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마스터님, 제가 앞장서서 길을 열겠습니다!”계속해서 작은 적들을 처치하던 권해철이 갑자기 말했다. 옆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서지은의 얼굴은 더욱 빨개졌다.‘세상에... 이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지...’서지은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좋아요. 앞장서시면 우리는 뒤따라가겠습니다.”진서준은 귀왕을 만나면 전력을 다해 소멸시켜야 해서 지금은 될 수 있는 한 힘을 아껴야 한다고 생각했다.세 사람은 위쪽으로 향해 나아갔다. 그렇게 몇 분을 걸은 후, 권해철과 진서준이 멈춰 섰다.“왜 멈췄어요?”계속 눈을 감고 있던 서지은은 앞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 그녀는 호기심에 눈을 떴고 그제야 그들 앞에 서 있는 거의 4미터에 달하는 원혼을 발견했다. 원혼은 금갑옷을 입은 장군이었고, 온몸에서 무시무시한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보통의 종사들은 이 원혼 장군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고, 일급 대종사라고 해도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팔백 년 동안의 진압으로 이 산의 원혼들은 원한을 극도로 응축시켰다. 원혼들끼리도 서로 죽이고 죽였다. 살아남은 원혼들은 모두 상당한 실력을 갖춘 자들이었다.눈앞의 이 원혼은 ‘귀장군’이라 불러야 할 것이며, 그 실력은 삼급 대종사에 해당했다. 게다가 운대산에 가득한 살기가 이 귀장군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서지은은 두 다리가 떨려와 진서준에게 기대어 있었다.“혼자 서 있으세요. 저는 이 귀장군을 처리하러 가야 해요.”진서준이 말했다.“싫어요...”서지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혼자서는 서 있을 수 없어요.”진서준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서지은에게 영기를 주입해 그녀의 몸에 힘을 불어넣었다.“이제 괜찮아졌으니, 어서 날 놓아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 여기서 죽을지도 몰라요!”진서준의 말을 듣고 서지은은 이를 악물고 진서준을 놓고, 두 손으로 자신의 옷자락을 꽉 잡았다. 그녀의 예쁜 눈은 한순간도 진서준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권 마스터님, 주변의 작은 원혼들을
붉은 준마를 타고 긴 칼을 든 귀장군이 붉은 안개를 가르며 천천히 나타났다. 한 명, 두 명, 세 명... 총 열 명의 귀장군이 나타났고, 모두 음산한 기운을 내뿜었다.권해철은 혼이 빠진 듯한 얼굴로 거의 주저앉을 뻔하며 중얼거렸다.“이제 끝장이야... 완전히 끝장났어! 한 명의 원혼만으로도 이급 대종사를 없앨 수 있는데, 하물며 열 명이라니...”진서준의 눈빛도 경계심으로 가득 찼다.“이분을 데리고 멀리 떨어져 있어요. 두 사람을 다치게 할까 봐 걱정돼서 그래요.”진서준이 말했다.권해철은 정신을 차리고 서지은을 데리고 멀리 도망갔다.서지은은 뒤돌아 진서준에게 소리쳤다.“꼭 살아남아야 해요!”권해철과 서지은이 사라지자, 귀장군이 진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하찮은 놈아, 네가 감히 우리 열 명의 귀장군과 싸우겠다고? 그야말로 어리석군!”진서준은 비웃으며 말했다.“너희가 살아있을 때도 죽임을 당했다면 죽어서도 역시 소멸될 수 있다는 것을 왜 모르는 거지?”운대산의 20만 원혼은 모두 전장에서 죽은 장수들이기에, 진서준의 말은 그들의 아픈 곳을 건드린 것이나 다름없었다.“죽고 싶은 게 확실한가 보구나!”귀장군이 분노의 외침을 내지르며 말을 타고 칼을 휘두르며 진서준에게 달려들었다.진서준은 한 손으로 검을 잡고 다른 손에는 번개를 응집시켰다. 그리고 빠르게 귀장군의 살기가 응집된 칼을 번개로 산산이 조각냈다.귀장군은 놀라며 눈에서 광기를 번쩍였다. 이어서 무기를 던져버리고 진서준과 가까이서 싸우려고 했다.하지만 말에서 내리자마자, 진서준의 천문검이 울리며 귀장군의 목을 쳐내었다.귀장군은 목이 떨어지는 순간 그 자리에서 소멸하였다.진서준은 발로 귀장군의 머리를 밟아 부수어 마지막 잔흔까지 사라지게 했다.이 광경을 본 다른 아홉 명의 귀장군은 충격을 받았다. 진서준이 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다.진서준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운대산에는 살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흡수할 수 있는 영기도 있다!”이제 진서준은 이
