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김홍수는 이제 고통마저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계속하여 고함을 지르며 뛰어왔다.500m의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져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왔고 초능력 저격총은 이제 더 이상 그를 조준할 수 없게 되었다. 하여 양예찬은 초합금 비수를 꺼내 들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김홍수에게 달려들었다.이민혁은 옆에서 팔짱을 낀 채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대전을 흥미진진하게 감상하기 시작했다.두 사람은 순식간에 부딪혔고 김홍수의 얼굴이 잔뜩 구겨지더니 그의 두 주먹은 아무런 조짐도 없이 양예찬을 향해 힘껏 내리쳤다.비록 그 어떤 규범은 없었지만, 김홍수의 힘이 워낙 무궁무진한지라 내리꽂는 주먹마다 어마무시한 힘이 실려 양예찬도 매번 그의 공격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양예찬도 어쨌든 전문적인 전투 인원이기에 그의 무력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양예찬은 계속하여 김홍수의 공격을 피하는 동시에 그의 초합금 비수는 손에서 위아래로 쉴 새 없이 펄럭이며 김홍수의 몸에 끊임없이 상처를 냈다.충격을 받은 김홍수는 짐승처럼 사납게 고함을 지르며 양예찬에게 주먹을 휘둘렀다.두 사람의 대전은 상당히 흥미진진했다.싸움은 몇 분 동안 계속 지속되었고 양예찬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단칼에 김홍수의 심장을 찔렀다.이는 일반인에게 있어서는 치명타이고 상대가 수행자라 하여도 필연코 중상을 입을 수 있는 일격이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김홍수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고 오히려 양예찬의 가슴을 주먹으로 세게 내리쳤다.펑 하는 소리와 함께 양예찬은 피를 내뿜으며 십여 미터 날아가서야 멈추었다.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입가에 선혈이 계속 흐르는 걸 보니 상처가 절대 가볍지 않은 게 분명했다.하지만 양예찬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숨을 몇 번 돌린 후 다시 김홍수에게 사납게 달려들어 싸움을 이어나갔다.김홍수의 몸에는 이미 십여 개의 깊은 상처가 있었고 심장 위치에 생긴 상처는 더더욱 심각했다.하지만 그는 마치 아픔도, 후퇴도 모르는 것처럼 오히려 싸우면 싸울수록 더 용맹해져 양예찬의 실력으로는 점점
그러자 이민혁이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이 정도 영능은 남아있었지.”그 말을 들은 양예찬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그는 바위에 기대앉아 얼마 남지 않은 영능을 동원하여 상처를 제어하였다.그 시각, 뇌쇄 때문에 꼼짝없이 묶여버린 김홍수는 마치 속박당한 야수처럼 끊임없이 발버둥 쳤다. 그러나 그의 발악에도 이민혁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오로지 돌아다니며 그의 몸을 찬찬히 관찰했다.“김홍수, 넌 어쩌다가 이 모양이 된 거지?”이민혁이 물음을 건넸지만, 김홍수는 여전히 고함으로 그의 물음에 답했다.그러자 이민혁은 혀를 끌끌 찼다.“보아하니 이젠 남은 이성도 별로 없는 것 같구나.”곧이어 김홍수의 모든 상태를 체크한 이민혁은 다시 양예찬의 옆에 다가와 물었다.“이젠 무슨 절차가 남은 거지?”“당연히 소멸해야죠.”양예찬이 당연하다는 듯 답하자 이민혁도 어깨를 으쓱하며 수긍했다.“그래.”다시 김홍수의 눈앞에 다가온 이민혁은 그의 가슴팍에 박힌 해골 자국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어이, 해골교, 너희들 대장이 내 손에 죽은 건 알아?”“크악!”김홍수가 고함소리를 내자 이민혁이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뭘 배워도 다 좋은데 왜 하필 해골교 신도로 들어가서는, 지금 네 꼴을 봐.”이민혁은 이제 대충 김홍수가 해골교의 모종 사술을 배워 점점 마화가 되어가며 이성을 잃어 살해행위를 했다는 것을 추측해 낼 수 있었다.쉬지 않고 피만 빨아먹는다면 그의 힘은 부단히 성장할 것이지만 동시에 그의 지력은 점점 퇴화할 것이다.하지만 이게 정말 가장 무서운 것이다. 만약 그를 계속하여 내버려두면 충분히 강대한 힘을 얻게 된다. 하지만 강대하기만 하고 이성이 없는 사람의 파괴력은 말로 이룰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다.그러나 김홍수는 아직 조금의 이성이 남아있는 상태이기에 도시에서는 오래 머물 수 없다고 판단되어 산으로 도망쳐 왔을 것이다.이곳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짐승이 있기에 충분히 피를 빨아먹어야 하는 그의 수요
