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999화

Author: 윤지
윤소현과 같은 사람에게는 인간성 따위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한수민이 엄마 노릇을 하지 못하여 모녀 관계를 끊은 것이라면 그나마 말이 통하는 데 그와 정반대로 한수민은 엄마 노릇을 너무 잘해 왔었다.

하지만 윤소현은 자기한테 마음을 다해 주는 엄마를 버리고 돈과 권력이 많은 정수미를 엄마로 선택했다.

윤소현의 본성을 잘 알고 있는 박민정은 이제는 말을 섞고 싶지도 않았다.

“혈연관계는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고 윤소현 씨가 그러지 않았어요? 그뿐만 아니라 윤소현 씨 몸에는 한 여사님 피가 흐르고 있다고 분명히 말하지 않았나요?”

윤소현은 자기가 했었던 말을 도로 받으면서 순간 어찌할 바를 몰랐다.

화가 미친 듯이 치오르고 있음에도 뭐라고 반박할 말이 없었으니 말이다.

“여하튼 한수민한테 당장 소송 취소하라고 해! 어차피 얼마 살지도 못하는데 소송만 취소해주면 우리 아빠가 그 뒷일을 책임져줄 수 있다고 했어.”

그 아빠에 그 딸이라고 어지간히 어이가 없는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박민정은 두 부녀에게 버림을 받은 한수민이 전혀 불쌍하지 않았다.

“마음대로 해요.”

이윽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한편, 윤씨 가문에서.

윤석후가 윤소현에게 물었다.

“어떻게 됐어?”

윤소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친년이 싫다고 하잖아요!”

“네 엄마 원래 걔 좋게 보지도 않았어. 대신 나서서 말린다고 한들 달라지는 건 없었을 거야.”

윤석후는 한숨을 내쉬면서 덧붙였다.

“한수민은 이혼하겠다고 난리지 박민호는 또 재산을 빼앗아 가겠다고 난리지... 해외에서 잘 살 수 있었는데, 걔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귀국한 거잖아!”

박민정에게 거절을 당하자, 윤소현은 박민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기고만장하기 그지없는 윤소현으로붙터 전화가 걸려오자, 박민호는 의아해하면서 여유로운 모습으로 받았다.

“어머, 이게 누구야. 발레를 하는 우리 누나 아니야? 누나한테 나 같은 동생이 있었다는 거 이제야 기억난 거야?”

잔뜩 비아냥거리고 있는 박민호의 목소리를 듣고서 윤소현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000화

    한수민의 말을 듣고서 유남우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지는 않았다.“죄송합니다만, 제가 나서기에는 좀 어려운 상황인 것 같아요. 소현이 엄마시면 저한테는 장모님이시고 윤석훈 씨도 제 장인어른이나 다름없잖아요. 두 분이 하시는 법정 싸움에 제가 끼어든다는 건 여러모로 걸리는 부분이 많아요.”한수민은 그 대답을 듣고 나서도 풀이 죽지 않았다.유남우가 이렇게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찾아온 것도 윤소현을 위해서가 아님을 내심 알고 있는 한수민이다.“지금껏 살면서 내가 누구한테 가장 미안해하는지 알아요? 민정이요. 하지만 그 죄를 모두 갚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해요. 그래서 가능한 한 재산을 도로 빼앗아 와서 민정이한테 줄 생각이에요.”한수민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유남우는 그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병원에서 나가고 나서 그는 박민호에게 말했다.“병실에 경호원 좀 붙여서 민호 씨 엄마 보호해 드리도록 해요.”갑작스러운 상황에 박민호는 마냥 이상하기만 했다.“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예요?”“그냥 시킨 대로 해요.”“네.”박민호는 이제는 캐묻지 않았다.자기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여기면서 말이다.그렇게 박민호와 헤어지고 나서 차에 오른 유남우는 자기 변호사팀과 연락을 닿았다.어떻게든 이번 이혼 소송에서 한수민이 이기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내심 결정을 내렸다.하지만 대놓고 말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암암리에 진행할 생각이었다....두원 별장.집으로 돌아온 박민정은 심심한 나머지 핸드폰으로 기사를 확인해 보았는데, 마침 한수민 이혼 소송에 관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유명 무용가 시한부 판정받음. 재혼한 남편과 현재 이혼 소송 중. 서로 등을 돌리게 된 그 이유는... 하찮음.]자극적인 말로만 구성된 기사 제목을 보고서 박민정은 링크를 누르고 자세한 보도를 확인했다.하지만 형편없는 기자가 쓴 기사일 뿐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지도 못했다.또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지금의 한수민은 그때 그 유명한 무용가가 아니라 일반인보다 못한 존재로서 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001화

