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고등학교.정소현은 고개를 숙인 채 마치 도망치는 사람처럼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다만 입구에 다다르자 여학생 몇몇이 그녀를 막아섰다.“정소현, 어딜 이렇게 바쁘게 가나? 혹시 돈 벌려고 어떤 아저씨랑 만나기로 한 건 아니지?”“의외네? 평소에는 순둥이처럼 그 누구의 고백도 받아주지 않으면서 매춘부나 할 법한 짓거리로 돈을 벌었던 거야?”“용돈이 부족하면 우리한테 얘기하지 그랬어. 우리가 도와줄 수도 있는데 왜 스스로 자기 인생을 망치는 건데?”그들은 평소 정소현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은 여학생들이다.특히 노래방 사건 이후로 정소현의 마음속에 오로지 형부뿐인지라 같은 반 남학생은 눈에 차지도 않았고, 그동안 고백하러 온 소위 잘난 남학생을 거절한 적이 꽤 되었다.바로 이런 이유로 다른 여학생들은 그녀를 질투하기 시작했다.다들 기회만 생겼다면 정소현을 학교에서 쫓아내지 못해 안달이었다.“내가 왜 돈이 부족해? 프리미엄 가든에 집도 있는데 돈이 없을 리가 있어? 물론 돈이랑 별개로 너희들이 상관할 바는 아니라고 보는데? 비켜!”정소현은 여학생들과 시간 낭비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정소현, 좋은 말 할 때 알아서 자퇴해라? 네가 성남시 출신이 아닌 시골에서 올라온 촌년이라는 걸 다 알고 있거든?”“그 주제에 감히 프리미엄 가든에 집이 있다고 큰소리쳐? 낯 뜨거운 줄 알아!”“얘들아, 어쩌면 진짜 프리미엄 가든에 살지도 모르잖아. 거기에 돈 많은 아저씨 한 명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니야?”여학생들은 까르르 웃으면서 비아냥거렸다. 이번이야말로 정소현을 쫓아낼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참, 최근에 왜 다들 네가 몸 팔러 다닌다고 쉬쉬거리는지 알아? 왜냐하면 내가 이걸 보여줬기 때문이지!”이때 한 여학생이 휴대폰을 꺼내 동영상을 보여줬다.거리가 멀어도 정소현은 롤스로이스의 조수석에 앉아 있는 자신의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다만 운전석에 있는 남자의 얼굴은 확인이 불가했다. 이내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는데, 아마도 지난번에 형부
정소현도 바보가 아닌 이상 무릎 꿇은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유출되는 순간 지금 떠도는 유언비어를 인정하는 꼴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우린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왜 일부러 날 괴롭히는 거야?”정소현이 의혹이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천한 년은 누구나 싫어하기 마련이야. 당연히 혼 좀 내야 하지 않을까? 돈 많은 아저씨의 스폰을 받는 게 사실이라면 결국은 우리 학교를 망신시키는 건데, 교장 선생님을 대신해 처벌하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겠어?”손영지는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진정한 이유는 함구할 테지만 이 상황을 은근히 즐기고 있었다.정소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녀를 도와주는 사람이 딱히 없었기에 휴대폰을 빼앗고 싶어도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그러나 손영지의 요구에 응한다면 새로운 약점이 잡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만에 하나라도 동영상을 공개한다면 정소현의 처지는 더 비참해질 것이다.대체 어떡해야 한단 말이지?정소현은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꺼내 익숙한 번호로 전화를 걸려고 했다.하지만 이 상황에서 그를 부르는 게 맞는 건가?“지금 뭐 하는 거야?”이때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고개를 번쩍 든 정소현은 그 사람을 발견하자 눈물을 왈칵 쏟을 뻔했다.“누구세요? 그쪽이랑 무슨 상관인데요?”손영지는 시큰둥한 얼굴로 남자를 바라보았다.미인을 구하는 영웅이 되기 전에 제 분수부터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김예훈은 오늘 포르쉐를 끌고 왔는데,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이 담긴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하지만 문제는 손영지가 손씨 가문 출신이라서 포르쉐 정도는 일반 승용차와 다를 바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김예훈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소현아, 무슨 상황이야?”김예훈은 손영지를 무시하고 뒤돌아서 물었다.“형부, 쟤 휴대폰 안에 제 동영상이 있어요. 저한테 무릎 꿇고 걸레 같은 년이라고 인정해야 지워주겠대요.”정소현은 이때다 싶어 재빨리 설명했다.김예훈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그나마 처제를 괴롭힐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일 뿐, 다른
