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어르신의 생신 연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손님들도 차례로 자리에 앉았다.단독 룸에 앉아있는 김연철은 고귀하고 신비해 보였다. 그리고 손님들은 연회장에서 자기만의 자리가 있었다.정민아가 받은 초대장의 자리는 앞쪽 자리가 아니라 가운데 뒷자리였다. 김예훈은 전혀 개의치 않고 정소현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선우정아와 윤창수 등은 가운데 앞쪽 자리에 앉았다.맨 앞쪽의 자리는 거물인 사람들한테 남겨준 자리였다. 큰 어르신의 생신 연회에 참석한 손님들의 이력은 엄청 화려했다.정계 인사들, 재계 인사들, 군부대 사람들, 그리고 지하 세계의 사람들까지 모두 하나같이 대단한 인물들이었다. 이는 김씨 가문의 인맥과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역시 경기도를 이끄는 최고 가문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맨 앞쪽 자리는 모두 비어있었다. 이건 거물급 게스트들만이 앉을 수 있는 자리였다. 그런 사람들은 당연히 제일 마지막 나타나는 법이었다. 잠시 후, 톱스타 양하나, 김동민 등 연예인들이 무대에 올라와 공연했다. 그들의 공연으로 연회장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이내, 김연철이 직접 무대에 올라와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 저희 김씨 가문 큰 어르신의 백 세 잔치에 참석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큰 어르신은 북적북적한 걸 좋아하시지만 연세가 있으신지라 이 자리에 모시지 않았습니다.”“하지만 그분을 대신해 제가 여러분께 감사의 뜻을 전하겠습니다. 오늘 잘 드시고 즐기다가 가세요!”김연철은 계속해서 말했다. “이제부터 이번 연회에 참석하신 특급 게스트를 모시겠습니다...”“이분들은 모두 이 김연철과 막역한 사이예요. 지금 바로 모시겠습니다...”“윤씨 가문의 윤해진 씨!”“장씨 가문의 장철웅 씨!”“경기도의 공문철 씨!”“성남시의 양정국 씨!”“…”김연철이 거물급 게스트들을 일일이 말하자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김씨 가문의 인맥은 정말로 엄청났다!이 사람들은 너무 유명한 사람들
거물급 게스트들은 차례대로 입장하여 맨 앞쪽 자리에 앉았고 이내 앞쪽 자리는 거의 만석이 되었다. 하지만 가장 가운데 자리가 하나 비어있었다. 이전에 이런 자리에서 그곳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은 딱 한 사람이었다는 걸 다들 잘 알고 있었다.바로 전설 속의 김세자였다!하지만 오늘은 달랐다.오늘 그 자리는 아마도 경기도 부대 4대 전신의 우두머리인 그자가 앉게 될 것이다.그자는 바로 경기도에서 일인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박인철 장군이다!박인철은 장군이긴 하지만 사실상 그 권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김연철은 사람들의 기대에 찬 눈빛을 쳐다보며 웃었다. “여러분, 다음은 저희 경기도 4대 전신의 우두머리이자 당도 부대의 수령 박인철 장군님을 열렬한 박수로 맞이하겠습니다!” “짝짝짝-”연회장은 엄청난 박수 소리로 들끓었다.박인철이 정말 이곳에 왔다!경기도 부대에서 그의 지위는 너무 높다!당도 부대의 실력은 너무 강하다!그가 이번 연회에 참석함으로써 김씨 가문의 지위는 더욱 견고해졌고 누구도 감히 건드릴 수 없게 되었다!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박인철은 김병욱과 김만태 두 사람의 안내하에 연회장으로 들어왔다. 사람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그도 그럴 것이 박인철은 경기도 부대의 4대 전신 우두머리로서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그의 얼굴을 본다는 것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연회장에 있는 사람 중 아마 박인철을 만난 적이 있는 정소현만 아무런 느낌이 없었을 것이다. 이때, 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 “인철 씨의 분위기가 남다르네. 3년 동안 헛수고는 하지 않았어.”이 순간,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박인철은 군복을 입고 걸어왔다.그의 허리에는 칼을 꽂고 있었고 그 기세가 엄청났다. 전에도 이런 자리에 장관이 온 적은 있었다. 유지하도 경기도 부대의 일원이지만 그는 사복을 입고 왔다. 이런 연회에 참석하면 꺼리게 되어 다들 보통 개인의 신분으로 참석하기 때문에 군복을 입는 것이 마땅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근데 박인
