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정아는 김예훈한테 약간 실망했지만 이 자리에서 그를 폭로하지 않았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 “김예훈 씨, 전에도 당신을 믿지 않았지만 당신은 결국 자신의 실력으로 당신이 옳다는 것을 보여줬었죠.”“다시 한번 보고 싶네요. 자신이 옳다는 걸 당신이 증명할 수 있을지!”윤찬우는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정아가 이렇게 말한 이상 나도 한번 기대해 보죠.”“김예훈 씨가 김씨 가문을 손안에 넣는다면 내가 보안 팀장을 할게요. 그때 가서 나한테 꼭 기회를 줘야 해요.”뜻밖에도 그의 말에 김예훈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가 윤창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좋아요, 당신 같은 체격에 보안팀 팀장은 좀 무리인 것 같지만 내가 약속한 이상 꼭 자리를 마련해줄게요.”“출근하는 거 잊지 말아요.”윤창수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피식거렸다. 지금 이 순간, 그는 김예훈을 더 이상 조롱하고 싶지 않았다. 김예훈은 이미 망신을 제대로 당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어떻게 저 정도로 헛소리를 할 수 있는지 정말 상상이 가지 않았다. 참 불쌍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했다. 방금 전까지도 김예훈을 짓밟으려고 했던 윤창수는 이제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한테 김예훈은 이미 짓밟힐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바로 이때, 뒤에서 하얀 정장을 입고 있는 남자가 인파 속에서 걸어 나왔다. 그 남자를 본 윤창수의 안색이 변했다. 그 남자는 바로 복률을 대신해 BJ 그룹을 장악한 곽진택이었다. 그 또한 선우정아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곽진택은 선우정아 앞으로 걸어가 웃으면서 말했다. “선우정아 씨, 한참 찾았네요. 당신한테 보여줄 것이 있어요.”선우정아는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뭔데요?”곽진택은 웃으며 말했다. “이따가 박인철 박 장군님한테 드릴 선물인데요. 엄청 진귀한 것이에요...” “선물하기 전에 정아 씨가 한번 품평해 주셨으면 해서요...”그의 말에 사람들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김예훈조차도 궁금했다
곽진택의 말을 듣고 사람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값비싼 골동품 시계인 건 맞지만 어디까지나 죽은 사람의 물건 아닌가?뒤에 서 있던 김예훈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 정소현과 선우정아는 무의식적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에서 그들은 거침없이 드러낸 살기를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곽진택과 유창수는 김예훈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그 모습을 눈치채지 못하였다. 김예훈의 마음속은 살기로 가득했다. 친구의 물건을 남한테 뺏겼고 그들은 그걸 선물로 내놓았다!이때, 곽진택이 손짓하자 수하 몇 명이 조심스럽게 비밀번호가 있는 가방을 들고 걸어왔다. 선우정아는 다가가서 몇번 보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맞아요, 파텍 필립의 골동품 시계가 확실해요.”선우정아의 확답을 받고 곽진택은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그렇게 말하니 안심되네요. 먼저 들어갈 테니 나중에 봐요. 정아 씨.”곽진택은 말을 마치고 수하들과 함께 시계를 챙겨 자리를 떴다. 한편, 정소현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형부, 왜 이렇게 화를 내요? 저 물건이 형부와 관계있는 거예요?”김예훈은 차갑게 말했다. “남문호는 내 대학교 때 절친이었어.”정소현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형부, 그래도 참아야 해요!”“이건 박인철 박 장군님한테 선물할 시계예요. 우리가 빼앗아 올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에요.”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괜찮아, 좀 있다가 찾아올 거니까...”“김예훈 씨, 당신 정말...”선우정아는 한숨을 쉬며 말을 아꼈다. 윤창수는 참지 못하고 피식거리며 말했다. “무슨 수로 가져올 건데요?”“당신이 박 장군이라도 되나요?”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이따가, 박인철이 직접 나한테 시계를 건네줄 거예요.”“이봐요, 허세 좀 그만 부려요. 사람 취급은 해줄 테니까.”윤창수는 고개를 저으며 김예훈을 조롱했다. 이 인간 정말, 허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구나. 이런 말까지 다 하다니, 뻔뻔스럽기 짝이 없는 인간이다. “형부, 가요. 저 사람들
