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 가든 그룹은 오늘 성남시의 모든 언론사의 주목을 받았다.지금 누군가 로열 가든 그룹 정문에서 무릎을 꿇고 있어 많은 사람이 바로 달려와 이 모습을 찍었다.지금, 이 상황은 명문 가문이 되고 싶은 임씨 가문 사람들한테는 대단한 수치다.이들의 체면과 자존심은 지금 사람들한테 짓밟혔다.이 순간 이들은 마음속으로 맹세했다. 정민아한테서 돈을 가져올 수만 있다면, 지금, 이 상황만 넘길 수 있다면 앞으로 정민아, 이 계집애한테 반드시 되갚아 주리라고.오늘의 이 치욕을 반드시 몇 배로 돌려받을 것이다.임옥희는 무릎을 꿇지 않았지만, 이 치욕에 얼굴이 창백해졌다.임씨 가문의 체면이 바닥으로 떨어졌다!하지만 정민아의 마음을 얻으려면 참을 수밖에 없다.이 장면을 본 차가웠던 정민아는 의아했다.정민아는 임씨 가문 사람들은 체면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지금 무릎을 꿇었다.정말로 모두가 무릎을 꿇을지 생각도 못 했다.정민아는 아차 싶어 뒤를 돌아봤다.아무도 몰랐지만 방금 입을 연 사람은 김예훈이라는 사실을 정민아는 알아차렸다.이때 착한 정민아는 김예훈이 과하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정민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김예훈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아니 어떻게 아직도 일어 서 있는 사람이 있죠? 이건 거짓된 성의 아닌가요? 우리 로열 그룹 가든의 체면을 모욕하는 겁니다!”이 말을 듣고 정민아는 당황했다.임옥희도 당황했다.“나?”임옥희는 자기도 꿇어야 한다는 생각에 깜짝 놀랐다.임옥희는 다른 임씨 가문 사람이 무릎을 꿇은 것도 이미 성의를 보였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지금 자기도 꿇으라는 소린가?‘정민아 이 계집애 지금 뭐 하자는 거지? 우리 가문을 나락으로 보낼 생각인가?’“민아야 정말 나도 무릎 꿇어야 해?”임옥희가 부들부들 떨었다.정민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어르신은 꿇을 필요 없어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돌아가세요. 우리는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요.”정민아의 말을 듣고 임옥희는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
정민아의 마음이 흔들린 것 같은 이때 뒤에 고위급 임직원들이 모두 옆으로 비켰다.그러고는 김예훈이 나타났다.“할머니, 저희 퇴근할 시간 됐습니다.”김예훈을 보자 임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화가나 부들부들 떨었다.임씨 가문 사람들은 김예훈이 분명 일을 망치러 온 것을 알고 있었다.다시 말해 김예훈이 왔다 하면 제대로 처리된 일이 없었다.“민아야, 외할머니랑 제대로 얘기 나누자. 우리는 혈연이지 않니! 쟤는 그저 데릴사위잖아! 이번 일이랑은 아무 상관도 없어.”임옥희는 정민아의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으려 애썼다.하지만 김예훈이 막아버렸다.그러고는 정민아의 손을 잡고 담담하게 말했다.“이전에 사람을 도왔더니 어떻게 됐는지 까먹었어? 저들이 정말로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온 것 같아? 저들은 민아, 너한테 있는 로열 가든 그룹을 보고 온 거야! 돈이 없으면 저들 눈에 넌 아무것도 아니야!”“난...”정민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 김예훈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임씨 가문은 이미 우리 가족이랑 연을 끊었고 기자회견까지 했는데 말을 바꾸는 게 그렇게 쉽게 될 일이었어? 민아야, 지금 돈 줘도 저들은 고마움을 몰라! 저들은 그냥 네가 돈으로 모욕을 줬다고 생각할 거야! 심지어 저들 중에는 오늘 느낀 치욕을 나중에 백배 천배로 갚아줘야지 하는 사람도 있어!”김예훈은 임씨 가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감사도 모르고 가족도 모르는 임씨 가문이다!제일 중요한 것은 저들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사람들이다.김예훈의 말을 듣고 정민아는 한숨을 쉬며 평정심을 찾았다.그러고는 몸을 돌려 더 이상 임씨 가문 사람을 보지 않고 김예훈과 자리를 떠날 준비를 했다.조금은 마음이 흔들렸지만 지금 다시 돌아선 정민아를 본 임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조급해졌다.“김예훈!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왜 우리 임씨 가문 일을 망쳐!”임영운이 바닥에서 일어나 김예훈의 멱살을 잡고 소리쳤다.팍!김예훈은 임영운의 뺨을 때려 그대로
