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고작 병사 몇 명 따위가 어르신 손에서 사람을 빼앗아 갔다는 말씀입니까?”김병욱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김연철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래, 보통이라면 경기도 부대에서 나와 맞서 싸울 자는 없었겠지, 하지만 이번에는 누군가 손을 썼어...”“게다가 신병들한테 임무를 맡겼고, 신분이 노출되는 걸 꺼린다는 뜻이겠지...”김병욱은 의문을 품었다. “혹시 박인철이 우리 쪽으로 기울이니 군에서 반발이 있는 게 아닐까요?”“아니면 어느 가문에서 우리한테 불만이 있는 걸까요?”“그것도 아니라면, 그 사람이...”김연철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무런 증거가 없어, 중요한 건 상대방이 그럴듯한 핑계를 댔다는 거야. 전쟁에서 돌아온 부상병들이 있다고 했어...”“나중에 알아보니 변방 쪽에 확실히 작은 충돌이 있었어. 이웃 나라의 사람들이 수십 명 죽었고 우리 쪽 병사들도 몇 명이 다쳤다고 했어...”“부상을 당한 몇 명 병사들은 지금 우리 군의 영웅이야. 최고의 의료진들을 불러 그들을 치료하라는 윗선의 명이 있었대...”“공항에서 온 병사들은 아마 부상병들의 전우들일 것이야...”“만약 그런 거라면 그들은 군의 명령을 받은 거라서 우리는 어찌할 도리가 없어...”김병욱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르신, 그럼 이대로 지키만 볼 겁니까?”“장석호의 의료팀이 군대에서 나오기를 기다려 봐야지. 군에서 그들을 계속 붙잡아 둘 리는 없을거야. 이번에는 만철이가 생신 연회에 참석하지 못할 것 같구나...”김연철은 안타까운 기색이 역력했다. “어르신, 걱정하지 마십시오. 연회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하더라고 김씨 가문에서 만철의 지위는 변함이 없을 겁니다…”김병욱은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자리를 떴다. 그러나 자리를 뜬 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여우 같은 노인네의 계획인가? 아니면 우연인가…”이번 생신 연회에서 그는 김만철이 필요했다. 하지만 장석호의 의료팀이 없는 이상 김만철은 일어날 수 없게 되었고
김씨 가문의 생일 연회가 코 앞으로 다가왔고 성남시 전체는 큰 명절 분위기로 가득 찼다. 성남에서 김씨 가문의 지위가 워낙 높다 보니 거의 모든 사람이 다 알 정도였다. 하여 성남시의 일류 가문조차도 김씨 가문의 초대장을 받은 것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었다.초대장을 받는 순간,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며 자신의 위상을 과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김씨 가문에서 이번 생일 연회를 얼마나 중요시하고 홍보에 힘을 썼는지를 알 수 있었다. 생일 연회 하루 전날, 정소현은 천진난만하게 초대장을 가지고 왔다. 이건 이모와 이모부한테 어렵게 부탁해서 얻은 것이었다.하지만 김만철의 일 때문에 정민아는 아직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래서 김씨 가문 큰 어르신의 생신 연회에 그녀는 참석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만약 김씨 가문이 연회에서 추궁한다면 그 결과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문제는 이 일을 입 밖으로 꺼내서는 안 되었기 때문에 정소현한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다. “당신이 안 가면 내가 갈게…” 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김예훈은 꼭 참석할 생각이었다. 성남시로 돌아온 후 처음 김씨 가문의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이니만큼 어찌 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정소현은 오히려 기뻐했다. 정민아가 가지 않는다면 형부는 오롯이 자신의 차지가 될 테니까. 김예훈을 말리지 못하게 되자 정민아는 무의식적으로 정소현한테 당부했다. “형부 꼭 잘 지켜줘야 해! 누구도 형부를 다치게 해서는 안 돼.”정소현은 대답했다. “언니, 걱정하지 말아요. 이모와 이모부도 함께 갈 거예요. 그분들은 임씨 가문의 대표로 가는 거예요!”“임씨 가문은 성남시에서 워낙 지위가 높아 김씨 가문에서도 우리한테 함부로 하지 못할 거예요.”그 말을 듣고 정민아는 약간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정씨 일가의 다른 사람들은 분명 이번 연회에 참석할 자격이 없을 것이다. 다음 날, 성남시 컨벤션 센터. 이곳은 이번 연회가 열리는 장소이다. 전체 컨벤션 센터와 인근 상가는 모두 김씨 가