차에 오르자 김예훈은 시동을 거는 대신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현아,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형부한테 얘기해 봐. 여학생들이 왜 널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야?”이 얘기를 언급하는 순간 정소현은 억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형부, 지난번 노래방 사건 아직 기억해요? 그 뒤로 일부러 다른 학생들이랑 어울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손학철이 계속 저한테 집적대는 거예요. 공개 석상에서 여러 번이나 고백했지만, 제가 다 거절했어요. 결국 이것 때문에 손영지의 미움을 사게 되었어요. 왜냐하면 손영지도 손학철을 좋아한다는 소문이 있거든요.”이에 김예훈은 말문이 막힌 듯 미간을 문질렀다.그는 한참 동안 기억을 되짚어 보고 나서야 손학철이 누군지 떠올랐다. 당시 노래방에서 정소현을 데려왔을 때 마주쳤던 어린놈 같았는데...게다가 손영지는 또 뭐란 말인가?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들의 막장 연애라니.“그런데 어쩌다 이렇게까지 된 거야?”김예훈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다시 말을 꺼냈다. 오늘 손영지가 한 짓만 놓고 보면 고작 막장 연애 때문에 그랬다고 보기는 어려웠다.정소현은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손영지가 계속 자기는 일류 가문인 손씨 가문 출신이기에 나 같은 사람은 하인이 될 자격밖에 없다고 했죠. 그런데 어디서 감히 자기 남자를 탐하냐며, 영원히 학교에 못 나오게 하겠다고 으름장 놨거든요. 학교 이사회도 손씨 가문에서 관리한다는 소문이 있고, 오늘 저한테 무릎 꿇게 하기도 했지만 조만간 퇴학시킬 계획도 짰는걸요?”그녀의 말을 듣고 있는 김예훈의 표정이 조금씩 일그러졌다.만약 여학생끼리 질투해서 이 지경까지 온 거라면 그나마 이해할 텐데, 손영지가 그 손씨 가문 사람일 줄이야!게다가 고작 사소한 일로 정소현을 퇴학시키려고 하다니?비록 김예훈의 말 한마디면 훨씬 더 좋은 학교를 찾을 수 있겠지만, 상대방이 정민아를 노리고 일부러 태클 건 게 뻔했다. 따라서 어찌 정소현이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마냥 지켜만 보고 있겠는가!이런 생각
담임 교사의 태도는 매우 단호했다. 비록 정소현은 전학생에 불과했지만 워낙 공부를 열심히 하는 편이라 그녀를 퇴학시키는 데 절대로 동의하지 않았다.“교장 선생님, 고작 학생들 사이에 생긴 작은 오해 때문에 훌륭한 학생 한 명을 퇴학시킨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담임 교사가 말하자 손학철의 어머니가 벌떡 일어나서 씩씩거렸다.“작은 오해요? 어딜 봐서 작은 오해에요? 우리 학철이가 얼마나 똑똑한데, 얘를 키우느라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요? 손영지 양이 우리 아들을 좋아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영광이 따로 없죠. 물론 집안 경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두 사람이 사귄다고 해도 우린 반대할 의향이 전혀 없어요. 그런데 정소현 그 천한 년이 감히 우리 집 재력에 눈독 들이고 일획천금의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잖아요. 그래서 두 사람 사이를 망치려고 일부러 끼어든 게 분명해요. 이런 악질인 학생은 바로 퇴학시켜야 마땅하다고 봅니다.”이는 누가 봐도 억지였다.학생들 사이에서 생긴 사소한 일 때문에 이 지경까지 판을 끼우는 건 막무가내로 밀어붙여 행패 부리는 것과 다름없었다.손학철의 아버지는 배불뚝이 중년 남성인데, 이내 헛기침을 하고는 말을 이어갔다.“고작 아이들끼리 다퉈서 작은 갈등이나 모순이 생겼다고 교장 선생님까지 찾아오지는 않겠죠. 하지만 정소현은 해도 해도 너무했어요. 우리 학철이한테 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 선물을 사주겠다고 집에서 무려 몇천만 원을 훔쳤다니까요? 선생님들, 이건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우리 학철은 어려서부터 가정 교육을 잘 받았기에 옆에서 부추기는 나쁜 학생만 없었더라면 이런 짓은 상상도 하지 못할 거예요. 따라서 정소현을 퇴학시키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고 하잖아요?”손학철의 아버지는 마치 학교를 위해서 그런다는 듯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물론 그는 자기 와이프와 마찬가지로 결국은 정소현을 퇴학시키려는 목적이다.이렇게 해야만 아들이 권세 있는 집안에 빌붙을 테니까! 즉, 손영지와 사귀는