이때, 김연철과 김병욱을 포함해서 김씨 가문의 높은 사람들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당연히 김예훈을 알아봤을 것이다. 그러나 3년 전 성남시에서 쫓겨난 그가 이렇게 멀쩡히 그들 앞에서 서서 이런 말을 하다니?김씨 가문의 위엄에 도발하는 것인가? 만약 생일 연회가 아니었다면 이들은 바로 이 자리에서 김예훈한테 손을 댔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김예훈이 혼자 이곳에 서 있는 일은 엄청 드문 일이었다.이 기회를 놓친다면 그를 처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때, 김예훈은 웃으면서 말했다. “폐인이 된 분이 없으면 다행이고요.”“얼마 전에 군에서 장석호의 의료팀을 변방으로 보내 군사들을 치료하게 하였다고 들었습니다. 아마 당분간은 돌아오지 못할 것 같던데...”이 말이 나오자 현장은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김연철과 김병욱 등은 안색이 갑자기 변했다.김예훈이 장석호의 일을 알고 있다고?이 일은 김씨 가문에게 창피한 일이었다. 가문의 고위층 사람들과 의료진을 가로챈 사람들 말고는 전혀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근데 김예훈이 이 일을 알고 있다니?3년 전, 성남에서 쫓겨나서 다시 돌아온 그가 알고 있다고?의미심장한 웃음을 짓고 있던 김병욱마저도 김예훈을 쳐다보며 안색이 어두워졌다. 설마, 정말 김예훈이 의료진들을 납치해 간 것일까?그럴 리가?그가 군대의 무장 헬기를 사용한다고?군인들을 맘대로 부린다고? 이 모든 것이 김예훈의 짓이라고?있을 수 없는 일이다!만약 3년 전의 그라면 할 수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이미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모든 것은 달라졌다.설마 아직도 자신이 3년 전의 김세자라고 생각하는 것인가?비록 CY그룹의 실력이 대단하기는 하나 그건 단지 재계에서만 그렇다는 걸 김씨 가문의 사람들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한 가문의 부흥은 재계, 정계, 군사 그리고 지하 세계 쪽의 힘이 필요한 법이다.하여 그들은 3년 동안 성남시에 없었던 사람이 이런 힘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 당
큰 어르신의 생신 연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손님들도 차례로 자리에 앉았다.단독 룸에 앉아있는 김연철은 고귀하고 신비해 보였다. 그리고 손님들은 연회장에서 자기만의 자리가 있었다.정민아가 받은 초대장의 자리는 앞쪽 자리가 아니라 가운데 뒷자리였다. 김예훈은 전혀 개의치 않고 정소현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선우정아와 윤창수 등은 가운데 앞쪽 자리에 앉았다.맨 앞쪽의 자리는 거물인 사람들한테 남겨준 자리였다. 큰 어르신의 생신 연회에 참석한 손님들의 이력은 엄청 화려했다.정계 인사들, 재계 인사들, 군부대 사람들, 그리고 지하 세계의 사람들까지 모두 하나같이 대단한 인물들이었다. 이는 김씨 가문의 인맥과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역시 경기도를 이끄는 최고 가문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맨 앞쪽 자리는 모두 비어있었다. 이건 거물급 게스트들만이 앉을 수 있는 자리였다. 그런 사람들은 당연히 제일 마지막 나타나는 법이었다. 잠시 후, 톱스타 양하나, 김동민 등 연예인들이 무대에 올라와 공연했다. 그들의 공연으로 연회장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이내, 김연철이 직접 무대에 올라와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 저희 김씨 가문 큰 어르신의 백 세 잔치에 참석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큰 어르신은 북적북적한 걸 좋아하시지만 연세가 있으신지라 이 자리에 모시지 않았습니다.”“하지만 그분을 대신해 제가 여러분께 감사의 뜻을 전하겠습니다. 오늘 잘 드시고 즐기다가 가세요!”김연철은 계속해서 말했다. “이제부터 이번 연회에 참석하신 특급 게스트를 모시겠습니다...”“이분들은 모두 이 김연철과 막역한 사이예요. 지금 바로 모시겠습니다...”“윤씨 가문의 윤해진 씨!”“장씨 가문의 장철웅 씨!”“경기도의 공문철 씨!”“성남시의 양정국 씨!”“…”김연철이 거물급 게스트들을 일일이 말하자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김씨 가문의 인맥은 정말로 엄청났다!이 사람들은 너무 유명한 사람들
거물급 게스트들은 차례대로 입장하여 맨 앞쪽 자리에 앉았고 이내 앞쪽 자리는 거의 만석이 되었다. 하지만 가장 가운데 자리가 하나 비어있었다. 이전에 이런 자리에서 그곳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은 딱 한 사람이었다는 걸 다들 잘 알고 있었다.바로 전설 속의 김세자였다!하지만 오늘은 달랐다.오늘 그 자리는 아마도 경기도 부대 4대 전신의 우두머리인 그자가 앉게 될 것이다.그자는 바로 경기도에서 일인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박인철 장군이다!박인철은 장군이긴 하지만 사실상 그 권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김연철은 사람들의 기대에 찬 눈빛을 쳐다보며 웃었다. “여러분, 다음은 저희 경기도 4대 전신의 우두머리이자 당도 부대의 수령 박인철 장군님을 열렬한 박수로 맞이하겠습니다!” “짝짝짝-”연회장은 엄청난 박수 소리로 들끓었다.박인철이 정말 이곳에 왔다!경기도 부대에서 그의 지위는 너무 높다!당도 부대의 실력은 너무 강하다!그가 이번 연회에 참석함으로써 김씨 가문의 지위는 더욱 견고해졌고 누구도 감히 건드릴 수 없게 되었다!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박인철은 김병욱과 김만태 두 사람의 안내하에 연회장으로 들어왔다. 