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현장에서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이 후려갈긴 이 뺨은 갑작스러웠을 뿐만 아니라 너무 빨라서 전혀 반응할 시간이 없었다. 진두준은 진주 홍성의 태자다. 진주에서 그의 지위는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을 정도로 높다. 허준서 같은 사람은 그의 뒤를 따르면서 신발이나 들어주는 사람이다. 곽영현도 그의 상대가 아니다.그런데 지금 진두준이 김예훈에게 뺨을 맞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이 장면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잘못 봤다고 생각하게 했다.그 예쁜 여자들은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입을 가리고 있었다.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추문성은 너무 떨렸다. 그는 김예훈을 잘 알지만 진두준 같은 사람을 대할 때마저 조금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줄은 몰랐다.진두준이 제멋대로라고 하면 김예훈은 그보다 더 날뛰고 제멋대로다. “개자식! 네가 감히 진 태자에게 손을 대다니! 진 태자가 누군지 몰라?”제일 먼저 반응을 보인 허준서는 고함을 지르며 한 무리의 사람을 데리고 몰려왔다.한 무리의 사람들은 모두 김예훈을 산 채로 잡아먹으려 하는 모습이었다.그들이 보기에 이것은 이미 단순한 도발을 하는 게 아니다. 그냥 조금의 체면도 남겨주지 않고 그들을 무시하는 것이었다. 몇 명의 예쁜 여자들도 그제야 반응을 보였다. 그들은 모두 두 팔을 끼고 물러섰는데 얼굴에는 경멸의 느낌이 가득했다.그녀들이 보기에 김예훈은 정말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사람인 것 같았다.이렇게 진두준한테 손을 쓴 사람은 김예훈이 처음이다. 이 자식은 누가 와도 소용없다고, 철저히 망했다고 생각했다. “진 태자님, 말로 좋게 풉시다.”추문성은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가 싸움을 막으려 했다.“다들 앉아서 얘기하면 안 돼요? 꼭 칼을 휘둘러야겠어요?”추문성은 김예훈이 진두준을 이기지 못할까 봐 두려운 것이 아니다. 김예훈이 화가 나서 진두준을 때려죽일까 봐 두려운 것이었다.그때 홍성에서 나서면 일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꺼져!
김예훈이 또 허준서를 발로 차 넘어뜨리는 것을 보고 현장에 있던 꾼들은 모두 화가 치밀어올라 지금 바로 김예훈을 죽이고 싶었다. “그만해!”주먹다짐을 벌이려 할 때 진두준이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그는 손을 내저으며 그 사람들을 제지했다.그리고 진두준은 두 손을 짊어지고 천천히 김예훈에게 다가오더니 오른손으로 자신의 왼쪽 얼굴을 문질렀다.“이 뺨은 수준급이야. 빠르면서도 힘이 세. 내가 몇 년 연습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벌써 네 뺨에 기절했을 거야? 역시 김세자, 역시 곽영현까지 겁에 질리게 한 사람이야.”진두준은 김예훈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겨누었다.“원래 난 네가 보잘것없는 사람인 줄 알았어. 하지만 이제 내가 말해줄게, 나 진두준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배짱이 있으면 도망가지 마. 곧 너의 뺨에 잘 보답할 것이야!”그는 지금까지 홍성 태자의 신분으로 살아오면서 이런 수모를 당해 번 적이 없다. 그는 오늘 다쳤을 뿐만 아니라 체면도 구겼다.이 뺨을 맞은 것은 치욕스러운 일이다. 김예훈을 죽이지 않으면 홍성 태자는 더는 위신이 없게 될 것이다.“진 태자 맞지?”김예훈이 차가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렇게 기분 나쁘면 날 때려. 사람이 많잖아? 밖에 몇십 명이 더 있지 않아? 같이 덤벼서 날 죽여! 못하겠다면 넌 겁쟁이야!”김예훈의 도발적인 말에 허준서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이를 갈며 말했다. “진 태자, 이놈은 정말 건방져요. 우리가 다 같이 덤빌까요? 그러면 죽일 수 있을 겁니다.”안색이 괜찮아진 진두준은 김예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흥분할 필요가 있나? 김세자가 여기 있는 것은 추 어르신의 손님이겠지! 밀양에서 추씨 가문을 건드리는 것은 밑지는 장사야.”허준서는 살짝 멍해졌다. 그는 건방진 진 태자도 약해질 때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게다가 이 사람은 추양주의 손님일 뿐만 아니라 경기도 김세가야. 그리고 용문당 회장이라는 신분도 있어.”김세자라는 말을 들은 허준서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경기도 김세자가 아