말이 끝나자, 귀왕은 손을 휘저으며 명령했다.“너희 아홉 명이 함께 저 애송이를 처리해 버려! 그리고 나와 함께 이 산을 다시 장악하자!”아홉 명의 귀장군이 일제히 진서준을 향해 달려들었다.순간 살기가 하늘을 뒤덮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30초도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아홉 귀장군의 공격에 맞서면서 진서준은 신중히 처리했다. 우선 천문검을 던져 검기가 날아가며 아홉 귀장군의 공격 속도를 늦추게 했다. 동시에 진서준의 영해는 마치 홍수처럼 그의 오른손으로 몰려들었고, 혈해는 그의 왼손으로 모여들었다.잠시 후, 청홍색의 거대한 용이 진서준 앞에 나타났다. 용의 울음소리가 운대산 전체에 울려 퍼졌다.아래에서 기다리던 방홍진 일행은 귀를 의심했다.“이게 무슨 소리죠? 운대산에 진짜 용이라도 있는 건가요?”용은 전설의 신수로, 아무도 본 적은 없지만 전설은 계속 이어져 내려왔다. 가까이서 지켜보던 귀왕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 녀석이 왕의 혈통이라는 건가?’귀장군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사이, 진서준 앞에 있던 용이 움직였다.번개처럼 빠르게 한 귀장군 앞에 도착한 용은 귀장군이 반응하기도 전에 한 발톱으로 머리를 쥐어 터뜨렸다. 순간 귀장군의 머리는 사라졌고, 또 한 명의 귀장군이 쓰러졌다.귀왕은 충격에 휩싸였다.‘불과 1초도 안 되어 내 부하가 죽다니?’“쿵쿵쿵...”단 몇 초 만에, 남아 있는 귀장군은 단 네 명뿐이었다. 그들은 두려움과 분노로 몸을 떨었다.“저자를 먼저 죽여라!”귀왕이 진서준을 가리키며 외쳤다.네 명의 귀장군은 전력을 다해 진서준에게 달려들었다. 진서준은 영기가 30%가량 회복된 상태라 그들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천문검을 손에 든 진서준은 미세하게 몸을 떨며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마치 공기 중에서 증발한 것처럼 보였다. 그가 다시 나타났을 때는 네 명의 귀장군 뒤에 있었다.천문검에서 이미 검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진서준이 검을 들고 서 있을 때, 네 명의 귀장군은 이미 산산이 부서져 사라졌다.“말도 안 돼
주변의 붉은 혈안이 점차 희미해지자, 권해철은 매우 흥분하며 외쳤다.“진 마스터님, 성공했어요! 정말로 이 산의 귀왕을 처리했어요!”애당초 운대산에는 20만 원혼이 있었다. 지난 800년 동안 20만 원혼은 서로 싸워 살아남은 원혼들은 모두 가장 강한 자들이었다. 귀왕의 실력은 그 몇 명의 귀장군들보다 훨씬 강했다.“두 분 성함은 뭐예요? 아직 통성명도 하지 않았네요?”서지은이 권해철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권해철은 깜짝 놀라며 웃었다.“우리 이름도 모르면서 따라온 거예요? 우리가 나쁜 사람이면 어쩌려고...”“저를 구해주셨으니, 나쁜 사람일 리는 없죠.”서지은은 단호하게 말했다.권해철은 웃으며 말했다.“만약 우리가 일부러 연극을 한 거라면서요?”서지은은 잠시 멍해졌다. 그런 쪽으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당신들이 연극을 했다면 이렇게 자상하게 걱정해 주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리고 그 사람도 나를 데리고 도망가라고 하지 않았을 거예요.”권해철이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제 이름은 권해철이고, 진 마스터님의 존함은 진서준입니다. 우리는 두 사람은 남주성 사람입니다.”“남주성 사람들이라고요? 금운에는 왜 온 거예요? 여행 온 것처럼 보이진 않는데...”서지은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권해철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진 마스터님과 제가 금운에 온 것은 서씨 가문과 큰 관련이 있어요.”만약 김형섭이 김연아를 서씨 가문의 바보에게 시집보내려고 하지 않았다면, 진서준은 이렇게 일찍 오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이렇게 큰 위험을 무릅쓰고 운대산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운대산에 영맥이 없었다면 진서준과 권해철은 아마도 오늘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뭐라고요? 우리 서씨 가문이 관련이 있다고요?”서지은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하지만 저는 두 분을 모르는데요?”“잘 모르는 게 당연할 거예요. 서씨 가문에 지적으로 문제가 있는 자제가 있지 않나요?”권해철이 서지은을 바라보며 물었다.“맞아요.