사람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그도 그럴 것이 박인철은 경기도 부대의 4대 전신 우두머리로서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그의 얼굴을 본다는 것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연회장에 있는 사람 중 아마 박인철을 만난 적이 있는 정소현만 아무런 느낌이 없었을 것이다. 이때, 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 “인철 씨의 분위기가 남다르네. 3년 동안 헛수고는 하지 않았어.”이 순간,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박인철은 군복을 입고 걸어왔다.그의 허리에는 칼을 꽂고 있었고 그 기세가 엄청났다. 전에도 이런 자리에 장관이 온 적은 있었다. 유지하도 경기도 부대의 일원이지만 그는 사복을 입고 왔다. 이런 연회에 참석하면 꺼리게 되어 다들 보통 개인의 신분으로 참석하기 때문에 군복을 입는 것이 마땅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근데 박인
사람들의 환호 속에 곽진택은 두 손으로 선물 박스를 들고 공손하게 박인철을 향해 걸어갔다. 김연철이 소개했다. “이건 박 장군님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파텍 필립의 한정판 골동품 스포츠 시계입니다.”“이 시계는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고 전 세계에 딱 하나 있는 값비싼 물건입니다!”“저희 김씨 가문에서는 이건 박 장군님의 신분에 어울리는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박 장군님, 절대 오해하지 마십시오!”“오늘 밤, 연회에 참석하신 모든 분한테 다 선물을 드릴 겁니다.”“이건 경기도의 룰이자 저희 김씨 가문의 룰이기도 하며 이번 백 세 잔치를 연 이유이기도 합니다.”“이건 다른 것과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약속 드립니다. 장군님께서 이것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외부에서 절대 이상한 소문이 돌지 않을 것입니다. 그냥 기념품이라고 생각하시죠...”김씨 가문에서는 박인철한테 성의를 다 보였다. 경기도에 이런 룰이 있든 없든 김연철이 이 말을 한 이상 그가 이 값비싼 물건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뭐라고 수군댈 사람은 없었다!“열어!”김연철이 명을 내리자 곽진택은 선물 박스를 열었고 시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시계는 보기에 평범해 보였고 심지어 조금 낡아 보였다. 그러나 시계가 간직하고 있는 세월의 흔적은 이것이 값비싼 물건이라는 걸 설명해 줬다. 골동품 시계는 정교하다고 값이 비싼 것도 아니고 다이아몬드가 박혀있다고 해서 값이 비싼 것도 아니었다. 반면, 극소수의 양으로 생산된 한정판이야말로 값어치가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파텍 필립은 소장할 가치가 있는 명품 시계였다. 곽진택은 손을 부들부들 떨며 박인철 앞으로 가져갔다. 이 순간이 아마 그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 될 것이다!박인철은 거절하지 않고 손을 뻗어 선물을 받았다. “이건...”연회장의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건 오늘부터 박인철은 김씨 가문의 인맥이라는 것을 증명한다.김씨 가문은 이제 경기도 최고 가문이라는 입지를 더 굳게 다지게 되었다. 김
김연철은 자신의 아들이 당도 부대의 장군 박인철의 마음에 들었다는 것을 듣고 많이 기뻐했다. 앞으로 자신의 아들이 당도 부대 장군의 후임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다.김병욱은 소식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박인철은 김연철의 인맥으로 모신 귀인일 뿐이다.박인철은 김연철의 이름만 부른 것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다.김연철과 김병욱은 고민을 그리 오래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기분이 좋아 미칠 지경이었다. 박인철이 김 씨 가문의 일원 누구를 지지하던 상관없다. 김 씨 가문은 앞으로 박인철의 소속이라는 것만 확실해졌다.다른 사람은 김 씨 가문의 권력과 투쟁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그저 돈 많은 재벌의 투정으로 보일 뿐이다.김 씨 사걸이 박 장군의 인정을 받았다고 자랑하는 것으로 밖에 보지 않았다.너무 놀라웠다!김연철은 조금 이성을 되찾고 김예훈이 있는 곳을 쳐다보았다. 김예훈을 쳐다보는 그이 두 눈에는 증오로 가득 찼다.사실, 김예훈이 김만철을 혼수상태로 만든 것은 잘한 일이다.하지만, 이제 와보니 그는 김만철의 동아줄을 잘라버렸다.김만철이 병원에 누워있지 않고 어르신의 생신 연회에 참석했더라면 분명 박 장군의 눈에 들었을 것이다. 그것으로 앞으로 자신의 힘과 세력을 키워 나갈 수 있다.이번 기회에 눈엣가시 김병욱을 직접 제치고 김 씨 가문의 정권을 잡을 수도 있었다.모두, 김예훈의 잘못이야!김연철은 한숨을 내쉬며 박인철의 앞에 다가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박장군님,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아들이 사고로 지금 병원에 누워있습니다.”박인철은 그의 말을 듣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네, 장례식장이 아닌 게 어딥니까. 하하하.”“네?”김 씨 가문의 어르신들은 박인철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다.어떤 의도로 한 말이지?위로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일까?부대에 오랜 기간 동안 몸을 담은 사람이라 입바른 소리를 잘 하지 못한다는 것이사실인가 봐.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다른 사람들에게는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
