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눈 밑에 검은 다크서클이 생긴 정민아가 회사로 걸어 들어갔다.그녀가 사무실로 들어가기도 전에, 견후가 사람들을 데리고 쳐들어왔다.그들의 허리에는 하나같이 총이 채워져 있었기에 회사의 경호팀도 쉽게 손을 쓸 수가 없었다.총을 가지고 왔다는 것은 사람을 죽일 각오도 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누가 감히 그들에게 덤비려고 하겠는가! 로열 가든 그룹의 임원들은 이미 어젯밤에 서로 얘기를 끝낸 후였다. 견후를 보자마자 바로 무릎을 꿇을 표정이었다. “정 대표님, 어젯밤 잘 생각하셨습니까.”견후가 맞은편의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 정민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차가운 눈빛의 정민아가 서늘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좋아요, 제가 로열 가든 그룹의 주식을 판다고 해도, 부산 견씨 가문에서 성의를 보여야 할 것 아닙니까?”견후는 놀라서 잠깐 멈칫했다. 그는 정민아가 요구를 받아들일 줄 몰랐다. 그는 웃으며 얘기했다. “그래요, 정 대표가 이렇게 시원하게 나오는데 내가 가격을 부르죠. 500원입니다.”말을 마친 견후가 주머니에서 동전 하나를 꺼내 바닥에 던졌다. 데구루루 굴러가는 소리가 조용한 공간을 채웠다. 그 동전이 정민아의 발 앞에 굴러가자 견후는 또 웃으며 얘기했다. “그리고 오늘 밤, 정 대표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마요. 성남 호텔의 로얄 스위트 룸에서 기다릴게요. 만약 오지 않는다면... 결과는 알아서 감수해야 할 겁니다.”헉. 사람들은 모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이 정도면 로열 가든 그룹을 사러 온 것이 아니라 뺏으러 온 것이었다. 부산 견씨 가문은 너무도 오만했다!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그런 오만함이었다!이때 그들은 대충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예전에 부산에서 온 사람들의 배후는 아마도 부산 견씨 가문일 것이다. 저번에 체면이 깎였으니, 이번에는 무조건 그 일을 만회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시가가 거의 1조가 되는 회사를 500원에 사겠다니? 이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인가! 정민아는 깊게
오만하다!강압적이다!잔인하다! 이게 바로 모두가 부산 견씨 가문에 대한 평가였다. 이 자리에 있는 임원들은 모두 하나같이 벌벌 떨고 있었다. 어젯밤, 다들 부산 견씨 가문의 뜻을 거스른 사람들의 온 가족이 전부 행방불명되었다는 찌라시를 들었다. 임원들은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 툭. 견후의 비서가 계약서를 정민아 앞으로 던지며 덤덤하게 얘기했다. “우리 도련님의 뜻은 알아들으셨겠죠? 돈을 챙기시고 계약서에 사인하세요. 그리고 돌아가 깨끗하게 씻고 알아서 찾아오세요, 알겠습니까? 또, 만약 정 대표님이 사인하지 않는다면 오늘 밤, 우리 도련님께서 정군 님, 임은숙 님, 그리고 정소현 양까지 초대해 같이 저녁을 대접하려고 하니...”이런 말을 하는 비서의 표정은 매우 매너 있어 보였지만 뱉어내는 말은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가족들이 그의 손에 들어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게다가 정소현은 아직 어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아이인데...그 생각에 정민아는 진짜 무서워졌다. “당신...”정민아는 견후를 가리키며 욕도 뱉지 못했다. 그녀는 견후가 자기 가족을 건드릴까 봐 무서웠다. 선을 지키지 않는 사람 앞에서, 정민아는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정 대표님,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입니다. 포기하시죠.”“그래요, 정 대표님. 견후 선생님께서 이미 우리를 많이 봐주신 겁니다. 들어보니 다른 곳에서는 바로 칼과 총을 꺼내 들었다고 해요!”“맞아요, 정 대표님. 더 이상 억지로 버티려고 하지 마세요.”로열 가든 그룹의 임원들은 낮은 목소리로 정민아에게 얘기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있어서 주식을 파는 것은 그저 상사가 바뀌는 격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견후가 그들에게 더욱 높은 월급을 줄지도 모른다. 전에 임씨 부자를 배신했던 것처럼, 지금은 바로 정민아를 배신할 수 있었다. 이건 회사를 구매하는 가장 큰 단점이었다. 바로 짧은 시간 안에 자기가 믿을만한 사람을 고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직원들, 그리고 임원들도 로
