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 앞에서 법은 당연히 태산보다 무겁죠.”“하지만 방민지 당신 앞에선 정말 아무 힘도 없는 거 아닌가요?”“예를 들어, 내가 오늘 왜 사쿠라 자매를 데려가려는지, 당신이 모를 리가 없잖아요?”“우린 처음 만나는 사이지만, 당신은 마치 날 반평생 알았다는 듯이 굴고 있어요.”“만약 당신이 내가 사쿠라를 데려가려는 이유를 모른다고 한다면,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을 바보 취급하는 거나 다름없죠!”김예훈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방민지의 얼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뭐가 불만이고,억울한 게 있으면 경찰에 신고하든, 일본 대사관에 항의하든 해!”“하지만 아무도 네놈에게 우리 방씨 가문의 사업체에 와서 날뛸 자격을 준 적 없어!”“네가 지금 하는 행동은 시민의 신성한 개인 재산을 침해하는 거야!”“난 스카이 호텔의 책임자로서 당신을 체포할 권리가 있고, 먼저 행동하고 나중에 보고할 수 있어!”김예훈은 박수를 치며 말했다. “정말 굉장하군요, 굉장해.”“보아하니 서울 방씨 가문은 진작에 자신들이 법 위에 있다고 생각하나 보죠. 그렇지 않다면 어떤 배짱으로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할 수 있겠어요?”“당신 앞에서 말하는데 무슨 배짱이 필요하다고?” 방민지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난 퇴역 군인이자 서울 방씨 가문의 사람이야. 이 중 어느 하나의 신분만으로도 너 김예훈 같은 놈은 눌러 죽일 수 있어!”김예훈은 마치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와, 그렇게 대단하시군요!”“굉장하시군요!”“그래서 부산의 이 작은 땅에서도 그렇게 으스대는 거군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당신이 부산의 일인자인 줄 알겠어요!”“하지만 안타깝게도 용전은 국내에서 법 집행권이 없고, 서울 방씨 가문은 부산에선 기껏해야 강 건너온 벌레 신세죠.”“이게 당신이 말하는 배짱이라면, 제 생각엔 그냥 꺼지는 게 나을 것 같아요.”방민지가 앞으로 다가와 김예훈의 얼굴을 쓰다듬더니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
방민지의 아름다운 얼굴에 조롱의 미소가 떠올랐다. “그럼 한번 해봐. 부산의 이 좁은 땅에서 누가 감히 용전의 사람들과 맞서나 보자고!”김예훈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강하다니 좋아요. 하지만 나는 당신이 이따가도 지금처럼 강하길 바래요.”“나중에 무릎 꿇게 되면, 당신 18대 조상이 다 졸보가 되는 거예요!”“뭘 그렇게 잘난 척이야!?” 방민지가 경멸하듯 말했다.“그렇게 잘났으면 내가 전화할 기회를 한 번 줄게!”방민지는 손짓으로 용전 사람들에게 잠시 멈추라고 지시했다.“어디 누구를 불러올 수 있는지 보자고!”김예훈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럼 당신 18대 조상께 감사드려야겠네!”말을 마치자마자 김예훈은 전화를 걸었다. “장 어르신, 오늘 밤도 수고를 끼쳐드리게 됐습니다!”말이 떨어지자마자 스카이 호텔에서 100미터도 채 안 되는 곳에서 여섯 대의 검은색 홍기 차량이 돌진해 왔다.막 도착한 방씨 가문의 경호원들이 본능적으로 막으려 했지만, 차량 번호판을 보자 모두 눈을 깜빡거렸다.어떤 이는 아예 스스로 뺨을 때려 기절해 버리고는 아무것도 보지 않은 척했다.곧 차 문이 열리고 검은 양복을 입은 십여 명의 남자들이 나왔다. 그들은 차가운 표정으로 중산복을 입은 노인 뒤를 따라 기세등등하게 스카이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용전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막으려 했지만, 이 사람들의 양복과 가슴에 단 배지를 보자 모두 동공이 축소되었다.용연옥!한국 국가 기반에서 용전은 대외를, 용연옥은 대내를 담당한다.간단히 말해, 한국 국내에서는 용연옥이 주도권을 가지고 법 집행권이 있는 것이다!선두에 선 사람은 용연옥의 고위 간부인 부산 옥주 장덕수였다.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김예훈을 향해 십여 개의 총구가 겨눠진 것을 보자 눈썹 사이에 차가운 기색이 감돌았다.“무례하구나!”“누구냐!?”몇몇 소위 권력자들이 본능적으로 꾸짖으려 했지만, 장덕수의 옷차림을 보는 순간 꼬리를 밟힌 고양이처럼 얼굴색이 급변하며 물러