땅바닥에 주저앉지는 않았지만 진두준의 안색은 어두웠다.김예훈이 자기한테 이렇게 거리낌 없이 손을 쓸 줄은 몰랐다.두 뺨을 맞은 홍성 태자의 얼굴이 돼지머리와 비슷하게 부어올랐다.“진두준, 내 앞에서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야? 오늘 일은 분명 너희가 먼저 약을 쓰고 다른 사람을 괴롭히려고 해서 생긴 일이야. 나를 이기지 못하니까 이제 와서 내가 용문당 회장 신분으로 널 제압했다고 말하는 거야? 왜? 여론을 몰아서 용문당에서 내 지위를 박탈하라고 할 작정이야?”김예훈은 두 손을 짊어지고 앞으로 나갔는데 눈빛에는 경멸스러운 느낌이 가득했다. 홍성 태자를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내가 제멋대로 권세로 사람을 괴롭힌다고.? 좋아, 오늘 내가 진짜 제멋대로가 무엇인지 보여줄게. 진두준, 지금부터 용문당 회장의 신분으로 말하는 거야. 1분의 시간을 줄게. 무릎 꿇고 수아 씨에게 사과하고 혼자서 뺨 두 대 더 때려. 그렇지 않으면 네 손발을 부러뜨릴 거야.”김예훈은 표정이 차가웠다. 무서운 기세가 퍼져 현장을 뒤덮어서 허준서를 비롯한 사람들도 얼굴색이 변했다.진두준의 경호원 몇 명이 와서 길을 막으려고 했지만 김예훈에게 뺨을 맞고 하나씩 날아갔다.이 장면을 본 허준서는 더없이 놀라 하였다. 그는 지금 이미 약간 후회하고 있었다. 왜 조금의 이익을 얻으려고 정민아를 괴롭히고 이놈에게까지 미움을 샀는지 생각하며 말이다. 어젯밤 김예훈이 허도겸을 죽이고 곽영현을 겁주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부터 허준서는 김예훈의 신분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래서 진두준의 신분을 믿고 그의 기를 누르려고 했지만 뜻밖에도 또 그에게 밀릴 줄은 몰랐다.지금의 김예훈은 실력이 무서울 뿐만 아니라 용문당 회장이라는 신분을 내놓았다.비록 용문당 회장이 밀양과 진주, 두 도시를 통제할 수는 없지만 그가 신분을 드러낸 이상 그를 다치게 하는 것은 분명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그리고 몇몇 홍성 싸움꾼은 모두 허리의 총기를 누르고 있었다. 눈빛에 살기가 서린 그들은 언제든지 총기를 꺼
김예훈은 말투가 무뚝뚝하고 눈빛은 차가웠는데 감히 그한테 대들지 못하게 하는 위압감을 가지고 있다.진두준은 김예훈을 쳐다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마주친 눈에서는 불꽃이 끊임없이 튀는 것 같았다.조금 지나 진두준은 자신의 분노를 억누르고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좋아, 아주 좋아! 역시 회장님은 큰 인물이네! 하지만 기억해, 오늘은 네가 내 체면을 구겼지만 나는 반드시 내 자리를 되찾을 것이야!”찰싹. 말을 끝나고 진두준은 자신의 뺨을 두 번 때리고는 방수아에게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공손히 말했다. “수아 씨,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가 술이 많이 취했습니다. 제가 미움을 산 것에 노여움 마시고 봐주세요!”줄곧 제멋대로였던 진두준이 순순히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순간 수많은 사람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런 자리에서는 크게 싸워야 하는 게 아닌가 하고 다들 생각했다. 홍성의 실력이면 전화 한 통에 몇천 명을 부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그런데 진두준이 참고 이 대낮에 사람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다니, 그는 꽤 세상 물정을 아는 사람이었다. “가자.”사과한 진두준은 몸을 일으켜 발길을 돌렸다.그는 김예훈한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걸어갔다. 하지만 어두운 얼굴에는 원한으로부터의 사나운 느낌이 가득했다. 비록 오늘의 트러블은 크지 않았지만 근본적으로 김예훈은 이미 홍성의 체면을 구겼다. 쌍방의 원한은 이미 화해할 가능성이 없다.김예훈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걸어 나오는 진두준을 바라보며 약간의 흥이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사람을 무는 개는 짖지 않는다는 것을 진두준이 보여줬다. 추문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김 회장님, 이 일...”김예훈은 손을 내저으며 말을 계속할 필요가 없다고 표시했다.오늘 진두준이 나타난 것은 분명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김예훈은 추씨 가문이 이렇게까지 자신을 속일 정도는 아니라고 믿었다.진두준과 허준서 뒤에 있는 사람이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다. …
“용문당 회장이 뭘 의미하는지 알아? 김예훈이 오늘 내 팔다리를 부러뜨렸다 해도 우리 아버지는 그놈을 찾아가지 못할 거야! 용문당은 너무 강해! 김예훈의 체면은 그렇다 쳐도 용문당의 체면은 반드시 세워주어야 해. 게다가 그놈은 실력도 좋아. 우리 같은 사람들이 같이 덤빈다고 해도 이기지 못할 거야. 사람은 굽힐 줄도 알아야 해. 그렇지 않으면 누구든지 짓밟고 싶어지지. 그러다 보면 쇠못을 밟을 때가 있을 거야. 그때가 돼서 후회해도 소용없어!”진두준은 태연하게 허준서를 가르치면서 담배에 불을 붙여 초조한 마음을 차가운 연기로 식혔다.하지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면서 진두준의 표정은 흉악하면서 차가웠는데 마치 사람을 잡아먹는 짐승처럼 보였다. 허준서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진 태자님, 오늘 일을 이렇게 끝내는 건가요? 소문나면 우리는 망신이에요! 제가 망신당하는 것은 괜찮아도 진 태자님께서 망신을 당하면 앞으로 진주와 밀양에서 위신이 떨어질 거예요.”진두준은 연기를 내뿜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복수는 언제 해도 늦지 않아. 내가 진주에 가서 김병욱한테 말해 볼 거야. 반드시 갚아줄 거야!”