박인철은 김연철과 김병욱의 안내를 받으며 미리 준비해 둔 자리에 갔다.김연철은 한껏 아부하며 말했다.“박장군님! 제가 특별히 장군님을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장군님 이외에 누구도 이곳에 앉을 자격이 없습니다.”“장군님, 앉으세요!”성남시의 부시장인 공문철도 자리를 두 손으로 가리키며 웃어 보였다.박인철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박인철은 마련된 자리에 앉지도 않고 그저 미간을 찌푸리고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사람들은 그의 돌발 행동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김 씨 가문의 가족 인원들은 멍하니 그의 행동을 바라보았다.빨리 앉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박인철의 높으신 신분을 생각해서라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3년 전, 그 사람이 김 씨 가문의 정권을 쥐고 있었을 때, 누구도 자신의 가문에 와서 이런 대접을 받지 못할 것이다.나라의 중요한 의원이 나타나도 마찬가다.김 씨 가문의 가족 인원들은 바로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오늘은 가문의 아주 중요한 날이다. 3년 전처럼 성남시의 진정한 실세가 될 수 있는지 마지막까지 지켜보아야 한다.김병욱은 눈살을 찌푸리고 김연철을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연철은 숨을 깊게 들이 마시고 미소를 지었다.“장군님? 장군님의 마음속의 의문을 제가 풀어드릴 수 있을까요?”“방금, 이 자리는 신분이 가장 높고 중요한 사람만 앉을 수 있는 자리라고 했나요?”박인철은 험상 굳은 표정을 짓고 물었다.김연철은 그의 물음이 아주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곧 작게 고개를 끄덕거렸다.“네. 이 자리는 제일 중요한 손님을 위해 마련한 특별한 자리입니다.”김연철의 대답을 들은 박인철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다면 저는 이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습니다. 이 옆자리가 바로 저의 자리겠네요.”박인철은 자신이 이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다는 말을 하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눈을 크게 떴다.“네? 장군님께서도 앉지 못하는 자리에 감히 누가 앉을 수 있겠습니까? 성
김예훈의 의미심장한 말에 허씨 가문 사람들은 서로 쳐다볼 뿐이다.이때 허유주가 피식 웃더니 말했다.“김 세자님, 너무 없는 말을 지어내시는 거 아니에요? 최근 반년 동안 저한테는 아무런 일도 없었는데요?”김예훈이 허유주를 힐끔 보더니 피식 웃었다.“허유주 씨는 아직 공부할 나이라 평소에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어서 음기를 흡수할 기회가 없었겠죠.”허유주는 이 대답이 만족스럽지 못한지 여전히 가소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허씨 가문 사람들은 잠깐 고민하더니 얼굴이 확 변하고 말았다.이때 허준서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맞는 말이야. 요즘 도박할 때마다 돈을 잃고 있어.”허성빈 역시 마른기침하더니 얼굴이 창백해지고 말았다.요즘 들어 예전보다 잔병치레가 많아진 허씨 가문의 여자들 역시 당황한 표정이었다.약을 먹으면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병은 아니었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소름이 끼치는 느낌이었다.다년간 보약이란 보약은 다 먹어본 허씨 가문 사람들의 체력을 봤을 때 10년에 한 번 아플까 말까, 한 병을 요즘 들어 몰아서 앓고 있으니 말이다.허순재 역시 곰곰히 생각하더니 미간을 찌푸렸다.“맞아요. 최근 들어 저도 몸이 많이 허약해진 느낌이에요. 기침을 할때 피까지 봤다니까요? 밖에서 도는 소문에 의하면 제가 3개월밖에 못 산다고 했어요.”김예훈이 웃으면서 말했다.“그러면 맞네요.”선재 스님이 냉랭하게 말했다.“허씨 가문 사람들의 체내에 음기가 있다고 해도 저희 오륜 사찰 수맥 탐지 봉에서 흡수한 거라고 증명할 수 있어요? 저희 수맥 탐지 봉이 허씨 가문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냐고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선재 스님, 이것마저 증명할 수 없다면 그야말로 비극이 아니겠습니까.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일인데 말이죠. 이 자그마한 조각을 봐도 수맥 탐지 봉에 음기가 가득했다는 것을 느낄수 있어요. 허유주 씨를 제외한 분들이 이 조각을 3초 이상 쥐고 있으면 무조건 기절할 거예요.
