는 시집 가지 않으리라 결심했다.진서준이 그녀를 받아주든 말든 딱히 상관없었다.“갈게.”진서준이 감았던 눈을 떠 서지은이 이미 구워놓은 열댓 개의 고기 꼬치를 발견했다.이건 뭐지? 설마 어젯밤에 내가 구해줬던 것 때문에 고마워서 이러는 걸까?진서준이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뜨거우니까 조심해, 내가 불어줄게.”서지은은 진서준에게 꼬치를 건네주기 전, 입김을 불어 고기를 식혀주었다.“맞다, 고기만 먹지 말고 가끔은 채소도 먹어야 해. 이건 내가 근처에서 따온 채소들이야.”서지은은 다른 한 손에 꼬치에 꿴 채 불에 구운 채소를 들고 있었다.곁에서 그 광경을 보고 있던 권해철은 몰래 진서준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역시 진 상경님인가, 여자 꼬시는 데는 도가 트셨어.고작 며칠 만에 서광문 딸을 홀려버리다니.진서준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너무 정성 들이지 않아도 돼, 어젯밤 너를 구했던 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으니까.”서지은이 손길을 멈추고 얼굴을 붉히며
장조인이 말했다.“네? 50톤이요? 서준 씨는 본인이 무슨 누렁이인 줄 안대요?”허윤진은 너무 놀란 나머지 눈을 크게 뜬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설마 그 산속에 누렁이 여러 마리 있는 건가?장조인은 허허 웃기만 할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아가씨께서 진 상경님이 그렇게 걱정되신다면 저희 아들놈과 함께 운대산 밑은 둘러보실 수 있습니다. 마침 운대산 별장 안에 있는 별채에 두 분이 머무실 만한 공간도 있으니까요.”“좋아요,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허사연은 조금의 주저도 없이 바로 제안을 수락했다.장도윤은 곧바로 허사연과 허윤진, 그리고 누렁이까지 데리고 운대산 별장 쪽으로 차를 몰았다.진서준이 귀군을 처리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별장 쪽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가득했다.게다가 적잖은 사람들이 운대산의 신선이 내려오길 학수고대하며 그의 모습을 보기 위해 모여있었다.“서준 씨가 정말 이 산 위에 있다는 말인가요?”허사연은 흰 구름에 둘러싸인 운대산을 가리키며 물었다.“네, 원래 운대산은 붉은 안개로만 뒤덮여 있었는데, 진 선생님께서 이 괴현상을 바로 없애주셨습니다.”장도윤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곧이어 장도윤이 계속해서 덧붙였다,“맞다, 진 선생님께서 산으로 올라가실 때 저흰 용의 울음소리도 들었어요...”허사연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진서준이 고양시에서 탁현수와 벌이던 정면 대결을 떠올렸다.그 싸움에서도 진서준은 용을 소환했었고 용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었다.그렇다면 진서준은 무사한 게 맞았다. 그리고 그는 실제로 용대산 위에서 수련 중이었다.별장에 도착하자 장도윤이 말했다.“두 분께서 필요한 게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말을 마친 장도윤이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장도윤이 자리를 뜨자 허사연이 주먹을 꽉 쥐고 말했다.“진서준한테 아무 일 없으면 된 거야. 하지만 김연아가 머지않아 곧 결혼할 거라는 게 지금으로서는 문제인데. 마지막 일주일밖에 안 남았어!”“진서준이 만
운대산 위.장씨 가문에서 보낸 50톤의 정육은 정말 진서준이 혼자 다 먹어버렸다.첫날, 진서준 혼자서 반 박스의 정육을 다 먹어버리는 광경을 본 권해철과 서지은은 진서준의 말이 허세만은 아니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정말 이 모든 고기를 다 먹어버리다니!이 순간, 진서준 체내의 영해는 한 길 높이로 상승했고 혈해 또한 훨씬 짙어졌다.진서준이 팔을 휘두르면 그의 팔에서는 뼈가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권 마스터님, 아직 시간이 얼마나 남았죠?”그동안 진서준은 밤낮없이 수련만 해왔다.휴대폰 배터리도 이미 다 소진되었다.김연아의 결혼식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진서준은 산에 오르기 전, 권해철에게 옛날 폰 하나를 갖고 올 것을 부탁했다.역시 옛날 폰이 내구성도 강하고 배터리 수명도 길었다.“아직 이틀 남았습니다.”권해철이 대답했다.“갑시다, 이제 하산할 시간이네요!”진서준의 눈에서 안광이 번뜩였다.진서준은 남은 이틀 동안 만반의 준비를 해야만 했다. 실패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권해철이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진 상경님, 지금 상경님 실력은 어느 정도이신가요?”진서준이 옅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저도 잘 모르겠지만 예전보다 적어도 두 배는 강해진 것 같네요.”권해철이 깊은 찬 숨을 들이켰다.적어도 두 배는 강해졌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진서준이 산에서 수련한 지는 고작 열흘 남짓이었다.열흘 만에 실력이 두 배나 상승해버리다니, 그의 수련 속도가 무서워질 지경이었다.서지은은 뭔가 하산하는 것이 내심 아쉬웠다. 그녀는 하산하고 나면 진서준과의 연락이 줄어들 것이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서지은의 아쉬운 표정을 보던 진서준은 단지 그녀가 이 세속에서 벗어난 환경을 떠나기 싫어한다고만 생각했다.“나중에 산에 오고 싶어지면 언제든 와도 돼.”진서준은 말을 마치고 서지은의 손을 잡더니 그녀의 손등에 부적 하나를 남겨주었다.“이 부적만 갖고 있으면 이 호산대진이 너에게만큼은 통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이건 너만 가
