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은 김동민을 힐끔 쳐다보고 말했다."남자라면 말한 대로 합니다. 저의 백화점을 부숴버리겠다고 말하고 하지 못했으니 암사내 보다 못한 행동입니다."김동민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암사내라고? 어릴 적부터 여자들보다 예쁘게 생겼다는 이유로 그가 제일 듣기 싫은 말이 바로 암사내라는 말이다.하지만 눈앞의 남자가 한 말이니 반박을 할 수 없다.김예훈은 큰 발걸음으로 회전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배가 고파 죽을 것 같아.박인철도 자신의 군사들과 함께 현장을 떠났다.백화점은 본래의 질서를 되찾았다.정소현도 회전 레스토랑에 올라와 김예훈을 찾았다."형부, 방금 어마어마한 인물이 왔어요. 그분이 밖으로 나가고 싶었는데 경호원들이 막았대요!""그리고 현장의 공연을 취소했어요. 저는 저의 최애들을 볼 기회를 놓쳐 버렸어요."조금 전, 정소현은 현장에서 사건의 발생을 대략적으로 구경을 한 것 같다."그럴만했어."김예훈이 말했다.정소현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그러니까요.""형부, 방금 그 사람은 갓 20대가 넘은 엄청 젊은 나이에 능력이 어마어마한 사람이라고 했어요. 무섭죠? 누군지 알아요?""나야."김예훈이 말했다."형부, 장난도 정도껏 쳐야죠. 형부가 대단한 건 알겠는데 아직 그 정도는 아니에요!""전화 한 통으로 당도 부대를 부를 수 있어요?""나 당도 부대 시험까지 참가한 사람이야...""제 예상이 맞는다면 방금 그 젊은이는 군인인 것 같아요...""내가 만약 그 남자와 친한 사이라면 지금쯤..."정소현은 큰 인물과 친해질 기회를 놓치기라도 한 것 마냥 아쉬워했다.그때, 그녀는 불현듯 생각이 떠올라 말했다."형부, 이모와 이모부께서 김 씨 가문의 어르신 100세 생신 연회에 저를 데려가겠다고 했어요.""제가 초대장을 많이 가져올 테니 함께 갈까요?"김 씨 가문의 어르신 생신 연회라는 말에 김예훈은 거절하지 않았다."그래. 그러자.""밥부터 먹어."......성남시 군부대박인철은 방금 자신의 부
“특별히 저희한테 초대장을 보냈으니 안 가면 안 될 것 같은데요!” 유지하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요, 같이 가요.” 박인철이 답했다. 이내 김씨 가문에서도 박인철이 큰 어르신의 생신 연회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소식을 들은 김연철은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 늙은이가 그래도 체면은 있나보군...”“박인철은 비록 수령이기는 하나, 당도 부대는 경기도 부대의 핵심 부대이고 경기도 부대의 혼이라고도 할 수 있어...”“그런 그가 우리 김씨 가문의 연회에 참석한다는 건 경기도 부대에서 우리 김씨 가문에...”“이번 연회가 끝나면 우리 김씨 가문은 3년 전의 영광을 재현하게 될 것이야...”김병욱은 웃으며 말했다. “감축드립니다. 어르신...”“그 사람이 떠난 이후 우리 김씨 가문은 여전히 경기도를 이끄는 명문 가문이라고 불렸으나, 다른 명문 가문의 도움을 받아 우리의 지위를 노리는 하이에나들이 많았어...”“하지만 이번 연회가 끝나면 모든 것이 달라질 거야...”김씨 가문의 사람들은 눈을 반짝이며 서로 마주 보았다. 지금까지, 김씨 가문이 가장 빛났던 순간은 그 사람이 권력을 잡고 있었던 그 몇 년 동안이었다. 그 몇 년 동안 김씨 가문은 무기력한 가문에서 다시 활기차게 변했고 경기도를 이끄는 진정한 명문 가문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심지어 그 몇 년 동안에는 김씨 가문이 한국의 10대 가문 중에 들 거라는 소문이 자자하였다. 그러나, 김씨 가문의 내란으로 그 사람이 강제로 떠나게 되면서 가문의 위세가 꺾이게 되었다. 3년 동안, 김씨 가문은 사걸의 장악하에 경기도 최고 가문의 자리를 유지하고는 있으나 더 높이 한 단계 올라가는 일은 쉽지가 않았다. 그러나 박인철이 연회에 참석하게 된다면 이는 김씨 가문이 다시 경기도 부대를 장악하게 되었다는 걸 의미하며 김씨 가문에게는 아주 좋은 일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앞으로 김씨 가문은 경기도에서 제멋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였고 어쩌면 한국에서 제멋대로
김연철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김예훈이 어떤 사람인지 그와 김병욱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이번 연회에 그들은 김예훈을 초대할 생각이 없었지만 뜻박에도 하객 명단에 그의 이름이 올려져 있었다. “오라고 해!” 이내 김연철은 단호하게 말했다. “성남시로 돌아온 이상 언젠가는 부딪혀야 할 일이야, 파티에서의 만남보다 더 적당한 건 없지...”“물론 이 3년 동안 김예훈도 칼을 갈고 있었을 거야...”“다른 사람들은 김예훈이 폐인이 되었고 별 볼 일 없는 정씨 일가에서 개보다도 못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암암리에 그가 손을 쓴 일들을 보면...”“이번 연회에서 3년 만에 그와 정식으로 다시 만남을 가지게 되었군. 적당한 시기에 연회가 끝나고 그를 죽여버리는 게 좋겠어...”김연철은 당연하다는 듯 태연하게 말했다. 김병욱은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가문의 명이라면 반드시 집행하겠습니다...”