허준서는 안색이 변하더니 조용히 말했다. “진 태자님, 병욱 도련님도 김예훈한테서 몇 번이나 손해를 봤다고 들었어요. 그런 사람을 찾아서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차라리 어르신한테 홍절곤을 몇 개 보내 달라고 해서 김예훈 주변의 사람들 몇 명을 없앨까요? 그놈의 아내가 부산으로 돌아갔다고 했잖아요? 사람을 보내 부산에 가서 그 사람의 머리를 가져오게 하는 거예요! 이것은 약간의 이자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놈 아내의 머리라도 가져와야 진 태자님과 홍성에게 미움을 샀다는 것이 얼마나 후회할 만한 일인지 알게 될 것입니다. 심지어 우리는...”찰싹. 허준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진두준은 뺨을 후려갈겨 그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진 태자님, 뭐 하시는 거예요? 저는 당신을 위해서입니다!”“나를 위해서?”진두준은 허준서의 멱살을 잡고 그를 통째로 들었다.“오늘
철컥. 진두준은 차 문을 열고 허준서를 차 밖으로 내동댕이치고 다시 차 문을 닫았다.허준서는 땅바닥에서 뒹굴다가 머리를 세게 부딪혀 금세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흘렀다.그는 얼굴이 부었고 시퍼렇게 멍이 들었고 옷이 너덜너덜해졌다. 지금 그의 눈가는 계속 경련을 일으켰는데 원망스러운 느낌이 가득했다.한참 후에야 그는 휴대전화를 들어 전화를 걸었다. “둘째 형, 당신이 더 높은 자리로 오를 수 있게 도울게요. 단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김예훈을 죽일 거예요.”...밀양 안성 병원의 응급실에서 링거를 맞고 있는 방수아가 나왔다. 그는 위세척을 마쳐서 멀쩡해졌는데 일어나 앉아서 말을 할 수 있었다.김예훈은 방수아에게 탄산수 한 병을 건넸다. 방수아가 다 마신 후에야 입을 열었다. “밀양은 안전하지 않으니 더는 머물지 마세요. 이번에는 공교롭게도 허준서가 진두준을 함정에 빠뜨리려고 저와 트러블이 생기게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를 만난 거죠. 그렇지 않으면 수아 씨는 이미 진두준의 손에 넘어갔을 거예요.”방금 병원에 오는 길에서 김예훈은 이 일을 다시 한번 돌이켜보았다.그리고 그는 허준서가 자기와 홍성 사이에 트러블이 생기게 하려고 계획한 것으로 추측했다.허준서은 도박패를 가지는 것 외에 허도겸 대신 원한을 풀고 허씨 가문 체면을 세워주려는 뜻이 있을 것이다.허씨 가문은 몇 번이나 김예훈한테서 체면을 구겼다. 그래서 허준서가 높은 자리에 오르려고 하든지 지금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든지를 떠나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었다. 방수아는 모든 과정을 되돌아보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미안해요.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돈을 좀 벌어서 가족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는데, 결국 또 오빠를 귀찮게 했네요.”“수아 씨 때문이 아니에요. 허준수는 허도겸보다 훨씬 상대하기 어려워요. 허도겸은 건방질 뿐이지 상대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허준수는 음험하고 악랄해서 상하기 어려워요.”방수아는 얌전하게 물을 마시며 반드시 빨리 밀양을 떠나 더는 김예훈한테 번거로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김예훈이 나지막하게 말하더니 피식 웃었다.“걱정하지 마. 저 사람들이 날 건드리지 않으면 나도 건드릴 생각이 없거든. 아무리 5대 문호, 전국 10대 명문가라고 해도 상관없어. 날 죽이려고 하거나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다치게 하는 순간 그 대가가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줄 거야. 그리고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이 오랜 기간 5대 문호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점을 봐도 어느정도 도는 지킬 거라고 믿어. 절대로 함부로 나서진 않을 거야. 최소한 어떤 사람을 건드리면 안 되는지 잘 알고 있을 거야.”김예훈의 담담함에 추문성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총사령관님께서 오랫동안 진주·밀양에 계시지 않아서 이 명문가 스타일을 잘 모르실 수 있어요. 큰일이 벌어졌을 때 어느정도 도를 지키겠지만 저 사람들의 심기를 건드리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경기도 김씨 가문이 바로 예전에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이 한국에 보낸 친척이라고 알고 있어요. 경기도 김씨 가문을 통해 점차 한국에 정착하려고 했겠죠. 그런데 총사령관님 때문에...”추문성은 더는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알겠다 싶어 침묵을 지켰다.“경기도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친척이라고? 나는 왜 몰랐지?”김예훈이 신기해하면서 말했다.“이일매 그놈도 진주 이씨 가문의 사람 아니야? 김병욱이 나 때문에 진주로 쫓겨난 뒤로 이씨 가문을 물려받았잖아.”추문성이 말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이 뒤를 봐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진주 이씨 가문을 물려받았겠어요. 이씨도 아니고 김씨인데.”김예훈이 또 호기심에 물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이 말 나온 김에 젊은 층 중에서 대단한 사람이 없어?”“있어요!”추문성이 두려움과 존경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바로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김현민이요!”...병원을 떠난 김예훈은 추문성에게 방수아의 안전을 맡기고서 적당한 타이밍에 귀국시키라고 했다.그러고선 또 공진해에게 전화를 걸었다.비록 진