사람들의 환호 속에 곽진택은 두 손으로 선물 박스를 들고 공손하게 박인철을 향해 걸어갔다. 김연철이 소개했다. “이건 박 장군님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파텍 필립의 한정판 골동품 스포츠 시계입니다.”“이 시계는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고 전 세계에 딱 하나 있는 값비싼 물건입니다!”“저희 김씨 가문에서는 이건 박 장군님의 신분에 어울리는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박 장군님, 절대 오해하지 마십시오!”“오늘 밤, 연회에 참석하신 모든 분한테 다 선물을 드릴 겁니다.”“이건 경기도의 룰이자 저희 김씨 가문의 룰이기도 하며 이번 백 세 잔치를 연 이유이기도 합니다.”“이건 다른 것과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약속 드립니다. 장군님께서 이것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외부에서 절대 이상한 소문이 돌지 않을 것입니다. 그냥 기념품이라고 생각하시죠...”김씨 가문에서는 박인철한테 성의를 다 보였다. 경기도에 이런 룰이 있든 없든 김연철이 이 말을 한 이상 그가 이 값비싼 물건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뭐라고 수군댈 사람은 없었다!“열어!”김연철이 명을 내리자 곽진택은 선물 박스를 열었고 시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시계는 보기에 평범해 보였고 심지어 조금 낡아 보였다. 그러나 시계가 간직하고 있는 세월의 흔적은 이것이 값비싼 물건이라는 걸 설명해 줬다. 골동품 시계는 정교하다고 값이 비싼 것도 아니고 다이아몬드가 박혀있다고 해서 값이 비싼 것도 아니었다. 반면, 극소수의 양으로 생산된 한정판이야말로 값어치가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파텍 필립은 소장할 가치가 있는 명품 시계였다. 곽진택은 손을 부들부들 떨며 박인철 앞으로 가져갔다. 이 순간이 아마 그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 될 것이다!박인철은 거절하지 않고 손을 뻗어 선물을 받았다. “이건...”연회장의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건 오늘부터 박인철은 김씨 가문의 인맥이라는 것을 증명한다.김씨 가문은 이제 경기도 최고 가문이라는 입지를 더 굳게 다지게 되었다. 김
김연철은 자신의 아들이 당도 부대의 장군 박인철의 마음에 들었다는 것을 듣고 많이 기뻐했다. 앞으로 자신의 아들이 당도 부대 장군의 후임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다.김병욱은 소식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박인철은 김연철의 인맥으로 모신 귀인일 뿐이다.박인철은 김연철의 이름만 부른 것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다.김연철과 김병욱은 고민을 그리 오래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기분이 좋아 미칠 지경이었다. 박인철이 김 씨 가문의 일원 누구를 지지하던 상관없다. 김 씨 가문은 앞으로 박인철의 소속이라는 것만 확실해졌다.다른 사람은 김 씨 가문의 권력과 투쟁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그저 돈 많은 재벌의 투정으로 보일 뿐이다.김 씨 사걸이 박 장군의 인정을 받았다고 자랑하는 것으로 밖에 보지 않았다.너무 놀라웠다!김연철은 조금 이성을 되찾고 김예훈이 있는 곳을 쳐다보았다. 김예훈을 쳐다보는 그이 두 눈에는 증오로 가득 찼다.사실, 김예훈이 김만철을 혼수상태로 만든 것은 잘한 일이다.하지만, 이제 와보니 그는 김만철의 동아줄을 잘라버렸다.김만철이 병원에 누워있지 않고 어르신의 생신 연회에 참석했더라면 분명 박 장군의 눈에 들었을 것이다. 그것으로 앞으로 자신의 힘과 세력을 키워 나갈 수 있다.이번 기회에 눈엣가시 김병욱을 직접 제치고 김 씨 가문의 정권을 잡을 수도 있었다.모두, 김예훈의 잘못이야!김연철은 한숨을 내쉬며 박인철의 앞에 다가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박장군님,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아들이 사고로 지금 병원에 누워있습니다.”박인철은 그의 말을 듣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네, 장례식장이 아닌 게 어딥니까. 하하하.”“네?”김 씨 가문의 어르신들은 박인철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다.어떤 의도로 한 말이지?위로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일까?부대에 오랜 기간 동안 몸을 담은 사람이라 입바른 소리를 잘 하지 못한다는 것이사실인가 봐.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다른 사람들에게는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
박인철은 김연철과 김병욱의 안내를 받으며 미리 준비해 둔 자리에 갔다.김연철은 한껏 아부하며 말했다.“박장군님! 제가 특별히 장군님을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장군님 이외에 누구도 이곳에 앉을 자격이 없습니다.”“장군님, 앉으세요!”성남시의 부시장인 공문철도 자리를 두 손으로 가리키며 웃어 보였다.박인철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박인철은 마련된 자리에 앉지도 않고 그저 미간을 찌푸리고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사람들은 그의 돌발 행동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김 씨 가문의 가족 인원들은 멍하니 그의 행동을 바라보았다.빨리 앉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박인철의 높으신 신분을 생각해서라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3년 전, 그 사람이 김 씨 가문의 정권을 쥐고 있었을 때, 누구도 자신의 가문에 와서 이런 대접을 받지 못할 것이다.