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 네가 주먹 좀 쓴다고 대단한 줄 알아?”허도겸은 시가에 불을 붙이며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말해주지만 이 세상에는 너보다 강한 사람이 얼마든지 있어!”“무릎 꿇고 사죄하고 손목 하나 잘라. 그리고 나를 할아버지라고 부르고 방수아를 불러서 나랑 하룻밤 보내게 해. 그럼 오늘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오늘 밤 너를 바다에 던져서 물고기 밥으로 만들 거야!”허도겸의 말이 끝나자 가라테 도복을 입은 안현호가 살기등등한 얼굴로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허씨 가문 사람들은 이렇게 무법천지인 거야? 너희들 눈에는 법도 없냐고?”허도겸은 피식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법? 진주에서 나한테 법 얘기하냐? 오늘 밤 여기선 내가 법이야!” “지난번에는 운 좋게 추문성이 너를 감싸 줘서 목숨을 건졌지만, 여기는 밀양이 아니라 진주야! 추문성이 여기서 너를 지켜줄 힘이 남아 있을지 의문이지!”말하는 동안 허도겸은 즐거운 기색이 역력했다.만약 지금 이곳이 밀양이라면 그는 조금은 주저했을 것이다. 추문성은 정말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으니까.하지만 오늘 진주에서 김예훈을 만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야말로 운 좋게 득템한 기분이었다.게다가 금방 고용한 싸움꾼이 곁에 있었기에 허도겸에게는 오늘 밤이 새 원한과 옛 원한을 함께 해결할 기회로 보였다.홍나라가 눈빛이 반짝이더니, 냉소를 띠며 말했다.“그렇구나. 추씨 가문에서 뒤를 봐주니, 겁 없이 큰소리쳤던 거였어! 하지만 추씨 가문의 힘은 밀양시에서만 통할 뿐이야. 우리 진주에서는 아무 소용 없거든! 추씨 가문의 어르신이 아무리 손이 길어도, 진주까지 뻗을 수 있겠어?”“무슨 생각 하는 거야?”김예훈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너희들 조금 오해가 있는 것 같아. 지난번 추문성이 왔을 때 구출된 사람은 내가 아니고, 너 허도겸이었어.”“야, 너무 잘난 척이다!”허도겸은 화가 나서 웃으며, 바로 손가락을 튕기며 김예훈을 가리켰다.“처치해!”쿵.안현호는 별다른 말 없이 발을
팍.김예훈은 손가락만 튕겼을 뿐인데 안현호는 자신의 주먹이 떨리는 걸 느꼈다.순간, 그의 온몸을 휘감고 있던 살벌한 분위기는 순식간에 사라졌고 주먹이 욱신거렸다.설마 손가락이 부러졌다고!? 황당한 느낌에 안현호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그는 눈앞의 이 한국인이 자신의 상상을 뛰어넘는 강자임을 깨달았다. 그의 실력은 심지어 일본의 몇몇 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였다.“물러나야 한다!”이런 생각이 안현호의 머릿속에 떠올랐고, 그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거리를 두고 다시 생각해볼 심산이었다.그는 젖 먹던 힘을 다해 빠르게 물러났지만 김예훈의 속도는 더 빨랐다. 이때 김예훈이 한 걸음 내딛고는 아무렇게나 손바닥을 휘둘렀다.찰싹.안현호는 빙글 돌며 뒤로 날아가 차 탁자에 심하게 내동댕이쳐졌다.큰 소리와 함께, 안현호는 유리에 베여서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비틀거리며 겨우 일어났지만, 코와 입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강했다! 감히 상상도 못 할 정도였다.이 순간 안현호는 깨달았다. 겉보기엔 평범해 보이지만, 김예훈은 결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심지어 자신은 그 앞에서 손 한 번 제대로 쓸 자격조차 없었다.하지만 이걸 깨달은 순간은 이미 너무 늦었다.김예훈은 무표정하게 앞으로 한 걸음 내딛더니 이번에도 손바닥을 날렸다.하지만 이번에 홍나라 일행은 얼굴이 굳어지더니,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 쳤다.안현호는 겁에 질렸다. 왜냐하면, 김예훈의 저 귀싸대기에는 뭔가 엄청난 기술이 들어가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 한 대는 자신의 오른쪽 뺨에 정확히 꽂힐 것 같았고, 심지어 한 방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유일한 방법은 무릎을 꿇는 것뿐이었다. 그래야 피할 수 있었다.안현호는 굴욕감이 치밀었지만, 이미 선택지는 없었다. 죽고 싶진 않았으니까.결국, 안현호는 무릎을 굽혀 쿵 소리와 함께 땅에 무릎을 꿇음으로써 김예훈의 곧 내려칠 따귀를 피했다.묵직한 소리와 함께 모두가
“까불지 마! 너 너무 건방진 거 아니야?”허도겸은 분노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오른손 손가락으로 김예훈를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하지만 아무리 잘 싸운들 어쩌겠어? 잘 싸워봐야 그저 싸움꾼에 불과하잖아. 네놈 따위가 진주 이 바닥에서 뭘 할 수 있을 것 같아!”“그렇게 잘났으면 꼼짝하지 말고 기다려. 우리 형님을 불러올 테니까. 산다는 게 얼마나 비참한 일인지 후회란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줄 거다!”이 순간 허도겸의 얼굴에는 분노와 살기가 가득했다.“지원군을 부르려고?”김예훈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좋아, 십 분을 줄게. 