“어디서 감히! 오륜 사찰이 어떤 곳인지나 알고 그러시는 거예요? 저희 오륜 사찰은 경기도 지역의 무술의 경지라고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저희 오륜 사찰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지 아세요? 도박왕님께서는 매년 저희 오륜 사찰에 얼마나 많이 기부하시는데요. 저희 오륜 사찰은 늘 밀양 허씨 가문을 보호하고 있었다고요. 지금 저희 둘 사이를 이간질하는 거예요? 도대체 어떤 흑심을 품고 계시는 거예요!”선재 스님의 표정이 극도로 어두워지자, 허순재가 다급하게 설명했다.“선재 스님, 화내지 마세요. 김 회장님도 좋은 마음에...”“좋은 마음이요?”선재 스님은 바로 허순재의 말을 끊더니 냉랭하게 말했다.“좋은 마음에 이런 말을 한다고요? 도박왕님, 비록 저는 오륜 사찰의 핵심 인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륜 사찰의 스님이라고요. 저 자체가 오륜 사찰의 체면과 이미지를 대표한다고요. 어디서 튀어나온 줄도 모르는 사람한테 의심받는 것도 모자라 저희 오륜 사찰의 보물마저 잃어버린 거, 절대 용납할 수 없어요! 저 사람은 분명 저희 오륜 사찰을 모함하고 도박왕님을 해치려고 하고 있다고요! 그러니까 김 세자님!”선재 스님은 김예훈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차갑게 말했다.“저 수맥 탐지 봉에 음기가 가득하다는 사실을 증명할 만할 증거를 내놓지 못하면 저랑 오륜 사찰을 한번 가봐야겠습니다.”“맞아. 그렇게 대단하면 증거를 내놓든가!”“증거를 내놓지 못하면 배상도 해야 하고 오륜 사찰 입구에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야 할 거예요!”허유주도 울분을 토해내듯이 소리를 질렀다.허순재는 한숨을 내쉬더니 잠깐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김 회장님, 제가 김 회장님을 못 믿는 것이 아니라 제 체면을 봐서라도 확실히 하는 것이...”허유주를 포함한 허씨 가문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냉랭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어르신 믿음을 얻었다고 허씨 가문에서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했나 봐.’“선재 스님을 건드린 것도 모자라 오륜 사찰의 보물까지 망가뜨려? 정말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
김예훈이 입을 벌리기도 전에 허유주가 먼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김 세자님, 어떻게 된 일이에요? 선재 스님이 제 편을 들어줬다고 불만을 품고 오륜 사찰의 보물을 깨트린 거예요? 화를 내시려면 저한테 내시지, 왜 선재 스님한테 화풀이하는 거예요?”“이 수맥 탐지 봉에 문제가 있어서요.”김예훈은 평온한 표정으로 허유주를 힐끔 쳐다보면서 말했다.“수맥 탐지 봉의 질량에 문제가 있다고 할까요?”“김 세자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표정이 어두워진 선재 스님은 말투마저 상냥하지 않았다.“근 200년 동안 물려받은 저희 오륜 사찰의 수맥 탐지 봉은 천년에 한번 볼까 말까한 보물이라고요. 풍수를 볼 때마다 이 수맥 탐지 봉을 사용했고, 이것으로 저희 오륜 사찰에서 얼마나 많은 문제를 해결했는데요. 그런데 질량에 문제가 있다고요? 어디 제대로 말씀해 보시죠!”허유주는 자기 체면을 세워주지 않아 잔뜩 화가 난 생태인데 김예훈이 수맥 탐지 봉마저 망가뜨렸으니 더는 그 화를 참을 수 없었다.“김 도련님, 비록 오륜 사찰이 무술의 성지이긴 하지만 의술이나 풍수, 관상 방면에서도 일반적인 풍수 대가나 의사보다는 훨씬 뛰어납니다. 저도 이 수맥 탐지 봉을 여러 번 보았는데 오륜 사찰의 보물이 맞았습니다.”허순재는 망설이다 결국 나서기로 했다.“아까 김 회장님께서 망가뜨린 수맥 탐지 봉은 확실히 오륜 사찰의 보물이 맞습니다. 잘못 보셔서 실수로 망가뜨린 거라면 제가 대신 배상해 드리죠. 이 기회를 빌어 다 같이 친구로 지내는 거 어떨까요?”김예훈은 바닥에 남은 일부 조각을 주으면서 말했다.“선재 스님, 제가 본것이 맞다면 이 수맥 탐지 봉은 소문으로만 듣던 얼음 형 옥석으로 만들어진 거 맞죠?”선재 스님이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얼음 형 옥석을 알아보시다니 안목이 높으시네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얼음 형 옥석이 얼마나 귀한 건지 알고 있지만 이 수맥 탐지 봉은 그만큼 귀한 물건은 아니에요. 어디서 온 물건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중에 음기가 가
