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872화

Author: 낭아감자
곧이어 우광식이 나타났다.

범룡과 그는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보더니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

성남시 조직에서 떠오르는 오정범은 결코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소문에 의하면 배후에 귀인이 있다고 했는데 성남시 조직의 거물조차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다고 했다.

이러한 조직 보스가 직접 찾아온다고 했으니 둘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니면 만철 도련님께 여쭤볼까요?”

우광식이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

범룡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김만철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지라 그에게는 과정보다 늘 결과가 중요했다.

고작 이런 일 때문에 연락한다는 건 결국 죽음을 자초하는 짓이다.

게다가 범룡은 지금의 김만철이 과연 오정범을 상대할 수 있는 지도 문제였다.

두 사람이 한창 고민에 빠져있을 때, 얼마 지나지 않아 오정범이 김예훈과 같이 나타났다.

범룡이 김예훈에게 눈길을 돌렸다.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녀석이란 말이지? 감히 오정범의 곁에서 얼쩡거리다니? 설마 새로 뽑은 보디가드인가?

“범이 형님, 여긴 어쩐 일로 찾아왔을까요?”

범룡은 감히 따지지도 못한 채 허리를 숙이며 공손하게 물었다.

오정범은 싸늘한 시선으로 범룡을 바라보더니, 옆에 얌전히 서 있는 우광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우리 형수님한테 아무 짓도 안 했지?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까닥했다면 제대로 각오해!”

형수님?!

이 말을 듣는 순간 범룡은 다리에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오정범이 형수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이라니? 정민아는 대체 어떤 귀인의 여자란 말인가!

원래는 그와 상관없는 일이지만, 정민아를 이미 납치하지 않았는가! 만약 오정범의 연락이 없었더라면 그는 손을 대고도 남았을 것이다.

이런 생각에 범룡은 등에서 식은땀이 쫙 났다.

그나마 섣불리 움직이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었다. 아니면 도망갈 구석조차 없었을 테니까.

그는 오정범의 실력을 잘 알고 있다. 오정범이 마음만 먹는다면 자신을 포함한 무리를 쓸어버리는 건 식은 죽 먹기에 불과했다.

“범이 형님, 형수님은 지하실에 계십니다. 저희는 아무 짓도 한 게 없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지존 사위   제873화

    왜냐하면 그는 김예훈한테서 당시 김만철에게 무릎 꿇을 때처럼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압박감을 느꼈기 때문이다.이 사람은 도대체 누구? 어찌 김만철 보다 더 강한 아우아를 뿜어낸단 말이지?“말해, 우광식이 우리 와이프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 했는데?”김예훈이 서늘한 말투로 물었다.범룡은 흠칫하더니 이실직고했다.“김세자가 좋아한 여자가 어떤 맛인지 한번 느껴보고 싶다고 했어요. 게다가 배후에 일류 가문인 손씨 가문이 있기에 감히 아무도 함부로 하지 못할 거라고 큰소리쳤죠.”범룡의 말을 들은 우광식은 식은땀이 뚝뚝 흘러내렸다.비록 이 또한 계획의 일부이긴 하지만, 저도 모르게 잘못을 저지른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인지 몰랐다.“우광식 본인이 생각해낸 게 확실해?”오정범이 문득 입을 열었다.“당연하죠! 저한테 돈을 꽤 많이 쥐여줬거든요. 아니면 제가 간덩이가 부었다고 이놈이랑 작당 모의했겠습니까?”범룡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한 채 말을 이어갔다.김예훈은 싸늘한 얼굴로 범룡을 바라보았다.“내 앞에서 거짓말하면 무슨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고 있겠지?”“제가 설마요!”자칫 들통이라도 나는 건 아닌지 두려웠던 범룡은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어느 손으로 우리 와이프를 건드렸어?”김예훈은 이내 질문을 바꿨다.범룡은 화들짝 놀라더니 김예훈의 아우라 때문에 잽싸게 꼬리를 내리고 오른손을 슬며시 내밀었다.“이, 이거요.”“뭐 했는데?”김예훈이 무덤덤하게 말했다.“뺨 한 대 때렸습니다.”범룡의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그렇다면 이제부터 왼손만 사용해.”김예훈의 목소리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오정범은 싸늘한 표정을 지은 채 한 발 나서더니 바닥에 있는 벽돌을 범룡 앞으로 툭 걷어찼다.범룡의 몸은 걷잡을 수 없이 떨렸고, 목소리마저 맛이 갔다.“그렇다면 두 분을 귀찮게 해드릴 수는 없죠. 이 정도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범룡은 왼손으로 벽돌을 집어 들고 있는 힘껏 오른손 손바닥을 내리찍었다.“윽!”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