나라의 중요한 의원이 나타나도 마찬가다.김 씨 가문의 가족 인원들은 바로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오늘은 가문의 아주 중요한 날이다. 3년 전처럼 성남시의 진정한 실세가 될 수 있는지 마지막까지 지켜보아야 한다.김병욱은 눈살을 찌푸리고 김연철을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연철은 숨을 깊게 들이 마시고 미소를 지었다.“장군님? 장군님의 마음속의 의문을 제가 풀어드릴 수 있을까요?”“방금, 이 자리는 신분이 가장 높고 중요한 사람만 앉을 수 있는 자리라고 했나요?”박인철은 험상 굳은 표정을 짓고 물었다.김연철은 그의 물음이 아주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곧 작게 고개를 끄덕거렸다.“네. 이 자리는 제일 중요한 손님을 위해 마련한 특별한 자리입니다.”김연철의 대답을 들은 박인철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다면 저는 이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습니다. 이 옆자리가 바로 저의 자리겠네요.”박인철은 자신이 이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다는 말을 하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눈을 크게 떴다.“네? 장군님께서도 앉지 못하는 자리에 감히 누가 앉을 수 있겠습니까? 성
박인철은 겸소한 웃음을 지었다.“이 자리에 유일하게 앉을 수 있는 사람은 제가 아닙니다...”“누구입니까?”“장군님, 알려주세요. 대체 누구입니까!”김연철이 물었다.“그분 스스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신다면 저는 감히 그의 성함을 입에 올릴 수 없습니다.”박인철은 고개를 저었다.“그리고, 그분은 지금 우리와 같은 장소에 있습니다. 저는 이미 그분을 발견했습니다!”“네? 지금 현장에 장군님보다 신분이 높은 사람이 있단 말입니까?”“장군님께서 함부로 입에 올리지 못하는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순간,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룸에 있는 큰 어르신도 문틈으로 관찰했다.큰 어르신도 자신의 생일 연회에 참석한 큰 인물이 누구인지 궁금했다.서울에서 귀인이 왔나?“장군님, 그분은 어떤 신분을 갖고 있나요?”룸에 있던 큰 어르신의 목소리가 강당에 울렸다.김 씨 가문의 큰 어르신은 100세가 되는 나이로 많은 풍파를 겪은 살아있는 역사였다.그런 김 씨 가문의 어르신의 말을 박인철은 무시하지 못하고 큰 어르신이 있는 방향으로 공수를 하며 말했다.“큰 어르신, 바로 전쟁의 신화, 살아있는 전설입니다!”“뭐?”“전쟁의 신화?”“혹시, 당도 부대를 설립한 그 사람?”“쉿!”사람들의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박인철도 함부로 못하는 사람, 대체 누구일까?김 씨 가문의 어르신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식은땀을 흘렸다.이렇게 대단한 사람이 지금 우리와 같은 장소에 있는데 우리는 왜 눈치도 채지 못했다는 말인가?만약, 우리가 그 사람의 심기를 건드렸다면 얼마나 큰 풍파가 닥칠까!김연철은 수심이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장군님, 그분은 지금 대체 어디에 계십니까? 김 씨 가문의 최고의 예법으로 그분을 모시겠습니다!”박인철은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그럴 자격이 없습니다. 그분은 제가 직접 모시도록 하겠습니다.”박인철이 한 발자국 앞으로 걸어가자 김 씨 가문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의 뒤를 따랐다.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박인철에게
박인철이 순식간에 지나쳐 버린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뒷자리를 쳐다보았다. 그 주인공이 자신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길 바라면서.선우정아와 윤창수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은 고개를 길게 내빼들고 박인철의 행동을 지켜보았다.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좋은 구경을 놓칠까 봐 엉덩이를 빼들고 쳐다보았다.김예훈만 자리에 떡하니 앉아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정소현은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고 물었다.“형부, 박 장군께서 말한 사람이 설마 형부는 아니겠죠?”김예훈은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도 되는 듯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맞아.”정소현은 김예훈의 장난이 재밌다고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김 씨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전쟁의 신화를 감히 제일 뒷자리에 모셨다고?만약 그 소문이 외부에까지 흘러나가면 큰 골치거리다.