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검은띠 8단이라, 확실히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이성택의 발차기를 본 그의 부하들은 모두 환호하며 아부를 떨기 시작했다.“김예훈, 지금이라도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하는 게 어떻겠어?”“오늘 양정국과 여운기 두 사람 모두 온다고 해도 널 구할 수는 없을 거야!”“두 사람이 없다면 네가 우리 도련님 앞에서 보잘것없는 개미와 뭐가 달라?”“우리 도련님이 나선다면 넌 한 방도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 거야. 우리 도련님은 태권도 검은띠 8단이거든. 발차기 한 방이면 네 목을 비틀 수 있다고!”“태권도가 세계 최강의 무술인 거 몰라? 하긴, 너 같은 사람이 어떻게 알겠어.”최강의 무술?김예훈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가 알고 있는 정보에 의하면 태권도는 몇 가지 알려진 무술에서도 가장 보잘것없는 존재였다.무에타이는 물론이고, 킥복싱만 잘한다고 해도 태권도를 손쉽게 누를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이성택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검은띠 8단은 그에게 신심을 안겨줬다.그는 싸늘한 얼굴로 김예훈 앞으로 걸어가고는 경멸이 깃든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김예훈, 난 내가 아주 건방지고 오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나 이성택보다 더한 놈이 있네? 하지만 너와 나는 완전히 다르지. 난 그럴 자격이 충분히 있다는 거야. 하지만 너는 뭐가 있어? 말이 기관 고문이지, 사실 사기꾼 아니야. 뒷배를 믿고 날뛰는 버러지와 다름없지! 널 죽이는 데 우리 청별 그룹 인맥이나 조직 사람들도 필요 없어, 나 혼자면 충분히 널 죽일 수 있으니까! 오늘 태권도 검은띠 8단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제대로 보여주지! 너 같은 새끼는 내가 마음만 먹으면 몇 번이나 죽인다고! 전에는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아 가만히 내버려둬지만 이제는 네가 당장 죽었으면 좋겠어!”이성택이 포효하고는 갑자기 발을 들어 그에게 발차기를 날렸다.그에게 있어서 김예훈은 그저 쓰레기와 다를 게 없었다. 그런 쓰레기가 끊임없이 자신을 도발하니 이게 죽음을 자초하는 게 아니면 무엇이
박동휘를 비롯한 이성택의 부하들은 모두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심지어 김예훈과 함께 온 이혁도 어안이 벙벙했다.이성택은 화가 난 나머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는 직접 나서 김예훈을 제대로 밟아주려고 했지만, 상대가 먼저 그에게 손을 쓸 줄은 몰랐다.이건 그의 자존심을 짓밟은 거나 다름없었다.이성택은 억울하기도 했고 마음이 답답했다.그는 김예훈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분노의 얼굴로 말했다.“감히 내게 기습 공격을 펼쳐? 이런 뻔뻔한 놈을 봤나!”습격을 당했다는 이성택의 말에 박동휘를 비롯한 부하들은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어쩐지 이성택이 당하다니, 김예훈 이 염치없는 놈이 또 기습 공격을 한 모양이로군. 싸움할 때마저 기습이라니, 정말 비열하군!’“퉤!”그들이 김예훈에게 욕을 퍼붓기도 전에 김예훈은 또 이성택에게 귀싸대기를 날렸다.“짝!”방금까지 기세등등하던 이성택은 다시 한번 5, 6m로 멀리 날아가 버렸다. 그는 누구보다도 비참해 보였다.“습격? 너 같은 병신을 상대하는데 내가 왜 습격하겠어? 너는 그럴 자격도 되지 않아.”김예훈은 쉴 새 없이 이성택에게 다가가고는 또 귀싸대기를 때렸다.이성택은 발버둥 치며 뒤로 물러났는데 전혀 소용이 없었다.김예훈은 끝까지 그만 노리듯이 다시 한번 그의 뺨을 때렸다.이성택이 바닥에서 일어서려고 할 때마다 김예훈은 따귀를 후려쳤다.“짝짝짝!”연속 따귀를 맞은 이성택은 바닥에서 뒹굴더니 얼굴은 돼지머리처럼 부어올랐다.지금의 이성택은 벌써 투지를 잃었다.김예훈의 따귀에 그는 상처를 입었을 뿐만 아니라, 자존심에도 생채기가 났다.“푸흡!”바닥에서 발버둥 치던 이성택은 피를 뿜어냈다.하지만 곧이어 누군가가 그의 등을 꾹 눌러 밟았다.“풉!”그는 또 피를 토했다.이성택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바닥에서 기어오를 수 없었다.박동휘를 비롯한 사람들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성택이 얼마나 대단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는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런 이성택은 김예훈을
