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어요? 어서 앉으세요.”배두나는 왕철호가 오는 것을 보고 바로 일어서서 환영했다.육소연은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꼼짝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얼굴에 우아한 미소를 짓고만 있었다.“소연 씨, 오랜만이에요. 점점 예뻐지시네요.”육소연의 매력있는 몸을 빠르게 훑어본 왕철호의 눈에는 잠시 욕망이 어렸지만 곧바로 감정을 숨긴 뒤 다시 임찬혁을 바라보았다.“이분은?”그는 오늘 같은 자리에 왜 다른 남자가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소연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소연이는 전혀 좋아하지 않고요. 오늘 이 남자를 데리고 온 것은 우리 철호 도련님이 얼마나 우수한 사람인지 보여주면서 저 사람 같은 남자는 소연이를 좋아할 자격이 없다는 걸 일깨워 주기 위해서예요.”배두나는 우월감 넘치게 말했다.왕철호는 임찬혁도 육소연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얼굴에 갑자기 적의가 스쳤다.“전에 본 적이 없는데, 어느 집 자제분이시죠?”왕철호는 위아래로 임찬혁을 살펴보았다.“재벌가 자제 아니에요. 그냥 술집 관리인에 불과해요. 별로 좋은 일도 아니고, 한달동안 힘들게 일해서 월급이나 타는 사람이 어떻게 철호 도련님과 비교할 수 있겠어요?”배두나는 계속 임찬혁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했다.“양아치구나?”왕철호 또한 임찬혁을 하찮게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사실 우리 집도 벌인 사업이 별로 없긴 해. 그냥 땅 값이 비싼 이 수도에 몇 백개의 프랜차이즈 마트를 열었을 뿐이지.”“돈도 별로 없어. 그냥 은행에 있는 예금이 천억이 넘을 뿐이야.”“내가 찬 이 롤렉스 시계도 평범해. 겨우 1억 정도인걸.”...왕철호는 손에 차고 있는 롤렉스 금시계를 놀면서 우쭐거렸다.“겸손하지 마세요. 만약 도련님이 돈이 없으시면, 저희는 그냥 거지가 아니겠어요?”배두나는 아첨하며 미소를 지었다. 만약 왕철호가 그녀에게 넘어갔다면 그녀는 반드시 그와 결혼했을 것이다.육소연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왕철호가 정말 괜찮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을 좋아하던 사람들 중 가장
“오해야, 미선아. 나는 육소연과 아무 사이도 아니야. 그냥 보통 친구인데 소연이가 갑자기 내 팔을 잡았을 뿐이야.”“어떻게 이 여자 같은 사람이 너랑 비교할 수 있겠어? 너는 나의 유일한 여신인걸.”왕철호는 곽미선이 갑자기 나타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왜냐하면 곽미선은 보통 이곳을 오후에 오기 때문이었다. 지금 그에게 육소연과 곽미선 사이에서 한 명을 선택하라고 하면, 그는 당연히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미모든 집안이든 곽미선이 육소연보다 훨씬 낫기 때문이었다. 임찬혁은 약간 어리둥절했다. 왕철호가 육소연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곽미선도 좋아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어...”육소연은 너무 난감해서 얼굴이 굳어졌다.그녀는 임찬혁 앞에서 왕철호가 얼마나 우수하고 얼마나 자신읗 좋아하는지 자랑해 그가 자기 주제를 알고 물러나게 하려고 했었다.그런데 왕철호가 임찬혁의 앞에서 자신을 폄하하고 다른 여자에게 아첨을 할 줄이야.