손학철 어머니의 말에 이예운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요염한 눈망울과 글래머한 몸매, 그리고 성격까지 호탕한 덕분에 그녀에 대한 온갖 유언비어가 떠돌아다니고 있었다.다만 지금까지 굳건히 순결을 지킨 이예운은 이 나이 되도록 연애 한 번 못 해 봤는데, 어찌 다른 남자의 스폰을 받을 수 있겠는가?이내 이예운이 버럭 하며 외쳤다.“어머님, 최소한 예의는 지켜주셔야죠. 어쩜 입만 열면 헛소리하는지, 증거 있어요? 계속 이러시면 명예훼손으로 확 고소해버릴 거예요.”“고소요? 어디 한 번 해보시던가!”손학철의 어머니가 막무가내로 말했다.“당신이 깨끗한 사람이라면 굳이 정소현 그 천한 년을 감싸줄 필요가 있겠어요? 당신처럼 더러운 선생님이 가르쳤기에 저런 학생이 나오는 게 아닐까요? 감히 날 고소한다고? 정말 뻔뻔스럽군요.”이예운은 화가 나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사실 그녀는 무슨 상황인지 대충 알고 있었다.고작 학생들의 질투심 때문에 일어난 해프닝이라 별일 아니지만, 손학철의 어머니는 정소현이 천한 년이라고 딱 잡아떼면서 자신까지 모욕했다.“그만!”이때 교장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이 선생, 이미 결정을 내린 일이니까 그만하시죠?”이에 이예운은 안타까운 기색이 역력했다.비록 정소현을 돕고 싶지만 어디까지나 교사일 뿐인 지라 능력치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더욱이 지금은 내 코가 석 자라 제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었다.“저 요사스러운 눈매 좀 봐요, 왜 굳이 선생이 되려고 하는지 모르겠네? 애인 노릇이나 조용히 하지, 수치도 모르고 선생이 되었으면 월급이나 따박따박 받으면 얼마나 좋아요? 괜히 쓸데없이 참견하고 말이에요. 그럴 능력은 있어요? 내가 여기 이사회에 잘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 줄 알아요? 내 말 한마디면 당신을 자르는 건 일도 아니라고.”손학철의 어머니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말했다.이예운이 예쁘게 생겼다는 생각에 괜히 질투가 나서 그녀는 심기가 불편한 상황이었다.드디어 이예운의 코를 납작하게 할 구실을 찾았으니 당연히
“교장 선생님은 어느 분이죠?”김예훈은 손학철의 어머니를 무시하고 물었다. 이런 막돼먹은 아줌마는 한 두 번 상대한 게 아닌지라 안중에도 없었다.“접니다. 그쪽은 누구시죠? 우리 학교 회의실에 누가 마음대로 들어오라고 했죠?”교장이 일어나서 못마땅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정소현을 퇴학시키기 전에 무슨 이유 때문인지 제대로 조사해봤습니까?”김예훈이 싸늘한 말투로 물었다.“이건 학교 내부에서 결정한 일이죠. 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요?”교장이 경멸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어디서 불쑥 튀어나온 어린놈이 감히 따지려 든다는 말인가? 장난하나?“소현을 퇴학시킨다는 데 가족으로서 당연히 상관있지 않겠어요? 감히 내 앞에서 우리 소현이를 모욕하는 사람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김예훈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어갔다. 고작 학교 교장 따위가 어디서 거만하게 날뛴단 말인가?“이 자식이!”이때 손학철의 아버지가 벌떡 일어섰다.그는 경멸이 가득 담긴 시선으로 김예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이 천한 년의 가족이라면 얼른 데리고 꺼져! 너한테 이 사건을 처리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 꺼지라고 할 때 꺼져. 이따가 사람 불러서 쫓아내면 더 망신당하지 않겠어?”김예훈은 고개를 돌려 손학철의 아버지를 바라보았다.“소현을 퇴학시키라고 우긴 사람이 당신인가?”“그래!”손학철의 아버지가 냉소를 지었다.“나이도 어린 년이 고작 돈 때문에 우리 아들을 꼬드겼잖아. 결국 학철이가 집에서 무려 몇천만 원이나 되는 공금을 몰래 훔쳐서 저년한테 명품을 선물해줬다고. 마침 잘 왔네, 똑똑히 들어! 오늘 1억을 배상해주지 않은 이상 한 걸음도 움직일 생각하지 마.”김예훈이 피식 웃었다.“가정 교육을 잘못한 게 우리 소현이랑 무슨 상관인데? 그쪽 아들이 돈을 훔쳐서 몹쓸 짓을 하든 말든 우리 알 바는 아니잖아? 도대체 무슨 일인지 똑똑히 설명하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고작 1억만 손실 보는 게 아니라고 장담하지.”손학철의 아버지가 비아냥거렸다.“설명이라고? 무슨 설명을
교장은 김예훈이 누군지 당연히 몰랐다.하지만 그도 알고 있었다. 손학철은 학교에 많은 돈을 기부했을 뿐만 아니라 학교의 이사장하고도 돈독한 사이라는 것을 말이다.더욱이 이사장은 손 씨 가문 사람인지라 이번 일에 대한 처분이 어떻게 이루어질지에 대해서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하지만 교장은 냉소를 띌 뿐이었다.“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간에 오늘 결과에는 변함이 없을 거예요.”“정소현이 잘린 것 때문에 이렇게 학교까지 찾아온 모양인데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은 끝까지 무를 거예요.”“당신과 손학철 학생이랑 어떤 일이 있던 그건 둘이 알아서 해결해 주세요.”김예훈은 살기가 어린 눈빛으로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쳐다보았다.“다들 이 의견에 동의하시는 거예요?”