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도겸이 목을 부여잡고 바닥에서 일어서더니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오늘 본 손해를 다음번에는 어떻게든 꼭 만회해야겠다고 생각했다.이번에는 추문성이 뒤를 봐줘서 이 정도라지만 다음번에는 어떻게 될지 몰랐다.직원들 얼굴이 피투성이인 것을 확인한 김예훈이 냉랭하게 말했다.“어디 한 번만 더 터치해 보든가.”퍽!추문성이 입을 열기도 전에 안나가 한 직원을 발로 걷어차서 바닥에 쓰러뜨렸다.그러면서 얼굴에 가소로운 표정을 짓더니 냉랭하게 말했다.“터치했는데 뭐. 한 명씩 다 걷어찰 건데 뭐 어쩌려고?”샤샥!눈깜짝할 사이에 김예훈은 바로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쨕!안나가 멈칫하면서 본능적으로 방어하려고 했지만 눈깜짝할 사이에 눈앞이 어두워지면서 뺨을 맞아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사람들은 김예훈이 순식간에 날아와서 뺨 한 대로 안나를 때려눕힐지 몰랐는지 깜짝 놀라고 말았다.상대는 이탈리아에서 장병의 왕으로 불리고 있는 허도겸의 전용 보디가드인데 말이다!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얼굴을 부여잡고 있던 안나는 몰래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려고 했다.하지만 총을 꺼내기도 전, 김예훈이 이미 그녀의 복부를 걷어찼다.퍽!거대한 소리와 함께 안나는 온몸이 나른해지는 느낌을 받았다.“날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김예훈은 오른발로 안나의 얼굴을 천천히 짓밟았다.“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병신으로 만들어 줄까?”퍽!김예훈이 또 발로 걷어차는 바람에 안나는 저 멀리 날아가 벽에 부딪혀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사람은 풀어줬고, 돈은?”김예훈이 목을 부여잡고 있는 허도겸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물었다.눈을 파르르 떨던 허도겸은 더는 건드리면 안 되겠다 싶어 핸드폰을 꺼내 바로 계좌이체 해주었다.띠링!핸드폰이 울리고, 방수아는 계좌이체 내역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절대 받아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금액을 이렇게 쉽게 받아낼 줄 몰랐던 것이다.“갑시다!”김예훈은 두말없이 차갑게 뒤돌아 방수아를 데리고 이곳을 떠났다.뒤이어 추문성의 손짓
추문성이 듣더니 배시시 웃었다.“당연히 수소문해 보았죠.”그는 핸드폰으로 김예훈에게 자료 몇 개를 보내주면서 말했다.“총사령관님. 출입국사무소, 그리고 다른 인맥들을 총동원해서 조사해 보았더니 이 사람들은 밀양 사람이 아니라 진주 홍성에서 온 사람들이더라고요.”“진주 홍성이요?”김예훈이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그러면 뒤를 봐주고 있는 사람은 진주 이씨 가문인가요 아니면 곽씨 가문인가요?”“전부 다 아니었습니다. 홍성 사람들은 워낙 말이 안 통하는 사람들이라 돈만 쥐여주면 뭐든지 하는 사람들입니다. 스카이 팰리스에 나타난 저격수와 관련해서는 사람을 보내 의심되는 장소를 조사해 보았더니 여우 가면과 버려진 총 한 자루를 발견한 것 외에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증거물들은 이미 밀양 경찰서에 보내긴 했지만 알아낼 수 있는 것이 없을 것 같네요. 상대방이 현장에 물건을 버린 것을 보면 저희가 조사해 내지 못할 거라고 이미 확신한 모양이에요.”“여우 가면?”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어디 있어요? 저한테 좀 보여주세요.”추문성의 전화 한 통에 곧 누군가 밀폐된 박스를 보내왔다.김예훈은 박스 속 여우 가면을 보더니 생각에 잠기고 말았다.뒤이어 박스 속에서 은은한 향기가 풍겨 나왔다....김예훈은 추문성에게 방수아 일행의 안전을 맡기고 이곳을 떠났다.임은숙 납치 사건, 저격수와 관련해서는 추문성이 진일보 확인해 봐야 했다.허도겸은 이미 잊은 지 오래였다.그가 눈치껏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만약 다른 꿍꿍이를 하고 있다면 김예훈은 아예 허씨 가문을 밀양에서 뿌리를 뽑아버리겠다고 다짐했다.송산 빌라에 도착한 김예훈은 정민아가 이미 돌아왔다는 것을 발견했다.일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는 몰랐지만 피곤했는지 벌써 자고 있었다.김예훈은 그런 그녀를 방해하지 않고 알아서 라면을 끓여 먹고는 다른 방에 가서 잠을 청했다.다음 날 아침. 바닷가에 나가 산책하던 김예훈은 나온 김에 정민아의 아침을 사 가기로 했다.