...운대산 아래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찼다. 서씨 가문뿐만 아니라 김씨 가문, 장씨 가문, 그리고 금운의 각 권력 가문의 수장들이 모두 모여들었다.운대산은 사람들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들이 여기에 모인 이유는 서지은 때문이 아니라, 운대산에서 발생한 이상 현상과 그곳에서 울린 용의 울음소리 때문이었다.금운은 여러 왕조에서 도읍지로 삼았던 곳이었다. 800년 전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운대산은 곤륜산처럼 신인 훈련 기지가 되었을 것이다.“서 가주님,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김형섭은 서광문을 보자마자 다가가 물었다.“방금 용의 울음소리가 들린 후에 모든 것이 평온해졌습니다.”서광문은 대충 대답했다. 지금 그의 마음엔 온통 서지은뿐이었다.방홍진과 서씨 가문의 세 명의 대종사가 아직 돌아오지 않아서 서광문은 더욱 불안해졌다.“정말 용의 울음소리였다고요? 그렇다면 운대산에 어떤 절세 보물이 나타난 건가요?”김형섭의 눈이 반짝였다.만약 정말로 그런 보물이 있다면 김씨 가문이 그것을 손에 넣어 강남의 제1 가문이 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되면 김연아가 서씨 가문에 시집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사실 김형섭도 김연아가 서씨 가문에 시집가는 것을 원치 않았지만, 서씨 가문의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동의했던 것이었다.“아버지, 진서준이 혹시 이미...”멀리서 장도윤이 불안한 얼굴로 운대산을 바라보며 말했다.장조인은 냉정한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모르겠다. 그가 죽었다면 우리 장씨 가문은 계속 3위에 머무를 것이고, 그가 살아남는다면 우리 장씨 가문은 그와 함께 도전할 수 있을 것이야...”말이 끝나자, 장도윤이 운대산을 가리키며 외쳤다.“아버지, 운대산을 보세요!”원래 피처럼 짙던 붉은 안개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마지막 한 점의 붉은 기운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장조인의 눈에 한 줄기 빛이 스쳤다.“이 남주성의 진 마스터님의 실력이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군!”아무도 다른 사람
귀왕과 열 명의 귀장군은 이미 소멸되었지만, 운대산에는 여전히 많은 작은 원혼들이 남아 있었다.서지은과 권해철이 진서준을 찾으러 가는 동안에도 여러 작은 원혼들을 만났고, 서지은은 그 경험으로 인해 심리적인 트라우마를 겪었다. 그녀는 지금 혼자서 산을 내려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게다가 그녀는 진서준에게 물어볼 질문들이 많았다.“좋아요. 함께 올라갑시다.”진서준은 바로 몸을 돌려 운대산 정상으로 향했다. 지금은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김연아는 열흘 후에 결혼할 예정이고, 진서준은 내년에는 신농산으로 가야 했다. 그 때문에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지금 최대한 빨리 수련해야 했다.“기다려줘요!”진서준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서지은은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갈 수 없었다. 서지은의 외침을 듣고 진서준은 눈썹을 살짝 올렸다.“이 속도로 산에 오르려면 해가 져야 정상에 도착할 거예요.”“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서지은은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천천히 혼자 걸어가든지, 아니면 제가 안고 올라가는 것을 선택하든지 선택해 주세요.”진서준은 두 가지 제안을 했다.첫 번째 제안은 서지은이 생각할 필요도 없이 바로 거절했다. 혼자 산을 오르다가는 주변 원혼들 때문에 겁에 질릴 것이 뻔했다. 잠시 망설이던 서지은은 얼굴이 붉어지며 말했다.“그래요. 안고 올라가 줘요. 하지만 마음대로 만지면 안 돼요!”진서준은 잠시 당황했다.“제가 언제 만졌다고 그래요?”“아까 제 엉덩이를 때렸잖아요!”서지은은 부끄럽고 화난 표정으로 반박했다.진서준은 약간 난처해하며 말했다.“그건 그쪽이 제게 매달려서 내려가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이 그런 거죠...”권해철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정상으로 향했다.진서준은 가볍게 기침하며 말했다.“올라타요. 안고 갈게요.”서지은은 진서준에게 다가가 두 팔로 그의 목을 감고, 반쯤 몸을 그의 가슴에 기대었다. 진서준은 두 팔을 살짝 힘주어 서지은을 안고 가벼운 걸음으로 정상을 향해 뛰어올랐다.진서준과 가까이서 접촉하게 되자