“내가 말했잖아, 이제는 네가 가문의 권력을 잡고 있으니 김씨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자네의 명을 따라야 한다고...”“그 사람을 처리하는 건 네 눈엣가시를 처리하는 것과 다름없을 거야...”“이게 다 자네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김연철은 입이 닳도록 설득했다. 김병욱은 담담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르신, 감사드립니다...”“그리고, 서울에서 의료 전문가들을 불러 만철의 수술을 진행하게 하였습니다. 7일 뒤 생신 연회에 참석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수고했어. 이 은혜는 잊지 않겠네. 못난 두 아들을 자네가 많이 챙겨주었으면 하네.” 김연철은 감탄의 표정을 지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르신, 제가 잘 돌봐주겠습니다.”...김연철의 방을 나와 김병욱은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늙은 여우 같은 노인네, 나더러 그 사람을 상대하라고 하다니...”“누가 누구를 이용하는지...”“어디 한번 두고봐...”...방안에서, 김연철도 미소를 거두고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들이 그 사람한테 정신
CY그룹의 맨 꼭대기 층 대표이사 사무실. 김예훈과 하은혜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박인철은 조용히 사무실로 들어와서 김씨 가문에서 생일 연회에 초대장을 보내왔다는 사실을 김예훈한테 보고했다. “김연철은 몇 년 전부터 경기도 부대를 철저히 장악하려고 하였습니다...”“이번에 박장군이 연회에 참석하면 김씨 가문한테는 의미가 남다를 거예요. 이번 연회에서 제일 귀한 손님은 박 장군이 될 것 같은데요.” 김예훈은 조롱하듯 말했다. 하은혜도 웃으며 말했다. “박 장군님은 그동안 어떤 연회에도 참석하시지 않으셨잖아요. 이번에 특별히 참석하시게 되었으니 김씨 가문한테는 큰 영광일 듯싶네요...”박인철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도련님, 은혜 씨, 장난 그만 치세요.”그가 계속해서 말했다. “그리고 서울 부대에 있는 전우한테서 전해온 소식인데요.”“김씨 가문에서 김만철의 병을 고치려고 서울에서 의료진들을 불렀다고 합니다. 오늘 밤 도착할 예정이라고 합니다.”“오늘 밤 몇 시쯤입니까?” 시계를 보니 이미 밤 열 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아마도 자정쯤 도착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전문가들의 신분이 매우 특별한 듯합니다.”“그들은 서울의 대 가문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김예훈의 속셈을 눈치챈 박인철은 한마디 거들었다. “괜찮아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서울에서 온 사람들이 우리 경기도에서 날뛰지는 못할 겁니다.”“목숨을 해치지 않은 선에서 며칠간 잘 대접하고 돌려보내면 그만이에요.”김예훈은 일어서며 말했다. 그는 김씨 가문에서 김만철을 치료하는 걸 그냥 내버려 두고 싶지 않았다. 김만철은 이미 그의 마지노선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성남시 공항, 국내 최대 규모의 공항 중의 하나로서 이곳은 늘 사람들로 북적이었다. 늦은 밤, 공항의 프라이빗 통로 앞에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멈춰 섰다. 제일 앞에 멈춰 선 차는 롤스로이스였다. 차 주변에는 수십 명에 달하는 김씨 가문 경호원들이 기세등등하게 서 있었
귀청을 찢을 듯한 거대한 굉음에 사람들은 하마터면 모두 날아갈 뻔했다. 잠시 후, 하얀 불빛 아래 군 전용 헬기가 나타났다. “군인들이 이곳에 왜 갑자기 나타난 거야?”김씨 가문의 사람들은 서로 쳐다보았고 김연철은 미간을 찌푸렸다.그의 인맥이라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잠시 후, 수십 명의 무장한 병사들이 밧줄을 타고 내려왔다.앞장선 젊은 병사가 장석호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 공손하게 입을 열었다. “장 선생님, 방금 중앙아시아의 전쟁터에서 퇴각한 부상병들이 현재 모두 중상을 입고 위독한 상태입니다. 선생님께서 빨리 가셔서 치료를 해주십시오, 군의 명령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말을 마치고 병사는 장석호를 데리고 자리를 뜨려 했다. 김연철은 노발대발하며 앞으로 걸어가서 호통쳤다. “이런 방자한 놈! 어느 부대 소속이야?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장 선생님은 우리 김씨 가문에서 모셔 온 분이야! 감히 우리 김씨 가문을 상대로 맞서 싸울 생각이냐?”“네놈의 상사가 누구냐? 당장 나오라고 해! 이 김연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거야?”화가 난 김연철은 패기가 넘쳤다. 그는 경기도 부대에서 인맥이 워낙 깊어 어느 군의 장관이 오더라도 자신의 체면을 세우줄 거라고 믿었다. 뜻밖에도 앞장선 병사가 갑자기 총을 꺼내 들어 김연철의 머리를 향해 겨누며 차갑게 말했다. “제가 이번 임무의 책임자입니다!”“이번 임무는 상급자로부터 반드시 완수하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전우를 살리는 일보다 더 중요한 건 없습니다! 감히 앞을 막아서는 사람은 바로 죽일 것입니다!”“데려가!”이내, 병사들은 의료 장비들을 김씨 가문의 수중에서 빼앗아 헬기에 실었고 의료 팀원들도 헬기로 안내했다. 김씨 가문의 경호원들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왜냐하면 병사들은 하나같이 살기가 가득했고 딱 봐도 방금 전쟁터에서 돌아온 사람들 같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이들을 이끌고 있는 병사도 그냥 평범한 군인이라는 것이다. 보통 병사가 어떻게 김씨 가문에 대해
