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전 일에 관심없습니다. 아내가 절 먹여살리는 게 좋거든요.”김예훈이 태연하게 말하는 것을 듣고 정민택 등 세 사람은 눈을 흘겼다. 여자 덕 보고 사는 주제에 이렇게 당당할 줄은 몰랐다. 참 뻔뻔스러운 인간이다.“그럼, 말해봐, 도대체 원하는 게 뭔지?”정민택은 여전히 화를 참고 있었다. 자신의 말투가 거슬려 김예훈이 또다시 전화를 끊을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조건은 아주 간단합니다. 민아를 해고시킨 사람이 직접 와서 민아를 데려가는 겁니다!”“좋아, 내가 민아를 해고했어, 내가 직접 데리러 갈게!” 정민택은 재빨리 입을 열었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큰아버지, 제가 바보인 줄 아십니까?”“큰아버지가 정씨 일가에서 그런 권력이 있다면 지금 저한테 전화를 걸지도 않았겠죠?”“어르신께서 직접 오시라고 전하세요. 그렇지 않은 한 저희는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뚜뚜뚜...”김예훈은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정민택은 벌써 아침 8시가 된 것을 확인하고 지체할 겨를이 없이 곧장 집으로 달려가 이 사실을 보고했다.정동철 역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지금 이 순간, 그가 정민택의 말을 듣고 숨을 헐떡이며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뭐라고? 그 데릴사위 놈이 정말 그렇게 말했다고?”“언제든지 가문에서 쫓겨날 놈이 감히 그런 조건을 제시하다니!”“죽고 싶어 환장했나!”이 순간, 정동철은 모욕감을 느꼈다. 그는 손을 끊임없이 떨고 있었다. 이건 그의 존엄이 달린 문제이기도 하지만 가업이 달린 문제이기도 하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그는 이미 마음속에 정해진 답이 있었다. …한편, 파우더 룸. 정민아가 잠에서 깨어나 이상한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고 있다. 성남시에 온 후로부터 김예훈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게다가 그가 말한 일은 다 현실이 되었다. 정씨 일가에서 정말 날 데리러 온다고? 도대체 무엇 때문에?예전에 남해시에 있을 때, 가끔은 김예훈이 날뛴다고 생각했지만 절대
정씨 일가의 사람들이 겉과 속이 다르다는 걸 정민아는 잘 알고 있다.하지만 이전에 남해시에 있을 때는, 정동철이 직접 나서는 걸 거의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늘 높은 신분과 권위를 유지해왔다.근데 이번에 그가 직접 이곳으로 온다고?상상을 초월하는 일이었다.“노인네 이익과 관계되는 일이야, 어떻게 안 오겠어?” 김예훈은 웃었다.정민아는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며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입을 열었다. “예훈 씨, 솔직히 말해봐.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아무것도 안 했어. 내 생각이 그렇다는 거지.” 김예훈이 답했다.“그날 김세자의 환영 파티에서 하 비서가 널 알아봤잖아?”“널 CY그룹 창립식에 초청도 했어.”“네가 정씨 일가를 대표해 가지 않으면 가문에서 누가 가겠어?”“CY그룹은 김세자가 설립한 회사이니 그렇게 호락호락할 리가 없지?”“그래서 말인데. 저들은 아마 이미 CY그룹에게 거절당했을 거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너한테 부탁하러 온 거고.”김예훈이 막힘없이 조리있게 말하는 것을 본 정민아가 참지 못하고 빙그레 웃었다. “똑똑하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당신이 김세자인 줄 알겠어!”김예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내가 김세자라고 말했는데 네가 안 믿잖아!”김예훈은 모처럼 진지하게 진실을 말했다.하지만 정민아는 그냥 피식 웃고 넘어갔다.“알았어, 우리 둘만 있을 때는 말해도 돼. 하지만 밖에서는 이런 농담 절대 하지 마!”“만약 이 말이 김세자의 귀에 전해진다면 일이 복잡해지니까.”김예훈은 웃으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실대로 말해도 믿는 사람이 없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다.약 30분 후, 남해시의 자동차 번호판을 달고 있는 벤츠 한대가 현대몰 문 앞에 멈춰 섰다.정동철은 뒷좌석에서 내려와 미간을 찌푸리며 눈앞의 럭셔리한 쇼핑몰을 쳐다보았다.김예훈은 창가에서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어르신이 직접 오셨어. 우리도 내려가자.” 정민아는 비록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지만 속으로
