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는 김예훈을 가소롭게 쳐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감히 구룡주를 핑계로 방 도련님을 협박해? 네가 뭔데! 대접도 못 받는 주제에. 그래! 어디 한번 개한테 먹여보든가! 개가 불로장생약을 먹어서 어디 장생할지 지켜보자고! 어디 아까워서 먹일 수나 있겠어? 웃겨! 정말! 방 도련님한테는 협박 같은 거 먹히지 않는다고!”방호철과 관계가 좋은 금수저들도 하나같이 김예훈을 무시했다.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하은혜는 김예훈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랐다.비록 방호철이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불안정해 보이는 표정을 봐서는 진작에 서울 4대 도련님으로서의 진중함이 없었다.“그래요. 지금 보여드리죠. 가까이 오세요. 그래야 잘 찍힐 거 아니에요.”김예훈은 주위에 알약을 보여주면서 공진해 더러 유기견을 데려오라고 눈빛을 보냈다.알약을 강아지 입에 가까이 대자 강아지도 기대가 가득 찬 표정으로 혀를 날름거렸다.방호철은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호흡이 가빠졌다.그의 뒤에 서 있던 남성들도 눈빛에 살기를 장착했다.김예훈의 행동이 자신의 예상을 벗어난 것이 틀림없었다.그가 정말 개한테 먹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이 알약은 방호철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물건이었다.이번에 부산에 온 목적은 부산 버뮤다가 아니라 방씨 가문의 무술을 위해 불로장생약을 도모하려던 것이었다.비록 천년이 지나 약의 효력이 어느정도 사라졌겠지만 이것을 참고하여 방씨 가문에서 대단한 약을 발명해 내고 싶었다.불로장생은 아니더라도 수명을 연장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이런 물건은 다른 사람한테 잘 보일 수 있는 좋은 물건이었기 때문에 방호철이 그토록 중시했던 것이다.이 물건을 손에 쥔다면 방호철은 방씨 가문에게 핵심적 위치에 올라 서울 4대 도련님 중의 으뜸이 될지도 몰랐다.심지어 이 불로장생약으로 수많은 인맥을 개척해 나가 방씨 가문의 발전에 유리할 수도 있었다.아무튼 역할이 매우 큰 물건이라 꼭 따내리라 마음먹었지만 김예훈이 갑자기 나타나 계획을 망칠 줄은 몰랐다.이 불로장생약을
“안 돼!”방호철은 본능적으로 펄쩍 뛰면서 김예훈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결정적인 순간, 김예훈이 뒤로 반보 물러서면서 불로장생약을 오른손으로 낚아챘다.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 누구도 김예훈이 방호철을 속일 줄은 몰랐다.방호철의 반응도 이들의 상상을 초월했다.손바닥에 다시 불로장생약을 쥔 김예훈이 웃을 듯 말 듯 하면서 말했다.“방 도련님, 이 정도로 흥분한 일인가요? 그저 제 것인 물건을 개한테 먹이겠다는데 방 도련님과 무슨 상관인데요? 이런 것도 참견해야겠어요?”멈칫하던 하은혜는 그제야 알 것만 같았다. 김예훈이 어젯밤 갖은 수단을 통해 방호철이 부산에 온 진짜 목적을 알아냈다는 것을 말이다.아니면 이렇게까지 방호철의 심기를 건드렸을 리가 없었다.오정범과 공진해는 한껏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역시 총사령관님이셔. 어떻게 이렇게 쉽게 서울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방 도련님께서 품위를 잃으시게 할 수 있는 거지?’방호철은 기회를 잃었다는 생각에 어두운 표정으로 김예훈을 주시했다.“김예훈, 너무 그러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나중에 또 볼지 어떻게 알아?”“쓸데없는 말이 정말 많네요.”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3조 원을 주시면 이 물건을 드릴게요.”3조 원?어마어마한 액수에 사람들은 놀라고 말았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김예훈이 날강도라고 생각할 정도였다.“방 도련님, 그냥 포기하시죠. 세상에 하나뿐인 물건도 아니고.”사쿠라가 말렸다.“그저 소문으로만 듣던 불로장생약 아닙니까? 저희 일본에도 비슷한 물건이 있으니 원하신다면...”방호철의 진정한 목적을 알 리 없는 사쿠라는 김예훈에게 적개심을 품었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4조 원.”“김예훈, 어떻게 된 거 아니야?”사쿠라는 한껏 차가운 표정이었다.“우리도 너처럼 돈을 들여 이런 물건을 살 거라고 생각해? 우리 방 도련님이 너처럼 멍청할 줄 알아?”김예훈이 또다시 입을 열었다.“6조 원.”사쿠라의 표정은 더욱 차가워졌다