연회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아 사람들은 모두 접대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에는 사람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게 샴페인도 있었고 서양식 뷔페도 있었다. 김예훈과 정소현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김...김예훈 씨?”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예훈은 고개를 돌렸고 아름다운 미인이 그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몇 달 동안 보지 못했지만 왠지 모르지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진 것 같았다. 그녀가 큰 눈으로 똘망똘망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약간 흥분된 것 같았지만 또 이내 자신의 감정을 억제한 듯 보였다. 성남 일류 가문 중의 하나인 선우가문, 그리고 그 가문의 한 사람 선우정아. 두 사람은 남해시에 있으면서 많이 접촉을 했고, 후에 선우정아가 떠날 때 김예훈은 특별히 그녀를 배웅하러 갔었다. 하지만 남해시에서 헤어진 후 두 사람은 석 달 가까이 만나지 못했다.심지어 성남시에 온 후에도 김예훈은 일이 바빠서 먼저 선우정아를 만나러 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성남시에 왔으면서도 왜 날 만나러 오지 않은 거예요?” 선우정아는 의아한 눈빛으로 옆에 있는 정소현을 쳐다보았다. “정아야, 혹시 네 친구야?”이때, 옆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검은 양복 차림의 남자가 걸어오면서 김예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보아하니 이 남자는 선우정아를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고 지금 이 순간 그가 무의식적으로 김예훈을 경쟁 상대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김예훈은 그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선우정아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성남시에 온 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았어요. 요즘은 워낙 일이 바빠서 시간이 없었어요...”“나중에 시간 되면 밥 살 거예요.”“좋아요, 난 언제든지 시간 되니까!”재빨리 대답하던 선우정아는 자신이 실언을 했다는 걸 이내 눈치챘다. 그녀는 입을 틀어막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정소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도발적인 표정으로 선우정아를 쳐다보았다. 오늘은 형부가 오롯이 자기 것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누군
양복 차림을 한 남자의 조롱에도 김예훈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런 수작은 그한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그도 그럴 것이 김씨 가문과 비교하면 이들은 정말 별거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예훈의 이런 모습을 본 선우정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3개월 전까지만 해도 당당하게 자신을 거절하던 남자가 왜 지금은 이렇게 참고 있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설마 3개월이라는 시간에 사람이 바뀔 수도 있는 건가?선우정아는 심호흡을 하고 도도한 표정을 지었다. 이때, 그녀가 옆에 있던 남자를 향해 차갑게 말했다. “윤창수,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든, 누구랑 친구를 하든 네가 무슨 상관이야?”“또다시 내 친구를 모욕한다면 나도 가만있지 않을 거야!”선우정아는 카리스마 넘치게 말했다. 선우정아한테 마음이 있는 윤창수는 더는 뭐라 하지 못했다. 하지만 김예훈에 대해 그는 더욱 경멸했다.여자 덕 보고 사는 폐인이 무슨 쓸모가 있어? 마음만 먹으면 맘껏 짓밟아도 되는 사람인 것을. 이 데릴사위가 자기 주제를 알면 그만이지만, 모르고 날뛴다면 반드시 밟아줄 것이다!“괜찮아요?”선우정아는 할 말이 많았지만 이런 자리에서 더는 뭐라 할 수가 없었다. “네, 괜찮아요. 나중에 시간 되면 밥 살게요.” 김예훈이 대답했다. 딴 데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김예훈은 선우정아의 기분을 눈치채지 못하였다. 김예훈의 모습을 보면서 선우정아는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이 정말 골동품 감정회에서 자신만만하던 사람이 맞는 건지?고작 몇 개월 보지 않았을 뿐인데 왜 이렇게 된 것일까?옆에 있던 윤창수는 뭔가 생각이 난 듯 김예훈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갑자기 웃었다. “정아야, 전에 선우 어르신을 찾아뵈었을 때, 어르신이 남해시에서 괜찮은 자를 만났다고 하셨는데...”“설마 그자가 이 사람은 아니겠지?”“그런 거라면 그날 어르신께서 잘못 보신 것 같구나. 이 사람은 별 특별한 재주가 없어 보이는 데 말이야...”“그저 단순히 데릴사위일 뿐이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온 두 사람한테 김예훈이 모욕당하는 것을 보고 정소현은 화가 났다. 그녀가 김예훈의 팔짱을 끼며 차갑게 말했다. “당신들 뭐 하는 사람들이에요?”“이렇게 보는 눈이 없어서야!”“우리 형부는 엄청 대단한 사람이에요! 찌질한 아저씨, 내 말 알아들어요?”“우리 형부가 그쪽이 무서워서 이러는 줄 알아요? 당신 같은 사람은 아예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형부한테 그쪽은 별 볼 일 없는 사람이에요.” 