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은 가볍게 웃었다. “장인어른이 이런 장소를 좋아하시는 걸 알았으니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있으면 자주 모시고 나오겠습니다.”“좋아, 좋아!”정군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허세만 가득하던 사위가 드디어 철이 든 것일까. 이때 핸드폰을 보고 있던 정민아가 갑자기 숨을 헉 들이켰다. “큰일 났어요!”“무슨 일?!”다들 그녀를 보며 무슨 일이기에 이렇게 놀란 것인지 궁금해했다. 정민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진주 이씨 세자 이장우가 갑자기 진주 이씨가 경기도에서의 모든 산업을 포기하고 진주로 돌아가겠다고 해요! 일류 가문인 윤씨 가문과 나씨 가문의 회장들이 다 자결했고... 가문의 중요한 사람들이 다 경찰서에서 자수했대요! 총사령관은 곧 임씨 가문에 들릴 생각이래요!”세 개의 중요한 뉴스였다. 앞의 두 뉴스를 들은 정군과 임은숙은 그저 놀란 듯 보였다. 하지만 세 번째 뉴스를 들은 그들의 표정은 바로 굳어버렸다. 임씨 가문이 이런 특별 대우를 받다니. 게다가 하필이면 김씨 가문, 윤씨 가문, 나씨 가문, 손씨 가문, 복씨 가문 같은 큰 가문들이 분리되어 대치하는 오늘 같은 날에!성남시, 나아가서 전체 경기도가 블루오션이 될 것이다. 임씨 가문은 이런 상황에서 총사령관과 사이도 가까워질 테니. 그렇다면 임씨 가문이 앞으로 경기도 유일한 명문가문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임씨 가문에서 쫓겨난, 정군과 임은숙은 가문이 잘될수록 그들의 생활을 좋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 두 사람은 이후에 경기도에서 살아 나가기도 어려울 수 있다. “끝났어.”정군의 두 눈은 빛을 잃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임씨 가문이 성장한다면 그의 일가족은 한평생 그들을 피해서 치욕스러운 삶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앞으로 다들 임씨 가문에 대해 얘기할 때 그의 일가족도 같이 말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의 일가족은 성남시, 더 나아가서는 경기도의 가장 큰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이때 정군은 김예훈이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
나씨 가문과 윤씨 가문의 갑작스러운 파멸과 경기도의 사업을 포기한 진주 이씨 가문 때문에 하루 사이에 경기도의 시장이 텅 비었다. 그들이 포기한 이 자리는 누구든지 욕심내는 자리이다. 순식간에 서울, 부산, 금릉 등 곳의 사람들이 성남시라는 곳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CY그룹은 규모를 확장하여 이 세 가문의 경기도 자산을 다 먹어 치우고 시장을 점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성남시의 시장이 너무 커서 하루 만에 먹어 치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건 약간 골치가 아픈 일이었다. 회사로 출근 한 하은혜는 첫날부터 바빴다. 원래는 김예훈을 찾아 대화를 해보려고 했는데 전혀 그럴 시간이 남지 않았다. 사업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기에 김예훈도 마음 놓고 CY그룹을 그녀에게 넘겨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선우 가문의 선우건이도 어르신의 전화를 받았다. 김예훈은 그가 이 시장을 먹어 치우는 데에 참여했으면 했다. 선우건이는 원래의 6대 명문 가문에서 가장 세력이 약했던 선우 가문이 지금은 거의 가장 강력한 가문으로 되고 있다는 것을 믿기 어려웠다. 김예훈은 선우건이의 손녀인 선우정아를 생각해서 이렇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이렇게라도 빨리 성남시의 시장을 안정시켜야 경기도의 시장을 처리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김예훈은 또 정민아가 빨리 재기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었다. 현재 성남시의 시장은 진짜 허허벌판이었다. 그 말인즉슨 원하는 대로 실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정민아의 실력으로 3개월 안에 큰 회사를 세우는 것쯤이야 시간과 능력이 남고도 말았다. ......성남시의 동해안. 크루즈 한 대가 천천히 멈춰 섰다. 이내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나와서 양쪽에 서서 중간에 길을 만들어 냈다. 김병욱과 김만태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러자 크루즈 위에 한 사람이 꿇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바로 진주 이씨 가문의 세자, 이장우였다!하지만 이장우는 이