얼른 전화해서 실컷 불러와. 다만, 날 실망하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좋아!”허도겸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빠르게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영현 도련님, 내가 도련님 구역에서 평성 촌놈한테 당했어요! 와서 복수 좀 해줘요!”전화를 끊은 허도겸은 김예훈을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배짱 있으면 가지 말고 기다려! 넌 이번에 죽었어! 진주에 너 같은 놈이 건드려선 안 될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넌 영원히 모를 거야!”붕.십분 뒤, 홍성 뮤직바 앞에 튜닝된 험머 한 대가 멈춰 섰다.곧 차가운 표정을 지은 남녀 한 무리가 차에서 내려 빠른 걸음으로 룸으로 들어갔다.가장 앞에는 긴 머리를 깔끔하게 넘긴 남자가 서 있었다.그의 얼굴은 잘생겼고, 눈빛은 차가웠지만, 몸에서는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오만함이 느껴졌다.진주의 4대 도련님 중 한 명인 곽영현이었다.김예훈은 이곳에서 그를 마주칠 줄은 생각도 못 했다.허도겸이 부른 백이 바로 곽영현이라니.그는 피식 웃더니 혼자 뒤쪽으로 가서 앉아 아직 안 깨진 루이 13세 위스키 한 잔을 따라 느긋한 표정으로 마시기 시작했다.“영현 도련님, 오셨어요!”곽영현이 사람들과 함께 나타나자, 허도겸의 오만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깍듯한 태도로 맞이했다.그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곽영현은 진주 곽씨 가문의 후계자이고, 허도겸은 비록 진주 허씨 가문의 적통이지
곽영현은 뒷짐을 쥐고 김예훈 쪽으로 걸어가며,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어이, 친구.”“안현호를 이길 정도면 실력이 대단하군. 근데 여기는 진주이지 네가 살던 촌구석이 아니야. 네가 어디 출신인지, 어떤 배경을 가졌는지 나한테 말해주는 게 좋을 거야.”“대체 어디서 온 자신감이 너를 진주에서 이렇게 뻐기게 하는지 정말 궁금하단 말이야! 그리고 잘 들어. 네 뒤에 누가 있든, 오늘 넌 죽을 거야! 조금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어. 우리 진주 사람들은 자존심이 강해서 촌놈이 우리 구역에 와서 설쳐대는 걸 절대 용납할 수 없거든!”“진주의 체면은 지켜야 하니까! 네 뒤에 있는 세력이나 가족에 관해 물어보는 건, 네 뒷배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그들까지 책임을 묻기 위해서야!”김예훈은 술을 마시며 미소를 지었다.“영현 도련님, 카리스마 죽이네요. 멋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무턱대고 허도겸 편을 들다가 큰코다칠 수도 있을 텐데요.”곽영현은 김예훈의 목소리가 조금 익숙하다고 느꼈지만, 자세히 생각하지는 않았다. 술집의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그의 얼굴은 여전히 잘 보이지 않았다.곽영현은 팔짱을 끼고 냉정하게 말했다.“내 앞에서는 그런 말이 통하지 않아! 네가 아무리 강해도 난 너를 이길 수 있으니까!”“어쩔래? 계속해볼 거면 반항해도 되고 사람을 불러와도 돼.”곽영현은 진주의 4대 도련님답게 거만함을 드러내며 촌사람에 대한 경멸을 보였다.“그리고 내가 한참을 말하고 있는데 어떻게 계속 거기에 앉아있냐!”“네가 뭔데? 감히 내 앞에서 잘난 척이야? 얼른 기어 일어나지 못해!”곽영현의 위압적인 말에 홍나라를 비롯한 여자들은 사랑이 담긴 눈빛을 보냈다.정말 멋지다!이게 진짜 남자지!이 넓은 진주에서 이렇게 카리스마 있는 남자는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김예훈은 곽영현은 무시한 채, 기분 좋게 또 한잔을 따라 가볍게 한 모금 마시며 음미했다.그 모습을 본 여자들은 비웃음을 흘렸다.‘지금, 이 순간에도 잘난 척이야? 영현 도련님 앞에서 잘난 척이 통한
“영현 도련님, 세상 참 좁죠? 이렇게 또 만나네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한잔하시죠.”김예훈은 남은 루이 13을 곽영현 앞에 놓고 웃으며 말했다.“영현 도련님은 원샷 하시고 난 마음대로 할게요.”말을 마친 그는 술잔을 들고 술을 바닥에 부었다.그러고는 눈을 가늘게 뜨고 웃을 듯 말 듯 곽영현을 쳐다보며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주변 사람들은 모두 멍해졌다.누군가가 곽영현 앞에서 이렇게 대담하게 행동하는 걸 처음 봤기 때문이다.넌 원샷하고 나는 마음대로라니?만약 조금 전 곽영현의 행동이 오만했다면 김예훈의 행동은 곽영현보다 더 오만했다.김 세자라는 말을 듣지 못한 홍나라 등 사람들은 김예훈을 빤히 노려보았다. 그들은 그가 곽현영 앞에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보다시피 그는 곽영현이었다.진주에서 그는 4대 도련님 중 한 사람으로 진주 곽씨 가문의 후계자였다.밀양에서 명찰만 내밀면 도박왕이라도 그에게 밥을 사줘야 하는 존재였다.하지만 이런 사람 앞에서 김예훈이 이렇게 나오다니?곽영현에게 한 대 맞고 싶은 건가??이 순간 허도겸도 김예훈의 오만함과 무지에 기가 막혔다.그가 보기에 김예훈은 자기 주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녀석이었다.그래서 허도겸은 냉소를 터뜨리며 말했다.“김예훈, 네가 뭔데!?”“감히 영현 도련님한테 술을 권해?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차라리 네가 무릎 꿇고 바닥에 엎어져서 쏟아진 술이나 핥아야 맞지...”찰싹.그러나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곽영현이 홱 돌아서더니 허도겸의 따귀를 냅다 후려쳤다.옆으로 날아가 바닥에 몇 바퀴를 구른 후에야 멈춘 허도겸은 얼굴을 감싸 쥐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영현 도련님, 왜 날 때리는 거예요?”홍나라 등 사람들은 모두 놀란 표정으로 이 장면을 바라보았다.‘영현 도련님은 지금 뭐 하는 거지? 왜 자기 사람을 때리는 거야?’허도겸은 자신이 곽영현의 흥을 깨뜨린 줄로 알고, 재빨리 말했다.“영현 도련님, 저 녀석이 너무 잘난 척해서 참을