정소현은 김예훈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는 모른다.하지만 몇백억짜리 집을 아무렇지 않게 그녀의 이름으로 하고 성남 타워 레스토랑을 인수한 사람이라면 분명 윤창수 따위가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김예훈 씨, 처제가 참 귀엽네요!”윤창수는 전혀 개의치 않고 경멸의 웃음을 지었다. “내가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라고요? 그래요, 인정할게요, 김세자 같은 분 앞에서는 난 확실히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이에요...”“하지만 우리 윤씨 가문도 성남에서는 일류 가문이에요. 나 같은 태생은 당신들이 평생을 노력해도 따라올 수 없는 신분 차이죠...”윤창수는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비록 윤씨 가문의 직계 자손은 아니지만 집안에서는 그는 꽤 성공한 사람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선우정아를 욕심낼 생각을 못 했을 것이다. 데릴사위는 물론, 정씨 일가도 그는 안중에 두지 않았다. “우리 회사 보안팀에 자리 있는데, 월급도 나쁘지 않아요!”윤창수는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선우정아의 마음에 들었던 사람을 자신의 밑에서 일하게 한다면 그것도 보안요원으로 일하게 한다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이 말을 듣고 선우정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비록 김예훈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의심하고 있긴 하지만 이 정도로 김예훈을 모욕하는 건 참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자신 앞에서 당당했던 김예훈이 어떤 말을 할지 기대하고 있었다. 뜻밖에도 김예훈은 웃으며 말
선우정아는 김예훈한테 약간 실망했지만 이 자리에서 그를 폭로하지 않았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 “김예훈 씨, 전에도 당신을 믿지 않았지만 당신은 결국 자신의 실력으로 당신이 옳다는 것을 보여줬었죠.”“다시 한번 보고 싶네요. 자신이 옳다는 걸 당신이 증명할 수 있을지!”윤찬우는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정아가 이렇게 말한 이상 나도 한번 기대해 보죠.”“김예훈 씨가 김씨 가문을 손안에 넣는다면 내가 보안 팀장을 할게요. 그때 가서 나한테 꼭 기회를 줘야 해요.”뜻밖에도 그의 말에 김예훈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가 윤창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좋아요, 당신 같은 체격에 보안팀 팀장은 좀 무리인 것 같지만 내가 약속한 이상 꼭 자리를 마련해줄게요.”“출근하는 거 잊지 말아요.”윤창수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피식거렸다. 지금 이 순간, 그는 김예훈을 더 이상 조롱하고 싶지 않았다. 김예훈은 이미 망신을 제대로 당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어떻게 저 정도로 헛소리를 할 수 있는지 정말 상상이 가지 않았다. 참 불쌍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했다. 방금 전까지도 김예훈을 짓밟으려고 했던 윤창수는 이제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한테 김예훈은 이미 짓밟힐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바로 이때, 뒤에서 하얀 정장을 입고 있는 남자가 인파 속에서 걸어 나왔다. 그 남자를 본 윤창수의 안색이 변했다. 그 남자는 바로 복률을 대신해 BJ 그룹을 장악한 곽진택이었다. 그 또한 선우정아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곽진택은 선우정아 앞으로 걸어가 웃으면서 말했다. “선우정아 씨, 한참 찾았네요. 당신한테 보여줄 것이 있어요.”선우정아는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뭔데요?”곽진택은 웃으며 말했다. “이따가 박인철 박 장군님한테 드릴 선물인데요. 엄청 진귀한 것이에요...” “선물하기 전에 정아 씨가 한번 품평해 주셨으면 해서요...”그의 말에 사람들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김예훈조차도 궁금했다
