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끝나자, 귀왕은 손을 휘저으며 명령했다.“너희 아홉 명이 함께 저 애송이를 처리해 버려! 그리고 나와 함께 이 산을 다시 장악하자!”아홉 명의 귀장군이 일제히 진서준을 향해 달려들었다.순간 살기가 하늘을 뒤덮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30초도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아홉 귀장군의 공격에 맞서면서 진서준은 신중히 처리했다. 우선 천문검을 던져 검기가 날아가며 아홉 귀장군의 공격 속도를 늦추게 했다. 동시에 진서준의 영해는 마치 홍수처럼 그의 오른손으로 몰려들었고, 혈해는 그의 왼손으로 모여들었다.잠시 후, 청홍색의 거대한 용이 진서준 앞에 나타났다. 용의 울음소리가 운대산 전체에 울려 퍼졌다.아래에서 기다리던 방홍진 일행은 귀를 의심했다.“이게 무슨 소리죠? 운대산에 진짜 용이라도 있는 건가요?”용은 전설의 신수로, 아무도 본 적은 없지만 전설은 계속 이어져 내려왔다. 가까이서 지켜보던 귀왕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 녀석이 왕의 혈통이라는 건가?’귀장군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사이, 진서준 앞에 있던 용이 움직였다.번개처럼 빠르게 한 귀장군 앞에 도착한 용은 귀장군이 반응하기도 전에 한 발톱으로 머리를 쥐어 터뜨렸다. 순간 귀장군의 머리는 사라졌고, 또 한 명의 귀장군이 쓰러졌다.귀왕은 충격에 휩싸였다.‘불과 1초도 안 되어 내 부하가 죽다니?’“쿵쿵쿵...”단 몇 초 만에, 남아 있는 귀장군은 단 네 명뿐이었다. 그들은 두려움과 분노로 몸을 떨었다.“저자를 먼저 죽여라!”귀왕이 진서준을 가리키며 외쳤다.네 명의 귀장군은 전력을 다해 진서준에게 달려들었다. 진서준은 영기가 30%가량 회복된 상태라 그들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천문검을 손에 든 진서준은 미세하게 몸을 떨며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마치 공기 중에서 증발한 것처럼 보였다. 그가 다시 나타났을 때는 네 명의 귀장군 뒤에 있었다.천문검에서 이미 검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진서준이 검을 들고 서 있을 때, 네 명의 귀장군은 이미 산산이 부서져 사라졌다.“말도 안 돼
주변의 붉은 혈안이 점차 희미해지자, 권해철은 매우 흥분하며 외쳤다.“진 마스터님, 성공했어요! 정말로 이 산의 귀왕을 처리했어요!”애당초 운대산에는 20만 원혼이 있었다. 지난 800년 동안 20만 원혼은 서로 싸워 살아남은 원혼들은 모두 가장 강한 자들이었다. 귀왕의 실력은 그 몇 명의 귀장군들보다 훨씬 강했다.“두 분 성함은 뭐예요? 아직 통성명도 하지 않았네요?”서지은이 권해철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권해철은 깜짝 놀라며 웃었다.“우리 이름도 모르면서 따라온 거예요? 우리가 나쁜 사람이면 어쩌려고...”“저를 구해주셨으니, 나쁜 사람일 리는 없죠.”서지은은 단호하게 말했다.권해철은 웃으며 말했다.“만약 우리가 일부러 연극을 한 거라면서요?”서지은은 잠시 멍해졌다. 그런 쪽으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당신들이 연극을 했다면 이렇게 자상하게 걱정해 주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리고 그 사람도 나를 데리고 도망가라고 하지 않았을 거예요.”권해철이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제 이름은 권해철이고, 진 마스터님의 존함은 진서준입니다. 우리는 두 사람은 남주성 사람입니다.”“남주성 사람들이라고요? 금운에는 왜 온 거예요? 여행 온 것처럼 보이진 않는데...”서지은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권해철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진 마스터님과 제가 금운에 온 것은 서씨 가문과 큰 관련이 있어요.”만약 김형섭이 김연아를 서씨 가문의 바보에게 시집보내려고 하지 않았다면, 진서준은 이렇게 일찍 오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이렇게 큰 위험을 무릅쓰고 운대산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운대산에 영맥이 없었다면 진서준과 권해철은 아마도 오늘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뭐라고요? 우리 서씨 가문이 관련이 있다고요?”서지은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하지만 저는 두 분을 모르는데요?”“잘 모르는 게 당연할 거예요. 서씨 가문에 지적으로 문제가 있는 자제가 있지 않나요?”권해철이 서지은을 바라보며 물었다.“맞아요.