정민아는 갑작스럽게 맞은 뺨에 어리둥절하기만 했다.그녀의 뒤에 있던 경찰들은 보고도 못 본 척하면서 계속해서 집을 뒤지기 시작했다.“넷째 도련님, 도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어제 이야기 잘 끝났잖아요. 그런데 오늘은 왜...”이 사람들과 싸우기 싫은 정민아는 그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허준서를 쳐다볼 뿐이다.쨕! 쨕!붉은 치마를 입은 여자가 또 정민아의 뺨을 두 대나 때렸다.“정민아. 계속 모른 척할래? 어제 넷째 도련님이 너한테 구경시켜 주자마자 도박패를 잃어버리셨잖아. 그렇다면 훔친 사람이 너 말고 누구겠어.”정민아는 실성하고 말았다.“도박패를 잃어버리셨다고? 견씨 가문이 넷째 도련님과 합작한 그 도박패를 잃어버렸다고?”“그래! 계속 모른 척해 봐. 넷째 도련님은 너를 진심으로 잘해주는데 너는 왜 이러는 거야? 정말 개보다도 못하네. 나 허영미, 오늘 널 죽이지 못하면 성을 고칠게!”허영미라는 이 여자는 딱 봐도 무술을 배운 몸이었고 누구보다도 악독스러워 보였다.예전과는 다른 정민아였지만 그래도 허영미한테 뺨을 맞아 휘청거릴 뿐이다.쨕!“빨리 사과 안 해?”쨕!“얼른 도박패를 내놓으라고!”쨕!“도둑년! 창피한 줄도 모르고!”허영미의 예쁜 얼굴에는 원망과 질투가 가득 차 있었다.그녀는 정민아의 옷깃을 잡더니 뺨을 연이어 열몇 대나 때렸다.“도박패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알아? 내가 말해주는데, 오늘 넷째 도련님의 도박패를 내놓지 않으면 감옥에 갈 줄 알아!”허영미는 화가 가득 차 있었다. 어제 허준서는 정민아를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 했고 심지어 자기 여자로 만들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부잣집 도련님들이 아무리 방탕한 생활을 한다고 해도 허영미는 허준서의 약혼녀로서 절대 이런 일이 발생하게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어떻게 하면 정민아에게 본때를 보여줄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이런 일이 터지니 잘됐다 싶었다.힘없는 정민아는 전혀 허영미의 상대가 아니었다. 보디가드들도 허씨 가문 보디가드들한테 붙잡혀 뺨을 맞을
정말 도박패를 수색해 내자 어느샌가 모여든 이 구역에서 살고있는 밀양 상류 인사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세상에! 정말 염치도 없네! 어떻게 넷째 도련님의 도박패를 훔칠 생각을 해?”“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나 보네!”“전체 밀양에는 도박패가 오직 6장. 저마다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것들이지. 만약에 정말 누군가 훔쳐 갔다면 넷째 도련님은 살아남지 못할 거야.”“넷째 도련님께서 정민아랑 같이 손잡고 도박장을 열기로 했다잖아. 도박패의 6분의 1 정도의 이윤을 나눠주는 식이지. 그런데 사람의 욕심은 정말 끝도 없어.”“저런 사람을 보고 염치없다고 하는 거야.”“이런 젠장! 넷째 도련님이 얼마나 잘해줬는데!”“사모님께서 잘 대처하신 거야. 우리 밀양에 시집오고 싶어 하는 년들이 얼마나 많은데.”“맞아야 본성을 드러내는 거지!”주위 사람들은 저마다 고개를 흔들었다.진주 사람과 밀양 사람은 언제나 그랬듯이 내륙 사람을 무시했다.정민아가 예쁜 얼굴에 도둑질이나 하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저마다 가소롭게 쳐다보았다.이때 정민아가 얼굴을 움켜쥔 채 허준서에게 말했다.“넷째 도련님, 저는 도련님의 도박패를 훔친 적이 없어요. 저는 그저 장부 검사하러 밀양에 온 거예요.”“민아 씨, 정말 실망이네요.”침묵을 지키던 허준서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어제 정민아를 만났을 때만 해도 장부 검사하는 건 별일도 아니라면서 직접 정민아를 데리고 부산 팰리스까지 구경시켜 주었다.그런데 그렇게 매너좋던 모습은 온게간데 사라지고 지금은 냉랭할 뿐이다.“원래는 견청룡 세자님을 대신해 민아 씨가 부산 견씨 가문의 수장이 되었다고 해도 약속대로 함께 부산 팰리스를 운영해 보려고 했어요. 심지어 제 성의를 보여주려고 직접 도박패까지 보여줬죠. 그런데 민아 씨가 다른 목적을 가지고 제 도박패를 훔쳐 갈 줄은 몰랐네요. 이번 일은 부산 견씨 가문을 봐서 이대로 넘어갈 순 있지만 이 계약서에 사인하세요. 내용은 아주 간단해요. 바로 부산 팰리스의 모든 지분을 포기하겠다는 계약
정민아가 얼굴이 붉어진 채 차갑게 말했다.“넷째 도련님, 정말 저를 모함하실 건가요? 제가 부산 견씨 가문의 수장이라는거 아실 텐테 견씨 가문의 보복을 받을까 봐 두렵지도 않으세요?”“부산 견씨 가문?”허영미는 콧방귀를 뀌면서 정민아에게 다가가더니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정민아. 왜 이렇게 순진한 거야. 네가 그 머리로 어떻게 수장 자리까지 앉게 되었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되네. 우리가 믿는 구석 없이 이러는 거 같아? 내가 오늘 널 죽여버려도 견씨 가문에서는 모른 척할 거야... 너는 다른 사람들의 앞길을 막아버렸으니까.”그러고는 뒤로 물러서면서 가소로운 표정으로 비웃었다.멈칫한 정민아는 어리둥절해하더니 결국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정민아는 멍청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허영미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알아듣지 못할 사람이 아니었다.