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이내, 점장은 공손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한 다음 선물 박스를 다시 잘 정리하고 예를 갖추어 말했다. "고객님, 아까는 너무 빨리 가셔서 미처 영수증을 드리지 못했습니다.""그리고, 고객님의 소비 금액이 높은 이유로 본부 쪽에서 고객님께 최고 레벨의 VIP 회원 카드를 발급해드리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연락처를 남겨주시겠습니까? 앞으로 전시회나 신제품이 있으면 저희 쪽에서 특별히 연락드릴 것입니다!"뭐라고?영수증?최고 레벨의 VIP 회원?게다가 전시회 초대까지?그러니까... 이 목걸이를 정말 이 자식이 산 거라고?순식간에 사방이 고요해졌다.거의 모든 사람이 입을 크게 벌리고 놀랍고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100억!돈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양단아는 멍해졌다,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말도 안 돼!기생오라비 같은 놈이, 어떻게 살 수 있단 말인가?100억짜리 목걸이를! 10만 원짜리도 아니고!이때, 양단아는 포기하지 않고 달려와서 영수증을 보았다, 그걸 확인한 그녀는 멍해졌다.영수증에 가격이 똑똑히 적혀있었다, 김예훈이 산 것이 틀림없었다.게다가 점장의 공손한 태도를 보면 절대 거짓일 수 없다.이때, 주위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다들 창피하다고 느꼈다.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여민수와 양단아를 보고 혀를 차며 손가락질했다.두 사람이 정신이 나간 거지?남이 직접 산 목걸이를 훔쳤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다고?멍청한 게 설마 정신 병원에서 뛰쳐나온 인간들 아니야?그리고 저 남자, 롤렉스 시계를 하고 있다고 이리 잘난 척해도 되는 거야? 결국 남 앞에서 아무것도 아닌 주제에.무심하게 핸드폰 번호를 남기고 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행사나 신제품이 있으면 문자로 해요, 전화하지 말고.""네, 알겠습니다, 절대 귀찮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앞으로 어떤 행사든 핸드폰 번호만 제시하시면 뜻대로 다른 분을 모시고 참석할 수 있습니다." 점장은 공손하게 말했다.부자들은 성격이 각자 다
김예훈은 무의식적으로 선우정아를 쳐다보았다.선우정아는 바보가 아니다, 자연히 눈앞에 이 여자가 김예훈한테 관심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근데 잠시 생각하더니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전 괜찮아요, 이렇게 귀중한 선물도 받았는데 저녁은 뭐로 해도 좋아요."이 말을 듣고 유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선우정아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하다.김예훈이 이렇게 비싼 물건을 정민아한테 선물했다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근데 딱 봐도 시크한 이 여자는 또 누구일까?바로 이때, 유나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의 지도교수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다.전화가 연결되자 맞은편에서 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유나야, 강천이랑 왜 아직이야? 설마 두 사람 몰래 데이트하러 간 건 아니지?"유나와 강천 두 사람의 교수님도 이번 세미나에 참석하기로 되어있다.그러나 두 제자가 아직 현장에 도착하지 않아서 전화를 걸어 농담한 것이다.유나가 점잖은 강천을 힐끗 보고는 대답했다. "교수님, 농담하지 마세요, 우연히 친구를 만났을 뿐이에요, 저와 강천 선배는 곧 도착할 거예요, 그리고 친구 두명을 데리고 갈 생각인데 괜찮으시죠?""당연히 괜찮지, 이번 세미나는 친구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야, 네가 친구를 데리고 온다면 난 환영이야, 빨리 오거라." 지도교수는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유나가 신나서 전화를 끊고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선우정아의 핸드폰이 울렸다.전화를 받고 그녀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예훈씨, 미안해요, 할아버지 쪽에 급한 일이 생겨서요, 얼른 돌아가야 할 것 같아요, 식사는 다음에 해요.""데려다줄까요?" 김예훈은 조금 쑥스러워하며 말했다."아니요, 할아버지 차가 이미 백화점 앞에 와있어요, 저 혼자 가도 돼요, 예훈씨는 유나씨랑 세미나에 참석해요." 선우정아가 미소를 지었다. "경기도에 오면 꼭 연락하는 거 잊지 말고요."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라 말할 새도 없이 선우정아는 도도하게 하이힐을 신고