김예훈은 고개를 돌려 견후를 한번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지금 내가 내 아내랑 얘기하는 거 안 보여? 네가 뭔데 끼어들어? 아무 곳에나 가서 앉아서 기다려.”“너...!”견후는 화가 나서 이를 뿌득뿌득 갈았다. 그리고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차갑게 웃으며 얘기했다. “얘기해. 네게 유언을 말할 시간을 주지. 곧 너와 네 아내를 같이 저승으로 보내주마! 아니, 너는 잠시 더 살려주도록 할게. 네 두 눈으로 내가 네 아내를 짓밟는 모습을 지켜봐! 그리고 다시 보내주지!”견후는 차갑게 웃었다. 그는 김예훈을 쉽게 죽여줄 생각이 없었다.퍽. 김예훈은 바로 견후의 뺨을 내리쳤다. 그 모습에 사람들이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수많은 시선 가운데서, 김예훈이 차갑게 얘기했다.“네가 누구인지는 관심 없어! 하지만 잘 기억해. 여기 성남은 네가 날고뛰어봤자 결국 내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야! 그리고, 감히 내 아내를 울리다니. 3초 시간 준다. 얼른 무릎 꿇고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오늘 여기가 네 무덤이 될 거야!”“감히...!”이때 견후가 데려온 사람들도 화가 치밀어 올라 하나같이 허리춤에 있던 총을 꺼내 들고 김예훈을 조준했다. 견후의 명령 한 마디면 바로 총을 쏠 기세였다. “끝장이다!”로열 가든 그룹의 임원들은 놀라서 바지에 실수를 할 정도였다.그들은 데릴사위인 김예훈이 이렇게 강압적인 태도로 나가며 바로 견후의 뺨을 후려칠 줄은 몰랐다.이건 그냥 죽여달라는 것과 같지 않은가!죽고 싶으면 혼자 죽을 것이지, 그들까지 엮어서 같이 죽으려는 것인지!그 생각에 임원들은 바로 울상이 되었다.그 모습을 본 김예훈의 시선이 차갑게 얼어붙었다.총 같은 화기는 위험한 물건이라서 보통 사람들이 가지고 다닐 수 없다. 하지만 부산 견씨 가문은 지금 총을 몸에 지니고 다닐 정도로 오만방자함이 하늘을 찔렀다. 법과 규칙을 전혀 개의치 않는 사람들이다.자기가 군부대에 있으면서, 전장에 나가서 열심히 피 흘려 싸워서 보호한 게 고작 이런 인간 말종
로열 가든 그룹 밖. 견후는 차갑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조금 부어오른 얼굴을 부여잡았다. 그는 살기를 내뿜으며 비서를 노려보았다. “아까 왜 나를 막아 나선 거야!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않으면 너부터 죽일 거다!”비서는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도련님, 저희가 성남에 도착하기 전에 어르신이 저에게 신신당부했습니다. 이런 일은 도련님이 직접 손을 쓰게 하지 말고, 또 도련님이 보는 앞에서 저희도 손을 쓰지 말라고요. 성남은 부산이 아니니, 우리 부산 견씨 가문은 이곳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데 아닙니다. 게다가 다른 10대 명문가들도 성남에 왔으니 도련님은 책잡힐 행동을 하면 안 됩니다. 그리고 김예훈이라는 그 자식, 제가 알아본 데 의하면 김세자와 긴밀한 관계라서 그를 죽였다가는 김세자가 저희를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믿는 구석이 있는 게 확실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찌 감히 도련님의 몸에 손을 댈 생각을 하겠습니까?”비서의 말을 들은 견후는 그제야 이성을 찾고 차갑게 얘기했다.“틀린 말은 아니군. 그 자식이 나를 때리다니. 멍청한 게 아니라면 믿는 구석이 있어서겠지. 그 함정에 빠져들면 괜히 일만 복잡해지겠군. 그리고 김예훈과 김세자는 그저 같은 여자를 공유하는 관계일 뿐이야! 김세자를 무서워할 필요 없어!”비서는 열심히 얘기했다.“도련님, 김세자를 쉽게 보지 마세요. 제가 들은 소식에 의하면, 김씨 가문 이일매는 바로 김세자 때문에 진주로 물러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김병욱도 지금 빅토리아 항구에서 숨을 죽인 채 다른 곳으로 나설 생각도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김세자를 우습게 봤다가는 큰코다칠 겁니다. 그리고 또 다른 소식을 들었는데, 바로 전설 속의 총사령관이 성남에 거주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우리는 움직일 때 신중해야 합니다. 고작 이런 기업, 이런 사람은 손에 넣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은 김예훈이 나타났으니 잠시 그를 내버려 두어야 합니다.”견후는 차갑게 얘기했다.“그럼 네 뜻은, 우리가 지금 로열 가든 그룹을 매수할 방법이 없
견후의 눈빛이 삽시에 변하더니 곧 차가운 웃음을 흘리며 얘기했다.“임수환 어르신이 온다면 우리는 잠시 라벤더 재단과 손을 잡는다. 그리고 그들이 김세자와 CY그룹을 해치우면 내가 다시 김예훈을 직접 죽이도록 하지. 김세자라는 배후가 없어진 쓰레기 김예훈이 어떻게 날뛰는지 한번 지켜보도록 하겠어. 그리고 정민아라는 여자는 꼭 내가 가진다!”견후의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들으며 음산한 웃음을 지었다. 지금까지 몇 년 동안, 도련님이 마음먹은 일은 무조건 해냈다. 고작 데릴사위 따위인 김예훈은 앉아서 죽을 날만 손꼽아 기다려야 할 것이다!”...리카 제국 코라의 로키산맥. 예전에 리카 제국의 학자들은 이 산맥이 바로 고서 “산해경” 중 동산경에서 등장하는 신비한 산맥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로키산맥의 골짜기에는 조금 오래되어 보이는 절이 있었다. 그 절에는 불상 하나 없이 그저 짚으로 만든 멍석이 있었는데 누군가 오랜 시간 앉아있은 흔적이 있었다. 평소 이 시간에는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고용인이 와서 청소한다. 하지만 이곳은 리카 제국의 코라 주장도 감히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다. 