한서강이 슬픔에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뭐라고요? 한보영 씨가 누구한테 납치됐는데요?”허사연은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서둘러 질문했다.“정월문의 장문인, 김문호한테요!”전에 고양시 전투에서 진서준에게 패배했던 문희수와 경두진 모두 정월문 사람이었다.진서준이 정월문의 두 장로를 순식간에 폐위시켜 김문호의 체면을 제대로 구겼다. 그 날의 복수를 위해 김문호는 산에서 나오자마자 고양시로 온 것이다.하지만 진서준은 이미 금운의 운대산 위로 올라가 수련 중이었다.진서준을 나오게 하려면 김문호는 어쩔 수 없이 한보영을 납치해 진서준이 제 발로 본인을 직접 찾아오게 만들어야 했다.“하지만 저는 지금 진서준 씨랑 연락이 안 되는걸요!”허사연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진 상경님께선 대체 어디서 뭘 하고 계신 거죠?”한서강의 마음이 점점 초조해져만 갔다.“너무 조급해 하지는 마세요. 진서준 씨는 분명 이틀 내로 모습을 드러낼 테니까요. 돌아오면 바로 진서준 씨에게 이 소식을 알려서 하루빨리 아가씨부터 구할게요.”허사연이 한 마디 덧붙였다.“김문호에게 금운으로 오라고 전하세요. 진서준 씨가 지금 금운에 있거든요. 지금은 산에서 수련 중이지만요. 김문호가 정말 그렇게 자신만만하다면 진서준 씨가 만든 진법도 어디 한 번 뚫어보라고 하세요!”“네, 지금 당장 김문호에게 전화해서 전하죠.”전화 통화가 끊기자 허윤진이 서둘러 물었다.“언니, 무슨 일이야? 한보영 씨가 납치됐다니?”“응, 한씨 가문의 한보영 씨가 김문호한테 납치당했대. 김문호는 정월문의 장문인인데 전에 전서준이 폐위시켰던 정월문의 두 장로 중 한 명이야.”허사연이 설명해 주었다.허윤진은 언니의 말을 듣는 순간 새어 나오는 욕을 참을 수가 없었다.“김문호 그것참 나쁜 녀석이네. 감히 여자를 납치하다니, 그런 놈도 장로라는 게 부끄럽다!”“답답하네...”어이가 없긴 허사연도 마찬가지였다.지금으로서는 진서준이 하루빨리 하산하기만을 기도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한보영도 위험해질
진서라는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자책했다.만약 어제 밖에 나가지 않았더라면 어머니를 잃어버리지 않았을 것이다.“서라 씨 잘못이 아니에요. 서라 씨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꼭 이모를 찾을 거예요.” 한편, 허사연은 진서라를 위로하며 살이 파일 듯 주먹을 움켜쥐었다. 하얀 손바닥에는 이미 선명하게 핏줄이 튀어 올랐다.진서라 혼자 자책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허사연 역시 후회했다. 진서준은 그녀에게 진서라와 조회선을 부탁했는데 결국 조회선을 잃어버렸다.마치 전에 진서준이 보운산에 갔을 때와 똑같은 상황이었다. 다만 이번에는 진서라가 아닌 조회선을 잃어버렸다. 조회선은 진서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다. 왜냐하면 그의 어머니였기 때문이다.당시 진서라가 사라졌을 때도 진서준은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 이제 어머니를 잃어버렸으니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감히 상상하지 못했다. 허사연은 진서라와 통화를 마치고 즉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허성태는 사돈이 실종되었다는 소식에 즉시 허씨 가문의 모든 직원을 동원해 찾아 나섰다.완전히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그녀는 속이 타들어 가다 못해 재가 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소파에 누운 채 손가락으로 자신의 미간을 짚었다. “언니, 너무 걱정하지 마. 반드시 찾을 거야. 그리고 한보영도 구해낼 수 있을 거고.”허윤진은 곁에서 그녀의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 “그랬으면 좋겠어.”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마침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열게!” 허윤진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안녕, 아가씨.”서씨 가문의 서경재였다. 그는 전에 김연아의 생일 파티에서 진서준에게 심하게 얻어맞은 적이 있었다.그 일이 있은 후 김형섭이 이 사건을 덮는 바람에 서경재가 진서준에게 따로 복수하지 않았다. 다만 그 원한은 서경재의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었다.최근 그는 부하들로부터 별장에 젊은 자매 둘이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즉시 사람을 시켜 허윤진과 허사연
