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이 택시를 타고 성남 타워에 왔을 때 정민아 등은 이미 한참을 기다렸다.복현은 김예훈이 겁을 먹고 오지 않을 것이라며 정민아를 설득하고 있었다. 김예훈이 나타난 것을 보고 그는 눈에 띄게 당황했지만 금세 태연한 표정으로 돌아왔다.김예훈은 복현을 힐끔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정민아는 불안한 기색으로 정소현의 팔을 잡았다. 그녀의 몸은 약간 떨리고 있었다.정민아는 김예훈이 준비한 서프라이즈가 기대되는 한편 아무것도 없을 가봐 걱정되기도 했다. 그녀는 거품을 받아들일만한 자신이 없었다.김예훈을 발견한 정지용이 입을 열었다."방금 검색해 보니까 회전 레스토랑에서 예약을 성공하면 도금이 되어있는 회원 카드를 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카드를 통해 입장을 한대요."복현도 웃으면서 입을 보냈다."맞아. 해외에서 특별하게 수공으로 제작한 카드라 기념품으로도 쓰인대. 유명 스타나 인플루언서가 인터넷에 신분의 상징으로 올리기도 했지.""그렇군요!"정지용은 과장된 표정으로 김예훈을 보며 말했다."네가 레스토랑을 예약했다면 그 카드 좀 구경시켜 주면 안 돼?"정군도 따라서 말했다."그래, 나도 들은 적이 있다. 그 회원 카드 좀 꺼내 봐라."정민아는 점점 더 떨리기 시작했다.그녀는 불안한 마음에 휴대폰을 꺼내 검색했고 이곳이 진짜 한 달 일찍 예약을 하더라도 자리를 찾기 어려운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정씨 가문에 들어온 지 보름도 되지 않은 김예훈은 분명히 그럴 만한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회원 카드 또한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이제는 태연한 표정의 정소현도 약간 얼빠졌다. 왜냐하면 둘이 왔을 때는 회원 카드를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형부의 실력으로 그런 물건이 안 필요하지 않나?'임은숙의 목소리도 들려왔다."도대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있으면 얼른 꺼내고, 없으면 우리 시간을 낭비하지 마!"김예훈이 말했다."없어요. 제가 예약할 때는 카드 얘기를 하지 않던데요?""하하
사람들은 전용 엘리베이터에 올라 성남시 타워 회전 레스토랑이 있는 층으로 향했다.“딩동!”엘리베이터가 도착한 순간 정민아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정소현의 손을 잡고 식은땀을 흘렸다. “펑펑펑-”이내 행사용 불꽃이 흩날리기 시작했고 알록달록한 종이들이 쏟아져나왔다. “정민아 씨, 생일 축하드립니다...”종업원들은 엘리베이터 출구 양쪽에 서 있다가 손님들이 나오자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한편, 현장에는 전문 밴드가 연주를 하고 있었다.레스토랑에서는 특별히 프로젝터를 준비해 정민아의 각종 사진을 연속 재생하고 있었고 일부 사진에서는 김예훈의 모습도 보였다. 이건 정민아와 김예훈 두 사람 사이에 얼마 안 되는 추억들이다. 레스토랑에는 그들 말고는 다른 손님이 없었고 딱 봐도 정민아를 위해 꾸며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레스토랑으로 들어가 보니 테이블과 의자들은 싹 치워져있고 한 가운데 커다란 케이크와 우뚝 솟은 샴페인 타워만 보였다. “성남 타워 레스토랑에서 정민아 씨의 생일을 축하드립니다. 정민아 씨는 저희 레스토랑에서 생일 파티를 진행한 유일한 손님입니다. 저희 쪽에서 정민아 씨를 위해 골드 회원 카드를 준비했습니다. 받아주십시오!”“이건 저희 레스토랑의 첫 번째 골드 회원 카드이고 유일한 카드가 될 것입니다!”이내 레스토랑의 매니저가 공손하게 빨간 쟁반을 들고나오는데 그 위에는 정교한 카드 한 장이 놓여 있었다.순금으로 되어있는 카드에는 정민아의 이니셜“Z”자 형태로 다이아몬드가 박혀있었다. 정민아는 이 선물을 보면서 눈시울을 붉혔다.감동이었다.이보다 더 감동적인 일이 있을 수 있겠는가? 한편, 뒤에 있는 정소현은 이 광경을 보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행복한 언니를 보면서 기뻐해야 하는 게 아닌가?근데 왜 마음이 아픈지 모르겠다.한편 복현과 정지용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굳어져 버렸다.이건 그들이 예상을 완전 빗겨갔다, 그리고 정민아가 만약 W 호텔을 가지 않으면 그들의 계획들이 틀어지게 될 것이다.“민아야, 앞으로
복현은 지금 분노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번에 정민아를 얻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고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큰 대가를 치렀다.게다가 이건 그조차도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 당부한 일이었다. 만약 이 일을 해내지 못한다면 결과는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순간, 복현은 정지용을 때려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만약 정지용의 제보가 틀리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난감한 상황에 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차라리 정민아를 데리고 W 호텔로 갔다면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었을 것이다.“지금 봐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정지용은 땀을 뻘뻘 흘렸다. 