곽진택의 말을 듣고 사람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값비싼 골동품 시계인 건 맞지만 어디까지나 죽은 사람의 물건 아닌가?뒤에 서 있던 김예훈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 정소현과 선우정아는 무의식적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에서 그들은 거침없이 드러낸 살기를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곽진택과 유창수는 김예훈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그 모습을 눈치채지 못하였다. 김예훈의 마음속은 살기로 가득했다. 친구의 물건을 남한테 뺏겼고 그들은 그걸 선물로 내놓았다!이때, 곽진택이 손짓하자 수하 몇 명이 조심스럽게 비밀번호가 있는 가방을 들고 걸어왔다. 선우정아는 다가가서 몇번 보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맞아요, 파텍 필립의 골동품 시계가 확실해요.”선우정아의 확답을 받고 곽진택은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그렇게 말하니 안심되네요. 먼저 들어갈 테니 나중에 봐요. 정아 씨.”곽진택은 말을 마치고 수하들과 함께 시계를 챙겨 자리를 떴다. 한편, 정소현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형부, 왜 이렇게 화를 내요? 저 물건이 형부와 관계있는 거예요?”김예훈은 차갑게 말했다. “남문호는 내 대학교 때 절친이었어.”정소현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형부, 그래도 참아야 해요!”“이건 박인철 박 장군님한테 선물할 시계예요. 우리가 빼앗아 올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에요.”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괜찮아, 좀 있다가 찾아올 거니까...”“김예훈 씨, 당신 정말...”선우정아는 한숨을 쉬며 말을 아꼈다. 윤창수는 참지 못하고 피식거리며 말했다. “무슨 수로 가져올 건데요?”“당신이 박 장군이라도 되나요?”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이따가, 박인철이 직접 나한테 시계를 건네줄 거예요.”“이봐요, 허세 좀 그만 부려요. 사람 취급은 해줄 테니까.”윤창수는 고개를 저으며 김예훈을 조롱했다. 이 인간 정말, 허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구나. 이런 말까지 다 하다니, 뻔뻔스럽기 짝이 없는 인간이다. “형부, 가요. 저 사람들
이때, 김연철과 김병욱을 포함해서 김씨 가문의 높은 사람들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당연히 김예훈을 알아봤을 것이다. 그러나 3년 전 성남시에서 쫓겨난 그가 이렇게 멀쩡히 그들 앞에서 서서 이런 말을 하다니?김씨 가문의 위엄에 도발하는 것인가? 만약 생일 연회가 아니었다면 이들은 바로 이 자리에서 김예훈한테 손을 댔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김예훈이 혼자 이곳에 서 있는 일은 엄청 드문 일이었다.이 기회를 놓친다면 그를 처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때, 김예훈은 웃으면서 말했다. “폐인이 된 분이 없으면 다행이고요.”“얼마 전에 군에서 장석호의 의료팀을 변방으로 보내 군사들을 치료하게 하였다고 들었습니다. 아마 당분간은 돌아오지 못할 것 같던데...”이 말이 나오자 현장은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김연철과 김병욱 등은 안색이 갑자기 변했다.김예훈이 장석호의 일을 알고 있다고?이 일은 김씨 가문에게 창피한 일이었다. 가문의 고위층 사람들과 의료진을 가로챈 사람들 말고는 전혀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근데 김예훈이 이 일을 알고 있다니?3년 전, 성남에서 쫓겨나서 다시 돌아온 그가 알고 있다고?의미심장한 웃음을 짓고 있던 김병욱마저도 김예훈을 쳐다보며 안색이 어두워졌다. 설마, 정말 김예훈이 의료진들을 납치해 간 것일까?그럴 리가?그가 군대의 무장 헬기를 사용한다고?군인들을 맘대로 부린다고? 이 모든 것이 김예훈의 짓이라고?있을 수 없는 일이다!만약 3년 전의 그라면 할 수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이미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모든 것은 달라졌다.설마 아직도 자신이 3년 전의 김세자라고 생각하는 것인가?비록 CY그룹의 실력이 대단하기는 하나 그건 단지 재계에서만 그렇다는 걸 김씨 가문의 사람들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한 가문의 부흥은 재계, 정계, 군사 그리고 지하 세계 쪽의 힘이 필요한 법이다.하여 그들은 3년 동안 성남시에 없었던 사람이 이런 힘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 당
가까워진 남윤지의 얼굴을 보던 추문성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오른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추문성은 그녀를 때리지 않으려고 꾹 참고 있었다.쨕!추문성이 공격할 생각이 없어 보이자 남윤지가 다시 한번 추문성의 다른 한쪽 뺨을 때렸다.“쓸모없는 자식. 여자한테 맞고도 반격할 용기도 없는 멍청한 자식. 이러고도 체면을 지켜달라고? 체면이라고 있는 거야?”이순간 남윤지는 추문성을 극도로 경멸했다.‘진주·밀양 도련님 중의 한 명으로서 나한테 손대지도 못하는데 잘나면 얼마나 잘났을까? 그냥 죽기를 기다릴 수밖에.’얼굴을 감싸고 있는 추문성의 입가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얼마나 처참한지 이보다도 더 처참할 수가 없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모두 박장대소를 지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술잔을 부딪치며 좋은 구경을 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이 장면을 기록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냈다.