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는 정민아를 보며 강종신은 웃음을 터뜨렸다.“정 대표님, 아무리 그래도 여긴 성남이잖아요, 로열 가든 그룹의 구역에 있으면서 오히려 겁내시는 거예요?”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정 대표님, 비즈니스계에서 술 먹는 걸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못 해내요.”“사업을 하는 사람들 모두 술을 잘 마신단 말이에요.”“정 못 마시겠으면 저희도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 계약은 저희가 제시한 조건에 따라 작성해야 할 겁니다!”강종신 쪽 사람들은 거만한 얼굴을 보이며 정민아를 궁지에 몰아넣었다.정민아가 눈살을 찌푸리며 고민에 빠지자 김예훈이 갑자기 앞으로 나서고는 말했다.“좋아요, 그렇게 하죠!”정민아가 아닌 김예훈이 대답했으니 로열 가든 그룹의 임원들은 모두 표독스러운 얼굴로 김예훈을 째려봤다. 그가 로열 가든 그룹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게다가 김예훈은 로열 가든 그룹이 오늘 이 지경으로 되게 한 장본인이었다.정민아도 한숨을 푹 쉬었다. 김예훈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실망감이 가득했다.정민아는 김예훈이 비즈니스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파티에 데려온 거였고, 또 그의 정체를 떠보고 싶었다.하지만 김예훈이 이렇게 충동적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딱 봐도 비즈니스를 할 사람 같지 않았다.강종신 쪽에서 이런 요구를 한 이상, 그들은 이길 확신이 있다는 걸 말해준다.김예훈은 너무 섣불리 움직였다. 자칫하면 상대의 함정에 빠질지도 모른다.김예훈의 말에 강종신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그런데 저희가 손님이잖아요. 그럼 손님을 배려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저희 쪽에 모두 열 명 있으니까 그쪽에서 더 많은 사람을 내보내지 않는 건 어때요?”강종신의 이 말도 모두 계산된 것이었다.그는 비즈니스 업계를 오랫동안 겪어온 늙은 여우 같은 사람이었다. 동시에 사람을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는 말발의 소유자이다. 정민아 쪽에서 걸려들기만 한다면 그들은 절대 빠져나갈 수 없으리라 확신했다.이때, 김예훈이 웃으며 말했다.“이
물론 정민아도 알고 있었다. 만약 이때 결정을 반복한다면 더는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는 것을.강종신 쪽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더니 저마다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모든 게 그들의 계획대로 되고 있으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오늘 밤 그들은 기필코 정민아의 동영상을 찍겠다고 마음먹었다.‘이 녀석 완전 바보 아니야? 모든 일이 원만하게 끝나면 돈이라도 좀 줘야겠어.’이때 김예훈이 앞으로 다가가더니 비꼬는 표정으로 강종신을 보며 말했다.“우리 대표님이랑 술을 마시려면 조건 하나 있어요. 그건 바로 나부터 쓰러 넘어뜨리는 거예요. 아니면 정 대표님이랑 술을 마실 자격이 안 되는 거예요.”“좋아요! 시작하죠!”강종신은 한 시도 지체할 수 없다는 듯이 다급하게 말했다.‘겨우 김예훈 한 사람을 못 이기겠어? 아무리 잘 마셔봐야 우리 쪽 열 사람을 어떻게 감당하냐고?’“참! 시작하기 전에 상관없는 사람들은 모두 내보내는 게 어때요? 조금 있다가 누가 대신 마셔주면 어떻게 해요?”강종신은 다른 기업 대표들을 보더니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술자리에서는 꽤나 합리적인 요구인 것 같았다.게다가 사람을 내보내지 않는다면 정민아를 어떻게 괴롭힌단 말인가?“그게...”로열 가든 그룹 임원들은 김예훈을 매섭게 노려봤다.‘다 김예훈 이 녀석 때문이야! 다 같이 상대하면 강종신 쪽 사람들을 이길 기회가 있는데, 괜히 저 녀석 때문에 일을 망치게 되었잖아!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한 거지?’사람들이 자리를 뜨자 술판은 정식으로 시작됐다.“자, 규칙대로 먼저 한 사람당 한 잔씩 순서대로 시작하죠. 이제 술을 따라줘요!”누군가가 김예훈에게 술을 한 잔 가득 따랐다.김예훈이 웃으면서 말했다.“좋아요, 여러분들은 손님이니까 제가 먼저 한잔할게요!”말하는 사이에 김예훈은 고량주 한 잔을 쭉 들이켰다. 그러고는 두 손바닥을 보이면서 술을 권했다.그 광경을 지켜보던 정민아는 머리가 지끈거렸다.고량주는 최소 5, 60도는 되는 것 같았다. 이렇게 큰 잔
