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장이가 손바닥을 쫙 펴자 이경낙은 속으로 중얼거렸다.‘다섯 냥? 그렇게나 많이…?’그녀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대장이이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오십 냥을 생각하고 계신데 가격이 마음에 안 들면 좀 더 상의해 볼 수도 있소.”‘뭐? 오십 냥?’과거 유씨네 집에 살 때 다섯 냥이면 일가족이 일년을 살 수 있는 돈이었지만, 그녀는 단 며칠 사이에 벌써 거의 백 냥이나 벌어들였다.그녀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었기에 흔쾌히 동의했다.이경낙은 도면을 건넨 뒤에 두툼한 은화주머니를 받고 재빨리 그곳을 떠났다.대장장이는 도면을
이경낙은 쌓여가는 피로와 배고픔에 거의 죽기 직전까지 갔다.그 일이 있는 후 그녀는 한 달 불경을 읊는 참사는 피할 수 있었지만, 이각천은 싸늘한 눈으로 그녀를 노려볼 뿐이었다.“천한 목숨이 질기기도 하네.”그제서야 그녀는 자신의 친오라버니가 진심으로 자신이 죽기를 바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는 자신이 유일하게 사랑하는 여동생 이경주를 기리기 위해 그녀를 죽이려 했던 것이다.아쉽게도 이경낙은 그후로도 꽤 오래 살았다.하지만 모두를 농간하고 돌아온 이경주를 그들이 보듬는 사이 이경낙은 외롭게 숨을 거둘수 밖에 없었다. ‘
“오늘부터 작아가 네 옆에 있을 거다. 네가 하는 행동 일거수일투족을 저 아이가 나한테 보고할 것이야. 넌 감시할 사람이 필요해!”이경낙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지만, 겉으로는 아닌척하며 답했다.“예, 할머니.”“이제 자세히 말해보거라. 대체 뭐 하러 그렇게까지 해서 장군부를 나갔다 온 게냐?”이경낙은 고개를 들고 노부인을 바라보다가, 결국 사실을 말하기로 했다.“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는 돈을 좀 벌려고 밖에 나갔어요. 전에 큰 공자께서 저에게 준 진주를 팔았거든요.”“너… 그게 다 돈을 위해서였다고?”배씨 노부인은 이해
“추워… 너무 추워… 제발 부탁이니 이불 하나만 다오… 이불 하나면 돼….”폭설이 내리던 어느 밤, 마구간 옆 오두막에서 눈보다 창백하게 질린 한 여인이 제대로 먹지도 못해 뼈밖에 남지 않은 앙상한 몸을 하고 바깥에 있는 시종들에게 계속해서 살려달라고 애원했다.“퉤! 자기 주제에 무슨 이불을 달래?”하지만 구경 나온 몇몇 시종들은 그 모습을 보고 박장대소만 터뜨릴 뿐이었다.“저 여자 좀 봐. 장군부의 귀한 핏줄이면 뭐해? 아무리 피가 물보다 진하다고 해도 어떻게 16년 동안 서로 사랑을 주고받으며 쌓아온 정을 이길 수 있겠어
이경주가 살아 있었다니!그렇다면 내가 그동안 당한 모진 일들은 대체 뭐란 말인가!이각천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오해? 무슨 오해? 윤왕 전하께서 널 구해주고 그동안 돌봐주시지 않았으면 우리가 어찌 널 다시 만날 수 있었겠어? 원래 걔가 잘못한 거야! 걔가 그렇게 갑작스럽게 돌아오지만 않았어도 네가 그런….”“됐어! 그만들 해!”그러자 이씨 가문의 가주인 위무 대장군이 나서서 장남을 제지했다.그러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미 지나간 일 다시 들출 거 없다. 경주가 돌아온 건 잘된 일이니, 다시는 과거 얘기를 꺼내지
그러자 장 어멈이 놀란 얼굴로 그녀에게 되물었다.“아가씨, 그게… 진심인가요? 하지만 전에는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장군과 마님부터 뵙고 싶다고 했잖아요? 왜 갑자기 생각을 바꾼 거죠?”이경낙은 산에서 내려올 때부터 친부모를 뵙기에 급급했다.그랬던 그녀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었으니 의심이 가는 것도 당연했다.이경낙이 짧은 한숨을 내뱉은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사실 아까 오면서 꿈을 꾸었답니다. 꿈에 백발 어르신이 나오셔서 저를 엄청 혼내더라구요. 은혜도 모르는 어리석은 인간이라면서요. 제가 신분을 회복하고 본가로 돌아갈 수
