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주님, 누군가 아가씨가 운대산으로 올라가는 것을 봤다고 합니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집사는 서광문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그러자 서광문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운대산은 매우 괴상한 곳이었다. 서씨 가문에서도 여러 차례 대종사를 보내어 운대산을 조사했지만, 항상 허탕만 치고 돌아왔고 끝없는 흰 안개 외에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실력이 약한 종사들은 산으로 올라간 뒤 돌아오지 못한 때도 있었다.서지은도 비록 무인이었지만, 그녀의 실력은 이제 막 내공경에 도달한 수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서지은이 산에 올라간다면 거의 죽을 가능성이 높았다.“즉시 가문의 삼대 대종사를 보내 운대산으로 올라가 지은이를 꼭 찾도록 해!”서광문은 눈이 붉게 충혈되고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집사는 서씨 가문의 삼대 대종사에게 급히 연락했고, 그들은 즉시 운대산으로 출발했다.“가주님, 방 마스터님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는 풍수술을 수련했으니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오정수가 말했다.서광문은 고개를 끄덕였다.“맞네. 방 마스터님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라. 지은이를 찾기만 한다면, 서씨 가문에 귀빈으로 모실 거라고 전해!”방홍진은 비록 인의방 랭킹 6위였지만, 서씨 가문 앞에서는 겸손했다.예전에 방홍진은 서씨 가문에 들어오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지만, 서광문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서광문의 전화를 받은 방홍진은 기뻐 어쩔 줄 몰랐다. 특히 서광문의 조건을 듣고는 더욱 기뻐하며 서지은을 찾아올 것이라고 장담했다.“서 가주님, 안심하십시오. 반드시 따님의 안전을 지키겠습니다!”전화를 끊은 방홍진은 즉시 사람을 시켜 차를 준비하고 운대산으로 향했다. 곧 수십 대의 차가 운대산 별장 지구에 도착했다. 서광문도 직접 왔으며, 서씨 가문의 삼대 대종사도 함께 도착했다.“너희 셋은 방 마스터님과 함께 출발해. 방 마스터님이 수련한 풍수술이 너희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서광문은 세 명의 대종사에게 말했다. 세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조금 전에 말한 진 마스터님은 어떤 분이죠?”방홍진이 물었다.“남주성의 진 마스터님, 우리 국안부의 상경 말입니다.”류재훈이 답했다.진서준의 명성은 현재 강남, 강북을 휩쓸고 있었고, 방홍진도 진 상경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진 상경이 언제 금운에 왔을까요? 여기는 무슨 일로 온 거죠?”방홍진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지금은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닙니다. 당장 아가씨를 구하는 게 급선무에요!”한 대종사가 차갑게 말했다.“지금은 올라갈 수 없어요. 운대산의 진법이 이미 발동되었기 때문에 지선이 아니면 올라갈 수 없습니다.”류재훈이 고개를 저었다.서씨 가문의 대종사는 이를 믿지 않고 발을 내디뎌 번개처럼 붉은 안개 속으로 돌진했다.“쾅...”무거운 소리가 나더니 서씨 가문의 대종사는 마치 거대한 산에 부딪힌 듯 튕겨 나왔다. 그의 팔은 한참 동안 떨리고 있었다.“어떻게 이런 일이...”서씨 가문의 대종사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조금 전 전력을 다했지만, 얇은 안개가 마치 하늘을 뒤덮은 장벽처럼 그를 막아버렸다.방홍진도 즉시 앞으로 나아가 손가락으로 법결을 집고 가볍게 한 번 눌렀다. 하나의 법결이 붉은 피 안개에 닿자마자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이것은 십이 성수 진법입니다!”방홍진은 흥분을 감추지 못해 얼굴이 떨렸다.“이 진법이 발동되면 산 위의 모든 생명체가 전멸할 것이고, 심지어 운대산 자체도 존재하지 않게 될 겁니다!”십이진법은 당시 진법을 설치한 고수가 설정한 일종의 보험이었다. 만약 누군가가 비석이나 열두 개의 십이 성수 조각상을 파괴하면 이 최후의 진법이 발동되어 십만 원혼이 운대산과 함께 사라지게 된다.방홍진의 말에 서씨 가문의 삼대 대종사는 절망에 빠졌다.‘이걸 서 가주님께서 알게 되면 큰일인데...’“잠깐만요! 어쩌면 돌파구가 있을지도 몰라요!”...운대산 위는 원한을 품은 귀신들의 울음소리로 마치 지옥과도 같았다.서지은은 산을 오르며 두려움에 덜덜 떨었고, 발밑으로 한기가 스며들어
