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몇 년 전, 한 무리의 골드러시가 난사 부근에서 고대 문물을 발굴하여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었다.심지어 국가 차원에서도 탐사대를 수없이 보냈지만, 왕모묘가 워낙 바다 밑에 있는지라시공 난도가 너무 커서 포기했었다.진서준은 임배가 그곳까지 찾아가서 보물을 구해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진서준의 얼굴에 나타난 놀란 표정을 본 임배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내가 말한 절세보검은 바로 그 왕모묘에서 나온 것입니다.”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쓴웃음을 지었다.“하산할 기회가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임배는 진서준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리며 위로했다.“반드시 기회가 있을 겁니다. 내가 미리 물건을 어디에 숨겼는지 알려줄 테니, 언젠가내려갈 수 있으면 바로 가요!”이내 임배는 보검을 숨긴 곳을 진서준에게 알려주었다.진서준은 듣고 몹시 놀랐다.“묘지에 숨기셨다고요?”“목소리 낮춰요!”임배는 주위를 둘러보고나서 아무도 두 사람을 주목하지 않는 것을 보고 계속해서 말했다.“그곳에 숨겨야 아무도 찾지 못하니깐, 밤에 쉴 때 자세한 위치를 그려줄게요.”밤에 휴식할 때, 임배는 검을 숨긴 곳을 그려서 진서준에게 주었다.진서준은 약간 감동은 되지만 또한 잘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그에게 물었다.“임배 씨, 왜 나한테 잘해줘요?”“당신만이 내가 가진 임씨 방계의 신분을 멸시하지 않으니까요.”임배는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은범을 비롯한 8명은 모두 대가족의 직계다.그들의 눈에는 방계가 바로 직계의 종이기에 저희가 방계에게 시키는 일은 방계 가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임배가 임가의 방계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아무도 그에게 좋은 내색을 보이지안았다.오직 진서준만이 예전과 다름없이 임배를 대했다. 아무런 멸시도, 조롱도 없었다.진서준은 임배의 설명을 듣고 감개무량했다.혈연으로 사람들을 등급으로 나누어 차별 취급하다니, 정말 가엾은 사람들이었다.“간계를 부리는 사람만 아니라면 전 차별하지 않습니다.”그 후 며칠
임배가 이렇게 흥분하는 것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다.그들처럼 오디션을 통해 신농곡에 들어온 무인들이 신농곡의 제자가 되려면 적어도 2년은 걸릴 것이었다.내실 제자가 되려면 시간뿐 아니라 운도 따라야 했었다.신농곡의 장로가 제자로 받아들이는 사람만이 내실 제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전에 진서준이 신농곡 입구에서 만난 두 사람은 신농곡에 들어온 지 8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외실 제자에 불과했다.“그럼 힘내세요.”진서준은 싱긋 웃으며 임배의 어깨를 두드렸다.“평안 씨는 왜 이렇게 덤덤합니까? 당신은 내실 제자가 되고 싶지 않습니까?”임배는 진서준의 태도에 조금 놀랐다.담담, 평온, 내실 제자의 신분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만약 그들이 내실 제자가 되었다면, 용전은 감히 그들에게 이렇게 함부로 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나는 강해지고 싶을 뿐이지, 내실 제자가 되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진서준은 싱긋 웃었다.“쯧쯧, 과연 당신 각오가 나보다 높긴 높네.”라고 임배는 감탄했다.진서준은 웃으며 대답하지 않았다.이는 진서준의 솔직한 생각이기 때문이었다.만약 실력이 충분했다면, 그는 바로 장로 다락방 뒤편의 작은 집으로 쳐들어가 어머니를 구출할 수 있었을 것이다.진서준이 신농곡에 들어온 지 어느덧 보름이 되었다. 이제 보름만 더 지나면 4월이다.4월은 해외 무인들이 대거 대한민국 무도를 포위 공격하는 시기다.진서준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다.바로 진서준이 자신의 어머니를 어떻게 만나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그날 낮, 장로 다락방의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곧이어 다섯 명의 장로들이 동시에 나타났다.진서준은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어, 다섯 장로가 내실 제자들에게 뭐라고 말하는지 들을 수 없었다.잠시 후, 다섯 명의 장로들은 신농곡 밖을 향해 걸어 나갔다.그들은 다락방을 떠났다!진서준은 눈앞이 확 트이는 것 같았다.이것은 하늘이 내려주신 기회인 것 같았다.다섯 명의 장로가 모두 사라졌으니, 지금이 바로 몰래 어머니를 만
