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임용국의 무기도 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정신이 나간 것처럼 보였다.총사령관?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니?!그는 한국을 대표해서 전쟁을 일으킬 자격이 충분했다!만약 이 일이 리카 제국 국방부에 알려지면 그 장관이 바로 임용국의 머리를 베어서 총사령관에게 사과의 의미로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임용국은 알고 있었다. 현재 그는 후회가 몰려왔다. 머리가 아파서 그대로 바보처럼 서 있었다. 임수환은 이미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쓰러져 말도 제대로 잇지 못했다.“총사령관님...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총사령관님이신 줄 몰랐어요! 알았다면 간이 배 밖으로 나왔어도 한국에 오지 않았을 겁니다... 제발, 제발 살려주십쇼... 정말 죽고 싶지 않습니다.”김예훈은 임수환을 차갑게 내려보며 담담하게 얘기했다.“네가 살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한국인으로서 리카 제국 국적을 가지고 리카 제국의 개가 되었잖아! 일을 할 때도 리카 제국의 이익을 생각하고 한국은 생각도 하지 않았지. 오히려 적으로 생각하다니. 너희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은 나라를 배신하고 가족도 버렸으니 천륜을 버린 것과 같다. 그런데 내가 널 살려줄 것 같아?”임수환은 그대로 절망에 빠졌다. 분노와 복수심은 사라진 지 오래전이었다. 지금은 그저 공포심밖에 남지 않았다. 바로 죽음에 대한 공포심이었다.그는 어렸을 때부터 자기가 한국계 리카 제국인이라는 것이 실망스러웠다. 자기도 백인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 생각 때문에 그는 리카 제국 독사 부대에 들어서도 전쟁터에서 한국을 무찌르고 다녔다. 그렇게 신임을 얻어 리카 제국 국방부의 유일한 한국계 소장이 되었다. 임수환은 그가 이미 왕의 자리에 올랐다고 생각했다. 백인들도 그를 우러러보는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이번에 한국에 와서 임재훈의 복수를 할 뿐만 아니라 리카 제국의 이익을 위해서 성남의 시장을 먼저 열어 한국 시장을 먹어 치우려는 생각이었다. 그리하여 비즈니스 업계부터 시작해 한국을 분해
김예훈은 흥미진진하게 임수환을 바라보았다.“임수환. 당신도 독사 부대의 장병 중의 왕으로서 전쟁터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 리카 제국 유일한 한국계 소장인데, 그렇게 죽는 것이 두렵나?”임수환은 계속해서 머리를 박으며 얘기했다.“총사령관님, 전 총사령관님 앞에서 그저 개입니다. 가장 충성스러운 개가 될 테니 제발 죽이지 말아주세요. 총사령관님의 손을 더럽히지 마세요. 절 살려주신다면 개처럼 짖을 수도 있습니다!”김예훈은 그저 웃었다. 그리고 정신이 나간 임용국을 보며 담담하게 얘기했다.“너희 가문의 늙은이가 이렇게 바닥에 꿇어서 빌고 있는데, 넌 리카 제국 독사 부대 무신으로서 어떻게 할 생각이지? 이 사람들과 함께 빌 생각인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울 생각인가?”김예훈의 말을 들은 임용국의 표정이 확 구겨졌다. 온몸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그는 어렸을 때부터 독사 부대의 무신으로서 한국에서 온갖 더러운 짓을 많이 해왔다. 웃는 김예훈을 보며 임용국은 눈앞이 새까매지는 것 같았다. 발에 힘이 풀렸고 보이지 않는 힘이 그를 옥죄는 것 같았다.“무신님, 꿇으세요. 총사령관님께 살려달라고 빌어요!”“그래요, 우리는 총사령관님의 적수가 안 됩니다!”“아직도 꿇지 않다니, 죽고 싶은 겁니까?!”독사 부대의 사람들은 다 큰소리를 치고 있었다.그들은 정말 두려왔다. 김예훈을 직접 본 적 없어도 그의 전설은 이미 보아왔다. 총사령관이 유라시아 전쟁에서 무서운 실력을 보여줬었는데. 그걸 알면서도 총사령관과 싸우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머저리 같은 놈, 얼른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려라! 총사령관님이 우리를 살려만 주신다면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머리를 박을 수 있어!”바닥에 꿇어앉은 임수환이 임용국을 욕했다.임용국이 자기를 구하러 올 때의 기쁨은 온데간데없고 빨리 임용국이 꿇어서 빌었으면 했다. 그렇지 않으면, 총사령관을 건드렸으니 두 사람 다 죽을 것이다. 임용국은 온몸이 벌벌 떨렸다. 몇 번이고 떨어진 무기를 주우려 했지만 용기가 나지