이튿날. 현재 전체 성남시에서 지위가 가장 높은 건 다름 아닌 임씨 가문이었다. 적어도 임씨 가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정민아의 자산과 주식을 얻은 것으로 모자라 성남시의 큰 가문들이 하나, 둘씩 몰락했으니. 임씨 가문이 성장하기 딱 좋은 조건이었다. 이는 백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기회였다. 운과 실력이 모두 임씨 가문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래서 임씨 가문이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몇천억의 그룹, 아니 몇조의 그룹이 되는 것쯤은 쉬운 일이었다. “어머니, 임은숙을 쫓아낸 후부터 우리 임씨 가문의 운이 점점 좋아지는군요!”여문성은 크게 웃으며 얘기했다. 그는 임씨 가문의 사위였지만 지금은 거의 데릴사위와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의 임씨 가문은 매우 세력이 강했기에. 임씨 가문인 그도 무조건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를 원했다. 지금은 그저 부은행장일 뿐이지만 임씨 가문의 힘으로는, 임옥희가 그를 밀어주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은행장이 되는 건 쉬운 일이었다. 임영운도 씨익 웃었다. 원래는 성남시 경찰서 3인자의 자리에서 더 일할 생각이었지만 현재의 상황을 보면 며칠 후에 바로 성남시 경찰서장이 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하늘이 우리 임씨 가문을 지켜주시네요!”“우리 임씨 가문이 조금만 노력하면 바로 경기도를 주름잡을 수 있겠어요!”“총사령관님의 힘을 조금만 빌려서 김세자를 밟는 것도 어렵지 않겠습니다!”“이후에 임씨 가문이 바로 경기도의 왕이 되겠군요!”“경기도의 1인자도 저희 눈치를 봐야 할 겁니다.”임씨 가문의 사람들은 환호하며 웃었다. 연이은 행운에 임씨 가문의 사람들은 점점 자만으로 부풀어 갔다. 이성적으로 현실을 직시하는 이는 없었다. 그들의 눈에 임씨 가문은 강했다. 그것도 엄청나게 강했다!”“회장님, 큰일 났습니다!”이때 임씨 가문의 임영빈이 급하게 달려 들어왔다. 임영빈은 임영운의 사촌 동생인데 해외에서 일하다가 요 며칠 귀국했었다. 임씨 가문은 그에게 큰 희망을 걸었다.
“뭐라고? 우리 임씨 가문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데 감히 임씨 가문의 회사에서 퇴사를 해?”임옥희를 포함한 임씨 가문의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앞으로 임씨 가문이 어떻게 발전할지 모르는 건가?왜 하필 이때 퇴사하는 것인지!이는 임씨 가문의 발목을 잡는 것과 같았다. 게다가 중요한 것은 퇴사를 한 사람들이 백운 그룹의 핵심 멤버라는 것이었다. 그들이 떠나면 백운 그룹은 전혀 돌아가지 않는다. 임옥희가 미간을 찌푸리고 있을 때 임영빈의 핸드폰이 또 울렸다. “뭐? 또 고위급 임원들이 퇴사를 해요?! 인사팀 부장인 당신도 퇴사하겠다고요? 나한테 연락해 주는 것도 고마운 줄 알라고!?”임영빈은 어이가 없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또 통화가 들어왔다. “뭐요?! 백운 별장 프로젝트의 시공팀이 우리와의 협업을 취소하겠다고요?! 사람들이 아예 떠나갔다고요?! 뭐라고요?! 집 지키는 개까지 목줄을 끊고 도망쳤다고요?!”놀란 임영빈은 입을 딱 벌렸다. 하루아침에 이렇게 많을 일이 일어날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임영빈이 직접 보고할 필요가 없었다. 임옥희는 이미 사건의 엄중성을 알았다. 백운 별장 프로젝트는 백운 그룹의 생명줄이다. 백운 별장 프로젝트가 엎어지면 백운 그룹도 끝이다. “회장님, 얼른 방법 좀 생각해 보세요. 지금 제일 무서운 건 백운 별장을 샀던 사람들이 환불하러 오는 거라고요! 계약서를 보면 그들이 환불하러 오면 우리는 3배의 위약금을 내야 해요!”이때 임영빈의 휴대폰이 또 울렸다. 급한 임영빈은 또 전화를 받았다. “뭐?! 이번에는 사람들 데리고 와서 분양사무실을 부숴요? 우리 백운 그룹이 사기를 쳤다고?! 시공 팀도 떠났으니 빨리 돈을 돌려달라고요?!”진짜 말이 씨가 되는 현장이었다. 그 전화를 받은 임영빈은 멘탈이 붕괴될 것만 같았다. 그는 확실히 해외에서 경영에 대해 배웠다. 하지만 이런 난장판은 처음이었다. 애초에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랐다. 문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임씨 가문 사람들이 다들 현장으로 가 어떻게 된 일인지 겨우 알아냈다. “정민아가 백운 그룹의 시공을 빨리 진행하기 위해서 맹목적으로 대량의 자금을 투자했습니다. 지금 회사에는 돈이 한 푼도 없어요. 그 임원들도 월급을 받지 못해 다 퇴사한 겁니다. 시공팀에서도 돈을 받지 못해 그대로 멈췄다고 합니다.”“게다가 지금 백운 그룹이 빚이 많다는 소문이 돌아서 별장을 산 사람들도 와서 환불을 요청하는 것 같습니다.”“말한 계약서도 진짜 존재합니다. 정민아가 회사 이름으로 CY그룹과 한 계약인데 이건 정민아가 대표가 되는 조건으로 쓴 것이라고 합니다.”“결국에는 이게 다 정민아 때문입니다. 이 비겁한 년, 회사를 난장판으로 만들어 버리고 우리한테 던져준 겁니다!”