  • 지존 사위   제874화

    처참한 비명 속에서 우광식은 바닥에 털썩 꿇어앉으면서 부들부들 몸을 떨고 있었다.“다 얘기할게! 우리 배후에 있는 사람은 손씨 가문이 아니야. 손씨 가문이 어찌 그 정도로 능력 있겠어? 다름 아닌 김씨 가문의 김만철이 우리 뒤를 봐주고 있어.”“그래?”김예훈이 미소를 지었다.그동안 감히 정민아를 건드리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했지만, 설마 김만철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지난번에 너무 봐줬나 본데.”김예훈이 무심하게 말했다.“지금 당장 연락해서 10분 안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죽는 것보다 백 배는 더 고통스럽게 한다고 전해.”우광식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벌벌 떨리는 손으로 번호를 눌렀다.10분도 채 되지 않아 현장에 휠체어 한 대가 나타났다.비록 김만철은 온몸에 붕대를 감은 채 휠체어에 앉아 있었지만, 기세만큼은 보통 사람 못지 않았다.“김만철, 저번에 나한테 했던 말 아직도 기억해?”김예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무덤덤하게 말했다.“당연하지.”김만철이 쓴웃음을 지었다.당시 이일매 무리가 낭패를 보고 나서 그는 프리미엄 가든에 사과하러 찾아갔었다.그 장면이 지금도 눈에 선한데,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너도 알다시피 날 건드리든 말든 난 어차피 신경 안 써. 다만 우리랑 전혀 상관없는 여자한테 손을 댔다는 자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김예훈이 말했다.김만철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곧이어 권총을 꺼내더니 왼쪽 팔에 대고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탕!”무시무시한 굉음과 함께 총알이 김만철의 팔을 뚫고 지나갔지만, 그는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이 광경을 지켜보던 범룡은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의지하는 사람마저 김예훈을 거역하지 못하는데, 그나마 눈치 빠르게 처사한 덕분에 시체로 변할 처지는 면했다.끝까지 지켜보던 김예훈은 그제야 돌아서서 떠났다.한편, 우광식이 적어도 재앙은 면했다고 안도하던 찰나 오정범이 다가와 발로 그를 걷어찼다.“내일부터 백운 별장 프로젝트의 건축자재를 다시 공급해. 1kg이라도 빼돌린

  • 지존 사위   제875화

    침묵으로 일관하는 정민아를 보자 우광식은 그녀가 아직 심기 불편한 줄 알고 머뭇거리더니 잽싸게 말을 보탰다.“아직도 마음에 안 든다면 이 프로젝트에 필요한 원자재를 전부 무료로 공급해줄게! 작은 성의에 불과하니 꼭 좀 받아줘.”우광식의 태도에 다른 공급업체 사장도 따라서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기 바빴다.다들 이 사건으로 인해 범룡이 어떤 처지가 되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심지어 김씨 사걸 중 일원인 김만철마저 스스로 한쪽 팔을 희생하지 않았는가!그런데도 꼬리를 내리지 않는다면 죽음을 자초하는 꼴이랑 뭐가 다르냐는 말이다.현재 정민아의 머릿속에는 온통 이들이 정신 나간 것 같다는 생각뿐이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협박을 마다하지 않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무릎을 꿇다니? 심지어 공급해주는 원자재를 거절이라도 한다면 끝까지 무릎 꿇을 기세였다.이때 김예훈이 찐빵을 입에 물고 밖으로 걸어 나왔다.김예훈을 발견하는 순간 우광식 일행은 벌벌 떨기 시작하더니 땀에 옷이 흠뻑 젖을 정도였다.“이건 우리의 작은 성의니까 정 대표가 받아들이도록 설득 좀 부탁할게.”우광식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비록 김예훈의 정체를 알 수 없었지만, 고작 데릴사위 따위가 아니라는 건 당연히 눈치챘다.김예훈은 그 말을 듣고 정민아를 향해 말했다.“민아야, 이 사람들이 진심으로 하는 얘기인 것 같은데 그냥 받아들이는 게 어때? 이제 와서 다른 거래처를 찾는 게 쉽지는 않잖아. 그리고 공사 일정도 영향 주기 마련이고.” 김예훈의 말에 정민아는 무심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깜짝 놀란 눈으로 김예훈을 바라보며 물었다.“설마 어젯밤에 네가...?”김예훈은 말없이 웃기만 했다.정민아를 재벌로 만들려고 마음먹은 이상 어떤 사실은 너무 일찍 공개하지 않는 게 좋았다.입을 꾹 닫고 있는 김예훈을 보자 정민아의 얼굴에 의혹이 가득했다.“혹시 김세자...”“아마도 그렇겠지? 어쨌거나 백운 별장 프로젝트는 CY그룹 지분의 51%가 연루되어 있으니 제 분수도 모르고 공사를 망치려