“당신들...”가족이라는 사람들한테 모욕과 모략을 들으니, 정민아의 얼굴은 창백해지고 몸은 거의 쓰러질 정도로 힘이 풀렸다.정민아는 사람한테 이렇게까지 욕을 들어본 적이 없다.소리 없이 눈물이 흘렀다.임영운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울어? 울게 뭐가 있어! 창피한 일은 혼자 다 하고 우리가 말하니까 울어? 낯짝도 두껍지!”임영운은 당당하게 말했다.그러고는 거만하게 김예훈을 쳐다봤다.‘데릴사위 주제에 나를 어떻게 할 수 있는데?’그러나 김예훈은 임영운 앞으로 다가가 그대로 발로 걷어찼다.팍!경찰계 격투기 챔피언인 임영운은 막을 새도 없이 김예훈의 발차기를 맞고 그대로 뒤로 날아갔다.“악!”임영운은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피를 토했다.일어나지도 않았는데 김예훈은 이미 앞에까지 다가갔고 발을 들어 올려 임영운의 머리에 내리꽂았다. 그러고는 바닥에 짓눌렀다.김예훈은 봐줄 생각이 없이 강하게 짓눌렀다.임영운의 얼굴에서는 피가 났고 고래고래 소리질렀다.그리고 손발을 발발 떨며 마치 죽기 직전의 파닥거리는 생선의 모습이었다.그렇다. 김예훈은 화가 단단히 났다.자기 와이프를 모욕하는 사람한테는 정이고 뭐고 없었다.임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곧이어 누군가 소리쳤다.“데릴사위가 지금 감히 우리 임씨 가문 사람을 때려? 얘들아! 가자!”임씨 가문 사람들이 달려왔다.하지만 김예훈이 발로 걷어차자 한 명씩 뒤로 튕겨 나갔다.다들 배를 부여잡고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민아야, 민아야, 네가 좀 말려봐! 그래도 너희 사촌 오빠야! 네 핏줄이라고!”눈이 뒤집힌 임옥희는 그대로 민아 앞에 무릎을 꿇으며 빌었다.정민아도 상황 파악을 했다. 이 많은 사람 앞에서 사람을 죽일 수는 없었다!이렇게 되면 김예훈은 분명 감옥에 간다!이를 생각한 정민아는 그대로 김예훈을 막아서며 말했다.“여보! 그러지 마! 지금 너무 흥분했어!”정민아가 오자 김예훈은 드디어 행동을 멈췄다.임영운은 살았다는 생각에 드디어 숨을 몰아쉬며 바닥을 짚고 일어
한편.김예훈은 정민아를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원래 로열 가든 그룹 대부분의 일을 가장 먼저 처리해야 했다.하지만 임씨 가문이 갑자기 오는 바람에 정민아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졌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내일로 미뤘다.차가운 표정을 한 김예훈이 보기에 임씨 가문은 이제 정말 끝이다.임씨 가문에 방문하는 그날 임씨 가문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임씨 가문.침대에 누워 있는 임영운은 가끔 얼굴에 경련을 일으켰다. 그 모습이 정말 안타까울 정도였다.임씨 가문은 임영운 옆에 앉아 하나하나 표정이 일그러졌다.원래 임영운을 병원에 데리고 가려 했다.하지만 지금 임씨 가문은 땡전 한 푼 없어 임영운을 치료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그래서 집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많이 다친 임영운과 이미 가압류 딱지가 붙은 집을 보자니 임시 가문 사람들은 절망했다.특히 임옥희는 자기의 자리에 앉아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도 몰랐다.이들은 사흘 후에 총사령관님이 오기만을 기대했다.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그날까지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지금 임씨 가문은 밥 먹을 쌀도 없다!오늘 밤 무릎 꿇은 일때문에 그나마 관계를 유지하던 사람들도 이미 관계를 완전히 끊어버렸다.가진 게 없으니 모두 떠나갔다!임씨 가문은 권력의 유무가 사람들의 태도를 이렇게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추락한 가문은 일반 사람들보다도 대우받지 못한다.그러나 지금, 이 지경까지 왔는데도 임씨 가문 사람들은 반성을 눈곱만큼도 하지 않았다.계속 자기는 잘못이 없고 정민아, 이 계집애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날 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이튿날 아침 댓바람부터 밤을 새운 임씨 가문 사람들은 이미 시체처럼 눈이 퀭했다.임영운은 지금 숨이 끊어지기 직전이라 병원에 가지 않으면 정말 가망이 없었다.하지만 임씨 가문은 이미 매정하게 돌아섰다.매정한 이들은 지금 자기들도 까닥 잘못했다가 나락인 상황이어서 곧 죽을 임영운을 돌볼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이때 임씨 가문 저택 밖