김 씨 가문은 높으신 분을 존경하지 않는다는 소문도 들리게 될 것이다.박인철은 제일 뒷자리에 멈춰 섰다.김연철은 제일 뒷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훑어보았다.어디에도 위엄 있는 중년의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김예훈도 제일 뒷자리에 앉아있었지만 그는 김예훈이 높으신 신분의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김병욱과 김만태도 눈살을 찌푸렸다. 박인철보다 높은 신분의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제일 뒷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오늘 연회의 초대장을 겨우 받은 사람들이다.많은 사람들은 그저 구경이나 하러 온 사람들이다.익숙한 얼굴이 하나도 없다.박 장군보다 신분이 높은 사람이 이 사람들 중에 있다고?모든 사람들의 심장 박동 수가 빨라졌다.곧 그 결과가 공개된다.정소현은 덩달아 긴장했다. 박인철이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왔기 때문이다.그때, 박인철은 움직이던 발걸음을 멈췄다.모든 사람들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박인철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김예훈과 정소현이 앉아있는 줄에 섰다.정소현은 지금의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처음 롤러코스터를 탔을 때도 지금보다 덜 떨렸을 것이다.진
설마, 진짜 형부?정소현은 지금 이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찰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정소현과 김예훈이 앉아있는 곳을 쳐다보았다.두 사람은 현장의 유일한 이슈가 되었다.정소현은 가슴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가빠 왔다. 모든 공기가 얼어붙었고, 시간이 멈춘 느낌이다.머릿속이 백지장이 되었다.정소현은 몸을 벌벌 떨며 김예훈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지만 힘이 모자랐다.형부는 정말 신기한 사람이야!“딱 딱 딱!”박인철이 신은 군화가 바닥과 마찰되어 절도감 있는 소리가 들렸다.모든 사람들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 소리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제일 뒷자리에 앉은 남자와 여자를 쳐다본 사람들은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일 것이라거 확신했다.여자는 이제야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처럼 보였다. 그러니 절대 박인철이 말한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면 남은 사람은 바로!김예훈이다.박인철의 등 뒤에 선 김연철과 김병욱은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저 바보처럼 멍한 표정으로 서있을 뿐이다.설마!모든 일들이 그들의 예상을 빗나가고 있다!절대 아닐 거라고, 아니었으면 하는 사람의 신분이 박 장군보다 높다니.3년 전이었다면, 김 씨 가문의 사람들은 김예훈을 들쳐 업고 헹가래를 했을 것이다.하지만, 그들은 눈앞이 까매지는 느낌을 받았다.선우정아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박인철의 손짓에 따라 움직였다.제일 뒷줄에 김예훈만 남자 선우정아는 몸에 소름이 끼쳤다.어떻게? 어떻게 저 사람이? 진짜 숨은 능력자였던 거야?윤창수는 몸을 벌벌 떨며 멘탈이 부서졌다.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저 사람이 어떻게 당도 부대의 전설? 진짜 저 사람이?아니야! 말이 안 돼!그저 데릴 사위일 뿐이잖아. 아내의 등골을 빨아 먹고사는 사람이 어떻게?몰래카메라인가?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람들은 긴 시간이 흐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박인철은 김예훈 가까이 다가갔다.정소현은 박인철의 기세에 눌려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박인철은
가까워진 남윤지의 얼굴을 보던 추문성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오른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추문성은 그녀를 때리지 않으려고 꾹 참고 있었다.쨕!추문성이 공격할 생각이 없어 보이자 남윤지가 다시 한번 추문성의 다른 한쪽 뺨을 때렸다.“쓸모없는 자식. 여자한테 맞고도 반격할 용기도 없는 멍청한 자식. 이러고도 체면을 지켜달라고? 체면이라고 있는 거야?”이순간 남윤지는 추문성을 극도로 경멸했다.‘진주·밀양 도련님 중의 한 명으로서 나한테 손대지도 못하는데 잘나면 얼마나 잘났을까? 그냥 죽기를 기다릴 수밖에.’얼굴을 감싸고 있는 추문성의 입가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얼마나 처참한지 이보다도 더 처참할 수가 없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모두 박장대소를 지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술잔을 부딪치며 좋은 구경을 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이 장면을 기록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냈다.