복현한테 만족스러운 대답을 하지 못한다면 그의 덕을 보기는커녕 당장 죽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대략 10분쯤 지나, 정지용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김예훈, 너 같은 찌질한 놈이 운이 있을 줄은 몰랐네!”다들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려 정지용을 쳐다보았다. 정지용은 계속하여 말했다. “역시 레스토랑 주인이 바뀐 거였어. 새 주인은 첫 번째로 레스토랑에 의견을 제기한 사람한테 하루 동안 무료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거야.”“네가 이렇게 운이 좋을 줄은 몰랐어. 이런 좋은 일을 다 겪다니.”“앞으로도 매년 이렇게 운이 좋아야 민아 누나를 위해 생일 이벤트를 할 수 있을 텐데 말이야!”정지용은 웃으면서 말했다. 겉으로 보이기에는 축하의 말 같지만 사실은 김예훈을 조롱하고 있는 것이었다. 돈도 없이 와이프 생일 파티를 진행할 수 있었던 건 다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복현도 웃음을 보였다. 만약 김예훈이 돈이 많거나 빽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한테도 머리 아픈 일이었다. 김예훈은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인데 뭐가 두려울 게 있겠는가?오늘이 아니더라도 정민아를 얻을 기회는 많다.정민아는 다른 사람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며 말했다. “어찌 됐든 나 오늘 너무 기뻐. 감동했어.”김예훈은 아무 변명도 하지 않은 채 웃기만 했다. 어떤 일은 그가 지금 설명한다 하더라도
복현이 손짓하자 두 명의 수행원은 각자 정교한 선물상자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 안에는 포르쉐 차 키와 정교한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복현은 웃으며 말했다. “민아씨, 성남시에 와서 아직 차를 사지 않았다고 들었어요. 성남시는 원래 차량 번호를 얻기가 어려워요.”“그래서, 특별히 복씨 가문의 기업에서 포르쉐 한 대를 가져왔어요. 일단 이거 먼저 타요. 사양하지 말고요.”“그리고, 이 까르띠에 반지는 제가 특별히 제작 주문한 1캐럿 다이아몬드 반지예요. 한번 껴봐요.”이 두 가지 선물을 보고 임은숙은 눈빛이 탐욕스럽게 변했다. 그녀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 “복현 도련님, 이 두 물건은 아주 값어치가 있는 거죠?”“어머님, 사실 그 정도는 아니에요. 차는 한 1억쯤 되고요, 반지는 4천만 원 정도 해요. 두 개 합쳐서 2억도 안 되는걸요.”이때 복현은 무심한 표정을 지었다, 1억 4천만이 별거 아니라는 것처럼 말이다.“뭐? 이렇게 값어치가 있다고? 세상에나?”임은숙은 좋은 걸 구경 안 해본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정민아는 아직 이혼도 하지 않은 상태였고 또 그한테 전혀 표현을 하지 않았는데 단순히 생일에 이런 값비싼 선물을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하였다.이건 정말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었다!복현은 도대체 돈이 얼마나 많은 것인가!정군조차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복씨 가문에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딸한테 돈을 쓴다는 건 정말 성의가 가득해 보였다.“복현 도련님, 마음만 받을게요. 근데 선물은 너무 귀중한 것 같아요. 받을 수 없어요.” 정민아가 무의식적으로 거절했다.복현은 말을 하지 않고 웃으며 정지용 힐끗 쳐다보았다.정지용은 이내 입을 열었다. “민아 누나, 이건 누나가 실수하는 거예요! 복씨 가문은 우리 백운 그룹과 큰 비즈니스를 하고 있어요. 선물을 하는 건 인정상의 왕래인데 어떻게 거절할 수가 있어요?”정군도 고개를 들며 말했다. “그래, 딸. 선물일 뿐이야. 받아도 돼.”임은숙도 거들었
“뭐?” 정민아는 얼떨결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김예훈이 준비한 선물이 값어치가 없는 물건이라 아까는 꺼내기가 쑥스러워 그런 거라고 짐작했다. 김예훈은 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정민아에게 건네주었다. “한번 열어봐.”정민아는 봉투를 열었고 그 안에는 출입문 카드와 현관 비밀번호가 적혀있었다.“혹시... 집이야?” 정민아는 멍해졌다.“프... 프리미엄 가든?”위의 메시지를 보고 정민아는 정말 멍해졌다.성남시에 온 지 얼마 되지는 않지만 프리미엄 가든이 이곳에서 제일 좋은 주택이라는 건 잘 알고 있다.“응, 정씨 일가에서 구한 집은 너무 작아서 네가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이 집은 네가 살기에 딱 좋을 거야. 그래도 명색에 회사 대표인데.”김예훈은 웃었다.“가자. 같이 가보자.”말을 하면서 김예훈은 정민아를 데리고 프리미엄 가든으로 향했다.“예훈씨, 미쳤어?! 뭐 하는 거야?”집값을 검색해 본 정민아는 지금 미칠 것만 같았다. 이곳의 집은 값이 최소한 200억이었다. 정씨 일가도 살 수 없는 곳이었다!“긴장하지 마, 산 거 아니야. 월세는 이미 내가 지불했어. 나중에 내가 월세를 못내게 되면 당신이 내면 되잖아?” 김예훈은 농담을 하듯 입을 열었다.하지만 김예훈의 농담을 정민아는 진짜로 받아들였다.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에 왔을 때 그녀는 김예훈이 이런 집을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 집은 무려 400억이다!집은 세를 맡은 게 틀림없다. 김예훈이 얼마나 오랫동안 돈을 모아서 이곳의 한 달 월세를 냈는지 모르겠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민아는 감동했다.“다음 달부터 집세는 내가 낼게.” 정민아가 이내 입을 열었다.김예훈한테 부담 주기 싫었다.그리고 이 집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모든 게 그녀가 좋아하는 스타일에 따라 꾸며졌다.부귀영화를 탐내는 그런 여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좀 더 편안하고 공주처럼 살 수 있는 것을 어느 여자가 거절할 수 있겠는가?...이튿날