임은숙이 납치되는 바람에 밀양에 왔다가 이 일이 터지기까지...점점 이 모든 것이 김예훈을 타깃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되기 시작했다.그러다 결국 자신 또한 타깃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견씨 가문의 수장으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앞길을 막아버렸기 때문이다.부산 6대 세자 중의 한 명이었던 견청룡이 남겨둔 것은 견씨 가문의 수장 자리뿐만이 아니었다.사람들이 이보다 더 탐내는 것이 따로 있었고, 그것을 얻으려고 정민아를 먹잇감으로 삼기도 했다.심지어 부산 견씨 가문의 사람들까지...처음 부산에 와서 반갑게 인사하던 모습과는 달리 정민아의 얼굴은 차갑기 그지없었다.“쓸데없는 말 그만하고.”이때 허영미의 손짓하나에 허씨 가문 보디가드들은 정민아의 보디가드들을 걷어차 바닥에 눕혔다.그러고는 총을 꺼내 이들의 머리를 겨냥했다.“정민아. 고민한 시간을 10분만 더 줄게. 죄를 인정할지 안 할지 잘 생각해 봐. 인정하면 이 사람들을 바로 풀어줄게. 인정 안 할 거면 마음대로 해. 10분 뒤 너는 무사히 풀려날진 몰라도 보디가드들은 전부 죽은 목숨이 될 거니까.”허영미는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십, 구, 팔, 칠...”허영미는 정민아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면서 카운트 다운을 이어 나갔다.허씨 가문 보디가드는 아무렇지 않게 방아쇠에 손을 대고 있었고 정민아의 보디가드 중의 한 명은 곧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공평하게 중재에 나서야 할 경찰들도 하나같이 뒤돌아 담배를 피울 뿐 아예 못 본 척하고 있었다.눈가를 파르르 떨던 정민아는 결국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그래요! 그렇다면 인정할 수밖에요! 도박패 제가 훔친 거 맞아요. 그 대가로 부산 팰리스 절반 지분을 내놓을게요.”정민아는 속으로 내키지 않았지만 밀양은 허씨 가문의 구역이라 어떻게 할 수 없었다.“다들 들으셨죠?”허영미가 손뼉을 치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정 수장님께서 죄를 인정하셨으니 사과의 의미로 부산 팰리스 절반 지분을 내놓는 건 당연한 일 아니겠어요? 저희 허씨 가문이 이방인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자업자득이라고 하는 거예요. 잘못을 저지르면 대가를 치러야죠.”이 말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두 눈을 반짝거렸다.밀양 허씨 가문이 난폭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익도 챙기면서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는 듯이 뻔뻔스럽게 말할 줄 몰랐다.그런데 경찰청장도 모르는 척하는데 굳이 이런 상황에서 나서서 맞는 말을 할 사람도 없었다.부산 견씨 가문이 허준서와 손을 잡기로 했을 때부터 이런 리스크를 감내해야 했다.퍽!정민아가 한숨을 내쉬면서 지분 포기 계약서에 사인하려고 했을 때, 입구에 있던 허씨 가문 보디가드들이 누군가의 발에 걷어차여 날아가고 말았다.뒤이어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퍽! 퍽! 퍽!총을 들고 있던 허씨 가문 보디가드 열몇 명은 차례대로 발에 걷어차여 날아가고 말았다.허영미 역시 뺨을 맞아 얼얼해진 얼굴을 감싸 쥔 채 저 멀리 날아갔다.자기 부하들이 공격당하자 허준서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려고 했다. 하지만 김예훈이 먼저 그의 앞에 나타나 허준서가 반응하기도 전에 목덜미를 잡았다.퍽!김예훈은 그에게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목덜미를 잡은 채 벽에 머리를
밀양 경찰청장을 포함한 두 명이 날아가자 못 본 척, 못 들은 척하던 경찰들은 전부 다 아연실색이 되고 말았다.“이런 젠장! 밀양 법도를 뭐로 보는 거야! 죽고 싶어?”허씨 가문의 충견인 이 경찰들은 도와주러 왔다가 김예훈한테 맞아댈 줄 몰랐다.이들은 하나같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평소에 아무리 제멋대로 행동한다고 해도 거역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말이다.“법? 너희도 법이 있다는 걸 알기나 해?”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이 경찰들을 쳐다보았다.“도박패를 들고 와서 다른 사람한테 누명을 씌우고, 정 수장님을 협박해서 지분 포기 계약서에 사인하라 그러고. 그것도 모자라 증인까지 매수해서 모든 잘못을 민아한테 돌려? 뻔뻔하긴. 나쁜 짓을 하고도 칭찬을 받고 싶어? 세상이 모두 너희 중심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어?”김예훈이 냉랭한 표정으로 현장을 쭉 둘러보았다.“이 별장에는 24시간 촬영되고 있는 CCTV가 있는데 실시간으로 영상을 국내 서버로 보내고 있어. 너희가 CCTV를 고장 냈다고 해도 다시 복구할 수 없는 건 아니야. 왜? 재판에서 볼까? 아니면 이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려서 사람들의 반응이 어떤지 지켜보기라도 할까?”이 말에 허준서와 허영미가 얼굴을 감싸 쥔 채 힘겹게 바닥에서 일어섰다.오늘 작전을 위해 정민아를 속이려고 어제 일부러 반갑게 맞이해준 것이다.그런데 어디서 튀어나온 놈인지 바로 진실을 밝혀낼 줄 몰랐다.“이런 젠장. 넌 누군데. 이름이 뭐야!”허영미가 악독스러운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오늘 부산 팰리스의 지분을 전부 다 손에 넣기만 한다면 허준서의 도박패는 완벽에 가까워질 수 있었다.이는 그가 차차 허씨 가문의 수장이 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그런데 갑자기 어디서 굴러온 돌 때문에 물거품이 될수도 있어 화가 안 날 수가 없었다.계획에 있어서 주도면밀하던 허준서는 오늘 차질이 생길지 몰랐는지 차가운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내 이름?”김예훈이 담담하게 대답했다.“김예훈. 기억했어?”김예훈이라는