부잣집 도련님이 쩔쩔매는 모습이 온라인에 퍼진다면 절대 큰 화제가 될 수 있었다.동하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남윤지 씨,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동하임은 화가 났지만 한편으로는 어쩔 수가 없었다.남윤지와 맹승현의 막무가내를 봤을 때 가끔은 능력과 인맥이 그렇게 유용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실력이야말로 진정으로 믿을 구석이었다.지금 이 순간 남윤지의 실력이 추문성보다 강하기 때문에 추문성이 반격조차 하지 못하고 심지어 말도 하지 못했다.“농담도 심하시네요. 남윤지 씨는 진주·밀양 4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남씨 가문의 따님이자 안동 김씨 가문의 안방마님이 될 사람인데 제가 아무리 겁 없는 사람이라도 남윤지 씨를 어떻게 모욕하겠어요. 하지만 그래도 제 체면을 지켜주셨으면 바람이네요.”추문성의 눈빛은 차가웠고, 이 순간 그는 분노도 두려움도 없었으며 오히려 얼굴에 남은 손자국을 문질렀다.“저는 오늘 화해를 구하러 온 것이지 남윤지 씨가 두려워서 이러는 거 아니에요. 가끔 어떤 일은 크게 만들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문제가 커져봤자 모두에게 좋지 않잖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피하지 못한 추문성은 제대로 뺨을 맞았다.얼굴에 빨간 손자국이 나 있는 그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이때 추문성이 소리를 질렀다.“남윤지 씨!”바로 이때 사면팔방에서 남씨 가문의 경호원이 열몇 명 달려왔다.이들은 하나같이 총을 들고 추문성의 이마를 겨냥하고 있었다.그가 조금이라도 경솔한 행동을 한다면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길 기세였다.김예훈과 동하임은 사람무리와 동떨어지고 말았다.“제 이름이 함부로 불러도 되는 이름인 줄 알았어요? 부를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시냐고요.”남윤지는 한껏 싫증난 표정이었다.“추씨 가문은 그저 1류 가문에 불과하면서 누나가 진주·밀양 용전 전주 자리를 꿰차면 우리 앞에서 체면이 세워질 거로 생각하셨어요? 허씨 가문의 힘을 빌려 이 자리까지 온 거 잊었어요? 예전에는 허씨 가문에 빌붙어 살더니 이제는 김예훈 씨한테 의지하려는 거예요? 정말 자존심도 없어요? 제가 말해주는데 옛정만 아니었다면 바로 총으로 쏴 죽였을 거예요. 어디서 체면을 지켜달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럴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세요?”남윤지는 어제 김예훈에게 뺨을 맞고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오늘 남지훈과 함께 판을 짜놓은 것도 김예훈을 이곳까지 불러내서 기회를 틈타 죽여버리기 위함이었다.그런데 김예훈은커녕 추문성이 찾아와서 떠들 줄 몰랐다.이로 인해 남윤지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이미지만 아니었다면 직접 총으로 추문성을 쏴 죽였을 것이다.동하임이 옆에서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남윤지, 말로 해결해요. 다 이 바닥 사람들인데 추문성 도련님도...”“무슨 할 얘기가 있다고 그러세요?”남윤지는 싫증난 표정으로 웨이터가 건넨 따뜻한 수건으로 손을 닦았다.아까 추문성의 뺨을 때린 것이 자기 손을 더럽혔다고 느낀 모양이다.그녀는 수건을 추문성의 얼굴에 던져버린 후 냉랭하게 말했다.“저를 건드려 놓고 협박하러 오셨어요? 이러고 무슨 화해 한다고. 추문성 씨,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아니면 누가 이럴
“화해? 화해할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맹승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추문성을 바라보며 조롱하는 표정으로 지었다. 그러면서 수류탄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던졌다.“이걸 먹어버리면 내가 윤지 씨를 대신해 이른바 화해를 받아줄게!”맹승현의 행동을 지켜보던 김예훈은 그의 허리춤에 걸려있는 또 다른 수류탄들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는 흑아프리카에서 돌아온 사람답게 수시로 이런 물건을 지니고 있었다.‘사고로 자신은 물론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을 죽일까 두렵지도 않은가?’다른 사람들도 수류탄을 보고 하나같이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몇몇 아름다운 여성들은 심지어 얼굴이 하얗게 질려 맹승현에게 잘보이려고 애쓰고 있었다.이런 살상 무기를 가지고있는 남자는 무섭기도 하지만 무한한 매력을 느끼게 했다.결국 여자들은 항상 강한 남자에게 복종하기 마련이었다.추문성은 맹승현을 무시한 채 남윤지를 바라보며 말했다.“저는 분명 화해하러 왔다고 말씀드렸어요. 강서연 씨를 납치해 갔다고 들었는데 제 체면을 봐서라도 풀어주시죠.”“강서연 씨요? 강씨 가문 강서연 씨?”