허도겸의 얼굴은 순간 똥 씹은 표정이 돼버린 채 한 마디도 내뱉지 못했다.홍나라의 표정도 매우 흥미로웠는데 작은 입을 크게 벌린 채, 도저히 다물지 못했다.안현호는 무릎을 꿇고도 일어날 생각을 못 했다. 눈앞에서 일어난 일이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영현 도련님이 강제로 술을 마신 거야?”루이 13은 반병 가까이 남았으니 거의 500mL에 가까웠다. 그런데 곽영현은 망설임 없이 단숨에 비워냈다.가장 중요한 건, 이 일에서 김예훈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오만한 태도였다는 것이다. 이건 정말 속이 뒤틀리고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다들 바보가 아니었다. 비록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들은 곽영현이 이 촌놈 앞에서 정말로 공손하고 깍듯하다는 걸 눈치챘다.“웩!”반병 넘는 루이 13을 마신 곽영현은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토할 뻔했다.그는 술을 잘 마시는 편이지만 이렇게 단숨에 많이 마셨으니 머리가 핑핑 도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하지만 곽영현도 인물이었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곧바로 정상으로 돌아왔다.김예훈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진주 4대 도련님 중 하나답게 술도 잘 마시네요!”곽영현의 눈꼬리가 움찔거렸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였다.“과찬이십니다.”이 광경을 보고 사람들은 잠시 정신이 멍해졌고 표정은 혼란으로 가득 차 있었다. 평소 거만하던 곽영현이 서리 맞은 가지처럼 완전히 시들해질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죄송합니다, 오늘은 제가 폐를 끼쳤네요.”곽영현의 사과를 듣고도 많은 사람은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영현 도련님이 완전히 압도당한 건가? 그것도 촌놈한테?’김예훈이 단호하게 말했다.“죄송하다는 한마디로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위에서 내려다보는 도도한 태도였다.하지만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김예훈에게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 느꼈다.그가 촌놈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영현 도련님, 도대체 뭐 하는 거예요!?”허도겸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김예훈이 곽영현을 압도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
찰싹.허도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곽영현의 눈가가 움찔하더니 순식간에 움직여 허도겸의 뺨을 후려쳐 바닥에 내동댕이쳤다.그리고 다시 허도겸을 들어 올리더니, 오른손 왼손을 번갈아 가며 뺨을 연거푸 후려쳤다.찰싹!“허도겸, 너 눈이 멀었냐? 어떻게 김 세자도 몰라?”찰싹!“맨날 약한 사람들을 괴롭히고 말썽만 부리면서, 네가 세상에서 제일 잘났다고 생각하는 거지?”찰싹!“지금 김 세자를 몇 번이나 모욕한 거야. 세자가 널 용서할지 몰라도 나는 용서할 수 없어!”곽영현이 허도겸의 뺨을 사정없이 연달아 후려치는 바람에 허도겸의 얼굴은 퉁퉁 부었고 이빨까지 나가버렸다.하지만 육체적 고통보다 허도겸은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눈앞이 아득해졌다.“경기도 김세자!?”진주와 밀양 그리고 경기도는 아주 가까워서 정보가 잘 통했다.그래서 얼마 전 곽영현과 김병욱이 경기도에서 큰 낭패를 당해 누군가의 발에 차여 쫓겨온 일을 허도겸도 알고 있었다.그러니까 지금 눈앞에 있는 이 김예훈이 바로 곽영현과 김병욱을 발로 차서 날려버린 경기도 김세자란 말인가!?그래서 자신이 건드린 사람은 단순한 싸움꾼이 아니라 신분이나 지위, 영향력 모두 진주 4대 명문가와 밀양 허씨 가문과 어깨를 견줄만한 거물이란 말이지!?그 순간 허도겸은 온몸이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그는 강한 폭풍우가 진주와 밀양 두 도시를 휩쓸어갈 것 같은 광경이 보이는 듯했다홍나라 등 사람들도 모두 충격에 빠져 김예훈을 믿기지 않는 눈으로 바라보았다.이 녀석이 바로 곽영현과 김병욱을 차 날려버린 전설의 김 세자란 말인가!?정말 믿기 어려운 일이었고 믿고 싶지도 않았다.하지만 곽영현의 태도와 행동은 그의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었다.만약 김예훈이 전설 속의 김 세자가 아니라면 곽영현이 왜 그 앞에서 이렇게 공손하겠는가?심지어 그의 한 마디에 허도겸을 죽게 패기까지 하지 않았는가.아까 김예훈에게 대들었던 우두머리는 하늘이 노래지더니 바로 기절하고 말았다.쿵!허도겸의