“어쩐지 일이 쉽게 돌아간다고 했어요!”어찌 된 일인지 잘 알아본 임씨 가문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불만을 토로했다.이때 벤츠 한대가 임씨 가문의 저택에 들어왔다.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들이 엄숙한 표정으로 들어왔다. “여기, 임씨 가문의 책임자 계십니까?”“제가 책임자입니다. 당신들은...”임옥희는 일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어쩔 수 없이 나섰다. “안녕하십니까, 무슨 일이냐면요. 계약서대로라면 오늘까지 10년 치 빌딩 임대료인 400억을 보내주셔야 하는데 아직 보내주시지 않아 찾아왔습니다. 임씨 가문이 3일 안에 돈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계약 위반 시 10배의 위약금을 내야 합니다. 이건 우리 쪽 변호사가 쓴 고소장입니다. 먼저 읽어보셔도 됩니다.”그 사람들은 서류를 남기고는 사라졌다. 임옥희는 떨리는 손으로 서류들을 들고 쳐다보았다. 눈앞이 깜깜해지는 기분에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서류에는 백운 그룹이 임대료를 내지 않아 계약대로 임대료를 내지 않는다면 10배의 위약금을 내야 한다고 했다. 바로 4천억이었다. 임옥희는 놀라서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임씨 가문의 사람들도 서류를 보고는
임씨 가문이 입이 닳도록 사정하자, 결국 중소 주주들은 임씨 가문이 자금을 조달할 시간을 주기로 했다.하지만 요 며칠 벌어진 일로 임씨 가문은 100억 정도의 위약금도 따로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눈앞이 캄캄했지만 당장 코앞에 벌어진 일들을 수습하기 위해 임씨 가문은 어쩔 수 없이 알겠다고 답했다.중소 주주들이 모두 돌아간 후에야 임씨 가문은 적막을 찾을 수 있었다.모든 사람 이마가 땀으로 범벅이었고 표정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졌다.모든 일들이 일단락된 줄 알았는데 갑자기 또 픽업트럭 몇십 대가 밖에 줄지어 들어왔다.곧이어 한눈에 봐도 건들건들한 불량배가 우르르 나왔다.이들은 건축 자재 공급업자들이다.평소 백운 그룹은 주급으로 자재비를 지불했고, 게다가 현금으로 결제했었다.하지만 이번에 결제 날짜가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자재비가 들어오지 않아 이들이 바로 찾아온 것이다.“빨리 돈 내놔!”“현금으로 자재비 안 주면 우리가 너희 임씨 가문 가만 안 둘 거야!”이 자재 공급업자들은 하나 같이 모두 체격이 큰 인부 열댓 명을 데리고 와서는 순식간에 임씨 가문을 둘러쌌다.이전에 왔던 사람들은 점잖게 말로 얘기하고 갔었다면, 이번에 온 이들은 모두 사납고 거칠었다.잔뜩 겁먹은 임영빈은 아무렇지 않은 척 앞으로 나와 말했다.“저기, 너희 돈 안 갚은 사람은 정민아야. 우리와 아무 관련이 없으니까, 우리 말고 정민아 찾아가!”“아. 네가 백운 그룹 새 대표잖아. 우리가 모를 것 같아? 우리가 백운 그룹이랑 계약했는데 너 안 찾으면 누굴 찾아가라는 거야. 우리가 바보로 보이니?”“그리고 너희 임씨 가문이랑 정민아랑 인연 끊었다면서 이 일이 정민아랑 무슨 관계가 있는데?”“빨리 똑바로 돈이나 갚아! 안 그러면 오늘 우리가 너희 다 가만 안 둘 거야!”자재 공급업자들은 모두 화가 단단히 났다.이때 임영운이 걸어 나와 차갑게 말했다.“모두 안 나가? 너희 내가 성남 경찰서 삼인자인 거 다 알고 있지? 계속 그렇게 안 가면 서에 연락해서
“우선 사과하고, 그리고 돈을 갚자!”여문성은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임영운은 정말 그러기 싫었다.그래도 성남 경찰서 삼인자보고 자재 공급업자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라니. 너무 창피한 일이다!이때 임옥희가 나와 침착하게 말했다.“영운아, 작은 일을 참지 못하면 더 큰 일이 생기는 법이야. 어서 가서 사과해라!”임영운과 임영빈은 죽어도 싫었지만, 임옥희의 표정이 좋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해야 했다.결국, 임영운은 이를 꽉 깨물고 공급업자들한테 머리 숙여 잘못을 인정했다.임영빈은 은행으로 가 임씨 가문 통장에 있는 몇억 원을 빼냈고, 심지어 어쩔 수 없이 임씨 가문의 차량 몇 대도 담보로 걸어 겨우 20억을 만들어 자잿값을 갚았다.이 자재 공급업자들은 임씨 가문 앞에서 돈을 하나하나 세보고, 돈이 맞자 그제야 떠났다.그러나 문을 나설 때 한 자재 공급업자가 뒤돌아 말했다.“맞다. 이걸 까먹고 말을 안 했네. 계약서에 따라서 남은 한 달도 우리는 계속 자재를 현장에 보낼 거니까 늦지 않게 돈 지불해!”이 말을 듣고 임씨 가문은 모두 눈앞이 깜깜해져 왔다.임영빈이 화가 나 말했다.“우리 현장은 모두 공사 중단했는데. 너희 자재 가져다가 우리보고 뭐 하라고?”자재 공급업자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공사가 중단됐든 말든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야. 됐고, 어쨌든 다 계약대로 진행할 거니까 결제 안 하면 바로 경기도 기관 문 앞에서 피켓 들고 시위할 거야!”“맞아! 우린 잃을 게 없어서 무서울 게 딱히 없어!”“너희 가문에 누가 경기도 삼인자라며? 그때 가서 누가 창피당하는지 보자고!”자재 공급업자들은 협박하고는 냉소를 지으며 떠났다.임씨 가문 사람들은 하나 같이 표정이 좋지 않았다.임씨 가문은 원래 기관 출신이지 사업하는 집안이 아니기 때문에 잔액이 많지 않았다.그리고 방금 자재비를 갚기 위해 이미 임씨 가문이 힘들게 모은 돈도 다 뺐다.임씨 가문 사람들은 전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졌다.더 중요한 건 앞으로 이 자재 공급업자들이