이곳은 바로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가장 신비주의인 어르신, 임수환이 수련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계 리카 제국인이지만 젊을 때는 리카 제국의 독사 부대에서 군인으로 활동했다. 한국계 리카 제국인이지만 그는 자신의 실력으로 강한 사람들로 득실거리는 독사 부대에서 리카 제국의 최연소 대장이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대장이 십여 년 전에, 자신의 전성기에서 갑자기 퇴역했다. 퇴역 후, 그는 로키산맥의 절에서 홀로 수련하며 세상일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하지만 오늘,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직계 가족이 찾아왔다.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세자 후보인 중 하나인 임도윤이 예의 있게 절에 찾아와 향을 피우고 큰절을 한 다음 잠긴 목소리로 얘기했다.“어르신, 저희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 한국 시장을 열려던 계획이 다른 사람에 의해 망쳐졌습니다. 이번에 한국에
임해는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사람은 아니지만 보통은 임수환 어르신의 대변인이었다. 그래서 임도윤도 그를 존중하고 공경해야 했다. 임해가 담담하게 얘기했다.“임도윤 도련님, 먼저 돌아가세요. 어르신께서 얘기하셨습니다. 이번 일에 무조건 참여하겠다고, 그리고 임재훈 어르신을 건드린 자는 꼭 죽을 것이라고요.”“알겠습니다! 임수환 어르신께 감사드립니다!”임도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임수환이 드디어 산을 나선다니!임수환이 나선다는 것은 CY그룹의 파멸이 멀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 김세자도 꼭 죽을 것이다.임수환의 힘은 개인의 힘과 상관이 없었다. 그의 권력이 너무 강하기에 그가 원하기만 한다면 못 할 일은 없었다.어느새 임수환이 산을 나선다는 소문이 리카 제국 코라에 퍼졌다. 그리고 은밀한 경로를 통해 성남에 전달되었다.임수환 같은 전설 속의 인물이 곧 성남에 온다는 소식에 다른 지역 가문의 사람들과 권력자들은 폭풍전야 속에서 사는 기분이었다.성남의 일인자가 곧 바뀔 모양이다! 많은 가문들과 세력이 그에 따른 준비를 하며 앞으로 변하게 될 형세에서 한바탕 이득을 얻을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그러던 중, 임수환이 산을 떠날 시간이 정식적으로 정해졌다. 듣자 하니 성남의 투자유치대회에서 정식적으로 얼굴을 드러낼 것이라고 한다. 그 뜻은 자세히 생각해 보면 무서운 것이었다.리카 제국 임씨 가문은 단지 복수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닌, 거친 파도처럼 성남을 덮치려고 하고 있었다. ...이튿날. 성남 국제 공항. 공항 전체가 텅 비어버렸다.금릉 권씨 가문, 부산 견씨 가문, 서울 하씨 가문 등 10대 명문가들의 성남 대표들이 모여있었다. 라벤더 재단 등 해외 세력의 대표들도 전부 모였다. 평소에 발걸음 한 번으로도 성남을 떠들썩하게 할 수 있는 사람들도 지금은 성남의 국제 공항에 모여 그분이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새 커다란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했다. 그 주변으로 열 대 정도의 전투기가 그를 호위하고 있었다. 비행기가 착륙한
소문에 의하면 이 4대 장병들은 임수환이 직접 키운 사람들로 수년간 그의 곁에서 수련하며 전보다 실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한다. 전의 두 코라 챔피언은 독사 부대의 장병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다. 이 네 사람이 나선다면 한 사람당 천 명이 되는 정예부대를 해치울 수 있을 정도다. 퇴역했지만 그들은 국방부 무신이 될 자격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이런 사람들은 너무도 무서웠다. 그래서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실체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무서워서 벌벌 떨고 있었다.“임수환 어르신을 환영합니다!”임수환이 걸어나오자 각 가문과 세력의 대표들이 나와서 허리를 굽히며 인사했다.한국의 10대 명문가라고 해도 지금은 그의 앞에서 고개를 조아려야 한다. 이 대표들은 10대 명문가의 주요 인물이 아니기에 임수환 앞에서 그를 똑바로 바라볼 자격이 없었다. 심지어 만약 임수환이 그들을 바로 때려죽이더라도 임수환이 무서워 한국의 10대 명문가에서는 찍소리도 못할 것이다. 이게 바로 임수환의 힘이다!혼자서도 한 개 가문을 내리 누를 수 있는 힘!아무리 돈이 많아도, 강한 권력을 쥐고 있어도, 또 높은 지위에 있다고 해도 임수환 앞에서 먼지만도 못한 것이었다. 이때 성남 임씨 가문 사람들은 임도윤의 눈치를 본 후 임옥희를 앞세워 나서서 임수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임옥희가 제일 먼저 비통한 심정으로 입을 열었다.“어르신, 꼭 저희를 위해 힘 써주셔야 합니다! 제가 무능하여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체면을 깎았습니다!”임옥희는 이미 자존심 따위는 버린 지 오랬다. 그들의 노예가 된 후부터, 자존심은 이미 사라졌다. 성남 임씨 가문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바닥에 꿇어앉아 감히 고개를 들어 임수환을 바라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얼굴을 바닥에 대고 있었다.임수환이 뒷짐을 쥔 채 차갑게 물었다.“CY그룹 때문에?”임옥희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임도윤이 옆에서 말을 덧붙였다. “어르신께서 아실지는 모르겠지만, CY그룹은 김씨 가문에서 버려진 김세