김예훈이 여기 있었다면, 지금 고개를 숙이고 서 있는 사람이 바로 김리정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경기도에서 대단한 인물인 김리정은 지금 창백한 얼굴에 땀이 뚝뚝 떨어져 정교한 메이크업이 지워졌다.10m도 채 안 되는 앞에서 당복 차림에 준수해 보이는 25세 미만의 남자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그는 바둑판 위에서 검은 돌과 하얀 돌을 동시에 두었다.텅 빈 홀에서는 바둑을 두는 소리만 간간이 울렸다. 김리정은 벌벌 떨고 있지만,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30분 후 '탁'하는 소리와 함께 마지막 한 수가 떨어지자 옥으로 된 바둑판이 깨져 감미로운 소리가 났다.'퉁'하는 소리와 함께 김리정은 바닥에 무릎을 꿇었지만 여전히 숨을 죽이고 있었다.홀에서 소리가 다 사라지고 나서야 김리정은 이마를 땅에 대고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 제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으니 벌을 내려주십시오!” 침대에 앉아 있던 남자는 일어나 왼손을 바라보다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 사람 만났어요?”“네!”김리정이 대답했다.“어땠어요?”“아주 능력이 있는 사람이에요…” 김리정은 한참을 고민하고 천천히 말했다.“능력이 있다고요? 고모한테서 이런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경기도에서 많지 않은데…” 남자는 빙긋 웃었다. “그럼 나보다 어때요?”김리정은 식은땀이 등을 적셨다. 그녀는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말했다. “개미가 어떻게 용과 비하겠습니까?”“뺨 때려요.” 남자가 담담하게 말했다.김리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스스로 “짝짝”하며 자기 따귀를 때렸다. 남자가 멈춰라 하기 전에 멈출 엄두를 내지 못했다. 잠시 후 남자는 김리정에게 동작을 멈추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웃으며 물었다. “존경하는 고모님, 제가 왜 따귀를 때려라고 하는지 아세요?”“모르겠습니다.” 김리정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은 여튼 우리 경기도 김씨 가문의 혈맥이고, 나 김병욱의 형인데, 그가 개미라고 하면 나도 개미라는 것이 아닙니까?”김병욱은 담담하게 말했다.“절대
김병욱의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이 가득했고 눈을 가늘게 뜨고 문의 입구를 바라보았다.긴 무지 치마를 입고 화장을 하지 않았지만, 마치 그림 속 사람 같은 여자가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만약 선우정아가 얼음의 여왕이라면, 그녀는 인간 세상에 없을 선녀다. 그녀를 한 번 더 보기만 해도 그녀의 카리스마에 매혹될 것이다.부들부들 떨고 있던 김리정은 더 심하게 떨고 있다.김청미다.그녀는 김씨 가문에서 다섯 째, 유일한 여성이다.그녀가 김씨 가문의 혈통이 아니라 더 무섭고 오래된 가문 출신이라는 소문이 있지만, 아무도 이 일의 진위를 모른다.김청미는 담담하게 김병욱을 보며 말했다. “그 사람의 무서움을 우리는 몇 년 전부터 알고 있잖아요.” “그의 능력은 우릴 십여 년 동안 제압해 왔고, 3년 전 사람들이 계획하고 그가 안되기를 바라지 않았다면 아마 김씨 가문에서 우리의 지위는 없없을거예요.”“이런 사람을 상대하는데, 둘째 오빠가 아직도 김예훈을 얕보다면 어렵게 쌓아온 것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거예요.”김병욱은 여전히 자신의 왼쪽 손바닥을 쳐다보며 손금을 자세히 응시하였다. 그는 한참 후에야 손바닥을 내려놓으며 웃는 듯 말 듯 말했다. “그럼 네가 나설 셈이냐? 그렇다면 내가 좋은 구경을 볼 수 있겠구나.”“군자는 인자해야 한다는 이치를 오빤 몰라요?” 김청미는 담담하게 말했다. “둘째 오빠 밑에 유능한 사람이 무수히 많은데, 이런 작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까 봐 걱정해요?”“안타깝게도 남해시는 양성이 아니야. 비록 내가 이 판국에 가담한 지 3년이 되었지만, 아직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아. 하지만 네가 좋은 수가 많으니 나를 도와준다면 내가 아주 기쁠거야.”김병욱이 웃으며 말했다.“남해시에서 하기 어려우면 김예훈을 다시 양성에 돌아가게 하면 된다는 이치를 오빠가 모른다구요?”김청미는 돌아서서 말했다.“셋째, 넷째 오빠가 모두 지켜보고 계십니다. 그날 손을 댄 사람은 둘째 오빠니까…”“그 사람이 복수를 하려면 둘째 오빠가 가장 큰 타겟이에요.