부잣집 도련님이 쩔쩔매는 모습이 온라인에 퍼진다면 절대 큰 화제가 될 수 있었다.동하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남윤지 씨,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동하임은 화가 났지만 한편으로는 어쩔 수가 없었다.남윤지와 맹승현의 막무가내를 봤을 때 가끔은 능력과 인맥이 그렇게 유용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실력이야말로 진정으로 믿을 구석이었다.지금 이 순간 남윤지의 실력이 추문성보다 강하기 때문에 추문성이 반격조차 하지 못하고 심지어 말도 하지 못했다.“농담도 심하시네요. 남윤지 씨는 진주·밀양 4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남씨 가문의 따님이자 안동 김씨 가문의 안방마님이 될 사람인데 제가 아무리 겁 없는 사람이라도 남윤지 씨를 어떻게 모욕하겠어요. 하지만 그래도 제 체면을 지켜주셨으면 바람이네요.”추문성의 눈빛은 차가웠고, 이 순간 그는 분노도 두려움도 없었으며 오히려 얼굴에 남은 손자국을 문질렀다.“저는 오늘 화해를 구하러 온 것이지 남윤지 씨가 두려워서 이러는 거 아니에요. 가끔 어떤 일은 크게 만들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문제가 커져봤자 모두에게 좋지 않잖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피하지 못한 추문성은 제대로 뺨을 맞았다.얼굴에 빨간 손자국이 나 있는 그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이때 추문성이 소리를 질렀다.“남윤지 씨!”바로 이때 사면팔방에서 남씨 가문의 경호원이 열몇 명 달려왔다.이들은 하나같이 총을 들고 추문성의 이마를 겨냥하고 있었다.그가 조금이라도 경솔한 행동을 한다면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길 기세였다.김예훈과 동하임은 사람무리와 동떨어지고 말았다.“제 이름이 함부로 불러도 되는 이름인 줄 알았어요? 부를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시냐고요.”남윤지는 한껏 싫증난 표정이었다.“추씨 가문은 그저 1류 가문에 불과하면서 누나가 진주·밀양 용전 전주 자리를 꿰차면 우리 앞에서 체면이 세워질 거로 생각하셨어요? 허씨 가문의 힘을 빌려 이 자리까지 온 거 잊었어요? 예전에는 허씨 가문에 빌붙어 살더니 이제는 김예훈 씨한테 의지하려는 거예요? 정말 자존심도 없어요? 제가 말해주는데 옛정만 아니었다면 바로 총으로 쏴 죽였을 거예요. 어디서 체면을 지켜달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럴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세요?”남윤지는 어제 김예훈에게 뺨을 맞고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오늘 남지훈과 함께 판을 짜놓은 것도 김예훈을 이곳까지 불러내서 기회를 틈타 죽여버리기 위함이었다.그런데 김예훈은커녕 추문성이 찾아와서 떠들 줄 몰랐다.이로 인해 남윤지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이미지만 아니었다면 직접 총으로 추문성을 쏴 죽였을 것이다.동하임이 옆에서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남윤지, 말로 해결해요. 다 이 바닥 사람들인데 추문성 도련님도...”“무슨 할 얘기가 있다고 그러세요?”남윤지는 싫증난 표정으로 웨이터가 건넨 따뜻한 수건으로 손을 닦았다.아까 추문성의 뺨을 때린 것이 자기 손을 더럽혔다고 느낀 모양이다.그녀는 수건을 추문성의 얼굴에 던져버린 후 냉랭하게 말했다.“저를 건드려 놓고 협박하러 오셨어요? 이러고 무슨 화해 한다고. 추문성 씨,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아니면 누가 이럴
“화해? 화해할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맹승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추문성을 바라보며 조롱하는 표정으로 지었다. 그러면서 수류탄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던졌다.“이걸 먹어버리면 내가 윤지 씨를 대신해 이른바 화해를 받아줄게!”맹승현의 행동을 지켜보던 김예훈은 그의 허리춤에 걸려있는 또 다른 수류탄들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는 흑아프리카에서 돌아온 사람답게 수시로 이런 물건을 지니고 있었다.‘사고로 자신은 물론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을 죽일까 두렵지도 않은가?’다른 사람들도 수류탄을 보고 하나같이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몇몇 아름다운 여성들은 심지어 얼굴이 하얗게 질려 맹승현에게 잘보이려고 애쓰고 있었다.이런 살상 무기를 가지고있는 남자는 무섭기도 하지만 무한한 매력을 느끼게 했다.결국 여자들은 항상 강한 남자에게 복종하기 마련이었다.추문성은 맹승현을 무시한 채 남윤지를 바라보며 말했다.“저는 분명 화해하러 왔다고 말씀드렸어요. 강서연 씨를 납치해 갔다고 들었는데 제 체면을 봐서라도 풀어주시죠.”“강서연 씨요? 강씨 가문 강서연 씨?”남윤지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손발이 다 있는 사람이 왜 저한테 있다고 말씀하세요? 