“어르신, 고작 병사 몇 명 따위가 어르신 손에서 사람을 빼앗아 갔다는 말씀입니까?”김병욱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김연철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래, 보통이라면 경기도 부대에서 나와 맞서 싸울 자는 없었겠지, 하지만 이번에는 누군가 손을 썼어...”“게다가 신병들한테 임무를 맡겼고, 신분이 노출되는 걸 꺼린다는 뜻이겠지...”김병욱은 의문을 품었다. “혹시 박인철이 우리 쪽으로 기울이니 군에서 반발이 있는 게 아닐까요?”“아니면 어느 가문에서 우리한테 불만이 있는 걸까요?”“그것도 아니라면, 그 사람이...”김연철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무런 증거가 없어, 중요한 건 상대방이 그럴듯한 핑계를 댔다는 거야. 전쟁에서 돌아온 부상병들이 있다고 했어...”“나중에 알아보니 변방 쪽에 확실히 작은 충돌이 있었어. 이웃 나라의 사람들이 수십 명 죽었고 우리 쪽 병사들도 몇 명이 다쳤다고 했어...”“부상을 당한 몇 명 병사들은 지금 우리 군의 영웅이야. 최고의 의료진들을 불러 그들을 치료하라는 윗선의 명이 있었대...”“공항에서 온 병사들은 아마 부상병들의 전우들일 것이야...”“만약 그런 거라면 그들은 군의 명령을 받은 거라서 우리는 어찌할 도리가 없어...”김병욱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르신, 그럼 이대로 지키만 볼 겁니까?”“장석호의 의료팀이 군대에서 나오기를 기다려 봐야지. 군에서 그들을 계속 붙잡아 둘 리는 없을거야. 이번에는 만철이가 생신 연회에 참석하지 못할 것 같구나...”김연철은 안타까운 기색이 역력했다. “어르신, 걱정하지 마십시오. 연회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하더라고 김씨 가문에서 만철의 지위는 변함이 없을 겁니다…”김병욱은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자리를 떴다. 그러나 자리를 뜬 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여우 같은 노인네의 계획인가? 아니면 우연인가…”이번 생신 연회에서 그는 김만철이 필요했다. 하지만 장석호의 의료팀이 없는 이상 김만철은 일어날 수 없게 되었고
김씨 가문의 생일 연회가 코 앞으로 다가왔고 성남시 전체는 큰 명절 분위기로 가득 찼다. 성남에서 김씨 가문의 지위가 워낙 높다 보니 거의 모든 사람이 다 알 정도였다. 하여 성남시의 일류 가문조차도 김씨 가문의 초대장을 받은 것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었다.초대장을 받는 순간,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며 자신의 위상을 과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김씨 가문에서 이번 생일 연회를 얼마나 중요시하고 홍보에 힘을 썼는지를 알 수 있었다. 생일 연회 하루 전날, 정소현은 천진난만하게 초대장을 가지고 왔다. 이건 이모와 이모부한테 어렵게 부탁해서 얻은 것이었다.하지만 김만철의 일 때문에 정민아는 아직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래서 김씨 가문 큰 어르신의 생신 연회에 그녀는 참석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만약 김씨 가문이 연회에서 추궁한다면 그 결과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문제는 이 일을 입 밖으로 꺼내서는 안 되었기 때문에 정소현한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다. “당신이 안 가면 내가 갈게…” 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김예훈은 꼭 참석할 생각이었다. 성남시로 돌아온 후 처음 김씨 가문의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이니만큼 어찌 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정소현은 오히려 기뻐했다. 정민아가 가지 않는다면 형부는 오롯이 자신의 차지가 될 테니까. 김예훈을 말리지 못하게 되자 정민아는 무의식적으로 정소현한테 당부했다. “형부 꼭 잘 지켜줘야 해! 누구도 형부를 다치게 해서는 안 돼.”정소현은 대답했다. “언니, 걱정하지 말아요. 이모와 이모부도 함께 갈 거예요. 그분들은 임씨 가문의 대표로 가는 거예요!”“임씨 가문은 성남시에서 워낙 지위가 높아 김씨 가문에서도 우리한테 함부로 하지 못할 거예요.”그 말을 듣고 정민아는 약간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정씨 일가의 다른 사람들은 분명 이번 연회에 참석할 자격이 없을 것이다. 다음 날, 성남시 컨벤션 센터. 이곳은 이번 연회가 열리는 장소이다. 전체 컨벤션 센터와 인근 상가는 모두 김씨 가