서지은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오해하지 마세요. 저는 그저 제 구세주가 우리 가족의 손에 죽는 걸 보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서지은은 어릴 때부터 이성과 제대로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좋아한다는 감정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러나 진서준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자, 그녀는 마음이 아프고 참을 수 없었다.진서준은 웃으며 말했다.“내가 그렇게 쉽게 죽을 것 같아요?”운대산의 영맥을 얻게 된 진서준은 김연아의 결혼식 전에 자신의 실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자신이 있었다.이후 진서준은 말을 멈추고 전력으로 산을 올랐다. 그는 권해철과 함께 약 30분 동안 달려 마침내 풀이 무성한 공터에 도착했다. 그곳의 진한 영기를 느낀 진서준은 온몸의 세포가 열리는 듯한 편안함을 느꼈다.“여기가 바로 수련을 진행할 곳이에요. 이제 내려와도 돼요.”진서준은 서지은을 내려놓았다. 따뜻한 가슴팍에서 떨어지자, 서지은은 마음이 허전해지고, 무언가가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자리 잘 잡아요. 이제 영맥을 조절할 거예요!”진서준은 말하고 나서 풀밭 한가운데로 걸어갔다. 곧이어 그의 체내 영기가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와 손으로 몰려들었다. 자세히 보면 진서준의 몸에서 은은한 청색 빛이 뿜어져 나왔다.단 몇 번의 호흡 사이에 주변의 영기가 더욱 농후해졌다.권해철은 이 장면을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 그는 자신의 스승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영맥을 장악한 자는 영맥 위의 모든 것을 조종할 수 있다고 하지...’다시 말해, 지금의 운대산은 이미 진서준의 통제하에 있다는 것이다.‘정말 대단하다. 이게 대체 얼마 만에 성공한 거지? 진 마스터님이 벌써 영맥을 장악했다니...’권해철은 자기도 모르게 속으로 외쳤다.“이게 정말 사람인가요?”진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운대산의 영맥이 정말 절정의 영맥이군. 만약 20만 원혼이 없었다면 이곳은 이미 신성한 산으로 소문났을 거야.”그 순간 진서준은 누군가 운대산에 들어왔다는 것
“운대산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정말로 신선이 있는 건가?”“빨리! 여기 있는 별장을 사들여야겠어. 24시간 이 신선의 산을 감시해야 해!”“용과 신선이 있다니, 금운이 정말 용의 도시인 게 틀림없어!”운대산 아래의 별장 구역에 있는 많은 권력자들은 분주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신선의 존재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별장을 사들이기 시작했다.“아버지, 이 모든 것이 진서준이 한 일일까요?”장도윤은 진서준과 권해철이 위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모르겠다. 그건 그들이 내려와야 알 수 있는 일이다. 너는 즉시 사람을 배치해 진서준이 나타나면 바로 나에게 알려라!”장조인의 목소리도 약간 흥분되었다.서광문은 지금 산속에 무엇이 있는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그저 딸의 안부가 궁금할 뿐이었다.서광문이 초조해하며 안절부절못할 때, 방홍진과 세 명의 종사가 돌아왔다.“내 딸은 어디에 있습니까?”서광문은 그들을 보자마자 다가가 다급하게 물었다.“가주님, 이 운대산에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가 들어간 후 계속 산을 오르다가 결국 내려왔습니다. 다시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결과는 같았습니다. 이 운대산에 신선이 진법을 설치한 것이 분명합니다!”방홍진의 눈에는 흥분이 가득했다. 신선이 아니고서야 이처럼 산 전체에 진법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서광문은 말문이 막혔다.“정말로 이 산에 신선이 있단 말입니까?”서씨 가문의 대종사가 말했다.“확실하진 않지만, 분명 범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서광문은 곧 냉정을 되찾았다.만약 산속에 정말로 신선이 있다면, 계속 사람을 보내는 것이 그 신선을 화나게 할 수도 있었다. 그럴 경우 큰 손해를 볼 수도 있었다.그래서 차라리 여기서 지켜보며 기다리기로 했다. 서지은이 살아 있다면 그녀가 스스로 내려올 것으로 생각했다.김형섭도 사람들을 별장 구역에 배치하여 운대산의 출입을 감시하게 했다.운대산 아래의 64채의 별장은 가격이 순식간에 열 배 이상으로 뛰었다.