“설마 이렇게 막무가내로 우리 회의실에 쳐들어온다고 하여 우리 결정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혹시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면 밖에 나가서 먼저 우리 신분부터 알아봐. 네가 어떤 사람이든 오늘 일에 대한 결과는 바뀌지 않을 테니까.”“지금이라도 공손하게 사과하고 나가세요. 아니면 성남시에서 너희가 공부할 수 있는 데는 없을 테니까.”여기에 앉아 있는 몇 명의 이사장들은 김예훈을 아예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그들 눈에는 반항기 가득한 재벌 2세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재벌 2세라고 하여도 그들 눈에는 하찮기 마련이었으니까.그들은 자신들이 실세이고 권력이라고 믿고 있었다.하지만 정소현은 지금, 이 순간 덜컥 겁이 나고 말았다.그녀는 아직 학생이고 아무리 자신의 형부가 대단한 사람인 걸 안다고 하더라도 그의 힘이 교육계까지 미칠지는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러다가 자신이 정말로 공부할데가 없을까 두려워 나기 시작하였다.“형부, 됐어요. 그만 나가요.”정소현이 낮은 소리로 말하였다.“차라리 어린애가 뭘 좀 더 아네. 빨리 데리고 나가. 지금 내가 기분이 좋으니까, 벌금은 안 받을게!”“하지만 고분고분 물러나지 않는다면 나도 벌금에서 끝나진 않을 거야!”“다
김예훈이 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 입구에서는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오늘 이게 다 무슨 일이에요? 이사장님들까지 왜 오신 거예요? 무슨 큰일이라도 난 건 아니에요?”“설마 정소현 때문에 그러는 건 아니겠죠?”“설마요? 정소현이 무슨 재주로 이사장님들까지 부르겠어요?”하지만 이사장이 문제가 아니었다. 학교 입구에 선 아우디가 사람들의 시선을 더 끌었다.“이분은... 성남시 교육청의 천일강, 교육청의 이인자가 왜 여기에!”“헐, 일인자 주현강도 와 있어?”“이게 다 무슨 일이야? 성남시 교육청 1,2인 자가 다 등장하다니 이게 다 어떻게 된 일이야?”“그리고 이사장들도 다 긴장한 얼굴인 거 안 보여? 도대체 뭔 일이야?”그 시각 학교 입구에서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고 모두가 하나같이 의아하기만 하였다.성남 고등학교는 돈 있는 집안 자제들만 다니는 귀족 학교로도 유명하다.거기에 손씨 가문의 투자로 성남 고등학교는 온 성남시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학교로 알려져 있다.돈과 권력을 가진 자제들이 여기 성남 고등학교에 얼마나 많이 다니는지 교장과 이사장들의 친분 또한 모두 그런 사람들뿐이었다. 그러니까 그들의 콧대가 하늘을 찌를수 밖에 없었다.하지만 교육청의 1,2인 자가 동시에 출현하는 건 너무도 드문 일인 건 사실이었다.더욱이 그 두 사람 표정 또한 진중하여 마치 무슨 큰일이 난 것만 같았다.같은 시각 회의실에서는 벌써 십 분째 기다리고만 있었다.손학철의 아버지는 벌써 귀찮은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이것 봐, 젊은이 자네 배경이 누군지 몰라도 빨리 오라고 전해, 안 그러면 갈거니까!”“이러지 말고 빨리 정소현 데리고 가. 더 이상 꼴사나운 꼴 보이지 말고.”교장의 이런 제안은 절대 김예훈을 생각해서 한 말이 아니었다. 단지 그가 누굴 불러올지 안 봐도 뻔할 거 같아서 한 말이었다.그때 이예운이 김예훈에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저기요, 이러면 어떨까요? 먼저 돌아가시면 제가 어떻게 해서든 정소현이 학교에서 나
랜드크루저가 마당을 뚫고 들어온 순간, 누군가 차 문을 발로 걷어차면서 스무 명이 넘는 젊은 남녀가 동시에 차에서 내렸다.허리춤에 검을 차고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거만하고 차가운 표정이었다.그중 앞장선 사마은 키가 거의 1미터 70이 넘는 긴 생머리 미녀였다.그림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있는 그녀는 세상 모든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그녀는 왼손에 태블릿을 쥐고 김예훈을 힐끔 쳐다보고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무단으로 부산을 떠나 진주에 와서 살인 방화를 저지르다뇨! 저 류서우는 정말 회장님께서 뻔뻔한 사람은 처음 보네요. 제 발로 찾아왔으니 절대 이만 갈 생각하지 마세요. 죽고 싶지 않으면 무기를 내려놓고 무릎부터 꿇으세요. 그러면 목숨만은 구제해 줄게요.”김예훈은 이들을 한번 둘러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너희들 누구야?”“용문당 집법 부대인데요?”아주 깔끔한 대답이었다.“저희 당주님께서는 회장님이 부산 용문당의 안위를 무시하고 일본 손님을 도발했다는 신고를 받게 되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진주에까지 와서 사람을 죽일 수 있어요? 진주 기관은 당신 같은 사람을 용납할 수 없어요! 저희 용문당에서도 용납할 수 없고요!”“그래?”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용문당 4대 장로님이 지켜주는 집법 부대? 글쎄 왜 이렇게 거만하게 행동하는가 했네.”김예훈은 용인주의 체면을 봐서 부산 용문당 회장을 하기로 한 것이다.아니면 당주를 하라고 해도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라도 해도 그의 앞에서 잘난 척할 자격이 없었다.“마침 잘 왔어. 내가 이따 나오키를 죽이면 바닥을 깨끗이 청소하고 현장 정리 잘해. 아무리 그래도 진주 호텔인데 사람이 죽으면 너무 불길하잖아.”김예훈을 차가운 말을 내뱉으면서 나오키를 죽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결국 뿌리를 뽑아버리는 것이 오늘 밤 그의 목적이었다.“김 회장님!”류서우는 결국 분노하고 말았다.“지금 누구와 이야기하고 있는지 알기나 하세요? 저희 집법 부대는 당주님과 회장님을