“아!”서지은은 진서준과 부딪힌 후 귀신과 부딪힌 줄 알고 놀라서 진서준을 마구 때리고 발로 찼다. 진서준은 몇 대 맞고 나서 화가 나기 시작했다.“더 때리면 여기 내버려두고 갈 겁니다. 이 원혼들에게 물려 죽어도 책임 안 질 거예요!”진서준이 일부러 서지은을 겁주었다.서지은은 진서준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그가 자기 구세주임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진서준을 꽉 껴안으며 말했다.“정말로 당신이군요! 잘못 본 줄 알았어요!”두 사람 모두 얇은 옷을 입고 있어서, 진서준은 서지은의 부드러운 살결을 그대로 느꼈다. 특히 그녀의 가슴은 진서준을 황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진서준은 곧 정신을 차리고 차갑게 말했다.“충분히 안고 있었으면 이제 좀 놔줄래요?”서지은은 그제야 얼굴이 발그레 해지며 서둘러 진서준을 놓았다.“미안해요. 너무 놀라서 그랬어요...”서지은은 얼굴이 복숭아처럼 빨개지며 고개를 숙였다.그런데 고개를 숙이자마자, 발밑에서 귀신 얼굴이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으악!”또 한 번 비명을 지르며 서지은은 진서준의 허리를 두 다리로 감싸고 그의 머리를 꽉 끌어당겼다. 그녀의 가슴에 묻히자, 진서준의 혈액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진서준의 호흡이 거칠어지고 목소리가 굵어졌다.“놓아요!”“싫어요. 주변에 귀신이 많아서 무서워요...”서지은은 거의 울먹이며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그녀는 부끄럽고 민망해할 여유가 없었다.진서준은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었다. 십이 성수 진법이 완전히 발동되기 전에 이 산의 귀왕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큰일이었다.“찰싹...”진서준은 서지은의 엉덩이를 한 대 때렸다.서지은은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아...”“얼른 내려와요. 안 그러면 또 때릴 거예요!”진서준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정말 무섭단 말이에요...”서지은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진서준은 다시 서지은의 엉덩이를 때렸다.“찰싹찰싹...”“그만 때려요!”서지은은 엉덩이가 부어오를 것 같아서
“진 마스터님, 제가 앞장서서 길을 열겠습니다!”계속해서 작은 적들을 처치하던 권해철이 갑자기 말했다. 옆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서지은의 얼굴은 더욱 빨개졌다.‘세상에... 이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지...’서지은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좋아요. 앞장서시면 우리는 뒤따라가겠습니다.”진서준은 귀왕을 만나면 전력을 다해 소멸시켜야 해서 지금은 될 수 있는 한 힘을 아껴야 한다고 생각했다.세 사람은 위쪽으로 향해 나아갔다. 그렇게 몇 분을 걸은 후, 권해철과 진서준이 멈춰 섰다.“왜 멈췄어요?”계속 눈을 감고 있던 서지은은 앞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 그녀는 호기심에 눈을 떴고 그제야 그들 앞에 서 있는 거의 4미터에 달하는 원혼을 발견했다. 원혼은 금갑옷을 입은 장군이었고, 온몸에서 무시무시한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보통의 종사들은 이 원혼 장군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고, 일급 대종사라고 해도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팔백 년 동안의 진압으로 이 산의 원혼들은 원한을 극도로 응축시켰다. 원혼들끼리도 서로 죽이고 죽였다. 살아남은 원혼들은 모두 상당한 실력을 갖춘 자들이었다.눈앞의 이 원혼은 ‘귀장군’이라 불러야 할 것이며, 그 실력은 삼급 대종사에 해당했다. 게다가 운대산에 가득한 살기가 이 귀장군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서지은은 두 다리가 떨려와 진서준에게 기대어 있었다.“혼자 서 있으세요. 저는 이 귀장군을 처리하러 가야 해요.”진서준이 말했다.“싫어요...”서지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혼자서는 서 있을 수 없어요.”진서준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서지은에게 영기를 주입해 그녀의 몸에 힘을 불어넣었다.“이제 괜찮아졌으니, 어서 날 놓아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 여기서 죽을지도 몰라요!”진서준의 말을 듣고 서지은은 이를 악물고 진서준을 놓고, 두 손으로 자신의 옷자락을 꽉 잡았다. 그녀의 예쁜 눈은 한순간도 진서준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권 마스터님, 주변의 작은 원혼들을