“나쁜 놈, 감히 나를 건드려? 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우리 청별 그룹도 절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성택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억울한 마음이 든 적은 없었다.그는 청별 그룹의 도련님으로서 언제 이런 수모를 당한 적이 있겠는가?그는 수모를 당한 것보다 자기가 패배했다는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김예훈이 허리 숙이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어떻게 날 가만두지 않을 건데?”“김예훈! 이 개자식아! 네가 그렇게 대단하면 날 한 번 죽여봐!”김예훈의 시큰둥한 얼굴에 이성택은 분노가 끓어올랐다.“널 죽여? 내가 왜 널 죽여야 하는데? 난 여기 배상받으러 왔지, 사람 죽이러 온 건 아니거든. 그나저나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텐데? 괜찮겠니?”김예훈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차로 내 아내의 차를 박았으니까 아직 브레이크나 액셀을 구분 못 하는 것 같으니 두 다리를 먼저 분질러야겠어. 그래야 교훈을 얻을 수 있으니까 말이야. 괜찮지?”“김예훈, 그만해!”이때 박동휘가 참다못해 말했다.그는 이성택의 두 다리가 이대로 부러지는 것을 눈 뜨고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그럼 그를 기다리는 것은 죽음만이 아닐 것이니 말이다!이때 박동휘는 거리낌 없이 앞으로 다가가고는 김예훈에게 손가락질하며 말했다.“김예훈, 그만하라고! 아무리 싸움을 잘한다고 해도 우리 청별 그룹이 어떤 회사인지 잊지 마! 청별 그룹처럼 권세 있는 회사는 수십만 명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고. 너 같은 놈이 뭔데 감히 우리를 건드려? 이렇게 제멋대로 행동할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생각해 본 적이 있어? 네 편을 들어준 사람들, 그리고 네 가족들을 위해 생각해 본 적이 있냐고?”박동휘의 말에 주위에 있던 이성택의 부하들은 겨우 정신을 차렸다.그렇다!지금은 싸움을 잘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시대가 아니었다.지금 세상에서 주먹, 권세, 재산, 어느 하나가 없어서도 안 되었다!싸움만 할 줄 아는 놈이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우리 청별 그룹 내부에
“그만해, 그리고 당장 도련님에게 무릎 꿇고 사과해. 그리고 도련님의 요구대로 돈을 배상하고 네놈의 아내까지 데려와! 그러면 목숨이라도 건질 수 있을 거니까. 내가 방금 한 말대로 하면 도련님은 반드시 너를 봐줄 거야. 이건 내가 약속할 수 있어! 김예훈! 도련님은 절대 네가 생각한 것처럼 호락호락한 분이 아니셔. 청별 그룹의 힘이 얼마나 큰지 넌 영원히 알 수 없을 거라고...”박동휘가 침이 마르도록 김예훈을 설득했다.“툭!”이성택의 오른쪽 다리는 김예훈에 의해 밟혀 부러졌다.“호락호락하지 않아? 어떻게 호락호락하지 않은데?”아무리 오만하던 이성택도 지금은 참다못해 비명을 질렀다.그는 발버둥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너!”박동휘는 말문이 막혔다.그는 김예훈을 생각해 타일렀건만, 김예훈은 그의 말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게다가 이성택의 다리까지 분질렀으니, 죽음을 자초한 거나 다름없었다!박동휘는 분노에 차 벌컥 역정을 냈다.“김예훈! 끝내 사고를 쳤어! 네가 제대로 사고를 쳤다고!”“툭!”김예훈은 또다시 이성택의 왼쪽 다리를 분지르고는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무슨 사고?”박동휘는 분노가 끓어올랐다.이때, 박동휘는 떨리는 두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고는 말했다.“김예훈, 너 딱 기다려! 딱 기다리라고! 곧 후회가 뭔지 깨닫게 해줄 거야.”“좋아, 기다리고 있을게.”김예훈이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런데 내가 인내심이 없거든. 딱 3분 기다릴게. 3분 후면 이놈의 목을 비틀 거니까!”박동휘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뒤적거렸다. 누군가의 번호를 발견하고는 바로 상대에게 전화를 걸었다....레이 리조트 지하실에는 세련되게 지어진 방 하나 있었다.인도 전통 복장을 입은 남자가 줄곧 이곳에 앉아 있었다.이때, 그의 전화가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전화를 받은 그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차가운 얼굴로 지하실을 나섰다.그가 걸어나오자 인도 전통 복장을 입은 남자 열댓 명이 그의 뒤를 따랐다.그렇게 그들은 기세등