장덕수의 등장은 모두의 예상을 벗어났다.가장 중요한 건, 그가 용전의 사람을 한 대 때려 날려버렸다는 것이다.이는 김예훈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뜻이었다!여러 명문가의 아가씨들은 입안이 마르고 쓰다고 느꼈지만, 무언가 말하고 싶어도 말을 꺼낼 수 없었다.이때 장덕수가 김예훈을 보며 마침내 미소를 지었다. “괜찮으십니까?”김예훈이 웃으며 대답했다. “저는 당연히 괜찮습니다. 어르신께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장덕수가 차가운 시선으로 열 명 남짓한 용전 사람들을 훑어보며 담담히 말했다. “당신 실력으로는 이런 쓰레기들이 당신 앞에서 한 수도 못 버틸 텐데, 어째서 내가 와야 했나요?”이 말에 방민지와 용전 사람들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김예훈이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한국에 있으니, 누군가 나에게 법을 얘기했으니 당연히 법대로 해야죠.”“예를 들어, 제가 잘못 알지 않았다면 국내법 집행권은 용연옥에 있지 않습니까?”“용전 사람들이 권한을 넘어 법을 집행했으니, 어떤 죄에 해당할까요?”장덕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그가 손을 휘두르자 뒤에 있던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순식간에 나서서 총을 용전 사람들에게 겨눴다.그리고 장덕수가 두 손을 등 뒤로 하고 담담히 말했다. “저항하지 않는 게 좋을 거요!”“규칙에 따르면, 용전 사람들이 국내에서 총기를 소지한 것 자체가 이미 규율 위반이오.”“마음대로 법을 집행한 것도 왕법 위반이고.”“내가 당신들을 체포해서 용전 집법당으로 보내겠소. 이의 없겠지?”용전 사람들의 표정이 여러 번 변했지만, 결국 모두 이를 악물고 저항을 포기했다.용연옥과 장덕수 앞에서 이 열 명 남짓한 용전 사람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방민지의 얼굴이 흐렸다가 맑아졌다 하며 갈등하다가 결국 이를 악물고 말했다. “어르신, 전 어르신과 김예훈이 어떤 관계인지 모르겠어요!”“하지만 그는 우리 스카이 호텔 개업식에서 제멋대로 행동하고 사람을 때리고 잡아갔어요!”“이런 사람은 반드시 법의 제재를
군중의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도 장덕수의 표정은 여전히 담담했다. “원래는 방씨 가문과 하씨 가문의 체면을 좀 살려주려고 했는데, 이렇게 망신당하지 않게. 그런데 당신들이 나에게 법과 공정을 얘기하는군. 좋아, 그럼 당신들에게 공정과 법을 보여주지.”“6개월 전, 일본 야마자키파의 사쿠라 일본 음양사 아미미야를 시켜 우리 장씨 가문의 사당에 저주를 걸어 내 손녀 장나은을 저주로 죽이려 했지.”“이 일에 대해 일본 야마자키파 부산 제일검 나카노 타로우와 아미미야 두 사람이 이미 자백했고, 증인과 증거가 모두 갖춰져 있어!”“또한, 최근 부산에서 사쿠라가 방씨 가문의 방호철의 지시를 받아 여러 차례 김예훈을 암살하려 했는데, 이것도 모두 실증이 있지.”“다만, 우리 용연옥의 규칙에 따르면 확실한 증거 없이는 방호철를 체포할 수 없다네.”“하지만 사쿠라는 반드시 우리와 함께 가야 해.”“이것이 우리가 내린 공정한 판단일세. 방민지 양, 공정하다고 생각하나?”장덕수의 말을 듣자 방민지와 하수연의 얼굴색이 순간 크게 변했다.사쿠라가 일단 용연옥의 손에 들어가면 심문 과정에서 무언가 나올 경우, 방씨 가문은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그리고 하찮은 사쿠라 하나를 보호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일을 일으키고, 결국 방씨 가문까지 깊이 연루되게 하다니...이 생각이 들자 방금 전까지 오만하게 공정을 요구하던 방민지는 이제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르신, 제가 결례를 범했습니다!”“죄송합니다, 용전 사람들을 끌어들이지 말았어야 했어요!”“김예훈 씨가 사쿠라 자매를 데려가고 싶다면, 마음대로 하세요. 우리는 절대 간섭하지 않겠습니다.”분명 방민지는 지금 잘 알고 있었다. 사쿠라가 김예훈의 손에 떨어지는 것이 장덕수의 손에 떨어지는 것보다 어떻게든 낫다는 것을.김예훈의 손에 떨어지면 사쿠라는 죽겠지만, 장덕수의 손에 떨어지면 방씨 가문이 죽을 것이다.“됐습니다, 어르신. 작은 일일 뿐입니다.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습니다.”이때,
방민지는 김예훈이 돌아서 떠나는 모습을 보며 얼굴색이 파랗다 붉어지기를 반복했다. 특히 오정범과 진윤하 두 사람의 조롱하는 표정을 보자 방민지는 가슴속에서 울컥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도저히 삼킬 수가 없었다.“김예훈!”방민지가 이를 갈며 말했다.“너는 그저 어르신의 작은 문제를 해결해 줘서 인정을 받았을 뿐이야!”“정말로 네 실력만으로 날 누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김예훈은 이미 떠나려던 참이었지만 이 말을 듣고 뒤돌아보며 흥미롭게 말했다. “그 말은 곧, 승복하지 않는다는 겁니까?”“맞아! 난 승복 못 해!” 방민지는 이를 거의 부러뜨릴 듯 말했다.“승복하지 않는다면, 승복할 때까지 짓밟아주죠.”김예훈은 무심히 바닥에 있던 핸드폰을 방민지 앞으로 걷어찼다. “전화할 기회를 줄게요. 마음껏 해봐요.”“당신이 날 누를 수 있는 비장의 카드가 있다면, 사쿠라를 넘겨주죠.”“자, 해봐요!”“스스로 망신당하는 거야!”방민지는 이를 갈더니 순식간에 전화를 걸었다. 곧 상대방에게서 위엄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수현입니다. 누구죠?”방민지는 즉시 고개를 숙이며 아첨하듯 말했다. “세자님, 저예요. 방민지입니다!”“제가 스카이 호텔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어요......”