붉은 준마를 타고 긴 칼을 든 귀장군이 붉은 안개를 가르며 천천히 나타났다. 한 명, 두 명, 세 명... 총 열 명의 귀장군이 나타났고, 모두 음산한 기운을 내뿜었다.권해철은 혼이 빠진 듯한 얼굴로 거의 주저앉을 뻔하며 중얼거렸다.“이제 끝장이야... 완전히 끝장났어! 한 명의 원혼만으로도 이급 대종사를 없앨 수 있는데, 하물며 열 명이라니...”진서준의 눈빛도 경계심으로 가득 찼다.“이분을 데리고 멀리 떨어져 있어요. 두 사람을 다치게 할까 봐 걱정돼서 그래요.”진서준이 말했다.권해철은 정신을 차리고 서지은을 데리고 멀리 도망갔다.서지은은 뒤돌아 진서준에게 소리쳤다.“꼭 살아남아야 해요!”권해철과 서지은이 사라지자, 귀장군이 진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하찮은 놈아, 네가 감히 우리 열 명의 귀장군과 싸우겠다고? 그야말로 어리석군!”진서준은 비웃으며 말했다.“너희가 살아있을 때도 죽임을 당했다면 죽어서도 역시 소멸될 수 있다는 것을 왜 모르는 거지?”운대산의 20만 원혼은 모두 전장에서 죽은 장수들이기에, 진서준의 말은 그들의 아픈 곳을 건드린 것이나 다름없었다.“죽고 싶은 게 확실한가 보구나!”귀장군이 분노의 외침을 내지르며 말을 타고 칼을 휘두르며 진서준에게 달려들었다.진서준은 한 손으로 검을 잡고 다른 손에는 번개를 응집시켰다. 그리고 빠르게 귀장군의 살기가 응집된 칼을 번개로 산산이 조각냈다.귀장군은 놀라며 눈에서 광기를 번쩍였다. 이어서 무기를 던져버리고 진서준과 가까이서 싸우려고 했다.하지만 말에서 내리자마자, 진서준의 천문검이 울리며 귀장군의 목을 쳐내었다.귀장군은 목이 떨어지는 순간 그 자리에서 소멸하였다.진서준은 발로 귀장군의 머리를 밟아 부수어 마지막 잔흔까지 사라지게 했다.이 광경을 본 다른 아홉 명의 귀장군은 충격을 받았다. 진서준이 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다.진서준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운대산에는 살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흡수할 수 있는 영기도 있다!”이제 진서준은 이
말이 끝나자, 귀왕은 손을 휘저으며 명령했다.“너희 아홉 명이 함께 저 애송이를 처리해 버려! 그리고 나와 함께 이 산을 다시 장악하자!”아홉 명의 귀장군이 일제히 진서준을 향해 달려들었다.순간 살기가 하늘을 뒤덮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30초도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아홉 귀장군의 공격에 맞서면서 진서준은 신중히 처리했다. 우선 천문검을 던져 검기가 날아가며 아홉 귀장군의 공격 속도를 늦추게 했다. 동시에 진서준의 영해는 마치 홍수처럼 그의 오른손으로 몰려들었고, 혈해는 그의 왼손으로 모여들었다.잠시 후, 청홍색의 거대한 용이 진서준 앞에 나타났다. 용의 울음소리가 운대산 전체에 울려 퍼졌다.아래에서 기다리던 방홍진 일행은 귀를 의심했다.“이게 무슨 소리죠? 운대산에 진짜 용이라도 있는 건가요?”용은 전설의 신수로, 아무도 본 적은 없지만 전설은 계속 이어져 내려왔다. 가까이서 지켜보던 귀왕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 녀석이 왕의 혈통이라는 건가?’귀장군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사이, 진서준 앞에 있던 용이 움직였다.번개처럼 빠르게 한 귀장군 앞에 도착한 용은 귀장군이 반응하기도 전에 한 발톱으로 머리를 쥐어 터뜨렸다. 순간 귀장군의 머리는 사라졌고, 또 한 명의 귀장군이 쓰러졌다.귀왕은 충격에 휩싸였다.‘불과 1초도 안 되어 내 부하가 죽다니?’“쿵쿵쿵...”단 몇 초 만에, 남아 있는 귀장군은 단 네 명뿐이었다. 그들은 두려움과 분노로 몸을 떨었다.“저자를 먼저 죽여라!”귀왕이 진서준을 가리키며 외쳤다.네 명의 귀장군은 전력을 다해 진서준에게 달려들었다. 진서준은 영기가 30%가량 회복된 상태라 그들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천문검을 손에 든 진서준은 미세하게 몸을 떨며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마치 공기 중에서 증발한 것처럼 보였다. 그가 다시 나타났을 때는 네 명의 귀장군 뒤에 있었다.천문검에서 이미 검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진서준이 검을 들고 서 있을 때, 네 명의 귀장군은 이미 산산이 부서져 사라졌다.“말도 안 돼
주변의 붉은 혈안이 점차 희미해지자, 권해철은 매우 흥분하며 외쳤다.“진 마스터님, 성공했어요! 정말로 이 산의 귀왕을 처리했어요!”애당초 운대산에는 20만 원혼이 있었다. 지난 800년 동안 20만 원혼은 서로 싸워 살아남은 원혼들은 모두 가장 강한 자들이었다. 귀왕의 실력은 그 몇 명의 귀장군들보다 훨씬 강했다.“두 분 성함은 뭐예요? 아직 통성명도 하지 않았네요?”서지은이 권해철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권해철은 깜짝 놀라며 웃었다.“우리 이름도 모르면서 따라온 거예요? 우리가 나쁜 사람이면 어쩌려고...”“저를 구해주셨으니, 나쁜 사람일 리는 없죠.”서지은은 단호하게 말했다.권해철은 웃으며 말했다.“만약 우리가 일부러 연극을 한 거라면서요?”서지은은 잠시 멍해졌다. 그런 쪽으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당신들이 연극을 했다면 이렇게 자상하게 걱정해 주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리고 그 사람도 나를 데리고 도망가라고 하지 않았을 거예요.”권해철이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제 이름은 권해철이고, 진 마스터님의 존함은 진서준입니다. 우리는 두 사람은 남주성 사람입니다.”“남주성 사람들이라고요? 금운에는 왜 온 거예요? 여행 온 것처럼 보이진 않는데...”서지은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권해철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진 마스터님과 제가 금운에 온 것은 서씨 가문과 큰 관련이 있어요.”만약 김형섭이 김연아를 서씨 가문의 바보에게 시집보내려고 하지 않았다면, 진서준은 이렇게 일찍 오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이렇게 큰 위험을 무릅쓰고 운대산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운대산에 영맥이 없었다면 진서준과 권해철은 아마도 오늘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뭐라고요? 우리 서씨 가문이 관련이 있다고요?”서지은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하지만 저는 두 분을 모르는데요?”“잘 모르는 게 당연할 거예요. 서씨 가문에 지적으로 문제가 있는 자제가 있지 않나요?”권해철이 서지은을 바라보며 물었다.“맞아요.