“왜? 돈 받을 때는 누구보다 적극적이었으면서, 지금 임씨 가문이 위기가 찾아오니까 모두 벙어리가 된 거야?”화가 난 임옥희는 들고 있던 용머리가 박힌 지팡이를 바닥에 던지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모두 고개를 푹 숙이며 아무도 대답할 수가 없었다.왜냐하면 이번 일은 처음 예상과는 너무 달랐다! “다들 입이 있으면 말을 해봐! 다 쓰러져 가는 이 회사 어떻게 수습할 거야!”임옥희는 계속 소리쳤다.“할머니, 제 생각에는 이번 일은 우리가 정민아, 그 계집애한테 한 방 먹은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처음에 우리가 김예훈을 살리고 싶으면 모든 지분을 가져오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문제는 시가총액이 4천억인데, 그 남자가 그 정도의 가치가 있진 않잖아요? 그런데 정민아는 바로 지분을 우리에게 넘겼어요! 분명 일부러 그런 거예요. 그때 정민아는 이미 백운 그룹이 다 쓰러져 가는 회사라는 걸 알고 우리에게 바로 넘긴 거예요!”“그리고 그때 정민아는 아쉬워하지도 않고,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오히려 홀가분했어요! 그때는 우리가 전혀 눈치 못 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이상해요!”“정민아는 너무 침착했어요! 보통 사람이 4천억을 잃으면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일 텐데 정민아 표정은 오히려 신나 있었어요!”임씨 가문 사람들은 지금 자기들 멋대로 생각하고 입을 놀리기 바빴다.표정이 좋지 않은 임옥희는 찻잔을 꽉 쥐어 잡고 한참 생각을 한 후에 차갑게 말했다.“그렇다면, 정민아, 이 계집애가 자기가 회사가 감당이 안 되니까 우리한테 넘긴 거네! 그리고 우린 그대로 한 방 먹었고! 지금 보니까 우리가 계획을 세우고 있던 게 아니라 우리 임씨 가문이 정민아네 가족 손에 놀아난 거잖아! 우린 그냥 그 집안 총알받이였잖아!”임효가 차갑게 말했다.“할머니, 제가 예전부터 말했잖아요, 정민아, 이 계집애 예쁘다고 좋아하셨는데, 사실은 검은 속내를 숨기고 있어요! 정민아는 그냥 우리 임씨 가문을 벼랑 끝으로 떨어뜨리려는 속셈이에요!”화가 머리끝까지 난 임혹희는 온몸
“류서우, 우리 회장님한테 무례하면 안 되지.”장현준이 말했다.김예훈과 동하임을 발견했을 때 멈칫하더니 곧바로 이 두 사람을 알아보았다.비록 첫 만남이었지만 용현성을 응원하러 오는 것이었기에 김예훈의 자료를 미리 확인했었다.장현준은 배시시 웃으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류서우, 이분은 전설 속의 김예훈 회장이라고 해. 경기도 김 세자라고도 불리는데 신분이 어마어마할 정도라니까. 이런 분은 집법 부대에서 감히 맞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장현준이 류서우를 꾸짖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비난의 뜻은 없고 오히려 비꼬는 듯했다.김예훈의 신분을 알고는 있었지만 별로 존중의 뜻은 없었다.진주 사람이 봤을 때 경기도 김세자든 부산 용문당 회장이든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도 않았다.진주에서는 바짝 엎드려 다녀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번에 상대해야 할 사람이 눈앞에 서있는 사람인 것을 확인한 용현성은 자연스레 시선을 김예훈에게 돌렸다.류서우의 눈물겨운 호소를 듣고, 사진도 보고, 자료도 확인했지만, 실물을 보니 평범하디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옷차림이나 분위기, 모두 다 평범했다.김현민과 비교하면 정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용현성은 김예훈이 류서우 앞에서 어떻게 타케이 가문을 죽였는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이때 용현성이 담담하게 말했다.“류서우, 얼른 우리 김예훈 회장에게 사과해. 이따 시작되기도 전에 회장님이 홧김에 너를 죽여도 난 너를 지켜줄 수 없어.”“하긴, 김 회장님이 막무가내의 사람이라 당주님 앞에서 살인과 방화를 저지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죠.”류서우는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저 류서우, 회장님께 사과를 드릴게요. 죄송해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부디 저를 죽이지 말아주세요. 저 죽기 싫어요.”말 속에 가시가 있고, 비꼬는 말투를 보니 전혀 진심이 담겨있지 않았다.