“더 해요. 세 번째 바퀴 시작합시다!”곧이어 한 바퀴가 끝났고, 결국 강종신 쪽 사람들은 저마다 거의 1kg 되는 고량주를 마셨다.김예훈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혼자 최소 10kg의 고량주를 마셨으니 말이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표정 한 번 바뀌지 않았는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보였다.강종신뿐만 아니라 정민아도 그 광경을 보고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김예훈이 함부로 나댄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주량이 이렇게 대단할 줄이야?강종신 쪽 사람들은 미리 요구르트를 마셔 최대한 주량을 늘이려고 했지만 고량주 1kg 가까이 마시게 되니 속이 쓰려 안색이 좋지 않았다.“여러분, 이것밖에 마시지 못해요? 몇 바퀴 더 갈까요?”김예훈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종업원더러 도수가 더 높은 고량주를 가져오라고 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괴로워했다.하지만 김예훈이 계속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그렇게 60도 되는 고량주로 열 바퀴 더 돌았다.김예훈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지금까지 술을 마셔온 것처럼 말이다.오히려 강종신 쪽 사람들은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취기가 오르진 않았지만 속이 뒤집어지는 것 같아 몸을 주체하지 못했다.김예훈은 손을 휙 젓더니 러시아 보드카를 시켰다.그 보드카는 97도에 달했는데 그야말로 사람들의 속을 불태울 수 있었다.그 광경을 지켜본 강종신 쪽 사람들의 안색은 어두워졌다.‘이 녀석 도대체 정체가 뭐야? 주량이 너무 대단한데?’김예훈은 술을 부으면서 미소를 지었다.“강 대표님, 규칙 하나 더 정하죠. 토하면 안 되고 화장실에도 갈 수 없는 걸로요!”그 말을 들은 강종신 쪽 사람들은 소름이 끼쳤다.그들은 김예훈의 요구를 들어주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그의 요구는 술판에서도 충분히 적용되는 규칙이었기에 술 배틀을 하는 이상 거절할 수가 없었다.그렇게 새로운 술 배틀이 다시 시작됐다.김예훈은 여전히 평온한 표정으로 술을 물 마시듯 마셨다.전장에 있을 때, 그들은
정민아는 놀란 마음에 곧바로 룸에서 달아났다.‘너무 역겹잖아!’강종신은 그대로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이렇게 창피한 일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여러분들도 도움이 필요한 것 같은데요!”김예훈은 웃으면서 다른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그는 처음부터 강종신 쪽 사람들이 나쁜 마음을 먹고 술 제의를 한 걸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들에게 반응할 시간도 주지 않고 곧바로 술을 그들의 입에 부어 넣었다.“우웩!”곧이어 사람들은 하나둘씩 토하고 지리기 시작했다.“강 대표님, 저는 아직 취기가 오르지도 않았는데요. 한 바퀴 더 마시는 건 어떨까요?”김예훈이 입꼬리를 올리고는 보드카를 들고 강종신 앞으로 다가왔다.강종신은 고통에 겨워 바닥에서 뒹굴고 있었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김예훈을 바라봤다.‘이 녀석, 정말 사람 맞아? 무서울 정도로 주량이 세잖아. 아무리 마셔도 취할 것 같지 않은데 말이야!’“더는... 더는 못 버티겠어요...”강종신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럼 안 되죠. 약속대로 승부를 가려야 할 것 아니에요!”김예훈이 웃으며 말했다.“계... 계약서에 사인할게요... 그쪽 요구대로 사인할게요...”강종신이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견후의 명령은 이미 뒷전이었다.이대로 술을 더 마시게 되면 정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생겼기 때문이다.곧이어 강종신은 바닥에서 기어오르더니 계약서에 사인했다.김예훈 때문에 그는 결국 5%의 지분밖에 가져가지 못했다.그 지분으로는 절대 로열 가든 그룹의 경영권을 가져갈 수 없을 것이다.강종신은 이번에 돈을 그냥 로열 가든 그룹에 바친 거나 다름없었다.김예훈은 계약서를 챙겨 룸을 나섰다.“여보, 가자. 계약서 받았어.”김예훈이 웃으면서 말했다.정민아는 김예훈의 손에 든 계약서를 보더니 어안이 벙벙했다.지금 이 순간, 그저 김예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너무 대단한데! 여보가 술을 마시는 걸로 계약서를 따내다니!’5%의 지분으로 200
“아니, 아니에요! 언니가 이렇게 훌륭한데 형부는 그런 언니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요! 얼른 형부랑 이혼해요!”정소현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정민아는 정소현의 이마를 툭 치며 말했다.“참, 어린애가 무슨 생각을 하고 다니는 거야? 어른의 일은 어른들이 알아서 해결할게. 넌 공부하는 데에만 전념해!”정소현이 ‘쳇’ 하며 콧방귀를 뀌었다.“할 공부도 없다고요! 만약 형부가 그 일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형부를 나한테 물어줘야 해요!”“뭐?”정민아는 귀를 의심했다.“소현아, 너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정민아는 기가 막혔다.어린 동생이 터무니없는 말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정소현이 허리를 곧게 펴고는 말했다.“당연히 알죠. 형부 때문에 공부를 못 하게 생겼는데 그에 대해 책임져야죠!”그 말을 할 때 정소현의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찼다.정민아는 동생이 장난치고 있는 줄 알고 더는 신경 쓰지 않고 한숨을 푹 쉬었다.