  • 지존 사위   제876화

    결국 정민아는 마음이 약해진 나머지 고개를 끄덕였다.정민아의 허락을 받은 우광식 일행은 연신 감사 인사를 올리고 자리를 떴다.얼마 지나지 않아 공사장에서 연락이 왔는데 여러 원자재가 한꺼번에 현장에 도착하면서 며칠 동안 중단되었던 프로젝트가 마침내 다시 시작되었다고 했다.정민아는 비록 속으로 여전히 의구심이 들었지만 어찌 됐든 한시름을 놓게 되었다....CY그룹.김예훈은 회장 의자에 앉아 앞에 놓인 두 장의 사진을 바라보았다.첫 번째 사진은 꽤 선명한데 김만철과 김만태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두 사람은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바닷가에 서 있었다.자세히 보면 김만철의 왼팔은 이미 잘려나갔는데, 아마 오늘에 있었던 일일 가능성이 컸다.반면, 두 번째 사진은 좀 흐릿했다. 언뜻 보면 공항에서 찍은 사진이었고, 김예훈이 모르는 남자였다.김예훈은 두 번째 사진을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무덤덤하게 물었다.“오늘 아침에 누가 내 책상에 이 사진을 뒀단 말이죠?”“네.”하은혜가 고개를 끄덕였다.“CCTV를 확인했는데 마침 어젯밤이 고장이 나서 녹화된 영상이 아무것도 없었어요.”김예훈이 피식 웃었다.“그쪽이 작정하고 나한테 선물을 보내려고 했으니 CCTV쯤이야 망가뜨릴 수단 정도는 있지 않겠어요? 상대방의 정체에 대해 짚이는 구석이 있어요?”하은혜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대답했다.“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대표님께 이 3명을 조심해야 한다는 걸 알려주는 듯싶네요.”“김만태와 김만철 쌍둥이는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에요. 어젯밤에 김만철을 살려둔 이유도 김만태가 현장에 없었기 때문이죠. 사실 나도 김만철을 죽였을 때 김만태가 대체 무슨 짓을 벌일지 상상이 안 가요. 하지만 우선은 상대방의 정체를 알아보는 게 좋겠어요.”하은혜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재빨리 자리를 떴다.사무실에 덩그러니 남은 김예훈은 사진을 꼭 쥐고 한참을 바라보았다.“이건 진주 국제공항이잖아. 그렇다면 이씨 가문 사람이 왔다는 뜻인가?”...성남 국제공항.