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제가 방금 진두준의 뺨을 때렸거든요. 그리고 저 때문에 김병욱이 계획까지 망쳤고, 진두준이 바로 김병욱 찾으러 갔더라고요. 이 두 사람 성격을 봤을 때 무조건 저를 미워할 것이 뻔해요. 이 두 사람을 붙여놓으면 아무것도 아니긴 하지만 추문성 덕분에 깨달은 것이 있어서요. 뒤를 봐주고 있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을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기 전에 미리 좀 알아보려고요.”공진해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김 대표님 말씀이 맞으십니다. 김병욱과 진두준 이 두 사람을 놓고 봤을 때 이들이 장악하고 있는 힘 외에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인 김현민의 영원한 오른팔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자료에 의하면 특히 김병욱은 경기도 김씨 가문을 접수했을 때부터 김현민의 충신이더라고요. 대표님께서 김씨 가문을 접수했다는 것은 김현민의 이익을 건드린 거나 다름없는 거죠. 진두준이라는 사람도 심상치 않은 사람이었어요. 홍성에서 유명한 재벌 2세이고, 아버지는 홍성 지하조직의 우두머리였어요. 홍성은 진주와 밀양에서 세력이 가장 강한 조직으로 조직원이 10만 명은 달하며 진주와 밀양 곳곳에 분포되어 있어요. 간단히 말해서 대표님께서 김병욱과 진두준을 건드렸다는 것은 김현민을 건드린 거나 다름없다는 거예요.”김예훈이 피식 웃고 말았다.“제가 잘 찾아오긴 했나 보네요. 이러한 상황에서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배경을 조사해 보지 않을 수가 없겠네요.”김예훈의 표정을 본 공진해는 심각해지면서 자료를 쳐다보면서 말했다.“대표님께서는 어디서부터 알아보실 생각인가요?”김예훈이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부터 시작하시죠.”공진해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에서 시작해서 5대 문호 중에서 가장 젊은 가문으로 알려졌습니다. 안동 김씨 가문은 5대 문호에서 빠진 적이 없으며 1900년부터 1910년까지 진주가 일어서기 시작하면서 지금
김예훈은 사라지는 차량 행렬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김서하를 보며 차갑게 말했다.“사모님, 조금 전까지는 박연서 사모님께 보여주기 위한 쇼가 아니었나요? 쇼 타임은 이미 끝난 것 같은데 왜 문은 잠그는 거죠? 내가 여기에서 당신을 죽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김예훈은 말하면서 눈앞에 있는 김서하를 훑어보았다.그는 오늘 김서하와 김현민 사이에 분쟁을 만들려고 김서하의 차에 탄 거였는데 김서하 역시 그를 골탕 먹이려는 계획으로 두텁지 않은 김예훈과 박연서와의 동맹을 깨려고 꾸민 짓이었다.김예훈은 김서하가 정말로 재미있는 여자라고 생각했다. 여자로서 조카를 위해 이 정도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로 흥미로웠다.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그건 김예훈의 눈에 어린이들의 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박연서는 이미 멀리 떠나 쫓아갈 수도 없을 텐데 지금 제 차에서 내리면 비를 맞아야 하는데요?”김서하는 자기 자리로 돌아앉았는데 조금 전의 애교가 듬뿍 담겼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는 도도한 얼굴로 김예훈을 바라보며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글쎄요? 과연 사모님이 원하는 대로 될까요? 저와 박연서 사모님은 처음부터 이해관계로 맺어진 사이이고 그분이 저의 조건은 받아들인 이유는 병을 고쳐주는 것도 있겠지만 제일 중요한 원인은 그분도 10년 전의 진실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만약 조금 전의 상황 때문에 박연서 사모님이 10년 전의 일을 조사하는 것을 포기할 거라는 순진한 생각은 안 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김서하가 담담하게 웃었다.“우리 넷째 언니는 진주·밀양의 안동 김씨 가문의 안주인이고 서울 박씨 가문의 아가씨로서 당연히 나의 꼼수를 모를 리가 없고 또 10년 전의 일에 대한 조사도 그만두지 않겠지만 당신이 모르는 것이 하나 있어요. 바로 감정결벽증이 있는 사람인지라 자기를 배신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과는 절대 협력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간단하게 말하면 조금 전의 상황 이후로 당신은 이제 우리 넷째 언니를 만날 자격을 잃었다는 뜻이에요.