연회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아 사람들은 모두 접대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에는 사람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게 샴페인도 있었고 서양식 뷔페도 있었다. 김예훈과 정소현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김...김예훈 씨?”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예훈은 고개를 돌렸고 아름다운 미인이 그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몇 달 동안 보지 못했지만 왠지 모르지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진 것 같았다. 그녀가 큰 눈으로 똘망똘망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약간 흥분된 것 같았지만 또 이내 자신의 감정을 억제한 듯 보였다. 성남 일류 가문 중의 하나인 선우가문, 그리고 그 가문의 한 사람 선우정아. 두 사람은 남해시에 있으면서 많이 접촉을 했고, 후에 선우정아가 떠날 때 김예훈은 특별히 그녀를 배웅하러 갔었다. 하지만 남해시에서 헤어진 후 두 사람은 석 달 가까이 만나지 못했다.심지어 성남시에 온 후에도 김예훈은 일이 바빠서 먼저 선우정아를 만나러 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성남시에 왔으면서도 왜 날 만나러 오지 않은 거예요?” 선우정아는 의아한 눈빛으로 옆에 있는 정소현을 쳐다보았다. “정아야, 혹시 네 친구야?”이때, 옆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검은 양복 차림의 남자가 걸어오면서 김예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보아하니 이 남자는 선우정아를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고 지금 이 순간 그가 무의식적으로 김예훈을 경쟁 상대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김예훈은 그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선우정아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성남시에 온 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았어요. 요즘은 워낙 일이 바빠서 시간이 없었어요...”“나중에 시간 되면 밥 살 거예요.”“좋아요, 난 언제든지 시간 되니까!”재빨리 대답하던 선우정아는 자신이 실언을 했다는 걸 이내 눈치챘다. 그녀는 입을 틀어막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정소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도발적인 표정으로 선우정아를 쳐다보았다. 오늘은 형부가 오롯이 자기 것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누군
김예훈의 의미심장한 말에 허씨 가문 사람들은 서로 쳐다볼 뿐이다.이때 허유주가 피식 웃더니 말했다.“김 세자님, 너무 없는 말을 지어내시는 거 아니에요? 최근 반년 동안 저한테는 아무런 일도 없었는데요?”김예훈이 허유주를 힐끔 보더니 피식 웃었다.“허유주 씨는 아직 공부할 나이라 평소에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어서 음기를 흡수할 기회가 없었겠죠.”허유주는 이 대답이 만족스럽지 못한지 여전히 가소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허씨 가문 사람들은 잠깐 고민하더니 얼굴이 확 변하고 말았다.이때 허준서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맞는 말이야. 요즘 도박할 때마다 돈을 잃고 있어.”허성빈 역시 마른기침하더니 얼굴이 창백해지고 말았다.요즘 들어 예전보다 잔병치레가 많아진 허씨 가문의 여자들 역시 당황한 표정이었다.약을 먹으면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병은 아니었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소름이 끼치는 느낌이었다.다년간 보약이란 보약은 다 먹어본 허씨 가문 사람들의 체력을 봤을 때 10년에 한 번 아플까 말까, 한 병을 요즘 들어 몰아서 앓고 있으니 말이다.허순재 역시 곰곰히 생각하더니 미간을 찌푸렸다.“맞아요. 최근 들어 저도 몸이 많이 허약해진 느낌이에요. 기침을 할때 피까지 봤다니까요? 밖에서 도는 소문에 의하면 제가 3개월밖에 못 산다고 했어요.”김예훈이 웃으면서 말했다.“그러면 맞네요.”선재 스님이 냉랭하게 말했다.“허씨 가문 사람들의 체내에 음기가 있다고 해도 저희 오륜 사찰 수맥 탐지 봉에서 흡수한 거라고 증명할 수 있어요? 저희 수맥 탐지 봉이 허씨 가문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냐고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선재 스님, 이것마저 증명할 수 없다면 그야말로 비극이 아니겠습니까.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일인데 말이죠. 이 자그마한 조각을 봐도 수맥 탐지 봉에 음기가 가득했다는 것을 느낄수 있어요. 허유주 씨를 제외한 분들이 이 조각을 3초 이상 쥐고 있으면 무조건 기절할 거예요.