정지용의 이 말은 정동철의 약점을 건드렸다.그가 이번에 정민아를 그 자리에 앉힌 건 자신이 뒤에서 이 모든 것을 조종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정민아가 복현과 결혼한다면 골치가 아프게 될 것이다.이때, 눈빛이 흔들리던 정동철은 차갑게 말했다. “우리 집안 사람은 이혼하고 싶다고 이혼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누구에게 시집가고 싶다고 그 사람한테 시집가는 것이 아니야.”정지용은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현재로서 가장 좋은 방법은 빨리 정가을을 복씨 가문으로 시집보내고 그다음 정민아를 대표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것이에요!”“할아버지께서 만약 믿을 만한 사람이 없다면 제가 잠시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어요!”“물론 전 꼭두각시에 불과해요. 모든 것은 할아버지의 뜻에 따를 거예요!'정지용은 자신의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어차피 숨겨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그는 아예 솔직하게 말했다.정동철에 대한 자신의 이해로 볼 때 그가 충분히 꺼리기만 하면 모든 것이 그의 계획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그는 복현이 정민아와 결혼하지 않고 계속 따라다니는 것만으로도 정동철한테는 위협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CY그룹 쪽은 정씨 일가의 젊은 세대가 백운 그룹을 장악하기를 원하고 있다.일단 일이 그 지경에 이르게 되면 그가 대표 자리에 앉는 건 당연한 일이 되는 거다.“역시, 빽이 있어야 일 처리가 쉬워지는 거구나!” 정지용은 마음속으로 감탄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잘 풀리면 난 곧 대표 자리에 앉게 되겠지!”“그때가 되면 가장 먼저 이 늙은이를 양로원에 보낼 거야!”“그래야만이 우리 정씨 일가가 발전할 수 있어!”정지용은 음흉한 눈빛을 지었지만 잠깐 스쳐 지난 것이라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정동철은 정지용을 빤히 쳐다보며 생각에 잠긴 듯했다.잠시 후,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민아는 잘못한 게 많지만 이제 막 대표가 된 아이야. 우리는 정민아를 지지해 줘야 해. 다른 일은 나중에 다시 얘기하지.”정동철은 심사숙고 끝에 정민아보다도 그가
회사에 일이 많은 관계로 정민아 가족은 이번 임시 가족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백운산 리조트의 프로젝트는 지금 이미 시작되었다.게다가, 이 프로젝트는 CY그룹에서 백운 그룹에 맡긴 프로젝트라서 엄청 중요했다.정민아는 직접 현장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자금이 충분한 관계로 이번에 백운 그룹에서 청한 설계팀과 시공팀은 모두 최고 수준이었다.평판이 좋을 뿐만 아니라 효율도 엄청 뛰어났다.며칠도 지나지 않아 많은 건축물이 어렴풋이 형태를 보이기 시작했다.이날 저녁, 정민아는 공사 현장에 사고가 났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녀와 정군 두 사람은 사고 현장으로 미친 듯이 달려갔다.이때, 현장에는 두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다.한 무리는 시공팀 인원들이었다.다른 한 무리의 사람들은 그들이 모르는 사람들이었다.하나같이 흉악하고 웃통을 벗고 있었으며 몸에 문신이 있어 무섭기 그지 없었다.건달들은 전부 쇠 파이프와 수박 칼 같은 것들을 손에 쥐고 시공팀을 핍박하고 있었다.가장 골치 아픈 것은 이 건달들 뒤에 수많은 마을 사람들이 서 있는 것이었다.“어떻게 된 일이에요?”정민아와 정군은 안쪽으로 들어왔다.“정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이 사람들이 와서 이 땅은 자신들의 땅이라며 배상금도 지불하지 않고 마음대로 착공을 시작했다고 난리입니다. 자신들을 존중하지 않았다고 합니다!”“지금 우리가 지은 건물들을 철거하려고 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때리고 있습니다!”시공팀의 대표는 젊은 사람이었다. 언제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있겠는가?“너무 무섭습니다! 딱 봐도 건달들입니다!”“지역 주민들이 이러지는 않아요!”“정 대표님, 애초에 계약을 체결할 때 저희 쪽에서는 토지 분쟁이 없어야 이 프로젝트를 맡겠다고 했습니다. 이 일은 대표님께서 처리하셔야 합니다...”시공팀의 사람들은 울상이 되어버렸다. 건설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싸움은 전혀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정민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쳐다보았다.역시, 맞은편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흉악한 사람들이었다.