이에 충격을 받은 배씨는 결국 홧김에 아들의 귀뺨을 내리쳤다.돌아온 노장군은 자초지종을 듣자마자 배씨를 나무랐다.“어린애의 철없는 말 갖고 대체 왜 그래? 그동안 등씨가 조정이를 정성들여 보살핀 건 사실이잖아. 그러니 아이가 등씨를 더 생각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배씨는 잔뜩 실망한 눈으로 부군을 바라보았다. 마치 목에 벌레를 삼킨 것처럼 구역질이 올라올 것 같았다.2년 전, 그녀는 전장에서 노장군을 구하려다가 복부에 심각한 자상을 입고 다시는 회임을 할 수 없는 몸이 되었기에, 이조정이 가문의 유일한 적장자가 된 것이었다
이경낙은 손님방에 머물고 있었다. 비록 외부인의 침입이 흔히 있는 일은 아니지만 소리를 지르면 주변의 도사들이 다 들을 수 있는 곳이었다.잠시 후, 손님방 근처에 어린 도사들이 몰려왔다.방금 전까지 기세등등하던 장군부 하인들은 그 광경을 보자마자 서로 눈치를 보며 동작을 급히 멈추었다.“청송관에서 시퍼런 대낮에 대놓고 사람을 잡아가려 하다니. 나와 우리 청송관 도인들을 너무 만만하게 보는 것 아니오?”흰 수염을 길게 드리운 한 도사가 앞으로 나서더니 위엄 있게 물었다.그는 어린 도사들의 사숙 능풍자로, 이경낙과는 채소밭을
“오늘부터 작아가 네 옆에 있을 거다. 네가 하는 행동 일거수일투족을 저 아이가 나한테 보고할 것이야. 넌 감시할 사람이 필요해!”이경낙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지만, 겉으로는 아닌척하며 답했다.“예, 할머니.”“이제 자세히 말해보거라. 대체 뭐 하러 그렇게까지 해서 장군부를 나갔다 온 게냐?”이경낙은 고개를 들고 노부인을 바라보다가, 결국 사실을 말하기로 했다.“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는 돈을 좀 벌려고 밖에 나갔어요. 전에 큰 공자께서 저에게 준 진주를 팔았거든요.”“너… 그게 다 돈을 위해서였다고?”배씨 노부인은 이해
이경낙은 쌓여가는 피로와 배고픔에 거의 죽기 직전까지 갔다.그 일이 있는 후 그녀는 한 달 불경을 읊는 참사는 피할 수 있었지만, 이각천은 싸늘한 눈으로 그녀를 노려볼 뿐이었다.“천한 목숨이 질기기도 하네.”그제서야 그녀는 자신의 친오라버니가 진심으로 자신이 죽기를 바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는 자신이 유일하게 사랑하는 여동생 이경주를 기리기 위해 그녀를 죽이려 했던 것이다.아쉽게도 이경낙은 그후로도 꽤 오래 살았다.하지만 모두를 농간하고 돌아온 이경주를 그들이 보듬는 사이 이경낙은 외롭게 숨을 거둘수 밖에 없었다. ‘
대장장이가 손바닥을 쫙 펴자 이경낙은 속으로 중얼거렸다.‘다섯 냥? 그렇게나 많이…?’그녀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대장이이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오십 냥을 생각하고 계신데 가격이 마음에 안 들면 좀 더 상의해 볼 수도 있소.”‘뭐? 오십 냥?’과거 유씨네 집에 살 때 다섯 냥이면 일가족이 일년을 살 수 있는 돈이었지만, 그녀는 단 며칠 사이에 벌써 거의 백 냥이나 벌어들였다.그녀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었기에 흔쾌히 동의했다.이경낙은 도면을 건넨 뒤에 두툼한 은화주머니를 받고 재빨리 그곳을 떠났다.대장장이는 도면을