“됐어. 형부가 술에 취했으니까 오늘 저녁 보살펴줘야 해. 넌 가서 쉬어, 다른 사고 또 치지 말고!”“안 돼요. 나도 형부 돌봐야 해요. 아니면 언니한테 무슨 짓이라도 하면 어떻게 해요?”정소현이 잔뜩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언니, 지금 언니를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는 거예요!”“...”정민아는 정소현을 한참 바라보더니 어쩔 수 없이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푹 자고 있던’ 김예훈은 한숨을 푹 쉬었다.알코올의 힘을 빌려 정민아와 제대로 뜨거운 사랑을 나누려고 했는데 말이다.그런데 정소현이 밖에서 지킨다고 하니 그는 화가 치밀어 올라 몸까지 부들부들 떨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정소현이 잔뜩 놀란 채 말했다.“형부 토할 것 같은데요? 얼른 가요. 다 토한 다음에 다시 들어오죠!”...그렇게 하룻밤이 지나갔다.로열 가든 그룹의 임원들은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정민아가 계약을 따냈기 때문이다.그것도 5%의 지분으로 2000억의 현금을 바꿨으니 그야말로 대박 사건이었다!특히 고위층 임원들은 모두 놀라
성남 임씨 가문에서.지금의 성남 임씨 가문은 스산할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집안의 버팀목이 쓰러졌으니 인재가 몰락했고, 전에 정민아에게서 뺏어온 백운 그룹도 파산을 맞이했다.임씨 가문의 임옥희는 짧은 며칠 동안 머리가 새하얘졌고, 20년은 더 늙은 것 같았다.한때 무한의 영광을 누렸던 성남 임씨 가문은 이제 가세가 기울어 가는 지경에 이르렀다.하지만 임씨 가문 사람들은 여전히 한자리에 모였다.“어떻게 됐어? 리카 제국 임씨 가문에서는 뭐라고 해?”임옥희는 방금 전화를 마친 임효를 보더니 다급하게 물었다.임효는 몸을 흠칫 떨더니 대답했다.“리카 제국의 임씨 가문에서는 우리에게 힘을 보탤 것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조건이 있다고 해요. 오늘부터 우리 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은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노예로 입적하래요. 그럼 앞으로 우린 정말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노예로 될 것이에요.”그 말을 들은 임씨 가문 사람들의 얼굴색은 확 어두워졌다.“어르신, 절대 그 조건을 들어주면 안 됩니다! 우리 성남 임씨 가문에도 체면이 있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들의 노예로 살아갈 수 있습니까?”“맞습니다! 우리 임씨 가문은 대대로 문인 집안이지 않습니까! 이런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위신을 세울 수 있겠습니까?”“맞습니다. 어르신, 신중하게 결정을 내리셔야 합니다!”임옥희는 손에 든 용 머리 지팡이를 몇 번 두드리더니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나는 노예가 되고 싶어서 그들의 요구에 응한다고 생각해? 하지만 우리는 지금 이미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고! 우리가 다른 사람의 노예로 되는 건 모두 정민아 그년의 잘못이야! 우리 임씨 가문의 일원으로서 돈을 바치기는커녕 우리를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었으니 말이야! 정민아와 김예훈 이 두 연놈들에게 복수를 하지 않고도 배기겠어? 그들을 죽일 수만 있다면 노예로 입적하는 건 물론,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개라도 할 것이야!”임옥희의 말을 듣자 임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어금니를
견후의 눈이 반짝 빛났다. 그러고는 이를 꽉 물고 얘기했다.“어르신, 제게 기회를 한 번만 더 주십쇼. 이번에는 무조건 실패하지 않겠습니다.”그날 오후, 견후는 전의 계약서를 들고 바로 로열 가든 그룹으로 왔다.그들이 로열 가든 그룹의 주주였기에 정민아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을 만나야 했다. “당신이 정민아입니까? 내가 오늘 여기까지 온 목적은 간단해요. 바로 로열 가든 그룹의 모든 주식을 나에게 넘기라고 얘기하기 위해 왔습니다.”견후의 태도는 매우 강경했다. 정민아는 미간을 찌푸리고 의문스럽다는 듯이 물었다.“그럴 일은 없습니다. 이 회사는 제가 운영한 지 얼마 되지도 않고, 지금은 자금 문제도 해결되어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도 매우 높은데, 제가 주식을 팔 이유가 없습니다.”“맞습니다. 견후 씨, 며칠 전에는 주식을 팔 생각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정보를 늦게 입수한 것 같군요. 그래도 우리 회사의 주주로서 앞으로 주식이 오르기를 기대하세요.”다른 임원들은 매너를 지키면서 부드럽게 견후의 요구를 거절했다. 견후는 다리를 꼬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면서 차가운 표정으로 얘기했다.“지금 내가 누군지 알고 이렇게 얘기하는 겁니까? 그렇지 않으면 자기소개가 필요하겠군요. 나는 부산 견씨 가문에서 온 견후입니다. 우리 부산 견씨 가문은 한번 점 찍어놓은 물건을 손에 넣지 못한 적이 없어요! 