퍽!바닥에 세게 부딪힌 나오키는 힘겹게 일어나려고 했지만, 체내에서 알 수 없는 힘이 휘몰아쳐 결국 피를 토해냈다.그는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이 순간 그는 대결로 모든 생명력과 잠재력을 소진했는지 아까보다도 더 늙고 초췌해 보였다. 나오키는 창백한 얼굴로 저항하지도 않고 비명을 지르지도 않은 채 서서히 무릎을 꿇었다. 오른손에는 여전히 검을 쥐고 있었다.아직 죽지 않았지만, 곧 죽음이 다가올 운명이었다.김예훈의 손에 목숨이 잡혀있었기에 그가 원한다면 뺨 한 대로 바로 목숨을 끝내버릴 수 있었다.“안 돼!”이 모습에 일본 고수들은 마음속 신이 무너진 것처럼 통곡했다.여전히 표정이 덤덤한 김예훈의 모습에 일본 남녀들은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손에 쥐고 있던 검을 하나둘씩 내려놓기 시작했다.진세은 역시 의심할 여지 없이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정신마저 혼미해졌다.김예훈이 나오키를 쉽게 무너뜨릴 수 있을 거로 생각지도 못했다.몇 명의 아름다운 일본 여성들은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입을 막고 있었다. 무슨 소리라도 냈다간 함께 김예훈의 손에 죽을까 봐 겁이 났다.“네가 졌어.”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던 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내가 이미 말했잖아. 알아서 목숨을 내놓으면 체면 정도는 지킬 수 있을 거라고. 왜 내 말을 안 믿는 거야. 그런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퍽!김예훈은 단검을 나오키 앞에 떨어뜨리더니 피식 웃었다.“일본 사무라이들이 전장에 나가서 지면 알아서 목숨을 끊는다고 들었어. 그리고 항상 두 자루의 검을 가지고 다닌다지? 장검은 적을 죽이는 데 쓰이고, 단검은 자결하는 데 쓰인다고 들었어. 단검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내가 직접 빌려줄게. 네가 일본 최고의 사무라이 정신을 보여줄지 너무나도 궁금해.”이 말에 열몇 명의 일본 남녀는 서로를 바라보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이들은 그제야 김예훈이 전혀 용서할 마음 없이 뿌리까지 뽑아버리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런 제기랄! 끝까지 해봐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환각이 나타난 것처럼 나오키의 뒤에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귀신이 나타나 검을 들고 내리치는 것 같았다.이런 한방에 마음이 약하나 자는 바로 무너지기 일쑤였다.밖에서 그 기운을 느낀 진세은은 힘이 풀려 오줌을 지릴 뻔했다.쨍!이 순간,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나타나 나오키의 검을 막았다.쨍!김예훈은 멈추지 않고 뒤로 날아가 발이 바닥에 떨어질 때 뒤로 세 발짝 물러서 나오키의 검에 담긴 기운을 물리쳤다.“흥미롭군. 이제 막 무신 급에 접어든 실력이 아니야.”김예훈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음양술로 이 실력에 도달할 수 있는 거 보면 일본 국방부의 그 몇몇 무신들도 너의 상대가 안 되는 거 아니야? 그런데 죽고 싶어서 억지로 장병급에서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무신 급으로 거듭난 거야? 이 대결이 끝나면 육체가 무너지고, 사람 전체가 망가질 텐데?”김예훈은 여전히 호기심 가득한 표정이었다.그는 이러한 기이한 수법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음양술, 주술 등을 이용하여 강제로 실력을 높이는 것은 자기 잠재력을 이미 소진하는 것과 같았다.특히 한 번에 큰 범위를 돌파하면 소진력은 더욱 무서웠다.나오키가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대결이 끝나면 육체가 완전히 무너져서 병신이 될 수도 있었다.“김예훈, 너를 죽일 수만 있다면 죽어도 상관없어.”나오키는 차가운 표정으로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는 다시 검을 들고 앞으로 나갔다.샤샥!나오키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또 한 번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완전히 방어를 포기한 상태라 오히려 빈틈을 드러내며 검을 휘둘렀다.샤샥!김예훈이 무심하게 휘두른 검은 정확히 나오키의 검에 부딪혔다.나오키는 부들부들 떨면서 어쩔 수 없이 뒤로 대여섯 발짝 물러났다.이순간 나오키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렇게까지 큰 대가를 치렀는데 맞은편의 김예훈이 이 정도로 쉽게 공격을 피해버릴 줄 몰랐다.이것으로