그것도 모자라 납치한 걸 풀어달라고요? 추문성 도련님,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되죠.”“남윤지 씨,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실 텐데요.”추문성은 그녀에게 많은 배려를 하지 않았다.“고서희 씨가 저희 손에 있는데 당연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수밖에 없는거 아니겠어요?”남윤지의 눈빛은 차가워지고 말았다.“고서희가 당신들 손에 잡혔던 거예요? 글쎄 오랫동안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았던 거네요.”김예훈은 예리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남윤지의 말로부터 그녀가 바로 이번 사건의 주동자 중의 한 명임을 알수 있었다.그리고 강서연도 옥루 회관에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양측의 대화를 듣고 있던 맹승현은 갑자기 일어나서 테이블을 내리치면서 큰소리쳤다.“추문성, 감히 옥루 회관의 사람을 잡아? 반 시간만 더 줄 테니
“게다가 추문성 도련님 누님이 진주·밀양 용전을 장악하고 있잖아요. 추씨 가문이 지금 진주·밀양에서 지위가 얼마나 높은데요. 추문성 도련님을 건드린 대가가 무엇인지 생각이나 해보셨어요? 만약에 정말 겁도 없이 죽였다가 누님이 진주·밀양 용전 사람들을 데려와서 저희 옥루 회관을 더럽히면 어쩌려고요.”남윤지는 애가 타는 표정으로 말했다.“그리고 추문성 도련님이 오늘 화해할 겸 사과하러 왔다는데 왜 총을 꺼내 들고 무릎부터 꿇게 만들어요. 이래서 어떻게 화해한단 말이에요.”남윤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말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분명 어제 일어난 일은 마음속 깊이 새기고 있는 모양이었다.추문성이 김예훈의 사람이라면 그를 밟아 죽이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물론 추문성을 밟아 죽이기 전에 그가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싶었다.“그래요. 윤지 씨 체면을 봐서라도 오늘 밤은 죽이지 않을게요.”이때 맹승현의 손짓 하나에 웨이터가 공손하게 샴페인을 한잔 가져왔다.맹승현은 샴페인 잔을 들고 추문성의 머리에 부으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제대로 사과해. 무릎 꿇으라면 꿇고 머리를 박으라면 박아. 아니면 윤지 씨 기분을 망쳤다간 제일 먼저 죽여버릴 거니까.”맹승현이 소파에 다시 앉았지만 그의 보디가드들은 물러서지 않고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김예훈 일행을 째려보고 있었다.현장에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은 조롱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추씨 가문이 김현민의 대립 구도에 서 있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있는 사실이었다.‘이런 상황에서 무슨 염치로 윤지 씨한테 화해하러 온 거지?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그것도 모자라 저 김예훈이라는 사람을 위해 화해를 요청하다니.’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을 유지하며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며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조리 기억했다.남윤지는 맹승현을 비난할 생각이 없었고, 그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추문성을 쳐다보았다.“추문성 도련님, 모욕을 당하게 해서 죄송해요. 제가 맹승현 도련님
맹승현은 인내하는 추문성을 보며 사악한 표정을 지었다.이때 그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추문성, 내 앞에서 더 이상 잘난 척하지 못하겠으면 한 번만 더 물을게. 무릎 꿇을 거야 말 거야.”이 말에 동하임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맹승현 씨,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제가 너무한다고요?”맹승현은 동하임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동하임 씨 아버지가 진주·밀양 1인자라고 해서 제가 하임 씨를 건드리지 못할 것 같아요? 저를 방해한다면 똑같이 병신으로 만들어 버릴 거예요.”맹승현은 왼손으로 동하임의 얼굴을 쥐어 잡으며 조롱하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더니 추문성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음산하게 말했다.“셋 셀 때까지 무릎 꿇으면 윤지 씨랑 이야기할 기회를 줄게. 그런데 무릎을 꿇지 않으면 죽여버릴 거야. 물론 저항해도 좋지만 그러는 순간 너희들 모조리 죽여버릴 거야.”맹승현은 피식 웃으며 숫자를 카운트하기 시작했다.“셋, 둘, 하나...”이 순간 추문성은 맹승현 몸에서 살기가 느껴지는 듯해 이를 악물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부잣집 도련님인 추문성의 성격을 봤을 때 절대 굴복할 리가 없었지만 오늘 밤 목적을 생각하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동하임이 놀라며 말했다.