주식을 팔기 싫어도 결국 우리에게 팔아야 할 겁니다!”부산 견씨 가문이라는 말을 들은 임원들은 저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었다.부산 견씨 가문 사람들은 비즈니스 업계의 타짜라고 얘기할 수 있다. 전국 10대 명문가 중 아홉 번째인 부산 견씨 가문이 사람을 보내온 것이 무슨 뜻인지도 잘 알았다. 그러자 임원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었다.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지금 입을 함부로 놀렸다가는 내일 목숨이 없어질지도 몰랐다.견후는 조용해진 임원들을 보고 매우 만족하는 눈치였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정민아를 보고 차갑게 얘기했
임원들은 이미 부산 견씨 가문의 이름을 듣고 놀라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들은 하나같이 공포심에 질린 채 정민아를 쳐다보았다. “정 대표님, 전에 우리가 겪은 문제들은 다 해결할 만한 문제였지만 이번의 일은 다릅니다! 이번 상대는 부산 견씨 가문이라고요!”“부산 견씨 가문은 상상을 초월하는 인간들입니다. 로열 가든 그룹을 점 찍어 두었다고 했으니 그대로 주식을 파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그래요! 부산 견씨 가문은 이미 성남에서 적지 않은 기업들을 매입했습니다. 거절한 기업들은 결국 파산했다고 합니다.”“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입니다! 저희가 건드렸다가는 뼈도 못 추릴 거예요!”심지어 어떤 임원이 낮은 목소리로 말을 보탰다.“정 대표님, 제가 보기에는 부산 견씨 가문의 견후 님이 정 대표님께 호감을 느끼는 것도 정 대표님께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만약 부산 견씨 가문에 첩으로 시집을 간다고 해도, 그게 얼마나 큰 행운입니까!”조용한 정민아는 이미 공포와 절망에 잠겨버렸다.부산 견씨 가문이 얼마나 강한지 당연히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열심히 굳건하게 버티고 있었다.그러나 임원이 한 마지막 한 마디가 팽팽하게 당겨진 그녀의 줄을 끊어버린 기분이었다. 휘청이며 몇 걸음 뒤로 물러난 정민아는 그대로 화가 치밀어 올라 쓰러질 뻔했다.정민아는 재빨리 정신을 차린 후 사람을 시켜 부산 견씨 가문과 연관된 자료들을 가져오라고 했다.자료를 다 확인한 정민아는 진짜로 무서워졌다. 요즘 부산 견씨 가문은 시장을 점유하기 위해서 모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기분이 좋을 때는 돈을 퍼주었고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바로 주먹을 사용했다. 중요한 건, 그들의 세력이 너무 강해 이런 일들을 저질러도 쉽게 넘어간다는 것이었다. 누가 감히 부산 견씨 가문을 건드리겠는가! 많은 사람들은 부산 견씨 가문의 힘 앞에서 무릎 꿇고 바로 회사를 저렴한 가격에 내놓았다.하지만 고집이 센 사람들은 결국 좋지 못한 일을 겪었다. 손발이 부러진
김예훈의 발에 짓밟힌 용현성은 끊임없이 몸부림쳤고, 얼굴에는 발자국과 손자국이 나있는 채로 무척이나 비참한 모습이었다.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김예훈의 발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저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많은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비비기도 하고,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특히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아무도 김예훈이 이 정도로 대담하게 행동할 줄 몰랐다.용현성의 뺨을 때린 것도 모자라 그의 얼굴을 바닥에 짓밟다니.이는 용문당 장관회의 체면을 짓밟은 것도 모자라 용씨 가문의 체면을 짓밟은 것과도 같았다.모두가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장현준이 제일 먼저 반응하고 소리쳤다.“김 회장, 지금 무례하게 뭐하는 짓이야! 감히 당주님을 건드려?”김예훈이 용현성마저 무시할 줄 몰랐는지 류서우는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그녀는 혈기가 솟구쳐 김예훈에 대한 두려움도 잊었다. 이때 그녀의 손짓하나에 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이 무기를 꺼내 분노에 차서 앞으로 돌진해 왔다.똑같이 동하임의 손짓에도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사방에서 나와 집법 부대 사람들을 가로막았다.집법 부대 사람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모두 강력한 시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곳은 동씨 가문의 구역이라 인원이 더 많은 건 사실이었다.힘이 균형을 이룬 쌍방은 서로 대치 상태에 들어섰다.류서우는 또 한 번 누군가에게 가로막힐 줄 몰랐는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동하임 씨,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동하임이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도련님을 해치려면 제 시체부터 먼저 밟고 가세요!”“너희들!”류서우는 이 모습을 보면서 어금니를 꽉 깨물더니 김예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당주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다 함께 묻어버릴 거예요!”김예훈을 직접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너무 많이 도저히 다가갈 수가 없었다.이때 장현준이 기세등등한 말투로 말했다.“김 회장, 하임 씨, 지금 이러는 거, 어떤