“누가 감히 당신을 괴롭혀? 서울 방씨 가문 사람인 줄 모르나?” 성수현의 목소리에 의아함이 가득했지만, 그래도 담담히 말했다. “전화를 넘겨. 내가 몇 마디 하지.”김예훈은 두 손을 등 뒤로 하고 담담히 말했다. “말할 필요 없어요. 나에요, 형님. 김예훈......”이 말이 나오자 방민지의 얼굴에 있던 미소가 순간 굳어버렸다.그녀가 전화한 상대는 부산 일파의 세자 성수현이었다!부산에서의 그의 위치는 서울 도련님 중 한 명에 버금갔다!이는 정말 실력 있는 대인물이었다!방민지는 김예훈이 아무리 대단해도 장덕수가 이미 떠났으니 성수현만 나서면 절대 김예훈을 누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그런데 김예훈이 세자를 안다고?사실 그를 아는 건 별거 아니
“임강호 선생님이라고요?”김예훈이 빙그레 웃었다.“무서워라! 이번엔 방식을 바꿔볼까요? 제가 대신 전화해 드릴까요?”말을 마치자마자 김예훈은 방민지에게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바로 어떤 번호로 전화를 걸어 스피커폰을 켰다.곧 상대방의 쾌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쩐 일로 나한테 전화를 다 했나? 난 아직 서울에서 회의 중인데, 뭐 심부름할 일 있으면 시아에게 시키면 되잖나!”'아는 사이였다고?'그 순간 방민지의 안색이 급격히 변하더니 표정이 극도로 일그러졌다.“어르신, 사실 큰 일은 아니고요. 그저 한 가지 여쭤보고 싶어서요. 방민지라는 아가씨가 당신더러 절 밟아 죽이라고 하던데요. 혹시 그 부탁을 들어주실 생각이신가요?”“밟아 죽이라고? 방민지가?” 임강호이 잠시 당황한 듯하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예훈 군, 방씨 가문의 조무래기 주제에 누가 그런 말을 하게 했나? 내 말 똑똑히 들어. 누구든 내 이름을 팔아 자네를 건드리려 든다면, 그 결과는 스스로 감당해야 할 거야.”“아, 그렇군요. 그럼 이런 무례한 사람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하면 너무한가요?”김예훈이 웃으며 말했다.임강호는 냉담한 어조로 대답했다. “무릎 꿇지 않아도 좋아. 하지만 앞으로 방씨 가문은 부산에서 발을 붙이지 못할 거야!”이 간단한 한마디로 방민지의 운명이 결정되었다.김예훈은 태연하게 전화를 끊고 흥미롭다는 듯이 자기 앞 바닥을 가리켰다.방민지의 표정이 최악으로 일그러졌다. 잠시 후 그녀의 휴대폰에서 급하게 벨 소리가 울렸고, 화면에 ‘방'이라는 글자가 보였다.방민지는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 1분 후 전화가 끊기자 그녀는 이를 악물며 김예훈 앞에 무릎을 꿇었다.“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멀었었습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물었다. “내가 그렇게 오만했나요?”방민지는 입술을 깨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죄송합니다.”김예훈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당신은 나를 잡아들이고 먼저 행동한 다음 보고하려 했잖아요? 장덕수의 인
수많은 사람들이 비굴하게 굽실거리고 싶어 했던 방민지, 10대 최고 명문가 출신인 방민지가 이제는 개처럼 김예훈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빌고 있었다.탁!김예훈이 발로 방민지를 걷어차 넘어뜨린 뒤 손을 털며 주위를 둘러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이 두 일본인을 데려가겠습니다. 이제 아무도 이의 없겠죠?”이번에는 온 장내가 쥐 죽은 듯 조용해졌고, 더 이상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인원으로 따지자면 김예훈 주변에는 수십 명이 있었다.무력으로 따지자면 데스 스님은 이미 제압당했다.영향력으로 따지자면 김예훈의 한 통 전화에 장덕수가 직접 부하들을 이끌고 왔다.인맥으로 따지자면 방민지는 무릎 꿇고 용서를 빌 수밖에 없었다...어느 모로 보나 이번에 방민지와 하수연 둘 다 완벽하게 패배한 것이다.사쿠라는 이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국의 이 사람들을 믿고 자신을 구하는 것은 이제 완전히 불가능해졌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금호강 요트 선착장.김예훈 앞에는 바비큐 그릴이 놓여 있었고, 그 위에서는 양고기 꼬치가 계속 구워지며 식욕을 돋우는 향기를 내뿜고 있었다.김예훈은 직접 양고기 꼬치 하나를 집어 한입 베어 문 뒤 친절하게 말했다.“사쿠라 아가씨, 하나 드시겠어요? 이건 우리 한국의 특색 중 하나입니다. 당신네 일본의 소심하게 구운 버섯과는 비교도 안 되게 맛있죠.”“식욕이 없어요.”사쿠라는 김예훈이 지금 당장은 자신을 죽일 생각이 없다는 걸 간파한 듯했다. 그녀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당신의 조건을 말해보세요! 우리 자매를 풀어주고 살려 주세요! 어떤 대가라도 좋습니다. 말씀해 보세요!”김예훈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양고기 꼬치를 먹으며 미소 지었다. “사쿠라 아가씨, 당신 너무 자신만만한 거 아닙니까? 잊으셨나 보군요. 지금 당신은 내 포로예요. 뭔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 야마자키파의 부산 거점들은 이미 내가 모조리 제거했어요! 방호철은 이미 내가 서울로 물러나게 했고요. 부산 전체에서 당신을 도와줄 사람
