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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9화

“하지만 그게 뭐? 결국은 김세자의 눈에 들지도 못했잖아. 벌써 따라다닌 지 몇 년은 될 텐데 아직도 아무런 명분이 없어서야, 원!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어. 이세자가 바다 같은 넓은 마음으로 너를 품어줬으니 이런 기회를 소중히 여겨야 하지 않겠어? 널 헌신짝 취급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할 판에 감히 결혼하기 싫다고? 어쩌면 그렇게도 뻔뻔스럽냐?”

하지석의 말을 듣자 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은혜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은 마치 금은보화라도 발견한 듯싶었다.

왜냐하면 하은혜와 이장우의 결혼이 정해지는 순간 하씨 가문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니까.

“은혜야, 형수님이 널 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 여자라면 무릇 자신을 아낄 줄 알아야 해. 네가 오매불망 그리워하는 김세자만 하더라도 며칠 전에 공개 석상에서 어떤 년한테 프러포즈했다가 거절당했다며? 하지만 설령 파투가 났다고 해도 너한테 관심은 없잖아. 하씨 가문은 몰라도 너 자신을 위해 생각해야지 않겠어? 여자로서 평생 젊고 예쁘다는 보장이 어디 있어?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이번 기회를 놓치면 이세자처럼 좋은 남자를 다시 만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 내 말 듣고 지금 당장 가서 사직서 내. 일단 외모부터 열심히 가꾸고 보름 뒤에 하씨 가문이 주최하는 파티에서 이세자의 프러포즈를 받아줘. 그렇다면 넌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가 될 테니까.”

하지석의 아내인 조연아가 다가와 노파심에 연신 충고했다.

누가 부부 아니랄까 봐, 한 명은 북치고 한 명은 장구치고 진짜 천생연분이 따로 없었다.

하씨 가문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하은혜한테로 향했고, 그녀가 대답하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입을 꾹 닫고 있는 하은혜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고집스러운 손녀딸의 모습을 보자 하정민은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비록 그는 경기도 하씨 가문을 이끌고 있긴 하지만, 문제는 경기도 하씨 가문 자체가 고작 서울 하씨 가문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친척 중에서 서울 하씨 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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