“어디서 감히! 오륜 사찰이 어떤 곳인지나 알고 그러시는 거예요? 저희 오륜 사찰은 경기도 지역의 무술의 경지라고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저희 오륜 사찰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지 아세요? 도박왕님께서는 매년 저희 오륜 사찰에 얼마나 많이 기부하시는데요. 저희 오륜 사찰은 늘 밀양 허씨 가문을 보호하고 있었다고요. 지금 저희 둘 사이를 이간질하는 거예요? 도대체 어떤 흑심을 품고 계시는 거예요!”선재 스님의 표정이 극도로 어두워지자, 허순재가 다급하게 설명했다.“선재 스님, 화내지 마세요. 김 회장님도 좋은 마음에...”“좋은 마음이요?”선재 스님은 바로 허순재의 말을 끊더니 냉랭하게 말했다.“좋은 마음에 이런 말을 한다고요? 도박왕님, 비록 저는 오륜 사찰의 핵심 인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륜 사찰의 스님이라고요. 저 자체가 오륜 사찰의 체면과 이미지를 대표한다고요. 어디서 튀어나온 줄도 모르는 사람한테 의심받는 것도 모자라 저희 오륜 사찰의 보물마저 잃어버린 거, 절대 용납할 수 없어요! 저 사람은 분명 저희 오륜 사찰을 모함하고 도박왕님을 해치려고 하고 있다고요! 그러니까 김 세자님!”선재 스님은 김예훈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차갑게 말했다.“저 수맥 탐지 봉에 음기가 가득하다는 사실을 증명할 만할 증거를 내놓지 못하면 저랑 오륜 사찰을 한번 가봐야겠습니다.”“맞아. 그렇게 대단하면 증거를 내놓든가!”“증거를 내놓지 못하면 배상도 해야 하고 오륜 사찰 입구에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야 할 거예요!”허유주도 울분을 토해내듯이 소리를 질렀다.허순재는 한숨을 내쉬더니 잠깐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김 회장님, 제가 김 회장님을 못 믿는 것이 아니라 제 체면을 봐서라도 확실히 하는 것이...”허유주를 포함한 허씨 가문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냉랭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어르신 믿음을 얻었다고 허씨 가문에서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했나 봐.’“선재 스님을 건드린 것도 모자라 오륜 사찰의 보물까지 망가뜨려? 정말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
김예훈이 입을 벌리기도 전에 허유주가 먼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김 세자님, 어떻게 된 일이에요? 선재 스님이 제 편을 들어줬다고 불만을 품고 오륜 사찰의 보물을 깨트린 거예요? 화를 내시려면 저한테 내시지, 왜 선재 스님한테 화풀이하는 거예요?”“이 수맥 탐지 봉에 문제가 있어서요.”김예훈은 평온한 표정으로 허유주를 힐끔 쳐다보면서 말했다.“수맥 탐지 봉의 질량에 문제가 있다고 할까요?”“김 세자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표정이 어두워진 선재 스님은 말투마저 상냥하지 않았다.“근 200년 동안 물려받은 저희 오륜 사찰의 수맥 탐지 봉은 천년에 한번 볼까 말까한 보물이라고요. 풍수를 볼 때마다 이 수맥 탐지 봉을 사용했고, 이것으로 저희 오륜 사찰에서 얼마나 많은 문제를 해결했는데요. 그런데 질량에 문제가 있다고요? 어디 제대로 말씀해 보시죠!”허유주는 자기 체면을 세워주지 않아 잔뜩 화가 난 생태인데 김예훈이 수맥 탐지 봉마저 망가뜨렸으니 더는 그 화를 참을 수 없었다.“김 도련님, 비록 오륜 사찰이 무술의 성지이긴 하지만 의술이나 풍수, 관상 방면에서도 일반적인 풍수 대가나 의사보다는 훨씬 뛰어납니다. 저도 이 수맥 탐지 봉을 여러 번 보았는데 오륜 사찰의 보물이 맞았습니다.”허순재는 망설이다 결국 나서기로 했다.“아까 김 회장님께서 망가뜨린 수맥 탐지 봉은 확실히 오륜 사찰의 보물이 맞습니다. 잘못 보셔서 실수로 망가뜨린 거라면 제가 대신 배상해 드리죠. 이 기회를 빌어 다 같이 친구로 지내는 거 어떨까요?”김예훈은 바닥에 남은 일부 조각을 주으면서 말했다.“선재 스님, 제가 본것이 맞다면 이 수맥 탐지 봉은 소문으로만 듣던 얼음 형 옥석으로 만들어진 거 맞죠?”선재 스님이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얼음 형 옥석을 알아보시다니 안목이 높으시네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얼음 형 옥석이 얼마나 귀한 건지 알고 있지만 이 수맥 탐지 봉은 그만큼 귀한 물건은 아니에요. 어디서 온 물건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중에 음기가 가
