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철은 차가운 얼굴로 정지용을 쳐다보다가 잠시 후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가 말한 것을 내가 어찌 모를 수 있겠니?”“난 진작에 이 점에 대해 생각해봤어!”“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이 일은 정민아의 체면을 앞세워 해결한 일이야!”“만약 계약서를 쓸 때 우리 쪽에서 다른 사람을 보낸다면 상대방이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어!”“지용아, 네 생각을 알고 있다.”“하지만 이번 일은 반드시 신중해야 해!”“이건 우리 정씨 일가의 생사존망이 달린 문제야!”정지용은 입을 벌린 채 더는 뭐라고 대꾸하지 못했다.할아버지 말씀이 옳았다. 이번 일은 중대한 사안이라 자신이 제멋대로 투정을 부릴 여지가 없었다.하지만, 정말 이대로 정민아가 실권을 잡는 것을 지켜만 봐야 하는 것일까?만약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 정씨 일가에서 자신이 설 자리는 없을 것이다!설마 성남시에 와서도 정민아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걸까?지금 이 순간, 정지용은 험상궂은 얼굴을 한 채 머리를 숙이고 있다.정동철은 그를 한번 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발길을 돌렸다.정지용은 그가 중시하는 사람이고 앞으로 정씨 일가의 가업을 이어받을 후계자이기도 하다.그러나 문제는, 이 상황에서 마냥 그를 감싸고 돌 수는 없었다.이 일은 정씨 일가의 생사존망이 달린 일이다!...정동철이 자리를 뜬 후 정지용과 정가을 두 사람만 남았다.정지용이 손에 들고 있던 물컵을 바닥에 던졌다.“천한 년! 도대체 김세자와 어떤 사이인 거야? 설마 숨겨둔 애인이라도 되는 건가?” 정지용은 이를 악물었다.만약 정말 그런 거라면 앞으로 정씨 일가에서 무슨 수로 정민아와 경쟁할 수 있겠는가?이때 정가을이 피식 웃었다.웃음소리를 듣고 정지용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사납게 노려보며 말했다. “정가을, 왜 웃어? 이게 지금 웃겨?”“정민아가 정말 김세자의 숨겨둔 여자라면! 그럼 넌 복씨 가문에 시집가도 정민아 상대가 아니야!”“늘 정민아를 이기고 싶어 했잖아?”“복씨 가문에 시집가면 정민아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
성남시, 로열 가든 클럽.이곳은 성남에서 가장 호화로운 프라이빗 클럽 중의 하나이다.평소에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신분이 높은 부자들이다.이런 곳은 재벌 2세들이 자주 모이는 장소이고 룸 하나에서 하룻밤 소비가 몇 억원에 달하는 곳이기도 하다.이런 곳은 부자들이 희희낙락거리며 노는 곳이지만 일반인들한테는 평생 가까이할 수 없는 곳이었다.한편, 이곳의 은밀한 룸 안.복현이 가운데 앉아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제가 마련한 자리입니다, 다들 술도 안 먹고 아가씨도 안 부르고, 왜? 날 무시하는 건가요?”그의 맞은편에는 지금 적어도 십여 명의 성남시 재벌 2세들이 앉아있었다.하지만 지금 이 재벌 2세들은 하나같이 풀이 죽어있다.예전에는 이런 곳에서 여자들과 희희낙락거리며 놀았었다.하지만 오늘은 하나같이 풀이 죽어서 앞에 놓여있는 프랑스 와인조차도 한 모금 마시지 않았다.복현의 말을 그들은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중 한 재벌 2세가 창백한 얼굴을 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복현 도련님, 저희를 조롱하지 마세요!”“저희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모르는 겁니까?”“저희 가문의 기업이 모두 CY그룹에 의해 인수합병되었습니다! 게다가 채무를 감당하지 못해 지금 파산 절차를 밟고 자산 통합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앞으로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복현 도련님께서 저희를 거두어주시겠습니까?”이 말을 꺼낸 재벌 2세도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과거에 얼마나 날뛰던 인간들이었는가? 눈에 뵈는 게 없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성남시의 최고 가문인 김씨 가문조차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그러나 어제서야 이들은 알게 되었다. 진정한 최고의 가문이 어떤 건지? 경기도의 최고 가문이 어떤 것인지?김씨 가문은 손을 쓰지도 않았다.소문에 의하면 김세자의 말 한마디에 성남시 전체가 흔들린 것이다.얼마나 많은 가문과 기업이 인수합병되었는지 모른다.김세자는 이번 자산 통합을 통해 CY그룹의 세력을 더 크게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김세자 무슨 룰을 어겼다는 겁니까?”누군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김세자와 관련있는 일이라 다들 함부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할 수가 없었다.혼자만의 힘으로 수십조에 달하는 왕국을 만든 장본인, 3년 전 이미 경기도의 최고 위치에 오른 그 남자는 이들한테 신 같은 존재였다.비록 지금 그 남자 때문에 파산할 수밖에 없어도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누구 하나 그 남자한테 원한을 표할 수가 없었다.그들은 그럴 자격이 없으니까!