이민혁은 어쩔 수 없이 차에서 내려 조정철을 바라보면서 말했다.“저기 친구, 사람 귀찮게 하지 말지.”“이 자식이 지금 누구랑 호형호제하는 거야?”양진우가 호통을 쳤다.“이 새끼가 뭘 모르나 본데.”“곧 죽을 것 같은데. 상황 파악이 안 되는군.”“감히 우리 조씨 가문 도련님을 건드려? 죽으려고 환장했네.”“강구시에서 감히 이렇게 날뛰다니. 씨발. 우리가 만만해 보여?”이들은 이민혁을 조롱하며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 심지어 두 여자애는 입을 틀어막고 웃고 있었고 이민혁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민혁은 쭈욱 훑어보더니 이들이 재벌 2세가 혹은 권세가 집안 도련님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돈과 권력이 있어 아무도 안중에 두지 않고 오만방자한 것이 습관된 자들 같았다.이민혁은 껄껄 웃으며 조정철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몇 마디 대꾸했다고 이 정도로 싸울 일이야?”“이게 말싸움 때문인 것 같아?”조정철이 차갑게 대답했다.“강구시에서 아무도 나를 명령할 수 없어. 내가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아서 그렇지. 아니면 너는 이미 산속에 던져져 짐승 먹이가 되었을걸.”그러자 이민혁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너희들이 이렇게 사는 거, 집안 어른들은 상관하지도 않아?”“씨발, 네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살고 싶지 않은가 본데?”“오늘 네 다리를 부러뜨리지 않으면 자기 주제를 모를 것 같구나!”이들은 계속해서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고 이민혁은 이들 안중에도 없었다. 그러자 이민혁의 안색은 어두워지며 천천히 말했다.“비켜.”“가려고?”조정철이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어림없지. 하지만 감방으로는 갈 수 있게 해줄게.”“자꾸 싸우고 죽이고 이러지 말자 우리. 응?”조정철이 덤덤하게 말하자 양진우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물었다.“형님, 그러면 어떻게 까요?”“나는 얘네가 불법 사냥을 하는 것 같아. 특경을 불러 일단 잡아넣고 천천히 심문해 보지 뭐.”조정철이 사악하게 웃으면서 말하자 양진우는 껄껄 웃었다.“역시 형님이 한
조정철은 특경이 오는 것을 보자 멈추라고 소리를 쳤다. 그는 신분을 지키며 너무 눈에 띄지 않으려고 했다. 게다가 그는 음흉한 수단을 더 즐기는 사람이었다.조정철은 상대방을 죽지 않을 만큼 괴롭히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을 즐겼다. 이는 그에게 묘한 쾌감을 주었다.특경에게 먼저 이민혁을 잡아가게 한 다음 천천히 괴롭히는 것이 때리고 죽이는 것보다 더 재밌을 것 같았다.조정철은 화를 억누르고 애써 미소를 지었다. 이때 팀장이 다가와서 이민혁을 힐끗 쳐다보고는 조정철에게 물었다.“무슨 일입니까?”“그쪽은, 어떻게 부르면 되죠?”조정철이 덤덤하게 물었다. 그는 이 팀장과 초면이다. 그는 단지 근무팀 부대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람을 보내달라고 했을 뿐이다. 그러기에 이 팀장이 자기 신분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다.“특수 근무팀, 제2소대 팀장 마동현입니다.”조정철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었다.“이 사람이 불법 사냥을 하고 봉쇄 구역에 무단 진입하고 불법 활동을 하는 것 같습니다. 당장 이 사람을 체포하고 심문해 보세요.”“정말입니까? 무슨 증거라도 있어요?”마동현이 물었다. 그러자 조정철이 웃으면서 대답했다.“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증언할 수 있습니다. 저들이 비밀 장비와 무기 같은 것을 가지고 남양산 봉쇄 구역에 들어간 것을 직접 목격했습니다.”“맞아요. 우리가 증언할 수 있습니다.”“제가 직접 봤는데 저들이 검은색 가방을 들고 수작을 부리더라고요.”“얼른 잡아가세요. 틀림없을 거예요.”조정철의 부하들은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때 마동현이 이민혁에게 다가와 굳은 얼굴로 물었다.“이름이 뭡니까?”“이민혁이요.”“저들이 말한 게 다 사실입니까?”“뭐 비슷하죠.”“그럼 범행을 인정한다는 거네요?”그러자 이민혁이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정말 어이가 없네요. 저 사람들 말 몇 마디로 내 죄를 단정짓는다고요?”“죄가 있는지 없는지 먼저 우리와 함께 돌아가서 조사를 받아보면 알겠죠.”이민혁은 차갑게 마동현을 쳐다보았다.