“당신...”김예훈의 말에 김서하는 잠시 멍해졌다.그녀의 눈에는 누구보다도 완벽한 안동 김씨 가문의 후계자가 김예훈의 눈에는 사람조차 아니라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김서하는 심호흡하면서 흥분을 가라앉혔다.일이 이 지경까지 되었으니 그녀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생각에 김예훈을 바라보며 약간의 애교를 담아 말했다.“김예훈 씨, 당신이 얘기한 것들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옛말에 큰일을 도모하는 사람은 작은 일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현민이도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현민이가 성공적으로 당주 자리를 이어받으면 한국을 위해 노력할 거예요. 만약 현민이가 그런 애국심과 포부가 없다면 제가 왜 밀어주겠어요? 현민이를 믿지 못하겠다면 저를 믿어주시고 그것도 안 된다면 저희 용전을 믿어주시면 안 될까요? 용전은 나라가 외부에 대항하는 기본 조직이고 또한 우리 나라에 제일 충성하는 조직이에요. 용전은 절대 틀린 선택을 하지 않아요.”김서하는 말하면서도 좀처럼 가만히 있지 않고 김예훈의 가까이로 다가가더니 어찌나 가까웠는지 서로의 숨결까지 느낄 수 있는 정도였다. 달콤한 향기는 그녀의 숨결을 타고 김예훈의 얼굴에 닿았는데 고귀한 기품과 아름다운 미모의 조합은 남자라면 누구나 영혼을 빼앗길만했다.“김예훈 씨, 만약 내가 제시한 조건이 부족하다면 당신이 원하는 걸 얘기해 봐요. 오늘 일이 해결되어 우리 서로 사이좋게 지낼 수 있고 현민이가 안동 김씨 가문의 일인자가 될 수만 있다면 나는 모든 것을 걸 수 있어요.”김예훈은 위아래로 눈앞의 김서하를 훑어보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이 여자, 김현민의 고모가 맞는 거야? 그런데 고모가 왜 조카를 위해 이 정도까지 하는 거지? 천하의 용전 사모님이 왜 하찮은 조카를 위해 이렇게까지 비굴하게 굴며 미인계까지 사용하는 거지? 도저히 이해가 안 돼. 설마 두 사람...’순간적으로 터무니없는 생각이 김예훈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만약 김서하와 김현민의 관계가 정말로 그런거라면 김현민은 정말로 인간도
“김예훈 씨, 제 생각에는 현민이 옆에 잠입해 있는 놈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일은 저희가 철저히 조사해서 만족할 만한 답변을 드릴게요.”김예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어서 김서하는 조금 전의 도도한 표정을 거두고 부드러운 얼굴로 김예훈을 바라보며 말했다.“김예훈 씨, 제가 지금 어떤 말을 하든 믿지 않을 거라는 거 잘 알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만 부탁해요. 우리 넷째 언니에게 가서 얘기했던 조건을 취소해 주세요. 부디 현민이가 지금처럼 착한 아들로 살 수 있게 해주세요. 그러면 그 뒷일은 제가 다 해결할게요.”김예훈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사모님, 지금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알고 있어요? 사모님은 자신의 매력에 너무 자신감이 넘치는 것 같아요. 제가 여자라면 꼼짝 못 하는 줄 아시나 봐요. 아무렴 향수를 뿌리고 바다 구경을 좀 시켜줬다고 저를 설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건 아니죠. 뭔가 그에 상당한 대가를 치르지도 않고 말로만 모든 것을 얻으시려는 거예요?”김예훈의 말에 김서하는 가련한 표정을 지으며 애원했다.“김예훈 씨, 우리 언니에게 가서 얘기했던 조건을 취소하고 다시는 현민이와 대립하지 않는다고 약속해 주시면 우리 사이의 원한을 깨끗이 없던 일로 할게요. 그리고 앞으로 진주·밀양 두 도시에서 당신은 우리 김씨 가문의 귀빈으로 아무도 건드리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당신에게 별장과 20조를 줄 것이고 또 용전에 잠입해 있는 부하들을 모두 철수시켜 당신이 용전을 완전히 장악하도록 할게요. 돈과 지위, 그리고 권력을 모두 줄 것이니 한 번만 도와줘요. 이 외에도 더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해요.”김서하는 안전벨트까지 풀고 자신의 아리따운 얼굴을 김예훈 눈앞에 들이댔다. 그녀는 풍만한 가슴 사이로 깊게 파인 가슴골을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냈는데 어떤 남자라도 쉽게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것이다.김예훈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아가씨이고 한국 용전의 사모님이 이깟 일에 자신을 희생할 거라고 상상