“너!”방호철은 이 말에 김예훈의 뺨을 때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하지만 약간의 이성이 이대로 흥분했다간 김예훈이 값을 더 올릴 거라고 말해주고 있었다.이때 불로장생약을 꼭 따내리라 마음먹은 방호철이 이를 꽉 깨물면서 말했다.“20조 원을 줘버려! 빨리 받고 꺼지라 그래!”이 한마디에 사람들은 제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방호철이 6조 원을 대답했을 때도 이미 놀랐는데 말이다.‘20조 원을 이렇게 순순히 받아들인다고?’몇몇 금수저들은 소리를 지르지 않도록 자신의 입을 꽉 틀어막았다.눈앞에 펼친 이 장면은 이미 그들의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기껏 해 600억 원이나 될법한 물건이 2조 원에 낙찰되었다가 다시 2십조 원에 팔렸다고?어떤 사람들은 이 액수를 듣기만 해도 기절할 정도였다.자칭 상류사회에서 내로라하는 부잣집 도련님, 따님들은 휘청거리면서 바닥에 쓰러질 뻔했다.“감사합니다, 방 도련님.”방호철이 이를 갈며 계좌이체 하는 모습에 김예훈이 피식 웃고 말았다.그러다 방호철의 뒤에 서 있는 부하한테 시선이 갔다.“아, 맞다. 방금 너지? 나보고 방 도련님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했던 놈이. 그러면 네가 무릎 꿇고 이걸 받아 가.”부하는 순간 얼굴이 어두워지고 말았다. 김예훈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은 방호철이 눈치를 주자 부하는 억울한 표정으로 어쩔 수 없이 김예훈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김예훈은 그의 얼굴을 툭툭 치더니 말했다.“잘 봤어? 내가 무릎을 꿇으라고 하면 꿇어야 하는 거야. 왜? 아직도 불만이 많아? 그러면 덤벼보든가.”부하는 주먹을 꽉 쥔 채로 억울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똑바로 꿇어.”김예훈은 그의 뺨을 수십 대 때리고서야 불로장생약을 건넸다.그러고선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는 경매사를 보면서 피식 웃더니 말했다.“저희 거래는 끝났으니 경매 마저 진행하시죠...”경매장 분위기는 잠시 고요함에 빠졌다.아무도 사소한 다툼이 이 지경으로 번질 줄 몰랐고 더욱이 방호철의 패배로
한기가 가득 서린 방호철의 얼굴을 본 사쿠라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앉더니 방호철의 손을 살포시 잡았다.“방 도련님, 죄송해요. 제가 너무 흥분했나 봐요. 이렇게 중요한 물건인 줄도 모르고... 사과를 드리는 의미에서 그 20조 원은 저희 미야모토 그룹에서 배상하도록 하겠습니다.”사쿠라는 눈가를 파르르 떨고 있었다.20만 원도 아니고 20조 원이었으니 말이다.미야모토 그룹은 비록 일본에서 잘나가는 그룹이라 하지만 갑자기 20조 원을 내놓기엔 무리였다.하지만 방호철과 계속 손잡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고 이 순간만큼은 그 돈이 전혀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냥 지나간 일로 해.”사쿠라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방호철은 안정을 취해보려고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지금은 일단 두 번째 목표에 신경 쓰자고.”부산 버뮤다에 별로 관심 없는 방호철과는 달리 지금까지 부산에 뿌리를 내리고 싶어 했던 야마자키파와 야마모토 그룹한테는 아주 중요한 땅이었다.일본인은 부산 중심 지역인 이 땅의 경매에 참여할 자격이 없었기 때문에 방호철한테 굽신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하루라도 빨리 부산 버뮤다를 손에 넣고 싶었다.방호철을 통해 렴가로 이 땅을 손에 넣어야만 야마자키파와 야마모토 그룹의 이익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돈은 잘 준비했나?”방호철이 팔짱을 끼면서 묻자 사쿠라가 살며시 말했다.“보증금 2조 원 외에도 20조 원을 준비했으니 낙찰받는 데는 큰 문제 없을 것입니다. 하은혜 씨도 이 땅을 원하는 것 같던데 쓸 수 있는 자금이 고작 10조 원이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은 경매에 참여할 자격도 없고요. 그러니까 이 땅은 저희 것이 틀림없습니다.”자신만만한 사쿠라의 표정에 방호철이 냉랭하게 말했다.“잘 준비되었으면 됐어. 이번엔 실수하지 말고. 이번 경매가 끝나면 김예훈을 죽여버리고 은혜 씨를 내 여자로 만들 거야. 내가 눈여겨본 여자는 아무도 뺏어가지 못해!”사쿠라가 피식 웃었다.“방 도련님, 걱
