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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4 화

작가: 설원
이에 충격을 받은 배씨는 결국 홧김에 아들의 귀뺨을 내리쳤다.

돌아온 노장군은 자초지종을 듣자마자 배씨를 나무랐다.

“어린애의 철없는 말 갖고 대체 왜 그래? 그동안 등씨가 조정이를 정성들여 보살핀 건 사실이잖아. 그러니 아이가 등씨를 더 생각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

배씨는 잔뜩 실망한 눈으로 부군을 바라보았다. 마치 목에 벌레를 삼킨 것처럼 구역질이 올라올 것 같았다.

2년 전, 그녀는 전장에서 노장군을 구하려다가 복부에 심각한 자상을 입고 다시는 회임을 할 수 없는 몸이 되었기에, 이조정이 가문의 유일한 적장자가 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아들이 자신과 가까이하려 하지 않고 부군은 복부의 상처가 징그럽다며 그녀를 멀리하니 배씨는 속이 상해 더 이상 이 집에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그리하여 어느 날 갑자기 짐을 싸서 청송관으로 거처를 옮긴 것이다.

그렇게 여기서 머문지 벌써 30년이나 훌쩍 지났다.

이경낙은 장 어멈의 이야기를 듣고는 할 말 많은 표정으로 머뭇거렸다.

장 어멈이 편하게 말해도 된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이경낙이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제가 비록 아직 아버지를 뵙지 못했지만… 솔직히 이씨 가문이 할머니께 잘못한 건 맞는 것 같아요.”

장 어멈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래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그러자 이경낙이 잔뜩 붉어진 얼굴로 한참 주변을 둘러본 후에야 용기를 낸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솔직히 제가 산속에서 자란탓에 세상물정에 대해 잘 모르긴 하지만… 그래도 귀족가의 예의법도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과거 이씨 가문에서 등 이랑과 아버지가 과도하게 가까워지는 것을 방관한 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분명 신분에는 귀천이 있는 법인데도 말이지요. 그래서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누가 진짜 어머니인지 모르고 자랐겠지요. 등 이랑이 아버지를 키워주신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친어머니인 할머니의 존재를 완전히 부정하게 하면 안 되는 것이지요. 하물며 할머니께서 어린 아버지를 남겨두고 떠나신 것도 가문과 할아버님을 위한 거잖아요. 할머님 아니셨으면 오늘의 이씨 가문도 없었겠지요. 그러니 이씨 가문은 할머니께 불의를 저질렀으며 아버지는 할머니께 불효를 저지른 게 맞다고 생각해요.”

말을 마친 이경낙은 큰 잘못이라도 한 아이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이 말들이 아버지께 전해지면 저는 큰 벌을 받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제 말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장 어멈은 겁이 많지만 할 말은 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아가씨 말씀이 맞아요. 그러니 겁내지 말아요. 어떤 일이 있어도 아가씨는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

말을 마친 장 어멈은 싱글벙글 웃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이경낙은 멀어지는 장 어멈을 한참 바라보다가, 혼자 냉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보이는 것에만 눈이 멀어 혈연을 멀리하는 건 집안 전통이군.”

그리고 노부인에게서 동병상련의 감정이 느껴졌다.

그래서 더더욱 노부인을 자기 편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죽원으로 돌아온 장 어멈은 자신이 보고 들은 이야기를 노부인에게 전했다.

노부인은 늙은 시종이 자신의 과거를 어린 손녀에게 얘기했다는 말을 듣고 분노했지만 이경낙이 한 말에 더 놀랐다.

“그 아이가 정말… 그런 말을 했다고? 이씨 가문이 나에게 불의를 저질렀고 자기 아비가 나한테 불효를 저질렀다니?”

그러자 장 어멈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예, 노부인. 아가씨는 그 말을 하고 겁에 질려 손까지 떨고 있었어요. 자기가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것 같다면서요.”

배 노부인의 얼굴에 은은한 분노가 드리웠다.

“참으로 간 큰 계집일세! 어찌 그런 고약한 말을 한단 말이냐!”

장 어멈은 잔뜩 긴장한 탓에 고개를 푹 숙이고 말했다.

“노부인, 너무 화내지 마세요. 소인이 보기에 아가씨는 너무 순수하시고 예의법도를 모르셔서 한 말일 거예요.”

배 노부인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내가 왜 화를 내? 내가 안쓰럽다고 한 말인데. 하지만 그 말이 장군부에 전해지면 그 아이는 어떻게 되겠어?”

말을 마친 노부인은 경고 섞인 눈빛으로 장 어멈을 노려보자, 장 어멈은 괜히 찔린듯 몸을 움찔거렸다.

‘역시 노부인이야. 그리 멀리 내다보셨다니.’

장 어멈이 말했다.

“소인이 괜한 말을 했네요. 오늘 들은 말은 무덤까지 가져가겠습니다. 약속드릴게요!”

노부인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고 화제를 돌렸다.

“어려서 산에 버려진 채 자란 아이가 이씨 가문에서 유일하게 양심을 가진 아이라니. 한심도 하지.”

장 어멈이 물었다.

“그럼 아가씨 한번 만나보시겠나요?”

배 노부인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급할 거 없어. 더 지켜보자고. 정말 보이는 것처럼 순수한 아이인지 그런 척하는 건지는 더 두고 봐야 알 것이야.”

이경낙은 급할 게 없었다.

그녀는 매일 글씨 연습을 하고 도관의 채소밭에 가서 도사들의 농사일을 도왔기에, 밭을 갈고 채소를 심는 일에는 도가 튼 사람이었다. 심지어는 도사들과 함께 어떻게 하면 더 좋은 품종의 채소를 길러낼 수 있을지 상의하기도 했었다.

그녀만의 생각과 비법은 도사들마저 해결하지 못했던 해충 문제까지 해결해 주었다.

도사들의 신임을 얻은 이경낙은 직접 주방으로 가서 반찬도 만들었다.

어릴 때부터 해오던 일이라 전혀 서툴지 않았다.

그녀는 맛있게 만든 반찬을 장 어멈을 시켜 노부인께도 보냈다.

배 노부인은 처음에는 한사코 거절하며 반찬을 모두 장 어멈이나 다른 시종들에게 주었다. 하지만 그 후 사람들이 모두 맛있다고 칭찬하자 궁금한 마음에 맛을 보았다가 눈을 반짝이며 빛냈다.

“그 녀석에게 이런 재주가 있었을 줄이야!”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이런 일을 하며 커왔을 이경낙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그 녀석 요즘 도관에서 아주 살판이 났다던데?”

노부인이 내일 한번 불러 얼굴이나 볼까 고민하던 찰나, 하인이 부리나케 안으로 달려오며 보고했다.

“노부인, 큰일 났어요! 장군부에서 사람을 보내 강제로 아가씨를 데려간답니다! 아가씨가 안 간다고 하니 밧줄로 묶어서 끌고 가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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