사쿠라는 안색이 변했고 잠시 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총사령관, 여기는 전쟁터도 아니고 사생결단하는 곳도 아니야. 그렇다고 해도 성인의 세계는 좀 성숙해야 하지 않겠어? 우리에게는 영원한 이익만 있을 뿐 영원한 적이나 친구는 없지. 내 말이 맞아? 게다가 내가 죽으면 너에겐 아무 의미가 없잖아?”김예훈은 양꼬치를 먹고 맥주를 마시고는 웃으며 말했다.“아니, 큰 의미가 있어. 예를 들면 네가 내 정체를 알고 있지. 지금까지 내 정체를 팔아먹지 않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만약에 네가 내 비밀을 일본 천황에게 판다면 넌 쉽게 승진하고 상을 받을 수 있을 거고 심지어 앞으로 일본이 우리 한국과 전쟁을 할 때 내가 총사령관이라는 신분이 드러나기 때문에 한국이 엄청 피동적인 처지에 빠질 거야. 내 말이 맞지?”사쿠라는 안색이 크게 변했고 이를 악물고 말했다.“총사령관님, 난 우리 천황의 명예를 걸고 맹세할 수 있어. 난 절대 당신의 신분을 누설하지 않겠어. 누설하면 우리 천황께 날벼락이 내려질 거야.”김예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가장 믿지 못하는 게 바로 맹세지. 만약 맹세가 쓸모 있다면 세상에는 경찰이 필요 없을 거야. 그렇지? 게다가 너희 일본 사람들은 전혀 약속을 지키지 않으니 내가 어떻게 널 믿을 수가 있겠어. 내가 지금 널 놓아줬다가 네가 돌아서서 날 배신하면 어떡해?”사쿠라는 예쁜 눈동자를 돌리면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말했다.“총사령관님, 나한테는 빌라와 고급 차도 있어. 리카 제국에도 하는 사업들이 있지. 그걸 다 줄게. 그리고 이 안에 6조 원이 있어. 이것도 함께 다 가져.”“이런 것들은 날 주든 안 주든 별다른 점이 없어. 왜냐하면 네가 죽을 때도 넌 가지고 가지 못하거든.”김예훈은 검은 은행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이런 건 아무런 의미가 없어. 참, 너에게 살길이 전혀 없다는 건 아니야. 예를 들면 네가 일본의 다른 배치 상황들을 모두 나에게 알려준다면 내가 널 살려줄지도 몰라.”그 말을 듣자 사쿠라는 얼굴이
외국 여자의 말을 들은 장무준은 역겨움과 혐오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바라보았다.그는 동하임을 위아래로 훑어본 후 김예훈을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입을 삐죽거렸다.“어쩐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어디서 악취가 진동하더라니, 네 몸에서 나는 냄새였구나!”“동하임, 마리아 씨가 너한테서 어떤 악취가 난다고 했는지 알아?”“궁상맞은 냄새가 난다고 했어!”“동씨 가문은 어떻게 보면 별 보잘것없는 가문인데 자기네가 무슨 상류층 가문이라도 되는 것처럼 감히 진주 상류층에 끼려고 해?”“너희 동씨 가문의 그런 염치없는 모습이 참 구역질이 날 정도로 역겨워!”“특히 동하임 넌 영국 제국의 황녀에 비하면 길가의 개에 불과해!”장무준의 눈에는 거리낌 없는 경멸이 깃들어 있었다.“당장 이 기생오라비를 데리고 꺼져!”“앞으로 절대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참, 혼약은 할아버지한테 취소하라고 할 거야.”“그전에 조건이 하나 있어.”“바로 너랑 이 기생오라비가 장씨 가문 문 앞에서 3일 밤낮으로 무릎을 꿇고 비는 거야!”“3일 채우면 넌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어!”장무준의 빈정거림에 매서운 기운이 동하임의 온몸을 휘감아 돌았다.그녀는 장무준을 차갑게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장무준, 고작 며칠 동안 외국인 행세를 했다고 해서 자기가 무슨 영국 제국의 개라도 된 줄 아나 봐?”“잘 들어!”“파혼의 결정권은 나한테 있어!”“장무준 네놈이 3일 밤낮으로 우리 가문 문 앞에서 무릎 꿇고 빌면 파혼을 동의할 거야!”“그렇지 않으면 이 내연녀랑 부부가 될 생각은 꿈도 꾸지 마!”“내연녀?”장무준은 동하임을 차갑게 바라보았다.“더러운 년, 말조심해!”“네 눈앞에 있는 여인은 영국 제국의 황녀고 영국 제국 황위의 49번째 계승자야!”“이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공주고 네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존재야. 너랑 너희 동씨 가문이 평생 떠받들고 모셔야 하는 존재라고!”“감히 누구한테 내연녀라고 하는 거야?”“미친 거 아니야?”“마리아 씨가 나