나오키는 김예훈의 폭넓은 지식에 놀라긴 했지만 더 이상 쓸데없는 말 하지 않고 김예훈이 있는 곳으로 돌진했다.나머지 열몇 명의 일본 고수들은 소리를 지르며 추문성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의미심장한 표정을 하고 있던 추문성은 진세은이 방금 바닥에 떨어뜨린 총을 집어 들고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퍽! 퍽! 퍽!여러 일본 고수가 피바다에 쓰러졌지만 다른 일본 고수들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여전히 소리를 지르며 돌진해 왔다.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진세은은 도망치고 싶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전혀 움직일 수 없어 본능적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이 시각, 김예훈과 나오키는 정면으로 승부를 겨루고 있었다.샤샥!나오키가 은빛 광채를 띠는 검을 앞으로 내리치길래 김예훈은 검으로 그의 천둥 같은 일격을 막아냈다.쨍!두 검이 부딪히는 순간 고막이 터질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나오키는 숨을 가쁘게 쉬면서 연신 뒤로 물러났다.하지만 김예훈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나오키를 바라보았다.“무신 급이네.”김예훈은 적잖이 놀란 모양이다.나오키가 종이 인형을 사용해서 실력이 업그레이드되어 무신 급이 될 줄 몰랐다.비록 오래 지속될 수도 없고, 그에 따른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지만 무신 급은 엄연히 장병급과 완전히 다른 개념이었다.예를 들어 오정범과 추문성이 젊은 층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이긴 하지만 김예훈의 지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내에 돌파구를 찾아 무신이 되는 것은 불가능했다.나오키가 이 단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은 일본의 음양술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존재한 이유를 알수 있었다.김예훈이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나오키는 이미 무표정으로 칼을 들고 다시 접근했다.일본 검도를 수련한 지 오랜 세월이 지난 나오키는 김예훈과 같은 상대를 상대할 때 그 어떠한 허세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매번 검을 내리칠 때마다 온갖 힘을 다해 휘둘렀다.쨍! 쨍! 쨍!무표정을 한 김예훈
어쨌든 나오키도 전설적인 인물로서 많은 풍파와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이다.하지만 자기가 직접 상속자로 지정한 아들이 눈앞에서 죽임을 당하자, 품위를 지키던 모습은 사라지고 극도의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세이이치로와 마찬가지로 신분을 밝혔는데도 이렇게 무례하게 행동하며 자기 아들을 죽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이순간 나오키는 분노로 들끓기 시작하면서 김예훈을 갈가리 찢어 죽이고 싶어했다.열몇 명의 일본 남녀들이 짐승처럼 포효하면서 검을 꺼내 언제든지 덮칠 준비가 되어있었다.오직 김예훈만은 무덤덤하게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추문성은 진작에 당도를 들고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진세은은 부들부들 떨면서 장례식장에서 빠져나갔고, 더 이상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었다.따라서 홍성파 정예 부하들도 얼굴이 창백해진 채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그 순간, 진세은의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지만 마치 느끼지 못한 듯 계속해서 중얼거렸다.“이런 미친놈은 절대 건드리면 안 돼.”진세은은 차라리 진주 감옥에 있었으면 했다.평생 감옥에 갇히더라도 이 장면을 겪고 싶지 않았다.“이런 제기랄! 감히 내 앞에서 내 아들을 죽여? 죽여버릴 거야! 너의 온 가족도! 너의 조상님들도 모조리 무덤에서 파내서 뼈를 부숴버릴 거라고!”나오키는 검을 꺼내 앞으로 돌진했다.김예훈 역시 무심하게 검을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것은 부모님의 잘못이야. 네 아들이 오늘날 이 지경에 이른 것도 네가 잘 가르치지 못해서 그런거라고. 일본인이 대한민국에 왔으면 고개를 숙이고 다녔어야 한다고 진작에 말해줬어야지. 네가 불만이 많다는 거 알아. 그렇다면 내가 공정하게 대결할 기회를 줄게. 하지만 너는 분명히 내 상대가 아니야. 그러니까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좋을 거야. 나이를 잔뜩 처먹고 지는 것도 쪽팔리잖아.”말하는 사이, 김예훈은 아무렇지 않게 검을 들었다.쌍방의 원한은 이미 죽고 못 사는 지경에 이르렀다.마냥 좋은 사람이 되기 싫은 김예훈은
