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연호, 오늘이 바로 옹씨 가문의 마지막 날이다.”임찬혁은 원망에 찬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너... 너는 대용문파와 무슨 사이냐?”“전도 그렇고 최근에도 그렇고 우리 사이에 원한이 없을 텐데 왜 하필 우리 옹씨 가문과 맞서려고 하는 거야?”옹연호는 거리낌 없이 물었다.만약 평소였다면 임찬혁이 집까지 찾아오길 바랐을 것이다.그러나 상대방의 뒤에 대용문파가 있으면 말이 달라졌다.비록 옹씨 가문이 명문가긴 하지만 정말 대용문파와 맞선다면 승산이 없었기 때문이다.“나는 대용문파의 지존이야.”임찬혁이 악마 같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20여 년 전, 너희들에게 몰살당한 임씨 가문을 기억해?”“임씨 가문! 설마 네가 그때 도망간 그 아이냐?”옹연호는 놀라서 미칠 것 같았다. 그는 임찬혁이 살아있을 줄은, 그것도 대용문파의 지존이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맞아. 난 오늘 너희 옹씨 가문의 피를 임씨 가문의 조상들에게 제물로 바칠 거다.”말을 마친 임찬혁이 손을 저었다.“한 명도 남기지 말고 전부 죽여.”순간, 대용문파의 사대존자, 십여 명의 장로, 그리고 수많은 고수들이 옹씨 가문 저택 안으로 돌진했다.저택 외곽도 수만 명의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파리 한 마리도 날아갈 수 없었다.곧바로 저택 안에서 비명소리가 울렸다.정원은 순식간에 지옥이 되었다.이 밤, 머리가 여기저기 굴러다녔고, 피가 강을 이룰 정도로 가득 흘렀으며 달빛조차도 구름 뒤에 숨에 사람들을 비추지 않았다....이튿날 아침.해가 뜰 무렵에도 수도 상공에는 피비린내가 짙게 배어 있었다.육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육성재, 육소연, 하미현 등은 모두 벌벌 떨면서 함께 모여있었다.옹씨 가문이 오늘의 태양을 못보게 하겠다고 했으니까.어젯밤 그들이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아무도 이해할 수 없었다.그들은 언제든지 옹씨 가문의 고수가 어둠 속에서 들이닥쳐 그들을 몰살할 것만 같았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옹씨 가문
“성옥 도련님이 네게 반한 건 네 복이야. 근데 뭘 싫어할 게 있어?”“너 한 사람만 희생하면 우리 가족들이 전부 살 수 있잖아. 뭐가 더 중요한지 생각해 봐.”박영화는 딸의 말이 아주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따라서 맞장구를 쳤다.다른 사람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아주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했다.어젯밤의 그런 공포스러운 느낌을 그들은 한 번 더 체험하고 싶지 않았다.“이 일은 모두 임찬혁 때문이잖아요.”하미현은 육소연을 뒤로 끌고 갔다. 그녀는 딸을 옹성옥의 노리개로 만들기가 아까워 모든 책임을 임찬혁한테 돌렸다.“임찬혁이 옹씨 가문을 없앨 거라고 했으니 옹씨 가문은 임찬혁한테 화가 났을 거예요. 임찬혁의 행방만 알려준다면 틀림없이 저희한테 고마워하겠죠.”하미현이 말을 이었다.“말이 쉽죠. 임찬혁이 어디 있는지 알아요?”“옹씨 가문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육소연을 그냥 먼저 보내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박영화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만약 정말 옹씨 가문의 비위를 맞추는 동시에 육소연을 가문에서 쫓아낼수 있다면 앞으로 그룹의 대표는 육지영일 수밖에 없었다.