“리카 제국 임씨 가문?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라고?”임옥희가 같은 말을 읊었다.그리고 순간 문뜩 무언가가 떠올라 말했다.“이 늙은이가 이제 생각이 났네요! 제 이미 세상을 떠난 남편이 죽기 전에 했던 말이 있습니다. 당시에 남편 숙부가 리카 제국에서 성공했고 심지어 엄청나게 성공해서 리카 제국에서 몇십조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당신이 바로 그분의 후손인가요?”임옥희의 말을 듣고 다 죽어가던 임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정신을 번뜻 차리고 바로 일어나 예를 차렸다.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다!이들 모두 들어봤다!사대주의에 찌들어 있는 이들 눈에 리카 제국 사람은 왕족이나 귀족과도 똑같아 보였다!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 성남시에 온 것은 고대 황제가 암행어사를 나선 것과 똑같은 상황이다!“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임이반이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리카 제국 임씨 가문은 성남 임씨 가문에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하지만 라벤더 재단 일 때문에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은 성남시에 대리인을 둬야겠다고 생각했다.그렇게 자연스럽게 성남시 임씨 가문을 대리인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임옥희는 하늘에서 구세주를 보냈다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있던 일들은 자기들 잘못만 쏙 빼고 다 말했다.임옥희는 정민아가 더 높은 지위를 얻기 위해 몸까지 파는 파렴치한 애라고 말했다.또 임씨 가문은 정민아 때문에 막대한 손해를 입었고, 정민아만 아니었어도 경기도의 유일한 명문 가문이 됐을 거라고 했다.임이반은 다 듣고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쓰레기 같은 것들! 고작 계집애 따위 때문에 가문이 이렇게 됐다고? 정말이지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체면을 구겨도 제대로 구기고 있어! 이번 일은 우리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 맡는다!”“정말인가요?”임옥희와 다른 사람들이 모두 얼어붙었다.리카 제국 임씨 가문이 정말 나서준다고?이건 하늘에서 떨어진 행운이다!그리고 임씨 가문이 다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게 해주는 기회이다.“우선 쓴소리부터 하지. 리카 제국 임씨
임이반은 확실히 능력이 있다.임이반은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의 자본을 가지고 와서 하루 만에 백운 그룹이 맞이한 위기를 해결했다.그리고 또 어마어마한 자금을 백운 그룹의 장부로 송금했다.임이반은 백운 그룹을 내세워 성남 시장에 완벽히 진입하려고 했다.리카 제국 임씨 가문 뒤에는 다른 리카 제국 재단이 있었고, 이들은 리카 제국 국익을 위해 한국에 왔다.임씨 가문은 비록 이 내막을 대충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예의와 염치도 없는 이 가족들이 애국심이 있을 리가 없었다.이들은 자연스럽게 이번 일에서 성남 임씨 가문이 얼마나 많은 돈을 끌어올 수 있을지만 궁리했다.그리고 뒷배와 돈이 생기고 나니 정민아네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임씨 가문 저택 로비.임이반은 레드 와인을 마시며 임옥희가 하는 정민아 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그러니까 너희 임씨 가문이 지금, 이 지경까지 된 게 모두 정민아 이 계집애 때문이라는 거지?”임이반이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계집애 한 명 때문에 성남 임씨 가문이 이렇게 나락을 갔다고?”임옥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맞습니다. 우리 임씨 가문이 손녀 하나 교육을 잘못해서 그랬습니다. 아이고 임씨 가문의 명예가 정민아네 때문에 전부 없어질 지경입니다.”“임무경이 경기도 삼인자 아니야? 임무경이 있으면 정민아 같은 애송이는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데?”임이반은 눈썹을 찡그리며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임옥희가 대답했다.“임이반 선생님, 아직 말을 안 한 게 있습니다. 제 아들인 임무경은 지금 군의원에 입원해서 아직 나오지 못했습니다. 정민아 그 계집애가 우리 임시 가문의 가장이 없는 틈을 타서 이렇게 우리 임씨 가문을 괴롭힌 것입니다! 지금 정민아가 이미 로열 가든 그룹의 이사장 겸 대표가 됐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더더욱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입니다.”“아이고, 그 작은 로열 가든 그룹이 뭐라고.”임이반이 차갑게 웃었다.“걱정하지 마. 내가 뱉은 말이 있으니, 너희를 대신해서 내가 나서줄