“장무준 저 자식이 어렸을 때부터 영국 제국에서 자라서 결국 영국 제국 황실 방계의 여자 친구를 찾은 듯해요.”“저런 친밀한 모습이 해외에서 일어난 거라면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심지어 저 자식이 우리 가문이랑 진작에 파혼했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도 저희 동씨 가문이랑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근데 지금 우리 동씨 가문이랑 파혼도 하지 않고 내가 마중 나올 거란 걸 뻔히 알면서도 외국 여자를 데리고 와서 내 뒤통수를 치잖아요.”“절대 가만히 있을 수 없죠!”동하임은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자신의 약혼자인 저 남자한테 관심이 없지만 자신과 동씨 가문에 먹칠하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일이 일단 진주·밀양 두 도시에서 퍼지게 되면 동씨 가문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게 뻔했다.김예훈은 동하임의 심정을 이해했다. 그는 살짝 웃으면서 물었다.“그럼 이제 어쩌려고요?”“저 남자한테 가서 당신을 좋아하는지, 결혼은 할 것인지 물어볼 건가요?”“죽어도 싫어요!”동하임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간단하네요. 이왕 여기까지 온 거 가서 분명히 말해줘요.”“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없는 거면 장씨 가문 쪽에서 자발적으로 파혼하게끔 만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거 아니에요?”김예훈은 장무준이 장현준의 손자란 걸 알고 있었지만 동하임이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랐다.어찌 됐든 동씨 가문과 장씨 가문이 이 지경에 이른데에는 자신한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으니 동씨 가문을 도와 이 일을 최대한 조용히 해결해야 했다.자신이야 나중에 진주·밀양을 떠날 거라서 상관이 없지만 동씨 가문은 여기에 뿌리를 박고 살아야 할 사람들이었다.동하임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파혼하고 싶은 건 맞아요. 하지만 일이 그렇게 간단할 것 같지 않아서 그래요.”“장무준이 지금 이 관건적인 시기에 돌아왔는데 순순히 파혼할까요?”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순순히 파혼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그 남자 교육
다음 날 시즌 호텔 로얄 스위트 룸에서 깊이 잠들어 있던 김예훈은 다시 한번 끊임없는 노크 소리에 잠이 깼다.김예훈은 시계를 보고 나서 힘없이 문 열러 갔고 문 앞에 단정하게 차려입은 동하임을 보자 한숨을 쉬며 말했다.“동하임 씨, 지금 아침 9시예요. 나 조금만 더 자게 해줘요!”“좀 푹 쉬게 내버려둬요!”화장한 동하임의 안색이 안 좋았고 그녀는 김예훈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나랑 같이 공항에 누구 좀 데리러 가요!”김예훈은 자세히 물어보려고 했지만 동하임의 안색이 좋지 않을 걸 보자 침묵을 지켰다.얼마 지나지 않아 동하임의 포로쉐 911은 고속도로를 미끄러지듯이 달리다 진주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동씨 가문의 사람은 이미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동하임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급히 달려가 주차를 도와주고 한 레스토랑의 위치를 알려주었다.안색이 좋지 않은 동하임은 에르메스를 들고 성큼성큼 걸어갔다.김예훈은 뭔가 물어보고 싶었지만 일단 입을 꾹 다문 채 따라나섰다.그는 도대체 무슨 상황이길래 평소에 냉담한 동하임을 이토록 화나게 하는지 궁금했다.곧 두 사람은 레스토랑 입구에 도착했다.거대한 레스토랑은 이미 통째로 예약된 상태라 다른 손님은 없었고 모든 웨이터가 한 테이블 귀빈들한테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테이블 중앙에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남자는 서울 사람으로 잘생긴 외모에 큰 키를 가지고 있는 듯했고 금색 안경을 끼고 있었으며 점잖고 우아한 귀족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그의 맞은편에는 영국 제국의 외국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그녀의 외모와 몸매는 그런대로 괜찮았고 관건적인 것은 독특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김예훈은 그것이 영국 제국 황족만이 가질 수 있는 기질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차렸다.그녀의 외모는 영국 제국의 장공주과는 조금 차이가 났지만 특유의 기질은 숨길 수 없었다.그러한 사람이 진주 국제 공항에 나타났다는 자체만으로 뭔가 있어 보이는 듯했다.몇몇 젊은이들이 레스토랑 바깥 구석에 몰래