김예훈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곽영현은 눈꺼풀이 저리기 시작했다.그의 말은 단순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곽영현의 마음속 생각을 치명적으로 건드리고 있었던 것이다.지금 바닥에서 신음하고 있는 허도겸은 별생각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이 일이 사실대로 도박왕 허순재에게 전해지면 그 전설 속의 도박왕은 순간 알아차릴 것이다.그가 허씨 가문을 이용하려고 했다는 것을 말이다.그때가 되면 아마...곽영현의 눈가가 움찔거렸다. 이번엔 확실히 강대한 상대를 만난 것 같았다.“영현 도련님, 알아서 잘하세요. 도박왕이 곧 불러서 얘기할 것 같은데.”곽영현의 안색은 일그러졌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담담하게 바닥만 내려다보았다.오늘은 정말 큰 망신을 당했고, 상황도 꼬여버렸다.“자, 사람들은 다 끌어내고 홍나라만 남아.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어.”김예훈은 서둘러 떠나지 않고 소파에 편하게 앉았다.곽영현의 눈가가 움찔거렸다. 하지만 감히 반항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습니다!”곧 그의 손짓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은 물러났고, 바닥에 누워 신음하던 이들도 하나씩 끌려나갔다. 이제 남은 사람은 김예훈 일행 몇 사람과 얼굴이 하얗게 질린 홍나라뿐이었다.아까까지 도도하기 그지없던 그녀의 얼굴에는 공포가 서려 있었고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하면서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툭.조금 기운을 차린 공진해가 앞으로 나와 몇 개의 영상을 연 핸드폰을 홍나라의 앞에 던졌다.영상 속 장면을 보고 그녀의 얼굴은 다시 파래졌다. 본능적으로 도망치려고 했지만 오정범은 이미 무표정한 얼굴로 문 쪽으로 가서 모든 퇴로를 막고 있었다.“말해봐, 이 일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네가 납치한 이 여자는 지금 어디에 있어?”“솔직하게 말하면, 그녀의 안전이 확인된 후에는 너에게 손대지 않을게.”김예훈은 물을 마시며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홍나라의 얼굴은 변화를 거듭했고 그러다가 결국에는 한숨을 내쉬었다.“좋아. 말해줄게.”“김세자, 이 여자를 잡아간 건 내 본의
김예훈은 생각하더니 또 말했다.“그리고 김현민이 일본, 영국과 결탁한 의혹이 있는 것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큰 어르신의 생신날 김현민이 상속받으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주세요. 소문을 퍼뜨린 사람이 누군지 모르게 여러가지 버전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퍼뜨려 주세요. 김현민이 밖에 나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긴장감을 줘야죠. 맨날 집에서 음모와 계략을 연구하는 것도 정신상태에 좋지 않거든요.”김현민이라는 사람은 너무 계산적이고, 자기 보호에 강했다. 그런 그에게 짜증 날 대로 짜증 난 김예훈은 이렇게라도 그를 압박하고 괴롭혀 보기로 했다.그가 미쳐 날뛰기 시작해야 자기가 짜놓은 판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네. 알겠어요. 지금 바로 알아볼게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동씨 가문은 그래도 진주에서 어느 정도 힘이 있어서 이런 일은 쉽게 처리할 수 있거든요.”김예훈은 웃으면서 다시 한번 상황을 정리했다.김현민 같은 사람을 상대하려면 너무 의도적으로 계획하면 안 되었다. 너무 티 나게 하면 그가 눈치챌 수 있었다.오히려 이런 무심한 계획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있던 동하임은 갑자기 웃더니 그에게 다가가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도련님께서 저희 동씨 가문에 이렇게 잘해주시는데 마땅히 내놓을 것도 없고 해서 제 몸을 바치는 거 어떨까요?”농담처럼 보이지만 사실 큰 용기를 낸 것이다.김예훈만 원한다면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튈 것이 분명했다.“하하하.”김예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오른손으로 동하임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하임 씨, 농담도 참. 아무리 그래도 저는 하임 씨 아버지의 친구이자 하임 씨의 삼촌이 되는 사람이에요. 이런 농담으로 저를 화나게 하면 제가 어떤 벌을 내릴지도 몰라요.”동하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도련님께서 이런 걸 좋아하셨어요? 그러면 삼촌, 저한테 어떤 벌을 주실 건데요?”김예훈은 갑자기 주제가 잘못된 것 같아 순