누렁이는 몸을 날려 가볍게 피하더니 곧바로 서경재의 종아리를 물어버렸다.삐꺽-서경재의 종아리뼈는 누렁이에 의해 그대로 뚫려버렸다.“아!”찢어질 듯한 비명소리가 서경재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피는 누렁이의 입을 따라 흘러내려 순식간에 서경재의 바지를 새빨갛게 물들였다.서경재의 처참한 모습에 허사연은 속이 다 시원했다. 하지만 누렁이가 서경재를 물어 죽이는 상황은 허사연도 물론 막아야 했다. 아무래도 서씨 가문의 사람이 이곳에서 죽게 되면 큰 문제가 생길 것이 분명했다. “누렁아, 그만해. 저런 쓰레기를 먹었다가 배탈 날 거야.” 누렁이는 그제야 입을 떼고는 역겨운 듯 피를 뱉어내자 서경재의 온몸에 튀었다.서경재는 바닥에 누운 채 뒹굴며 울부짖었다.“꺼져! 아니면 누렁이가 어디를 물게 될지 나도 장담 못 하니까.” 허사연은 사늘하게 한마디를 뱉었다. 서경재는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애써 고통을 억누르며 일어섰다. 그는 증오에 가득 찬 눈으로 그들을 노려보았다. “두고 봐.”서경재는 협박에 가까운 한마디를 남기고 절뚝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그가 떠난 후, 허윤진은 즉시 걸레를 가져와 바닥에 묻은 피를 닦았다. “언니, 아무래도 위험한 것 같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게 좋겠어.” 허윤진은 정리하고 나서 허사연에게 말했다. 누렁이가 서경재를 물어버렸고 게다가 여기는 서씨 가문의 영역이니 분명 위험해질지도 모른다.조회선과 한보영까지 이미 곤경에 빠졌는데 진서준에게 더 이상 문제를 일으켜선 안 되었다. “그래, 바로 떠나자.” 허사연과 허윤진은 간단하게 짐을 챙기고 떠나려 했다. 그러나 결국 한 발짝 느렸는지 서경재는 이미 서씨 가문의 대종사를 데리고 찾아왔다. 서씨 가문의 서광문은 자기 딸의 소식을 가장 먼저 듣기 위해 대종사 상림을 이곳에 배치했다.상림은 20년 전부터 이미 일급 대종사로, 강남에는 그의 상대가 없었다. 그 후 서씨 가문에서 상빈으로 모셔지며 서씨 가문의 안전을 책임졌다. 그
누렁이의 생사 확인이 불가했다.게다가 서씨 가문의 대종사가 옆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 두 자매는 거의 죽음의 상황에 처해있었다.“너 오지 마!”허사연은 마음을 굳게 먹은 채 바닥에 있던 유리를 깨뜨리더니 날카로운 유리 조각을 목에 갖다 댔다.그녀는 차라리 죽더라도 서경재한테 더럽혀질 수는 없었다.“뭐해? 자살이라도 하려고?”서경재는 비웃으며 말했다. “상 아저씨가 여기 있는 한 죽는 것도 네 맘대로 할 수 없어.”말이 끝나기 바쁘게 상림은 손가락을 튕겨 허사연의 손에 있던 유리 조각을 산산조각 냈다.서경재의 말 대로 허사연은 자신의 목숨마저 좌지우지할 수 없었다.“너… 우리 언니 건들지 마!”허윤진은 허사연의 앞을 막아서며 서경재에게 소리쳤다.“너흰 나랑 협상할 자격조차 없어. 당장 옷 벗고 날 모셔. 혹시 알아? 만족하면 진서준의 목숨쯤이야 살려줄 수도 있지.”서경재는 냉소하며 음흉한 눈빛으로 허사연 자매를 바라보았다.그녀 같은 타입은 서경재도 경험해 보지 못했다.“꿈 깨.” 허사연은 분노 가득 찬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꿈 깨? 확실해?” 서경재는 느긋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너희가 내 손에 있는 한 진서준 그 새끼도 분명히 올 거야. 그의 생사는 이젠 나한테 달린 거지.”“진서준이 죽지 않길 원한다면 당장 옷 벗고 날 모시는 게 좋을걸?”서경재가 말한 대로 진서준은 지금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다.서씨 가문이라는 거대한 세력 앞에서는 진서준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비열하고, 치사하고, 더러운 놈.”허사연은 화가 잔뜩 난 채 온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예전에 이렇게 역겨웠던 사람은 손승호뿐이었는데 그보다 더 한 놈이 있다니.“X발, 네까짓 게 나를 욕해?”서경재는 허사연의 얼굴을 향해 뺨을 내리쳤다.철썩-허사연의 새하얀 얼굴에 선명한 손자국이 남았다.이어 서경재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허윤진의 턱을 잡고 말했다.“당장 바지에 묻은 피를 깨끗이 핥아, 아니면 네 동생을 죽일 거야.”허사연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
“스위트룸은 따로 갈라져 있으니까 오해하지 마.”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도지아가 설명했다.“오해 안 해. 네가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거 알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답했다.사실 둘은 황예은의 소개로 알게 되었을 뿐, 알고 지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진서준은 본인이 그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스위트룸에 들어가자 도지아는 안쪽 방을 골랐다.“네 다리에 바른 연고에 아직 물 닿으면 안 돼. 되도록 샤워는 참아.”진서준이 슬쩍 주의를 줬다.“알았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을 적셔 상반신만 가볍게 닦았다.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기 몸매를 보자 진서준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내 몸매가 별론가? 