임해가 고개를 끄덕이고 얘기했다.“아버님은 걱정하지 마십쇼. 제가 이미 사람을 시켜 경기도의 모든 인력을 동원하여 알아보라고 했으니 곧 소식이 있을 겁니다. 임수환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제대로 알아보기 전까지, 그는 절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부대의 대장이던 그는 보통 사람처럼 충동적이지 않았다. 임수환의 태도를 본 대표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한숨을 돌렸다. 솔직히 말하면 CY그룹이 있는 한 그들은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한다. 너무 대놓고 나서면 안 된다. 그래서 그들은 하루하루가 숨 막히는 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임수환이 나서기만 한다면 CY그룹은 곧 없어질 것이었다.그러면 그들은 성남에서 하고 싶은 일을 다 할 것이다. 특히는 앞으로의 투자유치대회에서 가질 수 있는 이득은 다 손에 넣어 벌 수 있는 만큼 벌어들일 것이다. 성남을 위해서 공헌하라고?웃기는 소리!그들은 남 좋은 일을 하기 위해 성남에 모인 것이 아니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해서이다. 다른 사람들은 식량이 없어 굶어 죽지만 그들은 돈이 없으면 죽을 사람들이다. 이건 농담이 아닌 진심인 말이다. ...공항을 떠난 후, 견후는 성남 호텔의 로얄 스위트룸에 와서 흥분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재미있군! 임수환 어르신이 왔을 뿐만 아니라 그의 양아들과 그가 키운 4대 장병도 왔으니. 성남에서 크게 한바탕 해볼 생각인 건가! 우리는 무조건 로열 가든 그룹을 손에 넣을 것이다!”부산 견씨 가문에게 있어서 성남은 그저 자원이 풍부한 디딤돌 같은 것이었다. 성남부터 시작해서 경기도 전체를 먹어버릴 수 있는 생각을 했기에 그들은 한시라도 빨리 성남을 손에 넣고 싶었다.그리고 로열 가든 그룹은 부산 견씨 가문이 심사숙고해서 고른 회사였다. 한 개 도시의 발전에 있어 부동산은 가장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로열 가든 그룹이 성남 부동산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니 다른 가문과 세력도 눈독을 들이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로열 가든
김예훈의 발에 짓밟힌 용현성은 끊임없이 몸부림쳤고, 얼굴에는 발자국과 손자국이 나있는 채로 무척이나 비참한 모습이었다.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김예훈의 발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저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많은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비비기도 하고,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특히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아무도 김예훈이 이 정도로 대담하게 행동할 줄 몰랐다.용현성의 뺨을 때린 것도 모자라 그의 얼굴을 바닥에 짓밟다니.이는 용문당 장관회의 체면을 짓밟은 것도 모자라 용씨 가문의 체면을 짓밟은 것과도 같았다.모두가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장현준이 제일 먼저 반응하고 소리쳤다.“김 회장, 지금 무례하게 뭐하는 짓이야! 감히 당주님을 건드려?”김예훈이 용현성마저 무시할 줄 몰랐는지 류서우는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그녀는 혈기가 솟구쳐 김예훈에 대한 두려움도 잊었다. 이때 그녀의 손짓하나에 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이 무기를 꺼내 분노에 차서 앞으로 돌진해 왔다.똑같이 동하임의 손짓에도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사방에서 나와 집법 부대 사람들을 가로막았다.집법 부대 사람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모두 강력한 시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곳은 동씨 가문의 구역이라 인원이 더 많은 건 사실이었다.힘이 균형을 이룬 쌍방은 서로 대치 상태에 들어섰다.류서우는 또 한 번 누군가에게 가로막힐 줄 몰랐는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동하임 씨,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동하임이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도련님을 해치려면 제 시체부터 먼저 밟고 가세요!”“너희들!”류서우는 이 모습을 보면서 어금니를 꽉 깨물더니 김예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당주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다 함께 묻어버릴 거예요!”김예훈을 직접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너무 많이 도저히 다가갈 수가 없었다.이때 장현준이 기세등등한 말투로 말했다.“김 회장, 하임 씨, 지금 이러는 거, 어떤
