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군은 잔뜩 상기된 표정이었다. 자신의 작은 딸이 김세자의 눈에 들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부부는 이미 신이 나서 며칠이나 밤을 새웠다.만약... 큰 딸이 복세자의 눈에 들 수만 있다면 김예훈을 치워버리고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두 명의 세자가 전부 사위가 된다는 것은 무한한 영관이었다. 때가 되면 이 세상의 모든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아직은 복세자보다 복현이 더 정민아를 마음이 들어 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복세자가 결국 정민아를 선택하지 않는다고 해도 복현 만으로도 충분히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었다.이런 생각을 하며 정군은 애써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는 복현과 얘기를 나누며 그가 집안에서의 지위를 알아내려고 했다.예비 사위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기에 그들은 쉴 틈 없이 얘기를 나눴다.반면 김예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예훈은 위화감이 느껴져서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봤다.이 모든 일이 다 너무 이상한 시기에 벌어졌다. 복현은 하필이면 정민아의 생일날에 마치 일부러 귀찮은 일이라도 당하고 싶은 것처럼 우연히 나타났다.이게 과연 우연인지 누군가의 계략인지는 심사숙고가 필요했다.'혹시 김청미가 꾸민 짓인가? 아니면 김병욱?'김예훈은 더 이상 두 사람을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김씨 가문의 사람이 진짜 복씨 가문을 조종했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재미있는 일이었다.최근 몇 년 간 복씨 가문의 발전 속도는 김씨 가문을 거의 따라잡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복씨 가문이 10년 안에 성남시에서 두 번째로 강한 가문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복씨 가문이 김씨 가문의 도움을 받아서 이 정도까지 발전할 수 있었다는 추측 또한 있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추측이었고 김예훈은 쉽사리 믿을 생각이 없었다.김예훈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정지용도 입을 다물고 있자 복현은 연설을 하는 것처럼 혼자 말을 했다."제가 복씨 가문의 세자는 아니지만 10여 개의 기업을 관리하고 있고 그 범위도 아주
"또 뭐야?"사람들은 몸을 돌려 김예훈을 바라봤다.김예훈은 정민아에게 말했다."민아야, 생일 파티 장소라면 내가 이미 예약했어. 그러니까 나랑 같이 그쪽으로 가자."이 말을 들은 임은숙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흥! 네가 예약했으면 뭐? W 호텔에 한 테이블 당 2천만 원씩 하는 곳이랑 네가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아?"복현은 김예훈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우아한 표정으로 말했다."이제 와서 다른 곳으로 가는 건 좀 아닌 것 같네요. 제가 예약한 곳이 워낙 비싼 곳이라 안 가면 손해가 너무 크거든요. 그쪽의 손해는 제가 부담할게요. 괜찮죠?"지갑에서 돈다발을 꺼낸 복현은 대충 바닥에 뿌렸다.그 모습을 본 김예훈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만약 제 손해가 훨씬 더 크다면요?""어디에 예약했는데요? 저는 W 호텔의 1번 룸을 예약했어요. 최저 소비 금액은 3천만 원이라고 하더라고요."복현은 김예훈의 대답이 꽤나 궁금했다.사람들도 마찬가지로 궁금한지 김예훈을 바라보고 있었다."저는 성남 타워의 회전 레스토랑을 예약했어요."김예훈이 답했다."뭐라고요? 회전 레스토랑은 한 달 일찍 예약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언제 예약했어요? 성남에 금방 돌아왔다고 하지 않았어요?"복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사실 그도 회전 레스토랑을 예약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오늘 빈자리가 없다는 통보를 받고 말았다."회전 레스토랑에서는 몇 천만 원은 기본이고 몇 억 원씩 쓰는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 네가 그런 곳을 예약했다고?정지용은 의심하는 표정으로 물었다.복현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잘못 알고 예약한 거 아니에요? 성남의 회전 레스토랑은 당신 같은 사람이 예약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몇 테이블을 예약했는데요?""레스토랑 전체를 예약했어요."김예훈은 덤덤하게 말했다."하하하하!"김예훈이 말을 끝내자마자 사람들은 폭소를 하기 시작했다.특히 정지용이 신랄하게 비웃었다."제가 아무래도 잘못 들은 것 같아서 말이에요. 그쪽이 회전 레스토랑을 예약했다고요?