건달의 인솔하에 마을 사람들은 모두 소리치기 시작했다.정민아도 바보가 아닌 이상 눈치챌 수 있었다. 이 사람들은 소란을 피우러 온 것이다.하지만 성남시는 규칙과 법을 중시하는 곳이었다. 아무리 지하 세계의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감히 함부로 하지 못한다.그래서 그들은 보호비를 요구하더라도 현지 마을 사람들을 협박하여 같이 동행하게 만든다. 그 목적은 바로 이 일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다.“좋아요, 손해 배상이라면 얼마를 원하는 거예요?”정민아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냉정하게 입을 열었다.“많지 않아. 200억. 200억 주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하지.” 앞장 선 건달이 차갑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그러나 이 말이 참 우스웠다. 오늘은 그냥 넘어가지만 내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뜻이 아닌가?“말도 안 돼. 한 푼도 안 줄 거야. 당장 꺼져!”뒤에 있던 정군이 이 가격을 듣고 이내 호통쳤다. 백운 그룹에 그럴 돈이 어디 있어서.앞장선 건달은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좋아! 돈 안 주면 철거하는 수밖에!”그의 명령과 함께 수십 명의 건달들과 백여 명의 마을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시공팀에서 막으려 했지만 건달들은 이내 그들을 향해 칼날을 겨누었다.“누가 감히 움직여! 움직이는 놈은 죽여버릴 거야!”정민아 등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그들이 공사 현장을 철거하고 중장비들을 부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이 사람들은 도를 넘지 않았다. 그들은 물건만 부수고 사람들은 다치게 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현수막 몇 개를 내걸었다.역시 그들은 총명했다. 보통 건달들이 아니라 누군가 뒤에서 시킨 짓이었다.이들은 소란을 피우러 왔으면서도 토지 징수 분쟁이라는 명목을 내걸었다. 이렇게 하면 자기들이 억울한 쪽인 것처럼 보일 것이고 도리가 있다고 할 것이다.현수막을 다 걸고 앞장선 건달이 정만아를 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정 대표, 우리의 요구는 아주 간단해!”“손해 배상하라고!”“배상하지 않으면! 지은 만큼 우리
“도련님, 저 지금 해양 공원 야외 주차장에 있어요.”주우섭의 목소리에는 끝없는 두려움이 담겨 있는 듯했다.“지금 컨테이너 뒤에 숨어있는데 계속 저를 찾고 있어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어요... 서연이가 잡혀갔다고요. 빨리 와주시면 안 돼요?”“알겠어요. 곧 갈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김예훈은 조급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그는 웨이터에게 현금을 건네고는 택시를 잡아 해양 공원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김예훈이 떠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누군가 어두운 구석에서 걸어 나와 무전기를 꺼내 조용히 말했다.“걸려들었어.”...십몇 분 뒤, 김예훈은 해양 공원 주차장 입구에 도착해서 택시요금을 낸 후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곧 김예훈은 구석 자리를 찾았다.몇몇 정장을 입은 장정들은 입에 시가를 물고 한 남자를 구석으로 몰아넣고 있었다.이들이 하나같이 호스, 야구방망이 같은 것들을 휘두르는 바람에 구석에 있는 남자를 울부짖게 했다.이들의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랭글러 차 보닛 위에는 어떤 여자가 다리를 꼬고 앉아있었다.몸매 좋은 그녀는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차가운 표정으로 총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영락없는 명사수의 모습이었다.김예훈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그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힐끔 쳐다보더니 곧바로 살기가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멀리서 총으로 김예훈을 겨냥하면서 저리 꺼지라는 제스처를 했다.한껏 거만한 태도에 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내가 정말 아무것도 간파하지 못했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김예훈이 이곳에 나타난 이유는 도대체 누가 자기를 건드리려고 하는지 보고 싶어서였다.김예훈은 그녀를 무시하고 앞으로 걸어가 구석에서 구타당하고 있는 주우섭을 발견했다.이 순간 그의 얼굴에는 뺨 자국이 가득했고 퉁퉁 부어있었다. 그리고 여러 곳이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으며 전혀 재벌 2세의 모습이 아니었다.게다가 그가 입고있는 정장은 너덜너덜해져 악취가 계속 풍겨 나왔다.앞장서있던 남자는 야구 방망이를 세게 내리쳐 주우섭의 비명을