이때 용현성의 손짓 한에 몇몇 부하들이 앞으로 나서서 칼을 뽑아 들고 김예훈을 노려보았다.이 장면은 동하임의 얼굴을 순간적으로 어두워지게 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부당주님, 패쪽은 당주님이 저한테 맡긴 거라 누구도 가져갈 수 없고, 저보고 일본인에게 사과하라고요?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일본인이 저의 사과를 받을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세요?”“왜? 네가 그렇게 대단해?”용현성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김예훈, 내가 너의 다리를 부러뜨리지 않고 일본에 보내는 것으로 끝내는 것도 당주님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야. 그러니까 너무 잘난 척하지 마. 내가 나이 들어서 성격이 좋아져서 다행이지, 젊을 때였으면 너는 이미 머리가 날아가고 온 가족이 살해당했을 거야.”이 순간, 용현성은 언제든지 일어나 김예훈을 한방에 쳐 죽일 것만 같았다.“김 회장, 당주님은 용문당 내부에서 덕망이 높고 권력 있는 분인데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많은 배려를 한 거라고.”장현준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그러니까 절대 나대지 마. 당주님이 화를 내는 순간 너는 끝장이라고. 회장 패쪽을 내놓아야 할 뿐만 아니라 사과용으로 너의 사지를 부러뜨려 일본에 버릴 거라고. 너의 가족 또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야. 당주님은 단순히 용문당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용씨 가문도 대표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 대한민국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용씨 가문!”장현준은 소파에 편안히 기대어 앉아 말했다.“우리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패쪽을 내놓고 스스로 손발을 묶어. 내가 당주님을 위해 두번째 즐길 거리를 마련했는데 말이야. 당주님이 즐기는 데 방해가 되는 순간 네가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볼 거야.”류서우도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얼른 패쪽을 내놓고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요. 아니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류서우, 지금 날 협박해?”류서우는 눈가를 파르르 떨긴 했지만, 여전히 냉랭하게 말했다.“그렇게 이해하셔도 좋아요.”류
“나오키가 너를 죽일 수 있었는데 네가 용문당 이름으로 압박하는 바람에 생각에 잠겨있는 틈을 타 습격해서 죽였다는 것도 알아. 김예훈, 너는 정말 얼굴이 너무 두꺼운 거 아니야? 왜 그렇게 염치가 없는 거냐고.”용현성은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화가 잔뜩 나 있었다.김예훈은 멈칫하더니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힐끔 쳐다보았다.류서우 뒤에 서 있던 집법 부대 제자들은 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다.이로써 류서우가 용현성을 데려오기 위해 일부 진실을 숨겼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예를 들어 김예훈이 혼자서 타케이 가문을 모조리 때려눕혔다는 사실을 숨긴 채 김예훈이 용문당을 이용해 타케이 가문을 압박했다고 말했다.만약 용현성이 김예훈이 직접 나오키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감히 올 용기도 없었을 것이다.“부 당주님, 한 번만 더 설명해 드릴게요. 타케이 가문은 자결한 것이 맞아요. 용기가 대단해 일본 천황이 큰 상을 내리기로 했다니까요?”김예훈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미 진주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에요. 일본대사관 측에서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고요. 부당주님께서 만약 불만이 있으시면 그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도 좋아요. 소송에서 이기면 다시 이야기해 볼까요?”“너!”용현성은 화가 나서 할 말을 잃었다.‘김예훈 이 자식, 실력 있는 것도 모자라 말솜씨도 대단해.’