다른 타케이 가문 사람들은 김예훈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해도 나오키는 김예훈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신했다.예를 들어 부산 용문당 회장으로서 부산에 있을 때 야마자키파를 물리친 사실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때는 부산에 있는 야마자키파 중에 무신 급은 없었기에 김예훈이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나오키는 비참한 모습으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아들을 보면서 화를 내는 대신 차분한 모습이었다.김예훈은 그런 그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타케이 가문의 수장에 대해 아무런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고, 그저 약간의 호기심뿐이었다.‘장병급 주제에 대한민국에 와서 위세를 부려?’“이봐, 젊은이. 오늘 일은 여기까지인 걸로 해. 나오토 사건에 대해 이미 알고 있으니 일본대사관에 진주 경찰서에 잘 협조하라고 할게. 만약 네가 정말 억울한 거라면 내가 타케이 가문을 대표하여 한마디 하지. 절대 너에게 복수하는 일은 없을 거야. 그리고 국제 경찰에 수배 신청도 내리지 않을 것이고.”나오키는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나 나오키는 타케이 가문의 수장이자 야마구치파의 장로로서 절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이만 가봐. 떠나기 전에 내 아들한테 사과하고. 이렇게 많은 사람을 죽였는데 대가를 치러야 할 거 아니야. 안 그래?”나오키는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그의 신분으로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반드시 체면을 세워줄 거로 생각한 모양이다.죽어버린 타케이 가문 정예들에 대해서는 김예훈이 좋은 조건만 제시하면 따라서 없던 일로 해줄 수 있었다.“사과? 일본인 주제에 나한테 사과를 요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발로 바닥에 있던 검을 두 동강 냈다.사람들이 반응할 틈도 없이 그중 한 조각은 세이이치로의 목구멍에 꽂히고 말았다.세이이치로는 부들부들 떨면서 목을 부여잡은 채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러다 서서히 바닥에 널브러져 숨을 거두게 되었다.그는 진주에 오고부터 타케이 가문의 상속자이자 야마구치파의
진세은은 총을 들어 올리려다 다시 움츠러들었다.김예훈이 추문성 덕분에 위세를 부릴 수 있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이순간 절망감에 휩싸이고 말았다.세이이치로는 얼굴이 찌릿찌릿한 느낌에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당연히 자존심, 자부심과 사무라이 정신마저 짓밟히고 말았다.김예훈은 휴지 한 장을 꺼내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닦으면서 말했다.“넌 나한테 안 돼.”다시 정신을 차리려던 세이이치로는 이 말에 다시 무너지고 말았다.사실 김예훈을 만나기 전에 그의 실력을 과대평가한 건 사실이지만 곁에 장병급 실력자가 있다고 해도 자기 상대가 안 될 거로 생각했다.그런데 뺨 한 대에 무너질 줄이야.야마구치파든, 타케이 가문이든, 실력자든, 김예훈의 소박한 뺨 앞에서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세이이치로는 절망감에 휩싸였다고 해도 마지막 자존심 때문에 고개를 숙이지 않은 채 어금니를 꽉 깨물면서 말했다.“김예훈, 장난 아닌데? 그런데 나를 이겨서 뭐 하려고? 나는 진주에서 직접 모신 손님인데 나를 죽였다간 어떻게 보고하려고? 어떻게 사람들의 입을 막을 수 있겠어. 그래서 말인데 넌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나를 죽일 용기는 없을 거야. 지금 이 시대에서는 힘이 강하다고 해서 마음대로 할수 있는 건 아니거든. 김예훈,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어.”“그래?”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앞으로 다가갔다.“네가 날 이렇게 도발하는데 죽이지 않고서야 내 체면이 서겠어?”김예훈의 미소에서 살기를 느낀 진세은은 부들부들 떨면서 누군가에게 전화했다.“뭐하는 짓이야!”바로 이때, 뒷문 쪽에서 위엄이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오면서 열몇 명의 일본 남녀가 검을 들고 문을 박차면서 들어왔다.조금 전의 일본인들과는 다르게 어마어마한 압박감을 풍기고 있었다.뒤이어 기모노를 입은 백발의 노인이 뒷짐을 쥐고 걸어왔다.추문성은 이 사람을 보자마자 숨이 가빠지더니 본능적으로 김예훈의 앞을 가로막았다.“아버지.”상대방을 확인한 세이이치로는 뻘쭘한 표정이었다.“나오키 어르신!”진세은은 기쁜 마음에 재빨