“쓰레기”라는 세 글자에 김서하의 눈가가 살짝 떨렸다.“김예훈 씨, 당신 말 대로 우리 모두 사업하는 사람들끼리 당신이 반격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이건 확실하게 현민이 잘못이 맞으니 제가 돌아가면 반드시 단단히 교육시켜서 직접 사과하게 할게요. 그러니 김예훈 씨도 성의를 보여주셨으면 해요. 그래야 우리 모두 오해를 풀고 앞으로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요? 필경 현민이도 그렇고 김예훈 씨도 모두 큰 일을 할 사람인데 이렇게 싸우면 다른 경쟁자들에게만 좋은 일이 되는 거잖아요.”김예훈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성의를 보여달라고요? 그럼 먼저 멀리도 말고 바로 어제 용문도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시는 건 아니겠죠? 야밤에 오륜 사찰의 선재 스님이 부하들을 거느리고 와서 저를 죽이려고 했어요. 말로는 오해를 풀자고 하면서 매번 저를 죽이려고 하는 건 무슨 경우인가요? 심지어 저를 박연서 사모님 댁으로 가게 만든 것도 당신들이 꾸민 거잖아요.”김예훈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휴대폰을 꺼내 낯선 전화번호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보여주었다.“삑!”메시지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김서하는 자기도 모르게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세우고 김예훈을 노려보며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이 메시지는 누가 보낸 건가요?”김서하는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김현민의 부하일 거라는 생각에 분노가 치밀었다.만약 정말로 그녀의 추측이 맞는다면 안동 김씨 내부에 김현민을 죽이려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다.순간 김서하는 오늘 자기가 직접 김예훈을 찾아온 것은 뜻밖의 행운이라고 생각했다.김예훈은 비웃는 표정을 전혀 숨기지 않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사모님, 이쯤 되면 더 이상 연기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이 메시지는 당연히 김현민이 보낸 것이고 저를 임수민 구하러 가게 해서 박연서 사모님을 만나게 하려는 계획이었잖아요. 당신들이 박연서 사모님의 손을 빌려 저를 죽이려는 것인지, 아니면 저의 손을 빌려 박연서 사모님을 어떻게 하려는 건지는 잘 모르지만 어찌 됐든 당신들의 계
“사모님이 초대하시는데 제가 왜 거절하겠어요?”김예훈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김서하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는 김서하가 도대체 무슨 속셈인지 알고 싶었기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에 올라타고 안전벨트를 했다.김예훈이 차에 타자 김서하는 가볍게 웃으며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페라리 488은 자신의 존재를 뽐내며 맹수와 같이 순환고속도로를 향해 질주했다.차가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김예훈이 고개를 돌려 김서하에게 물었다.“사모님, 정말로 저와 함께 비를 구경하면서 드라이브하려고 오신 건 아니죠? 저는 사모님과 함께 비 구경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거든요. 그러니 이제 솔직하게 말씀하시죠.”김서하는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바로 말했다.“김예훈 씨가 우리 넷째 언니의 병을 고칠 수 있다면서요. 그리고 그 대가로 조건을 걸었다고 들었어요.”김예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사모님, 역시 소식이 빠르시네요. 저의 조건이 무엇인지 아시는 것 같은데요. 그건 바로 김현민을 양자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거였어요.”김예훈의 말에 들은 김서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아주 간단한 한마디였지만 실제로 그 조건 때문에 김현민은 정정당당하게 안동 김씨 가문의 당주가 될 자격을 잃게 될 것이다.그야말로 사람을 죽이고 마음마저 짓밟는 격이다.“김예훈 씨, 잘 모르는 것이 있는 것 같은데요. 당신이 아무리 잘나간다고 해도 안동 김씨 가문의 일에 간섭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김서하가 계속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현재 권력 교체의 중요한 시기예요. 외부 사람들에게는 평온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내부적으로 엄청 치열하거든요. 아무리 진주·밀양 두 도시의 거물이라 할지언정 안동 김씨 가문의 싸움에 끼어들면 무사하지 못할 거예요. 그런데 당신이 혼자서 거기에 끼어들겠다는 건 스스로 화를 자초하는 거예요.”김서하는 말하면서 액셀러레이터를 더 밟았다.그녀의 오른쪽 다리의 치맛자락이 살짝 흩날리더니 보는 사람이 섬뜩할 정도로 새하얀 속살이 드러났다.김서하의 적나라한 유혹