복현은 망설이고 있는 재벌 2세들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경멸했다.이들은 평소에 놀고먹기만 하고 행패를 부리는 것이 일상인 인간들이었다.하지만 막상 일이 닥쳤을 때는 찌질한 모습밖에 찾아볼 수가 없었다.마음속으로 경멸했지만 복현은 티를 내지 않고 계속해서 태연하게 말했다. “얼마 전에, 남해시에서 온 정씨 일가라고 들어봤죠?”이 말을 꺼내자 누군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자산이 몇천억밖에 안 되는 작은 집안이 감히 우리 성남시에 발을 붙일 생각을 하다니, 농담도 아니고?”“이런 가문은 반년도 지나지 않아 성남시에 뼈도 못 추스르게 되겠죠?”“듣자 하니, 그 가문의 사람이 김세자의 환영 파티에 참석한 것도 모자라 하 비서한테 인정까지 받았다고 합니다!”“듣기로는 정씨 일가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경영권이 CY그룹에 있다고 하던데. 그들의 자산이면 아마 지금쯤 우리와 똑같이 파산 절차를 밟고 있을 거예요.”사람들이 의논하는 것을 듣고 복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당신들의 말이 맞습니다. 그러나 정씨 일가는 파산 절차를 밟지 않았습니다. 듣자하니 CY그룹 쪽의 신임을 받아 추가로 투자를 받을 계획이라고 하더군요!”복현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이 말을 듣고 있던 재벌 2세들은 벼락을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누군가 충격적인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요? 정씨 일가 따위가! 듣자 하니 별장도 임대했다고 하던데!”“우리 가문들은 다 파산하게 되었는데 그들이 무슨 자격으로요?”“이건 불공평합니
복현은 정지용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당신보다 똑똑할까요? 성남시 온 지 고작 며칠 만에 남의 손을 빌릴 줄 알다니?”정지용이 몸을 숙이며 말했다. “아닙니다. 성남시는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죠. 전 저의 뒤를 봐줄 분을 찾아야 합니다.”“이번 기회에 복씨 가문과 인연이 닿게 되어 영광입니다!”“앞으로 복현 도련님의 명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복현은 웃으며 말했다. “가족도 배신하는 사람을 내가 어떻게 믿나요? 그들은 당신과 피를 나눈 가족 아닙니까!”정지용은 웃으며 답했다. “복현 도련님, 사업을 하는 사람이 이익을 추구하는 건 본성입니다!”“제가 설 자리가 없는 정씨 일가는 저한테 아무 의미 없습니다!”“게다가, 일단 일이 성공하면 도련님께서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지 않습니까? 셋째 삼촌 댁의 그 두 자매를 어느 남자가 갖고 싶어 하지 않겠나요?”복현은 피식 웃더니 소파에 기대어 담담하게 말했다. “명심해요, 일단 일이 실패하면 이 일은 나와 아무 관계가 없는 겁니다.”정지용은 꼭 성공할 거라는 자신감을 보이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가봐요!”...정씨 일가가 임시로 머무는 별장은 주택단지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고급 주택 단지 아니라서 몇몇 별장을 제외하고는 아파트가 대부분이었다.성남시에서 유명한 가문은 절대 이런 곳을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다.하지만 정씨 일가는 이제 곧 시작하는 단계라 이런 곳에 살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했다.정동철은 쇠로 만든 왕좌를 오늘 방금 남해시에서 이곳으로 가져왔다.그는 이 의자를 로비의 가장 중간 자리에 가져다 놓았다.거기에 긴 책상을 가져다 놓으니 제법 남해시에서의 그 모습이 갖추어졌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정씨 일가는 성남시로 온 그날부터 모든 것이 바뀌었다.호락호락하지 않은 성남시에서 정씨 일가가 자리를 잡으려면 아마 더 많은 일을 해야 할 것이다.하지만, 지금 정씨 일가는 파산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되고 CY그룹으로부터 추가 투자도 받게 되었다
정동철의 명을 듣고 정씨 일가의 한 사람이 교만한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다가가 재벌 2세들을 가로막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러분, 이곳은 사적인 공간이니 함부로 침입할 수 없습니다.”“정씨 일가? 남해시의 정씨 일가?”덩치가 큰 재벌 2세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그 정씨 일가의 사람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하고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맞습니다. 남해시의 정씨 일가입니다. CY그룹에 속해있는 기업이죠. 저희 회장님을 만나고 싶다면 예약하셔야 합니다. 오늘은 아마도...”“철썩-”정씨 일가의 사람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앞에 있던 그 재벌 2세가 뺨을 한 대 때렸다. 뺨을 맞은 그는 어안이 벙벙해졌다.재벌 2세는 뺨을 치고 나서 담담하게 말했다. “재미있는 집안이군요. 외지에서 온 별 볼 일 없는 가문이 이리도 잘난 척하며 우리 앞에서 우쭐대다니. 하하하...”다른 재벌 2세들도 차갑게 웃었다.