    보름 남짓이 못 본 사이 한수민은 몰라보게 변해버렸다.온몸에 뼈만 앙상하게 남은 채 간병인의 부축 하에서 간신히 걸어왔다.현장 기자들 안중에 한수민은 더는 소문이 자자한 무용가가 아니었다.후회와 참회의 마음으로 법정에 나선 한수민은 움푹 꺼져 들어간 두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친딸인 윤소현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한수민의 눈빛과 마주친 윤소현의 얼굴에는 그에 대한 혐오감과 놀라움만 쓰여 있을 뿐,다른 감정은 전혀 없어 보였다.“한수민은 왜 왔어?”그녀가 비서에게 물었다.“그건 모르겠어요.”비서가 고개를 살살 흔들면서 대답했다.“쓸모없는 놈!”한수민은 윤소현을 향한 눈길을 박민정 쪽으로 돌리더니 끝내 박민정의 얼굴에 머물고 말았다.박민정은 여전히 냉정했다. 그의 눈동자는 고요한 호숫물처럼 아무런 파문도 없었다.한수민의 가슴은 칼로 도리는 듯 아팠다.자신에 지나간 세월에 박민정에게 끊임없는 상처만 주지 않았더라도 이런 눈빛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정민기가 그녀의 곁을 지나서 박민정한테 다가서 말했다.“제가 도착했을 때 이미 양쪽 싸움이 붙었어요. 그래서 두 사람을 차에 태워서 데려왔어요.”“네, 수고했어요.”박민정이 머리를 끄덕하면서 말했다.정민기는 자리를 찾아서 앉고, 재판은 바로 시작됐다.한수민은 이혼소송을 제출하면서 부부 공동재산의 절반을 요구했다. 이어서 그녀는 자기가 입원하고 있는 사이 윤석후의 불륜 증거를 제출했다.윤석후가 계속 사실을 부인하려고 발버둥질했지만, 호산 그룹 법무팀의 변호사가 증인으로 출석했기에 윤석후는 결국 깡그리 지고 말았다.판사는 당장에서 이혼 판결을 내리고, 윤석후의 재산 절반을 한수민에게로 줄 것으로 판결 내렸다.재판이 끝난 뒤윤소현은 그 자리에 얼어버렸다. 그녀는 당장 달려 나가서 유남우에게 전화를 걸었다.“남우 씨, 어떻게 된 일이에요? 호산 그룹에 왜 한수민의 소송을 돕는 거예요?”재판 결과를 알고 있는 유남우는 사무실의 의자에 앉아서 창밖의 빌딩을 보면서 대답했다.“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002화

    한수민의 입에서 자신을 배려하는 말이 나왔다는 점이 박민정은 너무 가소롭게 느껴졌다.“우리한테 신경 쓰지 말아 주세요.”말을 마친 박민정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차에 올라서 떠나갔다.그녀는 오늘 뜻밖의 일이 일어날 줄 알았는데 생각 밖으로 잠잠했다.한데 눈만 감으면 한수민의 가냘픈 말소리가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계절이 바뀌고 있으니, 너랑 아기랑 다 건강을 잘 챙기고…’그녀는 방금 앞에 서 있던 한수민이 진심인지, 아니면 여전히 허위적인지 분별을 할 수 없었다. 아무튼 한수민이 준 받은 상처는 한평생 아물 수 없을 것이다.박민정은 그 누구보다도 한수민을 증오했다.“도착했습니다.”정민기의 말소리에 박민정은 어렴풋한 사색 속에서 깨어나 눈을 떴다. 두원 별장에 도착했다.오늘따라 유남준도 일찍 돌아왔다. 소파에 앉은 채 그녀한테 물었다.“어떻게 됐어?”“특별한 일은 없었어요. 한수민이 재판에서 이겨서 뜻대로 이혼하고 재산까지 절반 가졌어요.”박민정이 옆에 다가와 앉으며 대답했다.한수민이 소송을 걸어 얻은 돈을 윤소현한테 주지는 않을 것이고, 아마도 박민호에게 줄 계획일 것이다.그렇다면 그 돈이 다시 박씨 가문에 돌려준 셈이지.피곤함이 막 몰려오자, 박민정은 유남준의 팔짱을 끼면서 애교를 부렸다.“매일 저를 회사까지 바래다준다고 하지 않았나요? 왜 오늘 나 혼자 두고 아침 일찍 나갔대요?”그녀도 무심결에 던진 말이지 화나서 한 말이 아니었다.너무 갑작스러운 열정에 놀란 유남준은 말문이 탁 막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녀의 머리를 다독여 주었다.“당신이 좋아하는 프로젝트 몇 건 가져왔는데 한번 봐.”“싫어요… 왜 또 업무에요?”박민정이 한숨을 지었다.‘유남준, 당신은 정말로 인간성이 없는 금수야.’“당신이 이 몇 건의 프로젝트만 완성할 수 있다면 당신의 마케팅 5팀은 절대로 안 쫓겨나.”유남준이 덧붙여 말했다.그는 오늘 아침 일찍 병원에 가서 김인우한테서 검진을 받았다.이번 주만 지나면 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003화