“제 기억이 맞다면 전에 손자분이 동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었죠?”“명목상으로는 동하임의 약혼자 맞죠?”김현민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했다가 그 당시 동씨 가문이 아직 집권하지 않았을 때 장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던 게 떠올랐다.하지만 그의 손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오만하고 자부심이 강해서 서울 사람들을 경멸했고 오직 영국 제국 황실의 사위가 되기만을 원했다.그래서 그는 영국 제국으로 유학 갔고 황실 방계인 여친을 찾은 후에는 진주로 돌아오는 일이 거의 없었다.김현민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장현준은 그 일을 완전히 잊고 있었을 거다.김현민은 이어서 말했다.“어르신의 표정을 보니 제가 제대로 기억한 것 같네요.”“오늘 동하임이 현장에서 김예훈을 건드리려면 자신의 시체를 밟고 가라는 둥, 그런 말을 했다고 들었어요.”“그 말이 퍼지게 되면 장씨 가문의 체면이 구겨질 게 뻔해요.”“어쨌든 동하임은 어르신의 손자며느리이고 아직 파혼하지 않았잖아요.”“제가 보기에는 손자분이 돌아와서 동하임을 교육 좀 시켜야한다고 생각해요. 진주에서 누가 더 권력이 있는지 동씨 가문에 단단히 알려야죠!”“고작 동씨 가문 주제에 집권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장씨 가문의 은혜는 싹 다 잊은 거잖아요.”“게다가 동씨 가문을 망가뜨리면 김예훈이 계속해서 큰소리칠 수 있을까요?”“그 사람이 평성에서 아무리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진주에서는 뿌리 없는 초목일 뿐이에요.”“동씨 가문과의 인연만 끊어버린다면 얼마든지 밟고 올라설 수 있지 않겠어요?”“게다가 그 사람이 이번에 영국 제국을 거듭해서 모욕했는데 어르신 손자분과 황실 여자 친구가 같이 돌아와서 김예훈의 낯짝을 세게 후려갈겨 버리면 얼마나 속 시원하겠어요?”장현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 수장님 역시 명성대로 인재시네요. 직접 나서지 못하는 대신 전략과 배치를 아주 완벽하게 짜놓으셨네요.”“어떻게 체면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한참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급한 마
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다가 물었다.“용현성이 김예훈을 제압하지 못할 거란 걸 진작에 예상했던 거예요?”“용현성은 용문당 집법부대의 부당주고 용문당 36개 지회를 총괄하는 사람이에요.”“그런데 김예훈이 어떻게 감히 용현성의 체면을 구길 수 있어요?”김현민은 직접 장현준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면서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간단해요. 김예훈이 부산 용문당 회장 신분만 갖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회장이라는 신분은 그 사람한테 단지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덤일 뿐이에요.”“그 사람의 진짜 정체는 아마 어르신도 들어봤을 거예요.”“경기도 김세자요!”“진주 이씨 가문의 이일메 큰 어르신도 그 사람을 건드렸다가 패배의 쓴맛만 봤어요.”“심지어 경기도 제일의 명문가의 모든 자원이 그 사람의 손에 들어가 있어요.”“그런 사람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죠.”“게다가 용 어르신과 어르신께서 아무런 준비 없이 공격해서 큰 코만 다치게 된거예요.”김현민의 담담한 말투와 달리 그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장현준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다가 김현민을 응시하며 약간 화가 난 듯이 말했다.“그럼 왜 우리가 움직이기 전에 얘기하지 않았어요?”“제가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도 제 말을 안 들으셨잖아요.”“제가 어르신한테 그 사람의 진짜 정체를 미리 말해줬다고 해도 어르신의 성격과 용어르신의 독단성을 감안했을 때 제 말을 들어주고 믿어줬을까요?”김현민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그에게 차근차근 미끼를 던졌다.“어르신과 용 어르신께서 정신을 집중하고 힘을 합쳐서 세상 물정 모르는 그놈을 처리해 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두 분께서 미리 패배의 쓴맛을 맛보는 거예요.”“그래야 두 분께서 그런 놈을 상대하려면 아예 손을 쓰지 않거나 손을 쓴다면 바로 죽여버려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될 거니깐요.”그 말을 들은 장현준의 표정이 바뀌었고 안색이 많이 누그러졌다.잠시 후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김 수장님은 날 위해서 나설