오전 10시 쯤.김예훈과 정민아 두 사람은 CY그룹이 있는 빌딩으로 찾아왔다.프런트 데스크의 직원은 친절하게 그들을 어제 정지용이 들렀던 사무실로 안내했다.사무실의 담당자는 정민아를 보자마자 바로 일어섰다.그가 공손하게 걸어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민아 씨 맞으시죠? 앉으세요. 만나 뵙게되서 영광입니다!”“커피 아니면 차로 하시겠습니까?”정민아는 어리둥절해졌다.눈앞의 이 사람은 양복 차림에 깔끔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다.손에는 롤렉스의 골드 시계를 차고 있었고 아무리 봐도 임원급 인물인 것 같았다.방금 차에서, 정동철은 이 고위층 임원에 대해 무서운 사람이라고 형용하면서 정민아한테 거듭 조심하라고 일러줬다.근데 뜻밖에도 상대방이 이렇게 친절하게 자신을 대하자 정민아는 조금 당황스러웠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오히려 뒤에 서 있던 김예훈은 대범하게 자리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물 한 잔 주세요. 아내한테는 커피 한 잔 부탁해요.”“네. 두 분 앉아계세요. 바로 준비하겠습니다.”이 담당자는 더할 나위없이 공손했다.그가 두 사람을 소파로 안내한 뒤 직접 커피와 물을 준비해와서 두 사람한테 전해줬다.어제의 태도와는 그야말로 천지차이였다.만약 정지용이 이곳에 있었더라면 분명 자신이 사람을 잘못 본 줄 알았을 것이다.지금 이 순간, 이 담당자는 감히 내색하지 못하고 겸손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그는 엉덩이만 의자에 살짝 걸칠 뿐 허리를 곧게 펴고 있었고 웃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지금 이 순간, 그는 감히 김예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김예훈의 다리만 쳐다보고 있다.이분이 바로 전설 속의 그 사람인가!정민아가 정신을 차리고 일어서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전 정씨 일가의 정민아라고 합니다. 오늘은 정씨 일가를 대표해 저희 회사와 관련된 일을 상의하러 왔습니다. 시간이 되시는지요?”담당자는 마른 기침을 하며 말했다. “이왕 여기까지 오셨으니 저희 쪽에서도 체면을 세
정민아는 지금 멍해졌다. 잠시 후 그녀가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부본부장님, 그 말씀은 저희 정씨 일가에서 파산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는 건가요?”“네, 필요 없습니다. 또한 그룹 쪽에서 정씨 일가 회사에 대해 추가로 투자할 생각입니다!”“하지만, 그 일에 관한 계약서는 3일 후에 다시 체결해야 하니 정민아 씨가 다시 한번 오셨으면 합니다!”이 담당자는 엄청 공손한 태도를 보였고 다른 임원들도 모두 하나같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고 정민아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김예훈도 일어서서 무심하게 말했다. “수고했습니다.”그 담당자는 흠칫하더니 이내 밝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닙니다! 응당 저희가 해야 할 일입니다!”그 담당자는 너무 감격하여 하마터면 무릎을 꿇을 뻔했다. 이분한테 수고했다는 말을 듣다니? 얼마나 큰 영광인가?...CY그룹을 떠날 때까지도 정민아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일이 이렇게 잘 풀릴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정동철의 일행들이 긴장한 얼굴로 벌 떼처럼 달려들었다.정민아가 걸어 나오는 것을 보고 정동철은 제일 먼저 앞으로 걸어가 입을 열었다. “민아야, 일은 어떻게 됐어?”정민아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일은 잘 해결됐어요!”“CY그룹 쪽에서 우리 회사의 실적이 나쁘지 않다면서 파산 절차를 밟는 것을 잠시 보류하겠다고 했어요.”“또 그룹 쪽에서 저희한테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해요. 업무도 저희한테 맡겨주겠다고 했어요.”“하지만 3일 뒤에 계약서를 쓰러 와야 해요...”자신이 정씨 일가의 회사를 경영하면 나날이 발전할 것이라는 그 담당자의 말을 정민아는 전하지 않았다.지금 이 말을 꺼낸다면 자리를 내놓으라는 것과 다름없지 않겠는가?정민아는 여전히 마음이 착하고 효심이 깊은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는 차마 이 말을 할 수가 없었다.“그래! 좋아!”“민아야! 넌 이 할아버지의