아니면 내 얼굴이 부족한 건가? 예은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다고 할 순 없네.’솔직히 외모만 놓고 보면 황예은을 이길 여자는 없었고 심지어 허사연조차도 약간 밀릴 정도였다.10분 후, 도지아는 가운을 입고 방에서 나왔다.진서준도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아까 얘기했던 거 계속할게. 내공 수련을 하려면 타고난 재능이 엄청 중요해.”진서준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재능 앞에서는 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만약 네가 타고난 천재라면 빠르게 입문할 거고 아니라면 그냥 시간 낭비야.”감옥에 있을 때, 창욱 어르신이 진서준을 슬쩍 만져보더니 바로 천재라고 단언하며 무조건 제자로 삼겠다고 했었다.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이 맞긴 했다.진서준이 연마하는 선법을 다른 사람이 똑같이 배운다고 해도 그 사람이 이 속도로 성장하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알겠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 재능부터 한번 확인해 줘.”“손 내밀어.”도지아는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잠시 후, 내가 너한테 원기 조금 밀어 넣을 거야. 그걸 느낄 수 있다면 넌 무도계에 발을 들일 자격이 있는 거고 못 느끼면 그냥 포기하는 게 나아.”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도지아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경락을 따라 원기를
“이게 무슨 천벌 받을 일이야, 기가 막히는구나.”아버지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한탄했다.“그래도 그렇지. 마약에 손댔다고 해서 어떻게 너를 팔아넘길 생각을 해? 그게 사람이야? 넌 민수 친누나잖아.”이게 바로 도지아 아버지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었다.마약을 한 건 차라리 괜찮았다.그냥 도민수를 끌고 가서 반년 동안 재활센터에 처박아 두면 된다.하지만 도민수는 마약 때문에 도지아를 팔아넘겼다.이건 이미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 짐승만도 못한 놈이었다.“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도지아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물었다.“경찰에 신고해야지. 이 자식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해.”도지아 아버지는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졌다.“당신 미쳤어요? 쟤 우리 친아들이라고요. 아들 인생 망칠 일이 있어요?”도지아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황급히 휴대폰을 빼앗았다.“이놈은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야. 그냥 짐승이야.”도지아 아버지는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우리 딸이 이놈 때문에 잘못될 뻔했잖아.”“지아가 없었으면 우리가 납치당했겠어요? 우리가 납치 안 당했으면 민수가 강제로 마약을 했겠어요? 그럼 이후의 일들이 벌어졌겠냐고요?”도지아 어머니는 여전히 아들을 감싸며 말했다.“당신 진짜 노망났어? 그러니까 지아를 그 개자식한테 넘기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도지아 아버지는 아내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둘 다 제 자식이에요. 아무튼 경찰 신고는 절대 안 돼요.”도지아 어머니는 도지아에게 애원했다.“지아야, 엄마가 부탁할게. 제발 신고하지 마, 응? 엄마가 약속할게. 다시는 민수가 이런 짓 못 하게 말이야.”솔직히 도지아는 어머니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예상했기에 미리 결론을 내려두었다.“그럼 재활센터로 보내요. 난 집에서 나가서 살 거예요. 민수랑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거예요.”“안 돼, 지아야. 나가야 할 놈은 저 개자식이야. 넌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해.”도지아 아버지가 간절하게 설득했다.“아빠, 엄마, 지금까지 키