이들은 지금은 가문의 기업이 모두 파산에 직면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다들 무서워하는 존재들이었다.오늘은 소란을 피우러 온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어찌 정씨 일가의 체면을 세워줄 수 있겠는가?정동철은 줄곧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사람이었다. 지금 이 순간 재벌 2세들이 하나같이 흉악한 모습을 하고 있자 그는 오금이 저렸다.이때 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랫사람이 실례를 범했네요. 우리 가문은 성남시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여러분을 몰라뵈었습니다. 그러니 화를 푸시지요. 안으로...”말을 하고 정동철은 먼저 로비로 들어왔다.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서로 마주 보며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이 사람들의 차와 옷차림을 보면 분명 다들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다!그리고 그들의 태도를 보면 분명 소란을 피우러 온 것이었다.하지만 정씨 일가도 CY그룹의 인정을 받았으니 그렇게 긴장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들 하나같이 정동철이 명을 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정동철은 자리에 앉은 후 다들 앉으라
정 씨 어르신의 안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은 정 씨 가문의 대표이고 가문의 뒤에는 CY 그룹도 있다. 복 씨 가문과 선우 가문하고도 손을 잡고 있어 어느 방향으로 보나 정 씨 가문의 위치가 흔들리는 것은 아니었다.그러나 이태강이 자신의 앞에서 이런 말을 하는 건 대체 무슨 뜻일까?정 씨 어르신의 기세가 조금 사그러 들어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 씨 가문의 도련님 맞으시죠? 우리 정 씨 가문에서는 손님 접대를 진심을 담아하고 있어요. 여러분들께서 좋은 뜻으로 오신 거라면 저희 정 씨 가문에서도 진심으로 접대를 하겠습니다.”“하지만 여러분들이 예의를 지키지 않으신다면 그만 돌아가 주시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돌아가요?”이태강이 피식 웃었다.“오늘 이 일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네요. 저희 쪽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가져오지 않는 이상 정 씨 가문의 사람들이 성남 시에 발을 붙이기는 매우 어려울 거예요!”“우리가 얼마나 비신사적인 사람들인지 똑똑히 보여줄게요!”이태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곁에 있는 다른 재벌 가문의 자식들도 비웃으며 말했다.“한낱 정 씨 가문 주제에 감히 성남 시에서 귀족 행세를 해? 우리 성남 시에 작은 가문들이 얼마나 많은데?”“건물주도 정 씨 가문보다 돈이 많겠어. 어떻게 우리 앞에서 허세를 부리지?”“어디부터 때려줄까?”정 씨 어르신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무서울 게 없는 재벌 2세를 앞에서 그는 어쩔 바를 몰랐다.“여러분, 저희 정 씨 가문이 대체 무슨 죄를 지었요? 우리 정 씨 가문에서 잘못한 게 있다면 정확하게 알려주세요.”그때 말소리에 웃음기가 썩인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정지용이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저택으로 들어섰다.그를 발견한 이태강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정 씨 가문의 부 사장 정지용 씨...”“다른 사람은 됐고 나 이태강이 당신에게 기회를 줄게요. 똑바로 말하세요!”“정 씨 가문에 해명할 기회를 드리는
이태강은 쌀쌀맞은 목소리로 말했다.“좋아요! 제가 보여드리죠!”“정 씨 가문의 정민아가 대체 어떤 요망한 수단을 썼기에 정 씨 가문이 파산의 길로 가지 않았는지!”“비록 이건 그녀의 실력이지만, 하지만 상업회는 원칙과 규칙이 있는 곳이에요. 함부로 헤집어 놓을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란 말이에요!”“정 씨 가문에서 이런 수단으로 나왔다는 것은 성남 시의 모든 재벌 가문들과 대적하겠다는 뜻이에요!”그의 말을 들은 정 씨 가문의 사람들은 문득 깨닫는 표정을 지었다.정가을이 제일 먼저 말했다.“할아버지, 뭔가 이상해요! 정민아만 있으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해결되는 것 같아요!”“떳떳하지 못한 수법을 쓴 것이 틀림없어요!”“깨끗하기만 했던 우리 정 씨 가문에 어떻게 이런 사람이 나타났을까!”“정민아의 이런 행동이 성남 시 사업회의 원칙을 어긴 것이에요. 이건 우리 정 씨 가문을 도우려는 것이 아니라 절벽으로 밀어놓는 행동이에요!”“어르신, 정민아를 정 씨 가문에서 쫓아내길 바랍니다. 이것은 우리 정 씨 가문 모든 일원들의 선택이기도 하죠. 이렇게 하면 모두에게 빚을 지지 않고 해결할 수 있어요!”정 씨 가문의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이태강과 다른 가문의 자제들의 태도는 이미 아주 명확했다. 그것은 바로 한 가지 설명이 필요한 것이다.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정 씨 가문이 정녕 파산의 길로 가야 하나? 그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정 씨 가문이 파산을 하면 그들은 무엇을 먹고산다는 말인가?제일 명확한 방법은 바로 정민아를 정 씨 가문에서 쫓아내는 것이다. 그것으로 보여주면 충분해!정지용의 얼굴에는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가 고개를 돌려 할아버지를 쳐다보며 물었다.“할아버지, 우리 가문의 일등 공신을 정 씨 가문에서 좇아내는 것은 .... 아니... 아니라고 생각해요.....”정지용의 말을 들은 이태강은 쌀쌀맞은 목소리로 말했다.“정 씨 가문에서 잘 생각하길 바라요. 우리에게 바른 설명을 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의