허영미가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정민아. 너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야? 도둑년 주제에 조건을 내놔?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정민아는 허영미를 무시한 채 허준서를 쳐다보면서 말했다.“넷째 도련님, 제 조건은 바로 저의 엄마를 풀어주는 거예요. 저의 엄마를 돌려주시면 바로 사인할게요. 그리고 부산 견씨 가문 수장이라는 명의를 걸고 절대 이 일을 추궁하지 않겠다고 약속드릴게요.”허준서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물었다.“어머님을 풀어달라고요?”“네. 아주 간단한 요구죠.”정민아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넷째 도련님, 이 와중에 인정한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요? 다 아시잖아요. 제가 밀양에 온 이유는 부산 팰리스 때문만이 아니라는 거. 비록 돈을 벌어다 주는 곳이긴 하지만 제가 직접 밀양까지 올 가치는 없었어요. 제가 밀양에 온 주요 목적은 바로 저의 엄마가 밀양에서 납치되었기 때문이에요. 저희 엄마를 풀어주는 대신 바로 계약서에 사인할게요. 어때요?”“정말 눈물겨워서 못 보겠네요.”허준서가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그런데 저는 민아 씨 어머님을 알지도 못하고, 납치되었다는 것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네요.”허영미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정민아. 이 마당에 넷째 도련님한테 죄를 뒤집어씌우니까 좋아? 얼른 계약서에 사인이나 해. 이제부터 각자 갈 길 가자고!”아까 얻어맞은 경찰청장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얼른 계약서에 사인해요. 아니면 절도 및 폭행죄로 둘 다 감옥에 처넣을 테니.”정민아는 허준서가 여전히 임은숙을 납치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줄 몰랐는지 표정이 확 변하고 말았다.김예훈마저도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 임은숙이 밀양에서 납치된 사실을 허씨 가문에서 전혀 모르겠다고 하는 말을 절대 믿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아직 이 부분을 증명해 낼 증거가 없었다.“얼른 사인이나 해!”허영미는 김예훈과 정민아의 얼굴이 어두워진 것을 보고 두 사람이 겁먹었다고 생각했는지 앞으로 다가갔다.이때 김예
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다가 물었다.“용현성이 김예훈을 제압하지 못할 거란 걸 진작에 예상했던 거예요?”“용현성은 용문당 집법부대의 부당주고 용문당 36개 지회를 총괄하는 사람이에요.”“그런데 김예훈이 어떻게 감히 용현성의 체면을 구길 수 있어요?”김현민은 직접 장현준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면서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간단해요. 김예훈이 부산 용문당 회장 신분만 갖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회장이라는 신분은 그 사람한테 단지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덤일 뿐이에요.”“그 사람의 진짜 정체는 아마 어르신도 들어봤을 거예요.”“경기도 김세자요!”“진주 이씨 가문의 이일메 큰 어르신도 그 사람을 건드렸다가 패배의 쓴맛만 봤어요.”“심지어 경기도 제일의 명문가의 모든 자원이 그 사람의 손에 들어가 있어요.”“그런 사람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죠.”“게다가 용 어르신과 어르신께서 아무런 준비 없이 공격해서 큰 코만 다치게 된거예요.”김현민의 담담한 말투와 달리 그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장현준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다가 김현민을 응시하며 약간 화가 난 듯이 말했다.“그럼 왜 우리가 움직이기 전에 얘기하지 않았어요?”“제가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도 제 말을 안 들으셨잖아요.”“제가 어르신한테 그 사람의 진짜 정체를 미리 말해줬다고 해도 어르신의 성격과 용어르신의 독단성을 감안했을 때 제 말을 들어주고 믿어줬을까요?”김현민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그에게 차근차근 미끼를 던졌다.“어르신과 용 어르신께서 정신을 집중하고 힘을 합쳐서 세상 물정 모르는 그놈을 처리해 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두 분께서 미리 패배의 쓴맛을 맛보는 거예요.”“그래야 두 분께서 그런 놈을 상대하려면 아예 손을 쓰지 않거나 손을 쓴다면 바로 죽여버려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될 거니깐요.”그 말을 들은 장현준의 표정이 바뀌었고 안색이 많이 누그러졌다.잠시 후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김 수장님은 날 위해서 나설