이때 용현성의 손짓 한에 몇몇 부하들이 앞으로 나서서 칼을 뽑아 들고 김예훈을 노려보았다.이 장면은 동하임의 얼굴을 순간적으로 어두워지게 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부당주님, 패쪽은 당주님이 저한테 맡긴 거라 누구도 가져갈 수 없고, 저보고 일본인에게 사과하라고요?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일본인이 저의 사과를 받을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세요?”“왜? 네가 그렇게 대단해?”용현성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김예훈, 내가 너의 다리를 부러뜨리지 않고 일본에 보내는 것으로 끝내는 것도 당주님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야. 그러니까 너무 잘난 척하지 마. 내가 나이 들어서 성격이 좋아져서 다행이지, 젊을 때였으면 너는 이미 머리가 날아가고 온 가족이 살해당했을 거야.”이 순간, 용현성은 언제든지 일어나 김예훈을 한방에 쳐 죽일 것만 같았다.“김 회장, 당주님은 용문당 내부에서 덕망이 높고 권력 있는 분인데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많은 배려를 한 거라고.”장현준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그러니까 절대 나대지 마. 당주님이 화를 내는 순간 너는 끝장이라고. 회장 패쪽을 내놓아야 할 뿐만 아니라 사과용으로 너의 사지를 부러뜨려 일본에 버릴 거라고. 너의 가족 또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야. 당주님은 단순히 용문당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용씨 가문도 대표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 대한민국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용씨 가문!”장현준은 소파에 편안히 기대어 앉아 말했다.“우리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패쪽을 내놓고 스스로 손발을 묶어. 내가 당주님을 위해 두번째 즐길 거리를 마련했는데 말이야. 당주님이 즐기는 데 방해가 되는 순간 네가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볼 거야.”류서우도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얼른 패쪽을 내놓고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요. 아니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류서우, 지금 날 협박해?”류서우는 눈가를 파르르 떨긴 했지만, 여전히 냉랭하게 말했다.“그렇게 이해하셔도 좋아요.”류
“나오키가 너를 죽일 수 있었는데 네가 용문당 이름으로 압박하는 바람에 생각에 잠겨있는 틈을 타 습격해서 죽였다는 것도 알아. 김예훈, 너는 정말 얼굴이 너무 두꺼운 거 아니야? 왜 그렇게 염치가 없는 거냐고.”용현성은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화가 잔뜩 나 있었다.김예훈은 멈칫하더니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힐끔 쳐다보았다.류서우 뒤에 서 있던 집법 부대 제자들은 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다.이로써 류서우가 용현성을 데려오기 위해 일부 진실을 숨겼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예를 들어 김예훈이 혼자서 타케이 가문을 모조리 때려눕혔다는 사실을 숨긴 채 김예훈이 용문당을 이용해 타케이 가문을 압박했다고 말했다.만약 용현성이 김예훈이 직접 나오키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감히 올 용기도 없었을 것이다.“부 당주님, 한 번만 더 설명해 드릴게요. 타케이 가문은 자결한 것이 맞아요. 용기가 대단해 일본 천황이 큰 상을 내리기로 했다니까요?”김예훈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미 진주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에요. 일본대사관 측에서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고요. 부당주님께서 만약 불만이 있으시면 그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도 좋아요. 소송에서 이기면 다시 이야기해 볼까요?”“너!”용현성은 화가 나서 할 말을 잃었다.‘김예훈 이 자식, 실력 있는 것도 모자라 말솜씨도 대단해.’