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철은 겸소한 웃음을 지었다.“이 자리에 유일하게 앉을 수 있는 사람은 제가 아닙니다...”“누구입니까?”“장군님, 알려주세요. 대체 누구입니까!”김연철이 물었다.“그분 스스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신다면 저는 감히 그의 성함을 입에 올릴 수 없습니다.”박인철은 고개를 저었다.“그리고, 그분은 지금 우리와 같은 장소에 있습니다. 저는 이미 그분을 발견했습니다!”“네? 지금 현장에 장군님보다 신분이 높은 사람이 있단 말입니까?”“장군님께서 함부로 입에 올리지 못하는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순간,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룸에 있는 큰 어르신도 문틈으로 관찰했다.큰 어르신도 자신의 생일 연회에 참석한 큰 인물이 누구인지 궁금했다.서울에서 귀인이 왔나?“장군님, 그분은 어떤 신분을 갖고 있나요?”룸에 있던 큰 어르신의 목소리가 강당에 울렸다.김 씨 가문의 큰 어르신은 100세가 되는 나이로 많은 풍파를 겪은 살아있는 역사였다.그런 김 씨 가문의 어르신의 말을 박인철은 무시하지 못하고 큰 어르신이 있는 방향으로 공수를 하며 말했다.“큰 어르신, 바로 전쟁의 신화, 살아있는 전설입니다!”“뭐?”“전쟁의 신화?”“혹시, 당도 부대를 설립한 그 사람?”“쉿!”사람들의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박인철도 함부로 못하는 사람, 대체 누구일까?김 씨 가문의 어르신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식은땀을 흘렸다.이렇게 대단한 사람이 지금 우리와 같은 장소에 있는데 우리는 왜 눈치도 채지 못했다는 말인가?만약, 우리가 그 사람의 심기를 건드렸다면 얼마나 큰 풍파가 닥칠까!김연철은 수심이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장군님, 그분은 지금 대체 어디에 계십니까? 김 씨 가문의 최고의 예법으로 그분을 모시겠습니다!”박인철은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그럴 자격이 없습니다. 그분은 제가 직접 모시도록 하겠습니다.”박인철이 한 발자국 앞으로 걸어가자 김 씨 가문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의 뒤를 따랐다.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박인철에게
박인철이 순식간에 지나쳐 버린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뒷자리를 쳐다보았다. 그 주인공이 자신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길 바라면서.선우정아와 윤창수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은 고개를 길게 내빼들고 박인철의 행동을 지켜보았다.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좋은 구경을 놓칠까 봐 엉덩이를 빼들고 쳐다보았다.김예훈만 자리에 떡하니 앉아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정소현은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고 물었다.“형부, 박 장군께서 말한 사람이 설마 형부는 아니겠죠?”김예훈은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도 되는 듯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맞아.”정소현은 김예훈의 장난이 재밌다고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김 씨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전쟁의 신화를 감히 제일 뒷자리에 모셨다고?만약 그 소문이 외부에까지 흘러나가면 큰 골치거리다.김 씨 가문은 높으신 분을 존경하지 않는다는 소문도 들리게 될 것이다.박인철은 제일 뒷자리에 멈춰 섰다.김연철은 제일 뒷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훑어보았다.어디에도 위엄 있는 중년의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김예훈도 제일 뒷자리에 앉아있었지만 그는 김예훈이 높으신 신분의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김병욱과 김만태도 눈살을 찌푸렸다. 박인철보다 높은 신분의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제일 뒷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오늘 연회의 초대장을 겨우 받은 사람들이다.많은 사람들은 그저 구경이나 하러 온 사람들이다.익숙한 얼굴이 하나도 없다.박 장군보다 신분이 높은 사람이 이 사람들 중에 있다고?모든 사람들의 심장 박동 수가 빨라졌다.곧 그 결과가 공개된다.정소현은 덩달아 긴장했다. 박인철이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왔기 때문이다.그때, 박인철은 움직이던 발걸음을 멈췄다.모든 사람들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박인철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김예훈과 정소현이 앉아있는 줄에 섰다.정소현은 지금의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처음 롤러코스터를 탔을 때도 지금보다 덜 떨렸을 것이다.진
