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에 실패할 확률도 높고 김인우는 꼭 성공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도 없었다.행여나 유남준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기게 된다면 앞으로 박민정을 볼 면목이 없을 것이다.게다가 김인우와 유남준은 어릴 적부터 함께 한 친구 사이이다.“수술하지 않으면 나 지금처럼 이렇게 살 수 있어? 평범한 사람처럼 정상적으로 살 수 있냐고?”유남준이 물었다.그 말을 듣고서 김인우는 순간 말 문이 턱하고 막혔다.장담할 수도 없는 일이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억에 혼돈이 온 유남준이었다.만약 유리 파편을 꺼내지 않는다면 수시로 위험해질 수도 있다.다만 그 상황이 언제 펼쳐질지 모른다는 것이다.“내내 걱정하고 있을 바에는 차라리 한 번 눈 딱 감고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유남준이 말했다.김인우는 이제는 말리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나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기게 되면 우리 민정이랑 아이들 네가 책임져줄 거지?”“그럼! 당연하지!”김인우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책임질 뿐만 아니라 앞으로 모든 면의 지출을 자기가 낸다고 하더라도 상관없었다.박민정에게 목숨을 빚지기도 했고 그동안 유남준에게 받아온 것에 빚을 가득 진 김인우이기 때문이다.“그럼 됐어. 이제는 걱정할 것도 없어.”김인우의 약속을 받아낸 유남준은 마침내 한시름을 놓을 수 있게 되었다.필경 진주시에서 김씨 가문도 손에 꼽힐 정도의 실력을 지니고 있으니 말이다.감히 함부로 김씨 가문을 건드릴 수 있는 사람도 없다.두 사람이 그렇게 얘기하고 있는 동안 박민정과 조하랑은 요즘 호산 그룹에서 있었던 일에 관해서 얘기를 나누었다.조하랑은 자기 친구인 박민정을 진심으로 탄복하면서 대신 기뻐해 마지 못했다.“너 진짜 대박이야! 최현아 완전 꼭지 돌았겠는데?”“처음에는 그랬는데 얼마 전에 마케팅 1팀의 팀장으로 다시 돌아왔어. 실적이 가장 좋은 팀인데...”“그건 반칙이지!”하지만 조하랑 역시 이 세상에는 절대적인 공평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공평을 추구하려면 남
책임성이 강했던 유남준은 주말 내내 박민정과 박윤우를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종일 문제 풀이를 하게 하고 서류를 보게 하였으니 말이다.잠자리에 든 박윤우는 심지어 꿈속에서까지 문제 풀이를 하고 있었다.“흑흑흑... 열심히 할게요. 아빠 화내지 마세요...”잠꼬대도 하면서 이내 시달리고 있었던 박윤우였다.마침 박윤우의 침실을 지나가고 있던 유남준은 그 소리를 듣고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손을 들어 박윤우의 팔을 다치자 인기척에 박윤우는 바로 깨어났다.어두운 불빛 아래 비친 유남준의 얼굴을 보고서 박윤우는 귀신이라도 본 듯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저 졸려요. 내일 일어나서 계속하면 안 돼요?”유남준은 앳된 박윤우의 소리를 듣고서 가슴이 약간 미어졌다.“완성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워낙 몸도 남보다 좋지 않은데 다른 면에서까지 뒤처지면 안 된다. 아니면 어떻게 엄마를 지켜줄 수 있겠어... 앞으로 먼저 다가가서 배우는 법을 익히고 건강을 핑계 삼아 남에게 뒤처지면 안 된다. 알았어?”갑작스러운 훈계에 박윤우는 어리둥절하기만 했으나 유남준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네, 꼭 그렇게 할게요.”“계속 자.”유남준은 침실에서 나가면서 문을 꼭 닫아주었다.잠이 깬 박윤우는 유남준의 말이 내내 머릿속을 맴돌아 박예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형, 요즘 아빠 좀 이상한 것 같아.]이제 막 자려고 하던 박예찬은 그 메시지를 보고서 약간 귀찮아했다.[어디가?][콕 집어서 얘기할 수는 없는데, 뭔가 이상해.][그럼, 하지 마.]박예찬은 본래 유남준에 관해서 관심도 없었다.[알았어.]박예찬이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자, 박윤우는 약간 기분이 가라앉았다.그런 박윤우의 모습이 상상되었기에 박예찬은 다시 물었다.[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박윤우는 요즘에 있었던 일을 모두 알리면서 유남준이 박민정과 자기한테 이런저런 일을 시켰다는 것까지 알렸다.[드라마에서 보면 시한부 판정을 받은