정동철은 차가운 얼굴로 정지용을 쳐다보다가 잠시 후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가 말한 것을 내가 어찌 모를 수 있겠니?”“난 진작에 이 점에 대해 생각해봤어!”“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이 일은 정민아의 체면을 앞세워 해결한 일이야!”“만약 계약서를 쓸 때 우리 쪽에서 다른 사람을 보낸다면 상대방이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어!”“지용아, 네 생각을 알고 있다.”“하지만 이번 일은 반드시 신중해야 해!”“이건 우리 정씨 일가의 생사존망이 달린 문제야!”정지용은 입을 벌린 채 더는 뭐라고 대꾸하지 못했다.할아버지 말씀이 옳았다. 이번 일은 중대한 사안이라 자신이 제멋대로 투정을 부릴 여지가 없었다.하지만, 정말 이대로 정민아가 실권을 잡는 것을 지켜만 봐야 하는 것일까?만약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 정씨 일가에서 자신이 설 자리는 없을 것이다!설마 성남시에 와서도 정민아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걸까?지금 이 순간, 정지용은 험상궂은 얼굴을 한 채 머리를 숙이고 있다.정동철은 그를 한번 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발길을 돌렸다.정지용은 그가 중시하는 사람이고 앞으로 정씨 일가의 가업을 이어받을 후계자이기도 하다.그러나 문제는, 이 상황에서 마냥 그를 감싸고 돌 수는 없었다.이 일은 정씨 일가의 생사존망이 달린 일이다!...정동철이 자리를 뜬 후 정지용과 정가을 두 사람만 남았다.정지용이 손에 들고 있던 물컵을 바닥에 던졌다.“천한 년! 도대체 김세자와 어떤 사이인 거야? 설마 숨겨둔 애인이라도 되는 건가?” 정지용은 이를 악물었다.만약 정말 그런 거라면 앞으로 정씨 일가에서 무슨 수로 정민아와 경쟁할 수 있겠는가?이때 정가을이 피식 웃었다.웃음소리를 듣고 정지용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사납게 노려보며 말했다. “정가을, 왜 웃어? 이게 지금 웃겨?”“정민아가 정말 김세자의 숨겨둔 여자라면! 그럼 넌 복씨 가문에 시집가도 정민아 상대가 아니야!”“늘 정민아를 이기고 싶어 했잖아?”“복씨 가문에 시집가면 정민아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
성남시, 로열 가든 클럽.이곳은 성남에서 가장 호화로운 프라이빗 클럽 중의 하나이다.평소에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신분이 높은 부자들이다.이런 곳은 재벌 2세들이 자주 모이는 장소이고 룸 하나에서 하룻밤 소비가 몇 억원에 달하는 곳이기도 하다.이런 곳은 부자들이 희희낙락거리며 노는 곳이지만 일반인들한테는 평생 가까이할 수 없는 곳이었다.한편, 이곳의 은밀한 룸 안.복현이 가운데 앉아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제가 마련한 자리입니다, 다들 술도 안 먹고 아가씨도 안 부르고, 왜? 날 무시하는 건가요?”그의 맞은편에는 지금 적어도 십여 명의 성남시 재벌 2세들이 앉아있었다.하지만 지금 이 재벌 2세들은 하나같이 풀이 죽어있다.예전에는 이런 곳에서 여자들과 희희낙락거리며 놀았었다.하지만 오늘은 하나같이 풀이 죽어서 앞에 놓여있는 프랑스 와인조차도 한 모금 마시지 않았다.복현의 말을 그들은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중 한 재벌 2세가 창백한 얼굴을 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복현 도련님, 저희를 조롱하지 마세요!”“저희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모르는 겁니까?”“저희 가문의 기업이 모두 CY그룹에 의해 인수합병되었습니다! 게다가 채무를 감당하지 못해 지금 파산 절차를 밟고 자산 통합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앞으로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복현 도련님께서 저희를 거두어주시겠습니까?”이 말을 꺼낸 재벌 2세도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과거에 얼마나 날뛰던 인간들이었는가? 눈에 뵈는 게 없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성남시의 최고 가문인 김씨 가문조차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그러나 어제서야 이들은 알게 되었다. 진정한 최고의 가문이 어떤 건지? 경기도의 최고 가문이 어떤 것인지?김씨 가문은 손을 쓰지도 않았다.소문에 의하면 김세자의 말 한마디에 성남시 전체가 흔들린 것이다.얼마나 많은 가문과 기업이 인수합병되었는지 모른다.김세자는 이번 자산 통합을 통해 CY그룹의 세력을 더 크게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김세자 무슨 룰을 어겼다는 겁니까?”누군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김세자와 관련있는 일이라 다들 함부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할 수가 없었다.혼자만의 힘으로 수십조에 달하는 왕국을 만든 장본인, 3년 전 이미 경기도의 최고 위치에 오른 그 남자는 이들한테 신 같은 존재였다.비록 지금 그 남자 때문에 파산할 수밖에 없어도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누구 하나 그 남자한테 원한을 표할 수가 없었다.그들은 그럴 자격이 없으니까!복현은 망설이고 있는 재벌 2세들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경멸했다.이들은 평소에 놀고먹기만 하고 행패를 부리는 것이 일상인 인간들이었다.하지만 막상 일이 닥쳤을 때는 찌질한 모습밖에 찾아볼 수가 없었다.