...운대산 아래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찼다. 서씨 가문뿐만 아니라 김씨 가문, 장씨 가문, 그리고 금운의 각 권력 가문의 수장들이 모두 모여들었다.운대산은 사람들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들이 여기에 모인 이유는 서지은 때문이 아니라, 운대산에서 발생한 이상 현상과 그곳에서 울린 용의 울음소리 때문이었다.금운은 여러 왕조에서 도읍지로 삼았던 곳이었다. 800년 전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운대산은 곤륜산처럼 신인 훈련 기지가 되었을 것이다.“서 가주님,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김형섭은 서광문을 보자마자 다가가 물었다.“방금 용의 울음소리가 들린 후에 모든 것이 평온해졌습니다.”서광문은 대충 대답했다. 지금 그의 마음엔 온통 서지은뿐이었다.방홍진과 서씨 가문의 세 명의 대종사가 아직 돌아오지 않아서 서광문은 더욱 불안해졌다.“정말 용의 울음소리였다고요? 그렇다면 운대산에 어떤 절세 보물이 나타난 건가요?”김형섭의 눈이 반짝였다.만약 정말로 그런 보물이 있다면 김씨 가문이 그것을 손에 넣어 강남의 제1 가문이 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되면 김연아가 서씨 가문에 시집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사실 김형섭도 김연아가 서씨 가문에 시집가는 것을 원치 않았지만, 서씨 가문의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동의했던 것이었다.“아버지, 진서준이 혹시 이미...”멀리서 장도윤이 불안한 얼굴로 운대산을 바라보며 말했다.장조인은 냉정한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모르겠다. 그가 죽었다면 우리 장씨 가문은 계속 3위에 머무를 것이고, 그가 살아남는다면 우리 장씨 가문은 그와 함께 도전할 수 있을 것이야...”말이 끝나자, 장도윤이 운대산을 가리키며 외쳤다.“아버지, 운대산을 보세요!”원래 피처럼 짙던 붉은 안개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마지막 한 점의 붉은 기운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장조인의 눈에 한 줄기 빛이 스쳤다.“이 남주성의 진 마스터님의 실력이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군!”아무도 다른 사람
장조인은 그 말에 심기가 불편했다.“진 선생님, 당시 제가 반드시 도와드리겠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우리가 협력 관계인 건 맞지만 저도 우리 장씨 가문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움직여야 했습니다.”장조인의 말투가 미묘하게 바뀐 걸 눈치채자 신민준과 우진영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둘은 장조인 앞에 서서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진서준을 쳐다봤다.어제 진서준이 참격 하나로 고성운과 육위준을 베었다는 소식은 이미 두 사람도 알고 있었다.두 사람의 실력으로 진서준을 막는 건 어림없는 일임을 잘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조인에게 그들이 장씨 가문에 대한 충성을 보여줘야 했다.진서준은 장조인의 해명을 못 들은 듯, 권해철의 등을 만지던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치료가 끝났습니다. 이제 권 마스터님은 정상인처럼 움직일 수 있을 겁니다.”진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권해철도 자기 몸에 일어난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권해철의 심각하게 부러진 뼈들이 기적처럼 모두 이어진 것이다.“진 상경님, 정말 감사합니다. 너무나 감사합니다.”권해철은 흥분한 나머지 병상에서 벌떡 일어서 옷도 챙기지 않고 진서준에게 무릎을 꿇으려 했다.진서준은 그 모습을 보고 얼른 손을 내밀어 허공에서 권해철을 붙들어 무릎을 꿇지 못하게 했다.“권 마스터님, 이럴 필요 없습니다. 권 마스터님이 구지범에게 당한 것도 저 때문이니 말입니다.”진서준은 권해철을 일으켜 세우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권 마스터님, 일단 옷을 갈아입으세요. 저는 저 사람들과 밖에서 좀 더 얘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네...”권해철은 그제야 자기가 알몸이란 걸 깨닫고 얼굴을 붉혔다.진서준은 돌아서서 장조인을 힐끗 보고는 병실을 떠났다.장조인은 지금 진서준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하지만 진서준이 무슨 생각을 하든, 장조인은 지금 진서준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병실을 나선 진서준은 공원 뒤쪽 정원으로 걸어갔다.정원에는 작은 화원이 있었는데 그 안에는 이미 많은 환자와 가족