유지훈은 바로 스마트 워치로 유명훈에게 전화를 걸었다.“할아버지, 애들이 다 저만 괴롭혀요.”눈에 넣어도 안 아플 자기 증손자가 유치원에서 괴로움을 당했다는 얘기를 듣고 유명훈은 바로 유치원으로 달려갔다.유치원에 도착하자마자 유지훈은 박예찬이 다른 애들한테 자기랑 놀지 못하게끔 으름장을 놓았다고 거짓말을 했다.“예찬이가 그랬다는 말이냐? 어쩜 그럴 수 있어!”유지훈은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덧붙였다.“할아버지, 저 언제쯤이면 엄마랑 아빠 만날 수 있어요? 보고 싶단 말이에요. 엄마 아빠가 곁에 없으니 다들 저만 괴롭히잖아요.”눈물을 뚝뚝 떨구면서 억울해하는 유지훈의 모습에 유명훈은 가슴이 미어졌다.“지훈이 너 엄마 아빠는 잘못한 일이 있어서 당분간 오기 힘들단다. 앞으로 할아버지가 옆에서 널 지켜줄 테니 감히 그 누구도 너를 괴롭히지 못할 것이다. 예찬이한테 사과받아낼 테니 조금만 기다려라.”박예찬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로 불려갔다.유명훈은 그를 보자마자 호통부터 치기 시작했다.“어쩜 그런 짓을 꾸밀 수 있냐 말이다! 다 같은 유씨 성을 가진 형제인데, 어찌 너부터 나서서 우리 지훈이를 괴롭힐 수 있느냐?!”깊이 따져들 그것도 없이 박예찬은 유지훈이 또다시 자기한테 검탱이를 씌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제가요? 제가 어떻게 괴롭혔는데요?”“다른 애들한테 우리 지훈이랑 놀지 말라고 그랬다면서.”박예찬은 순간 어이가 없어서 말 문이 막혔다.“한쪽 말만 듣고 이러시는 건 좀 그렇지 않습니까? 다른 친구들한테 왜 유지훈이랑 놀려고 하지 않는지 물어보시는 건 어떻습니까?”이치가 있는 그 말에 유명훈은 어안이 벙벙해졌고 자기에게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반박하는 박예찬의 모습에 놀라울 따름이었다.“얘가 어디 어른 앞에서 버릇없이...”말을 채 하기도 전에 전화 한 통이 걸려 들어왔다.핸드폰을 꺼내 들어 확인해 보니 김훈이었다.하는 수 없이 잠시 화를 억누르고서 전화를 받았다.“김 회장, 무슨 일로 전화를 다 하고.”“그딴 소리
추경은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이 세상에서 추경은보다 유남우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실은 어릴 적에 유남우를 처음 봤을 때 전혀 두렵지 않았었고 심지어 갖은 장난도 쳤었다.큰 병을 앓았었던 유남우는 대부분 시간을 방에서만 보냈었다.추경은은 그런 병약한 그가 싫어서 한동안 몰래 사적으로 뒤를 따라다니면서 돌로 때리고 했었다.유남우는 그때 돌에 맞았다고 하더라도 전혀 화를 내지 않았었다.그 뒤로 추경은은 더욱더 심한 장난을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그러던 어느 날 비가 펑펑 쏟아지던 밤이었다.추경은은 비를 쫄딱 맞은 채 몰래 들어오는 유남우를 보고서 기고만장한 모습으로 비아냥거렸었다.“쯧쯧, 어디 갔다 오는 거야? 할아버님한테 고자질한다? 너 몰래 나갔다고.”그러나 얼마 가지도 못한 상황에서 유남우가 바로 앞으로 다가왔었다.그때 자기를 바라보던 유남우의 시선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추경은이다.그 눈빛은 그토록 차갑고 냉혹하며 무서울 수가 없었다.마치 지옥에서 도망쳐 나온 악귀와 같은 눈빛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그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유남우는 추경은의 머리카락을 덥석 잡아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연못으로 끌고 가서 바로 담가버렸었다.1분을 간격으로 죽이지는 않았지만, 차라리 죽기만 못하는 고통을 느끼게 했었다.자그마치 30분 동안 지속하였었고 유남우는 그 과정에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었다.그 뒤로 추경은은 감히 이제는 유남우에게 도발을 할 수 없었고 심지어 볼 때마다 벌벌 떨게 되었다.대표이사실에서 나온 추경은은 아직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마케팅 부서로 내려온 추경은을 보게 된 최현아는 넋이 나간 듯한 그녀를 보고서 물었다.“위층에는 무슨 일로 간 거예요?”“별거 아니에요. 새언니한테 서류 좀 전해달라고 둘째 오빠가 불러서 간 거예요.”추경은이 대답했다.그러자 최현아는 바로 추경은의 손에 있는 서류를 빼앗아 오면서 훑어보더니 별문제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돌려주었다.“꼭 명심해야 해요. 우린 같은