정 씨 어르신은 간곡하게 청하며 한껏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이태강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정지용을 힐끔 쳐다보았다.정지용이 그에게 눈짓을 보내며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 그러면 안 돼요. 제가 계획한 일이라고 정민아가 오해를 하면 어떡해요!”“하지만...”“하지만?”이태강이 갑자기 실소를 터뜨렸다.“정 대표님이 먼저 말을 꺼냈으니 제가 한 번은 봐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기억하세요. 약속을 어기고 정민아가 계속 정 씨 가문의 권력을 손에 쥐고 있다면 정 씨 가문은 그날로 끝나는 거예요!”“가자!”이태강은 그 말만 남기고 먼저 밖으로 나섰다.다른 재벌 가문의 자제들도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렇게 해도 되는 거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왔으면서 이런 결과를 갖고 간다고? 너무 한거 아니야?.....밖으로 나온 사람들 중 한 재벌 2세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이태강, 끝났어? 우리한테 전혀 좋은 점이 없잖아!”“맞아. 우리의 목적은 우리의 가문이 파산을 하지 않는 거지 다른 사람을 끌어내려는 목적은 없었어!”“죽어도 정 씨 가문과 함께 죽어야지!”재벌 2세들은 오늘에 있은 일들이 매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에게 어떤 좋은 점이 생길까?조금 전의 일들을 회상한 그들은 자신들이 누군가의 총받이가 된 느낌을 받았다.이태강이 웃으며 말했다.“정 씨 가문이 왜 파산을 하지 않았는지 생각해 봤어? 정 씨 가문을 위해 뭐든 하는 그 여자 때문이잖아.”“하지만 문제는, 누가 밖에 소문을 낼 수 있어?”재벌 2세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이태강의 말이 맞았기 때문이다. 김세자의 소문을 퍼뜨릴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죽고 싶은 사람이 아니고서야.이태강이 계속하여 말했다.“오늘 이렇게 한 것에 이미 충분히 만족해. 정 씨 가문에서 우리에게 명확한 설명을 해줄 거야.”“우리가 김세자에게 무언의 압박을 한 것과 같아. 너의 일은 우리가 모두 알고 있으나 소문을 내지 않겠다.”“우리가 김세자의 체면을 이렇게 많이 생각해 주는
김예훈은 점심이 지나서야 배를 만지면서 별장에서 나왔다.동태원이 직접 문 앞까지 배웅하는 모습에 동씨 가문 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항상 겸손함과 신비로움을 지키던 총독님께서 직접 배웅까지 한다고? 김예훈이라는 사람이 도대체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길래?’이에 따라 동씨 가문 사람들은 하나둘씩 김예훈을 더 눈여겨보게 되었고, 기회가 생기면 김예훈과 친해지려 했다.동태원이 이 정도로 중시하는 사람은 절대 만만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동태원이 집안으로 돌아갔을 때, 화가 나서 표정이 어두워진 동하임이 커피 한 잔을 가져다주며 말했다.“아빠가 김예훈을 집까지 초대한 이유는 알겠는데 그냥 사람들한테 소식만 전달하면 되지 왜 이렇게 대놓고 지지한다고 말씀하신 거예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서 알면 무조건 아빠한테 불만이 생길 거잖아요. 진주·밀양의 왕이라고 불리는데 건드렸다간 저희 동씨 가문이 곤란해질 거란 말이에요.”동하임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동태원이 총독 자리에 앉아있는 것도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안동 김씨 가문이 위에서 누르고 있어 동태원은 몇 년 동안 숨어서 지내야 했다.“저희 계속 조용히 숨어서 지내도 되었잖아요. 그런데 어젯밤 그 사건 때문에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냥 휘말여 들어간 거잖아요.”동태원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무표정으로 말했다.“김예훈이 두 통의 전화로 경찰서 사람들과 기자들을 불렀어. 그건 우리 동씨 가문을 불구덩이로 몰고 간 거라고. 우리가 권력자 편에 서서 김예훈 같은 착한 시민을 억압한다면 내가 오늘 바로 제거당했을 거야.”동태원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진주·밀양이 대한민국 관할이 아니라고 해도 결국엔 대한민국 땅이야. 설마 국가에서 권력자 편에 서서 기준도, 양심도 없는, 법도 모르는 총독을 용납할 수 있었을까?”“저도 알긴 아는데...”동하임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그런데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을 이 정도까지 적대할 필요는 없지 않아요?”동태원이 담담하게 말했다.