방호철과 사쿠라가 한마디씩 주고받을 때 김예훈이 손에 쥐고 있던 은행카드를 만지작거렸다.이때 오정범이 말했다.“김 도련님, 왜 불로장생약을 주기로 한 거예요? 도련님 말씀대로 정말 좋은 물건이라면 저희가 간직해도 되는 거잖아요.”김예훈이 오정범을 힐끔 보더니 피식 웃었다.“불로장생약이 존재한다는 거 정말 믿어?”멈칫한 오정범은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그러자 김예훈이 계속해서 말했다.“만약에 이 세상에 정말 불로장생약이 존재한다면 저 강아지가 처음으로 영원히 죽지 않는 육지의 신이 되겠지. 말로만 신비로웠지. 사실은 수은이야. 온도계에 있는 수은 알지? 예전에는 기술이 부족해 수은이 결국 검은색으로 변했던 거야.”오점범의 표정이 오묘해졌다. ‘김 대표님께서 이렇게까지 말씀하셨는데 거짓말일 리는 없겠지.’방호철이 만약 20조 원으로 수은을 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무슨 표정을 지을지 몰랐다.김예훈과 오정범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경매가 다시 시작되었다. 하지만 더 이상 혹할만한 보물이 보이지 않았다.드디어 마지막 경매품이 나타나고, 아리따운 경매사가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경매품을 소개해 주었다.“부산 버뮤다 중심 지역인 H 번지는 천 평이나 되는 곳이고, 현재 부산 앞바다에서 유일하게 비어있는 공지입니다. 이 땅은 20년 전 진주 갑부의 소유였지만 그동안 개발되지 않은 탓에 기관에 넘겨지면서 경매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동영상을 통해 사람들은 부산 버뮤다에 자리 잡은 가장 중심 지역인 이 땅이 일단 개발되기만 하면 그 가치가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알게 되었다.평범한 오피스텔을 건축한다고 해도 그 가치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얼마나 많은 재벌과 그룹에서 이 땅을 노렸는지 몰라도 매번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상류사회 인사들이 동영상을 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하는지 몰랐다. 돈 없는 사람들도 갖고 싶은 욕심이 들끓고 있었다. 이 땅을 손에 넣기만 하면 부산 상류사회에 입성하는 거
제자리에 얼어붙은 사람들은 눈가를 파르르 떨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저 자식 집안에 금고를 숨겨둔 거야? 아니면 집에서 현금을 찍어내고 있는 거야!’‘바로 20조 원을 부른다고? 무슨 20만 원인 줄 아나 봐.’이 순간, 얼마나 많은 사람이 김예훈의 뺨을 때리고 싶은지 몰랐다.‘왜 저렇게 건방진 거지?’하은혜는 이들과 다르게 멈칫할 뿐 미소를 지었다.김예훈이 분위기를 지켜보다 나설 줄 알았는데 한방에 큰 가격을 부를 줄 몰랐다.차분함을 지키던 방호철과 사쿠라는 자기도 모르게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다.이들이 김예훈을 쳐다보는 눈빛에는 살기가 가득했다.처음부터 20조 원을 부른 건 너무하긴 했었다.“김예훈!”그제야 정신 차린 사쿠라가 대뜸 소리쳤다.만약 격식을 차리는 장소가 아니었다면 바로 김예훈에게 덮쳐 갈가리 찢어 죽였을지도 모른다.여경매사는 자신이 받을 보너스 생각에 황홀하기만 했다.“김 도련님께서 정말 20조 원을 부르신 거 맞습니까?”심지어 잘 못 들었다고 의심할 정도였다.‘어떻게 나에게 꿈같은 일이? 하루아침에 횡재하겠네!’“20조 원에 이 땅을 사겠습니다.”김예훈은 건들건들 다리를 떨면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방호철을 의미심장하게 쳐다보았다.“방 도련님께서는 아무리 그래도 서울 4대 도련님이신데 돈도 많으시면서 저랑 한판 붙어보시죠? 룰은 아까대로. 2조 원씩만 추가하기엔 식상하잖아요. 방 도련님께서 400억 원을 부르신다면 제가 600억 원을 부를게요. 어때요?”“너...”처음으로 사람들이 보는 눈앞에서 체면이 깎인 방호철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었다.그러더니 김예훈을 주시하면서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우리가 정말 이 땅을 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정말 웃겨!”사쿠라는 손에 쥐고 있던 물건을 한쪽에 내팽개치고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고작 10조 원짜리 땅을 20조 원에 산다고? 밑지는 장사를 누가 해! 우리가 미쳤다고 따라서 사겠어?”20조 원을 주고 부산 버뮤다 땅을 사