마음속으로 경멸했지만 복현은 티를 내지 않고 계속해서 태연하게 말했다. “얼마 전에, 남해시에서 온 정씨 일가라고 들어봤죠?”이 말을 꺼내자 누군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자산이 몇천억밖에 안 되는 작은 집안이 감히 우리 성남시에 발을 붙일 생각을 하다니, 농담도 아니고?”“이런 가문은 반년도 지나지 않아 성남시에 뼈도 못 추스르게 되겠죠?”“듣자 하니, 그 가문의 사람이 김세자의 환영 파티에 참석한 것도 모자라 하 비서한테 인정까지 받았다고 합니다!”“듣기로는 정씨 일가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경영권이 CY그룹에 있다고 하던데. 그들의 자산이면 아마 지금쯤 우리와 똑같이 파산 절차를 밟고 있을 거예요.”사람들이 의논하는 것을 듣고 복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당신들의 말이 맞습니다. 그러나 정씨 일가는 파산 절차를 밟지 않았습니다. 듣자하니 CY그룹 쪽의 신임을 받아 추가로 투자를 받을 계획이라고 하더군요!”복현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이 말을 듣고 있던 재벌 2세들은 벼락을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누군가 충격적인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요? 정씨 일가 따위가! 듣자 하니 별장도 임대했다고 하던데!”“우리 가문들은 다 파산하게 되었는데 그들이 무슨 자격으로요?”“이건 불공평합니
복현은 정지용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당신보다 똑똑할까요? 성남시 온 지 고작 며칠 만에 남의 손을 빌릴 줄 알다니?”정지용이 몸을 숙이며 말했다. “아닙니다. 성남시는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죠. 전 저의 뒤를 봐줄 분을 찾아야 합니다.”“이번 기회에 복씨 가문과 인연이 닿게 되어 영광입니다!”“앞으로 복현 도련님의 명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복현은 웃으며 말했다. “가족도 배신하는 사람을 내가 어떻게 믿나요? 그들은 당신과 피를 나눈 가족 아닙니까!”정지용은 웃으며 답했다. “복현 도련님, 사업을 하는 사람이 이익을 추구하는 건 본성입니다!”“제가 설 자리가 없는 정씨 일가는 저한테 아무 의미 없습니다!”“게다가, 일단 일이 성공하면 도련님께서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지 않습니까? 셋째 삼촌 댁의 그 두 자매를 어느 남자가 갖고 싶어 하지 않겠나요?”복현은 피식 웃더니 소파에 기대어 담담하게 말했다. “명심해요, 일단 일이 실패하면 이 일은 나와 아무 관계가 없는 겁니다.”정지용은 꼭 성공할 거라는 자신감을 보이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가봐요!”...정씨 일가가 임시로 머무는 별장은 주택단지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고급 주택 단지 아니라서 몇몇 별장을 제외하고는 아파트가 대부분이었다.성남시에서 유명한 가문은 절대 이런 곳을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다.하지만 정씨 일가는 이제 곧 시작하는 단계라 이런 곳에 살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했다.정동철은 쇠로 만든 왕좌를 오늘 방금 남해시에서 이곳으로 가져왔다.그는 이 의자를 로비의 가장 중간 자리에 가져다 놓았다.거기에 긴 책상을 가져다 놓으니 제법 남해시에서의 그 모습이 갖추어졌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정씨 일가는 성남시로 온 그날부터 모든 것이 바뀌었다.호락호락하지 않은 성남시에서 정씨 일가가 자리를 잡으려면 아마 더 많은 일을 해야 할 것이다.하지만, 지금 정씨 일가는 파산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되고 CY그룹으로부터 추가 투자도 받게 되었다
“악!”얼굴을 감싼 채 저 멀리 날아간 남윤지는 문에 부딪혀 고통스러운 나머지 온몸에 경련을 일으켰다.아름다운 얼굴에 뺨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이순간 그녀의 얼굴에는 충격과 놀라움이 가득했다.심지어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이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비록 김예훈이 진세은, 나오토, 류서우를 짓밟아 버린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절대 자신마저 짓밟아 버릴 줄 몰랐다.그 사람들은 그저 김현민과 얽혀있는 사이였지 자신처럼 각별한 사이는 아니었기 때문이다.심지어 안동 김씨 가문의 안주인이 될 사람이라고 소문까지 났는데 말이다.진주에서는 4대 명문가 수장, 홍성파, 그리고 남양파의 우두머리라고 해도 그녀의 체면을 세워줘야 했다.아무도 그녀에게 손댈 사람이 없는데 예상 밖에도 김예훈은 정말 만만찮은 사람이었다. 뺨을 때린 것도 모자라 모든 체면을 잃게 만들었으니 말이다.“이게 뭐야.”“이럴 수가.”“감히 남윤지 씨를 때려?”