“둘째, 밖에서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이며 홍성파며 총독님께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소문이 나 있습니다.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이 구경하고 있는데 총독님 위치가 위태해지는 순간 반드시 끌어내리려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식사 한 끼로 오히려 그 사람들에게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 아닐까요? 셋째, 동맹자를 찾기 위함이겠죠. 제가 진주·밀양에 오고부터 용전을 흔들었을 뿐만 아니라 김현민이 여러 번 손쓰게 했으니까요. 그래서 총독님께서는 제가 도대체 어떤 경지에 도달했는지, 그리고 연합할 가치가 있는지 궁금했던 거죠.”김예훈의 분석에 동하임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자기 아버지가 다른 사람에게 상황을 설명할 정도로 어젯밤 이렇게 큰 압박을 받고 있을 줄 몰랐다.이와 동시에 김예훈의 깊은 의미를 분석할 수 있는 총명함에 놀란 것이다.동태원이 흥미롭게 김예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첫 번째와 두번째는 확실히 제 생각이 맞지만, 세 번째는 어떤 의미가 온 걸까요? 김 도련님께서 저에게 조언 좀 해줄 수 있을까요?”무의식중에 변한 호칭으로 그가 김예훈에 관한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이 순간 동태원은 김예훈을 어깨를 나란히 대화할 수 있는 사람으로 여겼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천하에 백성의 왕은 한 명뿐이 아니겠습니까. 이전의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은 상대적으로 겸손함을 유지했다면 김현민은 다르죠. 용전에서 새로 거듭난 무신이자 진주·밀양 젊은 층 중에서 1인자로 꼽히고 있고, 또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사람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잖아요. 그런데 총독님께서 봤을 때 김현민이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되든 말든 그 사람이 총독님을 계속 주목할 것 같은 거죠? 맞죠? 김현민의 성격과 인품을 봤을 때, 그 자리에 올라서면 진주·밀양에서 두 가지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거예요. 그때되면 총독님께서는 자리를 양보하거나 머리를 수일 수밖에 없겠죠. 그리고 이 두 가지 상황 모두 총독님께서 원하는 것이 아닐 테고
아직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동태원은 90퍼센트의 힘을 사용하기까지 했다.그런데 아무리 힘을 실어봤자 오히려 자기 손바닥만 점점 찢어지듯이 아파져 왔다.“대단하네요.”동태원은 적당히 물러나서 더 이상 계속하지 않았다.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계속해서 말했다.“머리가 뛰어난 것도 모자라 실력과 마음가짐도 대단하시네요. 이번에 그 쪽한테 당한 것이 하나도 억울하지 않네요.”이때 동태원의 손짓 하나에 집사 한명이 테이블과 의자를 두 사람 옆으로 가져왔다.김예훈한테 자리에 앉으라면서 직접 차를 한 잔 우려주었다. 이어 집사가 정교한 다과를 차례로 가져왔다.동하임은 아버지가 김예훈을 이렇게 높게 평가할 줄 몰랐는지 의아하기만 했다.복수극이 열릴 줄 알았는데 마치 갑자기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를 만난 느낌이었다.동태원은 보이차를 마시면서 이상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힐끗 보더니 갑자기 웃으면서 말했다.“하임아, 내가 김 도련님을 죽여버리지 않고 식사 초대를 해서 이상해?”동하임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이에 동태원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원래부터 김 도련님께 식사를 초대하고 싶었어. 이곳까지 모신 이유는 나에게 중시 받을 자격이 있는지 테스트해 보려고 했던 것뿐이야. 그럴 자격이 없더라도 그냥 단순히 운이 좋아서 어젯밤 일을 일으켰다고 생각하고 똑같이 식사를 초대했을 거야. 그런데 그때는 그저 순수한 저녁 식사 한 끼에 불과한 거지.”동태원의 의미가 담긴 말에 동하림은 생각에 잠겼다.그러다 이제 막 보석으로 풀려난 김예훈이 자신의 아빠에게 이렇게 중시 받고 있을 줄 몰랐는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김예훈은 동태원 말속에 숨은 뜻을 알아차리고도 그저 피식 웃을 뿐이다.이 생각 많은 늙은 여우한테 함부로 말을 걸었다가 낭패 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김예훈이 아무말도 하지 않자, 동태원이 계속해서 말했다.“하임아, 내가 김 도련님께 음식을 대접해 드리고 싶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동하임이 생각하더니 말했다.“어젯