남윤지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손발이 다 있는 사람이 왜 저한테 있다고 말씀하세요? 그것도 모자라 납치한 걸 풀어달라고요? 추문성 도련님,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되죠.”“남윤지 씨,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실 텐데요.”추문성은 그녀에게 많은 배려를 하지 않았다.“고서희 씨가 저희 손에 있는데 당연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수밖에 없는거 아니겠어요?”남윤지의 눈빛은 차가워지고 말았다.“고서희가 당신들 손에 잡혔던 거예요? 글쎄 오랫동안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았던 거네요.”김예훈은 예리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남윤지의 말로부터 그녀가 바로 이번 사건의 주동자 중의 한 명임을 알수 있었다.그리고 강서연도 옥루 회관에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양측의 대화를 듣고 있던 맹승현은 갑자기 일어나서 테이블을 내리치면서 큰소리쳤다.“추문성, 감히 옥루 회관의 사람을 잡아? 반 시간만 더 줄 테니
“게다가 추문성 도련님 누님이 진주·밀양 용전을 장악하고 있잖아요. 추씨 가문이 지금 진주·밀양에서 지위가 얼마나 높은데요. 추문성 도련님을 건드린 대가가 무엇인지 생각이나 해보셨어요? 만약에 정말 겁도 없이 죽였다가 누님이 진주·밀양 용전 사람들을 데려와서 저희 옥루 회관을 더럽히면 어쩌려고요.”남윤지는 애가 타는 표정으로 말했다.“그리고 추문성 도련님이 오늘 화해할 겸 사과하러 왔다는데 왜 총을 꺼내 들고 무릎부터 꿇게 만들어요. 이래서 어떻게 화해한단 말이에요.”남윤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말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분명 어제 일어난 일은 마음속 깊이 새기고 있는 모양이었다.추문성이 김예훈의 사람이라면 그를 밟아 죽이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물론 추문성을 밟아 죽이기 전에 그가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싶었다.“그래요. 윤지 씨 체면을 봐서라도 오늘 밤은 죽이지 않을게요.”이때 맹승현의 손짓 하나에 웨이터가 공손하게 샴페인을 한잔 가져왔다.맹승현은 샴페인 잔을 들고 추문성의 머리에 부으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제대로 사과해. 무릎 꿇으라면 꿇고 머리를 박으라면 박아. 아니면 윤지 씨 기분을 망쳤다간 제일 먼저 죽여버릴 거니까.”맹승현이 소파에 다시 앉았지만 그의 보디가드들은 물러서지 않고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김예훈 일행을 째려보고 있었다.현장에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은 조롱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추씨 가문이 김현민의 대립 구도에 서 있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있는 사실이었다.‘이런 상황에서 무슨 염치로 윤지 씨한테 화해하러 온 거지?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그것도 모자라 저 김예훈이라는 사람을 위해 화해를 요청하다니.’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을 유지하며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며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조리 기억했다.남윤지는 맹승현을 비난할 생각이 없었고, 그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추문성을 쳐다보았다.“추문성 도련님, 모욕을 당하게 해서 죄송해요. 제가 맹승현 도련님
맹승현은 인내하는 추문성을 보며 사악한 표정을 지었다.이때 그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추문성, 내 앞에서 더 이상 잘난 척하지 못하겠으면 한 번만 더 물을게. 무릎 꿇을 거야 말 거야.”이 말에 동하임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맹승현 씨,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제가 너무한다고요?”맹승현은 동하임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동하임 씨 아버지가 진주·밀양 1인자라고 해서 제가 하임 씨를 건드리지 못할 것 같아요? 저를 방해한다면 똑같이 병신으로 만들어 버릴 거예요.”맹승현은 왼손으로 동하임의 얼굴을 쥐어 잡으며 조롱하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더니 추문성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음산하게 말했다.“셋 셀 때까지 무릎 꿇으면 윤지 씨랑 이야기할 기회를 줄게. 그런데 무릎을 꿇지 않으면 죽여버릴 거야. 물론 저항해도 좋지만 그러는 순간 너희들 모조리 죽여버릴 거야.”맹승현은 피식 웃으며 숫자를 카운트하기 시작했다.“셋, 둘, 하나...”