김예훈이 일본대사관까지 거들먹거려 한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바로 이때, 장현준이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 어떻게 자결했는지는 김 회장이 나보다 더 잘 알잖아. 동씨 가문이 이 사건에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아부었는지 김 회장도 모를 리가 없잖아. 굳이 밝혀봤자 재미도 없을 것 같고. 실력이 뛰어난 데다 동씨 가문이 뒤를 봐주고 있어서 자신감이 넘치는 거 알아. 하지만 김 회장도 알겠지만, 이 세상에서 많은 일은 단순히 싸우고 죽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아. 이 바닥에서는 예의를 갖춰야 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데 당주님과 맞서
장현준이 봤을 때 자기가 진주에서 가지고있는 능력과 배경에 용현성의 세력까지 더하면 김예훈을 짓밟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다.어쨌든 본때를 보여주기 전에 중요한 일부터 처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이때 동하임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그러게요. 어르신들, 싸우려고 저희 동씨 가문에 사람을 불러달라고 한 건 아니죠? 먼저 일부터 해결하는 거 어떨까요?”용현성은 그제야 분노가 가라앉는 듯싶었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삿대질했다.“김예훈, 장현준 어르신과 동씨 가문이 네 편을 들어줘서 오늘 운이 좋은 줄 알아. 아니면 내가 뺨 한 대로 너같이 무례한 인생 후배를 죽여버렸을 거야. 그동안 내 손에 죽은 젊은이가 아마도 천명은 안 되어도 팔백 명은 될 거야.”용현성은 오른손 손바닥을 드러내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허세 그만 부리시고. 저를 살려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면 될까요?”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할 말이 있으면 하시고, 없으면 이만 가볼게요. 저는 아직 배가 고파서 야식 먹으러 가려고요.”“너!”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화를 냈다.거만한 사람은 얼마든지 봤어도 이 정도로 거만한 사람은 처음이었다.‘용현성 어르신 체면을 전혀 지켜주지 않네!’“그래. 본론으로 들어가지.”용현성은 이번에는 화를 억누르고 류서우 등을 말리면서 김예훈을 냉랭하게 쳐다보았다.“김예훈, 네가 부산 용문당 회장인 점을 이용해서 진주·밀양에서 함부로 행동하고 사람을 괴롭혔다면서? 심지어 일본 야마구치파도 모자라 타케이 가문까지 죽였다지? 야마구치파에서 이미 연락이 왔어. 용문당에서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네가 상대방과 어떤 원한을 가지고 있든, 야마구치파에서 책임을 따지기 시작한 이상 네가 반드시 책임져야 해.”용현성은 위엄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명령하는데 회장 패쪽을 넘기고 야마구치파에 사과하도록 해! 우리 용문당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런
“류서우, 우리 회장님한테 무례하면 안 되지.”장현준이 말했다.김예훈과 동하임을 발견했을 때 멈칫하더니 곧바로 이 두 사람을 알아보았다.비록 첫 만남이었지만 용현성을 응원하러 오는 것이었기에 김예훈의 자료를 미리 확인했었다.장현준은 배시시 웃으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류서우, 이분은 전설 속의 김예훈 회장이라고 해. 경기도 김 세자라고도 불리는데 신분이 어마어마할 정도라니까. 이런 분은 집법 부대에서 감히 맞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장현준이 류서우를 꾸짖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비난의 뜻은 없고 오히려 비꼬는 듯했다.김예훈의 신분을 알고는 있었지만 별로 존중의 뜻은 없었다.진주 사람이 봤을 때 경기도 김세자든 부산 용문당 회장이든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도 않았다.진주에서는 바짝 엎드려 다녀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번에 상대해야 할 사람이 눈앞에 서있는 사람인 것을 확인한 용현성은 자연스레 시선을 김예훈에게 돌렸다.류서우의 눈물겨운 호소를 듣고, 사진도 보고, 자료도 확인했지만, 실물을 보니 평범하디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옷차림이나 분위기, 모두 다 평범했다.김현민과 비교하면 정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용현성은 김예훈이 류서우 앞에서 어떻게 타케이 가문을 죽였는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이때 용현성이 담담하게 말했다.“류서우, 얼른 우리 김예훈 회장에게 사과해. 이따 시작되기도 전에 회장님이 홧김에 너를 죽여도 난 너를 지켜줄 수 없어.”“하긴, 김 회장님이 막무가내의 사람이라 당주님 앞에서 살인과 방화를 저지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죠.”류서우는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저 류서우, 회장님께 사과를 드릴게요. 