말을 마치자마 그녀는 뒷짐을 지고 자리를 벗어났다. 장씨 가문 시종들이 찾으러 왔을 때 장위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물통 옆에 주저앉아 있었고, 그의 머릿속에는 크고 반짝이던 검은 눈동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날 무능한 자식이라고 욕해?’장위는 지금처럼 수치심을 느낀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한편, 시장으로 나온 이경낙은 몇 바퀴 둘러보다가 가장 작은 대장간을 찾아 안으로 들어갔다.“주인장, 이걸 좀 만들고 싶은데 가능하겠어요?”이경낙은 옷섶에서 도면 한 장을 꺼내 망치를 휘두르고 있는 대장장이에게 건넸다.웃통을 벗어제낀 대
“너, 가서 술 좀 사와! 그리고 나머지는 다 너 가지고!”돈을 준다는데 사양할 이유는 없었다. 하물며 이건 돈이 하늘에서 그냥 뚝 떨어진 격이었다.이경낙은 재빨리 돈주머니를 챙기고는 웃으며 말했다.“예, 나리. 잠시만 기다리시죠.”이경낙은 재빨리 가서 가장 독한 술 두 단지를 샀다.마시기만 하면 목구멍이 타들어갈 것 같고 정신을 잃게 만드는 술이었다.이경낙이 술을 들고 돌아왔을 때, 장위는 물통을 끌어안고 구토하고 있었다.그녀는 다가가서 술단지만 내려놓고 조용히 자리를 뜨려는데 장위가 그녀를 붙잡았다.“사람이 어떻게
듣기로 이경낙이 아직 구씨의 뱃속에 있을 때 충의 후작가의 부인이자 구씨의 친한 친구인 마님이 이 장군부의 창창한 미래를 보고 직접 태어난 아이가 여아라면 자신의 셋째 아들과 혼인시키자고 약조했다고 했다.이경낙은 전생에서 집에 돌아온지 한 달 후에야 이경주가 죽고 혼사는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중 장위는 죽기 살기로 절대 안 된다고 반대했다고 들었다.그런 불만을 공부에 쏟았는지 그는 과거에 급제하여 드디어 혼사를 스스로 결정할 힘을 얻게 되었던 것이었다. ‘이경주를 정말 사랑하나 보네. 술 마시고
연지 가게 앞에 도착한 이경낙은 잠깐 고민하다가, 이내 안으로 들어갔다.“이 진주도 받나요?”그리 큰 가게는 아니지만 진주는 필요해 보였다.장 어멈은 이런 진주는 갈아서 화장품으로 만들어도 하등품이라는 말을 했다.하지만 장 어멈은 노부인 신변에서 시중을 들던 사람이라 좋은 것만 보고 살았을 것이다.그렇다고 해서 금릉성의 모든 여인들 모두 상등 진주가루를 살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다. 그러니 품질 안 좋은 진주라도 분명 사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역시 아니나 다를까 가게 주인장은 진주가 있다는 말에 바로 사겠다고 답
장 어멈이 크게 놀라며 말했다.“노부인, 설근환이랑 서리고는 여인의 피부를 하얗게 만드는 값비싼 물건인데 방향재에서 하나에 최소 은화 이백 냥이랍니다. 얼마나 사주시려고요?”노부인이 말했다.“걔 얼굴 거뭇거뭇한 거 좀 봐.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적어도 열 통은 써야 하지 않겠어?”장 어멈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노부인은 꽤 많은 부를 축적했지만 돈을 허투루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에게도 이렇게까지 큰돈을 써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정말 낙이 아가씨가 마음에 들었나 보네.’장 어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배 노부인의 얼굴이 굳어졌다.“거지한테 인심을 베풀어도 이것보단 낫겠어요!”장 어멈이 옆에서 투덜거렸다.배 노부인은 콧방귀를 뀌고는 가져온 물건들을 전부 바닥에 패대기쳤다.“정말 어리석기를! 장군부가 그렇게 가난해? 제 배 아파 낳은 자식한테! 십여 년을 보살펴 주지도 못했으면서 고작 이딴 거나 보내고 창피한 줄도 몰라!”배 노부인은 사람을 시켜 버리라고 했지만 이경낙이 서둘러 말렸다.“저는 전혀 창피하지 않아요. 이것들은 제가 봤던 것 중에 제일 좋은 물건이니 저한테 주세요.”그 말이 거짓은 아니었다.유씨네와 살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