“어머니, 진짜 접니다, 전 서준입니다!”진서준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준아, 내 아들아!”조희선은 즉시 몸을 숙여 진서준을 단번에 덥석 껴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하지만 조희선은 금방 눈물을 거두고 수심에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서준아, 넌 어떻게 들어왔니? 신농곡은 철옹성이야. 게다가 내 앞에 있는 다락방은 신농곡의 다섯 장로의 거처야.”“만약 네가 그들에게 잡히면, 네 아버지의 고된 노력은 헛수고가 되고 만다.”진서준은 조희선의 손을 잡아 의자에 앉히고 즉시 설명했다.“괜찮습니다. 어머니, 전 그 다섯 장로가 오늘 신농곡을 떠나는 것을 보고 기회를 타서 몰래 들어온 것입니다.”조희선은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들이 없으면 됐다…”“어머니, 물어볼 게 있습니다. 제 아버지는 누구고, 왜 여기에 갇혔으며, 엄마는 애초에 왜 아무 말도 없이 떠났습니까?”진서준은 이미 많은 내막을 알고 있지만, 어떤 일은 여전히 자신의 어머니가 직접 말하는 것을 듣고 싶었다.조희선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이제는 너도 진실을 알아야 할 때다.”“네 아버지의 이름은 진요한인데, 경성 진씨 집안 사람이고, 나의 본명은 임수련이며, 임씨 집안 사람이다.”“처음에 네 아버지와 나는 첫눈에 반했었고, 진씨 가문과 임씨 가문도 혼인을 맺을 뜻이 있어서, 나는 네 아버지에게 시집갔단다.”“그 후 네 아버지는 한 사람을 따라 선법을 수련하셨는데, 실력이 비약적으로 늘었단다. 나도 그때 네 아버지를 대신해서 기뻐했지만, 네 아버지는 또한 그로 인해 재화를 초래했다.”“대한민국 무도계가 나와 네 아버지를 살해하려 했을 뿐만 아니라, 해외의 이도들, 심지어 4대 은세종문까지 네 아버지를 찾아다니며 살해하려 했단다.”“하지만 그때 나는 이미 너를 회임했고, 네 아버지는 우리 두 모자가 피해를 보는 것이 두려워서, 신농을 따라 신농 금지 구역에 들어가 자신을 숨기기로 했다.”“내가 너를 낳은 후, 네 할아버지 진혁은 우리 두 모자에게 무
“얼씨구? 모자지간의 정이 너무 깊어 눈물이 날 것 같네.”이때, 밖에서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소리를 듣자마자 진서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용전!”조금 전까지 진서준의 관심은 온통 조희선에게 쏠려 있어서 밖에 누가 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이제야 용전의 목소리를 들은 진서준은 용전이 이미 밖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진서준은 용전이 자기를 방금 알아챈 건지, 아니면 이미 정체를 알고 있었던 건지 헷갈렸다.용전은 방으로 들어와 조롱이 섞인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널 진서준이라고 불러야 하나, 아니면 김평안이라고 불러야 하나?”용전이 진서준의 또 다른 이름을 말하자 진서준의 마음은 깊은 절망으로 가라앉았다.오늘 다섯 장로가 떠난 게 아무리 생각해도 진서준에게 보여주기 위한 술책이었을 것 같았다.그 목적은 바로 진서준을 이 함정에 빠뜨리려는 것이었다.“신농곡 다섯 장로도 사실 안 떠난 거지? 오늘 장로들이 떠난 건 연기였어?”진서준은 심각한 표정으로 용전을 바라보며 물었다.신농곡의 다섯 장로가 아직 남아있다면 오늘은 정말 위태로운 상황이 될 수 있었다.“너 하나 때문에 연극을 한다고? 네가 그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용전은 가차 없이 진서준을 비웃었다.“우리 신농곡 다섯 장로는 진짜 볼일이 있어 나간 거야, 네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연극을 한 게 아니야. 너 같은 단역 배우 때문에 그분들이 연극을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용전의 말은 틀린 게 없었다.신농곡의 다섯 장로는 그야말로 절정의 고수들이었다.그들 앞에서는 호국장군조차 고개를 숙이고 예를 갖춰야 할 정도였다.게다가 다섯 장로는 이런 일에 신경 쓸 만큼 한가하지도 않았고 다들 나름의 자부심이 있었다.그런 사람이 아니었기에 조희선이 스스로 덫에 걸려들었을 때 다섯 장로는 조희선을 이용해 진서준을 유인하려 하지 않았다.“서준아, 어서 도망쳐!”조희선은 곧장 진서준을 향해 외쳤다.“저 사람들은 나에게 감히 손대지 못해!