“유주야, 너무 속상해하지 마. 잘못했으면 인정할 줄 알아야지. 다음부터 너무 흥분해하지 마.”여자 스님은 웃으면서 허유주를 위로해 주었다.허유주는 막무가내의 성격이긴 해도 여자 스님의 말은 잘 들었다.허순재는 더는 허유주를 혼내지 않고 웃으면서 김예훈에게 말했다.“김 회장님, 제가 자식 교육을 잘 하지 못해서 죄송해요.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마침 소개해 드릴게요. 이분은 오륜 사찰에 계시는 선재 스님이시고, 제 불효자식의 스승이기도 합니다. 유주도 오륜 사찰에서 수행하고 있거든요. 저희 허씨 가문에 일어난 일을 듣고 보러오신 겁니다. 선재 스님, 스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이분은 김 세자님이시자 김 회장님이신 진주·밀양의 귀인이기도 합니다.”허순재가 웃으면서 소개해 주자 김예훈이 먼저 예의 바르게 오른손을 내밀었다.“처음 뵙겠습니다.”하지만 김예훈은 손이 가까워지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오륜 사찰에 대해 익히 들은 적이 있었다. 200여 년 전에 지어진 오륜 사찰은 경기도 구역에서 무술의 성지로 불리고 있다.오륜 사찰에서 가장 유명한 영춘권은 그야말로 천하무적이었다.‘오륜 사찰 스님이라니. 글쎄 포스가 일반인들과 다르다 했어.’“김 세자님, 안녕하세요.”선재 스님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면서 오른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김예훈에 대한 첫인상이 안 좋은지 굳이 오래 악수할 생각 없이 바로 손을 거뒀다.선재 스님은 도도한 표정으로 허순재를 쳐다보았다.“허씨 가문에 벌어진 일을 저희 성녀분께서 아시고 해결하라고 저를 보내셨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무슨 일때문에 하인들이 실종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다른 분들을 이만 보내시는 것이 어떠신지요.”허순재는 멈칫하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성녀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해주세요. 하인은 다 내보내긴 하겠는데 여러분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도록 보디가드 몇 분은 남겨둬도 괜찮지 않을까요?”선재 스님이 담담하게 말했다.“네. 쓸데없는 사람만 나가주시면 됩니다.”선재 스님은 일부러 김예훈을 힐끔 쳐다보았
“아까 김 회장님께서 아빠를 섬라 3대 마승의 손에서 구해주셨어. 그러고도 총으로 쏴 죽이고 싶어? 유주야, 담이 너무 커진 거 아니야? 세상 사람들이 우리 허씨 가문을 배은망덕하다고 수군거려야 속이 시원하겠어? 지금 당장 김 회장님께 사과해! 사과 안 하면 바로 집에서 쫓아낼 거야! 우리 허씨 가문에는 막무가내이자 상황 파악마저 못 하는 사람은 필요 없어!”허순재는 허유주가 김예훈한테 무례해서 많이 화난 모양이다.김예훈과 허순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고 있는 허준서 등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아버지가 왜 김예훈을 저렇게 감싸고 도는 거지?’허순재의 아내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은 의문에 빠지고 말았다. 김예훈에게 본때를 보여주려고 했는데 허순재가 가장 예뻐하는 허유주가 욕을 먹자 하나같이 고개 숙이고 차만 마실 뿐이다.허유주의 얼굴에는 분노가 사라지고 두려움이 밀려왔다.지금까지 허순재가 이 정도로 화를 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도포를 입은 여자 스님은 평온한 표정으로 일어서더니 허유주를 뒤에 숨기고는 웃으면서 말했다.“도박왕님, 유주도 흥분해서 해서는 안 될 말을 했을 것입니다. 열여덟 살짜리 여자아이가 무슨 나쁜 마음을 품고 있겠습니까. 이분이 바로 어제 한마디로 진주·밀양 용전 전주를 교체시킨 김 세자님이자 김 회장님이시겠네요? 배포가 넓으시다고 들었는데 이런 어린 여자아이가 한 말을 마음에 두진 않겠죠?”여자 스님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허유주를 힐끔 쳐다보면서 말했다.“유주야, 얼른 김 세자님께 사과해야지.”허유주는 눈가를 파르르 떨고 말았다. 내심 속으로 내키진 않았지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김 세자님, 죄송해요.”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허순재가 집안사람들을 교육하든, 허씨 가문이 이 기회를 빌어 허순재의 권력에 도전장을 내밀든, 김예훈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저 피도 안 마른 어린애가 앞에서 거들먹거려서 불쾌할 뿐이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