설마, 진짜 형부?정소현은 지금 이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찰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정소현과 김예훈이 앉아있는 곳을 쳐다보았다.두 사람은 현장의 유일한 이슈가 되었다.정소현은 가슴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가빠 왔다. 모든 공기가 얼어붙었고, 시간이 멈춘 느낌이다.머릿속이 백지장이 되었다.정소현은 몸을 벌벌 떨며 김예훈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지만 힘이 모자랐다.형부는 정말 신기한 사람이야!“딱 딱 딱!”박인철이 신은 군화가 바닥과 마찰되어 절도감 있는 소리가 들렸다.모든 사람들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 소리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제일 뒷자리에 앉은 남자와 여자를 쳐다본 사람들은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일 것이라거 확신했다.여자는 이제야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처럼 보였다. 그러니 절대 박인철이 말한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면 남은 사람은 바로!김예훈이다.박인철의 등 뒤에 선 김연철과 김병욱은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저 바보처럼 멍한 표정으로 서있을 뿐이다.설마!모든 일들이 그들의 예상을 빗나가고 있다!절대 아닐 거라고, 아니었으면 하는 사람의 신분이 박 장군보다 높다니.3년 전이었다면, 김 씨 가문의 사람들은 김예훈을 들쳐 업고 헹가래를 했을 것이다.하지만, 그들은 눈앞이 까매지는 느낌을 받았다.선우정아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박인철의 손짓에 따라 움직였다.제일 뒷줄에 김예훈만 남자 선우정아는 몸에 소름이 끼쳤다.어떻게? 어떻게 저 사람이? 진짜 숨은 능력자였던 거야?윤창수는 몸을 벌벌 떨며 멘탈이 부서졌다.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저 사람이 어떻게 당도 부대의 전설? 진짜 저 사람이?아니야! 말이 안 돼!그저 데릴 사위일 뿐이잖아. 아내의 등골을 빨아 먹고사는 사람이 어떻게?몰래카메라인가?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람들은 긴 시간이 흐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박인철은 김예훈 가까이 다가갔다.정소현은 박인철의 기세에 눌려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박인철은
놀라움!충격!믿을 수 없음!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오늘에 있은 일들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심장미, 양하나, 김동민은 오늘 이 자리에서 김예훈을 만나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하물며, 이곳에서 신분이 가장 높은 사람이라니!박인철은 깜짝 놀란 사람들을 등지고 계속하여 말했다.“보스, 저와 함께 제일 앞줄에 갑시다! 저기야말로 보스의 자리입니다. 보스만이 앉을 수 있는 자리기도 하지요.”김예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사람들은 그제야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었다.박인철은 천천히 뒤를 돌아 김 씨 가문의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김연철, 김병욱. 그분이 누구인지 알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요?”“제가 말씀드리죠.”“이 분은, 3년 전 성남시를 떠난 김세자 입니다!”“3년 후, 그가 돌아왔습니다. 이 분이 동의하시면 그는 여전히 김세자일 것입니다!”“김 씨 가문은 김세자를 막을 자격이 없습니다.”......“뭐? 김예훈이 김세자라고? 그러니까 당도 부대의 보스? 어떻게?”선우정아는 눈을 크게 뜨고 손으로 입을 막았다.그 시각, 김예훈은 전설의 김세자가 되었고, 동시에 전설의 당도 부대의 보스라고 했다.조금 전까지 그를 비웃던 윤창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었다.윤창수는 당장 바지에 오줌을 지릴 것 같았다.조금 전까지 자신이 그렇게 비웃었던 사람이 김세자라니?3년 전, 성남시의 절대적인 세력!김 씨 가문의 김세자!그렇게 대단한 인물이었기에 자신의 농락에도 아무렇지 않아 했어.무서운 것이 아니라 상대할 가치가 없었던 거야.하늘에 날아다니는 용은 땅에 기어다니는 개미를 상대하지 않는다. 개미는 하늘에 날아다니는 용의 발에 밟혀 죽을 자격도 없다.제일 중요한 사실은 바로, 지금의 김예훈은 3년 전의 김세자보다 세력이 더 강하다는 것이다.정소현은 식은땀이 발까지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두려움이 가득 찬 눈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보던 상관없었다.정소현의 두려움에 가득 찬 표정을