“방법이 있어요!”하미현이 육성재를 바라보았다. “임찬혁은 당신 말을 가장 들으니까 당신이 전화를 걸어 어디 있는지 물어봐요. 그럼 우리가 그 주소를 옹씨 가문에게 알려주면 되잖아요.”그녀의 말을 들은 육성재는 바로 반대했다. “나는 찬혁이를 팔지 않을 거예요. 예전에 임씨 가문이 우리를 그렇게 많이 도왔는데 지금 그 아이를 팔면 그게 인간이에요? 짐승새끼지.”“당신 마음 속에는 우리 모두 합쳐도 임찬혁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거예요?”하미현은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라 육성재를 향해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꺄아악!!!”그들이 한참 싸우고 있을 때 육지영이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그녀는 핸드폰을 들고 귀신이라도 본 것마냥 놀라 하면서 한편으로는 기뻐 하기도 했다.“세상에, 옹씨 가문 사람들이... 정말 몰살되었어요!”그녀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뭐라고?”이 말을 들은
“그럴리가? 옹씨 가문에 경호원들만 수천 명인데, 임찬혁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어떻게 혼자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겠어? 시체까지 깨끗이 처리한 것을 보면 임찬혁의 소행이 아닌 게 분명해.”모두들 곧 이 추측을 부인했다.그들이 끊임없이 다투고 있을 때, 또 하나의 소식이 발표되었다.멸문된 옹씨 가문의 모든 사업들을 전부 용운 그룹에서 인수인계 했다는 것이다.옹호 그룹도 지금은 이미 용운 그룹으로 개명했다.“세상에! 설마 용운 그룹이 옹씨 가문을 없앤 건가? 용운 그룹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거지?”사람들은 다시 한번 놀라서 어안이 벙벙해졌다.옹씨 가문의 사업이 몇 조가 넘는데 그걸 하룻밤 사이에 통째로 삼켰다니?모두의 시선은 용운 그룹에 쏠렸다.그러자 즉시 한 네티즌이 용운 그룹은 해주시에 설립한 그룹으로, 실력이 뛰어나다는 걸 밝혔다.모든 걸 알게 된 사람들은 옹씨 가문의 멸문은 용운 그룹이 한 짓이라는 걸 눈치챘다.용운 그룹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옹씨 가문을 없앨 동기와 그럴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예전에는 용국에서 가장 뛰어난 그룹이 7대 명문가 것이었지만, 앞으로는 용운 그룹을 더 추가해야 할 것 같네.” “용운 그룹의 대표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룻밤 사이에 옹씨 가문 같은 천년 세가를 없앤 걸 보면 대단한 능력을 가진 게 분명해.”“앞으로 다른 명문가들한테도 손을 댈까? 용국에 곧 또 한 명의 거물이 나오겠군.”사람들은 모두 용운 그룹 대표의 신분과 용국의 미래를 의논했다.용운 대표가 나서서 옹씨 가문을 멸문시킨 일은 모두에게 있어서 충격적인 사건이었으니까.수도의 바람은 이제 철저히 흐트러졌다. ...한편, 육씨 가문.“용운 그룹 대표네요!”육소연도 놀라서 입을 막았다.인터넷상의 소식을 그들도 모두 본 상태였다.“그래, 바로 용운 그룹 대표일 거야! 지난번에 우리를 도와 하씨 가문의 십이금강을 죽인 것도 모자라 이번에 옹씨 가문이 우리를 난감하게 하니까 옹씨 가문도 멸문시켜주시다니. 너무 고마운