김예훈이 일본대사관까지 거들먹거려 한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바로 이때, 장현준이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 어떻게 자결했는지는 김 회장이 나보다 더 잘 알잖아. 동씨 가문이 이 사건에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아부었는지 김 회장도 모를 리가 없잖아. 굳이 밝혀봤자 재미도 없을 것 같고. 실력이 뛰어난 데다 동씨 가문이 뒤를 봐주고 있어서 자신감이 넘치는 거 알아. 하지만 김 회장도 알겠지만, 이 세상에서 많은 일은 단순히 싸우고 죽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아. 이 바닥에서는 예의를 갖춰야 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데 당주님과 맞서
장현준이 봤을 때 자기가 진주에서 가지고있는 능력과 배경에 용현성의 세력까지 더하면 김예훈을 짓밟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다.어쨌든 본때를 보여주기 전에 중요한 일부터 처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이때 동하임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그러게요. 어르신들, 싸우려고 저희 동씨 가문에 사람을 불러달라고 한 건 아니죠? 먼저 일부터 해결하는 거 어떨까요?”용현성은 그제야 분노가 가라앉는 듯싶었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삿대질했다.“김예훈, 장현준 어르신과 동씨 가문이 네 편을 들어줘서 오늘 운이 좋은 줄 알아. 아니면 내가 뺨 한 대로 너같이 무례한 인생 후배를 죽여버렸을 거야. 그동안 내 손에 죽은 젊은이가 아마도 천명은 안 되어도 팔백 명은 될 거야.”용현성은 오른손 손바닥을 드러내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허세 그만 부리시고. 저를 살려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면 될까요?”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할 말이 있으면 하시고, 없으면 이만 가볼게요. 저는 아직 배가 고파서 야식 먹으러 가려고요.”“너!”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화를 냈다.거만한 사람은 얼마든지 봤어도 이 정도로 거만한 사람은 처음이었다.‘용현성 어르신 체면을 전혀 지켜주지 않네!’“그래. 본론으로 들어가지.”용현성은 이번에는 화를 억누르고 류서우 등을 말리면서 김예훈을 냉랭하게 쳐다보았다.“김예훈, 네가 부산 용문당 회장인 점을 이용해서 진주·밀양에서 함부로 행동하고 사람을 괴롭혔다면서? 심지어 일본 야마구치파도 모자라 타케이 가문까지 죽였다지? 야마구치파에서 이미 연락이 왔어. 용문당에서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네가 상대방과 어떤 원한을 가지고 있든, 야마구치파에서 책임을 따지기 시작한 이상 네가 반드시 책임져야 해.”용현성은 위엄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명령하는데 회장 패쪽을 넘기고 야마구치파에 사과하도록 해! 우리 용문당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런
“류서우, 우리 회장님한테 무례하면 안 되지.”장현준이 말했다.김예훈과 동하임을 발견했을 때 멈칫하더니 곧바로 이 두 사람을 알아보았다.비록 첫 만남이었지만 용현성을 응원하러 오는 것이었기에 김예훈의 자료를 미리 확인했었다.장현준은 배시시 웃으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류서우, 이분은 전설 속의 김예훈 회장이라고 해. 경기도 김 세자라고도 불리는데 신분이 어마어마할 정도라니까. 이런 분은 집법 부대에서 감히 맞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장현준이 류서우를 꾸짖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비난의 뜻은 없고 오히려 비꼬는 듯했다.김예훈의 신분을 알고는 있었지만 별로 존중의 뜻은 없었다.진주 사람이 봤을 때 경기도 김세자든 부산 용문당 회장이든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도 않았다.진주에서는 바짝 엎드려 다녀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번에 상대해야 할 사람이 눈앞에 서있는 사람인 것을 확인한 용현성은 자연스레 시선을 김예훈에게 돌렸다.류서우의 눈물겨운 호소를 듣고, 사진도 보고, 자료도 확인했지만, 실물을 보니 평범하디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옷차림이나 분위기, 모두 다 평범했다.김현민과 비교하면 정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용현성은 김예훈이 류서우 앞에서 어떻게 타케이 가문을 죽였는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이때 용현성이 담담하게 말했다.“류서우, 얼른 우리 김예훈 회장에게 사과해. 이따 시작되기도 전에 회장님이 홧김에 너를 죽여도 난 너를 지켜줄 수 없어.”“하긴, 김 회장님이 막무가내의 사람이라 당주님 앞에서 살인과 방화를 저지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죠.”류서우는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저 류서우, 회장님께 사과를 드릴게요. 