    ‘뭐라고? 질렸다고?’이 대답을 들은 박민정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유남준을 감쌌던 두 팔을 어디에 둘 줄 몰라 어쩔 바를 몰라 했다.박민정은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깊은숨을 한껏 들이켠 후 말했다.“남준 씨,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 아니에요?”방금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는데 갑자기 이혼을 제출하니 그녀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그런 거 없어.”유남준이 차디찬 눈빛을 보이면서 대답했다.더 이상 유남준과 상대하기 싫다는 듯 박민정은 그와 몇 미터 사이를 두고 앉아서 사색에 잠겼다.드디어, 거실은 쥐 죽은 듯 조용해지고 말았다.박민정이 계속 침묵을 지키는 것을 보던 유남준이 말을 꺼냈다.“절대로 당신이 섭섭지 않게 할 테니 잘 생각해 봐.”말을 마친 그는 몸을 일으켜서 계단으로 향했다.그 말을 들은 박민정은 당장 달려가서 유남준한테 한바탕 주먹을 휘두르고 싶었다.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박민정은 미심쩍었다. 유남준이 올라간 뒤 급히 서다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 건너편의 서다희가 이내 전화를 받았다.“사모님, 무슨 일로 전화하셨습니까?”“혹시 요즘 유남준 씨한테 무슨 일 없나요?”오늘 대표님이 병원에 가셔서 김인우 의사 만나서 검진받고 다음 주부터 수술받기로 했다.이 일을 그 누구에게도 말 못 하게 했다.만일 수술 결과가 좋지 못하면 박민정 모자가 유씨 가문에서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할 걸 예측했다.그래서 먼저 이혼서류를 밟아서 거액의 위자금을 박민정한테로 돌리려고 했다.“대표님께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서다희가 시치미를 뚝 떼며 되물었다.박민정은 이혼과 관련한 말을 서다희 에게 말하기는 머쓱했다.“아니요, 혹시 남준 씨한테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나 해서요. 이를테면 머리를 어디에 박았다는가…”“그럴 수 없습니다. 대표님께서 항상 안전이 일 위라고 하십니다.”허다희한테서 아무런 가치 있는 정보를 얻을 것 같지 않은 박민정은 전화를 끊었다.어느덧 저녁이 되어 박윤우가 돌아왔다.저녁밥을 먹고 있던 박윤우가 궁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004화

    아무런 준비도 없었던 유남준은 그 자리에 목석처럼 굳어졌다.“잉꼬부부도 7년째의 권태기에 접어들어 갈 수 있다고 해요. 당신과 나는 결혼한 지 7년이 되지만 진정으로 같이 생활한 지는 일 년조차 넘기지 않았어요. 근데, 벌써 무미건조하나요?”박민정의 입김이 유남준의 가슴에 뜨겁게 닿았다.유남준은 간지러움을 억지로 참으면서 말했다.“이러지 마.”유남준의 목소리는 저도 모르게 거칠어졌다.박민정은 턱을 위로 살며시 들고 귀 방울까지 빨개진 유남준의 얼굴을 그윽하게 지켜보았다.그가 입으로는 어떤 거짓말을 하더라도 몸은 성실하다.“당신 진짜 저랑 이혼 할 샘인가요?”“음.”유남준이 둣걸음 치면서 그녀를 몸에서 밀어내려고 했다.박민정은 일부러 ‘앗!’ 하며 뒤로 넘어지는 시늉을 마치기 바쁘게 유남준은 잽싸게 그녀를 도로 안아 당기였다.그러다 당황해서 또다시 밀어냈다. 그리고 또 안아 당기였다.이에 재미를 본 박민정은 또다시 앞으로 달려가 유남준을 꼭 안았다.“더 이상 나를 밀어내지 말아요. 전 당신의 아기를 가진 임신부예요. 당신이 밀어서 아기가 잘못되면 저를 원망하지 말아요.”유남준은 지금처럼 속수무책 인적이 없었다.“말 좀 들어. 이 상황에서 이혼이 우리에게 제일 좋은 선택이야.”비로소 박민정은 유민준이 뭔가를 감추고 있다는 걸 확인 했다.지금 그녀는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았다.박민정은 유남준을 꼭 안은 채 말했다.“유남준 씨, 지금 내 말을 잘 들어요. 오늘 당신이 나랑 이혼하면 다시는 되돌리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깐 잘 생각해 보고 말해요.”‘절대로 후회 안 해!’유남준은 자신이 수술을 받은 후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올 때 꼭 다시 박민정을 되찾아올 타산이었다“그래.”유남준은 속에 없는 말을 해버렸다박민정은 곧 돌아버릴 직전이었다.“여봐요, 남준 씨! 당신은 대체 나한테 뭘 숨기고 있어요? 당신이 앞을 못 봐도 상관없는데 또 뭘 나한테 숨기려 해요?”박민정은 지금 왕짜증이 났다. 이런 유남준이 진짜 얄미웠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005화

    이튿날아침 일찍 일어난 박윤우는 따끈한 온수 팩을 안고 이불속에 드러누웠다.박민정이 박윤우를 깨워 주려고 방으로 들어갔는데 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는 걸 발견했다.“윤우야…”박민정이 부드럽게 불렀다.박윤우가 살며시 눈을 뜨더니 허약하게 말했다.“엄마…”“아들, 어데 아파?”박민정이 걱정되어 물었다.“엄마, 나 어지러워요…”“얼른 일어나, 엄마가 옷 입혀줄게, 병원에 가자.”애가 어지럽다고 하자, 놀란 박민정은 다급히 서두르기 시작했다.박윤우는 어릴 때부터 백혈병으로 앓고 있었기에 설사 작은 병이더라도 끌면 안 되기 때문이다.“엄마, 나 병원에 가기 싫어요. 그냥 집에서 누워 쉬면 안 돼요?”“안되지, 윤우의 이마에 장국 끓일 수 있겠네…”“나 어제 비 맞아서 그래요. 좀 누워 있으면 금방 나을 것 같아요.”박윤우가 변명했다.유남준이 말소리에 깨어나 방에서 나오면서 물었다.“무슨 일이야?”지금은 아들이 일 순위이다. 박민정은 어제저녁의 불쾌한 일로 유남준을 무시하지 않았다.“윤우 지금 열이 많이 나고 있어요. ““엄마 출근 안 해요? 아빠랑 병원 가게 해줘요.”박윤우가 유남준을 훔쳐보면서 말했다.“윤우가 아픈데 엄마가 어떻게 출근해? 오늘 휴가 내면 되지.”“근데 엄마 어제도 휴가 냈잖아요. 어차피 아빠는 한가하신데…”그러는 박윤우는 문 입구 편에 서 있는 유남준을 올려보면서 말을 이었다.“아빠가 윤우를 병원에 데리고 가줄 수 있지요? 네? ”유남준은 당연히 거절할 리가 없었다.“그래, 민정 씨는 출근해, 윤우는 내가 병원에 데려가면 되지.”유남준이 병원에 데려다주는 것을 원하는 박윤우를 보고 박민정은 묵묵히 옷을 입혀 유남준에게 안겨 주었다.두 사람이 차에 오르기까지 배웅했다.차에 앉은 유남준은 또 박민정을 보면서 신신당부했다.“어제저녁에 한 얘기, 서둘러 결정해.”박윤우만 이 자리에 없었더라면 당장 유준우를 한 대 갈기고 싶은 심정이다.“어제 무슨 일 인데요?”박윤우가 능청스럽게 물었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006화