남윤지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곧 김현민이 누구를 말하는지 알아차리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애초에 그 두 늙은이를 내보낸 건 단지 두 가지 목적을 위해서였잖아요.”“첫 번째 목적은 이 기회를 빌려 용문당이 김예훈에 대해 얼마나 관대한지 그 한계를 알아내기 위해서였고요.”“그리고 두 번째는 일본이 김예훈 측과의 싸움에서 패배돼서 이번에는 영국 제국의 힘을 빌려서 그놈을 죽이려고 했잖아요.”“이제 그 두 늙은이는 도련님이 예상했던 대로 쓸모가 없어졌고 마침 저희가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고 있으니 잘된 거 아니에요?”김현민은 담담하게 말했다.“계획은 그렇긴 한데 안타깝게도 변수가 생겼어.”“어떤 사람들은 자기 주제도 모르고 아직도 자신이 권력을 쥐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단 말이지.”김현민의 얼굴에 비웃음이 번졌다.“어떤 사람들이요?”남윤지는 생각에 잠긴 듯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거실 문 앞에서 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코가 시퍼렇게 멍이 들고 얼굴이 부어오른 장현준이 거실 문을 열고 김현민 앞으로 걸어가 앉았다. 그의 얼굴은 끊임없이 일그러지면서 변화하는 동시에 원한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 수장님, 김예훈 그놈 뭐예요?”“고작 용문당 회장 주제에!”“어떻게 감히 내 얼굴에 손을 대요!”“게다가 날 서양 놈들의 개라고까지 했어요!”“그놈을 당장 죽여버려요! 김 수장님, 내 원한을 꼭 갚아줘요!”“별거 아닌 놈이 감히 전임 총독의 얼굴을 때리다니!”“그놈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 진주·밀양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어요?”“또 어떻게 영국 제국 황실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겠어요?”장현준은 자신과 김현민의 신분 차이를 잊은 채 붉게 부어오른 얼굴에는 증오와 사나움만 가득했다.이어서 장현준은 그의 부하들 앞으로 다가가서 그들의 얼굴을 내리치기 시작했다.“쓸모없는 것들! 이 쓸모없는 것들아!”“날 보호하지 않고 뭘 했던 거야?”“영국 제국의 퇴역 기사라면
김예훈은 생각하더니 또 말했다.“그리고 김현민이 일본, 영국과 결탁한 의혹이 있는 것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큰 어르신의 생신날 김현민이 상속받으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주세요. 소문을 퍼뜨린 사람이 누군지 모르게 여러가지 버전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퍼뜨려 주세요. 김현민이 밖에 나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긴장감을 줘야죠. 맨날 집에서 음모와 계략을 연구하는 것도 정신상태에 좋지 않거든요.”김현민이라는 사람은 너무 계산적이고, 자기 보호에 강했다. 그런 그에게 짜증 날 대로 짜증 난 김예훈은 이렇게라도 그를 압박하고 괴롭혀 보기로 했다.그가 미쳐 날뛰기 시작해야 자기가 짜놓은 판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네. 알겠어요. 지금 바로 알아볼게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동씨 가문은 그래도 진주에서 어느 정도 힘이 있어서 이런 일은 쉽게 처리할 수 있거든요.”김예훈은 웃으면서 다시 한번 상황을 정리했다.김현민 같은 사람을 상대하려면 너무 의도적으로 계획하면 안 되었다. 너무 티 나게 하면 그가 눈치챌 수 있었다.오히려 이런 무심한 계획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있던 동하임은 갑자기 웃더니 그에게 다가가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도련님께서 저희 동씨 가문에 이렇게 잘해주시는데 마땅히 내놓을 것도 없고 해서 제 몸을 바치는 거 어떨까요?”농담처럼 보이지만 사실 큰 용기를 낸 것이다.김예훈만 원한다면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튈 것이 분명했다.“하하하.”김예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오른손으로 동하임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하임 씨, 농담도 참. 아무리 그래도 저는 하임 씨 아버지의 친구이자 하임 씨의 삼촌이 되는 사람이에요. 이런 농담으로 저를 화나게 하면 제가 어떤 벌을 내릴지도 몰라요.”동하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도련님께서 이런 걸 좋아하셨어요? 그러면 삼촌, 저한테 어떤 벌을 주실 건데요?”김예훈은 갑자기 주제가 잘못된 것 같아 순