진서준의 얼굴을 보자마자 장주호와 신민준은 이 청년이 왜 그런 허세 가득한 말을 할 수 있었는지 즉시 깨달았다.진서준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었기 때문이다.지금 진서준은 강남 서열 3위 가문 따위가 안 중에 있을 수 없었다.왜냐하면 진서준 한 사람만으로도 장씨 가문 내 모든 사람을 무릎 꿇게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장조인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머릿속에서 말을 정리하고 나서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진 선생님, 제가 우리 장씨 가문 사람을 대신해 사과드립니다.”피범벅이 된 채 쓰러져 있던 장문주는 그 모습에 넋을 잃었다.자기 시력에 문제가 생겨 헛것을 본 걸까, 아니면 아직 잠이 덜 깬 채 꿈을 꾸고 있는 걸까?.장씨 가문 가주가 한 청년에게 머리를 숙이며 사과하다니, 이보다 더 황당한 일은 있을 수 없었다.더 끔찍한 건 장문주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장조인이 진서준에게 사과한 걸 보고 충격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그들의 눈에는 장조인의 사과가 당연한 일처럼 보였다.이미 숨이 끊어질 듯했던 장문주는 이 충격에 다시 한번 타격을 입고 결국 고개를 떨군 채 숨을 거두고 말았다.허나 장문주의 죽음은 방 안의 다른 이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그들의 눈에 장문주는 있으나 마나 한 하찮은 존재였기 때문이다.고귀한 신분의 사람이 개미 한 마리의 생사를 신경 쓸 리가 없었다.장조인의 사과에도 진서준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진서준은 고개를 푹 숙인 장조인을 차갑게 쓱 훑어본 뒤, 더 이상 장조인을 신경 쓰지 않고 권해철의 치료에만 집중했다.장조인은 허리를 굽힌 채, 진서준이 대꾸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한참 동안 기다려도 진서준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장조인은 내심 의아해졌다.결국 장조인이 고개를 들어보니 진서준은 자기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권해철의 치료에만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장조인의 마음속에는 순간 분노가 피어올랐다.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든 본인은 당당한 장씨 가문의 가주 장조인이었다.진서준이 아무리
칼처럼 날카로운 그 기운이 순식간에 신민준의 강기를 찢어버렸다.이어 그 기운이 신민준을 지나쳐 장주호의 오른쪽 귀를 스쳐 지나갔다.푹!장주호의 한 쪽 귀가 시뻘건 피를 튀기며 하늘로 날아올랐다.파도가 일어날 때의 물보라처럼 대량의 피가 장주호의 귀에서 쏟아져 나왔다.병실의 하얀 벽은 순간 섬뜩한 빨간색으로 물들었다.“아악!”장주호의 입에서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신민준은 뒤에서 들리는 비명에 즉시 고개를 돌렸고 그 순간, 한쪽 귀밖에 남지 않은 장주호의 모습을 발견했다.난생처음 보는 광경은 머리카락이 곤두설 정도로 무서웠다.자기 강기가 이 청년 앞에서 힘없는 종이처럼 이렇게 무너져 버렸다.“넌 도대체 누구야? 왜 우리 장씨 가문을 이 정도로 물고 늘어지는 거야?”상황 파악이 빠른 신민준은 즉시 이 청년이 자기가 도무지 감당할 수 있는 인물이란 걸 깨달았다.오직 장씨 가문 내 지의방에 오른 높은 인물만이 이 상황을 수습할 수 있을 것이다.“아까 분명 말했지? 장조인을 부르라고.”진서준은 아무런 감정도 섞이지 않은 목소리로 대응했다.신민준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바로 가주에게 알리겠어. 기다려 봐.”바닥에 누워있는 장문주 역시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멍해졌다.장주호와 신민준이 자기를 도와 복수해 줄 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로 복수는커녕 장주호가 오히려 한쪽 귀를 잃게 되었다.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장씨 가문 가주가 직접 오게 된다니, 상황은 이미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이 청년의 정체가 점점 더 궁금해졌다.신민준은 장주호를 데리고 병실에서 나가 의사를 불러 상처를 치료하게 하고는 이내 장조인에게 전화해 장씨 가문의 대종사도 데려오라고 요청했다.장조인은 이 일을 듣고 이마를 찌푸리며 물었다.“그 사람이 국안부 사람은 아닐까? 혹시 국안부가 우리 계획을 눈치챈 건가?”신민준은 머리를 저으며 대답했다.“잘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우리 장씨 가문 계획을 모르는 것 같