...운대산 아래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찼다. 서씨 가문뿐만 아니라 김씨 가문, 장씨 가문, 그리고 금운의 각 권력 가문의 수장들이 모두 모여들었다.운대산은 사람들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들이 여기에 모인 이유는 서지은 때문이 아니라, 운대산에서 발생한 이상 현상과 그곳에서 울린 용의 울음소리 때문이었다.금운은 여러 왕조에서 도읍지로 삼았던 곳이었다. 800년 전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운대산은 곤륜산처럼 신인 훈련 기지가 되었을 것이다.“서 가주님,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김형섭은 서광문을 보자마자 다가가 물었다.“방금 용의 울음소리가 들린 후에 모든 것이 평온해졌습니다.”서광문은 대충 대답했다. 지금 그의 마음엔 온통 서지은뿐이었다.방홍진과 서씨 가문의 세 명의 대종사가 아직 돌아오지 않아서 서광문은 더욱 불안해졌다.“정말 용의 울음소리였다고요? 그렇다면 운대산에 어떤 절세 보물이 나타난 건가요?”김형섭의 눈이 반짝였다.만약 정말로 그런 보물이 있다면 김씨 가문이 그것을 손에 넣어 강남의 제1 가문이 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되면 김연아가 서씨 가문에 시집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사실 김형섭도 김연아가 서씨 가문에 시집가는 것을 원치 않았지만, 서씨 가문의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동의했던 것이었다.“아버지, 진서준이 혹시 이미...”멀리서 장도윤이 불안한 얼굴로 운대산을 바라보며 말했다.장조인은 냉정한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모르겠다. 그가 죽었다면 우리 장씨 가문은 계속 3위에 머무를 것이고, 그가 살아남는다면 우리 장씨 가문은 그와 함께 도전할 수 있을 것이야...”말이 끝나자, 장도윤이 운대산을 가리키며 외쳤다.“아버지, 운대산을 보세요!”원래 피처럼 짙던 붉은 안개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마지막 한 점의 붉은 기운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장조인의 눈에 한 줄기 빛이 스쳤다.“이 남주성의 진 마스터님의 실력이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군!”아무도 다른 사람
귀왕과 열 명의 귀장군은 이미 소멸되었지만, 운대산에는 여전히 많은 작은 원혼들이 남아 있었다.서지은과 권해철이 진서준을 찾으러 가는 동안에도 여러 작은 원혼들을 만났고, 서지은은 그 경험으로 인해 심리적인 트라우마를 겪었다. 그녀는 지금 혼자서 산을 내려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게다가 그녀는 진서준에게 물어볼 질문들이 많았다.“좋아요. 함께 올라갑시다.”진서준은 바로 몸을 돌려 운대산 정상으로 향했다. 지금은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김연아는 열흘 후에 결혼할 예정이고, 진서준은 내년에는 신농산으로 가야 했다. 그 때문에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지금 최대한 빨리 수련해야 했다.“기다려줘요!”진서준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서지은은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갈 수 없었다. 서지은의 외침을 듣고 진서준은 눈썹을 살짝 올렸다.“이 속도로 산에 오르려면 해가 져야 정상에 도착할 거예요.”“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서지은은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천천히 혼자 걸어가든지, 아니면 제가 안고 올라가는 것을 선택하든지 선택해 주세요.”진서준은 두 가지 제안을 했다.첫 번째 제안은 서지은이 생각할 필요도 없이 바로 거절했다. 혼자 산을 오르다가는 주변 원혼들 때문에 겁에 질릴 것이 뻔했다. 잠시 망설이던 서지은은 얼굴이 붉어지며 말했다.“그래요. 안고 올라가 줘요. 하지만 마음대로 만지면 안 돼요!”진서준은 잠시 당황했다.“제가 언제 만졌다고 그래요?”“아까 제 엉덩이를 때렸잖아요!”서지은은 부끄럽고 화난 표정으로 반박했다.진서준은 약간 난처해하며 말했다.“그건 그쪽이 제게 매달려서 내려가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이 그런 거죠...”권해철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정상으로 향했다.진서준은 가볍게 기침하며 말했다.“올라타요. 안고 갈게요.”서지은은 진서준에게 다가가 두 팔로 그의 목을 감고, 반쯤 몸을 그의 가슴에 기대었다. 진서준은 두 팔을 살짝 힘주어 서지은을 안고 가벼운 걸음으로 정상을 향해 뛰어올랐다.진서준과 가까이서 접촉하게 되자