"맞아요. 회전 레스토랑을 예약했다는 데 구경하지 않을 수 없죠. 다 같이 가서 구경이나 해봐요."정지용의 목적은 복현을 도와 정민아의 마음을 훔치는 것이었기에 김예훈에게 망신을 줄 수 있는 기회를 당연히 놓칠 리가 없었다.정지용과 복현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재미있는 이벤트를 위해서라면 계획을 약간 트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정군과 임은숙은 딱히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복현이 고집하는 것을 보고 어쩔 수 없이 따라갔다. 복현은 우아하게 생기기는 했지만 엄청난 아우라를 갖고 있어서 그의 말을 따르지 않기는 아주 어려웠다.정민아는 마음이 심란하기만 했다. 그녀는 복현의 꼼수를 알아채지 못한 김예훈이 답답하기만 했다. 만약 다들 보는 앞에서 창피를 당하게 된다면 집안에서 쫓겨나는 것은 시간문제에 불과했다.만약 김예훈의 체면을 챙겨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그녀는 진작에 단단히 화를 냈을 것이다."아저씨랑 아주머니는 제 차를 타시고 주인공인 민아 누나는 벤츠를 타고 가요."정지용은 미소를 지으며 복현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결국 정지용은 정군 부부를, 복현은 정민아와 정소현을 데리고 가기로 했다."회전 레스토랑도 예약할 수 있는 분을 초라한 벤츠에 태우기는 미안하니 직접 가지 않을래요?"복현은 미소를 지으며 '팍' 소리 나게 차 문을 닫고 김예훈을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다."그래요, 직접 갈게요."김예훈은 덤덤하게 말하면서 정소현을 힐끔 봤다.정소현은 걱정하지 말라는 뜻으로 김예훈을 향해 윙크를 했다.두 대의 차가 전부 떠난 다음 김예훈은 서서히 몸을 돌려 아파트 2층의 복합 주택을 바라보며 말했다."스스로 나올래요? 아니면 저한테 끌려서 나올래요?"짝짝짝.경쾌한 박수 소리가 들려오고 정장을 입은 남자가 2층에서 걸어내려왔다. 훤칠한 인상의 남자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봤다."한낱 데릴사위를 상대하라는 말을 듣고 무슨 소리인가 했는데 제가 오해를 했네요..."상대는 미소를
김예훈은 웃음을 금치 못했다.성남시에서 그를 생매장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지만 다들 뒤에서 몰래 손을 쓰기만 했다.김병욱처럼 강한 사람도 정면 돌파를 한 적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럴 만한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하지만 오늘 찾아온 조폭 놈들은 감히 성남시에서 김예훈에게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해댔다.김예훈이 웃는 것을 보고 상대는 혀를 끌끌 찼다."관을 보기 전에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생각인가 보군요. 그럼 제가 자기소개를 할게요. 제 이름은 전상우라고 해요."김예훈은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들어본 적 없는 이름인데... 그렇게 유명하지는 않은가 봐요?"김예훈의 말을 들은 전상우는 눈빛이 싸늘해졌다. 그는 확실히 그다지 유명한 사람이 아니었다. 만약 유명한 사람이라면 이런 일을 하러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전상우는 자만심이 지나친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귀를 후비적거리면서 말했다. "그런 말을 못 들은 지 한참 지난 것 같네요. 저번에 그런 말을 한 사람은 어떻게 됐더라?"전상우의 뒤에 있던 부하가 말했다."혀를 잘라냈습니다, 형님.""들었죠? 이게 바로 저를 건드린 결과예요."전상우가 말했다."당신이 그래도 꽤나 재미있는 사람인 것 같으니 지금 제 바짓가랑이를 잡고 무릎을 꿇으면 용서해 줄게요.""저도 같은 생각이에요."김예훈이 말했다."시간 없으니까 얼른 무릎 꿇어요.""감히!"김예훈의 말을 들은 전상우는 화를 참지 못하고 피식 웃었다."데릴사위 주제에 간도 크네요!""저는 당신한테 기회를 주는 거예요."김예훈은 진지하게 말했다. 만약 시간이 있었더라면 그는 입 아프게 이런 말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하하하하... 죄송하지만 제가 도무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어서요. 유머 감각이 엄청나네요."전상우는 폭소를 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말을 하면 안 되죠. 데릴사위 주제에 잘난 척은 참 잘하네요. 죽음의 사자를 어떻게 쓰는지는 알아요?""형님, 길게 말할 것도 없이 바로 불구자로 만들어버리죠."