남윤지의 미세한 표정 변화에 남지훈이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말했다.“동생아, 이제 이 늙은 호랑이가 진주에 돌아와 소란을 피울 때도 된 거야. 그 사람이 이기면 우리 남씨 가문도 다시 체면을 되찾을 수 있는 거야. 어차피 그 사람이 죽어도 앞으로 너의 걱정이 하나 줄어드는 거 아니겠어? 어떤 상황이 전개되든 우리한테는 좋은 일일 거라고.”남윤지는 표정이 확 변했다.“설마 김현민 도련님이랑...”“쉿!”남지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김현민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 4대 도련님 위에 군림할 수 있는 건데? 예전의 4대 도련님은 이미 그에게 죽임을 당하고 대신 김병욱이 올라섰어. 만약 나랑 곽영현이 이렇게 바보처럼 지내고 있으면 얼마 안 지나 또 다시 물갈이하지 않겠어?”남윤지가 말했다.“그러면 맹승현은...”남지훈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맹승현이 우리의 체면을 되찾아 줄 수 있다면 우리 편에 설 자격이 있는 거지. 아니면 그냥 버려진 존재일 뿐이야. 진주에서는 오직 나랑 곽영현이 힘을 합쳐야만 김현민과 맞설 수 있는 거 아니겠어? 설마 나랑 곽영현이 계속해서 심부름꾼이나 할거로 생각하지 않았지? 그래도 남자 대장부인데 남에게 짓밟혀 살아야 하겠어?”뒤쪽에서 곽영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그의 등장에 남윤지는 멈칫하더니 얼굴이 일그러지고 말았다.그녀는 이 두 사람이 손을 잡았을 때 정말 김현민과 힘겨루기를 할 만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다음날 이른 아침. 김예훈은 앱으로 주변에 있는 딤섬 가게를 찾았다.진주 경찰서와의 약속에 따라 단기간 내에 진주를 떠날 수 없었다.하지만 그래도 그의 자유를 제한할 방법은 없었다.적어도 김예훈은 지금도 동하임이 자신에게 ‘착한 시민상’을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런데 밥을 먹고 있는데 김예훈은 어두워진 날씨에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아직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주변이 끔찍하게 어두워 하늘이 언제든지 내려앉을 것만 같았
남윤지 뒤에는 진주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남지훈이 카푸치노 한 잔을 즐기고 있었다.남윤지의 화가 거의 가라앉을 때쯤, 그제야 담담하게 말했다.“왜 이렇게 화를 내고 흥분하는 건데? 생각해 봐. 진세은, 김청미, 류서우도 그 사람한테 당했는데 너도 손해 보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야? 왜 그 사람을 건드리러 갔는지 자신을 탓해야지. 다른 사람을 보냈어도 되잖아. 내가 몇번을 말해. 우리 남씨 가문은 폭력으로 먹고 사는 게 아니라고. 그런 건 홍성파에서나 할 짓이지. 우리는 머리를 써야 해.”퍽!남윤지는 남지훈 손에 들고 있던 커피잔을 바닥에 던져버리더니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안 가게 생겼어? 김현민 도련님이 강서연에게 본때를 보여주라고 했는데 옥루정도 우리 남씨 가문의 재산이고, 내가 안 나서면 누가 나서겠어. 너는 감히 나설 수가 있겠어?”남지훈은 아쉬운 표정으로 바닥에 던져진 커피잔을 바라보았다. 이것은 에르메스에서 20억 원 이상은 소비해야 받을 수 있는 선물인데 이렇게 깨져버리니 너무나도 아쉬웠다.이때 남지훈이 담담하게 말했다.“흥분하지 마. 우리가 비록 손해를 보긴 했지만 그래도 김현민 도련님한테 우리는 언제나 그의 편인 것을 알렸잖아. 그것도 투자나 마찬가지라 좋은 일이지. 도련님께서 이 일을 알게 되면 우리 남씨 가문이 쓸모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우리 남씨 가문의 충성을 기쁘게 여길 것이야.”남윤지가 냉랭하게 말했다.“너는 당연히 괜찮겠지. 나는 어떨 것 같아? 도련님한테 내가 무능한 사람이라고 낙인이 찍히면 어떻게 안방마님이 되라고. 김청미를 겨우 없애고 나한테 기회가 주어졌는데 이대로 포기할 수 있겠어? 내가 안동 김씨 가문에 시집가면 진주 4대 도련님인 너한테도 좋을 거라는 걸 알고 있어. 내가 지금 무엇때문에 머리 아파하는지 모를 리가 없잖아. 도와줄 생각은 안 하고 여기서 비꼬기만 해?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남지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래서 이 정도로 흥분할 필요가 없다고. 내가 안