서지은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오해하지 마세요. 저는 그저 제 구세주가 우리 가족의 손에 죽는 걸 보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서지은은 어릴 때부터 이성과 제대로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좋아한다는 감정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러나 진서준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자, 그녀는 마음이 아프고 참을 수 없었다.진서준은 웃으며 말했다.“내가 그렇게 쉽게 죽을 것 같아요?”운대산의 영맥을 얻게 된 진서준은 김연아의 결혼식 전에 자신의 실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자신이 있었다.이후 진서준은 말을 멈추고 전력으로 산을 올랐다. 그는 권해철과 함께 약 30분 동안 달려 마침내 풀이 무성한 공터에 도착했다. 그곳의 진한 영기를 느낀 진서준은 온몸의 세포가 열리는 듯한 편안함을 느꼈다.“여기가 바로 수련을 진행할 곳이에요. 이제 내려와도 돼요.”진서준은 서지은을 내려놓았다. 따뜻한 가슴팍에서 떨어지자, 서지은은 마음이 허전해지고, 무언가가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자리 잘 잡아요. 이제 영맥을 조절할 거예요!”진서준은 말하고 나서 풀밭 한가운데로 걸어갔다. 곧이어 그의 체내 영기가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와 손으로 몰려들었다. 자세히 보면 진서준의 몸에서 은은한 청색 빛이 뿜어져 나왔다.단 몇 번의 호흡 사이에 주변의 영기가 더욱 농후해졌다.권해철은 이 장면을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 그는 자신의 스승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영맥을 장악한 자는 영맥 위의 모든 것을 조종할 수 있다고 하지...’다시 말해, 지금의 운대산은 이미 진서준의 통제하에 있다는 것이다.‘정말 대단하다. 이게 대체 얼마 만에 성공한 거지? 진 마스터님이 벌써 영맥을 장악했다니...’권해철은 자기도 모르게 속으로 외쳤다.“이게 정말 사람인가요?”진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운대산의 영맥이 정말 절정의 영맥이군. 만약 20만 원혼이 없었다면 이곳은 이미 신성한 산으로 소문났을 거야.”그 순간 진서준은 누군가 운대산에 들어왔다는 것
“운대산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정말로 신선이 있는 건가?”“빨리! 여기 있는 별장을 사들여야겠어. 24시간 이 신선의 산을 감시해야 해!”“용과 신선이 있다니, 금운이 정말 용의 도시인 게 틀림없어!”운대산 아래의 별장 구역에 있는 많은 권력자들은 분주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신선의 존재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별장을 사들이기 시작했다.“아버지, 이 모든 것이 진서준이 한 일일까요?”장도윤은 진서준과 권해철이 위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모르겠다. 그건 그들이 내려와야 알 수 있는 일이다. 너는 즉시 사람을 배치해 진서준이 나타나면 바로 나에게 알려라!”장조인의 목소리도 약간 흥분되었다.서광문은 지금 산속에 무엇이 있는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그저 딸의 안부가 궁금할 뿐이었다.서광문이 초조해하며 안절부절못할 때, 방홍진과 세 명의 종사가 돌아왔다.“내 딸은 어디에 있습니까?”서광문은 그들을 보자마자 다가가 다급하게 물었다.“가주님, 이 운대산에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가 들어간 후 계속 산을 오르다가 결국 내려왔습니다. 다시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결과는 같았습니다. 이 운대산에 신선이 진법을 설치한 것이 분명합니다!”방홍진의 눈에는 흥분이 가득했다. 신선이 아니고서야 이처럼 산 전체에 진법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서광문은 말문이 막혔다.“정말로 이 산에 신선이 있단 말입니까?”서씨 가문의 대종사가 말했다.“확실하진 않지만, 분명 범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서광문은 곧 냉정을 되찾았다.만약 산속에 정말로 신선이 있다면, 계속 사람을 보내는 것이 그 신선을 화나게 할 수도 있었다. 그럴 경우 큰 손해를 볼 수도 있었다.그래서 차라리 여기서 지켜보며 기다리기로 했다. 서지은이 살아 있다면 그녀가 스스로 내려올 것으로 생각했다.김형섭도 사람들을 별장 구역에 배치하여 운대산의 출입을 감시하게 했다.운대산 아래의 64채의 별장은 가격이 순식간에 열 배 이상으로 뛰었다.