이민혁이 차갑게 말했다.“권세에 빌붙는 쓰레기라고요! 제가 잘못 말한 건 아니죠? 분명 저들이 단속하는 총기를 가지고 불법 사냥을 하면서 내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데 당신들은 말도 안 되는 말을 듣고 허위 증언을 진실로 받아들이다니. 나에게 묻지도 않고 나를 잡으려고 했잖아요. 그런 인간을 쓰레기라고 하는 건데 뭐가 틀렸어요?”“좋아. 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네가 이렇게 반항하면 내가 총을 쓸 수밖에.”이때 특경 두 명이 우르르 달려가 이민혁을 체포하려 했고 다른 사람들은 이민혁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그러자 조정철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고 그의 부하들은 깔깔대며 웃었다.‘장난해? 감히 강구시에서 나 조정철과 맞서다니. 이건 죽을 자초하는 거잖아!’그런데 바로 이때 이민혁이 한 발로 다가오는 특경 두 명을 쓸어버리자 두 사람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넘어졌다. 다른 사람이 이 모습을 보고 멍때리고 있는 순간 이민혁은 그들을 모두 제압하였다. 마동현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뺨을 얻어맞고 허리춤에 있던 총도 빼앗겼다.이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민혁은 이미 모든 무기를 발밑에 놓고 차갑게 그들을 노려보았다.조정철 등은 모두 어리둥절해졌다. 이민혁의 실력이 이렇게 대항할 줄은 몰랐다.그리고 마동현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민혁이 정말로 체포를 거부하고 그들의 총까지 빼앗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건 매우 심각한 사건이다.다른 특경들도 하나둘씩 기어서 일어났다. 그러자 마동현이 소리를 질렀다.“감히 특경을 습격하고 총을 빼앗다니, 이건 엄중한 범죄야!”“이 총은 내가 먼저 거두어들일 테니 책임자더러 와서 가져가라 해.”그리고 이민혁은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아 차 문을 열어둔 채 담배 한 대를 붙였다.이때 조정철의 부하들은 모두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이민혁을 쳐다보았다.‘실력이 너무 대단한데. 이 자식 누구지?’그런데 이때 조정철이 미친 듯이 크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무식해도 너무 무식해. 특경을 습격하고
조정철은 구조 요청한 경찰들이 오는 걸 보자 허리가 꼿꼿해지면서 재빨리 차 쪽으로 달려가 상황 보고를 하였다. 조정철 등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민혁이 아무리 싸움 실력이 대단하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경찰을 상대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속으로 기뻐하였다.조정철이 상황을 보고할 때, 수백 명의 특경들이 이민혁의 차를 겹겹이 에워싸고 장비를 꺼내 차 안을 조준하였다. 큰일인지라 특경대대 부대장과 경찰 측 책임자도 직접 왔다.무기를 잃어버리면 책임자도 큰 책임을 지게 되므로 누구도 방심할 수 없었다.마동혁은 부대장 앞으로 걸어가 사건의 경과를 보고했다.부대장 조태용은 어찌 된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바로 조태용이 마동현을 파견했기 때문이다. 조정철이 직접 부탁을 하였기 때문에 그의 체면을 세워줘야만 했다. 다만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조태용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감히 경찰을 습격하고 무기를 빼앗다니, 누가 이 책임을 질 수 있겠는가? 당장에서 범인을 사살해도 과언이 아니다.하지만 대장 박원호는 사건의 경과를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방금 김홍수의 일을 처리했는데, 지금 또 이런 사건이 터지다니. 박원호는 머리가 아파져 왔다.하지만 이런 심각한 사건에 그가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 치의 오차가 있으면 그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대장님, 현장에서 이 자식을 사살하면 그만입니다. 범인이 이렇게 많은 총을 빼앗았으니 매우 위험합니다.”부대장 조태용이 말했다. 박원호는 조태용을 바라보면서 진지하게 대답했다.“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 항복할 수 있다면 그 방향으로 가. 만약 싸움이 벌어지면 상대방도 많은 무기를 가지고 있어 사상자가 나올 것이야.”조태용도 조수인지라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경찰 측 관계자는 그 자리에 서 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쨌든 그들의 일이 아니니 도와주는 입장으로 지켜만 보았다. 끼어들어 불필요한 문제를 일으키기 싫어했다.말이 끝나자 박원호는 천천히 이민혁의 차를 향해 걸어갔다. 부대장 조