이 순간 추문성은 맹승현 몸에서 살기가 느껴지는 듯해 이를 악물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부잣집 도련님인 추문성의 성격을 봤을 때 절대 굴복할 리가 없었지만 오늘 밤 목적을 생각하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동하임이 놀라며 말했다.“추문성 도련님!”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던 김예훈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큰일을 이루려는 사람은 작은 일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굽신거릴 수 있다는 것은 김예훈의 예상 밖이었다.양쪽이 대판 싸울 기세였는데 말이다.“아이고, 추문성 도련님. 어쩌다 무릎을 꿇었을까? 아까까지만 해도 거들먹거리면서 총으로 쏴보라더니. 왜 갑자기 겁을 먹었어?”맹승현은 총으로 추문성의 턱을 쳐들며 조롱하듯 말했다.“난 네가 진작에 마음에 안 들었어. 누나가 지켜주니까 맨날 잘난 척하더니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나 봐? 내 눈에는 너 같은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야. 더 자랑할 게 뭐가 있다고. 당도 부대에 3년 동안 있다가 장병급 실력자가 되어서 돌아온 거? 칵
“맹승현 씨, 말조심하세요!”동하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 바닥에서 지내는 사람들끼리 왜 오자마자 총부터 꺼내는 거예요? 한번 해보자는 거예요?”추문성도 냉정한 표정으로 말했다.“맹승현, 미쳤어? 지금 나한테 총을 내민 거야? 그렇게 대단하면 총으로 쏴 죽여 보든가! 날 죽이지 않으면 내가 너를 죽여버릴 거니까.”아무리 그래도 추문성은 당도 부대 출신으로 장병급 실력을 갖춘 사람이었다.비록 맹승현도 흑아프리카에서 어느 정도 이름을 날렸지만 추문성은 다른 사람들처럼 맹승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오늘 화해하는 자리만 아니었다면 바로 손을 댔을 것이다.추문성의 곁에 있던 유일한 부하가 본능적으로 나서려고 했지만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일곱, 여덟 명의 검은 피부의 남자들이 허리에서 총을 꺼내 그들을 겨누고 있었다.이 사람들은 분명 맹승현이 흑아프리카에서 데려온 용병들로 하나같이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순식간에 현장에는 피비린내가 나기 시작했다.다른 보안 요원들도 서로 눈치를 보며 총을 꺼내 김예훈 일행을 위협적으로 둘러싸기 시작했다.주인인 남윤지는 이들을 말리지도 않고 우아하게 샴페인을 마실 뿐이다.눈앞에 펼쳐진 장면이 그녀가 원했던 장면인 것 같았다.“추문성, 내가 너를 죽이지 못할 것 같아?”이 순간, 전장을 지배하는 맹승현이 피식 웃었다.“너희 아버지가 밀양 1인자라고 내가 너를 건드리지 못할 것 같아? 내가 원한다면 너희 아버지도, 너희 누나도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 어떻게 내륙인을 위해 우리한테 등을 돌릴 수 있어! 너 같은 사람이 내 앞에 서서 말할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 내가 말해주는데, 내가 이번에 돌아온 목적은 바로 저놈을 죽여버리는 거야. 내가 떠나기 전에 분명 말했잖아. 윤지 씨를 건드리는 사람은 그 가족을 모조리 죽여버리겠다고. 추문성, 한마디만 더 했다간 머리를 쏴버릴 거야.”맹승현은 바로 총알을 장전하고 오른손 검지를 방아쇠에 올렸다.철컥!다른 경호원들도 하나같이 총알을 장전하
남윤지도 오늘 허벅지까지 갈라진 원피스를 입고 하얗고 길쭉한 다리를 드러냈다.그야말로 유혹적인 모습이었다.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곧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안방마님이 될 남윤지는 확실히 남달랐다.최소한 누군가에게 얼굴을 맞고 난 뒤 방에 틀어박혀 자포자기하지 않고 밖에 나와서 활동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녀의 성격과 능력을 보여주었다.김예훈이 감탄하고 있을 때, 추문성의 시선은 남윤지 옆에 앉아있는 검은 피부의 청년에게 향하면서 미간을 찌푸렸다.“맹승현 이 자식, 언제 돌아온 거지?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는데?”동하임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흑아프리카에서 용병 게임을 하고 있던 거 아니었어요? 심지어 최근에 금광을 발굴했다고 들었는데 왜 갑자기 돌아온 거죠? 저 사람은 그럴 성격이 아니잖아요.”두 사람의 대화 소리에 김예훈도 전투복을 입고 검은 피부의 남자에게 시선이 갔다.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마치 전쟁터의 용병처럼 날카로운 살기를 품고 있었고, 전체적으로 고귀한 기품을 풍기는 것이 이곳과 어울리지 않았다.하지만 아무도 그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고, 오히려 공손하게 대했다.남윤지는 매력적인 미소를 보이며 가끔 그와 말을 주고받았고, 또 술잔까지 부딪히는 것이 서로의 관계가 좋아 보였다.김예훈은 이 사람을 쳐다보며 호기심에 물었다.“뭔가 대단한 사람인 것 같은데 뭐 하는 사람이야?”“진주·밀양 4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맹씨 가문의 도련님, 맹승현이라고 해요. 진주·밀양 4대 도련님 중의 한명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다른 도련님들과는 다르게 정치나 사업을 좋아하지 않고 피비린내 나는 생활을 좋아해요. 그동안 흑아프리카에서 여러 용병 부대를 조직해서 많은 놀라운 일을 해내기도 했어요.”추문성은 표정이 심각해 보였다. 부잣집 도련님이 이정도까지 할수 있다니 정말로 놀라울 따름이다.이때 동하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맹승현 이 자는 항상 중립을 지켜와서 저희 젊은 세대와는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았어요. 김현민 체면도 별로 지켜