"저는 분명히 기회를 줬어요."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오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당당하기 그지없던 전상우가 저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었다.몸을 홱 돌린 그는 자신의 부하들이 이미 바닥에 쓰러진 채로 꼼짝 못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 저를 건드린다면 당신뿐만 아니라 정씨 일가도 큰 화를 당하게 될 거예요."전상우는 두려움에 떨었다. 하지만 경력 있는 조폭으로서 그는 아무리 무서워도 티를 내지 않고 덤덤하게 말했다."누가 보내서 왔는지나 알려줘요."김예훈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당신은 알 자격이 없어요!"김예훈은 머리를 끄덕이며 손아귀에 힘을 더했다.전상우는 강철에 목이 감겨서 점점 조여오는 것처럼 숨을 쉬기 어려줬다. 그는 눈에 띄게 긴장한 모습이었다.전상우는 김예훈이 독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지금 입을 열지 않는다면 진짜로 죽을 지도 몰랐다."이...... 일단 놔줘야 말을 하죠......"전상우는 힘들게 입을 열었다.손을 놓은 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전상우를 바라봤다.전상우는 자신의 목을 주무르며 약간 머뭇거리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겠어요. 하지만 저를 이곳으로 보낸 귀인을 알려고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알아봤자 좋을 게 없으니...""혹시 김씨 가문 사람인가요?"김예훈은 덤덤하게 말했다."김병욱? 아니면 김청미?""김씨 사걸?"전상우는 씁쓸한 말투로 말했다."제가 그 정도의 거물을 알고 지낼 자격은 없지만 제가 아는 귀인도 엄청난 분이시죠. 당신만 해결한다면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 됐어요."김예훈은 전상우의 휴대폰을 뺏어 한 번호에 통화를 연결했다."어떻게... 사람은 해결했어?"상대의 목소리는 아주 차가웠다. 그의 첫마디는 이 모든 것이 자신이 벌인 일임을 인정하는 꼴이었다.김예훈은 휴대폰을 뿌리치면서 피식 웃었다."김씨 가문 백운별원의 총관? 김병욱이 키우는 개 따위가 당신한테는 귀인이에요?"이렇
김예훈이 택시를 타고 성남 타워에 왔을 때 정민아 등은 이미 한참을 기다렸다.복현은 김예훈이 겁을 먹고 오지 않을 것이라며 정민아를 설득하고 있었다. 김예훈이 나타난 것을 보고 그는 눈에 띄게 당황했지만 금세 태연한 표정으로 돌아왔다.김예훈은 복현을 힐끔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정민아는 불안한 기색으로 정소현의 팔을 잡았다. 그녀의 몸은 약간 떨리고 있었다.정민아는 김예훈이 준비한 서프라이즈가 기대되는 한편 아무것도 없을 가봐 걱정되기도 했다. 그녀는 거품을 받아들일만한 자신이 없었다.김예훈을 발견한 정지용이 입을 열었다."방금 검색해 보니까 회전 레스토랑에서 예약을 성공하면 도금이 되어있는 회원 카드를 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카드를 통해 입장을 한대요."복현도 웃으면서 입을 보냈다."맞아. 해외에서 특별하게 수공으로 제작한 카드라 기념품으로도 쓰인대. 유명 스타나 인플루언서가 인터넷에 신분의 상징으로 올리기도 했지.""그렇군요!"정지용은 과장된 표정으로 김예훈을 보며 말했다."네가 레스토랑을 예약했다면 그 카드 좀 구경시켜 주면 안 돼?"정군도 따라서 말했다."그래, 나도 들은 적이 있다. 그 회원 카드 좀 꺼내 봐라."정민아는 점점 더 떨리기 시작했다.그녀는 불안한 마음에 휴대폰을 꺼내 검색했고 이곳이 진짜 한 달 일찍 예약을 하더라도 자리를 찾기 어려운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정씨 가문에 들어온 지 보름도 되지 않은 김예훈은 분명히 그럴 만한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회원 카드 또한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이제는 태연한 표정의 정소현도 약간 얼빠졌다. 왜냐하면 둘이 왔을 때는 회원 카드를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형부의 실력으로 그런 물건이 안 필요하지 않나?'임은숙의 목소리도 들려왔다."도대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있으면 얼른 꺼내고, 없으면 우리 시간을 낭비하지 마!"김예훈이 말했다."없어요. 제가 예약할 때는 카드 얘기를 하지 않던데요?""하하
사람들은 전용 엘리베이터에 올라 성남시 타워 회전 레스토랑이 있는 층으로 향했다.“딩동!”엘리베이터가 도착한 순간 정민아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정소현의 손을 잡고 식은땀을 흘렸다. “펑펑펑-”이내 행사용 불꽃이 흩날리기 시작했고 알록달록한 종이들이 쏟아져나왔다. “정민아 씨, 생일 축하드립니다...”종업원들은 엘리베이터 출구 양쪽에 서 있다가 손님들이 나오자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한편, 현장에는 전문 밴드가 연주를 하고 있었다.레스토랑에서는 특별히 프로젝터를 준비해 정민아의 각종 사진을 연속 재생하고 있었고 일부 사진에서는 김예훈의 모습도 보였다. 이건 정민아와 김예훈 두 사람 사이에 얼마 안 되는 추억들이다. 