조금 전까지만 해도 김예훈을 의심했던 그녀였다.그가 하는 말은 모두 거짓말 같았으며 할아버지를 설득해 이 남자의 꾀임에 넘어가지 말라고 말을 하려던 참이었다.순간, 그녀는 어떤 표정을 해야 할지 몰랐다.아까까지만 해도 어쩔 바를 몰랐다면, 지금은 더 모르게 되었다.김예훈은 윤창수를 힐끗 쳐다보았다.윤창수는 그의 눈빛을 느끼고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그것을 마지막으로 김예훈은 앞으로 걸어나갔다.제일 앞자리에 도착한 김예훈에게 박인철은 조금 전까지 자신이 앉을뻔했던 의자를 뒤로 당겨 김예훈을 앉으라고 안내했다.그의 곁으로 박인철과 정소현, 그리고 공문철과 양정국이 차례로 자리에 착석했다.김예훈이 자리에 앉는 순간, 사람들은 그제야 박인철이 왜 무장을 하고 나타났는지 알게 되었다.그는 오늘 연회에 참석하려고 온 게 아니다. 그는 임무를 수행하러 왔다.그의 오늘 임무는 바로 김예훈이자, 김세자를 지키는 임무다!오늘은 김예훈과 김 씨 가문이 만나는 날이다.연회의 날?아니, 오늘은 홍문연이다.그 시각, 성남시에서 잘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땅을 치고 후회했다.오늘은 자신들이 함부로 구경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김예훈은 천천히 손을 흔들었다.그의 손짓을 바로 이해 한 박인철은 무대로 올라가 쌀쌀맞은 목소리로 말했다.“김 씨 가문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지금 당장 나가주세요!”“오늘 이곳에서 있은 일들을 발설할 시, 결과는 알아서 감당하시길 바랍니다.”“맞습니다! 소문을 내는 사람은 나 공문철이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공문철은 제일 먼저 앞장서 말했다. 그는 성남시의 부시장으로 할 수 있는 말은 모두 했다고 생각했다.그리고 그는 김예훈을 향해 경례를 하고 김 씨 가문의 사람들은 쳐다보지도 않고 뒤를 돌아 나갔다.이것이 바로 그가 김예훈에게 보여준 태도이다.공문철은 성남시의 부시장으로 김 씨 가문의 편이 아니라 김예훈의 손을 들어주었다.그는 김예훈이 그저 이름만 세자인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그는 당도 부
연회 장소에는 두 무리의 사람들밖에 남지 않았다. 한 편에는 김 씨 가문의 사람들.다른 한편에는 김예훈과 정소현, 그리고 박인철.김 씨 가문의 사람들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사라지고 무표정으로 김예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김세자는 그들한테 커다란 압력이자 마음의 짐이었다.김 씨 가문이 성남시의 절대적인 세력으로 자랑스러운 건 맞지만 김세자면 어떠한가?3년 전에 성남시를 도망친 것으로 충분히 입증되었다........무대 아래에 마련된 룸에서 은은한 향이 새어 나왔다.단색 개량 한복은 입은 김청미는 무릎을 꿇고 있었다.김 씨 가문의 큰 어르신은 천천히 눈을 떴다.큰 어르신은 보석이 가득 박힌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진짜 가문의 불효자가 왔어?”큰 어르신은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주름진 얼굴에 큰 걱정이 담겨있었다.“큰 어르신, 그가 나타났습니다. 성남시의 제1 군신 박인철과 함께 있습니다. 박인철이 보스라고 불렀습니다.”김청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미건조한 그녀의 말투는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일인 것처럼 말했다.“허, 전장 한번 다녀온 걸로 어디 큰 인물이라도 난 것 마냥...”“김세자, 어휴...”“김 씨 가문의 도움이 없었다면 어린놈이 어떻게 저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었겠어...”“3년 만이니 기대는 되네...”“어르신, 걱정하지 마세요. 둘째 오빠가 미리 준비를 끝냈습니다. 군사 쪽도 준비를 마쳤습니다.”큰 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병욱이한테 가서 전해. 3년 전에 대처가 약했다고.”“오늘에도 같은 실수가 일어나면 김만철이나 김만태를 그 자리에 대신 앉힐 거야.”큰 어르신의 얼굴은 험상궂게 일그러 졌다.김 씨 가문의 큰 어르신으로 처음부터 김 씨 가문의 세력 하나 보고 시집을 왔다.남편도 세상을 떠난 지 오랜 시간이 되었으니, 김 씨 가문은 그녀의 말대로 움직일 것이다.김청미는 눈살을 조금 찌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청미야, 네가 어떤 신분을 가졌는지 기억해! 너는 김 씨 가문의
연회 중심.김 씨 가문의 사람들은 무릎을 꿇고 땅에 엎드렸다.김 씨 가문의 실세라고 했던 김병욱과 김연철도 모두 무릎을 꿇어 큰 어르신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냈다.소문에 따르면 큰 어르신 개인 재산이 한국에 있는 10대 재벌의 돈을 합친 것보다 많다고 했다.그가 김 씨 가문에 시집을 온 이후, 김 씨 가문은 더 이상 일반 재벌이 아니었다.그녀가 김 씨 가문에 시집을 온 이후로 김 씨 가문은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세력이 강해졌다.20년도 안 되는 사이에 김 씨 가문을 성남시의 로열패밀리로 만들고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그녀의 남편은 김예훈이 아주 어릴 때 돌아가시고 말년에 이 행복을 누리지 못했다.한마디로 김 씨 가문의 모든 결정권은 처음부터 그녀한테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뚜벅, 뚜벅, 뚜벅.”이현숙이의 손에 든 지팡이가 그녀가 걸을 때마다 소리를 냈다.마치, 불멸의 권세가 다가오는 것 같았다.그녀는 김청미의 부축을 받고 무대에 올랐다.무대에는 무릎을 꿇고 앉은 김 씨 가문의 사람들과 다리를 꼬고 앉은 김예훈, 그리고 그의 곁에 송장처럼 서있는 박인철.“김예훈, 감히 어르신을 뵙고도 무릎을 꿇지 않아!”김연철은 큰 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우리 김 씨 가문을 배신했다고 해도 큰 어르신한테 예의를 갖추길 바래.”“얼른 일어나지 못할까!”“......”김 씨 가문의 사람들은 저마다 김예훈을 나무랐다.김세자는 무서웠지만 이현숙과 비기지 못한다.김예훈은 사람들의 말을 무시하고 이현숙을 보며 싱긋 웃었다.“어르신, 3년이 지나도 여전히 정정하시네요.”“정정?”어르신은 김예훈을 흘겨보았다.“왜? 내가 빨리 죽길 바라는 거야?”김예훈은 어깨를 으쓱거렸다.“설마요? 어르신이 죽으면 누가 저를 대신해 김 씨 가문을 지켜 줘요?”“지켜? 누가? 김연철? 아니면 김 씨 사걸?”“제 눈에는 모두 소꿉장난치는 걸로 밖에 안 보여요.”“그만! 이놈이. 감히 어르신 앞에서 대체 무슨 소리야!”김연철은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형