김예훈은 아무렇지 않게 이성택의 손을 밟았지만, 이는 권수혁의 체면을 구긴 거나 다름없었다.김예훈이 이성택에게 고통을 준 것만으로도 충격적인데, 청별 그룹 한국 지사 8대 천왕의 권수혁이 나타났는데도 김예훈이 아랑곳하지 않고 이성택의 손을 더 밟는다니, 김예훈은 절대 홧김에 이 모든 일을 저지른 건 아닐 것이다. 분명 청별 그룹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는 증거였다.겨우 스무 살 넘은 젊은이가 재벌 가문과 맞서 싸우다니, 정말 죽으려고 작정한 것인가?심지어 사람들은 김예훈의 비참한 미래를 예견할 수 있을 것 같았다.김예훈의 이 행동은 박동휘를 비롯한 청별 그룹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이를 보던 권수혁의 부하들도 모두 안색이 어두워졌다.이런 상황에서도 그들을 도발하다니, 미련하지 않으면 굳건한 배후가 뒤를 바쳐주고 있을 것이다.하지만 김예훈이 아무리 봐도 미련한 놈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권수혁 같은 거물마저 입술을 씰룩거렸다.그는 자기의 등장만으로도 상대가 겁을 먹어 쉽게 일을 해결할 줄 알았다.하지만 실제 상황은 그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까다로웠다.“자식, 아주 건방진데?”권수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고는 예리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다만 지금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해? 이러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고 있냐고? 나 똑똑히 말할게, 너 정말 사람 잘못 건드렸어!”권수혁은 김예훈이 왜 이성택을 다치게 했는지도 묻지 않았다.이성택이 무슨 짓을 했든 자기 상사의 아들이었고, 성별 그룹의 도련님이었다.그가 사람을 죽였다고 해도 오직 청별 그룹만이 그를 처벌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은 전혀 그를 건드릴 자격이 없다!김예훈이 이성택을 밟고만 있지 않았더라면 권수혁은 진작 김예훈을 때려죽였을 것이다.“사람 잘못 건드렸다고?”김예훈이 웃으며 물었다.“내가 누굴 건드렸는데? 아니면 이 새끼를 건드렸다는 거야? 당신들이 말한 도련님은 내 아내의 차를 박살 냈어. 심지어 공무집행을 한 형사들에게도 폭력을 가했고. 그들을
태권도 체육관은 워낙 어두웠기에 임성휘는 김예훈의 얼굴을 똑똑히 보지 못했다.임성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주거침입, 살인미수, 그리고 공무집행방해죄까지 범했어! 네놈은 한국의 법도가 안중에도 없는 거야? 당장 저놈을 데려가. 반항할 시 즉시 총살해!”김예훈의 얼굴에는 더 짙은 미소가 지어졌다. 그의 미소를 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그는 임성휘를 보더니 덤덤하게 말했다.“임성휘, 바닥에 팔다리가 부러진 동료들은 안 보이나?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동료들에게 물어볼 생각도 없어? 아무렇지 않게 그 죄명을 나한테 덮어씌우다니, 결과를 책임질 수 있겠어?”“어딜 감히 나를 가르치려고 해? 네놈이 주거침입하고 살인미수를 저질렀잖아. 성남 경찰서 이인자로서 나는 너를 데리고 가서 조사할 책임과 의무가 있어! 한마디만 더 한다면 내가 널 한 방에 죽여버릴 거야!”곧이어 임성휘는 김예훈에게 가까이 다가가더니 그에게 귀싸대기를 때리려고 했다.하지만 그 순간, 임성휘는 갑자기 김예훈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그의 얼굴색이 확 변하더니, 저도 모르게 팔의 동작을 멈췄다.임성휘는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었다.그때 여운기가 그를 데리고 별장 밖을 지켰을 때, 그는 멀리서 김예훈의 얼굴을 본 적이 있었다.한 번밖에 보지 못했지만 임성휘는 김예훈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했다!그는 김예훈의 신분을 몰랐으나 김예훈은 전설의 그분과 분명 연관이 있음을 직감했다.임성휘는 갑자기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는 당장이라도 나서려던 부하를 겨우 말렸다.그리고 어두운 안색으로 권수혁을 보며 말했다.“권수혁 님, 이 일은 제가 나서지 못할 것 같네요!”“그게 무슨 소리야?”권수혁이 싸늘한 얼굴로 물었다.“우리 배후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 알고 있을 텐데 말이야. 분명 그분께서 당신이 성남에서 우리 안전을 책임질 거라고 했지만 이제 와서 나서지 못한다니?”임성휘가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청별 그룹의 배후는 형사계통에서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었다.하지