“김평안 씨는 내가 엄청난 공을 들여서 모셔 온 분입니다.”유기명이 급히 분위기를 수습하며 진서준을 자랑하기 시작했다.“겉보기엔 40대 초반처럼 보이지만, 그 실력은 정말 어마어마합니다.”“어마어마하다고? 그럼 나랑 한번 붙어볼래?”은청준이 비웃으며 말했다.은청준은 스물여섯 살에 이미 사급 대종사가 되었는데 반면 이 경호원은 체내에 강기가 거의 없었다.아무래도 겨우 종사의 문턱을 밟은 무인인 것 같은데 이런 쓰레기가 세속에서는 강자로 불리는 건가?유기명은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당연히 은청준 씨와는 비교할 수 없죠. 하지만 김평안 씨 검술은 누구나 다 알아주는 실력입니다.”“마침 나도 검술이 특기인데, 한 번 겨뤄볼까?”은청준이 도발적인 눈빛을 보냈다.“청준아, 내가 몇 번을 말했어? 무도는 남과 다투라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고.”이장로가 차분하게 말하자 은청준은 곧바로 태도를 고쳐잡고 공손하게 말했다.“이장로님, 저는 그냥 세속 무인과 가볍게 한 수 겨뤄볼 생각이었습니다.”이장로는 은청준을 흘긋 보았으나 그의 속마음을 굳이 들춰내지는 않았다.은청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야 뻔히 보였지만 그래도 같은 종문 사람이니 체면은 세워줘야 했다.“아직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어.”진서준이 다시 강조하자 은청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진서준을 쏘아봤다.이 녀석 왜 이렇게 말이 많지? 혹시 정신 상태가 이상한 건가?“은범은 내 사촌 동생이야. 네가 그 못난 동생을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은청준은 귀찮다는 듯 대답했다.“신농산에서 만난 적이 있어.”“뭐라고? 걔가 신농산에 갔다고?”이 말에 은청준은 흥미가 동했다.“그 녀석 실력으로는 신농산 테스트를 통과하기 힘들 텐데?”은청준은 턱을 쓰다듬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은범이 어떤 인물인지 은청준은 잘 알고 있었다.애매한 실력과 어중간한 재능을 갖고 있는 은범이 은씨 가문에서 빛을 볼 일은 없었다.은청준과 은범의 격차는 눈에 보일 정도로 컸다.“그 녀석은 테
진서준은 아버지 진요한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이렇게 닮은 꼴로 곤륜 사람들을 만나면 곤륜 장로가 진서준을 알아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진서준은 곤륜에 관해 잘 알지 못했기에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인피면구를 쓰는 수밖에 없었다.목소리까지 완전히 변해버린 진서준을 보고 유정은 깜짝 놀랐다.하지만 진서준이 자기를 해칠 리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진서준이 하는 말이라면 당연히 따라야 했다.“알겠어요, 진서준 오빠.”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름 잘못 불렀어. 지금 난 김평안이야.”진서준이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강조했다.“그냥 김평안이라고 부르면 돼.”“알았어요.”그렇게 진서준은 유정과 함께 거실로 향했다.인피면구를 쓴 진서준을 본 유기명은 순간 어안이 벙벙했지만 진서준이 슬쩍 보낸 눈짓을 보고 유기명은 즉시 이 사람이 진서준이란 걸 깨달았다.“유정아, 이리 와 앉아. 네게 소개할 사람이 있어.”유기명이 유정을 옆에 앉히며 말했다.이때, 곤륜의 이장로가 진서준을 흘끗 보더니 별다른 반응 없이 바로 유정에게 시선을 돌렸다.“가주님, 따님 건강이 막 회복된 것 같은데, 맞나요?”이장로가 의미심장하게 물었다.“네? 이장로께서 어떻게 아셨습니까?”유기명은 깜짝 놀랐다.유기명은 아직 딸의 병에 관해 한마디도 한 적이 없었는데 이장로가 그냥 보는 것만으로 큰 병을 앓았다는 걸 눈치챘다.이건 거의 신의 영역 아닌가?“따님께서는 겉보기에 건강해 보이지만 눈에 피곤한 기운이 남아 있고 걸음걸이도 미세하게 불안정합니다.”이장로가 천천히 해명했다.“역시 곤륜 장로님이십니다.”유기명은 감탄하며 말을 이었다.“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제 딸은 최근 큰 병에서 막 회복된 참입니다.”“따님을 치료한 의사는 보통 인물이 아닐 것 같네요.”이장로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큰 병인데도 이 정도로 빠르게 완치하다니, 의술이 보통이 아닐 텐데... 혹시 성약당 장로가 아닙니까?”유기명은 순간 멈칫하더니 곁눈질로 진서준이 살짝 고개를 젓는 것을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자도 겨우 서른을 갓 넘긴 정도였다.“가주님, 이번에 찾아온 건 부탁할 일이 따로 있어서입니다.”이장로가 용건을 말하자 유기명이 시원하게 대답했다.“말씀만 하십시오. 우리 유씨 가문은 전력을 다해 돕겠습니다.”곤륜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다면 그건 곧 곤륜이 유씨 가문에게 신세를 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곤륜은 대한민국 4대 최강 종문 중 하나였다.곤륜이 유씨 가문에 빚을 진다면 훗날 유씨 가문이 위기에 처했을 때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우리 종주님 따님도 이번에 곤륜에서 내려왔습니다.”