죄송해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부디 저를 죽이지 말아주세요. 저 죽기 싫어요.”말 속에 가시가 있고, 비꼬는 말투를 보니 전혀 진심이 담겨있지 않았다.류서우의 말에 집법 부대 제자들도 김예훈을 흘겨보았다.‘이 모양 이 꼴을 하고서 왜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지? 정말 염치가 없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영국 황실에서 일했다고요? 황실 공주도 제 앞에서 체면을 세우지 못하는데 하인 주제에 내 앞에서 나이가 많다고 꼰대 짓을 하다니. 저는 절대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거예요.”김예훈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앞으로 걸어갔다.이 둘은 곧 엘리베이터를 타고 제일 꼭대기에 있는 공중 화원에 도착했다.150평 정도 되는 이곳에는 사방이 푸르른 식물로 둘러싸여 있었다.가장 가운데는 60평 정도의 회의실이 있었는데 벽에는 유명한 화가가 그린 그림도 걸려있었고, 주위에는 온통 고급 목재로 만들어진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우아하게 꾸며진 이곳은 꽤 정교하여 보기 드문 곳이었다.하지만 그렇게 정교하던 회의실이 지금은 엉망이었다.비싼 소파와 테이블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바닥에는 유리 조각들도 널려있었다.그 중심에는 두 명의 노인이 앉아있었다.한 명은 삼베옷을 입고, 수염과 머리가 하얗고, 네모난 얼굴에 위엄이 가득한 용현성이었다.다른 한 명은 외국인으로 턱시도를 입고 눈이 움푹 들어가 있었다. 살짝 술에 취한 것 같은데 그래도 기품은 좋았다.이 사람은 바로 총독을 하기도 하고 영국 황실에서 일했던 장현준이었다.그들의 뒤에는 열몇 명의 사람이 서 있었는데 가장 앞에 서있는 사람은 류서우였다.보아하니 모두 집법 부대의 사람들인 것 같았다.하나같이 태도가 거만하고 콧대가 높은 것이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었다.특히 류서우는 용현성이 뒤를 봐주자, 모든 사람을 무시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런 제기랄. 김예훈이랑 동하임은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이때 누군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장현준은 동씨 가문 하인인 줄 알고 욕설을 퍼부었다.“우리가 누군지 모르는 거야? 우리를 십몇 분이나 기다리게 해놓고,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장현준은 진주 1인자 포스를 풍기면서 차가운 표정으로 질문했다.“동씨 가문 사람들은 예의를 모르나? 그리고 김예훈이라는 놈은 자기 분수도 모르나 봐. 내가 오는 줄 알았으면 미리 와서 기다렸어야
김예훈이 놀라며 말했다.“대한민국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용씨 가문의 사람이라고요?”동하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좀 복잡하다는 거예요. 용씨 성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용문당 당주님과 같은 연배라 심지어 당주님이 형이라고 부른다고 했어요.”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재밌네요. 당주님의 형님이 집법 부대 부당주님이라니. 관계가 복잡하긴 하네요.”“그런데 류서우 씨가 그분을 총알받이로 이용하려고 하고 있어요. 제가 집법 부대의 체면을 세워줄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 평화를 위해서 가장 먼저 깃발부터 내려고 소란을 멈춰야 했지만 순진한 사람이더라고요. 용현성 같은 사람이 짓밟을 수 있었다면 저는 이미 몇 번이고 죽었을 거예요.”김예훈이 무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보아하니 류서우 씨 아직 수준이 낮은 것 같네요. 용문당 류씨 가문도 별거 없네요.”동하임이 한숨을 내쉬었다.“말은 이렇게 해도 조심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류서우 씨는 무시해도 용현성 씨는 젊은 시절에 진주를 휩쓸고 다니면서 인맥이 아주 넓거든요. 용문당 권력자들도 깍듯이 대할 정도라니까요. 진주·밀양 용문당 수장도 겸손한 것 같아 보여도 진주·밀양 지리적 위치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용현성 씨가 체면을 차리지 않고 진주·밀양 용문당 수장의 인력을 직접 끌어와서 도련님을 상대하는 것도 아주 복잡한 일이에요.”동하임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런데 도련님께서는 안심하셔도 돼요. 저희 동씨 가문은 어떻게든 도련님 편에 서 있을 거니까요.”김예훈은 고개를 돌리며 웃었다.“하임 씨, 걱정하지 마세요. 삼촌인 저만 믿으세요.”동하임은 흰자를 뒤집긴 해도 그의 자신감에 정신이 황홀해지는 느낌이었다.유럽 여자들은 감정에 있어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동하임도 반쯤 유럽인이라 그런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하지만 이전에 김예훈의 자료를 본 적 있는데 이미 그에게 아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늘 감정에 있어서 적극적이던 동하임은 아쉬울 따름이다.‘이런 사람은 김현민도