샤샤샥!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동하임은 이미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전혀 당황하지 않았고, 오히려 김예훈이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보고 싶은지 가소로운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그런데 결국 실망할 줄 몰랐다.김예훈은 뒷짐 쥔채 제자리에 서서 나뭇가지들이 몸을 스쳐 지나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자기 실력을 뽐내고 있는 동태원을 쳐다보았다.‘대단한데?’김예훈이 속으로 감탄하고 있을 때, 동태원이 선글라스를 벗어 와이프한테 건넸다.그러고는 수건으로 손을 닦으면서 어눌한 한국어로 말했다.“젊은 나이에 전혀 당황하지도 않고 대단한데요? 제가 어젯밤 당신한테 호되게 당한 것도 이유가 있었네요. 당신 같은 사람 손에 죽어도 여한이 없겠어요.”동태원은 김예훈을 아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아까는 김예훈을 테스트하기보다 겁을 주면 놀라서 오줌을 지릴 정도의 사람인지 보고싶었다.그런데 표정 변화 하나 없는 모습에 다시 보게 되었다.진주·밀양 젊은 층 중에서 이렇게까지 하는 사람은 몇 명 없었다.이때 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과찬입니다. 그런데 왜 저 때문에 호되게 당했다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어젯밤 제가 경찰에 신고한 것 때문에 그러시는 거예요? 시민이 어려움에 부닥쳐 있을 때 경찰에 신고하는 건 잘못된 일이 아니잖아요.”동태원은 멈칫하더니 박장대소를 지었다.“역시 재밌는 사람이네요. 맞는 말이죠. 경찰에 신고하는 건 개인의 자유이자 권력이죠. 그것 때문에 제가 얼마나 많은 사람한테 죄를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알아서 해결할 문제이고요. 진주 1인자로서 큰 권력을 쥐고 있는 한편 막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사실이에요.”동태원의 시원시원한 말투에 김예훈도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이때 동태원이 앞으로 다가와 오른손을 내밀면서 말했다.“자, 정식으로 인사하죠. 저는 진주 1인자인 동태원이라고 해요.”김예훈도 배시시 웃으면서 악수했다.“그러면 저도 제 자기소개를 하죠. 저는 용문당 회
허유주가 김예훈을 데리고 아침 먹으러 가려고 할때, 구룡성 경찰서에서 어떤 몸매가 좋은 여자가 걸어왔다.그 여자는 바로 동하임이었다.동하임은 허유주와 함께 웃고 떠드는 김예훈을 보면서 콧방귀를 뀌었다.“쓰레기 같은 자식.”이어 어금니를 꽉 깨물면서 김예훈의 옆으로 다가갔다.동시에 그녀에게 시선이 향한 추하린과 허유주는 진주 1인자의 딸인 그녀가 왜 갑자기 찾아왔는지 이해되지 않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설마 번복해서 김 도련님을 다시 구속하려는 건 아니겠지?’다시 경찰서로 들어간다고 해도 아무 상관 없는 김예훈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쳐다보았다.이대로 잡힌다고 해도 가장 골치 아픈 사람은 자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동하임이 한참동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더니 말했다.“김 도련님, 잠깐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김예훈이 피식 웃었다.“다 같은 편인데 하실 말씀이 있으면 여기서 하시죠.”동하임은 잠깐 침묵하더니 겨우 한마디 꺼냈다.“저희 아빠가 김 도련님을 뵙고 싶어 하십니다. 아침 식사 함께하는 거 어떠세요?”동태원이 주동적으로 만나자고 할 줄 몰랐는지 김예훈은 멈칫하고 말았다.김예훈은 이를 거절하지 않고 추하린더러 허유주의 안전을 책임지라고 하고는 동하임의 포르쉐 911차에 올라탔다....반 시간 뒤, 태산 뒤쪽에 있는 별장에 도착하게 되었다.드넓은 이 별장에서는 멀리 있는 남태평양까지 보였다.습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면서 소금 짠 내가 풍기기도 했다.하와이풍의 반바지와 반소매 티를 입은 진주 1인자 동태원은 손에 낚싯대를 들고 바닷가에서 낚시하고 있었다.동하임과 함께 별장으로 들어섰을 때, 마침 동태원이 잡은 물고기를 들어올렸다.그의 옆에 있던 여인은 낚싯바늘을 떼어내고 다시 물고기를 방생했다.이 모습을 보고있던 김예훈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이런 생활은 그가 꿈꾸던 노년 생활이었기 때문이다.그때되면 과연 그의 옆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정민아? 하은혜? 우현아? 아니면 모두 다?김예훈