살짝 시간을 확인한 김예훈은 아직 여유가 있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도박왕님께서 초대하셨는데 말 나온 김에 오늘 바로 가서 확인하시죠.”“여기서 멀지 않아요. 제가 길을 안내해 드릴게요.”허순재는 차를 부르지 않고 고즈넉한 길로 안내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앞을 내다보았다. 이순간 허순재의 몸에서 왠지 모르게 검은 기운이 뿜이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혹은 살기라고 할까......별로 멀지 않았기 때문에 몇 분도 안 지나 바로 허씨 가문에 도착하게 되었다.앞장서는 허순재를 본 순간 문을 지키고 있던 보디가드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더니 공손하게 길을 비켜드렸다.“김 회장님, 안으로 들어가시죠. 허씨 가문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김 회장님께 달렸습니다.”...거실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앉아있었다.김예훈과 일면식이 있는 허성빈, 허도겸, 허준서 등 외에 기껏해 18살로 보이는 소녀가 앉아있었다.김예훈이 걸어들어오는 모습을 본 허씨 가문 3형제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그를 째려보고 있었다.18살짜리 소녀 역시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말했다.“네가 바로 우리 둘째 오빠의 손을 부러뜨리고, 셋째 오빠의 다리를 부러뜨린 것도 모자라 넷째 오빠 뺨까지 때린 김예훈이야?”이 사람은 딱 봐도 허씨 가문의 다섯째, 허유주로 보였다.그녀의 뒤에는 허준서의 약혼녀인 허영미도 서 있었다.아까 허유주의 귓가에 속삭이는 것을 보니 김예훈의 신분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허씨 가문 자녀들 외에 도포를 입고있어도 몸매가 좋아보이는, 얼굴까지 예쁜, 속세를 벗어난 것만 같은 여자 스님이 앉아있었다.허씨 가문 사람들은 그녀를 신처럼 모시듯이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다.김예훈은 허유주를 힐끔 쳐다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네. 제 이름은 김예훈이 맞습니다.”“이런 젠장!”김예훈이 신분을 인정하자 허유주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우리 허씨 가문을 건드린 것도 모자라 감히 우리 구역을 침범해? 저 자식을 그냥 총으로 쏴서 죽여버려
그야말로 올킬이었다!3대 마승은 김예훈 앞에서 마치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았다.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은 그대로 숨을 거두었고, 대마승도 곧 숨통이 끊어질 것만 같이 경련을 일으켰다.김예훈은 아까의 격투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것처럼 깔끔한 모습으로 담담하게 서 있었다.“김예훈! 죽여버릴 거야!”두 명의 동생이 자기 눈앞에서 죽어가는 걸 지켜본 대마승은 마지막 힘을 다해 총을 꺼내 김예훈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다.피융! 피융! 피융!하지만 그가 움직이기 전에 담담한 표정으로 한쪽에 서 있던 허순재가 갑자기 예술품과도 같은 총을 꺼내 대마승의 급소를 향해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그러고선 손수건을 꺼내 아무렇지않게 총을 닦았다.김예훈은 확장된 동공으로 대마승의 시체를 쳐다보았다.총알마다 완벽하게 대마승의 급소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대마승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라고 없었다.이런 사격술은 몇십 년 연습하지 않았다면 이루어 낼 수 없는 기술이었다.“도박왕님, 사격 솜씨가 장난이 아니네요.”김예훈은 허순재에게 경계심을 품으면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그러다 갑자기 굳이 자기가 나서지 않았어도 3대 마승은 허순재의 상대가 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밖에서 돌아다니는 소문에 의하면 허순재는 3개월도 버티지 못할 거라고 했는데 이게 웬걸.’그 사람들은 허순재에게 총을 맞아도 무슨 영문인지 모를 것이다.“도박왕님!”이때, 전신 무장한 보디가드들이 허순재가 습격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냉큼 달려왔다.사처에 깔린 수백 명의 보디가드를 보고 있자니 밀양에서는 허씨 가문이 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허순재는 담담한 표정으로 보디가드들더러 물러가라면서 김예훈의 곁으로 걸어갔다.“김 회장님, 역시 실력이 대단하시네요. 아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허순재는 옷에 피 한 방울조차 묻지 않은 김예훈을 보고도 표정 변화 하나 없었지만 그를 기피 대상 리스트에 추가하기로 마음먹었다.심지어 김예훈과 한편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쨕! 쨕!귀가 째질 듯한 거대한 뺨 소리가 울려 퍼지고, 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은 움찔도 잠시 저 멀리 바닥에 떨어졌을 때 퉁퉁 부어오른 얼굴로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김예훈은 뒤로 몇발짝 물러서면서 여력을 흡수시켰다.