저녁 8시, 진주 시내 중심에 있는 한 건물.동씨 가문의 이 건물은 매년 임대료만 해도 엄청났다.건물 꼭대기에는 공중 화원도 있었는데 사계절 푸르른 이곳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이곳은 동씨 가문의 에너지가 가장 강한 곳이었기에 갑작스러운 만남 장소를 이곳으로 정했다.상대방이 어떤 수단을 쓰든, 이 자리에서 얼굴을 붉히든 제대로 맞설 자신이 있었다.세단을 타고 건물에 도착한 김예훈은 무심하게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비록 밤이었지만 도로에는 차도 그렇고 사람도 많이 다녔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쳐다보더니 피식 웃었다.“하임 씨, 여기가 풍수지리가 좋아 재물을 모으기 딱 좋은 곳이네요!”“이런 누추한 곳을 좋게 봐줘서 감사해요. 저희 동씨 가문은 여기서 겨우 생계를 이어가고 있을 뿐이에요.”검은 드레스를 입고있는 동하임은 지나가기만 해도 수많은 남자의 시선을 끌었다.이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빨개져서 짐승처럼 덮칠 것만 같았다.하지만 동하임 주위의 만만찮은 기세에 이들은 마음을 완전히 꺾어버렸다.동하임이 공손하게 김예훈을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도련님, 가시죠. 류서우 씨 일행과 8시에 만나기로 했어요. 지각해도 상관없으니까 서두를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쇼핑을 좋아하시면 아래층에 있는 면세점에 가서 한 바퀴 돌아도 되고요.”동하임은 자연스럽게 김예훈의 팔짱을 감싸고 연약한 여인의 모습을 하면서 건물로 들어갔다.이에 많은 동씨 가문 자제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우리 아가씨가 언제부터 이렇게 공손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었던 거지?’“면세점은 됐어요. 쇼핑을 별로 안 좋아해서요.”김예훈은 건물로 들어가면서 호기심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류서우 씨도 오는 거예요? 제 앞에 나타날 용기는 있대요?”“못 올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동하임은 콧방귀를 뀌었다.“도련님께서 하루 종일 쉬는 동안 류서우 씨가 용문당 내세우면서 얼마나 많은 일을 처리했는데요. 김현민도 만나고, 집법 부대 부당주님도 모셔 왔잖아요. 무슨 꿍꿍이인지는 만나
김예훈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는데 이미 저녁 6시였다.휴식하고 싶어서 무음 모드로 해놓은 바람에 오늘 오후 동하임의 전화를 열몇 통이나 받지 못했다. 직접 찾아온 걸 보니 급한 일이 있는 듯했다.동하림이 호텔 주소를 찾아낸 것도 아주 정상적인 일이었다.동하임의 신분과 능력으로 김예훈 하나 찾지 못한다면 동씨 가문도 진주에서 살아남을 이유가 없었다.김예훈은 옷을 갈아입고 나서야 문을 열었다.동하임은 어느샌가 검은색 샤넬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여전히 단발머리였지만 이 드레스는 마침 날씬하고 섹시한 이국적인 매력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이 모습에 김예훈조차도 눈앞이 밝아지는 느낌에 속으로 감탄했다.“하임 씨, 마침 룸서비스를 시켜볼까, 했는데 같이 식사하실래요?”김예훈은 몇 가지 음식을 주문해서 먹으면서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인데요?”동하임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도련님, 하루 종일 주무시느라 며칠이 지났는지도 모르죠? 오늘 아침에 용문당 부당주님이 집법 부대를 이끌고 찾아왔어요. 진주 지위가 특별한 것 때문에 오늘 오후에 부당주님께서 김예훈 도련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진주 기관에 요청을 보내왔어요.”김예훈이 흥미롭게 말했다.“제가 용문당 회장인데 저한테 직접 연락하지 않고 동씨 가문에 연락했다고요? 재밌네요. 동씨 가문에 자기 정체성을 알고, 누구의 편에 서야 하는지 말해주려는 거예요?”동하임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용전, 용문당, 용의 부대, 용연옥에도 공식적으로 서신을 보냈으니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닌 거죠. 이 각도에서 보면 저희 동씨 가문을 완전히 배제하려는 것 같아요. 이 서신으로 이미 용문당의 의지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으니까요.”“용문당의 의지요?”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용인주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신호가 없는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것은 부재중 음성뿐이었다.김예훈의 행동에 동하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저한테 전해달라고 하던데 용문당 당주님이 지금 무송에서 폐관 수련 중이니 찾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