김예훈은 피식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자식, 너의 쌍둥이 형님은 뇌라도 있지. 넌 그것마저 없어.”“살쾡이의 작업 스타일을 내가 너보다 더 잘 알고 있어.”“너 설마 생각은 하고 사는 거니?”“내가 아무 계획도 없이 갑자기 나타난 것 같아?”그의 말을 들은 김 씨 가문의 사람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그렇다, 자신의 힘으로 죽어가는 김 씨 가문을 살리고 3년 사이에 당도 부대까지 만든 사람이 아무 준비 없이 나타나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러는 동안, 이현숙과 제일 오랜 시간을 지낸 사람도 김예훈이다.김 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은 일 년에 이현숙을 한번 만나면 좋은 것이다.그러니 이 자리에서 이현숙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도 김예훈일 것이다.김만태는 잠깐 아차 하는 표정을 짓고 다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제일 큰 패가 박인철 아니야?”“우린 준비를 하지 않았을 것 같아?”“박인철 하나로 우리 김 씨 가문을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아?”김예훈은 김만태의 말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천천히 김연철을 쳐다보며 말했다.“저를 가장 예뻐하시던 가주님, 어떻게 생각하세요?”“제가 오늘 김 씨 가문을 쓰러뜨릴 수 있을 가요?”제일 먼저 안색이 어두워진 사람도 김연철이다.큰 어르신이 나타나기 전에 허세를 부리는 꼴은 이해할 수 있었다.하지만, 큰 어르신이 나타났다는 것은 김 씨 가문에서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것이다.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기고만장한 김예훈을 이해할 수 없었다.설마, 다른 패를 갖고 있는 것일까?아니면 이렇게 기고만장할 수 없어.아니면, 김세자라는 틀을 갖고 싶어 머리가 어떻게 됐을까?김예훈의 시선이 김예훈의 곁에 있는 박인철에게 고정되었다.성남시의 군신은 강대하고 강력하다고 했다.아무리 강한 군인이라도 혼자 이 자리에 있다.혼자의 힘으로 뭘 어떻게 하려고?혹시, 당도 부대의 사람들을 밖에 준비시켰나?그러면 김예훈의 기고만장한 태도를 이해할 수 있다.하지만, 김 씨 가문을 쓰러뜨리려면...음.....
김예훈의 의미심장한 말에 허씨 가문 사람들은 서로 쳐다볼 뿐이다.이때 허유주가 피식 웃더니 말했다.“김 세자님, 너무 없는 말을 지어내시는 거 아니에요? 최근 반년 동안 저한테는 아무런 일도 없었는데요?”김예훈이 허유주를 힐끔 보더니 피식 웃었다.“허유주 씨는 아직 공부할 나이라 평소에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어서 음기를 흡수할 기회가 없었겠죠.”허유주는 이 대답이 만족스럽지 못한지 여전히 가소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허씨 가문 사람들은 잠깐 고민하더니 얼굴이 확 변하고 말았다.이때 허준서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맞는 말이야. 요즘 도박할 때마다 돈을 잃고 있어.”허성빈 역시 마른기침하더니 얼굴이 창백해지고 말았다.요즘 들어 예전보다 잔병치레가 많아진 허씨 가문의 여자들 역시 당황한 표정이었다.약을 먹으면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병은 아니었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소름이 끼치는 느낌이었다.다년간 보약이란 보약은 다 먹어본 허씨 가문 사람들의 체력을 봤을 때 10년에 한 번 아플까 말까, 한 병을 요즘 들어 몰아서 앓고 있으니 말이다.허순재 역시 곰곰히 생각하더니 미간을 찌푸렸다.“맞아요. 최근 들어 저도 몸이 많이 허약해진 느낌이에요. 기침을 할때 피까지 봤다니까요? 밖에서 도는 소문에 의하면 제가 3개월밖에 못 산다고 했어요.”김예훈이 웃으면서 말했다.“그러면 맞네요.”선재 스님이 냉랭하게 말했다.“허씨 가문 사람들의 체내에 음기가 있다고 해도 저희 오륜 사찰 수맥 탐지 봉에서 흡수한 거라고 증명할 수 있어요? 저희 수맥 탐지 봉이 허씨 가문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냐고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선재 스님, 이것마저 증명할 수 없다면 그야말로 비극이 아니겠습니까.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일인데 말이죠. 이 자그마한 조각을 봐도 수맥 탐지 봉에 음기가 가득했다는 것을 느낄수 있어요. 허유주 씨를 제외한 분들이 이 조각을 3초 이상 쥐고 있으면 무조건 기절할 거예요.