이장로가 말문을 열었다.“네? 조슬기 아가씨도 왔습니까? 근데 아가씨는 어디에...”유기명이 멈칫하더니 이장로가 무슨 부탁을 하려는지 단번에 깨달았다.“어제 하산할 때 슬기와 경호원 두 사람이 따로 움직였고 밤에 저희와 다시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더군요. 나중에 수소문해 봤지만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습니다. 가주님께서 슬기를 찾아주신다면 이 늙은 몸이 신세를 지는 셈 치겠습니다.”이장로의 목소리가 무겁게 가라앉았다.“이장로님, 과한 말씀입니다. 제가 즉시 서남 지역 전체에 조슬기 아가씨를 찾으라고 명령하겠습니다.”유기명은 망설일 틈도 없이 즉시 지시를 내렸다.서남에서 유씨 가문은 막강한 세력을 자랑하고 있었다.명령이 내려가자 서남의 크고 작은 도시, 심지어 작은 마을까지도 조슬기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다.모두가 조슬기를 찾기 위해 분주한 사이, 진서준이 유씨 가문으로 돌아왔다.“오빠!”진서준을 보자마자 유정이 반갑게 소리쳤다.“유정아, 몸은 좀 어때?”진서준이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많이 좋아졌어요.”유정은 대답하며 진서준을 위아래로 살폈고 다행히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걸 보고서야 안심했다.혹시라도 진서준이 자기를 위해 묘강에 가서 복수라도 했던 게 아닌지 걱정했던 것이다.진서준이 앞으로 다가가 유정의 맥을 짚었다.“확실히 거의 다 나았네. 이틀만 더 쉬면 원래 상태로 돌
“가주님! 대문 앞에 중요한 손님들이 찾아오셨습니다.”유씨 가문의 집사가 황급히 유기명을 찾아 소리쳤다.“중요한 손님이라고?”유기명이 눈썹을 살짝 추켜세웠다.서남 지역에서 유씨 가문을 찾아 올 만한 중요한 손님이라면 꽤 오랜만이었다.아니, 정확히 말하면 유씨 가문에서 중요한 손님으로 인정할 만한 인물 자체가 거의 없었다.설령 그것이 경성의 4대 가문이라고 해도 가주가 직접 방문해야만 중요한 손님이라고 할 수 있었다.“누가 왔어?”유기명이 물었다.“곤륜의 이장로입니다.”그 말을 듣자마자 유기명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뭘 꾸물거리고 있어? 어서 안으로 모셔 와야지!”유기명은 집사를 따라 급히 장원 입구로 향했다.그곳에는 이미 열댓 명의 사람이 서 있었다.그들은 모두 흰색 두루마기를 걸치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사극에서 튀어나온 듯한 복장이었고 등에는 검을 짊어지고 있었는데 풍기는 기운도 비범했다.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어느 극단에서 뛰쳐나온 배우들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었다.“이장로님, 이 유씨 가문이란 곳, 너무 무례한 거 아닙니까? 어떻게 우리를 대문 앞에서 기다리게 할 수 있습니까?”무리의 맨 앞에 선 잘생긴 청년이 불쾌한 표정으로 입을 열자 다들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 우리 곤륜이 오랫동안 여기를 찾지 않은 건 맞지만 이런 대우는 너무한 거 아닙니까? 우리를 전혀 존중하지 않잖아요.”그들의 표정에는 불쾌함이 가득했다.이전에도 곤륜산에서 내려와 세속의 여러 가문을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그들은 어디를 가든 귀빈처럼 모시며 극진한 대우를 받았었다.하지만 유씨 가문이 이들을 이렇게 문 앞에 세워두고 있다니, 그 격차가 너무 커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다 떠들었으면 이제 조용히 해.”그 순간, 백발의 이장로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이장로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순간적으로 모든 이가 입을 다물었다.“종주님의 따님이 사라졌는데 너희는 지금 대접 타령이나 하고 있어? 이번에도 슬기를 못
진서라는 재빨리 움직여 유정에게 물을 떠다 주었다.“고마워, 서라야.”유정은 물컵을 받아 들고 천천히 마셨다.“몸은 어때요?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요?”진서라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이제 괜찮아.”유정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참 다행이네요.”진서라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근데 진서준 오빠는 어디 있어? 왜 안 보이지?”유정이 문밖을 바라보며 물었다.지금 유정이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은 진서준이었다.진서라는 급히 둘러대기 시작했다.“볼일이 있어서 잠깐 나갔어요. 금방 돌아올 거예요.”“나갔다고? 혹시 묘강으로 간 건 아니겠지?”유정도 바보는 아닌지라 진서라의 표정을 보니 뭔가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것이다.“아, 아니에요. 묘강은 워낙 위험한 곳이라 우리 오빠도 그렇게 무모하진 않아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진서라의 마음은 누구보다 더 초조했다.