죄송해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부디 저를 죽이지 말아주세요. 저 죽기 싫어요.”말 속에 가시가 있고, 비꼬는 말투를 보니 전혀 진심이 담겨있지 않았다.류서우의 말에 집법 부대 제자들도 김예훈을 흘겨보았다.‘이 모양 이 꼴을 하고서 왜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지? 정말 염치가 없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영국 황실에서 일했다고요? 황실 공주도 제 앞에서 체면을 세우지 못하는데 하인 주제에 내 앞에서 나이가 많다고 꼰대 짓을 하다니. 저는 절대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거예요.”김예훈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앞으로 걸어갔다.이 둘은 곧 엘리베이터를 타고 제일 꼭대기에 있는 공중 화원에 도착했다.150평 정도 되는 이곳에는 사방이 푸르른 식물로 둘러싸여 있었다.가장 가운데는 60평 정도의 회의실이 있었는데 벽에는 유명한 화가가 그린 그림도 걸려있었고, 주위에는 온통 고급 목재로 만들어진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우아하게 꾸며진 이곳은 꽤 정교하여 보기 드문 곳이었다.하지만 그렇게 정교하던 회의실이 지금은 엉망이었다.비싼 소파와 테이블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바닥에는 유리 조각들도 널려있었다.그 중심에는 두 명의 노인이 앉아있었다.한 명은 삼베옷을 입고, 수염과 머리가 하얗고, 네모난 얼굴에 위엄이 가득한 용현성이었다.다른 한 명은 외국인으로 턱시도를 입고 눈이 움푹 들어가 있었다. 살짝 술에 취한 것 같은데 그래도 기품은 좋았다.이 사람은 바로 총독을 하기도 하고 영국 황실에서 일했던 장현준이었다.그들의 뒤에는 열몇 명의 사람이 서 있었는데 가장 앞에 서있는 사람은 류서우였다.보아하니 모두 집법 부대의 사람들인 것 같았다.하나같이 태도가 거만하고 콧대가 높은 것이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었다.특히 류서우는 용현성이 뒤를 봐주자, 모든 사람을 무시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런 제기랄. 김예훈이랑 동하임은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이때 누군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장현준은 동씨 가문 하인인 줄 알고 욕설을 퍼부었다.“우리가 누군지 모르는 거야? 우리를 십몇 분이나 기다리게 해놓고,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장현준은 진주 1인자 포스를 풍기면서 차가운 표정으로 질문했다.“동씨 가문 사람들은 예의를 모르나? 그리고 김예훈이라는 놈은 자기 분수도 모르나 봐. 내가 오는 줄 알았으면 미리 와서 기다렸어야
김예훈이 놀라며 말했다.“대한민국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용씨 가문의 사람이라고요?”동하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좀 복잡하다는 거예요. 용씨 성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용문당 당주님과 같은 연배라 심지어 당주님이 형이라고 부른다고 했어요.”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재밌네요. 당주님의 형님이 집법 부대 부당주님이라니. 관계가 복잡하긴 하네요.”“그런데 류서우 씨가 그분을 총알받이로 이용하려고 하고 있어요. 제가 집법 부대의 체면을 세워줄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 평화를 위해서 가장 먼저 깃발부터 내려고 소란을 멈춰야 했지만 순진한 사람이더라고요. 용현성 같은 사람이 짓밟을 수 있었다면 저는 이미 몇 번이고 죽었을 거예요.”김예훈이 무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보아하니 류서우 씨 아직 수준이 낮은 것 같네요. 용문당 류씨 가문도 별거 없네요.”동하임이 한숨을 내쉬었다.“말은 이렇게 해도 조심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류서우 씨는 무시해도 용현성 씨는 젊은 시절에 진주를 휩쓸고 다니면서 인맥이 아주 넓거든요. 용문당 권력자들도 깍듯이 대할 정도라니까요. 진주·밀양 용문당 수장도 겸손한 것 같아 보여도 진주·밀양 지리적 위치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용현성 씨가 체면을 차리지 않고 진주·밀양 용문당 수장의 인력을 직접 끌어와서 도련님을 상대하는 것도 아주 복잡한 일이에요.”동하임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런데 도련님께서는 안심하셔도 돼요. 저희 동씨 가문은 어떻게든 도련님 편에 서 있을 거니까요.”김예훈은 고개를 돌리며 웃었다.“하임 씨, 걱정하지 마세요. 삼촌인 저만 믿으세요.”동하임은 흰자를 뒤집긴 해도 그의 자신감에 정신이 황홀해지는 느낌이었다.유럽 여자들은 감정에 있어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동하임도 반쯤 유럽인이라 그런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하지만 이전에 김예훈의 자료를 본 적 있는데 이미 그에게 아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늘 감정에 있어서 적극적이던 동하임은 아쉬울 따름이다.‘이런 사람은 김현민도