“그렇다면 덕망 높은 두 분의 끊임없는 호소 끝에 김현민은 반드시 전략을 바꿔야겠죠. 만약 도련님께서 상대가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멀리 놓고 봤을 때 저 두 사람은 김현민이 자신을 위해 분풀이를 해줄 수 없다고 생각하겠죠. 그렇다면 저 두 사람이 김현민의 마음을 흔들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다 단단한 고리에 작은 균열이 생길 수도 있어요. 만약 김현민이 오늘 일때문에 참지 못하고 직접 나선다면 계획이 급하게 진행되면서 그중에서 부족한 점이 보이겠죠. 어쩌면 도련님께서 이 기회를 이용해 그를 뿌리째 뽑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무튼 도련님은 이 건물에 들어선 순간부터 함정에 빠진 것이 틀림없어요.”동하임은 손에 들고 있던 수표를 김예훈에게 건넸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김예훈이 흥분한 나머지 일을 너무 크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까 아버지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조언을 듣고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김예훈의 행동이 막무가내로 보이지만 사실은 신중한 움직임이었고, 걸음마다 김현민의 약점을 정확히 찔렀다.비록 김예훈과 김현민이 아직 정식으로 붙지 않았지만, 신경전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현재 파악된 상황을 봤을 때 적어도 김현민은 김예훈에게서 그 어떠한 이득도 본 적이 없었다.이로써 동하임은 왜 아버지가 진주·밀양에서 아무런 기반도 없는 김예훈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였지만 안타깝게도...동하임은 김예훈이 미혼일 때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이때 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힐끔 쳐다보았다.비록 동태원의 조언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사람은 조금만 더 가르쳐주면 곧 큰 인물이 될 사람이었다.하지만 김예훈은 인정하지 않고 피식 웃을 뿐이다.“너무 과대평가하신 거 아니에요? 저는 그저 사람을 때렸을 뿐인데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신 거 아니에요? 저를 너무 그렇게 과대평가하지 말아
잠시 후, 용현성과 장현준은 처참한 모습으로 이곳을 떠났다.동하임은 손에 든 2,000억 원의 수표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김 도련님, 이번 만남은 정말 실패네요. 아무쪼록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줄 알았는데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줬냬요. 이 2,000억 원, 더 두 분이 여기저기 연락해서 겨우 모은 거예요.”동하임은 여전히 한숨이 나왔다.‘그렇게 거들먹거리더니 돈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었어. 2,000억 원을 울며불며 여기저기서 빌려야 한다니.’김예훈은 그들에게 2,000억 원을 내놓으라고 한 것은 그들의 뺨을 때리는 것보다도 더 심했다.그들의 노후 자금마저 탈탈 턴 것과도 같았다.이로써 쌍방은 지금, 이 순간부터 더 이상 평화롭게 지낼 수가 없었다.“괜찮아요. 저희가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고 해도 저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었을 거예요. 어차피 저들 눈에는 제가 죽어야 마땅한 존재니까요.”김예훈은 다시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공진해가 보내온 자료를 확인했다.“소식에 따르면 용현성은 특별한 능력 없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암암리에 일본 쪽과 연락하는 것 같더라고요. 류서우가 초대하지 않았더라도 일본인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기 위해 무조건 문제를 일으키러 왔을 거예요. 장현준은 원래부터 식민지 시대 때 영국에서 기르던 개였을 뿐이에요. 평생 무릎 꿇고 개처럼 살더니 외국인이 하느님인 줄 아나 봐요. 이런 사람은 아무리 체면을 세워주고, 또 기회를 줘봤자 절대 만족하지 않을 거예요. 아무튼 제가 회장 패쪽을 내놓지 않고, 또 그들의 요구에 따라 일본에 가서 사죄하지 않는 한 둘 중 하나는 죽는 운명이었다고요.”김예훈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해서 말했다.“어차피 죽고 못 살 판에 2,0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한 것도 많이 봐준 거예요. 오늘 이렇게 많은 눈이 지켜보지 않았다면 저 사람들 오늘 이곳을 벗어나지도 못했어요.”김예훈의 담담한 말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그에게는 외국과 은밀히 연락하고 국민을 해치려는 비겁한 자