  • 지존 사위   제877화

    김만태가 미소를 지었다.“형님, 이왕 온 김에 며칠 푹 쉬는 게 어때요? 어떤 일은 급하다고 해서 해결되는 건 아니잖아요.”이장우는 머뭇거리다가 말했다.“만태야, 너도 내가 여기 온 목적을 알고 있잖아. 만약 실패하면 우리 둘 다 곤란하게 될 거야.”“당연하죠.”김만태가 웃으면서 말했다.“그렇다면 오늘 하씨 가문에 청첩장을 보내도록 할게요.”“그래.”“제가 만반의 준비를 마칠 테니 나중에 직접 나서기만 하면 돼요.”김만태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이장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그가 진주의 거물급 인사인 건 사실이지만, 이번 임무를 망치는 순간 좋은 결말은 없으리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성남 그린베이는 하씨 가문이 머무는 곳이다.하씨 가문은 성남시 토박이가 아니라 서울에서 온 사람들이다.나중에 하정민이 경기도 일인자로 거듭난 뒤 가족들이 속속 서울에서 이주하기 시작했다.다만 하정민은 늘 겸손한 편이라 경기도에서 하씨 가문 또한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그런데 오늘 내내 한산하기만 했던 하씨 가문 정원에 친척들이 한데 모여 있었는데 하나같이 안색이 어두웠다.하정민은 눈에 띄게 화려한 청첩장을 들고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번 달만 해도 벌써 5번째야. 오늘은 진주 이씨 가문 이장우네.”이 말을 듣는 순간 하씨 가문 사람들이 숨을 헉하고 들이켰다.하정민의 큰아들이자 하은혜의 큰아버지인 하준서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 그동안 청첩장을 보냈던 네 사람은 급이 안 돼서 자격 미달이라는 이유로 거절할 명분은 있었지만, 이장우는 이세자로 알려진 사람이지 않습니까? 무려 진주 이씨 가문의 차세대 후계자라고요. 만약 이런 분마저 거절했다가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가문이 점점 많아질까 봐 두렵네요.”하정민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그렇다면 젊은이들끼리 한번 만나보라고 해. 나중에 인연이 이어질지는 본인들의 몫이잖아.”지난 며칠 동안 경기도 하씨 가문은 청첩장을 여러 장이나 받

  • 지존 사위   제878화

    하준서는 하은혜를 보자 미소가 저절로 나왔다.“은혜야, 마침 잘 왔어. 방금 네 얘기하고 있었거든. 이제는 어엿한 숙녀로 자랐구나. 이번 달만 해도 벌써 다섯 번째로 우리 집안과 혼담이 오고 갔단다.”말을 마친 하준서가 사진 몇 장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자, 봐봐. 이분은 이씨 가문의 세자 이장우, 이분은 손씨 가문의 세자 손지강, 이분은 나씨 가문의 세자 나현종, 이분은 윤 씨 가문의 세자 윤지성, 그리고 이분은 임씨 가문의 세자 임영운이야. 다들 하나같이 유능한 청년이라 누구를 선택하든 우리 가문한테 분명 좋은 점이 있을 거야.”하지만 하은혜는 사진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곧장 하정민 앞으로 다가가 나지막이 말했다.“제가 결혼하지 않을 거라는 걸 할아버지도 아시잖아요.”하정민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할아버지가 어찌 네 마음을 모를 수 있겠느냐? 다만 혼담이 오고 간 집안이 한두 개가 아니라서 이 할아버지도 차마 다 거절하기가 힘들구나. 내가 아무리 경기도 일인자라고 해도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명문가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가는 앞으로 난처한 상황에 빠질 게 뻔하단다. 그래서 이번에는 절대로 거절하면 안 돼. 여기서 한 명을 고르든지 아예 다른 남자를 집으로 데려오든지 해.”하은혜는 하정민을 뚫어지라 쳐다보며 새빨간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알겠어요. 절대로 실망하게 하지 않을게요.”“보름 뒤에 이분들을 집으로 초대할 테니까 그전까지 남자친구를 데려온다면 인정해줄게.”하정민이 말했다.“안 됩니다! 어르신, 절대 안 됩니다!”하씨 가문 사람들이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나씨 가문을 포함한 일류 가문의 눈 밖에 나는 건 그렇다 쳐도 진주 이씨 가문의 심기만큼은 절대로 건드릴 수는 없습니다.”“본가인 서울 하씨 가문마저 진주 이씨 가문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요.”“워낙 실력이 막강한 집안인 지라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는 우리 경기도 하씨 가문이 풍비박산할 수도 있어요.”“하은혜, 너한테 선택의 여지는 없어. 아니면 그냥 이세자와 결