“유주야, 너무 속상해하지 마. 잘못했으면 인정할 줄 알아야지. 다음부터 너무 흥분해하지 마.”여자 스님은 웃으면서 허유주를 위로해 주었다.허유주는 막무가내의 성격이긴 해도 여자 스님의 말은 잘 들었다.허순재는 더는 허유주를 혼내지 않고 웃으면서 김예훈에게 말했다.“김 회장님, 제가 자식 교육을 잘 하지 못해서 죄송해요.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마침 소개해 드릴게요. 이분은 오륜 사찰에 계시는 선재 스님이시고, 제 불효자식의 스승이기도 합니다. 유주도 오륜 사찰에서 수행하고 있거든요. 저희 허씨 가문에 일어난 일을 듣고 보러오신 겁니다. 선재 스님, 스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이분은 김 세자님이시자 김 회장님이신 진주·밀양의 귀인이기도 합니다.”허순재가 웃으면서 소개해 주자 김예훈이 먼저 예의 바르게 오른손을 내밀었다.“처음 뵙겠습니다.”하지만 김예훈은 손이 가까워지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오륜 사찰에 대해 익히 들은 적이 있었다. 200여 년 전에 지어진 오륜 사찰은 경기도 구역에서 무술의 성지로 불리고 있다.오륜 사찰에서 가장 유명한 영춘권은 그야말로 천하무적이었다.‘오륜 사찰 스님이라니. 글쎄 포스가 일반인들과 다르다 했어.’“김 세자님, 안녕하세요.”선재 스님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면서 오른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김예훈에 대한 첫인상이 안 좋은지 굳이 오래 악수할 생각 없이 바로 손을 거뒀다.선재 스님은 도도한 표정으로 허순재를 쳐다보았다.“허씨 가문에 벌어진 일을 저희 성녀분께서 아시고 해결하라고 저를 보내셨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무슨 일때문에 하인들이 실종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다른 분들을 이만 보내시는 것이 어떠신지요.”허순재는 멈칫하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성녀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해주세요. 하인은 다 내보내긴 하겠는데 여러분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도록 보디가드 몇 분은 남겨둬도 괜찮지 않을까요?”선재 스님이 담담하게 말했다.“네. 쓸데없는 사람만 나가주시면 됩니다.”선재 스님은 일부러 김예훈을 힐끔 쳐다보았
“아까 김 회장님께서 아빠를 섬라 3대 마승의 손에서 구해주셨어. 그러고도 총으로 쏴 죽이고 싶어? 유주야, 담이 너무 커진 거 아니야? 세상 사람들이 우리 허씨 가문을 배은망덕하다고 수군거려야 속이 시원하겠어? 지금 당장 김 회장님께 사과해! 사과 안 하면 바로 집에서 쫓아낼 거야! 우리 허씨 가문에는 막무가내이자 상황 파악마저 못 하는 사람은 필요 없어!”허순재는 허유주가 김예훈한테 무례해서 많이 화난 모양이다.김예훈과 허순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고 있는 허준서 등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아버지가 왜 김예훈을 저렇게 감싸고 도는 거지?’허순재의 아내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은 의문에 빠지고 말았다. 김예훈에게 본때를 보여주려고 했는데 허순재가 가장 예뻐하는 허유주가 욕을 먹자 하나같이 고개 숙이고 차만 마실 뿐이다.허유주의 얼굴에는 분노가 사라지고 두려움이 밀려왔다.지금까지 허순재가 이 정도로 화를 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도포를 입은 여자 스님은 평온한 표정으로 일어서더니 허유주를 뒤에 숨기고는 웃으면서 말했다.“도박왕님, 유주도 흥분해서 해서는 안 될 말을 했을 것입니다. 열여덟 살짜리 여자아이가 무슨 나쁜 마음을 품고 있겠습니까. 이분이 바로 어제 한마디로 진주·밀양 용전 전주를 교체시킨 김 세자님이자 김 회장님이시겠네요? 배포가 넓으시다고 들었는데 이런 어린 여자아이가 한 말을 마음에 두진 않겠죠?”여자 스님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허유주를 힐끔 쳐다보면서 말했다.“유주야, 얼른 김 세자님께 사과해야지.”허유주는 눈가를 파르르 떨고 말았다. 내심 속으로 내키진 않았지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김 세자님, 죄송해요.”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허순재가 집안사람들을 교육하든, 허씨 가문이 이 기회를 빌어 허순재의 권력에 도전장을 내밀든, 김예훈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저 피도 안 마른 어린애가 앞에서 거들먹거려서 불쾌할 뿐이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