‘이건 이민혁네 차잖아. 초방위국 차량인데?’박원호는 고개를 돌려 다시 한번 확인했다.“범인이 이 차 안에 있는 게 확실해?”“틀림없습니다. 대장님. 저 총 좀 보세요. 바로 문 옆에 있잖아요.”마동현이 대답했다. 조태용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대장님, 아니면 특경들을 부르시죠. 이 자식이 특경 몇 명을 쓰러뜨리고 총을 뺏는 걸 보면 위험한 인물인 것 같습니다.”“원호 삼촌, 차라리 쏴 죽입시다. 만약 삼촌이나 여기 있는 누구라도 다치게 되면 수지가 맞지 않습니다.”조정철이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이때, 박원호는 이미 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이민혁의 얼굴을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비록 잘 보이지는 않지만 차로 판단하면 안에 있는 사람은 이민혁과 양예찬이 틀림없을 것이다.이들은 초방위국 사람이다. 박원호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존재이다.박원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조정철을 보면서 물었다.“정철아, 솔직하게 말해봐. 이 사람과 개인적인 원한은 없어?”“없어요. 절대 없습니다. 저는 단지 선량한 시민의 의무를 다하여 저 자식을 신고했을 뿐입니다.”조정철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박원호는 굳은 표정으로 조태용과 마동현을 바라보면서 차갑게 말했다.“너희도 똑바로 말해. 어떻게 된 일인지. 아니면 큰 실수를 저지르는 거야.”“대장님, 저희는 신고받고 나온 것뿐입니다.”조태용은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이 일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했다.박원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조정철과 이민혁 사이에 개인적인 원한이 없을 리가 없었다.아니면 조정철이 불법 사냥 같은 핑계로 이 소란을 피우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아무도 먼저 입을 열려고 하지 않자 박원호도 더 묻지 않았다. 모든 것을 절차에 따라 실행시킬 예정이었다. 누가 큰코다칠지는 그들의 운명에 달렸다.박원호는 어색하게 기침하고 소리를 질렀다.“어이, 저기. 차에 있는 분. 내려와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그러자 이민혁이 천천히 차에서 내렸다. 순간 모든 특경들
사실 박원호는 이미 알아듣게 설명해줬다.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조정철에게 이 사람은 감히 네가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니 얼른 사과나 하라는 진심 어린 충고를 전했다. 용서만 받을 수 있다면 정말 다행이었다.하지만 이미 잔뜩 들떠있던 데다 젊은 패기까지 더해진 조정철은 박원호의 말 속에 숨겨진 뜻을 미처 알아내지 못했다.멍하니 서 있던 조정철이 뒤늦게 화를 내며 말했다.“삼촌, 둘이 무슨 사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삼촌 상대해줄 시간 없거든요? 때가 되면 알아서 조져줄 테니까 일단 기다려봐요.”조정철의 치기 어린 도발에 박원호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사람은 안 변한다더니, 이 정도 경고 하나 못 알아듣는 멍청함은 여전했다.차가운 눈빛으로 조정철을 쏘아본 박원호가 말했다.“이분은 초방위국에 소속된 분이셔. 우리 담당이 아니라고. 못 알아들어?”박원호는 옛정을 생각해서라도 어떻게든 조정철을 도와주고 싶었다.하지만 이미 선을 넘어버린 조정철은 멈추는 법을 몰랐다. 되려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 필사적으로 눈치를 주고 있는 박원호에게 화를 내며 말했다.“초방위국이고 나발이고 그딴 거 난 들어본 적도 없고. 아무리 삼촌이라고 해도 오늘 저 새끼 하나 지켜준다고 설치면 삼촌도 같이 죽여버릴 거니까 그렇게 아세요.”조정철의 건방진 답변에 도와줄 마음을 아예 접은 박원호가 서리처럼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난 저분 못 막아줘, 네가 알아서 해.”예상치 못한 박원호의 답변에 조정철이 잠깐 멈칫했다. 박원호가 이 정도로 자신에게 면박을 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조정철의 부하들도 덩달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박원호가 혹시 조정철의 아버지가 자신의 상사라는 걸 잊은 건가? 신종 퇴사 방식인가?이민혁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박원호 대장님, 지금 일반인이 불법 총기 소지에 초방위국 소속 대원까지 위협하는데, 당장 체포해가셔야죠. 무력으로 감히 초방위국 소속 대원을 위협하려 드는 건 꽤 중죄 아닌가요? 데리고 가서 자세하게 심문 부탁드립니다.”“