“영국 사람을 등에 업으면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아니면 모든 사람이 어르신처럼 외국인을 언급하면 바로 무릎 꿇을 줄 알았어요?”쨕!말할수록 화가 난 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저 멀리 날려 보냈다.김예훈에게 얻어맞아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정신이 혼미해진 장현준이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했을 때, 김예훈이 또다시 접근해 오자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사과할 기회를 드릴게요. 아니면 오늘 갈 생각도 하지 마세요. 내년 오늘이 어르신과 부당주님의 기일일 줄 아세요.”“너...”장현준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면서도 얼굴을 부여잡은 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도 하고싶은 말을 다시 삼킬 수밖에 없었다.비록 이 시대에서는 권력, 힘, 돈, 인맥이 모든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주먹이 강한 사람이 승자였다.용현성이 이미 김예훈에게 짓밟힌 것도 모자라 장현준도 뺨을 맞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장현준은 지금껏 의지해 온 영국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자 더 이상 김예훈과 맞서지도 못했다.이 순간, 장현준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미안하네.”쨕!“그렇게 사과하는 거 맞아요?”쨕!“영국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던가요?”쨕!“사과는 존중의 의미로 무릎부터 꿇어야 한다는 거 몰라요?”연이은 뺨에 장현준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그는 분노의 극치에 도달해 표정마저 일그러졌다.손을 쓰고 싶었지만 차마 용기가 없어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떨리는 몸으로 결국 무릎을 꿇었다.“김 회장님,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가 잘못했습니다.”장현준 같은 사람은 무릎 꿇는 것이 그렇게 굴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의 인식 속에서는 외국인을 만나면 무릎을 꿇어야 하지만 외국인은 김예훈에게 무릎 꿇을 자격이 없었다.“어르신같이 비겁한 자가 무릎을 꿇는다고 해도 아무런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지만, 저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거든요.”김예훈은 휴지로 손가락을 닦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가보세요. 다음부터 저를
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숨을 헐떡이며 김예훈과 동하임을 째려보았다.“기다려.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올 거야!”그는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했다.“반드시 동씨 가문을 진주 1인자 위치에서 끌어내릴 것이고, 오늘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게 할 거야! 나는 전직 총독으로서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어. 이 일을 영국 황실에 알리면 너희는 끝장이야!”동하임은 피식 웃고 말았다.“영국이요? 저희가 끝장날 거라고요?”김예훈은 서서히 장현준 앞으로 다가가 비웃음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어디 전화해 보세요. 영국에서 어디 저희 대한민국 일에 간섭할 수 있는지. 저희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정상에 서있는데 어르신은 아직도 서양인의 그림자 밑에서 살고 계시네요. 당신 같은 사람이 전직 총독이라고요? 어이가 없어서. 어르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서양인에게 길들어진 개일 뿐이에요.”김예훈은 또 한 번 발로 걷어찼다.장현준은 서양 격투기를 배워서 그런지 반응이 빨라서 김예훈이 발로 차는 순간에 최선을 다해 피했다.하지만 손을 들기도 전에 복부에 통증을 느끼며 의자와 함께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악!”비명이 퍼져나가고, 장현준은 네 발이 하늘을 향해 뒤집어져 마치 뒤집힌 거북이처럼 초라하기 그지없었다.“얼른 전화해 보세요. 어르신을 지켜줄 수 있는지 어디 한번 지켜보자고요.”김예훈은 피식 웃었다.“어르신께서 말은 힘이 무엇인지 확인해야겠어요.”류서우 등은 이 순간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뻔뻔한 자식. 동하임이 장현준 어르신을 다치게 한 틈을 타 진주에서 존경받는 전직 총독님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다니. 정말 완전히 무시하는 거잖아!’“김 회장!”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말했다.“감히 나한테 손을 대?”쨕!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바닥에 쓰러뜨렸다.다음 순간, 머리가 세게 바닥에 부딪힌 장현준의 얼굴은 온통 먼지투성이가 되고 말았다.화가 났지만 두려움과 절망감이 앞섰다.충분히 자기도 고수라고 생각했는데 김예훈의 움직임을 전