    주치의가 박윤우의 전면 검진 보고서를 보니 백혈병 외 감기로 인한 발열 증상은 없었다.“수치가 정상입니다.”‘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박윤우가 다급히 변명했다.“의사 선생님, 혹시 제가 병원에 오니 병균이 자동으로 죽은 건 아닐까요?”이에 주치의는 껄껄 웃었다. 따라서 얼마간 짐작이 갔다.병실 밖을 나온 주치의는 유남준에게 말했다.“대표님, 두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첫째는 도련님이 유치원에 가기 싫어서 꾀병하는 것이고, 둘째는 아침에 급히 깨어나면 어지럼증을 나타나는 애들도 가끔 있습니다. 하지만 잠시 후면 정상으로 돌아올 겁니다.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유남준은 당연히 두 번째로 추측했다.“괜찮다니 다행입니다.”병실로 돌아온 유남준은 박윤우를 안고 집으로 향했다.“아빠, 윤우는 유치원도 가기 싫고, 집에도 가기 싫어요. 아빠가 일하는 곳에 가고 싶어요.”박윤우는 오늘 유남준 뒤를 졸래졸래 따라다니면서 숨겨진 여자가 누군가 꼭 밝혀낼 타산으로 여태껏 연기 했는데 이대로 순순히 돌아갈 리 없었다.“안 돼! 유치원 가든지, 집으로 가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해!”유남준은 오늘 애를 데리고 놀 여유가 없다.“싫어, 아빠~ 윤우 버리지 말고 데리고 가줘요. 난 아빠 따라서 갈래요. 아빠 윤우 말고 딴 아기 생겼나요?”박윤우가 유남준의 넓적다리를 껴안고 눌러앉아서 응석 부렸다.오가는 사람들이 호기심에 찬 시선을 던져왔다.이에 박윤우는 더 신나서 외쳐댔다.“윤우를 싫어하면서 왜 낳았어요?”“지금 저를 버리려고요? 형이랑, 저는 진짜 불쌍한 애들이에요…”박윤우가 눈물 콧물 쥐어짜서 유남준의 바지에 뿌려 놓았다.‘아빠, 진짜 나빠. 우리를 버리려고 하다니.’유남준은 이런 응석둥이 박윤우를 대치하기 제일 힘들어한다. 애가 또 아프지, 손찌검도 할 수 없고.“알았어, 알았어. 그럼 아빠 따라 회사 가되, 절대 까불면 않되. 조용하게 앉아 있어야 해, 알았지?”“네!”박윤우는 언제 울었냐 싶은 듯 뚝 하고 그쳤다.유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007화

    “대표님이 분부하신 이혼 협의서입니다.”강연우가 이혼 협의 서류를 유남준에게 건네주면서 말했다.유남준은 강연우에게 협의 내용을 읽어 달라고 했다.강연우가 협의서 내용을 또박또박 읽어 주었다.“벌써 이혼 서류까지 다 작성했어! 흥!”박윤우가 노기등등하여 ‘탕!’문을 박차고 들어갔다.문소리에 깜짝 놀란 두 사람은 고개를 돌려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누구야?”유남준이 양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박윤우를 보는 순간 강연우가 거침없이 대답했다.“작은 도련님입니다.”왜냐하면 박윤우가 작은 치수의 유남준 마냥 똑 닮았으니 말이다.“아빠! 진짜로 엄마랑 이혼 하려고요?”박윤우는 두 볼이 볼록해서 화를 냈다.유남준은 강연우에게 먼저 나가보라고 손 저었다.“어린이가 어른들의 일에 참견하고 그러면 못써.”강연우가 나간 뒤, 유준우는 화가 나서 팔짝 뛰는 인형 같은 애를 보면서 말했다.”박윤우는 지금 화가 나서 어쩔 바를 몰라 하면서 생각했다.‘형 말이 맞아, 아빠는 바람둥이야!’“윤우는 아빠를 여태껏 믿었는데, 어떻게 우리 엄마를 배신할 수가 있어요! 내가 크면 꼭 복수할 거야!”박윤우의 자그마한 몸은 분노에 못 이겨 바르르 떨고 있었다.이에 유남준은 화를 낼 대신 보일 듯 말 듯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진짜지? 그럼 얼른 커서 아빠한테 복수해야 해?”유남준은 자기가 그때까지 살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태연자약하게 대답하는 유남준을 본 박윤우는 화가 상투 밑까지 치밀어 오르는 참, 주변을 둘러보더니 다짜고짜 컵을 들어 유남준을 향해 힘껏 던졌다.‘잘그랑!’컵이 유남준의 어깨를 명중하고 바닥에 떨어져 박살 났다.컵 부서지는 소리에 서다희가 뛰어 들어왔다. 박윤우가 또다시 ‘흉기’를 찾으려는 것을 보고 큰 소리로 말렸다.“도련님! 그만해요!”“도련님이라 부르지 말아요! 난 당신들의 도련님이 아니에요! 난 박 씨지 유 씨가 아니에요!”박윤우는 지금 그 누구보다도 화가 동했다.자신이 그토록 믿어오던 유남준이 엄마를 배신