그와 비해 임찬혁은 사고만 칠 줄 알고 아무것도 할 줄 몰랐다.‘일에 부딪히면 도망칠 줄 밖에 모르는 임찬혁은 용운 그룹 대표님의 머리카락 한 오리보다 못하지.’“먼저 함부로 추측하지 마세요. 용운 그룹 대표 같은 사람은 우리가 감히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지금까지 제 마음속에 정해둔 사윗감은 찬혁이 밖에 없습니다.”육성재는 사람들더러 일단 흥분하지 말라며 말렸다.용운 그룹 대표는 무려 옹씨 가문 조차 없앨 수 있는 곳인데, 어떻게 자신들처럼 작은 가문이 마음에 들 수 있겠는가?“아빠, 난 임찬혁이 싫어!”육소연은 입을 삐죽 내밀고 발을 동동 굴렀지만 육성재는 그녀를 무시하고 임찬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찬혁아, 수도를 떠났니?”“아니요. 다들 괜찮아요?”임찬혁이 물었다.“응, 우리는 괜찮아. 옹씨 가문이 사라졌으니 넌 수도를 떠날 필요가 없어. 빨리 돌아오렴. 저녁에 제대로 축하 파티 해보자.”“알겠어요.”임찬혁이 대답했다....한편, 옹호 그룹.아니, 지금은 용운 그룹으로 개명한 상태였다.넓고 밝은 사무실 안에서 임찬혁은 의자에 앉아 손에 든 보물지도를 이리저리 살폈다.이건 그가 옹씨 가문에서 찾아낸 것으로, 예전에 옹씨 가문이 하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임씨 가문의 배신자와 손을 잡아 임씨 가문을 없애고 가져온 거였다.물론 그의 손에 있는 지도는 전체의 3분의 1에 지나치지 않았다.다른 부분은 아직 전씨 가문과 하씨 가문의 손에 있었다.임찬혁은 임씨 가문이 대대손손 지켜온 보물지도의 뒤에는 과연 어떤 놀라운 비밀이 있을지 궁금했다. ‘어?’이때, 임찬혁이 갑자기 미간을 찌푸렸다.이 보물지도가 좀 잘못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그가 손에 들고 있는 건 전체의 3분의 1로, 잘린다고 하더라도 정상이라면 모서리가 하나의 지선이어야 했다. 모두들 보통 지선에 따라 자르니까.그러나 그가 들고 있는 이 보물지도는 한쪽 중간이 직선이 아닌 안쪽으로 움푹 들어가 있었다.그리고 이 곡선은 그도 익숙했다.검끝에
“그건...”청룡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어젯밤 대전에서 비록 승리를 거두었지만 손실도 적지 않았습니다.”“그리고 전씨 가문과 하씨 가문의 실력은 모두 만만치 않습니다. 옹씨 가문에 비해 훨씬 강하죠. 특히 하씨 가문은 인재가 많기 때문에 하씨 가문에 비하면 옹씨 가문은 아무것도 아닙니다.”“만약 정면승부를 한다면 저희가 이길 수는 있겠지만 전력이 크게 손해를 보게 될 겁니다. 그때 숨어있던 적들이 나타나 저희를 공격한다면 대용문파는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고요.”“하씨 가문이 그렇게 대단하다고?”임찬혁의 표정도 굳어졌다.어젯밤에 옹씨 가문을 없애는 데에 많은 힘을 들이지 않았었기에 그는 이 방식대로 전씨 가문과 하씨 가문을 공격하면 바로 없앨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하지만 그렇게 쉽지 않은 것 같네.’ 청룡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지금의 7대 명문가 중에서 하씨 가문의 실력이 가장 강합니다. 가문에 전신이 한 명 있고 군권과 강한 권력이 있으니까요.”“하씨 가문에는 인재도 많습니다. 다른 명문가 자제들이 스포츠카를 몰고 연예인들을 데리고 놀 때, 하찬림은 무왕의 경지까지 올라 전번의 전국 용무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며 국민 엄친아, 용국의 자랑으로 불리웠으니까요.”“뿐만 아니라 하찬림의 동생, 하찬우의 기세도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하찬림이 최근 폐관수련하는 기간에 수도를 흔들만한 큰 일들을 적지 않게 해내서 하찬림에 못지 않은 명성을 날렸습니다.”임찬혁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그가 접촉해본 명문가 자제들 중에서 옹성옥과 전정우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무사가 아니었기에 하씨 가문에 두 명의 무왕급 자제가 있다는 것만으로 상대방의 실력이 만만치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설사 하씨 가문을 없앤다고 하더라도 가문의 다른 사람이 복수를 할 것이고 그러면 사부가 심혈을 기울인 대영문파까지 멸문 당할 위기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됐다.‘하씨 가문은 천천히 처리해야겠네.’“알겠다. 어젯밤에 수고했으니 모두 먼