“너...”용현성은 김예훈을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극심한 통증 때문에 어질어질한 상태였다.그는 용문당 집법 부대의 부당주이며 용씨 가문의 사람인데 말이다.그동안 무송과 용문당에서 항상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를 추앙하고 존경했는지 모른다.그는 어디에서든 자신감이 넘쳤고, 심지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그런데 오늘 김예훈한테 체면이 짓밟힌 것도 모자라 큰 손해를 보게 될 줄 몰랐다.어린놈의 발에 체면과 존엄이 짓밟힌 지금, 용현성은 벽에 머리를 박아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하지만 김예훈이 또 움직일까 봐 소리치지도 못했다.“보아하니 이제는 사태 파악이 되셨나 보네요.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무슨 말을 하면 안 되는지 아시겠죠?”김예훈은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용현성을 쳐다보고는 그를 발로 차버렸다.“오늘 교훈을 잘 기억하길 바랄게요. 안 그러면 언젠가 터질 정도로 얻어맞을 거니까요. 제가 마음이 약해서 그렇지. 김현민이었다면 진작에 죽었을 거예요. 무송으로 돌아가 집법 부대 사람들한테 알라세요. 앞으로 일을 처리할 때는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고 행동하라고요. 일본인의 말에 개처럼 달려오지 말고요. 한 명씩 올 때마다 본때를 보여줄 거니까요. 알겠어요?”용현성은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얼굴은 일그러진 채 처참한 모습으로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이순간 그는 김예훈에게 도전할 용기가 없어 애써 진정해 보려고 들숨·날숨을 쉬었다.“김 회장, 하임 씨,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니야?”용현성이 이 정도로 다친 모습을 보자 장현준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여기가 어디라고. 여긴 국제 대도시인 진주이자 이곳만의 법이 있다고! 전직 총독의 신분으로 요구하는데 당장 당주님께 사과하고 처벌을 받아! 안 그러면 내 한마디로 진주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게 될 줄 알아. 내 말 믿어 안 믿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못 믿겠는데요? 저도 한 말씀 드릴까요? 제 앞에서 나이를 내세우면서 우쭐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생
김예훈의 발에 짓밟힌 용현성은 끊임없이 몸부림쳤고, 얼굴에는 발자국과 손자국이 나있는 채로 무척이나 비참한 모습이었다.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김예훈의 발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저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많은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비비기도 하고,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특히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아무도 김예훈이 이 정도로 대담하게 행동할 줄 몰랐다.용현성의 뺨을 때린 것도 모자라 그의 얼굴을 바닥에 짓밟다니.이는 용문당 장관회의 체면을 짓밟은 것도 모자라 용씨 가문의 체면을 짓밟은 것과도 같았다.모두가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장현준이 제일 먼저 반응하고 소리쳤다.“김 회장, 지금 무례하게 뭐하는 짓이야! 감히 당주님을 건드려?”김예훈이 용현성마저 무시할 줄 몰랐는지 류서우는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그녀는 혈기가 솟구쳐 김예훈에 대한 두려움도 잊었다. 이때 그녀의 손짓하나에 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이 무기를 꺼내 분노에 차서 앞으로 돌진해 왔다.똑같이 동하임의 손짓에도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사방에서 나와 집법 부대 사람들을 가로막았다.집법 부대 사람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모두 강력한 시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곳은 동씨 가문의 구역이라 인원이 더 많은 건 사실이었다.힘이 균형을 이룬 쌍방은 서로 대치 상태에 들어섰다.류서우는 또 한 번 누군가에게 가로막힐 줄 몰랐는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동하임 씨,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동하임이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도련님을 해치려면 제 시체부터 먼저 밟고 가세요!”“너희들!”류서우는 이 모습을 보면서 어금니를 꽉 깨물더니 김예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당주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다 함께 묻어버릴 거예요!”김예훈을 직접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너무 많이 도저히 다가갈 수가 없었다.이때 장현준이 기세등등한 말투로 말했다.“김 회장, 하임 씨, 지금 이러는 거, 어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