“그렇다면 덕망 높은 두 분의 끊임없는 호소 끝에 김현민은 반드시 전략을 바꿔야겠죠. 만약 도련님께서 상대가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멀리 놓고 봤을 때 저 두 사람은 김현민이 자신을 위해 분풀이를 해줄 수 없다고 생각하겠죠. 그렇다면 저 두 사람이 김현민의 마음을 흔들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다 단단한 고리에 작은 균열이 생길 수도 있어요. 만약 김현민이 오늘 일때문에 참지 못하고 직접 나선다면 계획이 급하게 진행되면서 그중에서 부족한 점이 보이겠죠. 어쩌면 도련님께서 이 기회를 이용해 그를 뿌리째 뽑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무튼 도련님은 이 건물에 들어선 순간부터 함정에 빠진 것이 틀림없어요.”동하임은 손에 들고 있던 수표를 김예훈에게 건넸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김예훈이 흥분한 나머지 일을 너무 크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까 아버지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조언을 듣고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김예훈의 행동이 막무가내로 보이지만 사실은 신중한 움직임이었고, 걸음마다 김현민의 약점을 정확히 찔렀다.비록 김예훈과 김현민이 아직 정식으로 붙지 않았지만, 신경전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현재 파악된 상황을 봤을 때 적어도 김현민은 김예훈에게서 그 어떠한 이득도 본 적이 없었다.이로써 동하임은 왜 아버지가 진주·밀양에서 아무런 기반도 없는 김예훈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였지만 안타깝게도...동하임은 김예훈이 미혼일 때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이때 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힐끔 쳐다보았다.비록 동태원의 조언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사람은 조금만 더 가르쳐주면 곧 큰 인물이 될 사람이었다.하지만 김예훈은 인정하지 않고 피식 웃을 뿐이다.“너무 과대평가하신 거 아니에요? 저는 그저 사람을 때렸을 뿐인데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신 거 아니에요? 저를 너무 그렇게 과대평가하지 말아
잠시 후, 용현성과 장현준은 처참한 모습으로 이곳을 떠났다.동하임은 손에 든 2,000억 원의 수표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김 도련님, 이번 만남은 정말 실패네요. 아무쪼록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줄 알았는데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줬냬요. 이 2,000억 원, 더 두 분이 여기저기 연락해서 겨우 모은 거예요.”동하임은 여전히 한숨이 나왔다.‘그렇게 거들먹거리더니 돈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었어. 2,000억 원을 울며불며 여기저기서 빌려야 한다니.’김예훈은 그들에게 2,000억 원을 내놓으라고 한 것은 그들의 뺨을 때리는 것보다도 더 심했다.그들의 노후 자금마저 탈탈 턴 것과도 같았다.이로써 쌍방은 지금, 이 순간부터 더 이상 평화롭게 지낼 수가 없었다.“괜찮아요. 저희가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고 해도 저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었을 거예요. 어차피 저들 눈에는 제가 죽어야 마땅한 존재니까요.”김예훈은 다시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공진해가 보내온 자료를 확인했다.“소식에 따르면 용현성은 특별한 능력 없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암암리에 일본 쪽과 연락하는 것 같더라고요. 류서우가 초대하지 않았더라도 일본인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기 위해 무조건 문제를 일으키러 왔을 거예요. 장현준은 원래부터 식민지 시대 때 영국에서 기르던 개였을 뿐이에요. 평생 무릎 꿇고 개처럼 살더니 외국인이 하느님인 줄 아나 봐요. 이런 사람은 아무리 체면을 세워주고, 또 기회를 줘봤자 절대 만족하지 않을 거예요. 아무튼 제가 회장 패쪽을 내놓지 않고, 또 그들의 요구에 따라 일본에 가서 사죄하지 않는 한 둘 중 하나는 죽는 운명이었다고요.”김예훈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해서 말했다.“어차피 죽고 못 살 판에 2,0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한 것도 많이 봐준 거예요. 오늘 이렇게 많은 눈이 지켜보지 않았다면 저 사람들 오늘 이곳을 벗어나지도 못했어요.”김예훈의 담담한 말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그에게는 외국과 은밀히 연락하고 국민을 해치려는 비겁한 자