Latest chapter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23화

    유남준은 방성원의 말을 듣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의 동생은 정말 한시도 조용히 있질 못했다.유남준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 마침내 입을 열었다.“알겠어. 계속 철저히 감시해.”“그래.”방성원과 유남준은 중요한 이야기를 마친 뒤 자연스레 집안 사정을 화제로 삼았다.방성원의 상황은 유남준보다 훨씬 심각했다.설인하가 이혼을 요구하며 딸까지 데려가겠다고 나선 상태였다.“남준아, 정말 모르겠어. 내가 인하한테 뭘 잘못했다고 이렇게 떠나려고 하는 걸까?”유남준은 그의 질문에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결국 간단히 말했다.“무슨 일이든 분명히 설명하고 넘어가. 후회만 남기지 않도록 해.”유남준은 과거 자신과 박민정 사이의 오해로 인해 얼마나 많은 갈등과 상처가 생겼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때 미리 솔직히 대화했더라면 그토록 많은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한편, 객실에서는 박민정과 조하랑이 나란히 누워 있었다.조하랑은 참지 못하고 박민정의 팔을 꼭 끌어안았다.“민정아, 네가 돌아와서 얼마나 좋은지 알아? 계속 돌아오지 않았다면 난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았을 거야.”그녀가 말하는 죄책감은 예전에 병원에 너무 늦게 도착한 탓에 박민정이 실종된 일을 가리켰다.박민정은 그녀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바보야,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그러니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박민정이 그렇게 말했지만 조하랑은 여전히 가슴 한구석이 아리며 지난 1년 동안의 괴로움을 떠올렸다.“응, 이제부터는 정말 무사하게 지내야 해.”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레 물었다.“하랑아, 넌 내가 남준 씨를 믿어야 한다고 생각해?”조하랑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왜 그런 질문을 해?”“그냥... 예전에 속은 적이 있어서 그런지 이제는 쉽게 믿기가 힘들어졌어.”박민정은 쓴웃음을 지었고 조하랑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솔직히 나도 네가 남준 씨를 믿어야 할지 확신은 없지만 한 가지는 알고 있어. 만약 네가 기억을 잃지 않았다면 네 선택은 분명 그 사람을 믿는 거였을 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22화

    방성원이 별장에 도착하자 집 안은 더더욱 활기가 넘쳤다.그는 유남준 앞에서 자신의 아이를 자랑하기 바빴다. 오늘은 김인우도 찾아와 두 친구를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에 잠겼다. 한 명은 아들이 있고 다른 한 명은 딸이 있는데 자신은 아무것도 없었다.김인우는 문득 할아버지가 말했던 ‘고독한 인생’ 이라는 말이 떠올랐다.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어울리고 있는 조하랑에게 향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가슴 한구석에서 묘한 감정이 피어오르는 걸 느꼈다.하지만 김인우는 곧 머리를 흔들며 중얼거렸다.“딩크족으로 사는 게 나은 거지.”유남준은 그의 혼잣말을 듣지 못한 채 서류를 한 장 꺼내 김인우에게 건넸다.“이 안에 있는 걸 철저히 조사해 봐.”그것은 몇 가지 약물 목록이었다.김인우는 즉시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이게 민정이가 복용했던 약이야?”유남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그래. 바로 조사할게.”이 약물 리스트는 유남준이 박민정을 몰래 다른 병원으로 데려갔을 때 따로 사람을 시켜 확인한 결과였다.김인우는 약물 목록을 사진으로 찍어 부하에게 전송했다.“민정이는 요즘 상태가 좀 나아졌어?” 친구의 물음에 유남준은 고개를 저었다.“아니.”박민정은 여전히 기억을 되찾지 못했고 오히려 자신을 피하고 화를 내는 상황이었다.오늘도 함께 식사를 마친 뒤 그녀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자신을 완전히 외면했다.김인우는 그의 우울한 얼굴을 보고 위로했다.“인생사 뜻대로 되는 일이 몇이나 있겠어. 너무 마음 쓰지 마.”그러나 유남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 그의 바람은 단 하나였다. 박민정이 기억을 되찾고 무엇보다 건강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이었다.시간이 늦어졌지만 김인우와 방성원은 떠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결국 유남준은 차갑게 말했다.“이제 밤도 깊었으니 돌아가야 하지 않겠어.”김인우는 상황 파악을 못 한 채 대답했다.“아니, 이제 겨우 열 시인데 뭘. 천천히 가도 돼.”열 시인데도 느긋하다니, 유남준은 점점 인내심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21화