박예찬은 전혀 개의치 않은 모습으로 이내 덤덤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그와 반대로 유지훈은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이 마냥 어리둥절하기만 했다.김훈이 박예찬을 도와주고 있었기 때문이다.유지훈은 생각하면 할수록 질투심이 불타올랐다.박민정의 뒤를 따라온 최현아는 자기 아들이 ‘구박’당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서 순간 두 눈이 뒤집혔다.“지훈아, 예찬이가 또 널 괴롭혔어?”두말하지 않고 최현아는 바로 박민정을 뿌리치고서 달려갔다.그런 모습에 박민정은 다소 어이가 없었다.‘예찬이가 유지훈을 괴롭혔다고? 또?’‘제발 상황 파악 좀 하고 말하면 안 돼?’김훈과 유명훈 역시 두 아이의 엄마까지 오게 된 것을 보게 되었다.“너희들이 여긴 어쩐 일이야?”유명훈이 먼저 물었다.최현아는 우물쭈물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왜냐하면, 이 사실을 듣고 온 것이 아니라 박민정의 뒤를 쫓아온 것이니 말이다.박민정 역시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도려 물었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김훈은 그제야 유지훈이 고자질한 것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다른 애들한테 이미 확인도 해보았는데, 유지훈이 자꾸 때려서 같이 안 노는 거라고 했어. 우리 예찬이가 중간에서 시킨 게 아니라.”최현아는 순간 언짢기 그지없었다.“동서가 먼저 다른 애들한테 우리 지훈이랑 놀지 말라고 학부모 위원회에 알린 거잖아. 우리 지훈이 왕따하려고 그러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그 말을 듣고서 박민정은 순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저한테 그렇게 큰 권력이 있었던 거예요? 유지훈은 무려 유씨 가문의 증손자인데 누가 감히 유지훈을 왕따할 수 있겠어요.”이윽고 김훈이 나서서 자기 ‘새끼’들을 옹호하기 시작했다.“민정이랑 예찬이는 착하기 짝이 없는 애들이야. 너야말로 애 교육을 어떻게 한 거야!”그러더니 또 바로 유명훈에게 말했다.“유 회장, 자네 손주 며느리가 며칠 전에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하찮은 수단으로 우리 김씨 가문의 사업까지 빼앗아 가려고 했었어. 그러니 대체 뭐가 진짜
박예찬이 자기 증손자가 아니라면서 말끝마다 강조하는 유명훈의 말에 김훈은 화가 난 것이었다.조하랑은 그 긴 이야기의 끝에 자기가 엮이게 될 줄은 몰랐다.화가 잔뜩 난 김훈은 기침이 끊이지 않았다.조하랑은 바로 등을 토닥거려주었고 어느새 김인우도 도착했다.“몸도 성치 않으시면서 왜 이렇게 나오신 거예요? 그냥 저 부르시지 그러셨어요!”김인우는 어이가 없었다.그러자 김훈은 보란 듯이 기침을 더더욱 심하게 하기 시작했다.이제 겨우 괜찮아진 김훈이었는데, 김인우가 부채질하는 바람에 모든 게 물거품으로 변해버렸으니 말이다.“그만 좀 해요! 기침하시는 거 안 보여요?”한마디 하고서 바로 김훈을 토닥거려주었다.“할아버님, 그만 화 푸세요. 이게 다 저랑 인우 씨 탓이에요. 증손자 말고 다른 건 갖고 싶지 않으세요? 가능한 한 만족시켜 드릴게요. 그리고 일단은 연애부터 하고 나중에 결혼한다고 이미 약속했었잖아요.”조금 괜찮아진 김훈은 문득 무엇인가 떠오른 듯했다.“그럼, 일단 아이부터 가지고 그러고 나서 연애하고 결혼하면 안 되겠어?”“...”“...”김인우도 조하랑도 모두 말문이 턱하고 막혀 버렸다.마침 세 사람 쪽으로 다가오고 있던 박민정 역시 김훈의 말을 듣고서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여기 무슨 할리우드야?’유명훈과 최현아가 유치원을 떠난 뒤였다.당황한 두 사람을 보고서 김훈은 부랴부랴 덧붙였다.“이상하게 생각할 것 없어. 지금 이 사회에서 혼전임신은 극히 평범한 일이란다. 적어도 우리 인우가 가능한 사람인지 한 번 시도는 해보아야 할 것 아니냐.”그 말을 듣고서 조하랑은 더더욱 할 말이 없었고 김인우는 귀까지 빨개졌다.“할아버지! 그만 좀 하세요! 계속 그렇게 말씀하시면 경로당으로 확 보내버릴 거예요! 꼭 잡혀 사시게 할머니도 찾아드리고요!”“...”박민정은 두 사람의 티키타카를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어느 정도 상황을 마무리하고 난 뒤, 박예찬은 자기 교실로 향했다.가는 도중에 가만히 홀로 서 있는