“어디서 감히! 오륜 사찰이 어떤 곳인지나 알고 그러시는 거예요? 저희 오륜 사찰은 경기도 지역의 무술의 경지라고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저희 오륜 사찰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지 아세요? 도박왕님께서는 매년 저희 오륜 사찰에 얼마나 많이 기부하시는데요. 저희 오륜 사찰은 늘 밀양 허씨 가문을 보호하고 있었다고요. 지금 저희 둘 사이를 이간질하는 거예요? 도대체 어떤 흑심을 품고 계시는 거예요!”선재 스님의 표정이 극도로 어두워지자, 허순재가 다급하게 설명했다.“선재 스님, 화내지 마세요. 김 회장님도 좋은 마음에...”“좋은 마음이요?”선재 스님은 바로 허순재의 말을 끊더니 냉랭하게 말했다.“좋은 마음에 이런 말을 한다고요? 도박왕님, 비록 저는 오륜 사찰의 핵심 인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륜 사찰의 스님이라고요. 저 자체가 오륜 사찰의 체면과 이미지를 대표한다고요. 어디서 튀어나온 줄도 모르는 사람한테 의심받는 것도 모자라 저희 오륜 사찰의 보물마저 잃어버린 거, 절대 용납할 수 없어요! 저 사람은 분명 저희 오륜 사찰을 모함하고 도박왕님을 해치려고 하고 있다고요! 그러니까 김 세자님!”선재 스님은 김예훈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차갑게 말했다.“저 수맥 탐지 봉에 음기가 가득하다는 사실을 증명할 만할 증거를 내놓지 못하면 저랑 오륜 사찰을 한번 가봐야겠습니다.”“맞아. 그렇게 대단하면 증거를 내놓든가!”“증거를 내놓지 못하면 배상도 해야 하고 오륜 사찰 입구에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야 할 거예요!”허유주도 울분을 토해내듯이 소리를 질렀다.허순재는 한숨을 내쉬더니 잠깐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김 회장님, 제가 김 회장님을 못 믿는 것이 아니라 제 체면을 봐서라도 확실히 하는 것이...”허유주를 포함한 허씨 가문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냉랭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어르신 믿음을 얻었다고 허씨 가문에서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했나 봐.’“선재 스님을 건드린 것도 모자라 오륜 사찰의 보물까지 망가뜨려? 정말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
김예훈이 입을 벌리기도 전에 허유주가 먼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김 세자님, 어떻게 된 일이에요? 선재 스님이 제 편을 들어줬다고 불만을 품고 오륜 사찰의 보물을 깨트린 거예요? 화를 내시려면 저한테 내시지, 왜 선재 스님한테 화풀이하는 거예요?”“이 수맥 탐지 봉에 문제가 있어서요.”김예훈은 평온한 표정으로 허유주를 힐끔 쳐다보면서 말했다.“수맥 탐지 봉의 질량에 문제가 있다고 할까요?”“김 세자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표정이 어두워진 선재 스님은 말투마저 상냥하지 않았다.“근 200년 동안 물려받은 저희 오륜 사찰의 수맥 탐지 봉은 천년에 한번 볼까 말까한 보물이라고요. 풍수를 볼 때마다 이 수맥 탐지 봉을 사용했고, 이것으로 저희 오륜 사찰에서 얼마나 많은 문제를 해결했는데요. 그런데 질량에 문제가 있다고요? 어디 제대로 말씀해 보시죠!”허유주는 자기 체면을 세워주지 않아 잔뜩 화가 난 생태인데 김예훈이 수맥 탐지 봉마저 망가뜨렸으니 더는 그 화를 참을 수 없었다.“김 도련님, 비록 오륜 사찰이 무술의 성지이긴 하지만 의술이나 풍수, 관상 방면에서도 일반적인 풍수 대가나 의사보다는 훨씬 뛰어납니다. 저도 이 수맥 탐지 봉을 여러 번 보았는데 오륜 사찰의 보물이 맞았습니다.”허순재는 망설이다 결국 나서기로 했다.“아까 김 회장님께서 망가뜨린 수맥 탐지 봉은 확실히 오륜 사찰의 보물이 맞습니다. 잘못 보셔서 실수로 망가뜨린 거라면 제가 대신 배상해 드리죠. 이 기회를 빌어 다 같이 친구로 지내는 거 어떨까요?”김예훈은 바닥에 남은 일부 조각을 주으면서 말했다.“선재 스님, 제가 본것이 맞다면 이 수맥 탐지 봉은 소문으로만 듣던 얼음 형 옥석으로 만들어진 거 맞죠?”선재 스님이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얼음 형 옥석을 알아보시다니 안목이 높으시네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얼음 형 옥석이 얼마나 귀한 건지 알고 있지만 이 수맥 탐지 봉은 그만큼 귀한 물건은 아니에요. 어디서 온 물건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중에 음기가 가