    에리는 연지석을 노려보며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이 눈에 거슬리는 사람을 당장 쫓아내고 악보를 되찾아야겠어.’“연 사장님이 곡을 쓴 적이 있던가요?”에리가 비꼬듯 물었으나 연지석은 여유롭게 웃으며 답했다.“곡을 쓸 줄 몰라도 볼 줄은 알지 않을까요?”그는 에리의 악보를 흘깃 보더니 말했다.“내가 보기에 이 곡은 엉망이네요. 민정이 시간 좀 낭비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그 말에 이어 연지석은 박민정에게 부드럽게 말했다.“민정아, 인하 씨도 이제 퇴근할 시간이 됐을 거야. 찾아가 봐.”뜻밖의 구원에 박민정은 감사한 눈길을 연지석에게 보냈고 서둘러 그 자리를 벗어났다.사실 박민정은 에리의 과한 열정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악보를 보여주겠다며 다가오더니 갑자기 자신의 복근 여덟 개를 자랑하겠다고 나섰던 그였다.‘내가 이런 활기 넘치는 사람을 어떻게 알게 된 거지?’박민정은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그녀가 떠난 뒤 에리는 얼굴에서 웃음을 싹 거둔 채 연지석을 노려보았다.“뭐예요, 사장님은 유 대표한테 직접 맞서지도 못하면서 저까지 막으려는 거예요?”과거 같았으면 연지석은 그의 도발에 휘둘렸을 것이지만 이제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난 내 얼굴이 이미 충분히 두껍다고 생각했는데 에리 씨가 더하군요.”연지석이 태연하게 말하자 에리는 코웃음을 치며 맞받아쳤다.“이건 얼굴이 두꺼운 게 아니라 내 행복을 추구하는 거예요. 뭐가 문제인데요? 난 민정이를 좋아해요. 예전부터 좋아했고요. 사장님처럼 좋아하면서도 표현하지 못하는 건 아니라고요.”에리는 연지석을 경쟁 상대로 여겨왔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은 듯 했다.연지석은 그의 말에 일절 반응하지 않고 사무실로 돌아가 퇴근 준비를 했다.설인하는 그의 옆에서 퇴근을 도왔다.“사장님, 이번 계약도 성공적으로 성사되었습니다.”“잘했어요.”연지석이 칭찬하자 설인하는 머쓱한 듯 말했다.“다 사장님의 훌륭한 지도 덕분이에요.”연지석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지금처럼 혼자서 일을 잘 해내지 못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20화

    유남우는 차 안에서 홍주영이 낯선 남자와 함께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는 사람을 시켜 사진을 찍게 한 후 그 남자의 신원을 조사하도록 지시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조사원이 전화를 걸어왔다.“도련님, 저 남자는 하민재라고 합니다. 하씨 집안의 장남이자 연지석의 친구입니다.”하민재?유남우는 순간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깨달았다.‘어쩐지 어디선가 본 얼굴 같더니 정말 아는 사람이었군.’홍주영의 가정환경을 이미 알고 있던 유남우는 그녀가 하씨 집안 사람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그녀의 집안은 그저 평범한 가정이었으니까.유남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문득 홍주영이 하민재의 정체를 알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어졌다.그는 차 안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그리고 두 사람이 식사를 마치고 나오려 할 때쯤 운전기사에게 차를 몰고 떠나라고 지시했다.식사 후 홍주영은 원래 식사 값을 내려고 했으나 하민재가 이미 계산을 끝낸 상태인 것을 발견하고는 당황스러워하며 말했다.“얼마였어요? 제가 송금할게요.”비서의 월급으로 식사비를 감당할 수는 있었지만 오늘 식사는 그녀의 한 달 월급에 가까운 금액이었다.하민재는 그녀의 솔직한 태도에 약간 놀라며 미소 지었다.“괜찮아요. 다음에 밥 먹을 때 사면 돼요. 이제 나한테 두 끼 빚진 거네요.”홍주영은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연애 경험이 전무한 그녀는 하민재의 말 속에 담긴 의미를 전혀 눈치채지 못 한 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어요. 다음번엔 꼭 제가 살게요.”“좋아요.”하민재는 그녀가 이렇게 진지하게 답하는 모습에 다소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그는 그녀를 차에 태워 보낸 후에야 자신의 전용 차량을 불렀다.하민재는 결혼할 나이에 접어들었고 그의 할머니가 추천한 사람이 바로 홍주영이었다.“이 여자는 참 괜찮다. 전혀 속물적이지 않아.”할머니의 말이 떠올랐다.하민재는 오늘 평범한 옷차림으로 나왔는데 그녀를 테스트하려는 의도였다. 그리고 이 간단한 테스트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19화