비록 자신이 확실히 곽미선보다 못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왕철호가 이렇게 말하면 그녀의 체면를 깎는 셈이 아닌가?“두나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육소연은 얼굴이 화끈거려서 붉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나... 나도 몰라!” 배두나도 급해졌다.“철호 도련님이 저더러 소연이를 불러달라고 했잖아요? 어제 저한테 보낸 톡기록이 그대로 있는 걸요!”만약 이 일을 해명하지 않는다면, 창피한 것은 그녀와 육소연이 될 테고 앞으로 육소연과 절친을 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왕철호가 기억해내도록 그녀는 얼른 휴대폰을 꺼내서 톡기록을 찾았다. “그게 무슨 소리야!”왕철호는 배두나의 휴대폰을 빼앗아 창문 밖에 던졌다. 높은 층에서 던졌으니 휴대폰은 산산조각이 날 게 뻔했다.“내 폰을 왜 던져, 이 나쁜놈아!”배두나는 테이블 위의 롤스로이스 키를 들고 흔들면서 말했다.“이건 네가 방금 전에 소연이에게 주려고 한 차잖아. 이제 발뺌할 수 없지?”곽미선은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몰라서 조금 놀라하
곽미선도 지금 좀 난감했다. 상대방이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받지 않으면 어떡하겠나?“당연히 정말이지! 빨리 받아. 주차장에 놓고만 있어도 상관없으니까 아무 생각하지 말고 그냥 받기만 해.”왕철호는 곽미선이 차를 받기만 하면 오늘 일을 개의치 않는 거라고 생각하며 희망을 가졌다.하지만 그는 몰랐다. 그녀의 눈에 자신이 한 번도 든 적이 없다는 걸. 기껏해야 친구로 생각하는데 어떻게 그가 데이트를 하는지 안 하는지 신경 쓰겠나?“임 선생님 아직 차가 없으시죠? 이 차를 드릴게요. 싫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곽미선은 왕철호에게서 차 키를 받아 임찬혁에게 건네주었다.이 장면을 본 왕철호는 물론이고 육소연과 배두나까지 모두 멍해졌다.그들은 방금 곽미선이 임찬혁이 육소연의 남자친구냐고 물었던 이유가 왕철호한테서 그의 이름을 들어서 물어본 거라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임찬혁이 차가 없다는 걸 아는 걸 보면 두 사람은 일찍부터 아는 사이인 게 분명했다.왕철호가 준 차를 바로 임찬혁에게 주는 건 정말 잔인한 행위였다.이게 사람의 마음을 짓밟는 것과 다를 게 있는가?왕철호는 지금 너무 괴로웠다.“방금 전에 보답 바라지 않고 주는 거라고 했잖아요? 진짜예요? 표정이 안 좋아보이는데.”“만약 번복할 거라면 돌려드릴게요. 다른 차 사서 임 선생님한테 드리면 되니까요.”곽미선은 왕철호를 주시하며 말했다.“아... 아니야. 방금 했던 말 전부 진심이었어!”왕철호는 우는 것보다 더 못생긴 미소를 지으며 배두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임찬혁은 단지 술집에서 일하는 양아치일 뿐이라며?’‘그런데 어떻게 곽미선의 관심을 받을 수 있어?’하지만 그는 배두나와 육소연이 지금 자신보다 더 멍한 상태라는 걸 몰랐다. 곽미선은 명문가 아가씨로서 수도의 상류층 사람이고 임찬혁은 양아치기 때문에 이치대로라면 아무런 교점도 있을 수 없을 텐데,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임 선생님, 왜 안 받으세요? 마음에 안 드시는 거예요? 어떤 차 좋아하세요? 제가 사드릴