“뭐야?”김예훈이 차가운 얼굴을 보이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임성휘는 바로 바닥에 무릎을 철썩 꿇었다.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어금니를 깨문 채 말했다.“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그 모습을 보고서야 김예훈이 조금 진정하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꺼져!”임성휘들은 부하들을 데리고 초라한 모습으로 자리를 떴다.이를 지켜보던 권수혁을 비롯한 사람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성남 경찰서 이인자인 임성휘가 김예훈에게 놀라 도망을 가다니, 그리고 김예훈에게 귀싸대기를 맞고도 반격하지 못하다니, 아무도 이런 상황이 나타날 줄은 몰랐다.“고문이라고 하더니 확실히 능력이 있긴 한가 봐!”줄행랑을 치는 임성휘를 보고 권수혁은 김예훈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코웃음을 치고는 말했다.“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알아둬. 네 정체가 뭐든, 네 뒷배가 누구든 감히 우리 도련님을 건드렸으니 청별 그룹에서는 절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한국 형사들도 너를 어떻게 할 수 없다니, 그럼 나 권수혁이 제대로 실력을 보여주지! 저 새끼 잡아!”권수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의 부하들은 모두 태권도 검은띠 8단 고수들이었다.원래 이성택 옆에 있던 부하까지 합치면 스무 명이 넘는 고수가 모였으니 겨우 김예훈 한 사람을 잡는 건 별문제가 되지 않을 듯했다.하지만 이때.“띵!”권수혁의 핸드폰이 다급하게 울리기 시작했다.권수혁은 귀찮았지만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 잠시 후, 그의 안색은 더할 나위 없이 어두워졌다.그는 한참 뒤에야 핸드폰을 거둬놓고는 한숨을 푹 쉬더니 김예훈을 보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고문 신분의 네놈을 너무 우습게 본 것 같군.”박동휘를 비롯한 사람들은 서로 마주 보더니 모두 믿을 수 없는 얼굴을 보였다.설마 권수혁에게도 제지의 전화가 걸려 온 것인가?“수혁 삼촌... 우리 청별 그룹이 그 누구를 무서워했던 적이 있나요?”바닥에 쓰러 누운 이성택이 겨우 목소리를 내어 말했다.그의 부하들도 외투를 벗고는 김예훈을 노려보며 말했다.
“가만히 있으라고요?”그들은 바보가 아닌 이상 모두 달리 방법이 없다는 권수혁의 뜻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박동휘를 비롯한 사람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권수혁은 이대정 밑의 8대 천왕 중 한 사람이다. 누구보다 포악하고 잔인한 사람이 김예훈 때문에 겁을 먹다니?그리고 김예훈은 겨우 기관 고문이 아니던가?실제로 권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고문이라는 이름만 달고 있지 않은가?그런데 그런 그가 도대체 뭐가 무섭단 말인가?권수혁은 자괴감에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그는 거침없이 사람을 죽여왔다. 언제 이런 수모를 당한 적이 있었겠는가?“안타깝군...”김예훈은 그 모습을 보더니 한숨을 푹 쉬었다.“당신들이 먼저 움직이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말이야. 그래야 당신들을 모두 죽여버릴 핑계가 생길 테니까... 먼저 움직이지 않으니 나만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잖아.”김예훈은 안타까운 표정을 짓더니 발로 이성택의 왼손까지 모두 밟아버렸다.“악!”처량한 비명이 체육관에 울려 퍼졌다.이성택은 극심한 고통으로 바닥에서 뒹굴었다.권수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너무한 거 아니야?”권수혁은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고 몇 번이나 김예훈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김예훈이 그에게 다가가더니 손으로 그의 얼굴을 툭툭 치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 괴롭힐 건데, 문제 있어? 청별 그룹이 그렇게 대단하다며? 내 아내 차를 박았는데도 오히려 100억을 내놓으라고 했다며? 못 내놓으면 몸이라도 바치라며 으름장을 놓았고. 간이 배 밖으로 나왔어? 응?”“너!”권수혁은 얼굴색이 확 바뀌었다.그는 이런 수모를 당한 적이 없었다.“짝!”하지만 뜻밖에도 김예훈은 바로 그에게 귀싸대기를 때렸다.“내가 뭐? 내가 뭐?”“짝!”“날 공격하라고. 나 마음에 들지 않잖아. 그럼 부하들이랑 같이 나한테 덤비라고!”“짝!”“그럴 배짱이 없어?”귀싸대기를 연속 맞았더니 권수혁의 얼굴을 빨갛게 부어올랐다.하지만 그는 끝내 김예훈을 노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