레스토랑에는 그들 말고는 다른 손님이 없었고 딱 봐도 정민아를 위해 꾸며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레스토랑으로 들어가 보니 테이블과 의자들은 싹 치워져있고 한 가운데 커다란 케이크와 우뚝 솟은 샴페인 타워만 보였다. “성남 타워 레스토랑에서 정민아 씨의 생일을 축하드립니다. 정민아 씨는 저희 레스토랑에서 생일 파티를 진행한 유일한 손님입니다. 저희 쪽에서 정민아 씨를 위해 골드 회원 카드를 준비했습니다. 받아주십시오!”“이건 저희 레스토랑의 첫 번째 골드 회원 카드이고 유일한 카드가 될 것입니다!”이내 레스토랑의 매니저가 공손하게 빨간 쟁반을 들고나오는데 그 위에는 정교한 카드 한 장이 놓여 있었다.순금으로 되어있는 카드에는 정민아의 이니셜“Z”자 형태로 다이아몬드가 박혀있었다. 정민아는 이 선물을 보면서 눈시울을 붉혔다.감동이었다.이보다 더 감동적인 일이 있을 수 있겠는가? 한편, 뒤에 있는 정소현은 이 광경을 보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행복한 언니를 보면서 기뻐해야 하는 게 아닌가?근데 왜 마음이 아픈지 모르겠다.한편 복현과 정지용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굳어져 버렸다.이건 그들이 예상을 완전 빗겨갔다, 그리고 정민아가 만약 W 호텔을 가지 않으면 그들의 계획들이 틀어지게 될 것이다.“민아야, 앞으로
복현은 지금 분노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번에 정민아를 얻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고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큰 대가를 치렀다.게다가 이건 그조차도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 당부한 일이었다. 만약 이 일을 해내지 못한다면 결과는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순간, 복현은 정지용을 때려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만약 정지용의 제보가 틀리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난감한 상황에 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차라리 정민아를 데리고 W 호텔로 갔다면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었을 것이다.“지금 봐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정지용은 땀을 뻘뻘 흘렸다. 복현한테 만족스러운 대답을 하지 못한다면 그의 덕을 보기는커녕 당장 죽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대략 10분쯤 지나, 정지용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김예훈, 너 같은 찌질한 놈이 운이 있을 줄은 몰랐네!”다들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려 정지용을 쳐다보았다. 정지용은 계속하여 말했다. “역시 레스토랑 주인이 바뀐 거였어. 새 주인은 첫 번째로 레스토랑에 의견을 제기한 사람한테 하루 동안 무료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거야.”“네가 이렇게 운이 좋을 줄은 몰랐어. 이런 좋은 일을 다 겪다니.”“앞으로도 매년 이렇게 운이 좋아야 민아 누나를 위해 생일 이벤트를 할 수 있을 텐데 말이야!”정지용은 웃으면서 말했다. 겉으로 보이기에는 축하의 말 같지만 사실은 김예훈을 조롱하고 있는 것이었다. 돈도 없이 와이프 생일 파티를 진행할 수 있었던 건 다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복현도 웃음을 보였다. 만약 김예훈이 돈이 많거나 빽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한테도 머리 아픈 일이었다. 김예훈은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인데 뭐가 두려울 게 있겠는가?오늘이 아니더라도 정민아를 얻을 기회는 많다.정민아는 다른 사람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며 말했다. “어찌 됐든 나 오늘 너무 기뻐. 감동했어.”김예훈은 아무 변명도 하지 않은 채 웃기만 했다. 어떤 일은 그가 지금 설명한다 하더라도
김예훈이 입을 벌리기도 전에 허유주가 먼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김 세자님, 어떻게 된 일이에요? 선재 스님이 제 편을 들어줬다고 불만을 품고 오륜 사찰의 보물을 깨트린 거예요? 화를 내시려면 저한테 내시지, 왜 선재 스님한테 화풀이하는 거예요?”“이 수맥 탐지 봉에 문제가 있어서요.”김예훈은 평온한 표정으로 허유주를 힐끔 쳐다보면서 말했다.“수맥 탐지 봉의 질량에 문제가 있다고 할까요?”“김 세자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표정이 어두워진 선재 스님은 말투마저 상냥하지 않았다.“근 200년 동안 물려받은 저희 오륜 사찰의 수맥 탐지 봉은 천년에 한번 볼까 말까한 보물이라고요. 풍수를 볼 때마다 이 수맥 탐지 봉을 사용했고, 이것으로 저희 오륜 사찰에서 얼마나 많은 문제를 해결했는데요. 그런데 질량에 문제가 있다고요? 어디 제대로 말씀해 보시죠!”허유주는 자기 체면을 세워주지 않아 잔뜩 화가 난 생태인데 김예훈이 수맥 탐지 봉마저 망가뜨렸으니 더는 그 화를 참을 수 없었다.“김 도련님, 비록 오륜 사찰이 무술의 성지이긴 하지만 의술이나 풍수, 관상 방면에서도 일반적인 풍수 대가나 의사보다는 훨씬 뛰어납니다. 