진서준은 속전속결로 용전을 쓰러뜨리고 조희선을 데리고 신농곡에서 탈출하기로 결심했다.“좋아, 나가서 한 판 붙자.”용전은 곧바로 몸을 돌려 작은 오두막을 나서더니 근처의 아무도 없는 수련 장소로 이동했다.“엄마, 여기서 절 기다려요. 저 잠깐 나갔다 올게요.”진서준은 조희선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용전의 뒤를 바짝 따랐다.밤이 되면 신농곡의 링에서 교전을 벌이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에 용전은 자기와 진서준의 싸움이 다른 사람들에게 들킬 거라 염려하지 않았다.평소 용전은 매우 거만하고 누구도 안중에 두지 않는 듯했지만 사실 그의 생각은 상당히 치밀했다.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면 용전은 신농곡의 대장로에게 제자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이다.진서준과 용전은 링에 도착했고 두 사람은 서로를 신중하게 주시했다.용전이 먼저 천천히 입을 열었다.“진서준, 정말 고맙구나. 네가 아니었으면 이 모든 비밀을 알아내지 못했을 거야.”용전의 말을 들은 진서준은 잠시 멍해졌다.“내 정체를 조금 전 알게 되었단 말이야?”“그래!”용전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인피면구는 정말 대단하더라. 우리 장로들조차 속일 수 있을 줄은 몰랐어.”그날 오장로가 진서준의 가면을 알아차렸다면 오늘 밤의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터였다.이제 진서준은 완전히 안심할 수 있었다.용전만 처리할 수 있다면 엄마와 함께 신농산을 몰래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장로들은 속였지만 널 속이진 못했구나...”진서준은 차갑게 말했다.“네겐 아직 기회가 있어, 날 이기기만 하면 돼.”용전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근데 날 이긴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거야.”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용전의 모습이 사라졌다.용전의 속도는 번개와도 같아 짙은 밤의 어둠과 하나가 된 듯했다.그 모습에 강렬한 위기감이 진서준의 마음속에서 솟아올랐다.여러 차례 생사가 오간 경험이 진서준에게 눈앞의 용전은 문호동보다도 훨씬 강하다고 경고하고 있었다.하지만 진서준은 포기하지 않았다. 진서준은 반드시 엄마
용전이 지원을 부르자 진서준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정말 비겁하구나!”분노가 치밀어 오른 진서준이 욕설을 퍼부었다.싸움에서 밀리자 지원을 부르다니, 자칭 천재라는 용전이 그야말로 천재라는 타이틀에 먹칠하는 어이없는 행동이었다.하지만 용전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냉소하며 말했다.“그래, 내가 비겁하면 어쩔 건데? 날 죽이기라도 할 거야? 명심해, 체면 같은 건 아무 쓸모도 없어. 진짜 중요한 건 실력이야!”그 말을 끝으로 용전은 서둘러 뒤로 물러나 진서준과 더 이상 정면으로 맞붙지 않았다.곧 지원이 도착할 테니 용전은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진서준도 더 이상 용전을 쫓지 않고 몸을 돌려 작은 오두막으로 돌아갔다.“엄마, 우리 빨리 나가요!”진서준은 조희선의 손을 잡고 급히 바깥으로 나가려 했다.“서준아, 너 혼자 도망쳐. 엄마까지 데리고 가면 도망치기 힘들잖아.”조희선은 다급하게 진서준을 설득했다.결혼 전에 무도를 몇 년 배운 조희선이었지만 진서준과 진서라를 데리고 서울시로 온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수련한 적이 없었다.지금의 조희선은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 어지간한 성인이라면 누구나 이길 수 있는 수준이었다.진서준이 그런 조희선을 데리고 도망치는 건 무거운 짐을 지고 뛰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아니에요, 죽어도 절대 혼자 도망치지 않을 거예요!”진서준은 이를 악물고 조희선을 등에 업었다.신농곡에서 전투 중 크게 다쳐 죽을 수는 있어도 진서준은 어머니를 두고 혼자 도망칠 수는 없었다.진서준은 쌀쌀한 표정으로 자기를 겹겹이 둘러싼 신농곡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이들 대부분은 육급 대종사 경지에 있었고 그 중 몇몇은 칠급이었다.하지만 진서준의 눈빛에는 두려움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서준아...”진서준의 결의에 찬 눈빛을 바라보며 조희선의 마음은 복잡하고 심란했다.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조희선은 절대 진서준이 이렇게 험난한 길을 걷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조희선은 단지 진서준이 평범하게 살아가기를 원했을