결국 성남을 뒤흔들었던 이 일은 조용히 끝이 났다.모두 원인은 잘 몰랐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 한국 기관에 심어놓은 사람들이 하룻밤 만에 모두 사라졌다고 한다. 그리고 경기도 국방부 일인자가 갑자기 병력을 조율하고 있으니 다들 눈치껏 결론을 내렸다.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 너무 나대고 다녀서 전설 속의 총사령관을 건드린 것이다! 총사령관은 한국의 수호신과도 같았다. 나라를 저버리는 사람들을 싫어했다. 그래서 총사령관이 사람을 데리고 임수환의 일행을 다 쓸어버렸다고 생각했다.물론 어떤 사람들은 총사령관이 아닌 다른 미지의 사람이 등장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하여튼, 이 일이 있고 난 뒤 사람들은 하나의 도리를 깨달았다.바로 성남의 비즈니스 업계에서는 기본적인 비즈니스 룰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자기의 힘을 믿고 막 나간다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리카 제국 코라의 로키산맥 아래의 과수원. 흰머리의 두 노인이 같이 바둑을 두고 있었다.흑돌과 백돌이 교차하고 있었는데 바둑판 주위로 살기가 느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절대적인 열세에 처했던 백돌이 예상치 못한 수법으로 이겨버렸다.그 모습에 흑돌을 쥔 임정원이 한숨을 내쉬었다.“형님의 바둑은 정말 기묘합니다. 제가 실력이 모자라 부끄러울 지경이네요.”그의 맞은편에 앉은 임씨 가문의 가주이자 전설 속의 임호국이 입을 열었다.“세상일이 다 바둑과 같으면 예상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겠니. 이번에 수환이도 성남에서 사라졌지. 그 때문에 용국이도 죽었다고 하더라. 이번 일 때문에 리카 제국의 임원들이 화가 났다. 우리 임씨 가문에서 적절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앞으로 토사구팽당할 것이다.”임정원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정원이는 몇 년간 폐관 수련을 하더니 머리가 잘못된 걸까요. 감히 총사령관을 건드리다니.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죠.”임호국이 대답했다.“정원이의 죽음에는 관심이 없다. 하지만 우리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
“누가 훔쳤어?”김예훈이 물었다.송준은 구겨진 표정으로 답했다.“그것보다 더 엄중한 일입니다. 누가 리카 제국 임씨 가문과 합의를 봐서 그 수십조의 자산을 다른 나라의 그룹에 넘긴다고 합니다. 중요한 건, 이 그룹이 경기도뿐만 아니라 한국 전체에서도 높은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정식적인 절차로 이 자산을 산 것이라서 잠시 그들을 막을 수 없다는 겁니다! 이 일로 그들을 건드리게 된다면 수십만, 심지어는 수백만 사람들의 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습니다. 상대도 이것을 알고 이토록 대담한 것이겠죠.”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무슨 그룹이 한국에서 이렇게 나대는 거야?”송준이 대답했다.“인도의 제일 그룹, 청별 그룹입니다!”“인도의 30% 가까이 되는 GDP를 책임진, 전 세계에 모두 업무가 있는 그 청별 그룹?”김예훈이 물었다.“네, 바로 그들입니다!”김예훈은 미간을 살짝 좁혔다. 이 일은 확실히 처리하기 어려웠다.청별 그룹은 일찍 한국의 시장에 진입했는데 이미 한국에서도 꽤 영향력이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성남에 공장도 여러 개 있었다.그들을 건드린다면 수만 명의 생계를 위협하게 될 것이다. 김예훈이라도 청별 재단을 건드리는 데는 무력을 사용하지 못했다. 그렇지 않으면 엄중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경기도 기관에서는 어떻게 말하고 있나?”김예훈이 물었다.“가보았습니다. 하지만 저번의 일 때문에 하정민 어르신이 서울로 불려가 회의에 참석하신다고 합니다. 듣자 하니 경기도의 일인자가 바뀔 수도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 사람은 원래 인도와 가까운 쪽에서 일하던 사람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인도 쪽의 청별 그룹과 사이가 좋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기관에서는 이번 일을 눈감고 넘어가 줄 겁니다. 심지어 청별 그룹이 임씨 가문의 모든 자산을 가져갈 수 있게 도와줄지도 모릅니다!”말을 마친 송준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이 사람들의 담은 너무도 컸다. 감히 총사령관 코앞까지 손을 내밀고 있는 격이니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다.