남지유가 반쯤 잠든 채로 계속 뒤척이며 자세를 바꿀 때마다 이민혁의 몸이 반응했다.순간, 이민혁은 남지유를 안고 방에 가서 그녀를 덮치고 싶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어서 멈칫했다.애초에 그의 수련 공법에 큰 문제가 있었기에 만약 체질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사망할 가능성이 있었다.거기에 지금 혈신교 일까지 더해졌다.혈신교의 사도조차도 이렇게 강한데 그들의 보스는 더 강할 것이다.지금 혈신교와는 철천지원수가 되었으니, 그들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아마 이민혁 본인도 편히 있지 못할 것이다.이 일을 해결하기 전까지 그는 남지유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혹시라도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남지유는 하루아침에 과부가 되지 않겠는가.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는 얕은 한숨을 내쉬고는 정신력으로 남지유의 영혼을 쓰다듬어 그를 깊은 잠에 빠지게 한 뒤, 그녀를 번쩍 안아서 안방의 침대에 눕히고는 이불까지 잘 덮어줬다.그러고는 거실로 나와서 잡념을 떨치고 명상을 시작했다....해골의 땅,두개골 왕좌에는 거대한 남자가 여전히 조각상처럼 비스듬히 앉아서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두개골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구부정한 자세로 또다시 왕좌 앞에 서서는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며 말했다.“존경하는 피의 지존님, 제7 사도의 영혼의 불이 꺼졌습니다. 체내에 있던 피의 알도 신호가 끊겼습니다.”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거대한 그림자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보아하니 충분히 거대한 강자가 나타났나 보군.”“그런 것 같습니다. 존경하는 지존님.”또 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그림자가 말했다.“제9 사도더러 가라고 하게. 피의 알도 하나 가지고 가라고 해.”“피의 알을 가지고 간다고 하더라도 제9 사도 혼자서는 힘들지 않을까요?”노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싸우러 가라는 게 아니라 그 강자를 찾아서 피의 알을 전해주라는 뜻이야.”“네? 그 이유가 뭐죠? 그건 우리의 성물입니다. 얼마 남지도 않았어요.”노인이 이해되지 않는
마설현도 급히 이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빠, 괜찮아요?”전화를 받자마자 마설현이 다급히 물었다.“괜찮아. 거기 사장이 나랑 친해서 얘기 좀 하다가 각자 집으로 돌아갔어.”마설현이 한시름 놓으며 대답했다.“다행이네요. 난 오빠한테 무슨 일 생길까 봐 너무 무서워요. 진짜 무슨 일 생기면 난 우리 오빠한테 뭐라고 해요.”“걱정하지 마. 내가 서경시에서는 좀 힘이 있으니,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연락해. 내가 꼭 해결해 줄 테니까.”“알았어요. 고마워요. 오빠가 괜찮다니 이제 됐어요.”“그래. 안녕.”“안녕.”전화를 끊은 마설현의 마음속에는 작은 의혹이 생겼다.(듣고 보니 오빠 말처럼 민혁 오빠의 실력이 대단한가 보네. 근데 민혁 오빠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오빠도 말해주지 않고, 참 이상하네.)그때, 백수민이 상심한 얼굴로 들어왔다.김하늘이 물었다.“왜 그래?”“연락이 안 돼. 전화가 아예 꺼져있어.”백수민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그러자 우하영이 물었다.“혹시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지?”“고 대표님같이 높으신 분이 무슨 일이 있겠어. 내가 걱정하는 건, 민혁 오빠가 이렇게 난리를 쳐서 만약 고 대표님이 화가 나시면 앞으로 다들 가깝게 지내지 못할 게 뻔하잖아.”백수민이 마설현을 보며 말했다.마설현은 한숨을 내쉬고는 자기 침대로 가서 책을 보기 시작했다.마설현은 흥하고 콧방귀를 뀌고는 화장을 지우러 갔다. 누가 봐도 그녀는 마설현에게 불만이 있어 보였다. 필경 고기명은 그녀 마음속의 황금알 낳는 거위니까.이민혁은 막 해호도에 도착하자마자 안수연의 연락을 받았다.안수연이 웃으며 말했다.“덕분에 또 한 건 했네요.”“말로만 고맙다고 하지 말고 행동으로 좀 보여줘 봐.”이민혁이 대답했다.“걱정 하지 마세요. 이제 밥 살게요.”“그 약속 언제 지키는지 기다릴게.”말을 마친 이민혁이 전화를 끊고 자기 방으로 향했다.(앞으로 고기명 패거리는 설현이를 건드릴 생각을 못 하겠지.)이민혁이 허허 웃고는 방
유천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세 사람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너희들이 대단하신 선배님도 못 알아보고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선배님이 너희들의 한쪽 다리만 부러뜨리라고 하지 않았으면 오늘 내 손에서 살아서 나갈 수 없었을 거야!”고기명은 유천이 계속 다가오자, 무서움에 말까지 더듬었다.“유 사장, 당신 나한테 손대기만 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유천은 망설이지 않고 고기명의 복부를 가격했고, 그 충격으로 고기명은 고통을 호소하면서 몸을 움츠렸다.유천의 공격은 멈출 줄 몰랐고 곧이어 이민혁의 명령대로 고기명의 한 쪽 다리를 사정없이 부러뜨렸고, 고기명은 한 번의 반항도 하지 못하고 비명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노호와 석한 또한 놀란 표정으로 한순간 제압당한 고기명을 바라보았다.다음 순간, 유천은 두 명의 부하에게 눈짓을 하자, 부하들은 노호와 석한을 단번에 제압해 버렸다.유천은 주저 없이 그들한테 다가가서 한 쪽 다리를 밟아 부러뜨렸다.고기명과 친구들은 싸워보지도 못하고 모두 바닥에 쓰러진 채 고통에 울부짖으며 식은땀을 흘렸다.