표정이 일그러진 진세은은 오른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더이상 명령을 내리지 못했다.김예훈의 실력에 놀랐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오른손만 봐도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동작이 너무 느려. 좀 더 빨리할 수 없어? 저녁에 밥 안 먹었어?”김예훈은 진세은을 무시한 채 추문성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계속해서 지시했다.샤샤샥!이때, 쌍방 분위기는 점점 더 치열해졌다.추문성이 실수로 왼손에 상처를 입자마자 열몇 명의 사무라이들이 그 기회를 틈타 공격해왔다.여러 자루의 검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어마어마한 살기로 추문성을 침식해 버릴 것만 같았다.이 모습에 두려움에 떨고 있던 진세은과 세이이치로는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루미코 역시 기대에 가득 찬 모습이었다.“검술.”김예훈의 말에 추문성은 눈앞이 밝아졌다.다음 순간, 추문성은 당도를 칼집에 넣었다가 다시 빼냈다.하늘을 가를 듯한 당도를 빼내 휘두르는 순간 살기가 뿜어져 나오면서 사무라이들의 검이 전부 다 두 동강 나고 말았다.이 모든 것은 잠깐에 불과했으며. 추문성은 다시 당도를 칼집에 널었다.“푸!”아까까지만 해도 서 있던 열몇 명의 사무라이들의 목에서는 피가 뿜어져 나왔다.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오십 명이 넘는 사무라이들과 열몇 명의 닌자들은 전부 다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왼쪽 손에 상처가 나 있는 추문성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다.‘한 명도 빠짐없이 다 죽어버렸다고? 정말 장병급 실력자인 거야?’진세은과 홍성파 정예 부하들은 어안이 벙벙해져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추문성이 무조건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사실 아무리 장병급 실력자라고 해도 이렇게나 많은 사람을 상대하기는 힘들었다.김예훈이 몇 마디 지적했을 뿐인데 추문성한테는 아무 일도 없고, 일본인들만 목숨을 잃었다.세이이치로는 그제야 반응했다.‘이 사람들 모두 실력이 내로라하는 사람들이었는데! 모두 다 죽어버렸다고? 돌아가서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이런 제기랄! 다 죽여버릴 거
김예훈이 직접 나서기도 전에 토요타 프라도 뒷문이 언제 열렸는지는 몰라도 대기하고 있던 추문성이 차에서 내렸다.추문성은 바로 칼집에서 당도를 꺼내 앞을 향해 휘둘렀다.“푸!”칼날이 스쳐 지나가고, 김예훈과 가장 가까이 있던 세 명의 사무라이가 목을 감싼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졌다.추문성은 그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한 걸음 내딛어 또 당도를 휘둘렀다.길을 막고 있던 사무라이들은 순식간에 바닥에 널브러지고 말았다.“장병급?”세이이치로는 멈칫하고 말았다. 그는 어젯밤에 일어난 일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추문성이 김예훈을 지키는 장병급 실력자인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진세은은 결정적인 순간에 추문성이 김예훈을 위해 나설 줄 몰랐는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정말 김예훈과 함께 죽고 싶은 건가?’샤샥!바로 이때, 닌자 한 명이 그림자처럼 추문성의 뒤에 나타났다.하지만 검을 뽑기도 전에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하는 것이다.“앞으로 세 걸음 나아가 뒤에서 찌르기!”옆으로 피할 준비를 하고 있던 추문성은 김예훈이 시키는 대로 앞으로 세 걸음 나아가 당도를 앞으로 찔렀다.“푸!”어두운 곳에 숨어있던 난자 한명이 가슴을 움켜쥔 채 쓰러지고 말았다.추문성을 향해 검을 뽑으려던 닌자의 이마에도 붉은 흔적이 나타나면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졌다.“왼쪽으로 세 걸음 가서 내리찍기.”김예훈은 여전히 담담한 모습이었다.추문성은 잠시 생각에 잠긴 표정을 하더니 김예훈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푸!”세 명의 사무라이들은 반응할 틈도 없이 이미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뒤로 세 걸음 가서 가로 베기.”“높이 뛰어 내리 찌르기.”“앞구르기로 베기.”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지시하고 있었다.이렇게 일본 사무라이와 닌자들은 추문성에게 가까이하지도 못한 채 당도에 베어 목숨을 잃고 말았다.일본인들은 추문성을 포위해서 해결할 계획이었지만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오히려 추문성은 김예훈의 지시를 받을 때마다 더욱더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