저도 이 수맥 탐지 봉을 여러 번 보았는데 오륜 사찰의 보물이 맞았습니다.”허순재는 망설이다 결국 나서기로 했다.“아까 김 회장님께서 망가뜨린 수맥 탐지 봉은 확실히 오륜 사찰의 보물이 맞습니다. 잘못 보셔서 실수로 망가뜨린 거라면 제가 대신 배상해 드리죠. 이 기회를 빌어 다 같이 친구로 지내는 거 어떨까요?”김예훈은 바닥에 남은 일부 조각을 주으면서 말했다.“선재 스님, 제가 본것이 맞다면 이 수맥 탐지 봉은 소문으로만 듣던 얼음 형 옥석으로 만들어진 거 맞죠?”선재 스님이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얼음 형 옥석을 알아보시다니 안목이 높으시네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얼음 형 옥석이 얼마나 귀한 건지 알고 있지만 이 수맥 탐지 봉은 그만큼 귀한 물건은 아니에요. 어디서 온 물건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중에 음기가 가
“유주야, 너무 속상해하지 마. 잘못했으면 인정할 줄 알아야지. 다음부터 너무 흥분해하지 마.”여자 스님은 웃으면서 허유주를 위로해 주었다.허유주는 막무가내의 성격이긴 해도 여자 스님의 말은 잘 들었다.허순재는 더는 허유주를 혼내지 않고 웃으면서 김예훈에게 말했다.“김 회장님, 제가 자식 교육을 잘 하지 못해서 죄송해요.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마침 소개해 드릴게요. 이분은 오륜 사찰에 계시는 선재 스님이시고, 제 불효자식의 스승이기도 합니다. 유주도 오륜 사찰에서 수행하고 있거든요. 저희 허씨 가문에 일어난 일을 듣고 보러오신 겁니다. 선재 스님, 스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이분은 김 세자님이시자 김 회장님이신 진주·밀양의 귀인이기도 합니다.”허순재가 웃으면서 소개해 주자 김예훈이 먼저 예의 바르게 오른손을 내밀었다.“처음 뵙겠습니다.”하지만 김예훈은 손이 가까워지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오륜 사찰에 대해 익히 들은 적이 있었다. 200여 년 전에 지어진 오륜 사찰은 경기도 구역에서 무술의 성지로 불리고 있다.오륜 사찰에서 가장 유명한 영춘권은 그야말로 천하무적이었다.‘오륜 사찰 스님이라니. 글쎄 포스가 일반인들과 다르다 했어.’“김 세자님, 안녕하세요.”선재 스님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면서 오른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김예훈에 대한 첫인상이 안 좋은지 굳이 오래 악수할 생각 없이 바로 손을 거뒀다.선재 스님은 도도한 표정으로 허순재를 쳐다보았다.“허씨 가문에 벌어진 일을 저희 성녀분께서 아시고 해결하라고 저를 보내셨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무슨 일때문에 하인들이 실종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다른 분들을 이만 보내시는 것이 어떠신지요.”허순재는 멈칫하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성녀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해주세요. 하인은 다 내보내긴 하겠는데 여러분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도록 보디가드 몇 분은 남겨둬도 괜찮지 않을까요?”선재 스님이 담담하게 말했다.“네. 쓸데없는 사람만 나가주시면 됩니다.”선재 스님은 일부러 김예훈을 힐끔 쳐다보았
“아까 김 회장님께서 아빠를 섬라 3대 마승의 손에서 구해주셨어. 그러고도 총으로 쏴 죽이고 싶어? 유주야, 담이 너무 커진 거 아니야? 세상 사람들이 우리 허씨 가문을 배은망덕하다고 수군거려야 속이 시원하겠어? 지금 당장 김 회장님께 사과해! 사과 안 하면 바로 집에서 쫓아낼 거야! 우리 허씨 가문에는 막무가내이자 상황 파악마저 못 하는 사람은 필요 없어!”허순재는 허유주가 김예훈한테 무례해서 많이 화난 모양이다.김예훈과 허순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고 있는 허준서 등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아버지가 왜 김예훈을 저렇게 감싸고 도는 거지?’허순재의 아내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은 의문에 빠지고 말았다. 김예훈에게 본때를 보여주려고 했는데 허순재가 가장 예뻐하는 허유주가 욕을 먹자 하나같이 고개 숙이고 차만 마실 뿐이다.허유주의 얼굴에는 분노가 사라지고 두려움이 밀려왔다.지금까지 허순재가 이 정도로 화를 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도포를 입은 여자 스님은 평온한 표정으로 일어서더니 허유주를 뒤에 숨기고는 웃으면서 말했다.“도박왕님, 유주도 흥분해서 해서는 안 될 말을 했을 것입니다. 열여덟 살짜리 여자아이가 무슨 나쁜 마음을 품고 있겠습니까. 이분이 바로 어제 한마디로 진주·밀양 용전 전주를 교체시킨 김 세자님이자 김 회장님이시겠네요? 배포가 넓으시다고 들었는데 이런 어린 여자아이가 한 말을 마음에 두진 않겠죠?”여자 스님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허유주를 힐끔 쳐다보면서 말했다.“유주야, 얼른 김 세자님께 사과해야지.”허유주는 눈가를 파르르 떨고 말았다. 내심 속으로 내키진 않았지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김 세자님, 죄송해요.”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허순재가 집안사람들을 교육하든, 허씨 가문이 이 기회를 빌어 허순재의 권력에 도전장을 내밀든, 김예훈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저 피도 안 마른 어린애가 앞에서 거들먹거려서 불쾌할 뿐이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