“이렇게까지 말하시니 잘 받을 게요.”임찬혁은 차 키를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그럼 천천히 놀아요. 저와 임 선생님은 아직 해야 할 일이 좀 있어서 먼저 빠질 게요.”말하면서 곽미선은 임찬혁을 데리고 위층 룸으로 올라갔다.세 사람은 다시 제자리에 굳어졌다.할 일이 좀 있다고?위층은 룸인데?남자와 여자가 룸에 가서 할게 뭐가 있겠나?육소연은 자연스럽게 나란히 올라가는 임찬혁과 곽미선의 뒷모습을 보며 그들이 이번이 처음이 아닐 거라는 걸 눈치챘다.그녀는 비록 스스로 외모가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곽미선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원래는 임찬혁을 싫어했지만 그가 곽미선 같은 명문가 아가씨와 함께 있는 걸 보니 약간 굴욕을 자초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편 왕철호의 얼굴은 완전히 어두워졌다.‘임찬혁은 곽미선이 가지고 노는 놈이었구나.’그는 미모와 집안으로도 어떤 남자든 만날 수 있는 곽미선이 왜 임찬혁 같은 기생오라비를 좋아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지금 그가 선물해준 롤스로이스도 그의 여신이 기생오라비한테 주는 선물이 되어버렸으니 그가 여신을 대신해 기생오라비한테 선물을 준 셈이었다.왕철호는 마음이 아팠고 미칠 것 같았다.임찬혁의 뒷모습을 보는 그의 눈 에는 독기가 어렸다. ‘기회가 되면 반드시 죽일 거야.’그는 잠시도 이곳에 머물러 있을 자신이 없어 바로 떠났다.“왕철호, 내 휴대폰 배상해!”그가 떠나는 걸 보고 배두나도 얼른 쫓아갔고 육소연도 그녀의 뒤를 따라 떠났다.원래는 임찬혁에게 타격을 주려고 했지만 지금 충격을 받은 사람은 도리어 그녀가 되어버렸다....룸에 들어가자마자 곽미선은 방문을 거꾸로 잠궜다. 말을 하기도 전에 그녀는 얼굴이 먼저 빨개졌다.“임 선생님, 오늘도 지난번처럼... 치료하는 거예요?”“네.”임찬혁은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었다.“어... 네!”곽미선은 성실하게 침대에 엎드려 매혹적인 자세를 취했다.봉긋한 엉덩이가 자세 때문에 더욱 야하게 보였기에 임찬혁이라고 해도
“임찬혁? 가석방 받았어? 일찍 출소했네? 안 그래도 교도소에 이혼 도장 받으러 가려고 했는데, 덕분에 시간 낭비 안 해도 되겠어.”“뭐라고? 너 대신 5년 동안이나 감옥살이를 한 사람에게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그건 당신이 원해서 한 거 아니야? 나는 곧 우명 씨와 결혼해, 시간 나면 와서 축하해줘.”하씨 집안.화려한 롱 드레스를 입은 하정연은 쭉쭉빵빵한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야말로 여성스럽고 매혹적인 차도녀의 대명사이다.그리고 그녀 앞에는 촌스러운 남자가 서 있다. 비록 옷은 허름했지만 그의 당당한 기세와 멋진 아우라는 전혀 숨겨지지 않았다.남자는 지금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경악에 찬 얼굴을 하고 있다.5년 전, 오래 사귄 여자친구가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람을 쳤다.남자친구에게 죄를 뒤집어씌워 대신 감옥에 보내기 위해 여자친구는 바로 혼인신고를 했고 두 사람은 정식 부부가 되었다. 감옥에 수감 되기 전 그녀는 그가 감옥에서 나올 때까지 꼭 기다리겠다고 맹세했다.임찬혁은 아내가 감옥에 가는 걸 차마 두 눈 뜨고 볼 수 없어 그녀 대신 본인이 자수해 모든 죄를 뒤집어썼다.지금 그는 가석방을 받아 예전 출소일 보다 일찍 출소했고 여자친구에게 서프라이즈를 주려고 그녀 앞에 나타났다. 하지만 그를 맞이한 건 뜻밖에도 이혼 합의서와 결혼 청첩장이었다.“너 지금 정우명 같은 인간쓰레기에게 시집가려고 그러는 거야?”임찬혁은 차가운 얼굴로 하정연 옆에 서 있는 양복 차림에 손목에 롤렉스를 찬 남자를 노려보았다.