“내가 김예훈을 설득해 볼게. 그런데 계속해서 제멋대로 행동하면 죽여버릴 수밖에.”김서하는 어떻게든 김현민을 수장 자리에 앉히고 싶었다.비록 큰 피해를 준 김예훈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그가 양보하기만 한다면 진주·밀양 용전을 내놓을 마음도 있었다....시즌 호텔.하늘에서는 가랑비가 쏟아졌고, 호텔 전체가 안개에 휩싸이고 말았다.토요타 프라도에서 내려 호텔 로비로 들어가려던 김예훈 뒤로 갑자기 자동차 경적소리가 울려 퍼졌다.곧이어 그의 앞에 페라리 488 한대가 멈춰 섰다.창문이 내려가면서 백옥과도 같은 아름다운 얼굴에 샤넬 드레스를 입고 구찌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는 요정 같은 얼굴이 보이자 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상대는 바로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김서하였다.갑작스러운 등장이 놀랍긴 했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었다.김병욱이 이 큰일을 꾸민 걸 보면 무조건 박연서가 10년 전 사건을 재조사하려는 것을 김현민에게 알려줬을 것이고, 이 타이밍에 김서하가 찾아온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그런데 예상치 못한 것은 싸우러 총이나 칼을 들고 온 것이 아니라 홀몸으로 찾아왔다는 것이다.김예훈은 이 상황이 너무나도 의외였다.김서하도 의문스러운 그의 표정을 감지했는지 핸들을 잡고 창가에 기대어 김예훈을 향해 피식 웃었다.“김예훈 씨, 저랑 대화 좀 나눌까요? 비 오는 날 고속도로 풍경이 꽤 볼만한데 한번 보실래요?”침착하고 여유로운 표정, 무심하면서도 약간의 유혹이 담겨있는 말투였다.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이 둘이 꽤 괜찮은 사이라고 오해할 만도 했다.이순간 김예훈은 두 손을 창문에 갖다 대면서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사모님, 제 기억이 맞는다면 저희 둘은 적대적인 관계가 아닌가요? 그것도 깊은 원한이 있는 그런 관계 말이에요. 언제부터 저희가 비 오는 날 같이 드라이브하는 사이가 된 거죠? 말도 안 되잖아요.”김예훈은 그녀의 손에서 진주·밀양 용전을 빼앗아 왔는데 자신을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천
김서하는 김현민의 말을 듣고서야 조금씩 차분해지기 시작했다.“맞아. 그깟 임수민의 말을 들어줄 사람은 없을거야. 그런데 이런 사람을 살려두는 건 위험 요소가 될 수밖에 없어. 기회를 봐서 일본인한테 처리해달라고 해.”김서하는 단 한마디로 임수민의 생을 마감시켜 버렸다.바로 이때, 김병욱의 핸드폰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그는 구석에 가서 전화를 받더니 표정이 갑자기 심각해지기 시작했다.이어 그는 헐레벌떡 달려오더니 김현민한테 말했다.“도련님, 큰일 났어요. 방금 별장에서 전해온 소식인데 박연서 사모님께서 10년 전 사건을 다시 조사하겠다고 하네요. 김예훈이 설득하기도 했고, 임수민의 증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높아요.”쨍그랑.김서하는 표정이 다시 창백해지면서 손에 들고 있던 샴페인 잔을 바닥에 떨어뜨렸다.김현민도 표정이 변하면서 앞으로 걸어가 무릎 꿇고 있는 김만태를 발로 걷어찼다.“이런 병신. 너 같은 병신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된 거잖아. 안 돼. 박연서가 10년 전 사건을 다시 조사하게 해서는 안 돼. 이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이 다 죽을 수도 있고 나까지 수장 자리에 앉지 못할 수 있어.”김서하는 어두워진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현민아, 흥분하지 마. 그때 그 사건 흔적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했어. 박연서가 아무리 대단해도 증거를 찾아내는 건 불가능할 거야. 어차피 그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은 다 죽었어.”김서하는 이어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곽영현 일행을 쳐다보았다.필요하다면 이 사람들도 죽어야 할 운명이었다.김현민은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면서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다 내가 신뢰하는 부하들인데 아쉽더라도 정말 죽여야 하는건가? 하지만 정말 그랬다간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수장 자리도 지킬 수 없을텐데?’다음 순간, 김현민은 억지로 냉정을 취하면서 말했다.“고모, 저희끼리 알고 있는 건 괜찮을 거예요. 기껏해 다 같이 잘되거나 다같이 망하는 거겠죠. 그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은 어차피 다 죽었는데 아무것도