“영국 사람을 등에 업으면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아니면 모든 사람이 어르신처럼 외국인을 언급하면 바로 무릎 꿇을 줄 알았어요?”쨕!말할수록 화가 난 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저 멀리 날려 보냈다.김예훈에게 얻어맞아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정신이 혼미해진 장현준이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했을 때, 김예훈이 또다시 접근해 오자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사과할 기회를 드릴게요. 아니면 오늘 갈 생각도 하지 마세요. 내년 오늘이 어르신과 부당주님의 기일일 줄 아세요.”“너...”장현준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면서도 얼굴을 부여잡은 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도 하고싶은 말을 다시 삼킬 수밖에 없었다.비록 이 시대에서는 권력, 힘, 돈, 인맥이 모든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주먹이 강한 사람이 승자였다.용현성이 이미 김예훈에게 짓밟힌 것도 모자라 장현준도 뺨을 맞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장현준은 지금껏 의지해 온 영국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자 더 이상 김예훈과 맞서지도 못했다.이 순간, 장현준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미안하네.”쨕!“그렇게 사과하는 거 맞아요?”쨕!“영국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던가요?”쨕!“사과는 존중의 의미로 무릎부터 꿇어야 한다는 거 몰라요?”연이은 뺨에 장현준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그는 분노의 극치에 도달해 표정마저 일그러졌다.손을 쓰고 싶었지만 차마 용기가 없어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떨리는 몸으로 결국 무릎을 꿇었다.“김 회장님,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가 잘못했습니다.”장현준 같은 사람은 무릎 꿇는 것이 그렇게 굴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의 인식 속에서는 외국인을 만나면 무릎을 꿇어야 하지만 외국인은 김예훈에게 무릎 꿇을 자격이 없었다.“어르신같이 비겁한 자가 무릎을 꿇는다고 해도 아무런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지만, 저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거든요.”김예훈은 휴지로 손가락을 닦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가보세요. 다음부터 저를
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숨을 헐떡이며 김예훈과 동하임을 째려보았다.“기다려.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올 거야!”그는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했다.“반드시 동씨 가문을 진주 1인자 위치에서 끌어내릴 것이고, 오늘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게 할 거야! 나는 전직 총독으로서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어. 이 일을 영국 황실에 알리면 너희는 끝장이야!”동하임은 피식 웃고 말았다.“영국이요? 저희가 끝장날 거라고요?”김예훈은 서서히 장현준 앞으로 다가가 비웃음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어디 전화해 보세요. 영국에서 어디 저희 대한민국 일에 간섭할 수 있는지. 저희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정상에 서있는데 어르신은 아직도 서양인의 그림자 밑에서 살고 계시네요. 당신 같은 사람이 전직 총독이라고요? 어이가 없어서. 어르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서양인에게 길들어진 개일 뿐이에요.”김예훈은 또 한 번 발로 걷어찼다.장현준은 서양 격투기를 배워서 그런지 반응이 빨라서 김예훈이 발로 차는 순간에 최선을 다해 피했다.하지만 손을 들기도 전에 복부에 통증을 느끼며 의자와 함께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악!”비명이 퍼져나가고, 장현준은 네 발이 하늘을 향해 뒤집어져 마치 뒤집힌 거북이처럼 초라하기 그지없었다.“얼른 전화해 보세요. 어르신을 지켜줄 수 있는지 어디 한번 지켜보자고요.”김예훈은 피식 웃었다.“어르신께서 말은 힘이 무엇인지 확인해야겠어요.”류서우 등은 이 순간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뻔뻔한 자식. 동하임이 장현준 어르신을 다치게 한 틈을 타 진주에서 존경받는 전직 총독님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다니. 정말 완전히 무시하는 거잖아!’“김 회장!”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말했다.“감히 나한테 손을 대?”쨕!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바닥에 쓰러뜨렸다.다음 순간, 머리가 세게 바닥에 부딪힌 장현준의 얼굴은 온통 먼지투성이가 되고 말았다.화가 났지만 두려움과 절망감이 앞섰다.충분히 자기도 고수라고 생각했는데 김예훈의 움직임을 전