류서우의 말에 집법 부대 제자들도 김예훈을 흘겨보았다.‘이 모양 이 꼴을 하고서 왜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지? 정말 염치가 없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영국 황실에서 일했다고요? 황실 공주도 제 앞에서 체면을 세우지 못하는데 하인 주제에 내 앞에서 나이가 많다고 꼰대 짓을 하다니. 저는 절대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거예요.”김예훈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앞으로 걸어갔다.이 둘은 곧 엘리베이터를 타고 제일 꼭대기에 있는 공중 화원에 도착했다.150평 정도 되는 이곳에는 사방이 푸르른 식물로 둘러싸여 있었다.가장 가운데는 60평 정도의 회의실이 있었는데 벽에는 유명한 화가가 그린 그림도 걸려있었고, 주위에는 온통 고급 목재로 만들어진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우아하게 꾸며진 이곳은 꽤 정교하여 보기 드문 곳이었다.하지만 그렇게 정교하던 회의실이 지금은 엉망이었다.비싼 소파와 테이블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바닥에는 유리 조각들도 널려있었다.그 중심에는 두 명의 노인이 앉아있었다.한 명은 삼베옷을 입고, 수염과 머리가 하얗고, 네모난 얼굴에 위엄이 가득한 용현성이었다.다른 한 명은 외국인으로 턱시도를 입고 눈이 움푹 들어가 있었다. 살짝 술에 취한 것 같은데 그래도 기품은 좋았다.이 사람은 바로 총독을 하기도 하고 영국 황실에서 일했던 장현준이었다.그들의 뒤에는 열몇 명의 사람이 서 있었는데 가장 앞에 서있는 사람은 류서우였다.보아하니 모두 집법 부대의 사람들인 것 같았다.하나같이 태도가 거만하고 콧대가 높은 것이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었다.특히 류서우는 용현성이 뒤를 봐주자, 모든 사람을 무시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런 제기랄. 김예훈이랑 동하임은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이때 누군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장현준은 동씨 가문 하인인 줄 알고 욕설을 퍼부었다.“우리가 누군지 모르는 거야? 우리를 십몇 분이나 기다리게 해놓고,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장현준은 진주 1인자 포스를 풍기면서 차가운 표정으로 질문했다.“동씨 가문 사람들은 예의를 모르나? 그리고 김예훈이라는 놈은 자기 분수도 모르나 봐. 내가 오는 줄 알았으면 미리 와서 기다렸어야
김예훈이 놀라며 말했다.“대한민국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용씨 가문의 사람이라고요?”동하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좀 복잡하다는 거예요. 용씨 성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용문당 당주님과 같은 연배라 심지어 당주님이 형이라고 부른다고 했어요.”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재밌네요. 당주님의 형님이 집법 부대 부당주님이라니. 관계가 복잡하긴 하네요.”“그런데 류서우 씨가 그분을 총알받이로 이용하려고 하고 있어요. 제가 집법 부대의 체면을 세워줄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 평화를 위해서 가장 먼저 깃발부터 내려고 소란을 멈춰야 했지만 순진한 사람이더라고요. 용현성 같은 사람이 짓밟을 수 있었다면 저는 이미 몇 번이고 죽었을 거예요.”김예훈이 무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보아하니 류서우 씨 아직 수준이 낮은 것 같네요. 용문당 류씨 가문도 별거 없네요.”동하임이 한숨을 내쉬었다.“말은 이렇게 해도 조심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류서우 씨는 무시해도 용현성 씨는 젊은 시절에 진주를 휩쓸고 다니면서 인맥이 아주 넓거든요. 용문당 권력자들도 깍듯이 대할 정도라니까요. 진주·밀양 용문당 수장도 겸손한 것 같아 보여도 진주·밀양 지리적 위치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용현성 씨가 체면을 차리지 않고 진주·밀양 용문당 수장의 인력을 직접 끌어와서 도련님을 상대하는 것도 아주 복잡한 일이에요.”동하임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런데 도련님께서는 안심하셔도 돼요. 저희 동씨 가문은 어떻게든 도련님 편에 서 있을 거니까요.”김예훈은 고개를 돌리며 웃었다.“하임 씨, 걱정하지 마세요. 삼촌인 저만 믿으세요.”동하임은 흰자를 뒤집긴 해도 그의 자신감에 정신이 황홀해지는 느낌이었다.유럽 여자들은 감정에 있어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동하임도 반쯤 유럽인이라 그런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하지만 이전에 김예훈의 자료를 본 적 있는데 이미 그에게 아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늘 감정에 있어서 적극적이던 동하임은 아쉬울 따름이다.‘이런 사람은 김현민도