살짝 시간을 확인한 김예훈은 아직 여유가 있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도박왕님께서 초대하셨는데 말 나온 김에 오늘 바로 가서 확인하시죠.”“여기서 멀지 않아요. 제가 길을 안내해 드릴게요.”허순재는 차를 부르지 않고 고즈넉한 길로 안내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앞을 내다보았다. 이순간 허순재의 몸에서 왠지 모르게 검은 기운이 뿜이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혹은 살기라고 할까......별로 멀지 않았기 때문에 몇 분도 안 지나 바로 허씨 가문에 도착하게 되었다.앞장서는 허순재를 본 순간 문을 지키고 있던 보디가드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더니 공손하게 길을 비켜드렸다.“김 회장님, 안으로 들어가시죠. 허씨 가문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김 회장님께 달렸습니다.”...거실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앉아있었다.김예훈과 일면식이 있는 허성빈, 허도겸, 허준서 등 외에 기껏해 18살로 보이는 소녀가 앉아있었다.김예훈이 걸어들어오는 모습을 본 허씨 가문 3형제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그를 째려보고 있었다.18살짜리 소녀 역시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말했다.“네가 바로 우리 둘째 오빠의 손을 부러뜨리고, 셋째 오빠의 다리를 부러뜨린 것도 모자라 넷째 오빠 뺨까지 때린 김예훈이야?”이 사람은 딱 봐도 허씨 가문의 다섯째, 허유주로 보였다.그녀의 뒤에는 허준서의 약혼녀인 허영미도 서 있었다.아까 허유주의 귓가에 속삭이는 것을 보니 김예훈의 신분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허씨 가문 자녀들 외에 도포를 입고있어도 몸매가 좋아보이는, 얼굴까지 예쁜, 속세를 벗어난 것만 같은 여자 스님이 앉아있었다.허씨 가문 사람들은 그녀를 신처럼 모시듯이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다.김예훈은 허유주를 힐끔 쳐다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네. 제 이름은 김예훈이 맞습니다.”“이런 젠장!”김예훈이 신분을 인정하자 허유주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우리 허씨 가문을 건드린 것도 모자라 감히 우리 구역을 침범해? 저 자식을 그냥 총으로 쏴서 죽여버려
그야말로 올킬이었다!3대 마승은 김예훈 앞에서 마치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았다.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은 그대로 숨을 거두었고, 대마승도 곧 숨통이 끊어질 것만 같이 경련을 일으켰다.김예훈은 아까의 격투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것처럼 깔끔한 모습으로 담담하게 서 있었다.“김예훈! 죽여버릴 거야!”두 명의 동생이 자기 눈앞에서 죽어가는 걸 지켜본 대마승은 마지막 힘을 다해 총을 꺼내 김예훈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다.피융! 피융! 피융!하지만 그가 움직이기 전에 담담한 표정으로 한쪽에 서 있던 허순재가 갑자기 예술품과도 같은 총을 꺼내 대마승의 급소를 향해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그러고선 손수건을 꺼내 아무렇지않게 총을 닦았다.김예훈은 확장된 동공으로 대마승의 시체를 쳐다보았다.총알마다 완벽하게 대마승의 급소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대마승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라고 없었다.이런 사격술은 몇십 년 연습하지 않았다면 이루어 낼 수 없는 기술이었다.“도박왕님, 사격 솜씨가 장난이 아니네요.”김예훈은 허순재에게 경계심을 품으면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그러다 갑자기 굳이 자기가 나서지 않았어도 3대 마승은 허순재의 상대가 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밖에서 돌아다니는 소문에 의하면 허순재는 3개월도 버티지 못할 거라고 했는데 이게 웬걸.’그 사람들은 허순재에게 총을 맞아도 무슨 영문인지 모를 것이다.“도박왕님!”이때, 전신 무장한 보디가드들이 허순재가 습격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냉큼 달려왔다.사처에 깔린 수백 명의 보디가드를 보고 있자니 밀양에서는 허씨 가문이 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허순재는 담담한 표정으로 보디가드들더러 물러가라면서 김예훈의 곁으로 걸어갔다.“김 회장님, 역시 실력이 대단하시네요. 아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허순재는 옷에 피 한 방울조차 묻지 않은 김예훈을 보고도 표정 변화 하나 없었지만 그를 기피 대상 리스트에 추가하기로 마음먹었다.