박동휘는 허리를 숙여 얘기했다.“이성택 도련님, 저번에 분부하신 일은 이미 안배했습니다. 앞으로 청별 그룹이 성남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하지만 정식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에 경기도의 미녀들을 준비해 도련님이 편히 쉬실 수 있게 하겠습니다. 도련님이 일단 휴식을 즐기시고 다시 일을 시작하는 게 어떨까요?”이성택은 담담하게 얘기했다.“그 분내 나는 년들을, 내가 좋아할 것 같아? 전에 미리 준비하라고 한 자료는, 준비했어?”“준비했습니다, 준비했어요!”박동휘는 허리를 숙이며 태블릿을 건넸다.이성택이 그 파일을 열자 안에는 미녀의 사진과 개인 정보가 있었다. 가장 앞에 있는 건 정민아였다.“이 여자 좀 재밌네. 앞으로 이 여자는 나 이성택의 성남의 여자로 하겠어. 그리고 내가 성남에 왔으니 소문을 내야지. 성남의 모든 사람에게 알려라, 나 이성택이 왔으니 오늘부터 성남은 바로 우리 청별 재단의 것이라고.”이성택의 말은 너무도 오만했다.하지만 그의 곁에 있는 직원들과 박동휘마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그 말을 믿었다.왜냐하면 청별 그룹은 확실히 강했다.이성택 부자도 매우 강한 사람들이다. 이성택의 아버지인 이대정은 청별 그룹의 직계여서 신분이나 실력이나 모든 명문가들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소문에 의하면 이대정의 힘은 한국 10대 명문가와 비교해도 될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청별 그룹은 모두 장사를 하는 사람이지 조직의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청별 그룹은 보통 비즈니스의 수단을 쓴다. 청별 그룹은 보통 서울 쪽에 있었는데 이번에는 성남에 오게 되었다. 그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자산 때문이다. 이 수십조의 자산만 있으면 성남을 차지하는 건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청별 그룹은 이성택을 성남으로 보낸 것이었다!...프리미엄 가든. 요즘 김예훈은 아침 일찍 나가고 저녁 늦게 들어와 매일 일을 하고 있었다.정민아는 김예훈이 기관 고문이라는 것을 알고 대다수의 시간에는 그의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그의
동시에 그 뒤로 토요타 몇 대가 멈춰 섰다. 열 명이 넘는 조직의 사람들이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지금 다 몰려왔다. 박동휘는 벤틀리의 차 문을 확 열고 정민아를 노려보며 얘기했다.“눈 똑바로 뜨고 운전해야지! 감히 우리 도련님 차를 들이박아?! 어떻게 책임질 거야!”정민아는 원래 이런 것에 굽히지 않는 성격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사고는 누가 봐도 상대방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했다. 그리고 이곳은 정민아의 집 앞이니 그녀는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제가 뭐요? 분명 저 사람이 역주행해서 내 차를 들이박은 거잖아요! 이제 와서 내 탓을 하다니.”박동휘는 차갑게 웃었다.“하하하. 인도에서 온 우리는 여기의 교통 규칙을 잘 모르지만 단 하나만은 분명해. 돈을 갚지 못하면 목숨으로 갚아야 한다는 것 말이야! 도련님의 부가티는 한정판 차량이니 너무 비싸지도 않아. 그저 100조를 배상하면 된다! 돈을 내놔!”“하...”정민아는 화가 나서 몸을 바르르 떨었다.인도인들이 한국 안에서 막 나간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특히 청별 그룹이 뒤를 봐주고 있어서 한국인을 향한 괴롭힘이 나날이 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말이 안 통하는 인도인은 처음이었다.인도에서 왔으면 한국의 교통 규칙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건가? 웃기지도 않는 소리다! “너 이 자식, 말버릇이 왜 그래! 어?! 내가 평소에 그렇게 가르쳤어?!”이때 매력 있는 목소리가 엄숙한 말투로 얘기했다. 화려한 정장을 입은 이성택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그러자 정민아에게 오만하게 굴던 모습은 사라지고 이성택 앞에서 허리를 굽히고 있었다. 정말 하늘과 땅 차이였다.이성택은 정민아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야릇한 시선을 보냈다. 그 시선에 정민아는 등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예전부터 한국에 미인이 많다고 들었는데 과연 그 말이 맞았군. 아가씨, 나랑 한번 만나볼래?”이성택이 신사 같은 자세로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정민아는 손을 잡지 않고 이성택을 쳐다보며 물었다.“방금 제 차를 친