10분 뒤, 구룡성 경찰서를 벗어난 김예훈은 거들먹거리는 표정으로 자신을 째려보고 있는 홍성파 부하들을 발견했다.김예훈이 경찰서를 힐끔 보고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진주 1인자라는 사람이 재밌군요. 상대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이라고 해도 절대 봐주지 않네요. 아주 마음에 들어요.”추하린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그래서 안동 김씨 가문, 일본 야마구치파, 홍성파에서 얼마나 벼르고 있는지 몰라요. 진주 1인자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시비 거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진주 1인자라는 그분 성함이 뭐죠?”추하린이 답했다.“동태원이요.”“동태원 씨가 진주 1인자 자리에 앉은 걸 보면 능력이 대단할 거예요. 그리고 누군가 그 사람이 그 위치에 앉아있기를 원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안동 김씨 가문에서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거라고요.”김예훈은 추하린의 어깨를 툭툭 치려다 두 사람 사이의 어색한 분위기가 생각나 다시 손을 거뒀다.그러다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진주 1인자인 동태원 씨랑 만날 수 있게 기회를 만들어줘요. 그분도 저를 만나고 싶어 할 거예요.”김예훈이 손을 툭툭 털면서 이곳을 떠나려고 할때, 주차장에 있던 토요타 알파드 차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예훈 오빠.”온밤 여기서 기다리면서 온갖 인맥을 다 동원한 허유주는 바로 김예훈에게 안기려고 했다.“나왔어? 정말 다행이야.”어젯밤 그녀는 김예훈이 홍성파와 일본 야마구치파한테 짓밟힐까 봐 걱정이었다.진주에 깊은 뿌리를 박은 홍성파는 진주 기관 사람들과 친했으니 말이다.김예훈이 무사히 풀려난 것만으로도 놀라울 정도였다.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라이언 킹의 뺨까지 때렸는데 김예훈이 보석되고 진세은이 갖힐 줄 몰랐다.김예훈은 자기를 와락 끌어안은 허유주를 떼어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난 다른 사람을 도와준 착한 시민일 뿐이야. 나까지 구속하면 진주 법도가 신뢰를 잃는 거 아니겠어? 그리고 네가 날 도와주고 있는데 누가 감히 날 건드리
추하린이 입을 가리면서 웃었다.경찰에 신고하는 거에 그치지 않고 이 일이 세상에 알려진 이상 공평하게 처리해야만 했다.뚜벅뚜벅.두 사람이 대화를 마쳤을 때, 제복을 입은 한 경찰이 걸어들어왔다.짧은 머리에 혼혈인으로 보이는 그녀는 높은 콧대에 움푹 파인 두 눈을 하고 있어 이국적인 느낌을 가져다주었다.그리고 그녀의 가슴에 있는 명찰에는 동하임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그녀는 김예훈을 한참동안 쳐다보고는 추하린을 힐끔 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추하린 씨, 이 사람 보석으로 풀려났어요. 그런데 보름 동안은 진주를 벗어나지 못하며 언제든 저희 연락을 기다리셔야 해요.”추하린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동하임 씨, 걱정하지 마세요. 김 도련님은 피해자예요. 누구를 죄인으로 몰아갈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잘 협조할 거예요. 저희한테는 인증이면 인증, 물증이면 물증, 없는 것이 없어요.”이 말에 동하임은 콧방귀를 뀌었다.김예훈에 대해 불만이 많은지 냉랭하게 쳐다보면서 자료 하나를 던져주었다.“여기에 사인하고 당장 꺼져요.”펜을 든 김예훈은 급히 사인하지 않고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동하림을 쳐다보았다.“저희 처음 본 사이인 것 같은데 제가 뭐 잘못한거라도 있을까요?”동하임은 콧방귀만 뀔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런데 이때 추하린이 말했다.“김 도련님께서는 잘못한 거 없어요. 그런데 진주 1인자인 동하임 씨 아버님을 건드린 건 맞죠.”의미심장한 표정을 하고 있던 김예훈은 그제야 동하임이 왜 자신에 대해 불만이 많은지 알 수 있었다.어제저녁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진주 1인자를 궁지로 몰고 갔으니 말이다.표정이 차갑기만 만 동하임은 사실 감정을 잘 숨기고 있었다.김예훈이 펜을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동하임 씨, 제가 보석되었다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동하임이 김예훈을 냉랭하게 쳐다보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김현민 씨 일행이 모든 일을 도모한 사실은 증거 부족으로 전부 석방되었어요. 야마구치파는 죄가 극악