심지어 김예훈과 한편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쨕! 쨕!귀가 째질 듯한 거대한 뺨 소리가 울려 퍼지고, 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은 움찔도 잠시 저 멀리 바닥에 떨어졌을 때 퉁퉁 부어오른 얼굴로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김예훈은 뒤로 몇발짝 물러서면서 여력을 흡수시켰다.그 순간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대마승을 향해 발길질했다.퍽!김예훈의 발에 얼굴이 차인 대마승 역시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김예훈의 덤덤한 표정을 보고있던 허순재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물었다.“김 회장님, 괜찮으세요?”“괜찮아요. 섬라 마승이라고 해도 그냥 그렇네요, 뭐.”예전에 전쟁터에서 일당백으로 수백 명의 장병을 때려눕혔는데 이 세 명의 장병급 실력자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허순재 앞에서 진정한 실력을 숨기지만 않았다면 뺨 한 대로 아예 죽여버렸을 것이다.대마승은 얼굴을 감싸쥔 채 겨우 바닥에서 일어나면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너희들 괜찮아?”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도 얼굴을 감싸쥔 채 휘청거리면서 일어서다 일그러진 표정으로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비록 크게 다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움직일 수는 있었다.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이 세 명의 마승은 상상을 초월하는 김예훈의 실력에 표정이 심각해지고 말았다.‘이런 천재는 절대 내버려 둬서는 안 돼. 아니면 대한민국이 더욱더 강해질 수밖에 없어.’섬라는 대한민국에 총사령관급 실력자가 존재하기를 절대 바라지 않았다.“대마승, 실력이 그냥 그 정도라면 너무 실망인데?”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앞으로 걸어갔다.“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아예 너희 셋이 동시에 붙어.”“죽여버려!”대마승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명령했다.“속전속결로 죽여버려!”이때, 세 명의 마승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자신의 도사 지팡이를 챙겼다.“황금 삼각 법진!”세 명의 마승은 동시에 하늘로 솟더니 김예훈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세 자루의 도사 지팡이를 교차하면 무신 급 실력자를 진압할 수 있는 일격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황금 삼각 법진을 알아본 허순재는 표정이 확 변하고 말았다.
“널 죽이지 못할 거라고?”대마승은 허순재의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들렸다.“너를 죽일만한 기회를 엿보기 위해 보름 동안 미행했어. 점까지 쳐봤는데 오늘이 바로 네가 죽는 날이더라고.”둘째 마승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허순재, 걱정하지 마. 널 죽이고 나서 너의 아들들도 같이 보내줄게. 딸만 살려둬서 그 딸이 나중에 허씨 가문을 물려받으면 우리 섬라 왕자님께 시집와야 할 거야. 허씨 가문이 동의하든 말든 그때 가서는 모든 재산이 우리 섬라의 것이 되겠지. 이건 법에 어긋나는 일도 아니잖아. 아무도 우리를 말리지 못해.”셋째 마승도 피식 웃었다.“오늘은 무조건 죽어야겠어. 그런데 걱정하지 마. 내년의 오늘, 딸한테 제사를 멋지게 차려달라고 할게. 김예훈도 살아서 이곳을 나갈 생각하지 마. 우리 큰형님을 상대할 순 있어도 우리 셋을 동시에 막지는 못할 거야. 우리 섬라의 비밀을 알아버렸으니 오늘 무조건 죽어야겠어!”김예훈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제야 왜 황금 삼각지대에 깡패가 무리 지어 다니고, 또 동남 해역에 해적이 많았던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동남 해역의 제1 강국이라는 섬라의 능력이 이정도밖에 되지 않다니.’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내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냥 셋이 같이 덮쳐. 너희들을 해결하고 도박왕님을 위해 풍수도 봐 드려야 하거든.”“이 자식이!”“너부터 죽여야겠어!”“그리고 허순재 너도 도망가지 못해!”대마승은 콧방귀를 뀌더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시간을 지체해봤자 보디가드들이 와서 널 도와주지 못할 거야. 우리 제자들이 이미 그들을 상대하고 있거든. 이곳에 오려면 반 시간은 걸릴 거야. 그러니까 오늘 너희 둘은 죽을 수밖에 없어! 얘들아! 다 같이 덤벼!”3대 마승은 거의 동시에 앞으로 덮쳤다.이때, 우르릉 쾅쾅 천둥·번개가 치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3대 마승은 어느샌가 김예훈 앞에 나타나 그의 길을 막기 위해 진법을 세워놨다.기세등등한 3대 마승과는 달리 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앞으로 한 발짝 다가가