윤소현과 같은 사람에게는 인간성 따위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만약 한수민이 엄마 노릇을 하지 못하여 모녀 관계를 끊은 것이라면 그나마 말이 통하는 데 그와 정반대로 한수민은 엄마 노릇을 너무 잘해 왔었다.하지만 윤소현은 자기한테 마음을 다해 주는 엄마를 버리고 돈과 권력이 많은 정수미를 엄마로 선택했다.윤소현의 본성을 잘 알고 있는 박민정은 이제는 말을 섞고 싶지도 않았다.“혈연관계는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고 윤소현 씨가 그러지 않았어요? 그뿐만 아니라 윤소현 씨 몸에는 한 여사님 피가 흐르고 있다고 분명히 말하지 않았나요?”윤소현은 자기가 했었던 말을 도로 받으면서 순간 어찌할 바를 몰랐다.화가 미친 듯이 치오르고 있음에도 뭐라고 반박할 말이 없었으니 말이다.“여하튼 한수민한테 당장 소송 취소하라고 해! 어차피 얼마 살지도 못하는데 소송만 취소해주면 우리 아빠가 그 뒷일을 책임져줄 수 있다고 했어.”그 아빠에 그 딸이라고 어지간히 어이가 없는 상황이 아니었다.하지만 박민정은 두 부녀에게 버림을 받은 한수민이 전혀 불쌍하지 않았다.“마음대로 해요.”이윽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한편, 윤씨 가문에서.윤석후가 윤소현에게 물었다.“어떻게 됐어?”윤소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미친년이 싫다고 하잖아요!”“네 엄마 원래 걔 좋게 보지도 않았어. 대신 나서서 말린다고 한들 달라지는 건 없었을 거야.”윤석후는 한숨을 내쉬면서 덧붙였다.“한수민은 이혼하겠다고 난리지 박민호는 또 재산을 빼앗아 가겠다고 난리지... 해외에서 잘 살 수 있었는데, 걔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귀국한 거잖아!”박민정에게 거절을 당하자, 윤소현은 박민호에게 전화를 걸었다.기고만장하기 그지없는 윤소현으로붙터 전화가 걸려오자, 박민호는 의아해하면서 여유로운 모습으로 받았다.“어머, 이게 누구야. 발레를 하는 우리 누나 아니야? 누나한테 나 같은 동생이 있었다는 거 이제야 기억난 거야?”잔뜩 비아냥거리고 있는 박민호의 목소리를 듣고서 윤소현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
한수민의 말을 듣고서 유남우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지는 않았다.“죄송합니다만, 제가 나서기에는 좀 어려운 상황인 것 같아요. 소현이 엄마시면 저한테는 장모님이시고 윤석훈 씨도 제 장인어른이나 다름없잖아요. 두 분이 하시는 법정 싸움에 제가 끼어든다는 건 여러모로 걸리는 부분이 많아요.”한수민은 그 대답을 듣고 나서도 풀이 죽지 않았다.유남우가 이렇게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찾아온 것도 윤소현을 위해서가 아님을 내심 알고 있는 한수민이다.“지금껏 살면서 내가 누구한테 가장 미안해하는지 알아요? 민정이요. 하지만 그 죄를 모두 갚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해요. 그래서 가능한 한 재산을 도로 빼앗아 와서 민정이한테 줄 생각이에요.”한수민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유남우는 그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병원에서 나가고 나서 그는 박민호에게 말했다.“병실에 경호원 좀 붙여서 민호 씨 엄마 보호해 드리도록 해요.”갑작스러운 상황에 박민호는 마냥 이상하기만 했다.“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예요?”“그냥 시킨 대로 해요.”“네.”박민호는 이제는 캐묻지 않았다.자기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여기면서 말이다.그렇게 박민호와 헤어지고 나서 차에 오른 유남우는 자기 변호사팀과 연락을 닿았다.어떻게든 이번 이혼 소송에서 한수민이 이기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내심 결정을 내렸다.하지만 대놓고 말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암암리에 진행할 생각이었다....두원 별장.집으로 돌아온 박민정은 심심한 나머지 핸드폰으로 기사를 확인해 보았는데, 마침 한수민 이혼 소송에 관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유명 무용가 시한부 판정받음. 재혼한 남편과 현재 이혼 소송 중. 서로 등을 돌리게 된 그 이유는... 하찮음.]자극적인 말로만 구성된 기사 제목을 보고서 박민정은 링크를 누르고 자세한 보도를 확인했다.하지만 형편없는 기자가 쓴 기사일 뿐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지도 못했다.또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지금의 한수민은 그때 그 유명한 무용가가 아니라 일반인보다 못한 존재로서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