손다미 등은 하나같이 정신이 황홀해지고 어안이 벙벙했다.이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전혀 믿을 수가 없었고 이 결말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뺨 한 대로 십몇 미터 날려 보냈다고? 이게 꿈이야! 생시야.’손다미는 심지어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하려고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주우섭을 포함한 재벌 2세들과 강서연의 여자친구들도 입이 떡 벌어진 채 오랫동안 다물지도 못했다.오직 강서연만은 멈칫도 잠시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남윤지 같은 사람도 거리낌이 없이 때리는 걸 보니 정말 보통 사람이 아니네.’남윤지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힘겹게 일어서서 손다미 등을 밀쳐내고 김예훈을 향해 삿대질했다.“김예훈, 지금 날 때렸어? 내가 누군지 알기나 해? 나를 때렸을 때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알고 있냐고. 내가 말해주는데, 너는 이제 죽었어. 너는 물론 너의 온 가족들도 목숨을 내놓아야 할 거야. 너희 집에서 기르는 개조차도 말이야.”이 순간 남윤지는 분노로 가득 차서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김예훈은
“강서연 씨, 언제부터 이런 충견을 데리고 다닌 거예요?”남윤지는 한껏 조롱의 말투였다.“진주·밀양 용문당에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 하필 밖에 있는 남자랑 만나는 거예요? 이 일이 알려지면 강씨 가문의 체면이 깎일까 봐 두렵지도 않으세요?”오늘 밤 남윤지는 약 올리기 위해 찾아온 것이 맞았다. 게다가 옥루정이 그동안 벌어들인 몇조 원에 달하는 수익과 관련된 문제라 김현민의 힘을 빌려서 이 일을 확실히 끝내버리기로 했다.어차피 진주·밀양에서는 김현민과 맞설 사람이 없었기에 전혀 두려운 것도 없었다.강서연은 표정이 차갑긴 했지만 화를 내지 않고 김예훈을 예의주시했다.할아버지가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처리할지 보고 싶었다.“남윤지 씨, 지금은 법 치사회인 것에 고마워해야 할 거예요. 아니면 진작에 시체로 변해버렸을 거예요.”김예훈은 남윤지의 말을 무시한 채 자기 할 말만 했다.“그런데 일단 사과하셔야겠어요. 강서연 씨의 용서까지 받아야 없던 일로 해드릴 텐데 용서받지 못하면 오늘은 식사 못할 줄 아세요. 평생 아무것도 먹지 못할 수도 있어요.”김예훈은 남윤지가 김현민의 사람이라 자신을 겨냥한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예의 차릴 생각이 없었다.김예훈의 목소리에서 비록 살기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으스스한 기분이 들었다.“김예훈 씨, 지금 저를 협박하는 거예요?”김예훈을 쳐다보고 있던 남윤지는 강서연을 향해 콧방귀를 뀌었다.“강서연 씨, 강씨 가문, 그리고 진주·밀양 용문당이 언제부터 이렇게 무능해진 거예요? 어떻게 외부인의 힘을 빌어 체면을 되찾으려고 할수 있죠? 이제는 강서연 씨가 밖에서 만나는 남자가 아니라고 해도 못 믿겠어요. 하긴, 강서연 씨 남자친구가 아니었다면 어르신께서 오늘 나서서 구해주지도 않았겠죠.”남윤지는 갑자기 모든 것이 이해되는 기분이었다.원래는 김예훈이 겁 없는 사람이고, 강준이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강서연의 태도를 보니 그렇게 어려운 문제도 아니었다.강준이 김예훈의 편에 서 있는 이
현장은 잠시 고요해지고 말았다.온화하기만 하던 강서연이 화를 내면 이렇게 무서울 줄은 아무도 몰랐다.남윤지는 김예훈을 힐끔 쳐다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그래요? 김 도련님을 모시는 날이었어요? 그러면 저분을 밖으로 쫓아내면 이 자리도 없어지겠네요?”말하는 사이, 남윤지는 웃으며 손뼉을 쳤다.이때, 건장한 경호원들이 살기를 뿜어내며 서서히 다가왔다.장병급! 이들은 장병급 실력자들이자 김현민이 특별히 남윤지 옆을 지키라고 보낸 사람들이었다.솔직히 말해서 강씨 가문과 남씨 가문 간의 원한은 그저 핑계일 뿐 오늘의 타깃은 김예훈이었다.동시에 김현민은 강준을 떠볼 생각도 있었다.진주·밀양 용문당 회장이 정말 김예훈의 편을 들어줄 것인지, 아니면 그저 쇼인지 보고 싶었다.“강서연 씨, 저들이 노리는 사람이 저라 제가 해결할게요.”계속해서 구경만 하던 김예훈이 드디어 일어섰다.그는 강서연 앞으로 다가가 눈앞에 서 있는 남윤지를 쳐다보았다.강서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김예훈을 배신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그녀가 장병급 실력자들을 상대로 이길 수 없었기에 자연스레 김예훈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어떻게 보면 강서연도 김예훈 때문에 이런 무고한 재앙을 겪게 된 것도 사실이었다.“도련님...”