“너...”용현성은 김예훈을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극심한 통증 때문에 어질어질한 상태였다.그는 용문당 집법 부대의 부당주이며 용씨 가문의 사람인데 말이다.그동안 무송과 용문당에서 항상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를 추앙하고 존경했는지 모른다.그는 어디에서든 자신감이 넘쳤고, 심지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그런데 오늘 김예훈한테 체면이 짓밟힌 것도 모자라 큰 손해를 보게 될 줄 몰랐다.어린놈의 발에 체면과 존엄이 짓밟힌 지금, 용현성은 벽에 머리를 박아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하지만 김예훈이 또 움직일까 봐 소리치지도 못했다.“보아하니 이제는 사태 파악이 되셨나 보네요.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무슨 말을 하면 안 되는지 아시겠죠?”김예훈은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용현성을 쳐다보고는 그를 발로 차버렸다.“오늘 교훈을 잘 기억하길 바랄게요. 안 그러면 언젠가 터질 정도로 얻어맞을 거니까요. 제가 마음이 약해서 그렇지. 김현민이었다면 진작에 죽었을 거예요. 무송으로 돌아가 집법 부대 사람들한테 알라세요. 앞으로 일을 처리할 때는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고 행동하라고요. 일본인의 말에 개처럼 달려오지 말고요. 한 명씩 올 때마다 본때를 보여줄 거니까요. 알겠어요?”용현성은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얼굴은 일그러진 채 처참한 모습으로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이순간 그는 김예훈에게 도전할 용기가 없어 애써 진정해 보려고 들숨·날숨을 쉬었다.“김 회장, 하임 씨,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니야?”용현성이 이 정도로 다친 모습을 보자 장현준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여기가 어디라고. 여긴 국제 대도시인 진주이자 이곳만의 법이 있다고! 전직 총독의 신분으로 요구하는데 당장 당주님께 사과하고 처벌을 받아! 안 그러면 내 한마디로 진주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게 될 줄 알아. 내 말 믿어 안 믿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못 믿겠는데요? 저도 한 말씀 드릴까요? 제 앞에서 나이를 내세우면서 우쭐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생
김예훈의 발에 짓밟힌 용현성은 끊임없이 몸부림쳤고, 얼굴에는 발자국과 손자국이 나있는 채로 무척이나 비참한 모습이었다.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김예훈의 발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저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많은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비비기도 하고,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특히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아무도 김예훈이 이 정도로 대담하게 행동할 줄 몰랐다.용현성의 뺨을 때린 것도 모자라 그의 얼굴을 바닥에 짓밟다니.이는 용문당 장관회의 체면을 짓밟은 것도 모자라 용씨 가문의 체면을 짓밟은 것과도 같았다.모두가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장현준이 제일 먼저 반응하고 소리쳤다.“김 회장, 지금 무례하게 뭐하는 짓이야! 감히 당주님을 건드려?”김예훈이 용현성마저 무시할 줄 몰랐는지 류서우는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그녀는 혈기가 솟구쳐 김예훈에 대한 두려움도 잊었다. 이때 그녀의 손짓하나에 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이 무기를 꺼내 분노에 차서 앞으로 돌진해 왔다.똑같이 동하임의 손짓에도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사방에서 나와 집법 부대 사람들을 가로막았다.집법 부대 사람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모두 강력한 시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곳은 동씨 가문의 구역이라 인원이 더 많은 건 사실이었다.힘이 균형을 이룬 쌍방은 서로 대치 상태에 들어섰다.류서우는 또 한 번 누군가에게 가로막힐 줄 몰랐는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동하임 씨,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동하임이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도련님을 해치려면 제 시체부터 먼저 밟고 가세요!”“너희들!”류서우는 이 모습을 보면서 어금니를 꽉 깨물더니 김예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당주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다 함께 묻어버릴 거예요!”김예훈을 직접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너무 많이 도저히 다가갈 수가 없었다.이때 장현준이 기세등등한 말투로 말했다.“김 회장, 하임 씨, 지금 이러는 거, 어떤