벌써 하루가 지나도록 진서준에게서 아무 소식도 없었다.점심때 국제 뉴스를 본 진서라는 배논국의 묘강 지역에서 큰 소란이 있어 배논국이 결국 묘강 지역을 접수했다는 소식을 확인했다.하지만 진서준의 소식은 단 한 줄도 없었다.그러니 자연스레 진서준에게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그때 유기명이 방으로 들어왔다.딸이 깨어난 걸 보자 유기명은 눈물을 글썽이며 격동한 말투로 말했다.“유정아, 드디어 깨어났구나!”“죄송해요, 아버지. 걱정 끼쳐드려서...”유정의 마음속에 죄책감이 밀물처럼 밀려왔다.그동안 아버지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한눈에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아버지의 머리카락은 절반이 희끗희끗해졌고 얼굴엔 세월의 흔적이 깊이 새겨져 있었다.“바보 같은 소리 마. 사과할 사람은 나야.”유기명은 죄책감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그때 내가 진서준의 말을 듣고 그 자식을 죽였더라면 네가 중독될 일도 없었을 거야.”“이미 지난 일이에요. 이제 그 얘긴 그만하세요.”진서라가 서둘러 다독였다.“그래, 그래. 이미 지나간 일이야. 더 이상 골치
조슬기의 피부 온도는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 없었지만 몸속은 한기로 가득했다.조슬기의 오장육부는 이미 일반인의 체온을 한창 밑돌고 있었다.옥패가 어느 정도 억제하는 기능이 있긴 했지만 효과가 너무 미미했다.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조슬기 몸속에 쌓인 한기가 완전히 폭발할 것이다.그 순간이 오면, 조슬기의 목숨도 위험해질 것이다.“이봐, 헛소리하지 마. 너야말로 정신 상태가 안 좋은 거 아냐?”신수란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 없었고 심지어 조슬기 본인도 몰랐다.조슬기가 알면 괜히 걱정할까 봐 일부러 숨겨왔던 것이다.그런데 지금 이 녀석이 대놓고 말해버리다니,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놓은 것과 다름없는 일이었다.사실을 알아챈 신수란이 충격을 받아 극단적인 선택이라도 하면 누구도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없었다.“란 언니, 오빠를 탓하지 마. 사실 오빠가 말 안 해도 난 대충 짐작하고 있었어.”조슬기가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자기 몸 상태를 가장 잘 아는 건 결국 자신이었다.진서준이 말한 대로 조슬기의 상태는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사실 진서준이 어느 정도 에둘러 말해서 그렇지 지금의 상태로는 오래 버티지 못할 수도 있었다.신수란은 진서준을 매섭게 노려본 뒤, 급히 조슬기를 달랬다.“아가씨, 너무 낙심하지 마세요. 종주님과 장로님들이 반드시 치료법을 찾으실 거예요. 게다가 전 대한민국에 용존이라는 천재 소년이 나타났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 천재는 실력도 강하지만 의술 또한 모든 사람을 압도한다고 해요. 그런 인재라면 분명 아가씨의 병을 치료할 수 있을 거예요.”진서준은 듣자마자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용존이라니, 그건 진서준이 아닌가?“뭐야, 그 표정은?”신수란이 진서준의 표정을 눈치채고 불쾌한 얼굴을 했다.“아, 별거 아니야. 그냥 궁금해서 그런데, 너희는 용존에 대해 어디서 들었어?”“우릴 뭐로 보는 거야? 우리가 원시인인 줄 알아? 우리도 휴대폰 쓸 줄 알아.”신수란이 불쾌한 표정으로 받아치
진서준은 이 주제에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았다.“이 녀석은 알아서 수습하세요.”“고마워요, 오빠.”조슬기는 고마움을 표하고는 신수란을 바라봤다.신수란은 속에 쌓인 화를 주체하지 못해 단검을 뽑아 장강훈의 목에 겨누며 말했다.“말해! 누가 너희를 보낸 거야? 그리고 우리가 미리 산에서 내려온 걸 어떻게 알았어?”“돈 받은 만큼 일할 뿐이야. 우린 돈만 받으면 그만이고, 누가 명령을 내렸는지는 모른다니까.”장강훈은 이를 악물며 사실을 털어놨다.“말 안 하겠다 이거지?”신수란은 냉소를 지으며 더 이상 긴말하지 않고 바로 장강훈의 다리 힘줄을 단칼에 끊어버렸다.“아악!”끔찍한 비명을 지르는 장강훈의 얼굴에 굵은 땀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정말 몰라! 나도 온라인에서 의뢰를 받았을 뿐, 누군지는 몰라.”“이래도 고집을 부려? 말 안 하면 내가 널 고자로 만들어버릴 줄 알아.”말을 마치며 신수란은 단검을 장강훈의 아래쪽에 갖다 댔다.그러자 장강훈은 순간 몸을 덜덜 떨며 깜짝 놀라 눈물까지 찔끔 날 뻔했다.“말할게, 말할게!”머리가 잘리거나 피가 나는 건 참을 수 있어도 그 부위만큼은 절대 잃을 수 없었다.“우리에게 조 아가씨를 납치하라고 시킨 사람은...”그 순간, 장강훈은 갑자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검은 피를 뿜어내고 그대로 푹 쓰러졌다.“죽은 척하지 마!”신수란은 앞으로 다가가 장강훈을 툭 밀었다.하지만 장강훈은 이미 숨통이 끊어져 완전히 사망한 상태였다.“진짜 죽었네.”신수란은 생각지 못한 상황에 동공이 순간적으로 수축했다.분명 조금 전까지 멀쩡했는데 어떻게 갑자기 죽은 걸까?그 광경을 본 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상황을 대충 이해했다.묘왕은 죽었지만 묘강의 사수들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진서준이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장강훈의 머리가 갑자기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그 모습은 마치 머릿속에 뭔가가 있는 듯했다.신수란이 앞으로 다가가 확인하려는 순간, 장강훈의 귀에서 새까만 지네들이 한 마리씩 기어 나오기