그 순간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대마승을 향해 발길질했다.퍽!김예훈의 발에 얼굴이 차인 대마승 역시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김예훈의 덤덤한 표정을 보고있던 허순재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물었다.“김 회장님, 괜찮으세요?”“괜찮아요. 섬라 마승이라고 해도 그냥 그렇네요, 뭐.”예전에 전쟁터에서 일당백으로 수백 명의 장병을 때려눕혔는데 이 세 명의 장병급 실력자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허순재 앞에서 진정한 실력을 숨기지만 않았다면 뺨 한 대로 아예 죽여버렸을 것이다.대마승은 얼굴을 감싸쥔 채 겨우 바닥에서 일어나면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너희들 괜찮아?”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도 얼굴을 감싸쥔 채 휘청거리면서 일어서다 일그러진 표정으로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비록 크게 다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움직일 수는 있었다.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이 세 명의 마승은 상상을 초월하는 김예훈의 실력에 표정이 심각해지고 말았다.‘이런 천재는 절대 내버려 둬서는 안 돼. 아니면 대한민국이 더욱더 강해질 수밖에 없어.’섬라는 대한민국에 총사령관급 실력자가 존재하기를 절대 바라지 않았다.“대마승, 실력이 그냥 그 정도라면 너무 실망인데?”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앞으로 걸어갔다.“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아예 너희 셋이 동시에 붙어.”“죽여버려!”대마승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명령했다.“속전속결로 죽여버려!”이때, 세 명의 마승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자신의 도사 지팡이를 챙겼다.“황금 삼각 법진!”세 명의 마승은 동시에 하늘로 솟더니 김예훈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세 자루의 도사 지팡이를 교차하면 무신 급 실력자를 진압할 수 있는 일격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황금 삼각 법진을 알아본 허순재는 표정이 확 변하고 말았다.
“널 죽이지 못할 거라고?”대마승은 허순재의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들렸다.“너를 죽일만한 기회를 엿보기 위해 보름 동안 미행했어. 점까지 쳐봤는데 오늘이 바로 네가 죽는 날이더라고.”둘째 마승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허순재, 걱정하지 마. 널 죽이고 나서 너의 아들들도 같이 보내줄게. 딸만 살려둬서 그 딸이 나중에 허씨 가문을 물려받으면 우리 섬라 왕자님께 시집와야 할 거야. 허씨 가문이 동의하든 말든 그때 가서는 모든 재산이 우리 섬라의 것이 되겠지. 이건 법에 어긋나는 일도 아니잖아. 아무도 우리를 말리지 못해.”셋째 마승도 피식 웃었다.“오늘은 무조건 죽어야겠어. 그런데 걱정하지 마. 내년의 오늘, 딸한테 제사를 멋지게 차려달라고 할게. 김예훈도 살아서 이곳을 나갈 생각하지 마. 우리 큰형님을 상대할 순 있어도 우리 셋을 동시에 막지는 못할 거야. 우리 섬라의 비밀을 알아버렸으니 오늘 무조건 죽어야겠어!”김예훈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제야 왜 황금 삼각지대에 깡패가 무리 지어 다니고, 또 동남 해역에 해적이 많았던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동남 해역의 제1 강국이라는 섬라의 능력이 이정도밖에 되지 않다니.’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내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냥 셋이 같이 덮쳐. 너희들을 해결하고 도박왕님을 위해 풍수도 봐 드려야 하거든.”“이 자식이!”“너부터 죽여야겠어!”“그리고 허순재 너도 도망가지 못해!”대마승은 콧방귀를 뀌더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시간을 지체해봤자 보디가드들이 와서 널 도와주지 못할 거야. 우리 제자들이 이미 그들을 상대하고 있거든. 이곳에 오려면 반 시간은 걸릴 거야. 그러니까 오늘 너희 둘은 죽을 수밖에 없어! 얘들아! 다 같이 덤벼!”3대 마승은 거의 동시에 앞으로 덮쳤다.이때, 우르릉 쾅쾅 천둥·번개가 치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3대 마승은 어느샌가 김예훈 앞에 나타나 그의 길을 막기 위해 진법을 세워놨다.기세등등한 3대 마승과는 달리 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앞으로 한 발짝 다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