이번 식사 자리는 그렇게 즐겁지 않았다.강서연은 대충 몇 입 먹고는 계산을 마치고 곧바로 이곳을 떠났다.김예훈은 그녀가 보고하러 갈 거라고 예상하고 막지 않았다.진주·밀양 용문당 무도관.방석에 앉아있는 강준은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강서연이 맞은편에서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강서연의 말이 끝나자 강준은 그제야 눈을 뜨고 담담하게 말했다.“잘못 들은 게 아니야? 정말 김현민을 포함한 전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사람들을 불러오라고 했다고?”강서연은 자세히 기억을 되새겨서야 대답했다.“김예훈 씨가 정말 그렇게 말한 거 맞아요.”“재밌네.”강준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남윤지가 부르지 못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단 말이지. 모든 걸 계산하고 있었던 거야? 아니면 안동 김씨 가문 사람들이 와도 상관없었던 거야?”강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어떤 경우든 한 가지 사실을 의미하고 있었다.그것은 바로 김예훈이 진주·밀양에서 무서워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강서연은 강준의 표정을 보며 조금 망설였다.“할아버지, 저희 남씨 가문을 찾아가서 잘 이야기해 보는 거 어때요? 아니면 김예훈 씨랑 끝까지 가는 것이 좋을까요? 문제는 집법부대가 안동 김씨 가문의 편이잖아요. 김예훈 씨를 따라갔다간 위험해질지도 몰라요.”강준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진주·밀양에 지금 거대한 폭풍이 일고 있어.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다고. 우리 강씨 가문이 진주·밀양 용문당을 수년간 지배해 오면서 절대적으로 그 누구의 편도 들어주지 않는 원칙을 지켜왔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가 없잖아. 한쪽은 집법부대고 한쪽은 부산 회장인데 우리도 용문당 사람으로서 더 이상 중립을 지킬 수 없어. 무조건 한쪽을 선택해야 해.”강서연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할아버지, 그렇다고 지금 당장 누구의 편에 설 필요도 없잖아요.”강준은 고개를 흔들었다.“어쩔 수가 없잖아. 최소한 지금은 선택할 여지가 있잖아. 지금 선택하지 않으면 나중에 안동 김씨 가문이랑 엮
김현민까지 이곳에 부를 바에 남윤지는 결국 조용히 있기로 했다.오늘 너무 급하게 온 나머지 너무 경솔하기도 했다.조금만 더 잘 준비하면 김예훈을 죽이기는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고 생각했다.이순간 수많은 음흉한 계획이 남윤지 머릿속에 떠올랐다.다음 순간, 그녀는 복수의 결의를 다지며 강서연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강서연 씨, 미안해요. 오늘은 제가 술을 많이 마셔서 제정신이 아니었나 봐요. 무례한 말을 많이 한 것 같은데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기를 바랄게요. 옥루정 이익에 관해서는 잘 정리해서 최대한 빨리 보내드릴게요.”“그래요. 사과를 받아들일게요.”강서연은 일이 더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 무덤덤하게 말했다.“이제 가보셔도 좋아요.”남윤지는 강서연의 태도에 화가 나서 거의 피를 토할 뻔했지만 결국 분노를 억누르며 차가운 시선으로 김예훈과 강서연을 쳐다본 후 사람들과 함께 떠났다.남윤지 일행이 떠나자 주우섭이 가장 먼저 문을 닫았다.그러고는 이상한 눈빛으로 김예훈을 힐끔 쳐다보고는 강서연의 옆으로 가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서연 씨, 오늘 일을 크게 벌였는데 이렇게 간단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아. 남씨 가문은 4대 명문가 중의 하나로서 만약 남윤지 씨가 만반의 준비를 하고 다시 찾아오면 우리가 손해 볼지도 몰라. 아니면 지금 바로 김현민 도련님을 찾으러 가는 건 어때? 직접 사과하고 손해배상도 드리자고.”“맞아! 맞아!”“나도 그 말을 하려고 했어. 남윤지 씨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안방마님이 될 사람인데 절대 건드리면 안 돼.”“우리가 지금은 이겼다고 해도 나중에 문제가 생길 거야.”아까 남윤지가 있을 때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던 강서연 친구들이 하나둘씩 일어나 말하기 시작했다.혹시라도 잘못 연루될까 두려워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이들이 김예훈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경외감 외에도 적대감이 더해졌다.분명 오늘 김예훈의 행동이 많은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보였다.남씨 가문에서 발끈해서 본격적으로 나서면 그 후과를 누