남윤지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곧 김현민이 누구를 말하는지 알아차리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애초에 그 두 늙은이를 내보낸 건 단지 두 가지 목적을 위해서였잖아요.”“첫 번째 목적은 이 기회를 빌려 용문당이 김예훈에 대해 얼마나 관대한지 그 한계를 알아내기 위해서였고요.”“그리고 두 번째는 일본이 김예훈 측과의 싸움에서 패배돼서 이번에는 영국 제국의 힘을 빌려서 그놈을 죽이려고 했잖아요.”“이제 그 두 늙은이는 도련님이 예상했던 대로 쓸모가 없어졌고 마침 저희가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고 있으니 잘된 거 아니에요?”김현민은 담담하게 말했다.“계획은 그렇긴 한데 안타깝게도 변수가 생겼어.”“어떤 사람들은 자기 주제도 모르고 아직도 자신이 권력을 쥐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단 말이지.”김현민의 얼굴에 비웃음이 번졌다.“어떤 사람들이요?”남윤지는 생각에 잠긴 듯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거실 문 앞에서 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코가 시퍼렇게 멍이 들고 얼굴이 부어오른 장현준이 거실 문을 열고 김현민 앞으로 걸어가 앉았다. 그의 얼굴은 끊임없이 일그러지면서 변화하는 동시에 원한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 수장님, 김예훈 그놈 뭐예요?”“고작 용문당 회장 주제에!”“어떻게 감히 내 얼굴에 손을 대요!”“게다가 날 서양 놈들의 개라고까지 했어요!”“그놈을 당장 죽여버려요! 김 수장님, 내 원한을 꼭 갚아줘요!”“별거 아닌 놈이 감히 전임 총독의 얼굴을 때리다니!”“그놈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 진주·밀양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어요?”“또 어떻게 영국 제국 황실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겠어요?”장현준은 자신과 김현민의 신분 차이를 잊은 채 붉게 부어오른 얼굴에는 증오와 사나움만 가득했다.이어서 장현준은 그의 부하들 앞으로 다가가서 그들의 얼굴을 내리치기 시작했다.“쓸모없는 것들! 이 쓸모없는 것들아!”“날 보호하지 않고 뭘 했던 거야?”“영국 제국의 퇴역 기사라면
김예훈은 생각하더니 또 말했다.“그리고 김현민이 일본, 영국과 결탁한 의혹이 있는 것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큰 어르신의 생신날 김현민이 상속받으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주세요. 소문을 퍼뜨린 사람이 누군지 모르게 여러가지 버전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퍼뜨려 주세요. 김현민이 밖에 나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긴장감을 줘야죠. 맨날 집에서 음모와 계략을 연구하는 것도 정신상태에 좋지 않거든요.”김현민이라는 사람은 너무 계산적이고, 자기 보호에 강했다. 그런 그에게 짜증 날 대로 짜증 난 김예훈은 이렇게라도 그를 압박하고 괴롭혀 보기로 했다.그가 미쳐 날뛰기 시작해야 자기가 짜놓은 판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네. 알겠어요. 지금 바로 알아볼게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동씨 가문은 그래도 진주에서 어느 정도 힘이 있어서 이런 일은 쉽게 처리할 수 있거든요.”김예훈은 웃으면서 다시 한번 상황을 정리했다.김현민 같은 사람을 상대하려면 너무 의도적으로 계획하면 안 되었다. 너무 티 나게 하면 그가 눈치챌 수 있었다.오히려 이런 무심한 계획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있던 동하임은 갑자기 웃더니 그에게 다가가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도련님께서 저희 동씨 가문에 이렇게 잘해주시는데 마땅히 내놓을 것도 없고 해서 제 몸을 바치는 거 어떨까요?”농담처럼 보이지만 사실 큰 용기를 낸 것이다.김예훈만 원한다면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튈 것이 분명했다.“하하하.”김예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오른손으로 동하임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하임 씨, 농담도 참. 아무리 그래도 저는 하임 씨 아버지의 친구이자 하임 씨의 삼촌이 되는 사람이에요. 이런 농담으로 저를 화나게 하면 제가 어떤 벌을 내릴지도 몰라요.”동하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도련님께서 이런 걸 좋아하셨어요? 그러면 삼촌, 저한테 어떤 벌을 주실 건데요?”김예훈은 갑자기 주제가 잘못된 것 같아 순