저녁 8시, 진주 시내 중심에 있는 한 건물.동씨 가문의 이 건물은 매년 임대료만 해도 엄청났다.건물 꼭대기에는 공중 화원도 있었는데 사계절 푸르른 이곳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이곳은 동씨 가문의 에너지가 가장 강한 곳이었기에 갑작스러운 만남 장소를 이곳으로 정했다.상대방이 어떤 수단을 쓰든, 이 자리에서 얼굴을 붉히든 제대로 맞설 자신이 있었다.세단을 타고 건물에 도착한 김예훈은 무심하게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비록 밤이었지만 도로에는 차도 그렇고 사람도 많이 다녔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쳐다보더니 피식 웃었다.“하임 씨, 여기가 풍수지리가 좋아 재물을 모으기 딱 좋은 곳이네요!”“이런 누추한 곳을 좋게 봐줘서 감사해요. 저희 동씨 가문은 여기서 겨우 생계를 이어가고 있을 뿐이에요.”검은 드레스를 입고있는 동하임은 지나가기만 해도 수많은 남자의 시선을 끌었다.이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빨개져서 짐승처럼 덮칠 것만 같았다.하지만 동하임 주위의 만만찮은 기세에 이들은 마음을 완전히 꺾어버렸다.동하임이 공손하게 김예훈을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도련님, 가시죠. 류서우 씨 일행과 8시에 만나기로 했어요. 지각해도 상관없으니까 서두를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쇼핑을 좋아하시면 아래층에 있는 면세점에 가서 한 바퀴 돌아도 되고요.”동하임은 자연스럽게 김예훈의 팔짱을 감싸고 연약한 여인의 모습을 하면서 건물로 들어갔다.이에 많은 동씨 가문 자제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우리 아가씨가 언제부터 이렇게 공손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었던 거지?’“면세점은 됐어요. 쇼핑을 별로 안 좋아해서요.”김예훈은 건물로 들어가면서 호기심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류서우 씨도 오는 거예요? 제 앞에 나타날 용기는 있대요?”“못 올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동하임은 콧방귀를 뀌었다.“도련님께서 하루 종일 쉬는 동안 류서우 씨가 용문당 내세우면서 얼마나 많은 일을 처리했는데요. 김현민도 만나고, 집법 부대 부당주님도 모셔 왔잖아요. 무슨 꿍꿍이인지는 만나
김예훈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는데 이미 저녁 6시였다.휴식하고 싶어서 무음 모드로 해놓은 바람에 오늘 오후 동하임의 전화를 열몇 통이나 받지 못했다. 직접 찾아온 걸 보니 급한 일이 있는 듯했다.동하림이 호텔 주소를 찾아낸 것도 아주 정상적인 일이었다.동하임의 신분과 능력으로 김예훈 하나 찾지 못한다면 동씨 가문도 진주에서 살아남을 이유가 없었다.김예훈은 옷을 갈아입고 나서야 문을 열었다.동하임은 어느샌가 검은색 샤넬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여전히 단발머리였지만 이 드레스는 마침 날씬하고 섹시한 이국적인 매력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이 모습에 김예훈조차도 눈앞이 밝아지는 느낌에 속으로 감탄했다.“하임 씨, 마침 룸서비스를 시켜볼까, 했는데 같이 식사하실래요?”김예훈은 몇 가지 음식을 주문해서 먹으면서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인데요?”동하임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도련님, 하루 종일 주무시느라 며칠이 지났는지도 모르죠? 오늘 아침에 용문당 부당주님이 집법 부대를 이끌고 찾아왔어요. 진주 지위가 특별한 것 때문에 오늘 오후에 부당주님께서 김예훈 도련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진주 기관에 요청을 보내왔어요.”김예훈이 흥미롭게 말했다.“제가 용문당 회장인데 저한테 직접 연락하지 않고 동씨 가문에 연락했다고요? 재밌네요. 동씨 가문에 자기 정체성을 알고, 누구의 편에 서야 하는지 말해주려는 거예요?”동하임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용전, 용문당, 용의 부대, 용연옥에도 공식적으로 서신을 보냈으니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닌 거죠. 이 각도에서 보면 저희 동씨 가문을 완전히 배제하려는 것 같아요. 이 서신으로 이미 용문당의 의지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으니까요.”“용문당의 의지요?”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용인주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신호가 없는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것은 부재중 음성뿐이었다.김예훈의 행동에 동하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저한테 전해달라고 하던데 용문당 당주님이 지금 무송에서 폐관 수련 중이니 찾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