손이림이 정말 자신을 걱정하고 있음을 알아챈 임찬혁은 조금 감동했다.하지만 말을 하는 그의 눈에는 차가운 빛이 어려있었다. ‘비록 바로 하씨 가문을 없앨 수는 없지만 대회에서는 광명정대하게 하찬림을 죽일 수 있어.’‘무술 대회에 사상자가 나타나는 건 정상이니까.’만약 용무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다면 그도 용국에서 인정해주는 사람이 될 것이고, 하씨 가문에 더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천천히 하씨 가문을 없앨 수 있겠지.’손이림과 전화를 채 끊기도 전에 곽미선에게서도 전화가 걸려왔다.곽미선 역시 그가 괜찮은지 확인하려고 연락을 한 것이었다. 그가 무사하다는 말을 듣고서야 그녀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임 선생님, 지난번에 해주신 치료 말이에요, 효과가 아주 좋더라고요.”“혹시 내일 시간 되시면... 다시 한 번 치료해 주실 수 있으세요?”곽미선이 수줍어하며 물었다.지난번 임찬혁이 붉은 장미에서 그녀를 치료한 후, 그녀는 오랫동안 겪어왔던 생리통이 많이 나아졌음을 느꼈었다.오늘 또 배가 조금 아프기 시작해서 그녀는 다 낫기 위해 치료를 한 번 더 받고 싶었다. 하지만 치료과정을 생각하니 입 밖으로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그럼요.”임찬혁은 곽미선에 대한 인상이 나쁘지 않았던 터라 바로 승낙했다. “알겠어요. 그럼 내일 힐튼 호텔에서 봬요.”곽미선은 심장이 두근거려 말을 마치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사실 지금까지도 그녀는 정말 병을 치료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이 핑계로 임찬혁을 만나고 싶은 건지 잘 알지 못했다.한편, 임찬혁은 곽미선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고 전화를 끊은 후 돌아가 쉬었다.저녁에 육씨 가문에 한 번 가겠다고 육성재와 약속했으니까....같은 시각에 수도의 기타 6대 명문가들은 모두 각자 준비를 했다.만약 수도가 깊고 바닥이 보이지 않는 담수라면, 그들 같이 오래된 명문가들은 바로 담수에서 가장 큰 물고기들이었다.옹씨 가문이 하룻밤 사이에 없어진 건 그들 사이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번 붉은 장미에서 열었던 그 모임에서 임찬혁과 한 번 만난 배두나는 상대방의 대략적인 상황을 알게 되었다.그녀의 눈에 임찬혁은 큰소리치기 좋아하는 쓰레기, 어느 날 갑자기 칼 맞아 죽을 지도 모르는 술집 관리인에 불과했다.“나도 임찬혁이 쓰레기라는 건 알지만 난 용운 그룹 대표의 얼굴을 본 적도 없고, 아빠는 또 임찬혁이랑 나랑 결혼시키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어서 뭘 어떻게 할 수가 없어. 하, 짜증나!”“용운 그룹 대표가 내일 당장 와서 나랑 결혼하겠다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우리 아빠도 거절 못할 텐데!”육소연이 동경하는 표정으로 말했다.“좋은 방법이 생각났어. 너한테도 도움 될 거야!”배두나가 입을 열었다.“뭔데?”