진서준은 서지은을 한 번 쳐다보고 말했다.“여기는 영기가 충만해서 수련하기에 적합할 거예요.”서지은은 고개를 끄덕이고, 조용한 곳을 찾아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진서준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풀밭에 앉아 체내의 장철결을 운행했다.다음 순간, 진서준의 단전은 마치 블랙홀처럼 주변의 영기를 미친 듯이 빨아들였다. 영기는 한 줄기 줄기의 용으로 변해 진서준의 체내로 흘러 들어갔고, 장철결의 운행 궤적을 따라 경맥을 한 바퀴 돌고 마지막으로 단전에 모였다.밤이 되어 운대산 전체가 어둡고 고요해졌다. 오직 진서준이 있는 이곳만이 낮처럼 밝았고, 나비와 새들이 공중에서 노닐고 있었다.권해철은 이미 장씨 가문에 전화를 걸어 두었고, 밤중에 장씨 가문의 헬리콥터가 도착할 것으로 예상했다.50톤의 고기를 운반하려면 헬리콥터 다섯 대가 필요했다.운대산으로 운반하기는 쉽지만, 진서준과 그들이 있는 정확한 장소로 전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지금 운대산 전체가 신비로운 기운으로 가득 차 있어서 안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진서준은 장씨 가문이 운반만 하면 나머지 일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장씨 가문은 50톤의 고기를 모두 구매했다. 금운과 주변 몇 개 도시의 고기를 모두 사들인 셈이었다.“아버지, 진 마스터님은 왜 이렇게 많은 고기가 있어야 하는 걸까요?”장도윤은 이제 진서준을 진 마스터님이라고 부르고 있었다.어젯밤, 그는 아버지와 함께 권해철에게서 운대산의 변화에 대한 진실을 듣게 되었고, 그 후 진서준에게 완전히 감복했다.“쓸데없는 질문 하지 마. 너는 그저 사람들이 운반하도록 하게나 해. 헬리콥터는 준비됐어?”장조인은 굳은 얼굴로 물었다.“준비됐습니다!”“바로 운반하게 해. 진 마스터님을 오래 기다리게 해선 안 돼!”다섯 대의 헬리콥터가 일렬로 운대산을 향해 날아갔다. 그 시각 운대산 위에서 진서준은 밤새 수련하고 있었다.밤새 눈을 한 번도 뜨지 않았던 진서준은 조용히 눈을 떴다. 그는 천천
진서준은 냉동고를 열었다.차가운 공기가 쏟아져 나왔고, 그와 함께 신선한 고깃덩어리들이 진서준 앞에 나타났다.진서준은 이급 대종사 수준으로 단련하기 위해서는 체내의 혈기와 정력을 대량으로 소모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체내의 영기만으로는 이를 보충하기 어려웠다.하지만 이제 50톤의 고기가 생겼으니, 상황이 훨씬 나아졌다. 만약 이 고기를 누렁이 같은 요괴의 고기로 대체할 수 있었다면 진서준에게 더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처음 누렁이를 굴복시킬 때, 누렁이가 제때 굴복하지 않았다면 진서준은 그를 죽여서 먹으려고 했을 것이다.누렁이도 진서준의 생각을 알았다면 겁에 질려 떨었을 것이다. 누렁이는 요괴가 사람을 먹는 것은 익숙했지만, 사람이 요괴를 먹는 것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상상도 다.“진 마스터님, 이 고기를 혼자 다 먹을 수 있겠어요?”권해철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대식가 백 명이 와도 몇 달은 먹어야 할 양인데...’권해철은 전에 진서준과 함께 식사한 적이 있었기에 그의 평소 식사량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진서준이 열흘 만에 이 고기를 다 먹겠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이야기처럼 들렸다.“물론 먹을 수 있죠. 안 그랬으면 이렇게 많이 구해달라고 요청하지도 않았겠죠.”진서준은 말하고 나서 다시 보냉백 하나를 꺼냈다.“이건 장씨 가문에서 두 사람을 위해 준비한 음식입니다.”서지은과 권해철을 위한 음식은 고기와 채소가 잘 조합된 도시락들이었다.“이제부터 저는 수련을 시작할 거예요.”진서준은 나무 한 그루를 베어내어 수천 개의 나뭇가지를 깎아내어 고기를 꼬챙이에 꿰었다.서지은은 호기심에 고기를 한 조각 먹어보았는데 평소 먹던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눈 깜짝할 새에 진서준은 이미 20개의 꼬치구이를 먹어 치웠다.‘이게 가능한 일이야?’서지은은 입을 벌린 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진서준은 꼬치를 먹으면서 장철결을 운행했다.장철결이 운행되자 부풀었던 배는 금방 평평해졌다. 구운 고기에 포함된 정력은
“저년 운이 정말 좋네. 열 명이 넘는 총잡이가 덤벼도 못 죽이다니.”임동식의 눈에는 깊은 원한이 서려 있었다.“동식 형님, 이번에 저 여자를 못 처리했으니 다음엔 더 어려워질 겁니다...”“저 여자가 데려온 그 경호원은 보통 인물이 아니던데요. 박진강조차 그 경호원 상대가 되지 않았잖아요.”“그래서 이번엔 철저히 준비했어. 어제 이미 동남아 킬러 업계에서 유명한 킬러인 독룡에게 연락했어. 이틀 후면 명주에 도착할 거야.”임동식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독룡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자리에 있던 이들의 표정이 변했다.“혹시 그 국제적으로 돈 많은 부자 열댓 명을 죽인 적 있는 부자 킬러 말씀입니까?”“맞아.”임동식은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그 킬러를 고용하는 건 호랑이와 함께 음식을 나누는 꼴 아닙니까? 제가 듣기로는 과거 그 킬러가 단지 고용주가 심기를 건드린 말을 했다는 이유로 자기 고용주까지 죽인 적도 있다던데요?”자리에 있던 한 노인이 겁먹은 얼굴로 말했다.이런 살인마와 협력하는 건 사실 가장 두려운 일이었다.임동식도 그런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지만 이내 침착하게 말했다.“큰 파도를 헤쳐야 큰 물고기를 얻는 법이야. 위험이 없다면 내가 굳이 그 킬러를 부를 이유도 없었겠지.”