“추문성 도련님!”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던 김예훈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큰일을 이루려는 사람은 작은 일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굽신거릴 수 있다는 것은 김예훈의 예상 밖이었다.양쪽이 대판 싸울 기세였는데 말이다.“아이고, 추문성 도련님. 어쩌다 무릎을 꿇었을까? 아까까지만 해도 거들먹거리면서 총으로 쏴보라더니. 왜 갑자기 겁을 먹었어?”맹승현은 총으로 추문성의 턱을 쳐들며 조롱하듯 말했다.“난 네가 진작에 마음에 안 들었어. 누나가 지켜주니까 맨날 잘난 척하더니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나 봐? 내 눈에는 너 같은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야. 더 자랑할 게 뭐가 있다고. 당도 부대에 3년 동안 있다가 장병급 실력자가 되어서 돌아온 거? 칵
“맹승현 씨, 말조심하세요!”동하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 바닥에서 지내는 사람들끼리 왜 오자마자 총부터 꺼내는 거예요? 한번 해보자는 거예요?”추문성도 냉정한 표정으로 말했다.“맹승현, 미쳤어? 지금 나한테 총을 내민 거야? 그렇게 대단하면 총으로 쏴 죽여 보든가! 날 죽이지 않으면 내가 너를 죽여버릴 거니까.”아무리 그래도 추문성은 당도 부대 출신으로 장병급 실력을 갖춘 사람이었다.비록 맹승현도 흑아프리카에서 어느 정도 이름을 날렸지만 추문성은 다른 사람들처럼 맹승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오늘 화해하는 자리만 아니었다면 바로 손을 댔을 것이다.추문성의 곁에 있던 유일한 부하가 본능적으로 나서려고 했지만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일곱, 여덟 명의 검은 피부의 남자들이 허리에서 총을 꺼내 그들을 겨누고 있었다.이 사람들은 분명 맹승현이 흑아프리카에서 데려온 용병들로 하나같이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순식간에 현장에는 피비린내가 나기 시작했다.다른 보안 요원들도 서로 눈치를 보며 총을 꺼내 김예훈 일행을 위협적으로 둘러싸기 시작했다.주인인 남윤지는 이들을 말리지도 않고 우아하게 샴페인을 마실 뿐이다.눈앞에 펼쳐진 장면이 그녀가 원했던 장면인 것 같았다.“추문성, 내가 너를 죽이지 못할 것 같아?”이 순간, 전장을 지배하는 맹승현이 피식 웃었다.“너희 아버지가 밀양 1인자라고 내가 너를 건드리지 못할 것 같아? 내가 원한다면 너희 아버지도, 너희 누나도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 어떻게 내륙인을 위해 우리한테 등을 돌릴 수 있어! 너 같은 사람이 내 앞에 서서 말할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 내가 말해주는데, 내가 이번에 돌아온 목적은 바로 저놈을 죽여버리는 거야. 내가 떠나기 전에 분명 말했잖아. 윤지 씨를 건드리는 사람은 그 가족을 모조리 죽여버리겠다고. 추문성, 한마디만 더 했다간 머리를 쏴버릴 거야.”맹승현은 바로 총알을 장전하고 오른손 검지를 방아쇠에 올렸다.철컥!다른 경호원들도 하나같이 총알을 장전하
남윤지도 오늘 허벅지까지 갈라진 원피스를 입고 하얗고 길쭉한 다리를 드러냈다.그야말로 유혹적인 모습이었다.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곧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안방마님이 될 남윤지는 확실히 남달랐다.최소한 누군가에게 얼굴을 맞고 난 뒤 방에 틀어박혀 자포자기하지 않고 밖에 나와서 활동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녀의 성격과 능력을 보여주었다.김예훈이 감탄하고 있을 때, 추문성의 시선은 남윤지 옆에 앉아있는 검은 피부의 청년에게 향하면서 미간을 찌푸렸다.“맹승현 이 자식, 언제 돌아온 거지?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는데?”동하임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흑아프리카에서 용병 게임을 하고 있던 거 아니었어요? 심지어 최근에 금광을 발굴했다고 들었는데 왜 갑자기 돌아온 거죠? 저 사람은 그럴 성격이 아니잖아요.”두 사람의 대화 소리에 김예훈도 전투복을 입고 검은 피부의 남자에게 시선이 갔다.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마치 전쟁터의 용병처럼 날카로운 살기를 품고 있었고, 전체적으로 고귀한 기품을 풍기는 것이 이곳과 어울리지 않았다.하지만 아무도 그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고, 오히려 공손하게 대했다.남윤지는 매력적인 미소를 보이며 가끔 그와 말을 주고받았고, 또 술잔까지 부딪히는 것이 서로의 관계가 좋아 보였다.김예훈은 이 사람을 쳐다보며 호기심에 물었다.“뭔가 대단한 사람인 것 같은데 뭐 하는 사람이야?”“진주·밀양 4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맹씨 가문의 도련님, 맹승현이라고 해요. 진주·밀양 4대 도련님 중의 한명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다른 도련님들과는 다르게 정치나 사업을 좋아하지 않고 피비린내 나는 생활을 좋아해요. 그동안 흑아프리카에서 여러 용병 부대를 조직해서 많은 놀라운 일을 해내기도 했어요.”추문성은 표정이 심각해 보였다. 부잣집 도련님이 이정도까지 할수 있다니 정말로 놀라울 따름이다.이때 동하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맹승현 이 자는 항상 중립을 지켜와서 저희 젊은 세대와는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았어요. 김현민 체면도 별로 지켜