“유주야, 너무 속상해하지 마. 잘못했으면 인정할 줄 알아야지. 다음부터 너무 흥분해하지 마.”여자 스님은 웃으면서 허유주를 위로해 주었다.허유주는 막무가내의 성격이긴 해도 여자 스님의 말은 잘 들었다.허순재는 더는 허유주를 혼내지 않고 웃으면서 김예훈에게 말했다.“김 회장님, 제가 자식 교육을 잘 하지 못해서 죄송해요.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마침 소개해 드릴게요. 이분은 오륜 사찰에 계시는 선재 스님이시고, 제 불효자식의 스승이기도 합니다. 유주도 오륜 사찰에서 수행하고 있거든요. 저희 허씨 가문에 일어난 일을 듣고 보러오신 겁니다. 선재 스님, 스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이분은 김 세자님이시자 김 회장님이신 진주·밀양의 귀인이기도 합니다.”허순재가 웃으면서 소개해 주자 김예훈이 먼저 예의 바르게 오른손을 내밀었다.“처음 뵙겠습니다.”하지만 김예훈은 손이 가까워지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오륜 사찰에 대해 익히 들은 적이 있었다. 200여 년 전에 지어진 오륜 사찰은 경기도 구역에서 무술의 성지로 불리고 있다.오륜 사찰에서 가장 유명한 영춘권은 그야말로 천하무적이었다.‘오륜 사찰 스님이라니. 글쎄 포스가 일반인들과 다르다 했어.’“김 세자님, 안녕하세요.”선재 스님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면서 오른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김예훈에 대한 첫인상이 안 좋은지 굳이 오래 악수할 생각 없이 바로 손을 거뒀다.선재 스님은 도도한 표정으로 허순재를 쳐다보았다.“허씨 가문에 벌어진 일을 저희 성녀분께서 아시고 해결하라고 저를 보내셨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무슨 일때문에 하인들이 실종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다른 분들을 이만 보내시는 것이 어떠신지요.”허순재는 멈칫하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성녀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해주세요. 하인은 다 내보내긴 하겠는데 여러분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도록 보디가드 몇 분은 남겨둬도 괜찮지 않을까요?”선재 스님이 담담하게 말했다.“네. 쓸데없는 사람만 나가주시면 됩니다.”선재 스님은 일부러 김예훈을 힐끔 쳐다보았
“아까 김 회장님께서 아빠를 섬라 3대 마승의 손에서 구해주셨어. 그러고도 총으로 쏴 죽이고 싶어? 유주야, 담이 너무 커진 거 아니야? 세상 사람들이 우리 허씨 가문을 배은망덕하다고 수군거려야 속이 시원하겠어? 지금 당장 김 회장님께 사과해! 사과 안 하면 바로 집에서 쫓아낼 거야! 우리 허씨 가문에는 막무가내이자 상황 파악마저 못 하는 사람은 필요 없어!”허순재는 허유주가 김예훈한테 무례해서 많이 화난 모양이다.김예훈과 허순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고 있는 허준서 등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아버지가 왜 김예훈을 저렇게 감싸고 도는 거지?’허순재의 아내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은 의문에 빠지고 말았다. 김예훈에게 본때를 보여주려고 했는데 허순재가 가장 예뻐하는 허유주가 욕을 먹자 하나같이 고개 숙이고 차만 마실 뿐이다.허유주의 얼굴에는 분노가 사라지고 두려움이 밀려왔다.지금까지 허순재가 이 정도로 화를 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도포를 입은 여자 스님은 평온한 표정으로 일어서더니 허유주를 뒤에 숨기고는 웃으면서 말했다.“도박왕님, 유주도 흥분해서 해서는 안 될 말을 했을 것입니다. 열여덟 살짜리 여자아이가 무슨 나쁜 마음을 품고 있겠습니까. 이분이 바로 어제 한마디로 진주·밀양 용전 전주를 교체시킨 김 세자님이자 김 회장님이시겠네요? 배포가 넓으시다고 들었는데 이런 어린 여자아이가 한 말을 마음에 두진 않겠죠?”여자 스님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허유주를 힐끔 쳐다보면서 말했다.“유주야, 얼른 김 세자님께 사과해야지.”허유주는 눈가를 파르르 떨고 말았다. 내심 속으로 내키진 않았지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김 세자님, 죄송해요.”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허순재가 집안사람들을 교육하든, 허씨 가문이 이 기회를 빌어 허순재의 권력에 도전장을 내밀든, 김예훈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저 피도 안 마른 어린애가 앞에서 거들먹거려서 불쾌할 뿐이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