이 사람은 예전에 하정연을 괴롭힌 적이 있다.이 때문에 임찬혁은 이 남자와 주먹질하며 싸우기까지 했었다.그런데 하정연이 지금 이 인간과 결혼을 하겠다고?정말 어이가 없어 헛웃음 밖에 안 나온다!“우명 씨는 재산만 몇백억이야. 당신 같은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남을 헐뜯어?”하정연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찬혁 씨, 돈 많은 사람 질투하는 거야? 그러니까 평생 짝을 못 만나지. 정말 한때 찬혁 씨 같은 사람과 연애를
슥슥슥!청룡의 뒤에 있는 수백 명의 부하가 일제히 이마를 땅에 대고 절을 하며 큰소리로 외쳤다.“지존께서 출옥하신 것을 경축 드립니다!”“지존께서 출옥하신 것을 경축 드립니다!”“지존께서 출옥하신 것을 경축 드립니다!”...소리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온 세상에 울려 퍼졌다. 그들의 행동에 임찬혁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당신이 제 사부의 부하입니까?”“맞습니다. 지존 어르신께서 명령하시길 앞으로 당신이 대용문파의 새로운 지존이시며 대용문파 백만 군중을 호령하실 거라고 하셨습니다!”청룡이 임찬혁의 말에 바로 대답했다.“그 영감탱이가 확실히 저를 속이지는 않았네요.”임찬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혀를 찼다.감옥에 있는 동안 그는 한 어르신을 알게 되었다.상대는 하늘을 거스르는 무예와 의술에 능통했고 임찬혁에게 그것들을 아낌없이 가르쳤다. 그가 있었기에 임찬혁은 감옥에서 공을 세워 감형을 받아 출소할 수 있었다.감옥에서 나오기 전, 그 어르신은 자신이 대용문파의 주인이라고 했고 지금은 임찬혁을 대용문파의 차세대 지존으로 임명한다고 했다.사실 임찬혁은 이 어르신이 미친 소리를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오늘 보니 진짜 사실이다. “이 약재들을 구할 방법을 알아봐 주세요!”임찬혁은 약재들이 적혀있는 리스트 한 장을 꺼내 청룡에게 내밀었다.“알겠습니다.” 청룡은 두 손으로 리스트를 받았고 한 번 힐끗 쳐다보더니 속으로 내심 놀라는 눈치였다.리스트에 있는 약재들은 모두 천년에 한번 볼까 말까 한 보물들이었다. 그리고 어떤 약재는 심지어 그조차 들어본 적이 없다. 역시 새로 오신 지존의 요구사항은 특별했다.사실 이것은 그 어르신이 임찬혁에게 꼭 모으라고 당부한 약재이다.그 어르신의 말에 의하면 임찬혁의 경맥이 후천적으로 손상되어 무술 영역에서는 종사의 경지밖에 머물 수 없다고 했다.그래서 이러한 약재가 있어야만 손상된 경맥을 회복할 수 있었다.비록 종사의 경지로도 무술 고수의 정상에 우뚝 서기에 충분하지만 더 높이 올라갈수록 실
양홍선은 유신그룹에서 청소부로 일하고 있었고 유효진은 그녀의 아들이 감옥에 있는 상황에 사채까지 진 어려운 처지라는 것을 알고 회사 관례를 깨가며 양홍선의 60만 원인 월급을 100만 원까지 인상해 줬다. 그뿐만이 아니라 유효진은 양홍선에게 선물도 자주 가져다주었다. 그야말로 얼굴만큼이나 마음씨까지 이쁜 유효진이었다. “양씨 아주머니, 마침 이곳을 지나다가 지난달 월급을 계산해 드리려고 왔어요.”유효진은 돈다발을 꺼내 양홍선의 손에 쥐어 주워줬다.“고마워요...”하지만 양홍선은 손에 쥐어진 돈이 400만 원이나 되는 것을 보고 서둘러 돌려주며 말했다.“제 월급은 백만 원이에요... 이건 너무 많아요.”유효진은 돈을 다시 양홍선의 품으로 건네며 화내는 척하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아주머니가 열심히 일해서 우수사원으로 뽑혔잖아요. 그래서 드리는 거예요. 월급 외에 나머지는 보너스입니다. 계속 안 받으려 하시면 저 진짜 화낼 거예요.”