장주호는 진서준을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 사람의 복장으로 보아 청년인 것 같았다.요즘 청년들은 언제부터 장씨 가문을 하찮게 여길 정도로 이렇게 대담해진 건가?이제 장씨 가문의 강남 내 위치를 반드시 높여야 할 때가 된 것 같았다.최근 형님이 연락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장주호의 눈에는 한 줄기 빛이 스쳤다.그 사람들과 협력해 작전에 성공한다면 장씨 가문은 서씨 가문을 제치고 강남에서 으뜸가는 가문이 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길 리스크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장주호는 머리에 떠오르는 오만가지 생각을 접고 진서준을 바라보며 살짝 분노가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네가 우리 장씨 가문 사람을 죽인 건가?”진서준은 권해철의 치료를 도와주고 있어 장주호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게다가 진서준은 장주호가 이 일을 해결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진서준이 대답하지 않자 장주호는 목소리를 높이며 화를 버럭 냈다.“내 말 들리지 않아? 귀먹었어?”장주호의 고함이 떨어지자 방 안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언성 높여 시끄럽게 떠들 거면 당장 꺼져.”진서준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냉랭한 말투로 대꾸했다.감히 장주호가 너무 시끄럽다고 하다니, 장주호는 그 말에 멈칫하다가 곧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내가 누군지 알고 그러는 거야? 감히 내게 시끄럽다고 호통쳐? 오늘 네가 우리 장씨 가문을 건드린 결과가 얼마나 비참한지 제대로 알게 될 거야.”이 청년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건방졌다.장주호는 여태껏 장씨 가문을 이토록 이렇게 무시하는 청년을 만난 적이 없었다.옆에 있던 신민준은 이 청년의 목소리가 다소 익숙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들으면 들을수록 이 목소리는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았고 이상하게도 친숙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민준아, 네가 먼저 저놈 좀 혼내고 와.”장주호는 신민준에게 명령하며 이미 죽은 사람을 보는 것 같은 싸늘한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신민준은 즉시 체내의 강기를 손가락 끝에 모으고 가볍게 튕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젊은 종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종사는 함부로 모욕할 수 없다는 건 알지만 이 여자는 내 여동생이고 우리는 장씨 가문 사람이야. 너희가 정말 이런 사소한 일로 우리 장씨 가문과 적대할 작정이야? 나중에 자존심 때문에 목숨을 잃지나 말라고!”장문주는 얼음처럼 차가운 얼굴로 냉정하게 말했다.종사는 모욕할 수 없다는 말을 장문주는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본인이 장씨 가문 사람인 이상, 종사라고 해서 그들을 쉽게 건드릴 수는 없었다.심지어 대종사라고 해도 장씨 가문과 정면으로 부딪치기를 꺼렸다.“그렇다면 네 여동생이 여기서 죽는 모습을 지켜보면 돼.”진서준은 눈을 살짝 감고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사과하지 않으면 죽는 길밖에 없었다.진서준의 말은 언제나 실행에 옮겨졌다.“오빠... 제발 날 살려줘...”장문주의 여동생은 말할 기력조차 거의 다해 두 눈이 금방이라도 감길 듯했다.“조금만 버텨, 주호가 곧 올 거야!”장문주는 이제 말로 여동생을 격려하며 억지로 버티게 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간호사의 통통했던 얼굴이 공기가 빠진 농구공처럼 말라버렸다.여동생이 무언가를 말하려다 갑자기 눈을 감았고 입을 살짝 벌렸으나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영자야! 눈 떠 봐!”그 모습을 본 장문주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급히 이름을 외쳤다.아무 반응도 없는 여동생을 보자 이미 숨을 거뒀음을 알 수 있었다.“이 망할 놈아! 감히 내 여동생을 죽여? 네 피로 이 빚을 갚아야 할 거야!”장문주는 머리를 들고 광기에 찬 맹견처럼 머리카락을 곤두세우고 진서준을 쏘아보며 울부짖었다.하지만 진서준은 눈조차 뜨지 않고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푹!순식간에 장문주도 여동생처럼 바닥에 쓰러졌고 그의 허벅지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구멍이 생겼다.“아까 분명 경고했지? 종사는 모욕할 수 없다고.”진서준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천천히 말했다.장문주는 온몸을 떨며 두려움과 분노가 뒤섞인 눈빛을 보였다.