10분 뒤, 전신 무장한 경찰들이 닥쳐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체포했다.그리고 뒤이어 도착한 열몇 명의 기자들도 피비린내를 맡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오늘, 이 거대한 사건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홍성파와 일본 야마구치파가 연루된 사건이었다.어느 한쪽만 있었다고 해도 뉴스 메인을 차지했을 텐데 대단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진주 경찰은 공과 사를 구분하면서 공평 공정하게 사건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아무리 진주·밀양에서 신분 높은 김현민이라고 해도 도망칠 수 없이 똑같이 조사받아야 했다.기자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진주 경찰들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해도 절대적으로 공정해야 했다.그렇게 10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구룡성 경찰서에 잡혀가고 말았다.경찰은 중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은 사람을 포함해서 하나도 빠짐없이 조사를 진행했다.김예훈도 구룡성 경찰서에 잡혀가긴 했지만 내내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다.이번에 일부러 김현민에게 골탕을 먹이려고 작정한 것이다.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에서 어느정도로 대단한지, 그리고 이곳에 법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두번째 날 아침, 추하린이 그럴싸한 브런치를 들고 취조실로 들어왔다.추하린은 김예훈에게 브런치를 건네고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김 도련님, 어젯밤 그 전화 한 통으로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켰는지 알아요? 안동 김씨 가문 큰 어르신께서 화가 난 나머지 진주 1인자인 동태원에게 전화해서 왜 김현민을 구속했냐고 따졌대요.”김예훈이 브런치를 즐기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그래서 겁이 났대요?”“얼마나 많은 기자가 지켜보고 있는데 겁이 날 새나 있었겠어요? 계속해서 진주 1인자를 해야 하는데 말이죠.”추하린이 피식 웃었다.“그저 법대로 진행하는 거라고 답장했대요. 그리고 온밤 구룡성 경찰서를 포위한 홍성파 사람들은 자기 사람을 풀어달라고 하면서 김 도련님을 처리하라고 했대요. 그런데 증거가 있어서 어쩔 수 없었지만요. 야마구치파가 허유주 씨한테 약을 탄 것만 해도 충
“이런 제기랄!”“지금 김현민 도련님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죽고 싶어?”김현민 뒤에 서 있던 남녀들이 김예훈을 차갑게 째려보고 있었다.비록 김예훈이 어마어마한 실력으로 라이언 킹을 뺨 한 대로 죽여버리긴 했지만, 진주·밀양에서 내로라하는 상류 인사들한테는 그저 싸움만 잘하는 사람으로 보였다.김예훈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이들의 힘, 배경과 권력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지금은 예전처럼 혼자서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는 시대가 아니었다.대단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그저 대단한 것뿐이었다.김현민은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의 감정을 억누르면서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저까지 건드리게요?”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수장님도 참. 제가 언제 수장님을 건드리겠다고 했나요?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정의로운 분을 제가 왜 건드리겠어요.”9대 국방부 총사령관을 언급할 때 김예훈의 표정은 흥미진진하기만 했다.김현민이 이 타이틀을 이용해서 과연 거들먹거릴지 보고 싶었다.김현민 역시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그저 소문일 뿐이에요.”“그래요?”김예훈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김현민은 9대 국방부의 총사령관인 것을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부인하지도 않았다.이 기세를 빌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굳히고 싶은 모양이었다.이대로라면 곧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새로운 수장이 될지도 몰랐다.아니라면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라는 타이틀을 이용하지도 않았을 것이다.이순간 김예훈은 김현민에 대해 다시 보게 되었다.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런 사람으로 말이다.김현민은 한참동안 김예훈을 쳐다보다 아무 말 없이 뒤돌아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김예훈이 앞으로 나서서 그의 앞길을 막았다.“김예훈 도련님께서 따로 하실 말씀이 있나요?”김현민은 김예훈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이런 순간에 김예훈이 자신한테 무슨 짓을 할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아무리 실력이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