김예훈이 앞으로 나서자, 아까까지만 해도 잘난 척하던 재벌 2세들과 강서연은 이사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강서연은 할아버지가 이런 남자를 소개해 준 것도 마음대로 괴롭힐 수 있을 정도로 연약해서라고 생각했는데 이 순간 자신이 잘못 추측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이 남자를 소개해 준 이유는 정말 충분히 우수해서였다.그야말로 진정한 남자였기 때문이다.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못 하는 재벌 2세들과 비교했을 때 김예훈은 그들보다 천 배, 만 배는 더 뛰어났다.“쉬세요. 나머지 일은 제가 해결할게요.”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남윤지에게 시선을 돌렸다.“저희 사이에 무슨 원한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를 괴롭히러 온 거라면 저한테 뭐라 하시죠?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한테
“그동안 강씨 가문에서 옥루정 관리에 참여도 하지 않았으면서 매년 공짜로 30%의 지분을 챙겨가려는 거, 너무 양심 없는 짓 아니에요? 제가 말해주는데 강씨 가문에서 챙겨가야 할 부분은 저희 남씨 가문의 손에 있어요. 매년 2천만 원을 챙겨드리는 것도 충분히 체면을 세워 드린 거라고요. 무슨 불만이 있으면 얼마든지 고소해도 좋아요. 사건이 커지면 누가 더 창피해질지 어디 지켜보자고요.”남윤지의 표정은 더욱더 날카로워졌다.“그래요? 저희 강씨 가문의 이익을 남씨 가문에서 가져갔다고요?”강서연은 화내는 대신 오히려 피식 웃었다.“그러면 그동안 저희를 위해 돈을 저축해 준 것에 감사드려야겠네요. 매년 10% 이자 기준으로 돌려받을게요. 그동안 남씨 가문에서 얼마를 챙겨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전부 다 10% 이자까지 붙여서 돌려받아야겠어요. 일주일의 시간을 드릴 테니 한 푼도 빠짐없이 돌려주길 바랄게요. 남씨 가문이 얼마나 잘나가는데 그깟 돈은 필요 없지 않을까요? 고소해서 창피를 당하는 것까지는 상관없지만 남씨 가문에서 다음 총독님 자리를 경쟁하고 싶어 한다면서요? 기본적인 신뢰도 없는 가문이 어떻게 총독님 자리를 탐낼 수 있죠? 이 일이 커지면 의원님들이 과연 남씨 가문에 투표할까요?”강서연은 아무 감정 없는 말로 바로 상대방의 약점을 정확히 찔렀다.“그만 해요! 강서연 씨, 여기서 그런 쓸데없는 말이나 하지 마요!”남윤지는 웃음을 거두고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제가 말해주는데 그동안 옥루정의 이익은 저희 남씨 가문 것이지, 강씨 가문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고요! 괜히 그 돈을 탐내지도 마세요! 그리고 강씨 가문에서 가지고있는 그깟 지분으로는 옥루정을 관리할 자격조차 없다고요. 눈치가 있으면 강씨 가문 어르신께 나머지 30%의 지분마저 저희 남씨 가문에 넘기라고 하세요! 서로에게 좋은 일이잖아요.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옥루정 주인행세를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예요. 오늘은 강 회장님의 체면을 봐서 이대로 넘어가는데 다음에 또 주인행세를 하면 그 입을
“쯧쯧쯧. 강서연 씨, 그게 무슨 말이에요? 강씨 가문에서 옥루정 지분을 30%만 가지고 있다는 거 잊었어요? 그리고 저희 남씨 가문에서는 40%나 가지고 있다고요!”남윤지는 사람들과 함께 강서연 앞으로 다가가 아래위로 훑어보았다.“간단히 말해서 옥루정의 진정한 주인은 저희 남씨 가문이고, 매니저님도 저희 남씨 가문에서 고용한 매니저라고요. 강서연 씨가 때리고 욕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감히 해고할 수 있겠냐고요!”얼굴이 시퍼레진 손다미는 이 순간 거만하고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남윤지가 자기편을 들어주면 강서연을 짓밟아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남씨 가문이야말로 주인이라고요?”강서연은 피식 웃고 말았다.“남윤지 씨, 먼저 가서 의사를 보이는 거 어때요? 남씨 가문이 창피를 당하기 전에 텅 빈 머리를 메꾸고 나서 다시 찾아오시죠. 주식을 양도할 때 저희 강씨 가문이야말로 옥루정의 영원한 결정권자라고 똑똑히 말했을 텐데요?”“영원한 결정권자라고 똑똑히 말했다고요?”남윤지는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강서연 씨도 이 바닥에 오래 있었을 텐데 왜 그렇게 순진한 거예요? 이 세상에 계약서에 똑똑히 적혀있는 글씨 빼곤 말로만 하는 약속은 없다고요. 저희도 그때 강씨 가문에서 더 이상 옥루정의 일에 관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하면 어쩔 건데요? 솔직히 그동안 옥루정을 관리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잖아요. 옥루정의 인사 채용부터 기타 모든 업무는 저희 남씨 가문에서 관리하고 있었다고요. 간단히 말해서 매년 30%의 이익을 챙기는 것 빼고는 할수 있는 말이 없을 거라고요. 그러니까 매니저님께 사과하시고 아까 했던 말을 다시 거두는 것이 좋을 거예요. 일이 커졌다간 강씨 가문한테도 좋은 일이 없을 테니까요. 이 언니가 지금 동생 걱정을 하는 게 안 보여요? 제 말 무슨 말인지 이제 알겠죠?”강서연이 냉랭하게 말했다.“이익? 남윤지 씨, 솔직히 말해서 언급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당신들이 그동안 허위로 회계보고를 하는 바람에 저희 강씨 가문에서