임동식의 말에 사람들은 저마다 혀를 끌끌 찼지만 속으로는 두려움도 컸다.독룡이 폭주해 임동식까지 죽여버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다.물론, 임동식이 죽는다면 그들에겐 대표이사 자리를 노릴 기회가 생길 수도 있었다.그러나 다들 방금 나눈 대화가 이미 황예은의 사무실에서 황예은이 전부 듣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리 없었다.황예은은 회의실에 미리 설치해 둔 감시 장비 덕분에 대화를 전부 녹음하고 있었다.“젠장! 어젯밤 총잡이들이 이놈들 짓이었다니!”황현호는 분통을 터뜨리며 말했다.“누님, 지금 당장 가서 이놈들 전부 죽여버릴게요.”“앉아.”황예은이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다.지금 만약 임동식 일당을 죽이려 했다면 굳이 황현호가 나설 필요도 없이 황예은
진서준의 말에 박진강은 자기가 죽을 것이라고 오해했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날 죽이지 마. 죽이지 말라고! 우리 아버지는 박서명이란 말이야!”지금 막다른 골목에 들어선 박진강은 자기 아버지를 들먹이며 진서준을 겁주려 했다.진서준은 냉랭하게 박진강을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언제 널 죽인다고 했어?”“그럼 무슨 뜻이야?”박진강은 가슴을 쓸어내렸다.“그야 당연히 말 그대로 네가 다시는 말을 못 하게 하겠다는 뜻이지.”말이 끝나자마자 진서준은 손가락을 뻗어 박진강의 목을 가볍게 찔렀다.그 순간, 공포스러운 기운이 허공을 가르며 박진강의 목을 꿰뚫었다.진서준의 이 손짓은 어떤 실수도 없이 정확히 박진강의 성대를 끊어버렸다.피가 상처에서 조금씩 흘러나왔고 극심한 고통이 파도처럼 밀려들어 박진강의 뇌를 맹렬히 뒤흔들었다.박진강은 고통에 찬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졌고 입을 크게 벌렸지만 아무런 소리도 낼 수 없었으며 그 모습은 심각하게 다친 벙어리 같았다.이 광경에 임동식을 비롯한 이사회 구성원들의 동공이 심하게 떨렸다.이 남자는 아무래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박서명에게 아들이 많긴 하지만 박진강은 어쨌든 그의 아들 중 하나였다.그런데 진서준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박진강의 성대를 잘라버렸다.이런 치욕을 박씨 가문이 어떻게 그냥 참아 넘기겠는가?“꺼져.”황예은이 차갑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황예은의 칼날처럼 날카로운 눈빛에 박진강은 아픔을 참고 비틀거리며 회의실을 빠져나갔다.엘리베이터에 올라탄 박진강은 황급히 휴대폰을 꺼내 아버지 박서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연결되었지만 박진강은 한마디도 할 수 없었고 전화 너머에서는 박서명의 목소리만 들려왔다.“진강아, 이른 아침에 전화하다니, 좋은 소식이라도 전하려는 거야?”그러나 박진강은 아무리 입을 열어도 소리를 낼 수 없었다.박서명은 한참 동안 기다렸지만 여전히 아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의아해했다.“진강아, 말하지 않고 뭐 해? 지금 뭐 하는 거야? 너 이 녀석. 계속 장난치면
박진강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황예은이 갑자기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누님, 어젯밤 대체 어디에 있었던 거예요? 내가 명주시 전역을 샅샅이 뒤지게 했는데도 찾을 수 없었어요.”황현호의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황예은이 멍청한 남동생을 보는 시선은 어느 때보다 더 부드러웠다.“어젯밤 일은 더 이상 묻지 마. 넌 먼저 내 사무실로 가서 기다려. 할 말이 있어.”“알았어요.”황현호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발걸음을 옮겼고 진서준 옆을 지날 때 황예은에게 물었다.“누님, 이 사람은 누구예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요?”다른 사람들도 모두 시선을 돌려 진서준을 바라보며 호기심을 드러냈다.박진강 역시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청년의 정체를 탐색했다.“새로 고용한 경호원이야.”황예은이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이 사람이 경호원이라고요? 농담하지 마세요.”황현호는 충격을 받은 듯 멍해졌다.겉모습만 봐도 이 청년은 경호원으로 전혀 어울리지 않았고 바람만 불어도 쓰러질 것 같은 허약한 모습이었다.“누님, 이 녀석은 나보다도 더 약한 것 같은데요? 누님이 경호원을 원한다면 내가 직접 찾아줄게요.”황현호가 급히 말했다.“내 말을 못 알아듣겠어?”황예은이 얼굴을 굳히며 화내자 황현호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황급히 회의실에서 달아났다.박진강은 앞으로 다가와 황예은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예은 누님이 무사히 돌아오셨으니 저는 이제 돌아가겠습니다.”말을 마친 박진강은 발걸음을 옮겨 회의실에서 나가려고 했다.“내가 가도 된다고 했어?”황예은이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뜻이죠?”박진강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되물었다.“내 멍청한 남동생을 이용해 내게 독을 탄 짓, 내가 모를 줄 알았어?”그 말에 박진강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지만 금세 평정을 되찾았다.“예은 누님, 무슨 말씀인지 도무지 모르겠네요.”박진강은 시치미를 떼기로 했다.“저 녀석 잡아!”황예은도 더 이상 쓸데없는 한담을 하지 않고 간단하게 명령을 내렸다.