진서준은 배신과 약속을 어긴 사람들을 누구보다도 증오했다.그동안 바빠서 장씨 가문에 대한 복수를 미뤘지만 공교롭게도 그들이 제 발로 진서준을 찾아왔다.이번 기회에 장씨 가문과 그때 일을 철저히 결산할 작정이었다.“네가 장씨 가문 사람이었어? 참 잘됐네. 너희 가주 장조인을 여기로 당장 불러.”진서준의 냉담한 목소리에 장문주는 순간 자기가 잘못 들었나 싶어 귀를 다시 문지르고 믿기 힘들다는 듯 진서준을 바라봤다.“뭐라고? 우리 가주를 여기로 부르라고?”장문주는 이 녀석이 무슨 웃기지도 않은 농담을 하는 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장씨 가문은 비록 강남에서 세 번째로 영향력 있는 가문이었지만 서씨 가문과 진씨 가문을 제외하고는 어느 세력도 감히 그들을 건드리지 못했다.그런데 이 애송이가 감히 그런 오만한 말을 내뱉다니, 장씨 가문을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것 같았다.“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진서준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장문주를 향한 눈빛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다.그 시선에 장문주는 소름이 끼쳐 심장이 멎을 뻔했다.이렇게 살기를 띤 눈빛은 태어나 처음으로 보는 것 같았다...“좋아! 네가 죽고 싶다면 내가 기꺼이 들어주지.”장문주는 즉시 휴대폰을 꺼내 장씨 가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장문주는 장씨 가문의 외척일 뿐, 직계가 아니었다.장문주의 신분과 지위로는 장조인에게 직접 연락할 수 없었지만 장씨 가문의 다른 사람에게 연락해 무인을 데려올 수는 있었다.곧이어 장문주는 휴대폰에 대고 병실 내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전화 너머의 목소리는 차갑게 세 글자를 던졌다.“기다려!”전화를 끊은 후, 장문주는 진서준을 향해 오만한 눈빛을 보냈다.“곧 우리 장씨 가문 사람들이 올 거야. 네 놈이 어떻게 비참하게 끝장날지 두고 보겠어.”장조인이 아닌 다른 장씨 가문 사람이라는 말에 진서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 자식이 멍청해서 자기 말을 못 알아듣는 건지 의심스러웠다.장씨 가문에서 진서준과 마주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오직
다음 순간, 진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차가운 눈빛으로 수간호사를 바라보았다.“1분 줄 테니 얼른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가족에게 네 장례 준비하라고 전화해야 할 거야.”장례 준비라니, 수간호사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단지 이 영감에게 몇 마디 욕설을 날렸을 뿐인데 장례 준비하라고 하다니, 이 남자는 너무 뻔뻔했다.수간호사 오빠를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렇게 대놓고 무시하는 건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과연 누가 장례 준비를 하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야. 우리 오빠가 곧 올 거야. 네가 끝장나는 건 시간문제야.”수간호사의 눈빛은 독기를 품고 있었고 그녀는 머릿속으로 이따가 진서준을 어떻게 괴롭힐지 생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수간호사가 자기 말을 믿지 않자 진서준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수간호사가 부른 사람을 기다렸다.약 30초 후, 병실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잠시 후, 수간호사와 살짝 닮은 중년 남자가 병실로 들어왔다.여동생의 참담한 모습을 본 남자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오빠, 드디어 왔어?”중년 남자를 본 수간호사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수간호사는 병원 교수인 오빠가 자기를 위해 복수해 줄 거라고 굳게 믿었다.장문주는 바닥에 흥건히 고인 피와 피가 멈추지 않는 여동생의 다리를 보다가 마침내 시선을 진서준에게 고정했다.병실 안에서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은 앉아 있는 이 청년뿐이었다.“이 사람이 병원 경호원을 때려 다치게 했고 그것도 모자라 무슨 수를 써서 내 다리를 이렇게 뚫었어. 오빠, 얼른 복수해 줘.”장문주가 침묵을 지키자 수간호사는 또 비명을 지르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다들 영자를 옆방으로 옮겨서 상처를 먼저 지혈해.”장문주는 뒤에 있는 경호원들에게 지시했다.경호원들이 수간호사를 들고 나갈 때, 그녀의 얼굴은 이미 창백해져 있었다.“아직 사과를 안 했어. 못 나가.”그때, 진서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고 그 평온한 목소