살짝 시간을 확인한 김예훈은 아직 여유가 있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도박왕님께서 초대하셨는데 말 나온 김에 오늘 바로 가서 확인하시죠.”“여기서 멀지 않아요. 제가 길을 안내해 드릴게요.”허순재는 차를 부르지 않고 고즈넉한 길로 안내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앞을 내다보았다. 이순간 허순재의 몸에서 왠지 모르게 검은 기운이 뿜이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혹은 살기라고 할까......별로 멀지 않았기 때문에 몇 분도 안 지나 바로 허씨 가문에 도착하게 되었다.앞장서는 허순재를 본 순간 문을 지키고 있던 보디가드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더니 공손하게 길을 비켜드렸다.“김 회장님, 안으로 들어가시죠. 허씨 가문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김 회장님께 달렸습니다.”...거실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앉아있었다.김예훈과 일면식이 있는 허성빈, 허도겸, 허준서 등 외에 기껏해 18살로 보이는 소녀가 앉아있었다.김예훈이 걸어들어오는 모습을 본 허씨 가문 3형제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그를 째려보고 있었다.18살짜리 소녀 역시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말했다.“네가 바로 우리 둘째 오빠의 손을 부러뜨리고, 셋째 오빠의 다리를 부러뜨린 것도 모자라 넷째 오빠 뺨까지 때린 김예훈이야?”이 사람은 딱 봐도 허씨 가문의 다섯째, 허유주로 보였다.그녀의 뒤에는 허준서의 약혼녀인 허영미도 서 있었다.아까 허유주의 귓가에 속삭이는 것을 보니 김예훈의 신분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허씨 가문 자녀들 외에 도포를 입고있어도 몸매가 좋아보이는, 얼굴까지 예쁜, 속세를 벗어난 것만 같은 여자 스님이 앉아있었다.허씨 가문 사람들은 그녀를 신처럼 모시듯이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다.김예훈은 허유주를 힐끔 쳐다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네. 제 이름은 김예훈이 맞습니다.”“이런 젠장!”김예훈이 신분을 인정하자 허유주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우리 허씨 가문을 건드린 것도 모자라 감히 우리 구역을 침범해? 저 자식을 그냥 총으로 쏴서 죽여버려
그야말로 올킬이었다!3대 마승은 김예훈 앞에서 마치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았다.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은 그대로 숨을 거두었고, 대마승도 곧 숨통이 끊어질 것만 같이 경련을 일으켰다.김예훈은 아까의 격투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것처럼 깔끔한 모습으로 담담하게 서 있었다.“김예훈! 죽여버릴 거야!”두 명의 동생이 자기 눈앞에서 죽어가는 걸 지켜본 대마승은 마지막 힘을 다해 총을 꺼내 김예훈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다.피융! 피융! 피융!하지만 그가 움직이기 전에 담담한 표정으로 한쪽에 서 있던 허순재가 갑자기 예술품과도 같은 총을 꺼내 대마승의 급소를 향해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그러고선 손수건을 꺼내 아무렇지않게 총을 닦았다.김예훈은 확장된 동공으로 대마승의 시체를 쳐다보았다.총알마다 완벽하게 대마승의 급소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대마승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라고 없었다.이런 사격술은 몇십 년 연습하지 않았다면 이루어 낼 수 없는 기술이었다.“도박왕님, 사격 솜씨가 장난이 아니네요.”김예훈은 허순재에게 경계심을 품으면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그러다 갑자기 굳이 자기가 나서지 않았어도 3대 마승은 허순재의 상대가 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밖에서 돌아다니는 소문에 의하면 허순재는 3개월도 버티지 못할 거라고 했는데 이게 웬걸.’그 사람들은 허순재에게 총을 맞아도 무슨 영문인지 모를 것이다.“도박왕님!”이때, 전신 무장한 보디가드들이 허순재가 습격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냉큼 달려왔다.사처에 깔린 수백 명의 보디가드를 보고 있자니 밀양에서는 허씨 가문이 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허순재는 담담한 표정으로 보디가드들더러 물러가라면서 김예훈의 곁으로 걸어갔다.“김 회장님, 역시 실력이 대단하시네요. 아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허순재는 옷에 피 한 방울조차 묻지 않은 김예훈을 보고도 표정 변화 하나 없었지만 그를 기피 대상 리스트에 추가하기로 마음먹었다.심지어 김예훈과 한편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쨕! 쨕!귀가 째질 듯한 거대한 뺨 소리가 울려 퍼지고, 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은 움찔도 잠시 저 멀리 바닥에 떨어졌을 때 퉁퉁 부어오른 얼굴로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김예훈은 뒤로 몇발짝 물러서면서 여력을 흡수시켰다.