“비록 10년이나 지난 사건이긴 하지만 밝히려고 하면 분명 단서가 보일 거예요. 굳이 증거가 필요할까요? 제가 증거를 보여주면 안동 김씨 가문 수장님이 과연 믿어줄까요?”박연서의 표정은 더욱더 어두워지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김 도련님, 오늘은 이만 가보셔야 할 것 같아요. 빨리 답변드릴게요. 만약에 진짜라면 그 조건이 아니더라도 김현민은 절대 수장 자리에 앉을 수 없어요.”김예훈은 일어나 연락처를 남긴 후에 추하린을 데리고 이곳을 떠났다.김윤후 등은 휘둥그레한 모습으로 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이들은 김예훈이 뺨 몇 대와 말 몇 마디로 안동 김씨 가문, 심지어 진주·밀양의 판도를 뒤집어 놓았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퍽.김예훈이 안동 김씨 가문 별장을 떠났을 때, 빅토리아 항구에 있는 한 건물에는 김서하가 일그러진 얼굴로 테이블을 내리쳤다.안동 김씨 가문에 심어놓은 스파이가 보내온 사진을 보면서 표정이 극도로 어두워졌다.“김현민, 네 부하들은 어쩜 다 병신들밖에 없어. 어떻게 임수민 그년한테 우리 대화 내용을 듣게 할수 있냐고. 심지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별장에 들어서게 하다니. 걔가 박연서를 믿고 따르는 사람이었다는 거 몰라? 그년이 살아있기만 하면 들은 거 전부 다 박연서한테 전할 거라고. 그때되면 네가 수장 자리에 앉는 것도 문제일 거야. 김현민, 요즘 너무 편해서 그래? 아랫사람도 잘 간수하지 못할 정도로?”김병욱, 곽영현, 남지훈은 맞은편에 서서 서로 눈치만 볼 뿐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김만태는 무릎 꿇고 바닥에 머리까지 박으면서 말했다.“사모님, 제 잘못이에요. 제가 조금만 더 빨리 쫓아갔다면 그년을 죽였을 거예요. 그러면 김예훈과 추하린이 기회를 틈타 별장으로 몰래 들어갈 일도 없고요.”“고모, 그만 탓해요.”김현민은 김서하에게 차를 건네면서 웃으며 말했다.“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요. 임수민 그년이 중요한 순간에 박연서에게 도움을 요청할 줄은 누가 알았겠어요. 만태도 최선을 다했어요
“멈춰. 아무도 움직이지 마.”바로 이때, 다시 평온을 되찾은 박연서가 갑자기 비틀거리며 일어났다.“김 도련님께서는 지금 내 병을 치료하는 중이야. 너무 무례하게 대하지 마.”김윤후가 멈칫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모님, 이 새끼가...”“괜찮아. 정말 내 병을 치료해 주는 중이니까.”박연서는 처음에는 김예훈이 건방지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검은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이순간 그녀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표정이 훨씬 편안해 보였다.김윤후 등은 그녀의 표정을 보며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맨날 우울하고 차갑기만 하던 사람이 이제야 되살아난 것 같네. 그래. 바로 이래야지.’김예훈이 뺨으로 박연서의 가슴 한쪽에 고여있던 묵은 피를 뚫어낸 것이다.이건 또 무슨 치료법이람?김윤후 등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진주 10대 명의, 유럽 의학 대가, 일본 왕실 어의도 속수무책이었는데 이 김예훈이라는 놈이 뺨으로 바로 해결했다고? 믿을 수가 없어.’“사모님, 제가 뺨으로 사모님 마음속에 오랫동안 쌓여있던 분노를 깨워드린 거예요. 10년 동안 가슴을 답답하게 했던 것을 토해내게 한 거죠. 앞으로 한 달 동안은 편히 잠들 수 있을 거예요. 더 이상 악몽에 시달려 매일 밤 아들을 잃었던 그날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김예훈은 휴지를 꺼내 손가락을 닦았다.“그런데 이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에요.”박연서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렸다. 마치 다시 태어난 것처럼 훨씬 개운해진 느낌이었다.이순간 그녀는 더 이상 김예훈을 의심하지 않고 진지하게 말했다.“젊은 나이에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님이 되고, 경기도 토박이인 이일매, 김병욱을 하룻밤 사이에 해결한 것도 다 이유가 있었네요. 전에는 의심한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 조건을 들어줄게요.”박연서의 말에 보디가드들은 표정이 확 변하고 말았다.김예훈의 조건을 들어주겠다고 한 것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 곧 피바람이 불 것임을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