“그래서 오늘 우리 위대한 섬라를 위하여! 위대한 섬라왕을 위하여 너랑 허순재는 죽어야겠어!”대마승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정의로운 말투로 말했다.김예훈은 휴지를 바닥에 툭 던지고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말했다.“한 명씩 달려들 거야? 아니면 세 명이 동시에 달려들 거야?”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허순재는 이미 김예훈의 실력을 예상했기 때문에 전혀 놀라운 표정이 아니었다.부산 용문당 회장이 된 것만 봐도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허순재가 마승을 쳐다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김 회장님이 어느 정도로 대단한 분이신지 알겠지? 그러니까 그냥 보내는 것이 좋을거야. 나를 죽이는 것이 너희들 주요 목적이 아니었어? 굳이 다른 사람한테 힘 뺄 필요는 없지 않아?”“꺼져!”허순재의 청산유수에 마승은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허순재, 무슨 자격으로 우리를 가르치려고 드는 거야. 네가 한 번이고 두 번이고 우리 섬라왕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았다면 우리 섬라에서도 대단한 젊은이들을 만들어 냈다고. 그러면 우리 셋이 굳이 나설 필요도 없이 섬라는 세계 강국 중의 하나로 거듭났겠지. 그런데 네가 감히 우리를 무시해? 이런 제기랄!”대마승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나머지 두 마승의 표정도 어두워지고 말았다.섬라는 동남 해역의 강국 중의 하나이긴 하지만 그냥 이 정도의 범위에서만 왕 노릇을 할 수 있었다.젊은 인재를 배양해 낼 자금도 부족해서 도박왕 허순재에게까지 손 벌릴 정도였으니 말이다.허순재는 한때 도박왕인 만큼 재산이 어마어마했다.이들은 도박왕 같은 사람은 무조건 섬라를 모시고 헌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밀양도 동남 해역 범위에 있었기 때문에 밀양의 돈은 섬라의 돈과도 같다고 생각할 정도였다.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에 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정정당당하게 강도질하는 사람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이때 김예훈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허순재를 힐끔 쳐다보았다.“섬라왕이 도박왕님과 손잡는 전제 조건이 무엇인지 혹시 여쭤봐도 될까요? 너무 궁금해서요.”허순재
마승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김예훈은 또 한 번 앞으로 튕겨 나가면서 그의 뺨을 때리려고 손바닥을 내밀었다.깜짝 놀란 마승은 피해 보려고 했지만 차마 법장을 들어 올릴 새도 없이 주먹을 내밀뿐이다.퍽!손바닥과 주먹은 마치 망치가 서로 맞닿은 듯이 거대한 소리와 함께 눈 부신 스파크를 일으켰다.빠직!살짝 뼈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마승은 표정이 확 바뀌더니 손에 쥐고 있던 법장을 내려놓고 두 손으로 김예훈의 공격을 막아보려고 했다.파바박!하지만 아무런 쓸모도 없었다. 김예훈은 여전히 어마어마한 기세로 마승의 오른쪽 뺨을 노렸다.샤샤샥!마승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발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그림자도 쫓아 못 오는 김예훈의 스피드보다는 빠르지 못했다.그는 어떻게든 마승의 얼굴을 때릴 작정이었다.쨕!또 한 번 뺨 소리가 들려오더니 마승은 공중에서 머무르다 바닥에 떨어진 순간, 얼굴이 돼지머리처럼 퉁퉁 부어올랐다.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지고 말았다.첫 번째 뺨은 피습이라면 두번째 뺨은 진정한 실력을 보여준 것이다.“재밌군. 섬라 마승이 장병급 실력을 갖추고 있다니. 좀만 더 연마하면 무신 급이 되겠어.”김예훈은 휴지로 손바닥을 닦았다.“그런데 이깟 실력으로 자칭 마승이라고 하는 거야? 무슨 염치로? 우물 안의 개구리라 이 세상에서 제일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거야?”“너!”김예훈에게 손가락질하던 마승은 화가 치밀어오른 나머지 피를 토해냈다.섬라 3대 마승은 최근 몇 년 동안 동남 해역을 헤집고 다니면서 천하무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들 체면을 지켜주었다.3대 마승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이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김예훈한테는 그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이순간 3대 마승은 김예훈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싶은 심정이었다.지금까지 이렇게 짓밟힌 적도, 무시를 당했던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3대 마승은 진지한 표정으로 서로 쳐다볼 뿐이다.섬라왕 특유의 전통 무술을 연마한 이 세 명은 누구나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