육소연은 몸을 똑바로 펴고 앉아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지금은 인터넷이 발달했잖아. 용운 그룹 대표가 널 만나러 오지 않으면 네가 인스타 같은 거로 고백하면 되잖아. 그 사람도 네 마음을 알면 널 찾으러 올 거야.”“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옹씨 가문을 집어삼킨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용운 그룹 대표도 지금 많이 바쁠 거야. 지금 방해하면 안 되는 거 알지?”배두나가 아주 그럴듯하게 말했다.“좋은 생각이기는 하지만 그거로는 모자라.”“아빠가 임찬혁한테 저녁에 밥 먹으러 오라고 했거든? 또 우리 둘을 이어놓으려고 하는 것 같아. 하, 난 정말 그 사람 한시라도 보고 싶지 않은데.”육소연은 머리가 아파 크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네 아빠가 너무 고집이 세신 것도 문제네. 지금 가장 좋은 방법은 임찬혁이 스스로 물러나게 하는 거야.”배두나는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나는 그 사람이 평생 접할 수 있는 여자 중에서 가장 예쁘고 우수한 여자일 텐데, 과연 순순히 물러날까?”육소연은 더욱 깊이 고민했다.“내가 물러나게 할 방법을 알고있어. 왕철호 알아?”배두나가 갑자기 물었다.“프랜차이즈 마트 하는 집 사람이던가? 수도에서 규모가 가장 큰 프랜차이즈 마트가 바로 그 사람 집에서 연 거 아니야?”육소연도 왕철호
‘그런데 이 일을 전혀 언급하지 않네?’이건 임찬혁이 이 일과 조금도 관계가 없으며 그저 못난이에 불과하다는 걸 설명했다.“임찬혁, 너 내일 시간 돼? 되면 나랑 친구 좀 만나러 가자.”육소연은 눈을 한 번 돌린 후 입을 열었다.모두들 어리둥절해서 육소연을 바라보았다.여태껏 임찬혁을 똑바로 마주한 적이 없었던 그녀가 주동적으로 그를 데리고 나가려고 하다니?‘해가 서쪽에서 뜨겠네.’놀란 뭇사람들과는 달리 육성재는 마냥 기뻤다.그는 줄곧 임찬혁과 육소연을 이어왔었다. 거부만 하던 딸아이가 갑자기 이렇게 주동적이니 그에게는 좋은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당연히 되지. 너희도 언젠간 결혼할 텐데, 서로의 친구 정도는 알아둬야지. 찬혁아, 내일 소연이와 함께 소연이 친구 좀 만나고 와라.”육성재가 웃으며 말했다.“저도 내일 약속이 있어서 가지 못할 거 같아요.”하지만 임찬혁은 육소연과 함께 나가고 싶지 않았을 뿐더러, 이미 내일 곽미선을 치료해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바로 거절했다.임찬혁의 대답에 사람들은 모두 놀랐다.임찬혁처럼 처가에 빌붙어 사는 놈이 육소연의 데이트 요청을 받았으니 응당 좋아해야 하는 게 아닌가?왜 거절한 거지?육소연은 하마터면 화가 나서 웃을 뻔했다. 그녀는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내일 내가 가려는 호텔은 힐튼 호텔이야. 수도에서 가장 좋은 호텔중의 하나지. 만약 내일 안 가면 넌 평생 갈 기회가 없을 걸?”‘힐튼 호텔?’임찬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곽미선과 약속한 장소도 힐튼 호텔이었기 때문이다.“안 갈래.”그러나 임찬혁은 여전히 거절했다.이에 육소연은 마음이 급해졌다.배두나가 이미 왕철호와 약속을 잡았기 때문이다. 내일 힐튼 호텔에서 밥을 먹으면서 임찬혁을 모욕해 상대방이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했는데 만약 임찬혁이 가지 않는다면 계획은 물거품이 되지 않나?“네가 만약 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앞으로 완전히 연 끊는 거야. 혼사도 더 이상 언급하지 마!”육소연이 강한 태도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