유천은 이민혁의 지시에 따라 일을 처리한 후, 또다시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께서 시키신 대로 다 처리했습니다. 제가 더 할 일이 있습니까?”그러자 이민혁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괴로운 얼굴로 고통을 호소하는 고기명과 친구들에게 다가갔다.“너희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건 의견이 없지만 설현이를 괴롭히거나 귀찮게 하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오늘은 그냥 경고의 의미로 다리 하나만 부러뜨렸지만, 다시 내 귀에 이런 일이 들리면 각오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카리스마 넘치는 말투에 겁나서 고개만 끄덕였다.이민혁은 고기명의 주위에 떨어진 파란 알약에 시선이 갔고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지면서 물었다.“그녀들한테 감히 이런 걸 먹이려고?”고기명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부랴부랴 설명했다.“그냥 저희끼리 먹으려고 가지고 다녔을 뿐, 그녀들에게 먹일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내 생각
유천은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고기며과 친구들이 VVIP였기 때문에 이민혁의 진정한 신분을 알기 전까지는 움찔해서는 안 되고 최대한 당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민혁은 담담하게 유천에게 자기 신분을 말했다.“잘 들어! 장호를 주먹으로, 민경호를 칼로 베어 죽인 사람이 바로 나야! 이제 내 정체를 알았으니 너희 같은 쓰레기들의 일에 내가 나선 걸 영광으로 알아야 하지 않겠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말한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그가 더욱 오만한 태도로 나오는 것이 더욱 맘에 들지 않아 유천에게 따졌다.“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정신이 어떻게 된 거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네!”“유 사장, 더 이상 듣고 싶지도 않으니 빨리 처리해!”그들은 이민혁의 싸움 실력을 본인들이 상대하기에는 버겁다는 걸 알기에 유천이 빨리 나서서 처리하기를 바랐다.하지만 유천은 전에 장호와 민경호가 모두 이씨 성을 가진 젊은이한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고, 이민혁의 말이 사실임을 알기에 얼굴이 창백해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게다가 그는 이민혁이 소문으로 들었던 그 젊은이라면 네 사람이 결코 무사하게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민혁은 얼굴이 창백해진 유천을 보고는 웃으면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물었다.“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한테 연락해서 확인까지 시켜줘야 하나?”이때 유천은 겁에 질린 얼굴로 갑자기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 잘못했습니다. 아까는 제가 눈이 멀어서 높으신 분한테 무례하게 행동했습니다, 제발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십시오.”유천은 이민혁이 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까지 안다는 걸 보면 그 전설 속의 인물이 틀림없는 것 같아 목숨이라도 건지기 위해서는 무릎을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고기명과 친구들은 철석같이 믿고 있던 유천이 갑자기 몇 마디에 무릎까지 꿇자,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되었다.고기명이 먼저 멀뚱멀뚱 유천을 바라보면서 물었다.“유
이민혁은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넌 또 누구야?”유천은 어이없는 듯 웃었다.“서경에서 나 유천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유천? 처음 들어보는데?”유천은 그 말에 안색이 완전히 굳어졌다.“좋게 해결하려고 했더니 이렇게 건방지게 나오면 나도 더 이상 못 참지!”고기명도 이민혁의 도발에 더욱 화가 났다.“유 사장, 당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유천은 자존심이 많이 상했지만, 장사꾼인지라 일말의 여지를 남겨두면서 차갑게 말했다.“고 대표님이 어떤 분인지 알고 이렇게 건방지게 행동하는 거야? 당장 이분들한테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신을 여기서 두 발로 걸어 나갈 수 없도록 만들 테니까 조심해!”이민혁도 인상을 팍 쓰면서 말했다.“사과? 먼저 건방지게 행동하면서 다른 사람 심기를 건드린 건 저놈들인데 내가 왜 사과를 해야 하지? 당신이 저놈들 정신 차리게 한다면 나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을게. 그렇지 않다면 네 사람 모두 다시는 서경에서 발을 붙이고 살지 못하게 될 거야!”고기명과 친구들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유천에게 한마디씩 했다.