    유남우는 한쪽에 앉아 있었다. 그는 홍주영과 통화 중인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들리지는 않았지만 상대가 남자라는 사실만은 알 수 있었다.“홍 비서, 연애해?”그는 예상치 못한 질문을 던지며 약간 놀란 듯 물었고 홍주영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잠시 멍해졌다.“글쎄요, 연애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지금은 그냥 소개팅 단계라 서로 알아가고 있는 중이에요.”유남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네. 만약 확실해지면 꼭 그 사람 데리고 와. 나도 한번 봐야 하지 않겠어? 홍 비서가 좋은 사람을 골랐는지 내가 심사도 해줄게.”홍주영은 그의 가벼운 태도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유남우가 조금의 질투도 없이 그렇게 쉽게 말하는 걸 보니 그는 자신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그녀는 씁쓸하게 미소 지었지만 이번에는 평소와 달랐다.홍주영은 그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했다.“도련님, 그럴 필요 없어요.”“왜?” 유남우가 의아한 듯 되물었다.홍주영은 자신도 모르게 약간의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걸 느꼈다. 그녀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채 말했다.“그건 제 개인적인 일이잖아요. 그렇죠?”유남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으나 홍주영은 이어서 말했다.“도련님은 저한테 단 한 번도 도련님의 사적인 일에 관여할 기회를 준 적이 없었잖아요. 그러니 제 일에도 간섭하지 말아 주세요. 존중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이건 홍주영이 처음으로 유남우를 거절한 순간이었다.유남우는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홍주영은 그의 시선을 느꼈지만 개의치 않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밖에는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이번 눈은 언제쯤 멈추려나...”홍주영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고 유남우는 그녀의 말을 받아 화제를 돌렸다.“그러게. 올해는 유난히 눈이 많이 오네.”그 후로 두 사람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회사에 도착한 뒤, 퇴근 시간이 되자 유남우는 홍주영이 벌써 자리를 비운 것을 발견했다.왠지 모르게 그녀가 어디로 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18화

    홍주영은 오늘 유남우와 함께 회사로 가는 길에 이곳을 지나가게 되었다.차에서 내리겠다는 유남우의 말에 그녀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가 돌아오지 않자 걱정이 되어 직접 찾아왔다.그리고 그녀가 마주한 것은 지금 이 끔찍한 장면이었다.홍주영은 여실히 박민정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급히 소리쳤다.“도련님, 빨리 민정 씨를 놓아주세요! 지금 위험해 보여요.”그제야 홍주영의 목소리에 정신이 든 유남우는 급히 박민정을 놓았다.하지만 이미 박민정은 얼굴이 창백하고 보랏빛이 돌 정도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민정아!”유남우의 얼굴에는 다급함이 가득했다.박민정은 숨을 헐떡이며 말할 겨를조차 없었고 홍주영이 다가와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민정 씨, 천천히 숨을 고르세요.”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숨을 고르려 노력했다. 한참을 지나고 나서야 그녀는 겨우 안정을 되찾았다.유남우의 눈빛에는 뚜렷한 죄책감이 어렸고 그는 손을 들어 그녀에게 다가가려 하며 나지막이 말했다.“괜찮아? 다친 데는 없지?”하지만 박민정은 곧바로 몇 걸음 물러나 그의 손길을 피했다.“나, 방금 거의 죽을 뻔했어요.”그녀는 아직도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몸을 떨고 있었다. 만약 유남우가 조금이라도 더 심하게 했다면 그녀는 정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유남우의 손은 공중에서 멈춰버렸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때 홍주영이 대신 사과하며 말했다.“민정 씨, 죄송합니다. 도련님께서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을 거예요.”홍주영은 누구보다도 유남우가 박민정에게 얼마나 집착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박민정은 방금 들었던 유남우의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는지라 그녀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그녀는 겨우 몸을 추스르고 천천히 문 쪽으로 걸어갔다.“더는 오빠를 보고 싶지 않아요.”그녀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유남우의 머릿속에는 그녀가 남긴 마지막 말만이 맴돌았다.‘보고 싶지 않아요.’그의 고통을 느낄 수 있었던 홍주영은 조심스레 말했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17화

    박민정은 손바닥을 움켜쥐며 이를 악물었다.“오빠는 거짓말쟁이잖아요. 그런데 내가 어떻게 오빠를 믿을 수 있겠어요? 오빠가 준 그 약들, 내가 정신병에 걸릴 수도 있다는 거 알고 있었어요?”그녀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자신을 아껴주던 남우 오빠가 어떻게 자신을 이렇게까지 해칠 수 있는지.유남우의 눈에는 깊은 고통이 스쳐 지나갔다.“이 방법밖에 없었어!”그는 박민정을 자기 곁에 완전히 붙잡아 둘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래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박민정은 냉소를 흘렸다.“방법이 이것뿐이라니. 오빠는 정말 너무 이기적이고 비열해요. 오빠가 이런 사람이 되어버릴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어요.”박민정의 마지막 말이 유남우의 팽팽하게 당겨진 신경을 끊어버린 것 같았다.그는 손을 들어 박민정의 팔을 움켜쥐었고 분노와 슬픔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변했다고? 네가 그 말을 할 자격이 있어?”유남우가 박민정의 팔을 더 강하게 움켜쥐자 그녀는 통증에 얼굴을 찡그리며 외쳤다.“이거 놔요!”하지만 유남우는 손을 놓지 않고 오히려 더 강하게 그녀를 붙잡았다.“변한 건 너야! 네가 먼저 변했어! 너 어릴 때 뭐라고 했는지 기억 안 나? 나를 좋아한다고, 크면 나랑 결혼하겠다고 했잖아!”그는 목이 메었다.“너는 나랑 유남준도 구별 못 했어.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어떻게 그 인간이랑 결혼하고 그 인간을 사랑할 수 있어?”유남우의 목소리가 떨렸다.“넌 원래 나만 좋아해야 했어. 네가 변하면 안 되는 거였다고.”박민정은 그의 말을 듣고 충격에 휩싸였다.“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유남우는 그녀를 강하게 끌어안았다.“내가 헛소리를 하는 건지 아닌지, 네가 제일 잘 알 거야.”그의 목소리에는 억눌린 분노와 슬픔이 뒤섞여 있었다.“내가 너를 1년 넘게 보살폈어. 그런데 유남준이 나타나자마자 넌 또 유남준한테 가버렸지. 너한테 사랑은 그렇게 쉬운 거야?”박민정은 그가 너무 꽉 끌어안자 숨이 턱 막히는 듯했다. 그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16화