“맏형은 그의 가슴에 맺힌 응어리야.”다른 한 사람은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우리 둘은 아니지. 어부지리야.”“그래요?”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청미는 쥐도 새도 모르게 정원에 나타났다.두 사람은 그녀를 보며 싱긋 웃었다.김씨 사걸은 오늘 한 사람 때문에 백운별원에 모였다....남해시 보행로의 한 오피스텔 꼭대기 층에서 비공개 의학강좌가 열린다.유나는 거절하기 어려웠고, 김예훈은 지금 할 일도 없어서 그녀와 함께 왔다.기분이 좋지 않았던 유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김예훈에게 계속 말을 건넸다.뒤따라오던 강천의 얼굴은 어두워졌다.이 녀석 도대체 어떤 사람이야? 강천도 이 자식에게 유나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자기랑 있을 때는 그냥 몇 마디 대꾸하는데, 얘 앞에서 곅속 말을 건네다니.이 여자가 진짜 대학 시절 남자들이 말 걸지 못했던 의대 여신인가?심기가 불편했지만 강천은 매너스럽게 유나의 왼쪽편에서 걸으며 몇 마디씩 건네며 존재감을 과시했다.오피스텔의 꼭대기 층에 사람이 너무 많은 편은 아니다.사실 이 의학 강좌에 참석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경기도 의학계에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다.유나는 원래 참석 자격이 없었지만 최근 남해시병원 부원장으로 발탁돼 자연스럽게 참석할 수 있게 됐다.그리고 강천도 성 인민병원의 주임 의사이다. 그의 의술이 뛰어나고, 집안 배경이 좋아 그가 참석하는 것도 정상이다.김예훈 일행이 로비에 왔을 때 로비는 이미 사람들로 붐볐다.특히 유나를 보고 적지 않은 사람의 눈이 번쩍였다.남해시의 의학계에는 같은 대학 출신이 적지 않고 스승과 제자, 동문 사이인 경우가 많아 유나를 아는 사람도 적지 않다.젊은 남자 의사들도 유나를 보고 심쿵했다.의학계에는 미녀가 많지 않다. 의사가 되는 건 매우 고되기 때문에 미녀는 웬만하면 오지 않는다.그래서 유나 같은 여자는 의학계에서의 여신이다. 그녀는 의술과 의덕이 뛰어나고, 몸매가 날씬하며, 얼굴도 사랑스러웠다.세상 물정에 밝은 의사라
유나는 다른 사람들이 한 말을 전혀 듣지 않고 김예훈과 작은 목소리로 말을 나눴다.“예훈씨, 이 의학 강좌는 의학 상식을 보급하는 그런 강좌가 아니예요. 우리 경기도 의학계에 중대한 발견이 있어 이 의학 강좌에서 발표한다더라구요.”유나는 김예훈이 의학 강좌가 왜 열렸는지 모를까봐 작은 소리로 설명했다.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이고 단상 자리를 올려다보았다.단상 뒤쪽에는 거대한 스크린이 있었다. 스크린에는 한 줄의 글자가 있다.“세포 재생으로 심근 손상을 치유 가능.”그리고 아래 서명은 동청산과 강천이다.김예훈은 의학계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지만, 심근 손상이 보통 심근염을 가리킨 걸 알고 있다.이런 병은 고치기 어렵다. 경증은 평소에 주의하고 잘 휴식하면 저절로 낫지만 중증은 치료하기 힘들고 자칫하면 환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중증 심근염은 전통적으로 수술 치료를 한다.하지만 이런 수술은 숙련된 외과의사만 할 수 있다.그리고 많은 중증 환자들은 전문 의사가 적기에 치료도 못하고 서거한다.소개를 보고 김예훈의 눈이 번쩍였다. 어디서 들은 적이 있는 모양이다.이 세포 재생 치료법은 수술하지 않고 세포의 재생 능력만으로 중증 심근염을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이다.김예훈은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어렴풋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다.하지만 그는 이 의학 강좌에 초대받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주변의 의학계 인사들의 눈에는 하나같이 설렘으로 가득 찼다.이번 의학 강좌에 참가하게 되어 정말 보람이 있다!이 기술이 성공한다면 의학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을 것이고, 이들은 역사의 견증인이 될 것이다.이때, 동청산은 강단 위에서 내려와 강천 곁으로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 의학 강좌가 시작되기 전에 여러분께 설명드릴 일이 있습니다!”“이번 심근 손상에 대한 최신 치료법은 제가 발명한 것이 아니라 제자인 강천이 열심히 연구해 수천 수만 번의 실험을 거쳐 내린 결론입니다!”“말하기 부끄럽지만, 지도교수로써 제가 이 일에 많이 도와주지