임수민의 직업적 미소가 얼마나 가식적으로 보이는지 예쁜 얼굴에 뺨 한 대 때리고 싶어질 정도였다.추문성이 곤란해진 상황에 김예훈은 흥미로운 미소를 지었다.추씨 가문은 진주·밀양에서 최상급의 가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런 곳을 마음대로 들락거리기는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하지만 지금 진주·밀양 사람들이 추씨 가문이 김예훈의 편에 서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추씨 가문을 난처하게 하는 것은 솔직히 말해서 김예훈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었다.추문성이 나서려고 할 때, 동하임이 담담하게 말했다.“추문성 도련님, 여기서 싸울 필요는 없어요. 저희 둘도 있는데 정말 싸웠다간 저희가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고 말할 거예요. 제가 회원 카드를 가지고 있어요. 그것도 최상급으로요.”동하임은 말하는 사이 가지고 있던 에르메스 핸드백에서 카드 한장을 꺼내 건넸다.이 회원 카드는 예전에 남윤지가 선물한 것으로 지금까지 한번도 사용한 적 없는데 오늘 뜻밖으로 역할을 하게 될 줄 몰랐다,“이 카드는 남윤지 씨가 직접 저에게 준 거예요. 이것도 인정하지 않으면 옥루 회관에서 일부러 저희를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해도 괜찮겠죠?”동하임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추문성은 피식 웃으며 오늘 이 일을 똑똑히 기억해 두기로 했다. 비록 지금은 많이 겸손해졌지만 본성은 여전히 부잣집 도련님이라 이렇게 쉽게 모욕을 당할 수만은 없었다.임수민은 동하임이 회원 카드를 가지고 있을 줄 몰랐는지 당황하고 말았다.원래 부잣집 자식들은 얼굴을 내세우는 것을 좋아해서 이런 것을 휴대하고 다닐 리가 없었다.그녀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무슨 그런 농담을 하세요. 회원 카드에는 당연히 아무런 문제도 없죠. 그리고 최대한 세 명까지 더 데려올 수 있고요.”임수민은 추문성을 계속 괴롭히고 싶었지만 더 이상 기회가 없었다.아무리 괴롭혀봤자 외부인의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잠시만 밖에서 기다려 주세요.”추문성은 자기 부하들에게 앞을 지키라 하고 김예훈, 동하임, 그리고 한 명의 부
추문성은 최대한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동하임까지 데려갔다.진주에서 자신의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동하임을 데려간 것이다. 이로써 상대방을 압도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말에 힘을 실어 넣을 수 있었다.뒤따르던 김예훈은 눈에 띄지 않으려고 경호원 복장으로 갈아입었다.차량 행렬은 곧 옥루 회관에 도착했다.땅값이 비싼 이곳 건물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시내 중심에서 넓은 부지를 차지하고 있는 옥루 회관은 시적인 미적 감각을 보여주었다.이곳은 진주·밀양 권력자들이 즐겨 찾는 장소 중 하나로 가난한 자는 절대 들어올 수 없었다.이 사람들 외에도 많은 부잣집 따님들이 오가며 화려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추문성은 익숙하게 정차하고 김예훈, 동하임과 함께 입구로 걸어갔다.막 들어가려던 찰나 기모노를 입고있는 한 여성이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죄송한데 이곳은 개인 회관으로서 회원 카드를 제시하셔야 입장이 가능해요.”일본 여자는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차가운 기운을 풍기기도 했다.“회원 카드요?”추문성은 잠시 당황하긴 했지만 담담하게 말했다.“저는 추문성이라고 해요. 제가 이곳을 드나드는데 회원 카드 따위는 필요 없다는 거 알고 계시잖아요.”아무리 그래도 밀양 1인자 가문의 도련님인데 예전에 방탕한 생황을 누리고 있을 때는 이곳을 제집 드나들듯이 자주 찾아왔다.그때는 이른바 회원 카드도 필요하지 않았다. 얼굴도장만 찍으면 자유자재로 드나들었다.그런데 그런 그에게 회원 카드를 제시하라고 한다고?이것은 그의 얼굴에 침을 뱉는 거나 다름없었다.일본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죄송한데 방금 접한 저희 아가씨 명령대로 오늘부로 회원 카드가 있어야 입장이 가능해요. 부잣집 도련님이든 김현민 도련님이 오시든 예외는 없어요. 그리고 개인 출입만 가능하고요.”추문성이 냉랭하게 말했다.“정말 회원 카드가 있어야 하겠어요? 저를 막을 수나 있겠어요?”일본 여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 임수민은 당연히 추 도련님을 알고 있죠... 그런데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