엄기준은 남윤지의 대답도 듣지 않고 바로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이만 가자고!”수십 명의 중부 경찰서 사람들은 헐레벌떡 이곳에서 도망쳤다.지금 비참한 정도는 아까 기고만장하던 모습과 맞먹었다.눈을 휘둥그레 뜬 주우섭은 물론 손다미 등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도대체 뭐라고 해야할지 몰랐다.‘김예훈이라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야? 전화 한 통으로 엄기준을 쫓아낸 것도 모자라 남윤지의 체면마저 짓밟아버렸다니.’남윤지는 어두워진 표정으로 소리쳤다.“대장님, 어디 가세요! 지금 이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언젠가 죽여버릴 거예요!”엄기준은 못 들은 체하면서 최대한 빨리 도망치고 싶었다. 잠시 후, 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남윤지, 저 사람으로는 안 되겠는데? 계속 도움을 요청해 보시지? 그냥 한꺼번에 불러와.”김예훈은 무표정으로 화가 잔뜩 난 남윤지 앞으로 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말했다.“진주 2인자 아버지인 김현민을 불러오지 그래? 아니면 전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사람을 전부 불러오든가. 시간은 충분히 드릴게. 얼마든지 기다려 줄 수 있어.”김예훈은 매너를 갖춰 남윤지에게 핸드폰을 건넸다.환한 핸드폰 불빛에 자극된 남윤지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이런 제기랄!”지금 이 순간 남윤지는 김예훈의 뺨을 때리고 싶었다.그런데 머리 위로 든 손을 다시 내릴 수밖에 없었다.직접 겪어보고 나서 김예훈 같은 사람은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인 것을 알고 있었다.남씨 가문 따님이라고 해서 절대 그에게 겁줄 수 없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도 전혀 그의 기세를 꺾어버릴 수 없었다.함부로 손댔다간 오히려 두 배로 당할 것인 것도 알고 있었다.오늘 밤 남윤지는 이미 바닥날 정도로 체면을 잃어버렸다.김예훈에게 뺨을 맞으면 예쁜 얼굴이 완전히 망가버릴지도 몰랐다.이를 갈고 있지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남윤지를 바라보며 김예훈은 앞으로 다가가 오른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툭툭 쳤다.“불만이 많은 것도, 억울한 것도 알
하지만 중부지역에서 활개 치고 다니던 엄기준은 한 무리의 총을 든 사람들을 데리고 왔는데도 김예훈의 기세를 꺾지 못할 줄 몰랐다. 그것도 모자라 뺨까지 맞아 얼굴이 퉁퉁 부어올랐으니 말이다.이런 일은 절대 이대로 넘어갈 수가 없었다.이대로 체면을 되찾지 않으면 얼굴을 들고 다닐 수도 없고 남윤지에게도 할 말이 없었다.그의 부하들도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앞으로 다가와 총알을 장전하고서 바로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다.바로 이때 김예훈은 테이블 위에 있는 휴지로 손바닥을 닦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엄기준이라고? 굳이 다른 사람을 도와주겠다는데 뭐라 하지 않을게. 그런데 죽기 전에 누가 네 뺨을 때렸는지는 알아야 할 거 아니야. 지금 바로 하임 씨한테 전화해 봐. 그러고도 나랑 끝까지 싸울지 고민할 기회를 줄게. 이 년 때문에 나를 건드릴지 지켜볼 거라고.”“이런 제기랄! 하임 아가씨의 이름이 함부로 불러도 되는 이름인 줄 알았어?”엄기준은 더 이상 분노를 참지 못했다.“어디서 굴러온 놈이 나랑 큰소리를 하는 거야. 무슨 자격으로 하임 아가씨한테 전화하라는 건데?”엄기준은 수준이 너무 낮아서 이 며칠 동안 김예훈이라는 이름이 진주에서 뭘 대표하는지 몰랐다.김예훈은 무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하고는 엄기준 앞에 핸드폰을 던졌다.“자, 하임 씨한테 말해봐. 지금 총으로 날 쏴 죽이겠다고.”아무렇지도 않던 엄기준은 전화번호를 확인한 순간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바로 동하임의 전화번호였기 때문이다.동하임은 비록 진주 1인자가 아니었지만 그녀의 아버지가 진주 1인자인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진주 경찰서 내부에서 동하임의 신분은 절대 낮지 않았다.그리고 그녀의 전화번호를 아는 사람도 얼마 없는데 김예훈이 알고 있을 줄 몰랐는지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뚜. 뚜. 뚜.잠시 후 전화기 너머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엄기준은 멈칫하더니 본능적으로 전화를 들고 구석으로 가서 받았다.하지만 통화를 마치고 나서 얼굴이 어