임씨 가문 사람들은 임이반의 말을 듣고 다들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하더니! 지금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을 등에 업은 성남 임씨 가문은 곧 성남에서 가장 강대한 가문이 될 것이었다. 정민아가 그동안 임씨 가문을 어떻게 대했는지 생각해 보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제는 어떻게 정민아를 처리할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때였다. 하룻밤 사이, 임씨 가문 사람들은 흥분에 겨운 나머지 잠도 설쳤다. 많은 사람들이 이튿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임씨 가문 사람들은 로열 가든 그룹에서 무릎을 꿇은 일은 크나큰 수치였다. 기관 출신인 그들은 태어나서부터 부족한 것 없이 자랐고 이런 수치스러운 대우를 받은 것도 처음이었다. 복수는 언제라도 늦지 않다는 말이 있지만 지금 당장 눈앞에 주어진 기회에 임씨 가문 사람들은 얼른 정민아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다. 바보도 아니고 언제까지 기다린단 말인가! 이튿날. 임씨 가문 사람들은 담보로 잡았던 차를 되찾은 후 의기양양해서 로열 가든 그룹 문 앞에 등장했다. “혹시, 약속하셨습니까?”임씨 가문의 당당함에 데스크 직원이 나와 공손하게 물었다. 딱 봐도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 가장 앞에 선 임이반이 차가운 말투로 얘기했다. “정민아를 불러!”데스크 직원이 예의를 갖추며 얘기했다. “정 대표님을 찾으시는군요. 약속하셨습니까? 정 대표님이 부임하신 지 얼마 되지 않아 바쁘셔서 미리 약속 잡지 않으면 만나기 어렵습니다.”그 말에 임이반은 풉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다시 차갑게 얘기했다. “자산도 얼마 되지 않는 로열 가든 그룹의 정민아를 만나는 데 예약하라고? 갑질도 이런 갑질이 어디 있어?. 장난해?!”“저기요,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정 대표님을 만나시려면 무조건 약속하셔야 합니다. 이건 정 대표님이 직접 만든 규정이에요!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정 대표님을 만나고 싶으시면 여기 신청 표를 적어주시면 제가 약속을 한 후 연락을 드리겠습니다!”짝.
리카 제국 임씨 가문은 성남 임씨 가문의 롤모델 그 자체였다. 강압적이고 기세가 사납고 돈까지 많은! 이런 가문이야말로 임씨 가문이 원하는 모습의 가문이었다. 그래야만 모든 것을 아래에 둘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임이반은 손뼉을 쳐서 모든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고는 웃으며 얘기했다. “3분 준다. 정민아를 데려와. 그렇지 않으면 나도 무슨 일을 벌일지 장담 못 해.”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많은 사람이 나타나 구경하기 시작했다. 로열 가든 그룹의 많은 직원들도 경계를 바짝 세운 채 임이반을 쳐다보았다. 현장에 달려 온 경호원들도 쉽게 손을 쓰지 못했다. 임이반 뒤에 서 있는 보디가드들이 얼마나 잘 싸우는지 직접 봤으니 몸이 굳어버릴 만도 했다. 일이 커지자 임원들과 회의를 하던 정민아도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을 대동하고 1층 로비로 내려왔다. 임이반 뒤에 서 있는 임씨 가문 사람들을 본 정민아의 표정은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이미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임이반 님, 저게 바로 우리 임씨 가문의 수치, 정민아입니다.”“정민아가 바로 우리 임씨 가문의 명예를 더럽히고 있는 주범입니다! 임씨 가문은 정민아의 손에서 무너지고 있습니다!”이때 여문성과 임은유가 동시에 입을 열었다. 임씨 가문 사람들은 정민아를 비웃기 시작했다. “정민아, 빚을 갚으러 왔다. 우리가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지?”“정민아, 우리를 그렇게 얕잡아 보더니,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을 거다!”“오늘 우리 앞에 무릎 꿇고 그전의 일들을 모두 사과해!”정민아를 차갑게 비웃는 그들의 표정은 매우 악랄했다. 임이반은 천천히 손을 들어 다른 사람의 말을 끊었다. 그는 정민아를 위아래로 훑었다. 그리고 차갑게 물었다. “네가 바로 임씨 가문을 배신한 정민아냐?”“누구세요?”미간을 살짝 찌푸린 정민아가 물었다. 하지만 굳게 입을 다문 임이반의 시선을 여전히 예리하게 정민아를 뚫어보는 듯했다. 임이반은 웃어른 같아 보이는 아우라가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