이사회 구성원은 많지 않았고 황씨 가문을 제외하면 총 여덟 명이었다.인원은 많지 않았지만 이 여덟 명은 모두 노련한 여우였다.황예은이 처음 자리에 올랐을 때도 이 여우들에게 꽤나 당했었지만 나중에 배로 되갚아주었다.다들 황예은이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더는 섣불리 황예은과 정면으로 충돌하려 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황예은이 사라지고 남은 건 황경영의 어리석고 멍청한 아들 황현호뿐이었다.그러니 이 노련한 여우들은 당연히 이런 멍청이가 자기 머리 위에 올라서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황현호는 한눈에 이사들의 얼굴이 굳어 있는 것을 보고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것을 직감했다.“동식 삼촌, 이렇게 급하게 부르신 이유가 무엇인가요?”황현호는 의장석으로 걸어가 왼쪽에 앉아 있는 중년 남성에게 공손하게 물었다.임동식은 황씨 그룹의 두 번째 주주이자 회사의 원로였다.“현호야, 너희 아버지는 아직도 행방이 묘연하고 너희 누나도 어젯밤 큰 일을 당해 생사가 불분명하구나.”임동식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말했다.“우리 그룹은 작은 회사가 아니야. 하루도 주인이 없을 수 없어.”이 말을 듣자 황현호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이건 아무래도 처음부터 자기를 몰아붙이려는 것 같았다.사실 임동식은 황현호 같은 멍청이와 쓸데없이 말싸움하고 싶지도 않았다.긴말은 필요 없고, 어차피 말해봐야 황현호가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그러니 차라리 명확하고 간결하게 하는 편이 나았다.“동식 삼촌, 제가 아직 여기 있잖아요?”황현호가 모르는 척하며 말하자 임동식은 미소를 지었다.“현호야, 네가 이렇게 어엿한 성인이 되는 걸 동식 삼촌은 다 지켜봤어. 네 사업 감각은 솔직히 평범하잖아.”“그럼 동식 삼촌의 의도는 무엇인가요?”“넌 우선 전력을 다해 너희 누나를 찾아. 회사는 일단 내가 관리하고 네 누나를 찾으면 다시 네 누나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내줄게.”황현호는 어리석긴 하지만 바보는 아니었다.만약 이 자리를 지금 넘겨주기만 하면 임동식은 즉시
이제 황씨 가문엔 황현호 같은 멍청이만 남았으니 황씨 가문을 손에 넣는 건 시간문제인 것 같았다.박씨 가문과 황씨 가문은 오래전부터 경쟁 관계였고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는 사이였다.그런데도 머리가 비어 있는 황현호는 자기가 박진강과 진정한 친구가 되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박진강은 황현호의 곁에 앉아 위로하기 시작했다.“너무 초조해하지 마. 너희 누나가 누군가에게 구조되었다고 했잖아? 그렇다면 그건 아직 살아 있다는 뜻이야.”“그런데 왜 전화를 받지 않지? 밤새도록 전화를 걸었는데도 말이야.”황현호는 초조하게 말을 이어갔다.“황씨 가문의 모든 직원이 우리 누나를 찾으러 나갔지만 밤새도록 아무런 소식도 없었어.”황현호가 아무리 생각해도 누나는 죽었거나 누군가에게 잡혀 감금당했을 가능성이 큰 것 같았다.어느 쪽이든 황현호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지금 황씨 가문의 회사는 뱃사공이 없어 산으로 가는 중이었다. 황예은이 빨리 나타나지 않는다면 회사는 큰 혼란에 빠질 것이 뻔했다.“너무 초조해하지 마. 산에 이르면 길이 있는 법이잖아.”박진강이 또 황현호를 달랬다.그때 황현호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황현호는 누나가 전화한 줄 알고 급히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하지만 발신자를 확인한 순간 황현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전화 건 사람은 회사 이사회 멤버 중 한 명인 동식 삼촌이었다.“동식 삼촌, 무슨 일이시죠?”“네 누나는 찾았어?”“아직 못 찾았습니다.”황현호가 무거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럼 일단 회사로 와.”전화 너머에서 동식 삼촌이 말했다.동식 삼촌은 황경영과 오랜 친구였고 회사 설립 초기부터 몸담아 온 원로급 인물이었다.일부 사람들은 황씨 가문에 유능한 사람이 없다면 황씨 가문의 회사는 동식 삼촌의 손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지금 황씨 가문의 유능한 사람인 황예은이 갑자기 생사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남은 건 황현호라는 무능한 인물뿐이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사회 사람들은 슬슬 견디기 힘들어지고 있었다.“누