조호는 동부 구역 귀도파의 두목이었다.그 지위는 노랑머리 청년의 상급 보스와 맞먹었다.그런 조호가 지금 한 청년 앞에서 이렇게 공손하게 행동하고 있었다.이것만 봐도 상대의 정체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노랑머리 청년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진서준 씨, 이놈 어떻게 처리할까요?”조호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물었다.“그냥 죽여. 이런 쓰레기는 살아 있어 봤자 사람들에게 해만 끼쳐.”진서준이 무심하게 대답했다.“뭐라고요? 호랑이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분도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노랑머리 청년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기겁하며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하지만 진서준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도지아 쪽으로 걸어갔다.“호랑이님. 저 삼생파 소속입니다. 우리 두목의 체면 봐서라도 한 번만 살려주세요.”노랑머리 청년은 무릎으로 기어가 조호 앞에 매달렸다.“나도 널 살려주고 싶어. 하지만 이건 진서준 씨 명령이야. 따를 수밖에 없어.”조호가 부하들에게 손짓하자 부하 두 명이 즉시 다가왔다.한 명은 검은 두건을 꺼내 노랑머리 청년의 얼굴을 뒤집어씌웠고 다른 한 명은 단단히 밧줄을 감아 그의 목을 조였다.노랑머리 청년은 공중에서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30초 후 완전히 조용해졌다.“네 동생을 어떻게 할 생각이야?”진서준이 질문을 던졌다.“나도 몰라.”도지아는 초점 없는 눈으로 대답했다.친동생이 그깟 마약 한 봉지를 위해서 자기를 배신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도지아는 이제야 도민수의 눈에 자기가 마약 한 봉지보다도 가치 없는 존재였다는 걸 깨달았다.“이런 일이 없었던 걸로 하고 계속 모르는 척하는 것도 여러 방법의 하나야.”진서준이 제안했다.“하지만 한 번이 있으면 두 번도 있는 법이야.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길 때, 난 아마 이곳에 없을 거야. 그때는 네가 스스로 보호할 줄 알아야 해.”진서준이 솔직하게 말했다.어떤 일이든 한 번 일어나면 두 번도 일어나기 마련이다.도민수는
다음 순간, 도민수의 시선은 흐릿해지고 완전히 환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자, 그럼 내가 먼저 할게. 이따가 너희도 실컷 즐겨.”노랑머리 청년은 눈에 불을 켜고 도지아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별장 대문을 거칠게 걷어찼다.그와 동시에 천장의 전등이 박살 나며 순식간에 실내가 암흑으로 뒤덮였다.그리고 문 쪽에서 서늘한 한기가 흘러들어왔다.“누구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여길 쳐들어와? 죽고 싶어?”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딱 한 걸음만 더 가면 이 여자를 즐길 수 있었는데 누군가가 이 좋은 노릇을 방해한 것이다.그때, 별장 대문에서 어떤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아 노랑머리 청년 일행은 그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야, 너 뭐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당장 꺼져.”노랑머리 청년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하지만 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안으로 걸어왔다.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환상에 빠진 도민수를 내려다보며 씁쓸하고 실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박꾼, 술주정뱅이, 약쟁이... 이 세 부류의 말은 절대 믿어선 안 돼.”진서준이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다행히 진서준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도지아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두었다.“야, 내 말 들리지 않아? 뭘 멍때리고 있어?”노랑머리 청년은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진서준의 뺨을 갈기려 손을 치켜들었다.철썩!따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노랑머리 청년의 몸이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열 바퀴 가까이 빙글빙글 돌았고 진서준이 힘껏 걷어차자 새우처럼 접힌 채 바닥에 처박혔다.“웩!”노랑머리 청년은 쓰러진 채 입을 벌리더니 그 자리에서 어제 먹은 밥까지 모두 토해냈다.“형님, 괜찮으세요?”건달 하나가 달려와 노랑머리 청년을 부축했다.“저 개자식이... 다들 저놈 죽여버려!”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차 똘마니들에게 명령했다.삼생파 두목인 노랑머리 청년은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에