유효진이 이렇게까지 말하자 양홍선은 4백만 원이나 되는 무거운 돈다발을 어쩔 수 없이 받으며 그녀의 마음 씀씀이를 다시 한번 깊이 새겼다.양홍선도 잘 알고 있다. 이게 진짜로 보너스가 맞았다면 월급 형식으로 재무팀에서 그녀에게 줄 것이다. 이렇게 직접 돈다발을 건네준다는 건 분명 유효진이 그를 돕기 위해 자신의 주머니를 턴 것이다.“유 대표님, 우리 어머니를 잘 보살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임찬혁이 그녀 옆으로 다가가 고맙다고 인사를 전하며 유 대표라는 이 여자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꼈다.“당신이 바로 교도소에 수감된 범죄자 임찬혁 씨인가요?”유효진은 그를 아래위로 훑어보며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그녀는 임찬혁이 감옥에 갔다는 말에 그에게 안 좋은 인상을 받고 있었다. 게다가 양홍선이 사채를 짊어진 대부분 이유가 임찬혁 때문이다.그래서 임찬혁을 만나기 전부터 유효진은 그를 이미 인간쓰레기 반열에 올려놓았으니 그를 대하는 태도 역시 안 좋을 수밖에 없었다.“아... 네, 맞아요. 저예요.”그녀의 가
포르쉐 타이칸은 마치 한 마리의 용처럼 도로를 질주했고 그들은 곧 경주시 제일 병원 VVIP 병실에 도착했다.병상에 있는 유효진은 이미 심각한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고 몸에는 각종 기기가 연결되어 있었다. 그녀의 맥박은 미약하여 당장이라도 사라질 것 같았다.어제까지 재계를 종횡무진했던 절세미인이 갑자기 생명이 위독하다는 것은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 병상 옆에서 그녀의 맥을 짚고 있는 한 노인이 눈에 띄었다.유설진은 얼굴을 찡그리더니 어르신 뒤에 있는 젊은 남자를 바라보며 물었다.“김 도련님, 이 사람은...?”이 남자는 김세부동산의 이사 김승태로 유효진이 이름만 들어도 치를 떠는 지독한 유효진 스토커였다. 병상 옆의 어르신도 김승태가 데려온 것이다. “이 사람은 바로 유명한 신의 이시진 선생이에요. 효진 씨 병을 보이게 하려고 제가 특별히 모셨어요.”김승태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유설진을 향해 말했다. 그녀의 쭉쭉빵빵한 가슴을 힐끗 스쳐 지나가는 그의 눈빛에는 욕망의 불꽃이 튀었다가 사라졌다. 두 자매는 한 명은 성숙하고 지적이며 다른 한 명은 젊고 활발하다. 게다가 몸매와 용모 모두 일품이기에 두 사람의 마음을 동시에 쟁취할 수 있는 남자는 분명 전생에 나라를 구한 사람일 것이다. “이시진 선생?” 유설진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시진 선생은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소문이 자자한 유명 신의로서 만약 이시진 선생이 맥을 짚어 준 것을 알았더라면 굳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임찬혁에게 부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디 이시진 선생께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시기를 바랍니다.”유설진은 격동된 표정으로 이시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때 진맥을 마친 이시진이 ‘허허’ 웃더니 입을 열었다.“아가씨의 병세는 이미 천계의 중생이 수명을 다하여 죽을 때가 되어야 보인다는 다섯 가지 징후인 천인오쇠의 지경에 이르렀어요. 이 상황에서는 오직 귀문십삼침만이 아가씨를 구할 수 있어요. 다행히 저는 여러분들이 찾는 유일한 귀문심삼침을 놓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