강서연이 연속으로 뺨을 열몇 대 때리는 바람에 손다미는 얼굴이 시퍼렇게 멍들어 비명을 질렀다.“우리 강씨 가문이 몇 년 동안 너무 겸손해서 함부로 건드려도 된다고 생각한 거야? 우리 할아버지가 오냐오냐해 줬더니 우리 강씨 가문을 뭐로 보는거야. 다른 주인에게 붙으면 우리 강씨 가문을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한 거야?”쨕!“당장 꺼져!”강사연은 마지막으로 그녀의 뺨을 때리면서 말했다.“기회를 줄 때 짐 싸서 꺼져. 다음에 또 옥루정에서 만나면 죽여버릴 줄 알아.”아까 거만한 모습과는 달리 손다미는 머리가 헝클어지고 얼굴은 멍투성이인 모습이었다.오직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비참함만이 남아있었다.김예훈은 흐뭇한 표정으로 강서연을 힐끔 쳐다보았다.진주·밀양 용문당 회장의 손녀로서 소극적으로 행동한다면 오히려 무시당했을 것이다.그런데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단호한 모습에 다시 보게 되었다.다른 재벌 2세들도 입이 떡 벌어진 채 강서연을 쳐다보았다.평소에 온순하고 조용하기만 하던 강서연이 화가 나면 이런 모습일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이른바 군계일학이란 지금의 강서연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강서연 씨, 옥루정은 강씨 가문에서 독점 운영하는 곳이 아니잖아요. 다른 주주들의 동의 없이 옥루정의 매니저를 함부로 폭행하고 해고하는 건 규칙에 어긋나는 일이 아닌가요?”손다미가 기어서 나가려고 할 때, 문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더니 열몇 명의 남녀가 쏟아져 들어왔다.가장 앞에 서 있는 여인은 얼굴이며 몸매가 환상적이었다.비록 최대 스물세네 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귀부인 같은 기품을 지니고 있었다.지방시 최신 미니스커트를 입고 높은 하이힐을 신은 채 손목에 무심하게 다이아몬드 팔찌를 하고 있어 마치 선녀처럼 돋보였다.새하얀 허벅지, 입체감 있는 가슴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단순히 말하자면 그녀의 매력과 기품은 일반 여성과는 전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그녀는 바로 진주 남씨 가문의 남윤지였다.고개 들어 그녀를 쳐다보던 김예훈 역시
남윤지라는 세 글자를 듣자마자 아까까지만 해도 화를 내던 주우섭은 바로 기가 죽어 뻘쭘하게 다시 자리에 가서 앉았다. 고개를 숙인 채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다른 재벌 2세들도 서로를 바라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남윤지는 진주 4대 명문가인 남씨 가문의 따님일 뿐만 아니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차기 수장인 김현민과 가깝게 지내는 사이라고 했다.남윤지를 건드리는 것은 김현민을 건드리는 것과도 같았다.이 자리에 있는 재벌 2세들은 김현민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바로 겁이 나서 건드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강서연 씨, 남윤지 씨가 오겠다는데 다 설명이 된 거 아니에요?”손다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강서연을 쳐다보았다.“괜찮으시다면 화장실 옆에 있는 테이블로 옮겨주실 수 있을까요? 잠시 후에 음료수와 맥주 같은 걸 보내드릴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얼마든지 드릴게요.”웃을 듯 말 듯 한 손다미의 표정에 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이런 여자는 충분히 처벌받아도 마땅했다.만약 오늘 밤 강서연이 정말 남윤지라는 이름에 겁을 먹는다면 강씨 가문, 그리고 진주·밀양 용문당의 체면은 아마도 거의 다 잃게 될 것이다.강서연이 꼬리를 내릴 거로 생각하고 있을 때, 그 아름다운 얼굴에 미소가 피어오르는 것이다.그러고선 뒷짐을 쥔채 손다미 앞으로 걸어갔다.“매니저님, 옥루정의 매니저님이면 이곳 주인이 누군지는 알고 있겠죠?”강서연이 웃으며 물었다.그런데 손다미가 조롱 섞인 말투로 말했다.“당연히 알죠. 강씨 가문도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 같던데...”쨕!손다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서연은 바로 그녀의 뺨을 때렸다.“주인이 누구인지 알면서도 여기서 날뛰고 있다고? 개 한 마리를 방치해 뒀더니, 자기가 주인인 줄 착각하고 있나 보네.”“악!”손다미는 얼굴을 감싼 채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하얀 얼굴에 손바닥이 닿은 곳은 메이크업이 지워져 있었다.그 외에도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와 매우 처참해 보였다.손다미는 퉁퉁 부어오른 얼