강천은 손을 내밀고 사람들이 조용해진 뒤 웃으며 말했다. “심근염의 가장 큰 원인은 심근이 손상됐기 때문입니다.”“심근염을 완전히 치료하려면 보통 염증이 생긴 심근을 잘라 심장 우회술을 해왔습니다!”“하지만 이 수술의 리스크가 큽니다.”“한편으로 환자가 엄청난 금전적 부담을 떠안아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의사들의 기술에도 큰 시련입니다!”“많은 외과계의 뛰어난 분들이 비슷한 수술이 너무 많아 많은 중증 환자들이 기다리지 못하고 병사하였는데 이것은 우리의 책임입니다.”강천은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우리도 사람입니다. 우리 의사들이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고 하루 24시간 수술을 해도, 구할 수 있는 환자는 아주 적습니다! 너무 안타깝습니다.”이를 듣고 의사들이 하나같이 공감하였다.어느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기를 싫어하겠는가? 하지만 정말 역부족이다!많은 의사들이 주말과 휴일을 포기했지만 여전히 많은 환자를 감당할 수 없다.강천 주임이 젊은 나이에 이를 헤아리다니 이미 많은 의사들을 능가하였다.대다수의 의사들은 최선을 다해 환자를 치료하기를 원하지만, 그렇게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몇몇 의학계의 대가는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강씨 가문의 사람, 역시 동명의의 제자.이 대가들은 모두 의술이 뛰어나고 의학계에서 다년간 연구했지만, 어느 누구도 획기적인 연구를 해내지 못했다.눈앞의 이 젊은이가 오히려 이렇게 중대한 연구를 해냈다니!대단해! 정말 대단해!강천의 말을 듣고 동청산도 흐뭇하였다.하하! 역시 제자를 잘 뒀어! 자신의 의술을 빠짐없이 강천에게 전수하는 것은 과연 옳은 선택이였다!그는 의술뿐만 아니라 의덕마저 이렇게 출중하다니!화타가 환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마지막 제자 유나와 정말 천생연분이다.이 둘이 부부가 된다면 현국의 의학계에 얼마나 큰 공헌이 되겠는가!강천의 말을 잘 듣지 않던 유나도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선배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야.의학계의 사람만이 그가 이런 획기
동청산은 웃으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자, 젊은이 일은 자기들끼리 해결하도록 하고. 물론 이 일이 성사되면 저도 매우 기쁠 겁니다!”“그래도, 의학 강좌니까 본론으로 들어갑시다.”“자! 강 주임님의 연설 부탁드리겠습니다!”“이런 의학계의 역사적 순간에 우리가 참가하게 되어 참으로 영광입니다.”“...”환호 속에 강천은 단상 한가운데로 가 동영상을 재생하였다.그는 설명했다. “의학계 선배님들, 저의 실험과 기술적인 수단을 통해 심근세포의 재생을 촉진하면 새 세포가 낡은 세포를 대체함으로써 심근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괴사한 피부를 잘라내고 다시 자라게 하는 것과 같은 도리입니다.”“물론 심장에 관계되는 수술이니 더 정교한 기술과 더 효과가 좋은 약품을 사용해야 됩니다…”“여러분 앞에 자료가 있으니 한번 훑어보시면 저의 이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모두 앞에 놓인 자료를 읽기 시작했다.읽어보면 볼수록 탄성이 터진다!천재! 이 젊은이는 천재다!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니!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냈다니! 정말 청출어람이다.이 젊은이의 의학에서의 조예는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보다 뛰어났다!일부 심장병 분야의 권위자들도 모두 찬탄했다.심장병 분야에서 수십 년 동안 연구해 온 전문가가 이 아이디어를 제기하고 연구해낸다면 그들은 놀라지 않을 것이다.그런데 강천은 겨우 몇 살인가? 그는 의대를 졸업한 지 5년도 되지 않았다!5년 만에 이런 성과를 해낸 것은 유례가 없었다.한 심장병의 권위자가 앞으로 다가가 엄지손가락을 내밀며 말했다. “강주임, 심장병 환자들을 대신해 감사드리겠소. 당신의 발견은 의학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오! 올해 노벨 의학상은 꼭 당신것이오.”“그래그래, 올해 우리가 함께 너를 추천할 거야!”강천은 웃으며 말했다. “정말 과찬이십니다.”이렇게 말하면서 그는 거의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노벨 의학상? 그가 정말 이 상을 받을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