“그렇다면 덕망 높은 두 분의 끊임없는 호소 끝에 김현민은 반드시 전략을 바꿔야겠죠. 만약 도련님께서 상대가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멀리 놓고 봤을 때 저 두 사람은 김현민이 자신을 위해 분풀이를 해줄 수 없다고 생각하겠죠. 그렇다면 저 두 사람이 김현민의 마음을 흔들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다 단단한 고리에 작은 균열이 생길 수도 있어요. 만약 김현민이 오늘 일때문에 참지 못하고 직접 나선다면 계획이 급하게 진행되면서 그중에서 부족한 점이 보이겠죠. 어쩌면 도련님께서 이 기회를 이용해 그를 뿌리째 뽑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무튼 도련님은 이 건물에 들어선 순간부터 함정에 빠진 것이 틀림없어요.”동하임은 손에 들고 있던 수표를 김예훈에게 건넸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김예훈이 흥분한 나머지 일을 너무 크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까 아버지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조언을 듣고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김예훈의 행동이 막무가내로 보이지만 사실은 신중한 움직임이었고, 걸음마다 김현민의 약점을 정확히 찔렀다.비록 김예훈과 김현민이 아직 정식으로 붙지 않았지만, 신경전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현재 파악된 상황을 봤을 때 적어도 김현민은 김예훈에게서 그 어떠한 이득도 본 적이 없었다.이로써 동하임은 왜 아버지가 진주·밀양에서 아무런 기반도 없는 김예훈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였지만 안타깝게도...동하임은 김예훈이 미혼일 때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이때 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힐끔 쳐다보았다.비록 동태원의 조언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사람은 조금만 더 가르쳐주면 곧 큰 인물이 될 사람이었다.하지만 김예훈은 인정하지 않고 피식 웃을 뿐이다.“너무 과대평가하신 거 아니에요? 저는 그저 사람을 때렸을 뿐인데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신 거 아니에요? 저를 너무 그렇게 과대평가하지 말아
잠시 후, 용현성과 장현준은 처참한 모습으로 이곳을 떠났다.동하임은 손에 든 2,000억 원의 수표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김 도련님, 이번 만남은 정말 실패네요. 아무쪼록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줄 알았는데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줬냬요. 이 2,000억 원, 더 두 분이 여기저기 연락해서 겨우 모은 거예요.”동하임은 여전히 한숨이 나왔다.‘그렇게 거들먹거리더니 돈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었어. 2,000억 원을 울며불며 여기저기서 빌려야 한다니.’김예훈은 그들에게 2,000억 원을 내놓으라고 한 것은 그들의 뺨을 때리는 것보다도 더 심했다.그들의 노후 자금마저 탈탈 턴 것과도 같았다.이로써 쌍방은 지금, 이 순간부터 더 이상 평화롭게 지낼 수가 없었다.“괜찮아요. 저희가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고 해도 저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었을 거예요. 어차피 저들 눈에는 제가 죽어야 마땅한 존재니까요.”김예훈은 다시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공진해가 보내온 자료를 확인했다.“소식에 따르면 용현성은 특별한 능력 없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암암리에 일본 쪽과 연락하는 것 같더라고요. 류서우가 초대하지 않았더라도 일본인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기 위해 무조건 문제를 일으키러 왔을 거예요. 장현준은 원래부터 식민지 시대 때 영국에서 기르던 개였을 뿐이에요. 평생 무릎 꿇고 개처럼 살더니 외국인이 하느님인 줄 아나 봐요. 이런 사람은 아무리 체면을 세워주고, 또 기회를 줘봤자 절대 만족하지 않을 거예요. 아무튼 제가 회장 패쪽을 내놓지 않고, 또 그들의 요구에 따라 일본에 가서 사죄하지 않는 한 둘 중 하나는 죽는 운명이었다고요.”김예훈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해서 말했다.“어차피 죽고 못 살 판에 2,0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한 것도 많이 봐준 거예요. 오늘 이렇게 많은 눈이 지켜보지 않았다면 저 사람들 오늘 이곳을 벗어나지도 못했어요.”김예훈의 담담한 말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그에게는 외국과 은밀히 연락하고 국민을 해치려는 비겁한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