“진서준을 경호원으로 쓰겠다고요?”서지은이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이번에 진서준이 명주시에 온 건 아주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이런 상황에서 진서준이 황예은의 경호원을 맡을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였다.“언니 곁에는 항상 죽청 어르신 두 분이 계셨잖아요. 근데 오늘 밤엔 그분들이 왜 따라오지 않았어요?”서지은이 문득 황예은 곁을 지키던 육급 정점 대종사 두 명을 떠올리며 물었다.“그 두 분은 요즘 칠급 대종사 경지에 오르려고 폐관 수련 중이야.”황예은이 답했다.신농산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죽청 어르신은 황예은을 찾아와 폐관 수련에 들어가겠다고 알렸다.이 두 사람이 동시에 칠급 대종사로 올라선다면 황예은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은 자기 실력을 몇 번이나 재고 또 재야 할 것이다.그러나 뜻밖에도 누군가가 이 두 사람의 폐관 시기를 노리고 황예은을 공격한 것이다.황씨 가문에는 죽청 어르신 외에도 팔급 대종사 한 마스터가 있었다.하지만 한 마스터는 황경영을 따라 해외에 나가 있어 지금 명주시에 없었다.그 외의 대종사들은 실력이 평범했고 진서준처럼 압도적인 실력을 갖춘 사람은 없었다.게다가 진서준은 의술까지 겸비하고 있어 설령 독에 걸린다 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내일 아침 일어나면 진서준한테 직접 물어봐요.”서지은은 진서준을 대신해 결정을 내릴 권리가 없었다.사실 서지은은 마음속으로 이 제안을 반대했다.겨우 진서준과 단둘이 있을 기회가 생겼는데 황예은 때문에 깨져버린 것도 모자라 이젠 경호원까지 맡으라고 한다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황예은은 명주시에서 외모와 몸매가 모두 최상급으로 평가받는 인물이었다.서지은은 언젠가 진서준이 황예은의 유혹에 넘어가 버릴까 봐 내심 걱정되었다.허사연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당장이라도 서울시에서 급히 달려올 게 뻔했다.“일단 오늘 밤은 여기서 묵고 가세요.”서지은이 대화를 마무리했다.그날 밤, 황예은은 아주 달콤하게 잠들었지만 그녀의 동생 황현호는 급한 마음에 미칠 뻔했다.시장은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누구나 범인일 수 있었다.박씨 가문과 마찬가지로 황씨 가문의 적도 수없이 많았다.“그럼 오늘 저녁은 누구랑 먹었어요?”서지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우리 동생이랑 먹었어.”서지은은 그 대답을 듣자마자 순식간에 동공이 흔들리며 무서운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명문대가에서는 혈육 사이에 관계가 틀어져서 원수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황씨 가문이 대한민국 최고 재벌 가문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황현호가 자기 누나를 질투해 이런 일을 벌일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황예은은 서지은의 생각을 꿰뚫어 본 듯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우리 동생은 권력이나 돈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야. 동생이 그런 것에 환장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황씨 가문을 이끌 기회는 없었을 거야. 다만 내가 가장 우려하는 건 우리 동생이 멍청하게 다른 사람에게 이용당할 수도 있다는 거야. 내 부하들이 말하길, 요즘 들어 황현호가 박서명 아들과 친하게 지낸다고 하더라.”황예은과 황현호 남매는 어릴 때 어머니를 여의었다.황현호에게 있어서 황예은은 누나인 동시에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다.황경영이 황현호가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이라면 황예은은 그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었다.황현호가 황예은을 해치려고 한다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단, 황현호가 누군가에게 이용당하지 않았다면 말이다.“현호 씨 바보 아니에요? 황씨 가문이랑 박씨 가문 사이가 어떤지 뻔히 알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죠?”서지은이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강남 서씨 가문 아가씨인 서지은조차도 황씨 가문과 박씨 가문 사이의 악연을 알고 있을 정도였으니 황씨 가문의 직계인 황현호는 더더욱 이를 모를 리 없었다.“지난번에 내가 현호를 신농산에서 데리고 온 후로 그 애는 무도에 심취해서 그 김평안이라는 남자를 직접 쓰러뜨리고 싶다고 했어. 그 뒤로 현호는 무도 수련에 미쳐버린 것처럼 보였어. 마치 무엇에 홀린 사람 같았지. 박서명 아들 중 한 명이 엄청난 수련법을 얻었다고 하더라고. 우리 그 멍청한 동생은 그