노랑머리 청년의 말에 도민수는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너 너무한 거 아니야?”도민수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무해? 그게 네가 할 소리야?”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를 비웃으며 코웃음을 쳤다.“고작 마약 좀 얻겠다고 친누나를 바친 건 누구야? 대체 누가 더 개같은 짓을 한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 같은 쓰레기 동생은 처음 봐.”주변에 있던 똘마니들도 박장대소했다.모두가 도민수를 한심한 광대 보듯이 쳐다봤다.“좋아. 영상 찍을게.”도민수는 이를 갈며 결국 받아들였다.“쯧쯧... 옛날에 많은 장군들이 여러 가지 수모를 견뎠다지만 넌 그 장군들보다 더 대단하네?”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가 이런 정도의 수모도 참을 수 있다고 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건 거의 전대미문의 인내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저 여자 데리고 들어가.”노랑머리 청년이 도지아를 가리키며 말했다.“내 누나 건들지 마. 내가 직접 업고 갈 거야.”도민수는 치근덕거리는 건달들을 밀쳐내고 직접 도지아를 업었다.그렇게 도지아를 별장으로 데려오자 노랑머리 청년은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잠깐, 너희 하 도련님은 안 오는 거야?”도민수가 서둘러 물었다.“그 녀석이 오면 우리가 이 짓을 할 수 있겠어?”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너 설마 아직도 우리가 하 도련님을 위해서 일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틀려도 한참 틀렸어. 우린 그냥 이 여자를 신나게 맛보고 싶을 뿐이야.”도민수는 순간 멍해졌다.“그럼 나한테 마약을 먹인 것도 너희 결정이었어?”“그래, 그게 아니면 뭐겠어?”노랑머리 청년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너희 같은 평범한 집안 놈들은 우리 하 도련님 기억 속에 남을 가치도 없어.”“이 벼락 맞아 뒈질 개자식들아!”도민수가 꽉 쥔 주먹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났다.“이 개자식이 누굴 욕하는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도민수를 바닥에 나뒹굴게
“단순히 하경범의 동선을 조사하라는 것뿐이야. 너더러 그놈이랑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게 아니야.”진서준이 조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사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야. 나 혼자 여러 일을 대응하기 어려워 그런 거야. 다른 일이 없으면 내가 직접 그놈을 찾아갔을 거야.”조상규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떠올리며 조호는 이를 악물고 임무를 받았다.“알겠습니다, 진서준 씨. 사흘 내로 하경범의 일정을 조사해 보고하겠습니다.”“좋아, 그럼 일단 밥부터 먹자.”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식사가 끝난 후, 조호 부자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들이 나간 후, 오영수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였다.“저 자식 믿을 수 있는 겁니까? 하경범에게 달려가 밀고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겁니까?”“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저 녀석 앞에서 조상규를 죽인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죽인다는 걸 알게 됐으니 감히 딴생각은 못 할 겁니다.”오영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오영수도 인간 심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왔기에 진서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세요.”오영수가 입을 열었다.“저는 단 하나만 궁금합니다. 대장님 삼촌은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 겁니까?”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궁금한 걸 말했다.진서준의 목표는 오영수의 삼촌에게서 자기 가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그것이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 단서가 될 수도 있었다.“늦어도 모레면 돌아올 겁니다.”오영수가 대답했다.“셋째 삼촌이 돌아오면 바로 연락할게요.”“부탁할게요.”진서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저녁 무렵.한 식당에서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민수야, 오늘은 웬일이야? 왜 갑자기 밥을 사주려는 거야?”도지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도민수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최근 도민수는 화약고처럼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기 일쑤였다.그런데 갑자기 자기를 불러 밥을 사준다고 하니 너무나도 이상했다.“