“손다미 매니저님, 어떻게 된 일이에요? 주문한 지 반 시간도 되어가는데 왜 음식이 아직도 나오지 않는 거예요? 지금 저 주우섭을 무시하는 거예요?”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주우섭이 일어나 손목에 있는 오메가 시계며 BMW 차 키를 흔들며 거만하게 말했다.“여러분, 안녕하세요.”손다미는 피식 웃을 뿐 주우섭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대신 한 바퀴 쭉 둘러보고는 강서연에게 시선을 고정했다.“여러분, 죄송해요. 방금 알게 되었는데 이 룸은 이미 예약된 룸이더라고요. 그리고 지금 여유 있는 룸도 없는데 밖에 나가서 드시면 안 될까요? 회장실 옆에 테이블 하나 추가했거든요. 제 성의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20% 할인해 드릴게요.”손다미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목적을 말했다.“이미 예약된 룸이라고요?”주우섭은 바로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서연이가 예약도 했고, 들어와서 앉아있는지도 언젠데 이제 와서 다른 사람이 먼저 예약했다고 했어요? 저희보고 나가라고요? 무슨 농담을 하시는 거예요.”“그래요? 그런 일이 있었어요? 직원이 저한테 미리 말하지 않았나 봐요. 제가 잘 조치하도록 할게요.”손다미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그런데 진주에서 내로라하는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이 룸은 웬만한 신분을 가지고 있지 않고서는 들어오지 못한다는 거 아시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여러분은 이곳에 들어올 자격도 없는데 제가 특별히 화장실 옆에 테이블을 마련해 드린 것만 해도 여러분들의 체면을 세워준 거예요. 그래서 말인데 여러분들도 예의를 좀 지켜주시기를 바랄게요.”손다미가 계속해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이따 귀한 분들이 오셔서 여러분들이 여전히 여기에 있는 것을 보게 되면 어떻게 될지 저희도 모르는 일이에요. 저도 여러분들을 위해서 이러는 거 못 느끼겠어요?”제벌 2세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어두워졌다.옥루정은 원래 진주·밀양 용문당에서 운영하던 곳으로 현재 일부 지분을 내놓았다고 해도 그중에 강씨 가문에서 30%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간단히 말해서 손다미를 포함한 직원들은
강씨 가문 따님인 강서연은 평소에 옥루정에서 소비하는 일이 드물었다.지금 친구들까지 불러온 걸 보면 허영심이 크게 만족을 얻은 모양이다.이 순간 그녀는 김예훈의 의견도 묻지 않고 태블릿 PC로 거침없이 요리를 주문했다.그러고서 친구들과 크게 웃고 떠들기 시작했다.김예훈은 그 모습을 보고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비록 강준이 이 둘을 맺어주고 싶어 했지만 김예훈은 이 어린 계집애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그냥 온 김에 밥이라도 먹고 가려고 했다.아무 말도 없는 김예훈과 달리, 강서연과 그녀의 친구들은 자꾸만 힐끔힐끔 쳐다보았다.강준이 직접 소개해 준 남자인데 분명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남자친구들은 김예훈이 조용히 있는 것을 보고 옥루정의 스케일에 깜짝 놀란 줄 알고 하나같이 가소로운 표정을 짓고서 서로를 칭찬하기 시작했다.꽤 유명한 제벌 2세만 아니었다면 강서연과 어울릴 수도 없었다.이들은 가끔 손목에 있는 롤렉스 시계며, 오메가 시계며, BMW 차 키, 그리고 벤츠 차 키까지 꺼내 부유함을 과시했다.강서연의 여자친구들은 여기에 넘어가 하나같이 매력 발산하기 시작했다.오직 강서연만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진주·밀양 용문당이 겸손하긴 해도 충분히 진주 4대 명문가와 어깨를 나란히 할수 있었다.그래서 이런 어린아이 같은 장난에 강서연은 전혀 관심도 없었다.오히려 항상 침묵을 지키고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는 김예훈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물론 부잣집 따님이라 김예훈이 먼저 말을 걸기 전까지 절대 먼저 다가갈 리가 없었다.시간이 일분일초 흘러 반 시간쯤 지나고, 김예훈이 보이차 한 주전자를 다 마시기까지 여전히 주문한 음식은 감감무소식이었다.이때 주우섭이라는 재벌 2세가 벌떡 일어나 문을 벌컥 얼면서 소리쳤다.“웨이터 어디 갔어! 왜 지금까지 음식이 올라오지 않는 거냐고! 문 닫고 싶어?”옥루정은 진주에서 오래된 브랜드의 술집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상류 인사들은 거의 모두 이곳 주인이 사실 진주·밀양 용문당인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