    박예찬 역시 하루빨리 박민정 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병세가 계속 나아졌다 악화됐다를 반복하며 안정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라 그의 마음도 놓이지 않았다.게다가 김인우와 조하랑은 여전히 믿음직스럽지 않았다. 두 사람은 만나기만 하면 티격태격 다투었고 이 끝없는 싸움이 언제쯤 끝날지 알 수 없었다.그렇게 매일 부딪히면서도 결국 두 사람이 잘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었다.이런저런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박예찬은 밤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박씨 가문.그날 밤, 박민정은 금세 잠에 들었다.이곳에서의 밤은 신림현에서 지낼 때와 달랐는데 전에 느끼던 두려움 없이 평온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하지만 유남준은 전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몇 번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박민정을 찾아가고 싶었지만 그녀의 휴식을 방해할까 두려워 결국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그렇게 밤새 뒤척이던 그는 다음 날 아침, 눈 밑에 푸른 기운이 남아 있을 정도로 피곤해 보였다. 한눈에 봐도 제대로 쉬지 못한 티가 났다.유남준은 아침부터 박민정을 찾았지만 진서연에게 뜻밖의 답을 들었다.“보스는 이미 나가셨어요.”“언제 나간 거야? 어디로 갔는데?” 유남준이 다급히 묻자 진서연은 고개를 저었다.“모르겠어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민기 씨가 따라갔으니 별일 없을 겁니다.”유남준은 그녀가 안전한지 걱정되는 한편, 어제의 감정이 풀렸는지도 알고 싶었다.한편, 박민정은 차에 앉아 어제의 불쾌한 감정을 이미 잊은 듯했다.운전기사가 차를 몰며 앞길을 달리는 동안 박민정은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정민기는 조용히 그녀를 따라가며 동행자 역할을 했다. 박민정이 묻는 질문에만 간단히 대답했을 뿐, 먼저 말을 거는 일은 거의 없었다. 덕분에 박민정은 그의 존재를 쉽게 잊어버릴 정도였다.얼마 후, 두 사람은 한 대학의 정문에 도착했다.이곳은 박민정이 예전에 다녔던 대학교였다.익숙하면서도 낯선 이곳에 발을 내딛으며 그녀는 말했다.“분명 여기서 학교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15화

    저녁 식사 시간 내내 박민정은 유남준을 철저히 무시했다.유남준은 결국 참지 못하고 먼저 말을 걸기로 결심했다.식사가 끝난 후 박민정이 소화를 시키기 위해 산책을 나서자 유남준은 그녀를 따라갔다.민수아와 다른 사람들은 눈치 있게 자리를 피해주었다.박민정은 걸음을 멈추고 살짝 짜증 난 표정으로 유남준을 한 번 쳐다보더니 아무 말 없이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민정아, 화 풀어.”유남준이 다가가며 말했으나 박민정은 여전히 대꾸하지 않았다.“아까는 내가 너무 성급했어.” 유남준이 다시 말을 꺼냈다.사실 박민정은 그렇게 큰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가 너무 자연스럽게 행동했던 모습이 떠올랐다.그 순간 그녀는 두 사람이 결혼 후 어떻게 지내왔는지 문득 궁금해졌다.“우리가 결혼했을 때에도 평소에 자주 내 일에 간섭했어요?”박민정이 마침내 입을 열었지만 그건 유남준에게 던지는 질문이었다.유남준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급히 대답했다.“당연히 아니지.”그가 어찌 감히 박민정을 화나게 할 수 있었겠는가.“그런데 아까는 왜 그렇게 자연스러웠는데요?”박민정은 그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되물었다.유남준은 말문이 막혔다. 아직 변명할 말도 생각나지 않았는데 박민정이 다시 입을 열었다.“지금은 혼자 조용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요. 이만 얘기 그만하죠.”“민정아...”유남준은 그녀의 손목을 잡으려 했다.그러나 박민정은 반사적으로 그의 손을 피하며 경계하는 얼굴로 말했다.“유남준 씨, 자중하세요.”유남준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어버렸다.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민수아, 설인하, 그리고 진서연은 흥미진진하게 속닥거렸다.“무슨 일이야? 부부싸움 한 건가?”“부부싸움은 개도 안 끼는 법이라더니. 우리 얼른 자러 가자.”“나도 그게 맞는 것 같아.”그들은 수군거리며 한쪽으로 사라졌다.박민정은 그들의 말은 들리지 않는 듯 더는 산책할 마음이 생기지 않아 유남준을 뒤로 하고 거실로 돌아갔다.유남준은 딱딱하게 굳은 발걸음으로 민수아와 두 사람에게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