저녁 8시, 진주 시내 중심에 있는 한 건물.동씨 가문의 이 건물은 매년 임대료만 해도 엄청났다.건물 꼭대기에는 공중 화원도 있었는데 사계절 푸르른 이곳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이곳은 동씨 가문의 에너지가 가장 강한 곳이었기에 갑작스러운 만남 장소를 이곳으로 정했다.상대방이 어떤 수단을 쓰든, 이 자리에서 얼굴을 붉히든 제대로 맞설 자신이 있었다.세단을 타고 건물에 도착한 김예훈은 무심하게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비록 밤이었지만 도로에는 차도 그렇고 사람도 많이 다녔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쳐다보더니 피식 웃었다.“하임 씨, 여기가 풍수지리가 좋아 재물을 모으기 딱 좋은 곳이네요!”“이런 누추한 곳을 좋게 봐줘서 감사해요. 저희 동씨 가문은 여기서 겨우 생계를 이어가고 있을 뿐이에요.”검은 드레스를 입고있는 동하임은 지나가기만 해도 수많은 남자의 시선을 끌었다.이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빨개져서 짐승처럼 덮칠 것만 같았다.하지만 동하임 주위의 만만찮은 기세에 이들은 마음을 완전히 꺾어버렸다.동하임이 공손하게 김예훈을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도련님, 가시죠. 류서우 씨 일행과 8시에 만나기로 했어요. 지각해도 상관없으니까 서두를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쇼핑을 좋아하시면 아래층에 있는 면세점에 가서 한 바퀴 돌아도 되고요.”동하임은 자연스럽게 김예훈의 팔짱을 감싸고 연약한 여인의 모습을 하면서 건물로 들어갔다.이에 많은 동씨 가문 자제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우리 아가씨가 언제부터 이렇게 공손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었던 거지?’“면세점은 됐어요. 쇼핑을 별로 안 좋아해서요.”김예훈은 건물로 들어가면서 호기심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류서우 씨도 오는 거예요? 제 앞에 나타날 용기는 있대요?”“못 올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동하임은 콧방귀를 뀌었다.“도련님께서 하루 종일 쉬는 동안 류서우 씨가 용문당 내세우면서 얼마나 많은 일을 처리했는데요. 김현민도 만나고, 집법 부대 부당주님도 모셔 왔잖아요. 무슨 꿍꿍이인지는 만나
김예훈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는데 이미 저녁 6시였다.휴식하고 싶어서 무음 모드로 해놓은 바람에 오늘 오후 동하임의 전화를 열몇 통이나 받지 못했다. 직접 찾아온 걸 보니 급한 일이 있는 듯했다.동하림이 호텔 주소를 찾아낸 것도 아주 정상적인 일이었다.동하임의 신분과 능력으로 김예훈 하나 찾지 못한다면 동씨 가문도 진주에서 살아남을 이유가 없었다.김예훈은 옷을 갈아입고 나서야 문을 열었다.동하임은 어느샌가 검은색 샤넬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여전히 단발머리였지만 이 드레스는 마침 날씬하고 섹시한 이국적인 매력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이 모습에 김예훈조차도 눈앞이 밝아지는 느낌에 속으로 감탄했다.“하임 씨, 마침 룸서비스를 시켜볼까, 했는데 같이 식사하실래요?”김예훈은 몇 가지 음식을 주문해서 먹으면서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인데요?”동하임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도련님, 하루 종일 주무시느라 며칠이 지났는지도 모르죠? 오늘 아침에 용문당 부당주님이 집법 부대를 이끌고 찾아왔어요. 진주 지위가 특별한 것 때문에 오늘 오후에 부당주님께서 김예훈 도련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진주 기관에 요청을 보내왔어요.”김예훈이 흥미롭게 말했다.“제가 용문당 회장인데 저한테 직접 연락하지 않고 동씨 가문에 연락했다고요? 재밌네요. 동씨 가문에 자기 정체성을 알고, 누구의 편에 서야 하는지 말해주려는 거예요?”동하임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용전, 용문당, 용의 부대, 용연옥에도 공식적으로 서신을 보냈으니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닌 거죠. 이 각도에서 보면 저희 동씨 가문을 완전히 배제하려는 것 같아요. 이 서신으로 이미 용문당의 의지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으니까요.”“용문당의 의지요?”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용인주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신호가 없는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것은 부재중 음성뿐이었다.김예훈의 행동에 동하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저한테 전해달라고 하던데 용문당 당주님이 지금 무송에서 폐관 수련 중이니 찾을