“황예은 씨가 몸에 흉터를 남기고 싶으면 다른 사람한테 맡기세요.”진서준이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말했다.황예은의 몸에는 몇 군데나 총상이 남아 있었고 그 흔적은 꽤나 눈에 띄었다.완벽주의자인 황예은에게 있어서 가장 참기 힘든 것은 몸에 흉터가 남는 것이었다.만약 흉터를 없애지 못한다면 황예은은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며 잠에서 깨어날 게 분명했다.잠시 고민하던 황예은은 이를 악물고 결정을 내렸다.“좋아요, 이번에도 진서준 씨가 마음대로 해보세요.”어차피 이 남자는 이미 볼 것도 다 봤고 만질 것도 다 만진 남자였다.이런 사소한 것에 연연해 몸에 흉터가 남는다면 평생 후회할 게 뻔했다.진서준은 황예은의 말을 듣고 살짝 눈썹을 치켜올리며 불만스럽게 말했다.“황예은 씨 몸에 있는 흉터를 없애주는 게 어떻게 내가 제멋대로 하는 겁니까? 제가 뭐 황예은 씨 몸을 좀 본다고 해서 황예은 씨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것도 아니잖아요.”“하지만 진서준 씨는 본 것만이 아니라 만지기까지 했잖아요.”황예은이 억울하다는 듯 반박했다.“그건 다 황예은 씨를 살리려고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진서준은 진심으로 화나기 시작했다.“황예은 씨가 이런 사람인 줄 알았다면 그때 구하지 말 걸 그랬네요.”지금까지 진서준이 구해준 사람들은 전부 감사의 인사를 연발했는데 황예은처럼 은혜를 원망으로 갚는 사람은 처음이었다.황예은도 사실 진서준이 자기에게 큰 은혜를 베풀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황예은은 자기가 지금까지 지켜온 순결이 훼손된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됐어, 서준아. 너 어젯밤 내내 고생했으니까 이제 가서 좀 쉬어.”서지은이 진서준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예은 언니, 잠시만 기다려요. 먼저 서준을 방으로 데려다줄게요.”진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지은을 따라 방으로 갔다.방으로 돌아오자 서지은이 조용히 말했다.“서준아, 예은 언니한테 조금만 양보해 줘. 언니는 성격이 워낙 강해서 그래. 그래도 내가 보기엔 네게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있어.”서지은
황예은이 옷을 다 갈아입자 서지은이 자리에서 일어나 진서준을 찾으러 갔다.“서준아, 예은 언니가 좀 화난 것 같으니까 이따가 해명할 때 되도록 조심해.”서지은이 걱정스럽게 당부했다.“알았어.”진서준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준은 조심하라는 말을 다시 되새겼다.만약 상대가 너무 무례하게 굴면 진서준도 결코 양보하며 자세를 낮추지 않을 예정이었다.문제는 자기가 일부러 실수한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진서준은 황예은이 안에서 옷을 갈아입는 걸 번연히 알면서도 들어간 게 아니었다.게다가 진서준은 황예은 생명의 은인이기도 했다.“진서준 씨, 아까 지은한테서 들었는데, 진서준 씨가 저를 구했다고 하던데요.”황예은은 소파에 앉아 고개를 들어 진서준을 바라보았다.그 눈빛과 태도는 마치 왕좌에 앉은 여왕처럼 고압적이었다.이는 오랫동안 높은 자리를 지키며 형성된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황경영이 대한민국을 떠나기 전에 이미 황예은은 회사 업무의 일부를 맡아 처리하고 있었다.회사의 지도자, 그것도 여성이 지도자가 되는 것은 쉽지 않았다.그러니 황예은의 성격도 강인하고 단호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 사람들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었다.황예은이 이사장으로 올라간 후, 회사 내에서 황예은의 이름만 들어도 직원들이 벌벌 떨곤 했다.“맞아요. 제가 구했습니다.”진서준은 담담한 표정으로 황예은 맞은편에 앉았다.그런데 앉고 나서야 진서준은 후회했다.황예은이 입은 옷은 목선이 매우 낮았다.비록 황예은이 자세를 바르게 고치고 앉아 있었지만 풍만한 가슴이 살짝 드러나 있었고 그 모습이 진서준의 시야에 그대로 들어왔다.당혹한 모습을 감추려고 진서준은 뒤로 기대어 눈을 감았다.하지만 이 자세는 상대방에게 매우 무례하다는 인상을 주었다.황예은은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녀와 대화할 때 이런 태도로 임하는 것은 큰 실례였다.진서준이 소파에 기대 누운 모습을 보자 황예은의 마음속에서 잠잠했던 분노가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진서준 씨는 다른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