진서준은 천천히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용전은 진서준을 내려다보며 귀를 파다가 비웃듯 말했다.“야, 너 유언은 다 했냐? 아직 할 말 있으면 좀 더 시간을 줄게.”그때 신농곡의 다른 제자들이 물었다.“용전아, 저 녀석 누구야? 처음 보는 얼굴인데? 완전 낯설어.”“설마 우리 신농곡에 몰래 들어온 건 아니겠지?”“용전아, 이 녀석은 어떻게 만난 거야?”제자들의 질문에 용전이 차근차근 설명했다.“이 녀석은 김평안이라는 가명을 쓰고 이번 선발대에 끼어들었어. 며칠 전부터 저 녀석이 수상하더니 오늘 밤 몰래 따라가 보니까 여기까지 침입해 있더구나.”제자들의 목소리가 진서준과 조희선의 귀에 들려왔지만 두 사람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조희선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래, 근데 네가 그때 신나서 어쩔 바를 모르던 모습 보면서 엄마는 고생한 보람이 있다고 느꼈어.”진서준은 조용히 되뇌었다.“그러다 제가 고등학교에 올라가고 대학에 진학한 후에야 엄마의 어려움을 알게 되었어요. 대학 때 알바해서 돈을 벌어 엄마의 부담을 줄여드리려고 했지만 결국 유지수에게 빠져버렸죠.”진서준은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전 어렵게 번 돈을 모두 유지수에게 썼고 정작 나를 낳아 힘들게 키운 엄마에게는 무심했어요. 그런데도 엄마는 한 번도 저를 탓하지 않았고 오히려 생활비를 덜어 절반이나 제게 줬어요. 저와 유지수가 굶지 않고 추운 겨울을 지내지 않게 하려고요.”진서준의 눈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그는 유지수를 미워하면서도 한심한 자기가 더 증오스러웠다.진서준은 어른이 되면 어머니의 짐을 덜어드릴 수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성인이 되고 보니 오히려 어머니의 짐이 더 무거워졌다는 걸 알게 되었다.“졸업을 앞둔 해에 제가 예물로 줄 3000만 원을 내놓으라고 했을 때, 엄마가 한동안 멍하니 계셨던 게 기억나요. 엄마가 대답을 안 하시자 제가 화를 내며 다른 사람 엄마 같으면 망설임 없이 줬을 거라며 화냈죠. 그 말이 엄마의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했을지 생각도 못 했어요. 당
“진서준, 네가 감히 우리를 없는 사람 취급해?”용전의 눈에는 분노가 서렸고 얼굴은 얼음처럼 차가웠다.그 자리에 있는 신농곡 제자들은 무려 스무 명에 가까웠다.다들 오급 대종사 이상의 실력을 갖춘 무인들이었다.이토록 강력한 무인들이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진서준이 엄마를 지켜드린다는 말을 내뱉다니, 이건 대놓고 무인들을 무시하는 것이나 다름없었고 또한 신농곡에 대한 적나라한 도발이었다.“넌 기껏해야 육급 대종사 정도잖아.”용전은 진서준을 노려보며 차갑게 말을 이었다.“심지어 호국장군 정도 되는 사람들도 우리 신농곡에서는 이토록 오만하게 굴지 않아.”호국장군은 팔급 이상의 대종사인데 이런 대종사조차 신농곡에서 함부로 날뛸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육급 대종사인 진서준이 포위망을 뚫고 나간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저 녀석을 때려눕히자.”“나도 자러 가야 하니까, 그만 얘기하고 얼른 정리하자.”짜증 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더니, 다음 순간 신농곡 제자 세 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하지만 조희선은 달려드는 세 사람을 아랑곳하지 않고 진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엄마는 널 믿어.”“눈 감고 푹 주무세요. 내일 아침이면 우리가 이곳을 떠나 밖에서 깨날 거예요.”진서준은 조희선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그러자 조희선은 서서히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그 모습을 본 진서준의 입가에 미소가 살짝 떠올랐다.“어릴 적에 천둥 치던 날, 저랑 서라가 얼마나 겁에 질렸든지 기억나세요? 엄마는 휴가를 내고 폭우를 뚫고 집으로 달려와 우리 둘의 등을 이렇게 토닥여주시면서 잠들게 해주셨죠. 그리고 우리가 잠들자마자 다시 빗속을 뚫고 출근하셨고요.”진서준이 한 발 앞으로 내디디자 그의 주변에는 푸른빛과 붉은빛이 섞인 기운이 서서히 피어올랐다.그 기운은 마치 방벽처럼 진서준과 조희선를 둘러싸고 있었고 아무리 강한 공격이라도 이 방벽을 뚫지 못할 것 같았다.신농곡의 세 제자가 온 힘을 다해 공격했지만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