경호원 대장은 말하면서 고무 막대기로 진서준의 머리를 톡톡 치려고 했다.그러나 대장의 고무 막대기가 진서준의 머리에 닿기도 전에, 갑자기 대장의 배에서 엄청난 힘이 전해졌다.다음 순간, 경호원 대장은 고속으로 달리는 화물차에 부딪힌 것처럼 뒤로 날아갔다.쿵!둔탁한 소리와 함께 경호원 대장의 몸은 병실 벽에 박혀버렸다.대장은 이미 기절한 상태였고 온몸의 뼈 역시 모두 부러졌다.수간호사와 나머지 경호원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눈이 휘둥그레졌다.이 남자가 정말 사람이 맞은가?단 한 번의 발차기로 10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를 저렇게 쉽게 날려버리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진서준과 권해철은 이 상황에 익숙한 사람처럼 아무런 동요 없이 담담하게 치료를 계속했다.모두가 놀라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 방 안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10초 안에 내 눈앞에서 사라져.”진서준은 권해철에게 약을 바르면서 경호원들에게 경고했다.진서준의 말을 듣고서야 경호원들은 정신을 차렸다.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몇몇 경호원은 곧바로 대장을 들어 올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허겁지겁 병실을 나갔다.순식간에 병실에 남겨진 건 멍하니 서 있는 수간호사뿐이었다.수간호사는 오랫동안 멍해 있다가 겨우 공포를 이겨내고 이성을 되찾았다.“건방진 이유가 바로 이거였어? 무도 쪽 사람인가 보네?”수간호사는 이를 악물고 흉측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노려보았다.“이건 마지막 경고야, 얼른 사과해.”진서준은 수간호사를 바라보지도 않고 차갑게 말했다.“사과하라고? 꿈 깨. 이따가 너희 둘 다 무릎 꿇고 내게 사과해야 할 거야.”수간호사는 돌아서서 다시 사람을 부르려고 했다.하지만 이번엔 진서준이 기회를 주지 않았다.조금 전 진서준은 이미 수간호사에게 기회를 줬지만 수간호사는 그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진서준이 손가락을 튕기자 보이지 않는 기운이 수간호사의 허벅지에 닿았고 한순간에 수간호사의 허리보다 더 두툼한 허
철썩!중년 여자는 따귀를 맞고 제자리에서 거의 여덟 바퀴 돌았고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그리고 동시에 입안의 이가 시뻘건 피와 함께 입 밖으로 튕겨 나갔다.진서준의 이 귀싸대기는 중년 여자를 어안이 벙벙하게 했다.여자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한 눈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이 병원에서 여자에게 대들거나 소리친 사람은 한 번도 없었고 여자의 얼굴에 손을 대는 사람은 더욱 있을 수 없었다.“감히 날 때려? 오늘 넌 이 폐인이랑 함께 끝장날 거야!”중년 여자의 눈이 붉게 달아올랐고 미친 사자처럼 화를 버럭 내며 고함을 질렀다.하지만 진서준은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쌀쌀한 눈빛으로 여자를 쳐다보며 한 번 더 강조했다.“사과해.”“죽어도 안 할 거야. 여기서 꼼짝 말고 기다려. 지금 당장 사람을 부르러 갈 거니까.”중년 여자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 병실을 나갔다.진서준은 그 여자를 제지하지 않았다. 작은 수간호사가 과연 어떤 엄청난 배경이 있는지 지켜보려고 했다.“진 상경님,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사실 저 여자가 말한 것도 틀린 건 아니에요. 전 죽음을 앞둔 사람이에요...”눈에 서글픈 감정이 넘쳐나는 권해철은 자기 인생을 한탄하며 한숨을 내쉬웠다.여태껏 유명세를 누리며 살아온 자기 인생이 이렇게 비참하게 끝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런 우울한 말 하지 마세요. 오늘 점심 식사 전에 권 마스터님을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모습으로 치료해 드릴게요. 그리고 권 마스터님의 끊어진 경맥과 단전도 제가 해결해 드릴 방법을 찾아낼 거예요.”경맥과 단전은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진서준이 절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수간호사가 오지 않자 진서준은 간호사 스테이션에 가서 나이 많은 간호사 두 명에게 권해철의 옷을 벗기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권해철이 노인이란 사실을 알고 두 중년 간호사는 별다른 생각이 없이 권해철의 옷을 벗겨주었다.권해철의 옷이 벗겨진 후, 진서준은 어젯밤에 서씨 가문에서 준비한 고약을 꺼냈다.이 검은색 고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