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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5화

“청룡, 지존을 뵙습니다.”

청룡은 임찬혁을 향해 허리를 굽히고 절했다.

“주작, 지존을 뵙습니다.”

검은 옷을 입은 여자도 몸을 굽혔는데, 그녀의 목소리는 도도하면서도 기품이 있어 매우 듣기 좋았다.

“할아버지, 살려주세요!”

할아버지가 온 것을 본 곽령은 다시 눈에 빛이 어렸다.

‘임찬혁이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우리 할아버지한테는 질 거야!’

이때, 청룡이 뒤에 있는 장로 몇 명에게 눈짓을 했다.

그들의 눈은 모두 예리했는데, 모두 몇 걸음 뒤로 물러나 백호와 현무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한편, 백호 쪽 장로들도 몇 걸음 물러나 상대방과 기세를 비겼다.

대전 전체가 순식간에 조용히 두 파로 갈라졌다.

청룡와 주작을 선두로, 임찬혁은 옛 지존의 제자이니 제대로 된 신임 지존이 맞다며 그를 지지하는 파와 백호와 현무를 선두로, 경주 가문 따위의 데릴사위가 된 놈이니 지존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며 반대하는 파로 말이다.

그들은 모두 임찬혁을 끌어내리고 곽령을 신임 지존으로 세울 생각이었다.

서로 눈치 싸움을 하느라 대전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엄숙해졌다.

모두들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대전의 분위기는 언제라도 도화선만 있으면 큰 규모의 싸움이 벌어질 것 같았다.

“대담하구나, 백호!”

이때 임찬혁이 갑자기 크게 소리쳤다.

“네 손녀는 하극상을 했을 뿐만 아니라 나를 존경하지 않아 그 자리에서 바로 나한테 잡혔다. 바로 죽일까 생각하는데, 네 생각은 어떻지?”

그도 당연히 대전의 미묘한 분위기도 느꼈다.

이 싸움이 폭발하면, 대용문파는 큰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는 겉으로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은 척 하며 언제든지 곽령의 머리를 내리칠 것처럼 손바닥을 들었다.

“잠시만요!”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키가 큰 백호가 풀썩 무릎을 꿇었고, 현무도 따라서 무릎을 꿇었다.

“아이는 무지할 뿐, 모든 잘못은 저에게 있으니 아이를 살려주십시오. 이 일은 모두 저로 인해 일어났으니 제가 죽음으로 사죄하고 싶습니다. 그러니 부디 다른 이들에게 죄를 묻지 말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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