  • 지존 사위   제879화

    “하지만 그게 뭐? 결국은 김세자의 눈에 들지도 못했잖아. 벌써 따라다닌 지 몇 년은 될 텐데 아직도 아무런 명분이 없어서야, 원!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어. 이세자가 바다 같은 넓은 마음으로 너를 품어줬으니 이런 기회를 소중히 여겨야 하지 않겠어? 널 헌신짝 취급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할 판에 감히 결혼하기 싫다고? 어쩌면 그렇게도 뻔뻔스럽냐?”하지석의 말을 듣자 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하은혜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은 마치 금은보화라도 발견한 듯싶었다.왜냐하면 하은혜와 이장우의 결혼이 정해지는 순간 하씨 가문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니까.“은혜야, 형수님이 널 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 여자라면 무릇 자신을 아낄 줄 알아야 해. 네가 오매불망 그리워하는 김세자만 하더라도 며칠 전에 공개 석상에서 어떤 년한테 프러포즈했다가 거절당했다며? 하지만 설령 파투가 났다고 해도 너한테 관심은 없잖아. 하씨 가문은 몰라도 너 자신을 위해 생각해야지 않겠어? 여자로서 평생 젊고 예쁘다는 보장이 어디 있어?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이번 기회를 놓치면 이세자처럼 좋은 남자를 다시 만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 내 말 듣고 지금 당장 가서 사직서 내. 일단 외모부터 열심히 가꾸고 보름 뒤에 하씨 가문이 주최하는 파티에서 이세자의 프러포즈를 받아줘. 그렇다면 넌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가 될 테니까.”하지석의 아내인 조연아가 다가와 노파심에 연신 충고했다.누가 부부 아니랄까 봐, 한 명은 북치고 한 명은 장구치고 진짜 천생연분이 따로 없었다.하씨 가문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하은혜한테로 향했고, 그녀가 대답하기만을 기다렸다.하지만 입을 꾹 닫고 있는 하은혜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고집스러운 손녀딸의 모습을 보자 하정민은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비록 그는 경기도 하씨 가문을 이끌고 있긴 하지만, 문제는 경기도 하씨 가문 자체가 고작 서울 하씨 가문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게다가 친척 중에서 서울 하씨 가문

  • 지존 사위   제880화

    성남 고등학교.정소현은 고개를 숙인 채 마치 도망치는 사람처럼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다만 입구에 다다르자 여학생 몇몇이 그녀를 막아섰다.“정소현, 어딜 이렇게 바쁘게 가나? 혹시 돈 벌려고 어떤 아저씨랑 만나기로 한 건 아니지?”“의외네? 평소에는 순둥이처럼 그 누구의 고백도 받아주지 않으면서 매춘부나 할 법한 짓거리로 돈을 벌었던 거야?”“용돈이 부족하면 우리한테 얘기하지 그랬어. 우리가 도와줄 수도 있는데 왜 스스로 자기 인생을 망치는 건데?”그들은 평소 정소현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은 여학생들이다.특히 노래방 사건 이후로 정소현의 마음속에 오로지 형부뿐인지라 같은 반 남학생은 눈에 차지도 않았고, 그동안 고백하러 온 소위 잘난 남학생을 거절한 적이 꽤 되었다.바로 이런 이유로 다른 여학생들은 그녀를 질투하기 시작했다.다들 기회만 생겼다면 정소현을 학교에서 쫓아내지 못해 안달이었다.“내가 왜 돈이 부족해? 프리미엄 가든에 집도 있는데 돈이 없을 리가 있어? 물론 돈이랑 별개로 너희들이 상관할 바는 아니라고 보는데? 비켜!”정소현은 여학생들과 시간 낭비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정소현, 좋은 말 할 때 알아서 자퇴해라? 네가 성남시 출신이 아닌 시골에서 올라온 촌년이라는 걸 다 알고 있거든?”“그 주제에 감히 프리미엄 가든에 집이 있다고 큰소리쳐? 낯 뜨거운 줄 알아!”“얘들아, 어쩌면 진짜 프리미엄 가든에 살지도 모르잖아. 거기에 돈 많은 아저씨 한 명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니야?”여학생들은 까르르 웃으면서 비아냥거렸다. 이번이야말로 정소현을 쫓아낼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참, 최근에 왜 다들 네가 몸 팔러 다닌다고 쉬쉬거리는지 알아? 왜냐하면 내가 이걸 보여줬기 때문이지!”이때 한 여학생이 휴대폰을 꺼내 동영상을 보여줬다.거리가 멀어도 정소현은 롤스로이스의 조수석에 앉아 있는 자신의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다만 운전석에 있는 남자의 얼굴은 확인이 불가했다. 이내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는데, 아마도 지난번에 형부

Latest chapter

  • 지존 사위   제2759화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 지존 사위   제2758화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 지존 사위   제2757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 지존 사위   제2756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 지존 사위   제2755화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 지존 사위   제2754화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 지존 사위   제2753화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 지존 사위   제2752화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 지존 사위   제2751화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