“유 사장, 건방지게 떠드는 걸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않아?”“유 사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저놈이 다시는 건방진 말을 못 하도록 당장 처리해!”하지만 유천은 오랫동안의 사업 경력으로 보아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반응하는 이민혁이 믿는 구석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그리고 그는 이민혁을 떠보기로 마음먹었다.“젊은이, 쓸데없는 유혈 사태는 피해야 하지 않겠어? 당신이 강호 쪽 사람이라면 얼른 이름을 말해.”이민혁은 그 말에 유천을 더 비웃었다.“당신 보아하니 강호 쪽 사람인 것 같은데 어디 함부로 겁도 없이 내 이름을 묻는 거지?”유천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당신 설마 민씨 가문에 대해서 아는 거야? 장호에 대해서 아는 거야?”“그럼, 네가 민씨 가문의 사람인 건가?”하지만 유천은 쉽게 답할 수 없었다.그도 그럴 것이 몇 년 전, 민씨 가문이 정씨 가문,
고기명은 마설현이 계속 고집을 부리는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참는 것도 한계가 있어! 더 이상 볼 것 없으니 그냥 때려!”그 말에 노호와 석한은 술병을 집어 들고 이민혁을 에워쌌다.마설현은 놀라서 소리쳤다.“뭐 하는 거야! 경찰에 신고할 거야!”백수민은 마설현을 끌고 밖으로 나가면서 말했다.“너 미쳤어? 그냥 겁주는 거잖아! 설마 무슨 일 있겠어? 학교에 알려지면 복잡해지니까 빨리 돌아가자!”그녀들이 나가자, 이민혁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친구 여동생 앞이라 너희들 체면을 세워줬더니 진짜 뭐라도 되는 줄 알고 까부는 거야?”그 말에 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제기랄, 아무것도 아닌 놈이 죽지 못해서 안달 났네!”이민혁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발로 고기명을 구석으로 걷어차 버렸고, 소파에 천천히 걸터앉으면서 말했다.“이놈들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제멋대로 날뛰네!”노호와 석한은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서 멍해 있었고, 고기명은 괴로운 듯 얼굴을 감싸 쥐면서 발악했다.“감히 날 때려? 넌 오늘 끝났어!”“그래, 네가 뭘 하든 기꺼이 상대해 줄게.”이민혁은 남자들이 돈만 믿고 싹수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 가소롭게만 느껴졌다.이때, 고기명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누군가에게 급히 연락했다.“유 사장, 내가 황족 노래방에서 어디서 나타난 건지도 모르는 놈한테 맞았는데 당신은 지금 어디서 뭐 하는 거지?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내가 직접 처리할 줄 알아!”잠시 후, 고기명은 전화를 끊고 이민혁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넌 끝났어! 오늘 널 내 앞에 무릎 꿇게 못 하면 내가 네 성을 따르지.”“하하하! 난 너같이 재수 없는 아들을 둘 생각이 없는데?”고기명은 계속되는 비꼬는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딱 기다려! 유 사장이 오고 나서도 당당할 수 있는지 보자고!”“유 사장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너 같은 놈이 알 수가 없지! 유천이라고 황족 노래방의 대표이자 서
고기명은 썩은 웃음을 한번 짓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서경에서 누가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내가 만든 자리를 망치려고! 대체 날 뭐로 보는 거야!”그러자 백수민이 마설현에게 말했다.“설현아, 네 맘은 알겠지만 더 이상 고 대표님 심기 건드리지 말고 빨리 보내.”백수민은 고기명과 친구가 된 반년 동안 그의 주변 부자 친구들도 많이 만났고 그에게서 값비싼 선물과 돈도 받았었다.그녀는 젊고도 돈 많은 부자를 만날 기회는 흔치 않다는 것을 알고 어떻게 해서든 고기명의 마음을 사로잡아 남은 인생 돈 걱정 없이 편하게 살려고 마음먹었다.그래서 백수민은 갑자기 나타난 이민혁 때문에 고기명의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그녀는 부자들의 심기를 건드리면서까지 별 볼 일 없는 이민혁을 감싸고 도는 마설현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설현은 끝까지 방을 나가려고 했다.“됐어, 민혁 오빠랑 먼저 갈 테니 재밌게 놀아!”마설현과 이민혁이 방을 나가려고 일어서자, 석한이 벌떡 일어나 크게 소리쳤다.“이민혁 씨, 오늘 당신이 두 발로 방을 빠져나간다면 내가 당신 성을 따르지.”마설현은 그의 선포에 놀랐다.“뭐 하려는 거야?”노호도 덩달아 일어나면서 소리쳤다.“네가 막무가내로 나오는데 우리도 네 체면을 세워줄 필요 없는 거 아니야?”그러자 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설현아, 여기는 나한테 맡기고 너 먼저 가.”백수민은 당당한 이민혁의 말에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웃겨! 당신이 뭐라고 여기를 맡기고 가라는 거죠?”마설현은 무례한 백수민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민혁 오빠, 안 돼요! 같이 가야죠!”고기명은 계속되는 고집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마설현, 그만해! 수민이만 아니었으면 진작 가만두지 않았을 거야!”이때 김하늘과 우하영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일어나서 말렸다.“설현아, 그만해! 고 대표님도 진정하시고 오늘은 시간도 늦었으니 헤어지고 다음에 기분 좋게 또 마셔요.”백수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미