살짝 시간을 확인한 김예훈은 아직 여유가 있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도박왕님께서 초대하셨는데 말 나온 김에 오늘 바로 가서 확인하시죠.”“여기서 멀지 않아요. 제가 길을 안내해 드릴게요.”허순재는 차를 부르지 않고 고즈넉한 길로 안내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앞을 내다보았다. 이순간 허순재의 몸에서 왠지 모르게 검은 기운이 뿜이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혹은 살기라고 할까......별로 멀지 않았기 때문에 몇 분도 안 지나 바로 허씨 가문에 도착하게 되었다.앞장서는 허순재를 본 순간 문을 지키고 있던 보디가드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더니 공손하게 길을 비켜드렸다.“김 회장님, 안으로 들어가시죠. 허씨 가문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김 회장님께 달렸습니다.”...거실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앉아있었다.김예훈과 일면식이 있는 허성빈, 허도겸, 허준서 등 외에 기껏해 18살로 보이는 소녀가 앉아있었다.김예훈이 걸어들어오는 모습을 본 허씨 가문 3형제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그를 째려보고 있었다.18살짜리 소녀 역시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말했다.“네가 바로 우리 둘째 오빠의 손을 부러뜨리고, 셋째 오빠의 다리를 부러뜨린 것도 모자라 넷째 오빠 뺨까지 때린 김예훈이야?”이 사람은 딱 봐도 허씨 가문의 다섯째, 허유주로 보였다.그녀의 뒤에는 허준서의 약혼녀인 허영미도 서 있었다.아까 허유주의 귓가에 속삭이는 것을 보니 김예훈의 신분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허씨 가문 자녀들 외에 도포를 입고있어도 몸매가 좋아보이는, 얼굴까지 예쁜, 속세를 벗어난 것만 같은 여자 스님이 앉아있었다.허씨 가문 사람들은 그녀를 신처럼 모시듯이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다.김예훈은 허유주를 힐끔 쳐다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네. 제 이름은 김예훈이 맞습니다.”“이런 젠장!”김예훈이 신분을 인정하자 허유주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우리 허씨 가문을 건드린 것도 모자라 감히 우리 구역을 침범해? 저 자식을 그냥 총으로 쏴서 죽여버려
그야말로 올킬이었다!3대 마승은 김예훈 앞에서 마치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았다.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은 그대로 숨을 거두었고, 대마승도 곧 숨통이 끊어질 것만 같이 경련을 일으켰다.김예훈은 아까의 격투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것처럼 깔끔한 모습으로 담담하게 서 있었다.“김예훈! 죽여버릴 거야!”두 명의 동생이 자기 눈앞에서 죽어가는 걸 지켜본 대마승은 마지막 힘을 다해 총을 꺼내 김예훈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다.피융! 피융! 피융!하지만 그가 움직이기 전에 담담한 표정으로 한쪽에 서 있던 허순재가 갑자기 예술품과도 같은 총을 꺼내 대마승의 급소를 향해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그러고선 손수건을 꺼내 아무렇지않게 총을 닦았다.김예훈은 확장된 동공으로 대마승의 시체를 쳐다보았다.총알마다 완벽하게 대마승의 급소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대마승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라고 없었다.이런 사격술은 몇십 년 연습하지 않았다면 이루어 낼 수 없는 기술이었다.“도박왕님, 사격 솜씨가 장난이 아니네요.”김예훈은 허순재에게 경계심을 품으면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그러다 갑자기 굳이 자기가 나서지 않았어도 3대 마승은 허순재의 상대가 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밖에서 돌아다니는 소문에 의하면 허순재는 3개월도 버티지 못할 거라고 했는데 이게 웬걸.’그 사람들은 허순재에게 총을 맞아도 무슨 영문인지 모를 것이다.“도박왕님!”이때, 전신 무장한 보디가드들이 허순재가 습격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냉큼 달려왔다.사처에 깔린 수백 명의 보디가드를 보고 있자니 밀양에서는 허씨 가문이 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허순재는 담담한 표정으로 보디가드들더러 물러가라면서 김예훈의 곁으로 걸어갔다.“김 회장님, 역시 실력이 대단하시네요. 아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허순재는 옷에 피 한 방울조차 묻지 않은 김예훈을 보고도 표정 변화 하나 없었지만 그를 기피 대상 리스트에 추가하기로 마음먹었다.심지어 김예훈과 한편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쨕! 쨕!귀가 째질 듯한 거대한 뺨 소리가 울려 퍼지고, 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은 움찔도 잠시 저 멀리 바닥에 떨어졌을 때 퉁퉁 부어오른 얼굴로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김예훈은 뒤로 몇발짝 물러서면서 여력을 흡수시켰다.