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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1화

정소현도 바보가 아닌 이상 무릎 꿇은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유출되는 순간 지금 떠도는 유언비어를 인정하는 꼴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우린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왜 일부러 날 괴롭히는 거야?”

정소현이 의혹이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천한 년은 누구나 싫어하기 마련이야. 당연히 혼 좀 내야 하지 않을까? 돈 많은 아저씨의 스폰을 받는 게 사실이라면 결국은 우리 학교를 망신시키는 건데, 교장 선생님을 대신해 처벌하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겠어?”

손영지는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진정한 이유는 함구할 테지만 이 상황을 은근히 즐기고 있었다.

정소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녀를 도와주는 사람이 딱히 없었기에 휴대폰을 빼앗고 싶어도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그러나 손영지의 요구에 응한다면 새로운 약점이 잡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만에 하나라도 동영상을 공개한다면 정소현의 처지는 더 비참해질 것이다.

대체 어떡해야 한단 말이지?

정소현은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꺼내 익숙한 번호로 전화를 걸려고 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그를 부르는 게 맞는 건가?

“지금 뭐 하는 거야?”

이때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개를 번쩍 든 정소현은 그 사람을 발견하자 눈물을 왈칵 쏟을 뻔했다.

“누구세요? 그쪽이랑 무슨 상관인데요?”

손영지는 시큰둥한 얼굴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미인을 구하는 영웅이 되기 전에 제 분수부터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김예훈은 오늘 포르쉐를 끌고 왔는데,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이 담긴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손영지가 손씨 가문 출신이라서 포르쉐 정도는 일반 승용차와 다를 바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김예훈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소현아, 무슨 상황이야?”

김예훈은 손영지를 무시하고 뒤돌아서 물었다.

“형부, 쟤 휴대폰 안에 제 동영상이 있어요. 저한테 무릎 꿇고 걸레 같은 년이라고 인정해야 지워주겠대요.”

정소현은 이때다 싶어 재빨리 설명했다.

김예훈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그나마 처제를 괴롭힐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일 뿐,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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