마설현의 말에 세 남자는 서로를 한 번 쳐다보았다.노래를 부르던 남자가 마이크를 내려놓고 소파에 앉으면서 이민혁에게 물었다.“설현이 친구면 뭐라고 불러야죠?”“이민혁입니다.”그러자 백수민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마설현에게 말했다.“마설현, 사람이 왔으면 네가 소개를 해줘야지.”“아는 사이에 그냥 놀면 되지 무슨 소개가 필요해.”백수민은 한숨을 내쉬더니 이민혁에게 말했다.“그러면 제가 소개해 드릴게요.”이민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백수민은 노래를 부르던 남자를 가리키면서 말했다.“이분은 JS그룹의 고기명 대표님이신데 자신이 600억 원 정도 되고 저와는 오래된 친구 사이입니다.”“고 대표님, 안녕하세요.”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고, 고기명은 그저 웃기만 했다.“그리고 이분은 HT그룹 노호 사장님이시고 연봉이 6억 원 정도 되십니다.”“노 사장님, 안녕하세요.”“마지막으로 이분은 음료를 만드는 에너지 회사의 석한 대표님이시고 연간 매출이 100억 원이 넘습니다.”“석 대표님, 안녕하세요.”백수민은 소개를 하면서 자기가 이러한 고위계층의 친구들이 있다는 것에 어깨가 으쓱했다.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고기명이 물었다.“이민혁 씨는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지금은 별일 없이 한 기업의 잔심부름을 하고 있습니다.”이민혁은 KP그룹에서 아직 제대로 된 직함이 없어 잔심부름을 해준다고 말했다.고기명은 그를 비웃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테이블 위의 양주 몇 병을 가리켰다.“이민혁 씨, 테이블 위에 있는 이 술들이 가격이 얼마인지 아시나요?”이민혁은 어깨를 한번 들썩이더니 말했다.“글쎄요, 제가 양주는 잘 안 마셔서 모르겠네요.”고기명은 계속 비꼬면서 말했다.“양주 몇 병에 600만 원 이상이 나오니까, 오늘 전체 소비가 적어도 1000만 원은 나오겠네요.”이민혁은 고기명의 돈 자랑에도 끄떡없이 웃으면서 말했다.“역시 사장님들이라 그런지 규모가 남다르시네요, 대단하세요!”이민혁이 살짝 비꼬면서 말하자, 고기명의 얼굴이 급
남지유는 이민혁에게 퉁명스럽게 물었다.“민혁 씨, 또 무슨 일이에요?”이민혁은 미안한 표정으로 답했다.“마장현의 여동생이 급한 일이 생겼다고 연락이 와서 가봐야 할 것 같아요.”그녀는 얼굴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지면서 이민혁의 팔을 붙잡았다.“그래요, 선영이랑 좋은 시간 보냈으니, 이제는 대학생을 만나러 가는 건가요?”이민혁은 그녀의 말이 황당하기만 했다. “무슨 소리예요? 친구 동생일 뿐이에요.”남지유는 이민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계속 물었다.“그럼, 중해에서 선영이랑 무슨 일 있었던 거죠?”이민혁은 황급히 답했다.“맹세하는데 아무 일도 없었어요.”“선영이도 민혁 씨랑 같은 생각이었을까요? 그래도 명색에 연예인이잖아요.”이민혁은 몹시 당황했지만, 더 이상의 해명을 하지 않고 급하다는 핑계로 빠져나왔다.“설현이가 지금 급하다고 연락이 와서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요.”남지유는 이민혁이 떠난 후에도 한참 동안 소파에 기대어 한숨만 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오선영이 이민혁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민혁이 중해에 가 있던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물어볼 사람도 없었고 심지어 속 시원하게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도 없어서 엄청 괴로웠다.이민혁의 공식 여자 친구로서 항상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들을 대하고 싶어도 엄청난 능력과 매력을 겸비한 이민혁을 여자들이 결코 가만히 놔두지 않아 신경 쓰이고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그럼에도 남지유는 자기의 선택을 원망도 후회도 할 수 없었고 이민혁을 믿고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그녀는 생각을 정리한 후, 소파에 누운 채로 잠이 들어버렸다....이민혁은 떠나기 전, 그는 마설현에게 문자를 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다.마설현의 말로는 백수민이 친구들과의 식사 자리에 자기를 포함한 세 명의 룸메이트를 데리고 나갔고 백수민의 친구들이 2차로 기어코 노래방을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다고 했다.하지만 과음으로 인해 수위와 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