그 순간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대마승을 향해 발길질했다.퍽!김예훈의 발에 얼굴이 차인 대마승 역시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김예훈의 덤덤한 표정을 보고있던 허순재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물었다.“김 회장님, 괜찮으세요?”“괜찮아요. 섬라 마승이라고 해도 그냥 그렇네요, 뭐.”예전에 전쟁터에서 일당백으로 수백 명의 장병을 때려눕혔는데 이 세 명의 장병급 실력자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허순재 앞에서 진정한 실력을 숨기지만 않았다면 뺨 한 대로 아예 죽여버렸을 것이다.대마승은 얼굴을 감싸쥔 채 겨우 바닥에서 일어나면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너희들 괜찮아?”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도 얼굴을 감싸쥔 채 휘청거리면서 일어서다 일그러진 표정으로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비록 크게 다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움직일 수는 있었다.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이 세 명의 마승은 상상을 초월하는 김예훈의 실력에 표정이 심각해지고 말았다.‘이런 천재는 절대 내버려 둬서는 안 돼. 아니면 대한민국이 더욱더 강해질 수밖에 없어.’섬라는 대한민국에 총사령관급 실력자가 존재하기를 절대 바라지 않았다.“대마승, 실력이 그냥 그 정도라면 너무 실망인데?”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앞으로 걸어갔다.“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아예 너희 셋이 동시에 붙어.”“죽여버려!”대마승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명령했다.“속전속결로 죽여버려!”이때, 세 명의 마승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자신의 도사 지팡이를 챙겼다.“황금 삼각 법진!”세 명의 마승은 동시에 하늘로 솟더니 김예훈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세 자루의 도사 지팡이를 교차하면 무신 급 실력자를 진압할 수 있는 일격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황금 삼각 법진을 알아본 허순재는 표정이 확 변하고 말았다.
“널 죽이지 못할 거라고?”대마승은 허순재의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들렸다.“너를 죽일만한 기회를 엿보기 위해 보름 동안 미행했어. 점까지 쳐봤는데 오늘이 바로 네가 죽는 날이더라고.”둘째 마승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허순재, 걱정하지 마. 널 죽이고 나서 너의 아들들도 같이 보내줄게. 딸만 살려둬서 그 딸이 나중에 허씨 가문을 물려받으면 우리 섬라 왕자님께 시집와야 할 거야. 허씨 가문이 동의하든 말든 그때 가서는 모든 재산이 우리 섬라의 것이 되겠지. 이건 법에 어긋나는 일도 아니잖아. 아무도 우리를 말리지 못해.”셋째 마승도 피식 웃었다.“오늘은 무조건 죽어야겠어. 그런데 걱정하지 마. 내년의 오늘, 딸한테 제사를 멋지게 차려달라고 할게. 김예훈도 살아서 이곳을 나갈 생각하지 마. 우리 큰형님을 상대할 순 있어도 우리 셋을 동시에 막지는 못할 거야. 우리 섬라의 비밀을 알아버렸으니 오늘 무조건 죽어야겠어!”김예훈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제야 왜 황금 삼각지대에 깡패가 무리 지어 다니고, 또 동남 해역에 해적이 많았던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동남 해역의 제1 강국이라는 섬라의 능력이 이정도밖에 되지 않다니.’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내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냥 셋이 같이 덮쳐. 너희들을 해결하고 도박왕님을 위해 풍수도 봐 드려야 하거든.”“이 자식이!”“너부터 죽여야겠어!”“그리고 허순재 너도 도망가지 못해!”대마승은 콧방귀를 뀌더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시간을 지체해봤자 보디가드들이 와서 널 도와주지 못할 거야. 우리 제자들이 이미 그들을 상대하고 있거든. 이곳에 오려면 반 시간은 걸릴 거야. 그러니까 오늘 너희 둘은 죽을 수밖에 없어! 얘들아! 다 같이 덤벼!”3대 마승은 거의 동시에 앞으로 덮쳤다.이때, 우르릉 쾅쾅 천둥·번개가 치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3대 마승은 어느샌가 김예훈 앞에 나타나 그의 길을 막기 위해 진법을 세워놨다.기세등등한 3대 마승과는 달리 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앞으로 한 발짝 다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