이때 용현성의 손짓 한에 몇몇 부하들이 앞으로 나서서 칼을 뽑아 들고 김예훈을 노려보았다.이 장면은 동하임의 얼굴을 순간적으로 어두워지게 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부당주님, 패쪽은 당주님이 저한테 맡긴 거라 누구도 가져갈 수 없고, 저보고 일본인에게 사과하라고요?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일본인이 저의 사과를 받을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세요?”“왜? 네가 그렇게 대단해?”용현성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김예훈, 내가 너의 다리를 부러뜨리지 않고 일본에 보내는 것으로 끝내는 것도 당주님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야. 그러니까 너무 잘난 척하지 마. 내가 나이 들어서 성격이 좋아져서 다행이지, 젊을 때였으면 너는 이미 머리가 날아가고 온 가족이 살해당했을 거야.”이 순간, 용현성은 언제든지 일어나 김예훈을 한방에 쳐 죽일 것만 같았다.“김 회장, 당주님은 용문당 내부에서 덕망이 높고 권력 있는 분인데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많은 배려를 한 거라고.”장현준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그러니까 절대 나대지 마. 당주님이 화를 내는 순간 너는 끝장이라고. 회장 패쪽을 내놓아야 할 뿐만 아니라 사과용으로 너의 사지를 부러뜨려 일본에 버릴 거라고. 너의 가족 또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야. 당주님은 단순히 용문당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용씨 가문도 대표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 대한민국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용씨 가문!”장현준은 소파에 편안히 기대어 앉아 말했다.“우리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패쪽을 내놓고 스스로 손발을 묶어. 내가 당주님을 위해 두번째 즐길 거리를 마련했는데 말이야. 당주님이 즐기는 데 방해가 되는 순간 네가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볼 거야.”류서우도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얼른 패쪽을 내놓고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요. 아니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류서우, 지금 날 협박해?”류서우는 눈가를 파르르 떨긴 했지만, 여전히 냉랭하게 말했다.“그렇게 이해하셔도 좋아요.”류
“나오키가 너를 죽일 수 있었는데 네가 용문당 이름으로 압박하는 바람에 생각에 잠겨있는 틈을 타 습격해서 죽였다는 것도 알아. 김예훈, 너는 정말 얼굴이 너무 두꺼운 거 아니야? 왜 그렇게 염치가 없는 거냐고.”용현성은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화가 잔뜩 나 있었다.김예훈은 멈칫하더니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힐끔 쳐다보았다.류서우 뒤에 서 있던 집법 부대 제자들은 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다.이로써 류서우가 용현성을 데려오기 위해 일부 진실을 숨겼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예를 들어 김예훈이 혼자서 타케이 가문을 모조리 때려눕혔다는 사실을 숨긴 채 김예훈이 용문당을 이용해 타케이 가문을 압박했다고 말했다.만약 용현성이 김예훈이 직접 나오키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감히 올 용기도 없었을 것이다.“부 당주님, 한 번만 더 설명해 드릴게요. 타케이 가문은 자결한 것이 맞아요. 용기가 대단해 일본 천황이 큰 상을 내리기로 했다니까요?”김예훈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미 진주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에요. 일본대사관 측에서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고요. 부당주님께서 만약 불만이 있으시면 그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도 좋아요. 소송에서 이기면 다시 이야기해 볼까요?”“너!”용현성은 화가 나서 할 말을 잃었다.‘김예훈 이 자식, 실력 있는 것도 모자라 말솜씨도 대단해.’김예훈이 일본대사관까지 거들먹거려 한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바로 이때, 장현준이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 어떻게 자결했는지는 김 회장이 나보다 더 잘 알잖아. 동씨 가문이 이 사건에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아부었는지 김 회장도 모를 리가 없잖아. 굳이 밝혀봤자 재미도 없을 것 같고. 실력이 뛰어난 데다 동씨 가문이 뒤를 봐주고 있어서 자신감이 넘치는 거 알아. 하지만 김 회장도 알겠지만, 이 세상에서 많은 일은 단순히 싸우고 죽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아. 이 바닥에서는 예의를 갖춰야 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데 당주님과 맞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