류서우 등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김예훈이 항복하거나, 끝까지 저항하거나, 더 대단한 사람을 불러와 집법 부대와 맞설 줄 알았는데 이런 결말을 맞이할 줄 몰랐다.집법 부대가 이 상황을 휘어잡고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나오키의 목숨을 살려서 이 증인들을 데리고 간다면 어떻게든 김예훈을 죽여버릴 방법이 많았다.그런데 김예훈이 이 증인들을 직접 황천길로 보내버릴 줄 몰랐다.증인이 없으면 김예훈의 죄를 증명할 수 없고, 또 그를 감옥에 보낼 수도 없으며 그를 회장 자리에서 끌어내릴 핑계도 없었다.김예훈의 이 한 수에 현장에 있던 용문당 집법 부대 자제들은 넋을 잃고 말았다.이 순간 바람이 불어오자, 류서우를 포함한 사람들은 온몸에 식은땀이 났다.김예훈의 실력을 봐서는 이들을 죽이려고 해도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김예훈은 앞으로 다가 진세은을 발로 걷어차 넘어뜨리고는 웃으면서 말했다.“진세은, 타케이 일가가 지은 죄가 두려워 알아서 복부를 찌른 모습을 보았지? 나의 증인이 되어줄 건가?”진세은은 힘겹게 침을 삼키며 웃고 있는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증인 할게.”“타케이 가문은 홍성파에서 직접 초대한 귀한 손님인데... 홍성파의 귀한 따님께서 타케이 가문이 자살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시면 그 죄목들은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거지?”김예훈은 앞으로 다가가 류서우의 얼굴을 가볍게 툭툭 쳤다.“용문당 회장이 법을 어기지만 않았다면 집법 부대 제자보다는 위치가 높은 거 아니겠어?”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류서우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어떻게 하실 건데요?”“어떻게 할 거냐고?”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용문당 집법 부대 사람들인데 내가 뭘 어떻게 하겠어. 이따 시체를 잘 치우고 바닥을 깨끗이 닦으면 오늘 일은 그냥 넘어가 줄게. 이깟 일도 처리하지 못하면 교훈을 주기 위해 손쓸 수밖에 없어. 그래서 말인데 내가 손쓰지 않게 해주길 바라.”김예훈이 태연하게 떠나는 모습을 보던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들은 눈앞이 어두워지는 느낌
류서우의 편파적인 말투를 들은 나오키가 말했다.“류서우 씨, 제가 증언해 드릴게요. 저 자식이 바로 제 아들딸을 죽이고 한일 관계를 파괴한 놈이에요. 그리고 여기 쓰러져있는 일본인들도 전부 다 저 자식이 죽였어요. 살인마나 다름없는데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해요! 저런 사람이 죽지 않으면 한일 관계도 다시 호전될 수 없다고요.”나오키는 일본의 신성한 사무라이 정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다.어쩌면 비열한 것이 본모습이라 사무라이 정신은 그저 보여주기식일지도 몰랐다.남들이 믿기를 바라지만 자신은 절대 믿지 않는 그런 거짓말처럼 말이다.나오키의 진심 어린 호소에 류서우가 웃으면서 말했다.“나오키 씨,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집법 부대에서는 법에 따라 이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할 거예요. 자기 사람도 다스리지 못한다면 용문당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겠죠.”류서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 회장님, 정말로 반항할 준비가 되셨어요?”김예훈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피식 웃었다.“반항? 만약 시비를 가리지 않고, 선과 악도 구분하지 못해 악당을 도와주는 것이 집법 부대의 스타일이라면 반드시 반항해야 하겠는데?”“이런 젠장! 어디서 이런 무례한 말을 하는 거예요! 용문당 집법 부대를 모욕한 죄로 더 큰 벌을 받아야 할 거예요!”류서우는 뒷짐을 쥔채 거만하게 김예훈을 쳐다보고 있었다.“지금 아셔야 할 것은 당신은 이미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는 거예요. 규칙이든 법도든 하나도 빠짐없이 위반했다고요! 그런데도 저희가 나서지 않으면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 것 같아요?”‘하찮은 회장 주제에 공손하게 대하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도전장을 내밀어?’류서우의 마음속에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과거의 회장들은 류서우를 보면 바로 굽신거렸는데 처음 보는 태도에 더욱 분노를 샀다.이 순간, 류서우는 허리춤에서 활을 꺼내 김예훈의 머리를 겨냥하면서 차갑게 말했다.“손 머리 위로, 무릎 꿇으세요!”“정말 구제 불능이네.”김예훈은 한숨을