갑자기 쓰러진 장강훈을 바라보며 현장 사람들은 전부 멍해졌다.이게 무슨 상황이지?본래 시나리오대로라면 저 건방지고 거만한 청년이 장강훈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마지막엔 처참하게 죽어야 하는 거 아닌가?그런데 저 극악무도한 악당 장강훈이 갑자기 바닥에 쓰러지다니, 모두의 예상을 빗나간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모두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얼이 빠져 있었다.심지어 신수란조차도 미간을 찌푸리며 이 장면을 의아하게 쳐다보고 있었다.“네놈이 감히 암기로 날 공격해?”장강훈은 고통에 찬 얼굴로 진서준을 노려봤다.그 눈빛은 당장이라도 진서준을 산 채로 잡아먹을 기세였다.“내가 말했지? 넌 나와 겨룰 자격이 없다고.”진서준은 여전히 평온하게 말했다.“암기라니? 너도 저놈들처럼 제대로 된 인간은 아니었구나.”신수란이 콧방귀를 끼며 경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신수란 복부의 상처는 바로 암기의 공격으로 다친 것이었다.그리고 방금도 장강훈이 신수란을 비겁하게 기습하려 했다.그래서 신수란은 이런 비열한 수법을 쓰는 인간들에게 혐오감을 느꼈다.진서준은 신수란의 말을 듣고 살짝 눈썹을 추켜세웠지만 굳이 반박하지 않고 대신 속으로 이 여자가 멍청하긴 짝이 없다고 생각했다.진서준이 두 여자를 구하려고 선뜻 나섰는데 고마워하기는커녕 같은 인간쓰레기 취급을 당하다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었다.“어서 저놈을 해치워! 암기든 뭐든 다 부숴버려! 내 무기와 똑같은 걸 쓸 자격이 있기나 해?”장강훈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장강훈은 진서준이 자기와 같은 종류의 암기를 사용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그러나 진서준이 사용한 건 단순한 은침 두 개였을 뿐이고 다만 그것이 일반 은침보다 좀 더 단단했을 뿐이었다.남아있던 부하들은 우르르 진서준에게 몰려들었다.개미도 많이 모이면 코끼리를 잡는다고 했다.하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서는 아무리 개미가 많아도 결국 희생될 뿐이었다.진서준이 발을 내딛자마자 서 있던 바닥이 산산조각이 났다.이어지는 진서준의 움직임은 유령처럼 사
결연한 표정을 지은 조슬기를 본 장강훈은 순간 당황했다.“뭐든 다 협상할 수 있어. 제발 흥분하지 말자.”장강훈이 받은 임무는 조슬기를 데려가는 것이었고 그녀를 절대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만약 조슬기가 다친다면 그야말로 큰일 날 상황이었다.“다시 물을게, 내 조건 받아들일 거야, 말 거야?”조슬기가 단호하게 묻자 결국 선택지가 없었던 장강훈은 마지못해 동의했다.“좋아, 저 여자는 보내주겠어.”“안 돼요, 아가씨. 절대 저 녀석들과 함께 가면 안 돼요.”신수란은 간신히 몸을 일으키며 만류했다.“란 언니, 걱정 마세요. 이 사람들은 절대 저를 함부로 다치진 않을 거예요. 언니는 먼저 몸부터 챙기세요.”조슬기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도대체 누가 자기를 잡으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상대가 이토록 신중히 행동하는 걸 보니 이 사람들이 자기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건 확신했다.“조 아가씨, 시간이 얼마 없어. 서둘러 나가자.”장강훈이 손짓하며 재촉하자 조슬기는 말없이 단검을 쥐고 천천히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방 안에 있던 킬러들은 신수란을 힐끔힐끔 주시하고 있었다.하지만 조슬기가 문턱에 거의 다다른 순간, 장강훈이 갑자기 신속하게 움직였다.쨍그랑!단검이 바닥에 떨어지며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얼른 이 여자를 잡아!”장강훈이 명령하자마자 양쪽에 대기하던 킬러들이 조슬기를 단단히 제압했다.“왜 이렇게 비겁해? 약속을 지켜야지!”조슬기는 분노로 몸을 떨었다.“조 아가씨, 내가 아까 한 자기소개를 잊었나 보네?”장강훈은 가볍게 웃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여자는 생포해. 저 남자는 어디 보자, 그냥 죽여버려.”장강훈은 진서준을 제대로 보지도 않은 채 명령을 내렸다.“오빠, 미안해요. 우리 때문에 이런 일이...”조슬기는 눈물을 글썽이며 사과했다.“이봐, 당장 창문으로 뛰어내려. 내가 시간을 끌게.”신수란이 이를 악물며 지시했다.지금의 신수란이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시간을 끄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