김예훈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방호철을 잠시 쳐다보고는 고개돌려 경매사한테 말했다.“방 도련님께서 원하지 않으신다고 하시잖아요. 저랑 뺏을 사람도 없을 것 같은데 이제 망치를 두드리시죠?”경매사는 잠깐 당황하더니 다시 정신을 차리면서 흥분한 표정으로 망치를 두드렸다.“부산 버뮤다 H 번지, 김 도련님께서 20조 원을 부르셨습니다! 20조 원입니다. 20조 원 더 없으십니까?”땅땅!“그러면 부산 버뮤다 H 번지는 김 도련님의 소유가 되겠습니다!”다음 순간, 우레와도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비록 김예훈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몰랐지만 방호철과 맞섰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름을 날릴 정도였다.몇몇 부잣집 딸들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어떻게 하면 김예훈과 말을 섞을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김예훈이 죽기 전 그의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정중앙에 앉아있던 방호철이 자리에서 일어나 흐뭇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젊은이가 아주 마음에 드네. 지금까지 나랑 맞설 수 있는 사람이 네가 처음이었어! 그런데 이 경매장을 나간 순간부터 후회하게 될 거야.”방호철은 뒤돌아 사쿠라 등을 데리고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하지만 그가 출입문을 나서려는 순간, 김예훈이 웃으면서 말했다.“방 도련님, 제가 후회할지 안 할지는 모르겠지만 방 도련님께서는 무조건 후회할 것 같은데요? 20조 원에 수은을 사 갔다는 일이 방씨 가문의 족보에 기록되면 얼마나 우습겠어요.”멈칫한 방호철이 고개를 홱 돌렸다.“김예훈, 무슨 뜻이야?”“말 그대로입니다.”김예훈은 어깨를 으쓱했다.“불로장생약은 사실 수은인데 방 도련님께는 이런 상식도 없으신가요?”빠직!방호철의 손에 쥐고 있던 검은색 알약이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손바닥에서 저질 수은이 뚝뚝 떨어지자 방호철의 표정은 어둡기 그지없었다.김예훈은 하은혜 등을 데리고 경매장을 벗어나면서 방호철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 “축하드립니다, 방 도련님. 복수
김예훈이 타고 있던 차량이 고속도로를 타고 포레스트 1호 별장에 도착하게 되었다.주차장 입구에 도착할 무렵, 운전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조수석에 앉아있던 공진해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김 도련님, 큰일 났습니다. 경찰서 사람들이 포레스트 별장을 포위해 버렸습니다. 잠시 다른 곳에서 머무를까요? 아니면...”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창문을 통해 밖에서 반짝거리고 있는 경찰차와 들락거리는 경찰을 쳐다보았다.누가 봐도 포레스트 별장에 큰일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김예훈은 이 상황을 한참 동안 지켜보다 한숨을 내쉬었다.“우리 방 도련님께서 당황하기 시작했네. 뭐, 그래도 대단하긴 해. 반 시간도 안 지났는데 벌써 움직이기 시작했다니. 진작에 계획했던 일인지, 경매장을 벗어나서야 계획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후자라면 인정해 줄 만해!”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하은혜는 그의 표정을 보고 농담 아닐 거라는 생각에 멈칫하고 말았다.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봐서는 방호철의 짓이 분명했지만 그가 이렇게까지 하는 목적을 몰랐다.하은혜는 한참 동안 생각해 보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김 대표님, 법을 따지는 시대에 방호철 씨가 아무리 힘이 강하다고 해도 이렇게까진 못할 거예요. 다른 사람한테 누명을 씌우는 게 얼마나 큰 죄인데요. 그리고 국제 대도시인 부산에서는 국제적 이미지를 조심해야 하잖아요. 잘못했다간 기관에서 관여할지도 몰라요.”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가끔은 욱해서 자기도 모르게 상상을 초월하는 짓을 저지를 때도 있죠. 오늘 방 도련님께서 20조 원을 들여서도 아무것도 얻지 못했잖아요. 그러면 방씨 가문이든 일본이든 꼭 따지려고 하겠죠. 가슴이 아주 답답할텐데 저를 가만히 뒀다가 저녁에 잠도 안 올걸요? 제가 부산 사람이 아니라서 저만 괴롭히려고 할 거예요. 하씨 가문이든 심씨 가문이든 가문의 체면을 봐서라도 은혜 씨를 감히 건드리지 못할 거예요. 그랬다간 명문가 간의 큰 싸움이 벌어질지도 모르는데 그것은 방호철 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