류서우는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제가 집법 부대를 대표해서 알려드리는데 무기를 내려놓고 나오키 씨한테 용서를 비세요. 그리고 저희 집법 부대에서 회장님을 어떻게 처리할지 기다려 주세요. 다시 마음대로 행동했다간 체면이고 뭐고 바로 체포할 거예요. 어차피 나오토 씨도 죽이고 세이이치로 씨도 죽인 건 사실이잖아요. 증거가 확실하고 사실도 명백하니 당신을 죽여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을 것 같아요.”이때, 류서우의 손짓하나에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들이 활을 꺼내 김예훈을 겨냥했다.김예훈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뒤돌아 류서우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마치 자신을 싫어하는 듯 공격성이 강했다.하지만 집법 부대라는 말에 김예훈은 조금이나마 그녀가 이해되기도 했다.부산 용문당 회장이 된 이후로 많은 사람의 이익을 해쳤기 때문이다.그리고 지난번 만남에서 집법 부대를 짓밟아버렸는데 그런 그들이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도 말이 안 되었다.짓밟힌 상황에서도 류서우가 이렇게 대담하게 찾아온 것을 보면 신분이 심상치 않거나 용문당 몇몇 장로들의 후손일 가능성이 컸다.일반적인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라면 김예훈 앞에서 아마 기침도 하지 못했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쳐다보면서 말했다.“나오토는 내가 죽인 게 아니야. 확실한 증거도 있고, 증인과 물증도 충분한데 어떻게 내가 죄를 지었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거야? 세이이치로는 내가 나오토를 죽이지 않은 걸 알면서도 그 핑계로 나를 공격하려고 했고, 나는 그저 정방 방위했을 뿐인데 무슨 잘못이 있다고 그래? 나오키도 복수심에 불타서 고수들을 조직해 나를 포위하려고 했고, 이 많은 사람이 나 하나를 죽이려고 하는데 그것도 내 잘못이야? 루미코 역시 의사로 가장해 나를 암살하려고 했어. 타케이 가문에서 자꾸만 나를 괴롭히고 죽이려고 해서 나는 그저 나 자신을 보호하려고 정당 방위했을 뿐이라고. 집법 부대 제자 입장에서는 내가 무모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해? 넌 도대체 한국인이야? 아니면 일본인이야?
랜드크루저가 마당을 뚫고 들어온 순간, 누군가 차 문을 발로 걷어차면서 스무 명이 넘는 젊은 남녀가 동시에 차에서 내렸다.허리춤에 검을 차고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거만하고 차가운 표정이었다.그중 앞장선 사마은 키가 거의 1미터 70이 넘는 긴 생머리 미녀였다.그림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있는 그녀는 세상 모든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그녀는 왼손에 태블릿을 쥐고 김예훈을 힐끔 쳐다보고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무단으로 부산을 떠나 진주에 와서 살인 방화를 저지르다뇨! 저 류서우는 정말 회장님께서 뻔뻔한 사람은 처음 보네요. 제 발로 찾아왔으니 절대 이만 갈 생각하지 마세요. 죽고 싶지 않으면 무기를 내려놓고 무릎부터 꿇으세요. 그러면 목숨만은 구제해 줄게요.”김예훈은 이들을 한번 둘러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너희들 누구야?”“용문당 집법 부대인데요?”아주 깔끔한 대답이었다.“저희 당주님께서는 회장님이 부산 용문당의 안위를 무시하고 일본 손님을 도발했다는 신고를 받게 되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진주에까지 와서 사람을 죽일 수 있어요? 진주 기관은 당신 같은 사람을 용납할 수 없어요! 저희 용문당에서도 용납할 수 없고요!”“그래?”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용문당 4대 장로님이 지켜주는 집법 부대? 글쎄 왜 이렇게 거만하게 행동하는가 했네.”김예훈은 용인주의 체면을 봐서 부산 용문당 회장을 하기로 한 것이다.아니면 당주를 하라고 해도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라도 해도 그의 앞에서 잘난 척할 자격이 없었다.“마침 잘 왔어. 내가 이따 나오키를 죽이면 바닥을 깨끗이 청소하고 현장 정리 잘해. 아무리 그래도 진주 호텔인데 사람이 죽으면 너무 불길하잖아.”김예훈을 차가운 말을 내뱉으면서 나오키를 죽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결국 뿌리를 뽑아버리는 것이 오늘 밤 그의 목적이었다.“김 회장님!”류서우는 결국 분노하고 말았다.“지금 누구와 이야기하고 있는지 알기나 하세요? 저희 집법 부대는 당주님과 회장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