임수민의 직업적 미소가 얼마나 가식적으로 보이는지 예쁜 얼굴에 뺨 한 대 때리고 싶어질 정도였다.추문성이 곤란해진 상황에 김예훈은 흥미로운 미소를 지었다.추씨 가문은 진주·밀양에서 최상급의 가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런 곳을 마음대로 들락거리기는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하지만 지금 진주·밀양 사람들이 추씨 가문이 김예훈의 편에 서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추씨 가문을 난처하게 하는 것은 솔직히 말해서 김예훈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었다.추문성이 나서려고 할 때, 동하임이 담담하게 말했다.“추문성 도련님, 여기서 싸울 필요는 없어요. 저희 둘도 있는데 정말 싸웠다간 저희가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고 말할 거예요. 제가 회원 카드를 가지고 있어요. 그것도 최상급으로요.”동하임은 말하는 사이 가지고 있던 에르메스 핸드백에서 카드 한장을 꺼내 건넸다.이 회원 카드는 예전에 남윤지가 선물한 것으로 지금까지 한번도 사용한 적 없는데 오늘 뜻밖으로 역할을 하게 될 줄 몰랐다,“이 카드는 남윤지 씨가 직접 저에게 준 거예요. 이것도 인정하지 않으면 옥루 회관에서 일부러 저희를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해도 괜찮겠죠?”동하임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추문성은 피식 웃으며 오늘 이 일을 똑똑히 기억해 두기로 했다. 비록 지금은 많이 겸손해졌지만 본성은 여전히 부잣집 도련님이라 이렇게 쉽게 모욕을 당할 수만은 없었다.임수민은 동하임이 회원 카드를 가지고 있을 줄 몰랐는지 당황하고 말았다.원래 부잣집 자식들은 얼굴을 내세우는 것을 좋아해서 이런 것을 휴대하고 다닐 리가 없었다.그녀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무슨 그런 농담을 하세요. 회원 카드에는 당연히 아무런 문제도 없죠. 그리고 최대한 세 명까지 더 데려올 수 있고요.”임수민은 추문성을 계속 괴롭히고 싶었지만 더 이상 기회가 없었다.아무리 괴롭혀봤자 외부인의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잠시만 밖에서 기다려 주세요.”추문성은 자기 부하들에게 앞을 지키라 하고 김예훈, 동하임, 그리고 한 명의 부
추문성은 최대한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동하임까지 데려갔다.진주에서 자신의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동하임을 데려간 것이다. 이로써 상대방을 압도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말에 힘을 실어 넣을 수 있었다.뒤따르던 김예훈은 눈에 띄지 않으려고 경호원 복장으로 갈아입었다.차량 행렬은 곧 옥루 회관에 도착했다.땅값이 비싼 이곳 건물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시내 중심에서 넓은 부지를 차지하고 있는 옥루 회관은 시적인 미적 감각을 보여주었다.이곳은 진주·밀양 권력자들이 즐겨 찾는 장소 중 하나로 가난한 자는 절대 들어올 수 없었다.이 사람들 외에도 많은 부잣집 따님들이 오가며 화려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추문성은 익숙하게 정차하고 김예훈, 동하임과 함께 입구로 걸어갔다.막 들어가려던 찰나 기모노를 입고있는 한 여성이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죄송한데 이곳은 개인 회관으로서 회원 카드를 제시하셔야 입장이 가능해요.”일본 여자는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차가운 기운을 풍기기도 했다.“회원 카드요?”추문성은 잠시 당황하긴 했지만 담담하게 말했다.“저는 추문성이라고 해요. 제가 이곳을 드나드는데 회원 카드 따위는 필요 없다는 거 알고 계시잖아요.”아무리 그래도 밀양 1인자 가문의 도련님인데 예전에 방탕한 생황을 누리고 있을 때는 이곳을 제집 드나들듯이 자주 찾아왔다.그때는 이른바 회원 카드도 필요하지 않았다. 얼굴도장만 찍으면 자유자재로 드나들었다.그런데 그런 그에게 회원 카드를 제시하라고 한다고?이것은 그의 얼굴에 침을 뱉는 거나 다름없었다.일본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죄송한데 방금 접한 저희 아가씨 명령대로 오늘부로 회원 카드가 있어야 입장이 가능해요. 부잣집 도련님이든 김현민 도련님이 오시든 예외는 없어요. 그리고 개인 출입만 가능하고요.”추문성이 냉랭하게 말했다.“정말 회원 카드가 있어야 하겠어요? 저를 막을 수나 있겠어요?”일본 여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 임수민은 당연히 추 도련님을 알고 있죠... 그런데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