그 순간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대마승을 향해 발길질했다.퍽!김예훈의 발에 얼굴이 차인 대마승 역시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김예훈의 덤덤한 표정을 보고있던 허순재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물었다.“김 회장님, 괜찮으세요?”“괜찮아요. 섬라 마승이라고 해도 그냥 그렇네요, 뭐.”예전에 전쟁터에서 일당백으로 수백 명의 장병을 때려눕혔는데 이 세 명의 장병급 실력자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허순재 앞에서 진정한 실력을 숨기지만 않았다면 뺨 한 대로 아예 죽여버렸을 것이다.대마승은 얼굴을 감싸쥔 채 겨우 바닥에서 일어나면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너희들 괜찮아?”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도 얼굴을 감싸쥔 채 휘청거리면서 일어서다 일그러진 표정으로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비록 크게 다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움직일 수는 있었다.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이 세 명의 마승은 상상을 초월하는 김예훈의 실력에 표정이 심각해지고 말았다.‘이런 천재는 절대 내버려 둬서는 안 돼. 아니면 대한민국이 더욱더 강해질 수밖에 없어.’섬라는 대한민국에 총사령관급 실력자가 존재하기를 절대 바라지 않았다.“대마승, 실력이 그냥 그 정도라면 너무 실망인데?”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앞으로 걸어갔다.“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아예 너희 셋이 동시에 붙어.”“죽여버려!”대마승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명령했다.“속전속결로 죽여버려!”이때, 세 명의 마승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자신의 도사 지팡이를 챙겼다.“황금 삼각 법진!”세 명의 마승은 동시에 하늘로 솟더니 김예훈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세 자루의 도사 지팡이를 교차하면 무신 급 실력자를 진압할 수 있는 일격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황금 삼각 법진을 알아본 허순재는 표정이 확 변하고 말았다.
“널 죽이지 못할 거라고?”대마승은 허순재의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들렸다.“너를 죽일만한 기회를 엿보기 위해 보름 동안 미행했어. 점까지 쳐봤는데 오늘이 바로 네가 죽는 날이더라고.”둘째 마승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허순재, 걱정하지 마. 널 죽이고 나서 너의 아들들도 같이 보내줄게. 딸만 살려둬서 그 딸이 나중에 허씨 가문을 물려받으면 우리 섬라 왕자님께 시집와야 할 거야. 허씨 가문이 동의하든 말든 그때 가서는 모든 재산이 우리 섬라의 것이 되겠지. 이건 법에 어긋나는 일도 아니잖아. 아무도 우리를 말리지 못해.”셋째 마승도 피식 웃었다.“오늘은 무조건 죽어야겠어. 그런데 걱정하지 마. 내년의 오늘, 딸한테 제사를 멋지게 차려달라고 할게. 김예훈도 살아서 이곳을 나갈 생각하지 마. 우리 큰형님을 상대할 순 있어도 우리 셋을 동시에 막지는 못할 거야. 우리 섬라의 비밀을 알아버렸으니 오늘 무조건 죽어야겠어!”김예훈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제야 왜 황금 삼각지대에 깡패가 무리 지어 다니고, 또 동남 해역에 해적이 많았던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동남 해역의 제1 강국이라는 섬라의 능력이 이정도밖에 되지 않다니.’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내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냥 셋이 같이 덮쳐. 너희들을 해결하고 도박왕님을 위해 풍수도 봐 드려야 하거든.”“이 자식이!”“너부터 죽여야겠어!”“그리고 허순재 너도 도망가지 못해!”대마승은 콧방귀를 뀌더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시간을 지체해봤자 보디가드들이 와서 널 도와주지 못할 거야. 우리 제자들이 이미 그들을 상대하고 있거든. 이곳에 오려면 반 시간은 걸릴 거야. 그러니까 오늘 너희 둘은 죽을 수밖에 없어! 얘들아! 다 같이 덤벼!”3대 마승은 거의 동시에 앞으로 덮쳤다.이때, 우르릉 쾅쾅 천둥·번개가 치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3대 마승은 어느샌가 김예훈 앞에 나타나 그의 길을 막기 위해 진법을 세워놨다.기세등등한 3대 마승과는 달리 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앞으로 한 발짝 다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