정민아는 무의식적으로 이 사람이 위험하다고 느꼈다.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지금 해야 하는 일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나는 것이다. 이 사람과 엮이면 안 된다. 하지만 아까처럼 위험한 행동을 하다가 다른 사람을 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정민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서 정민아가 차갑게 얘기했다.“저기요, 인도에는 어떤 법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한국에 왔으면 한국의 법을 지켜야죠!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지, 무슨 신분이든지, 한국에 왔으면 한국의 법을 지켜요! 아까 말한 사람을 치고 돈을 배상한다던 말은 거짓이었으면 좋겠네요. 한국에서는 사람 목숨을 갖고 장난치면 안 되거든요! 그리고 당신이 교통 규칙을 어기고 제 차를 쳤으니 한국의 법에 따라 전액 배상해 주셨으면 좋겠네요!”정민아는 또박또박 말을 마치고 차갑게 이성택을 바라보았다.그런 차가운 미인의 모습에 이성택은 잠시 굳어버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예쁜 여자는 많이 보았지만 대부분이 그의 앞에서 가식을 떠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 여자는 가식을 떠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이성택은 보아내었다.아마도 태생이 이런 것이겠지. 표정과 감정을 숨기지 않는 그런 사람. 이런 사람을 정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짜릿할까! 푸른 초원을 달리는 말처럼 짜릿할 것이다. 그 생각에 이성택은 웃으며 얘기했다.“아가씨,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외국인이니 일이 터지면 인도의 법도대로 할 것이야. 그리고 당신이 나의 차를 쳤으니 당신이 배상해야지. 나는 망가진 물건을 고쳐 쓰는 습관은 없거든. 그래서 당신이 나한테 100조를 배상해야 해. 그리고 이 차는 당신에게 던져주도록 할게.”놀란 정민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토록 오만방자한 사람은 처음 봤다.‘내가 한 말을 뭐로 들은 거지? ‘게다가 100조를 배상하라니? 정민아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 들고 얘기했다.“말이 안 통하는 것 같으니까 경찰서로 가요.”그러자 보디가드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와 정민아의
“돈을 갚든가, 몸으로 갚든가. 시간은 1분 줄게. 지금은 고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고를 기회도 주지 않을 거야.”정민아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는 것을 본 이성택은 변태 같은 표정을 드러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민아를 몸 아래에 깔고 그녀의 뺨을 때리며 그녀를 괴롭힌다면 얼마나 재밌을지, 흥분되었다.정민아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그녀는 이 사람들이 처음부터 그녀를 노리고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정에 빠진 것이다!중요한 건, 지금 그녀의 곁에 그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이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 모욕을 당하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었다.“무슨 일이야?”이때 익숙한 그림자가 다가왔다.김예훈이 길의 맞은편에서 걸어오고 있었다.김예훈을 본 정민아는 감격해서 눈물을 흘릴 뻔했다.그리고 바로 김예훈의 품속으로 안기더니 얘기했다.“여보, 이 사람들이 와서 내 차를 치고 나보고 돈을 배상하라고 해! 날 괴롭히는 거야!”정민아는 무서워서 몸을 벌벌 떨었다. 김예훈이 중요한 시기에 나타나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을 것이다.전에 그렇게 많은 일을 당했으니, 현재 정민아 곁에는 오정범의 정예 부하들이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그래서 밖에 있던 김예훈은 그들의 소식을 받고 바로 돌아온 것이었다. 누군가가 정민아를 위해 나서자 주변의 사람들도 정신을 차리고 큰소리로 욕했다.“너 이 자식! 너 이거 역주행이야! 얼마나 위험한데! 노인이라도 치면 어떡하려고 그래!”“규칙을 지키지 않은 네가 전액 배상해야지!”“그래! 우리가 다 증인이야. 똑똑히 봤다고!”김예훈은 바로 사건의 진실을 알고 차갑게 얘기했다.“이성택이라고 했죠? 일부러 제 와이프 차를 치다니. 살인미수라고 봐도 되겠습니까?”이성택이 담담하게 얘기했다.“살인 미수? 나 이성택이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다른 사람을 시켜서 죽이는 건 일도 아니야. 그런 내가 살인미수라니? 게다가, 우리 인도에서는 내가 아무렇게 차를 몰아도 간섭할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