쨕!김예훈은 바로 손을 들어 엄기준의 뺨을 때렸다.엄기준은 멍한 표정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몰랐다.‘총을 머리가 대고 있는데 지금 내 뺨을 때렸다고? 내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나? 아니면 내가 누군지 아직 모르는 건가?’이런 생각이 들자 엄기준은 분노한 나머지 소리를 질렀다.“잘 봐. 나는 진주 중부 경찰서의 대장 엄기준이라고! 진주 법도를 어긴 혐의로 지금 바로 너한테 총을 쏠 수도 있어. 죽고 싶지 않으면 무릎부터 꿇어!”쨕!김예훈은 또 한 번 무심한 표정으로 그의 뺨을 때렸다.아까보다도 더 맑고 강렬한 뺨 소리에 모든 사람은 제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이들은 하나같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특히 남윤지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김예훈이라는 녀석이 도대체 어디서 그런 용기와 자신감이 나왔는지 몰랐다.엄기준이 이미 총알을 장전하고 총구를 그의 머리에 대고 있는데 말이다.만약 엄기준이 한순간 충동적으로 방아쇠를 당긴다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던 제벌 2세들조차도 이렇게까지 행동할 용기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 부닥쳤다면 바로 고개를 숙였을 것이다.그런데 김예훈의 대담한 행동을 정말 믿을 수가 없었다.“지금 날 때렸어? 그것도 모자라 두 번이나?”엄기준은 어이없는 상황에 분노에 차서 외쳤다.“내가 총을 못 쏠 것 같아?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그는 김예훈에게 겁을 주려고 총구로 허벅지를 겨냥했다. 제대로 진주 법도의 위엄을 알려주기로 했다.철컥!그런데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어느샌가 젓가락이 총구로 들어와 어떻게든 당길 수가 없었다.쨕!총구를 막아버린 김예훈은 또 한 번 그의 뺨을 때렸다.이번에는 힘이 세다 못해 엄기준은 손에서 총을 놓치고 뒤로 휘청거렸다.펑!그러다 엉겁결에 방아쇠가 당겨져 총알이 천장에 매달린 조명에 맞았다.거대한 소리에 현장이 진동하고, 멍하니 쳐다보던 남윤지와 손다미는 김예훈이 이 정도로 거침없는 사람일 줄 몰랐다.
엄기준은 한 무리의 중부 경찰서 경찰들과 함께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2층 룸으로 향했다.그는 혼잡한 인파를 밀치고 남윤지 앞에 나타나 살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윤지 씨, 옥루정에서 소란을 피우는 놈이 있다고요? 그것도 모자라 윤지 씨의 얼굴까지 때렸다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 너무 놈이야! 윤지 씨가 진주의 여왕인 걸 몰라서 그래?”엄기준은 마치 가죽을 벗겨버리겠다는 포스로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누군지 알려주시면 제가 제대로 혼을 내줄게요. 진주 법도가 어떤 건지 똑똑히 알려줄게요.”주우섭은 부들부들 떨면서 김예훈 옆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이만 항복하시죠. 엄기준은 남씨 가문의 사람인데 중부지역 우두머리가 못해내는 것이 없어요. 그리고 기관이나 범죄조직이나 국방부와도 어느정도 서로 아는 사이일 거예요. 성격이 하도 잔인해서 재벌 2세들도 저 사람을 무서워한다고요. 그러니까 조심하셔야 해요. 아니면 그냥 항복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그렇군요. 재밌네요.”엄기준이 총을 들고 건장한 경찰들을 데리고 이곳에 나타나자 남윤지는 처음 모습으로 돌아와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엄 대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강씨 가문의 따님이 저 기생오라비한테 홀려서 정신을 못 차리거든요. 강씨 가문을 믿고서 옥루정에서 소란을 피운 것도 모자라 총까지 쐈다니까요? 봐봐요. 제 보디가드들이 말리다가 어떻게 되었는지. 얼른 잡아서 법에 따라 처리해 주세요. 제가 신고했다고 너무 엄하게 다스리지도 말고 강서연 씨의 사람이라고 또 봐주지도 마세요. 아무튼 법대로 진행해 주세요. 저희는 상류 인사로서 경찰서의 위신, 기관의 위엄, 법의 권위를 지켜야 하지 않겠어요? 엄격하고도 신속하게 처리해 주세요!”이 순간 남윤지는 마치 자신이 여왕인 듯한 모습으로 김예훈을 지적할 뿐만 아니라 엄기준에게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하는지 가르쳐주기도 했다.그야말로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손다미 등은 분위기를 파악하고 하나같이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