조호는 진서준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걸 보고 앞으로 감히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조상규 같은 대종사조차 가볍게 정리되었는데 하물며 조호 같은 평범한 인간은 말할 것도 없었다.일행은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진서준 씨... 잠시 후, 제가 모셔도 될까요?”치파오 여자는 일부러 허리를 숙이며 가슴골을 드러냈다.조상규가 죽으면서 여자는 기댈 곳을 잃었으니 이제는 새로운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했다.조호의 아들은 자기 밥만 쳐다보며 눈길을 감히 다른 데다 돌리지 못했다.괜히 이상한 시선을 줬다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조금 전엔 일부러 조상규를 자극하려고 연기한 거야. 넌 가봐도 좋아.”진서준이 손을 휘저었다.치파오 여자는 매력적이었지만 진서준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진서준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이 말을 듣자, 치파오 여자는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저는 문 앞에서 대기하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여자가 나간 후,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대장님, 하씨 가문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죠?”“하씨 가문이요?”오영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다지 잘 알진 못합니다. 저는 군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집에 잘 안 들릅니다.”“그럼 너는?”진서준은 조호를 바라봤다.조호는 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닦으며 대답했다.“저도 하씨 가문의 사업에 대해 조금 아는 정도입니다. 현재 르벨의 모든 카지노는 하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고 그 외의 누구도 끼어들 수 없습니다.”다른 지역에서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의식주가 가장 중요했지만 르벨에서는 도박이 가장 중요했다.80세 노인부터 3살짜리 아이까지 누구나 도박을 했다.르벨 경제의 중심은 도박이었다.덕분에 하씨 가문은 지역 내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도 하씨 가문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하경범이라는 인물을
“뭐가 무리야? 네 여자가 따라준 차를 마시면 앞으로 너희 둘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다는 뜻에서 절교차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 씨가 큰형님이잖아요. 첫 잔은 큰형님이 먼저 드셔야죠.”“얼른 마셔. 마시지 않으면 널 죽일 거야.”진서준의 얼굴이 순간 냉랭하게 변했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진서준 씨, 농담이 심하시네요. 설마 차 한 잔 때문에 절 죽이겠습니까?”조상규가 여전히 억지로 웃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조상규의 웃음은 영원히 얼굴에 굳어버렸다.진서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아무런 예고 없이 젓가락을 던졌다.그 젓가락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 조상규의 가슴을 관통했다.펑!심장이 터지는 끔찍한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조상규는 고개를 푹 떨구고 그대로 식탁 위에 쓰러졌다.조호 부자는 겁에 질려 다리가 풀렸고 슬금슬금 진서준과 거리를 벌렸다.‘이건 분명 미친놈이야. 자기 심기를 건드렸다고 사람을 마음대로 죽여?’처음부터 이런 놈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아까 목숨을 내걸고 싸웠을 것이다.치파오 여자는 더욱 기겁하며 벌벌 떨면서 진서준을 쳐다봤다.“아가씨, 이제 네 남편은 죽었어. 그러니 이 차는 네가 대신 마시도록 해.”진서준이 치파오 여자를 바라봤다.“저, 저요?”치파오 여자의 얼굴이 순간 얼어붙었다.조상규는 차 한 잔을 마시지 않으려다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그럼 자기도 거부하면 그대로 죽을 게 아닌가?“왜? 설마 차 한 잔도 못 마시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치파오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차에 독이 들어 있어요. 조상규가 저를 협박해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전 정말 아무 죄도 없어요.”“뭐? 차에 독이 있다고?”조호 부자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방 하나 더 잡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말했다.“네.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치파오 여자는 공포에 질린 채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치파오 여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