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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8화

어깨를 으쓱거리고 있는 유남준의 모습에 서다희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대표님 아주 사랑에 푹 빠지셨구나.’

어느새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유남준은 박민정에게 달려가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문을 나서려고 할 때 그만 어느 한 의자에 부딪히고 말았다.

서다희는 부랴부랴 의자를 옮기면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조금 전에 손님이 오셔서 내놓은 의자였는데, 원래 자리로 옮긴다는 것을 깜빡했습니다.”

유남준은 화를 내지 않고 김인우의 말이 떠올랐다.

가능한 한 수술을 이른 시일 안에 받아야 한다는 것.

만약 계속 지체하게 되면 머릿속의 유리 파편을 빼내기도 어려울 것이고 뺀다고 하더라도 시력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말이다.

앞으로 어쩌면 평생 캄캄한 세상에서 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유남준은 급 기분이 가라앉았다.

“괜찮아. 가자.”

“네.”

...

호산 그룹.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박민정은 유남준의 차를 보고서 바로 달려가서 차에 올랐다.

“남준 씨, 나 왔어요. 저녁에 뭐 먹고 싶어요?”

소리만 들어도 무척이나 흥분하여 있다는 것을 유남준은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예쁜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난 뭐든 좋아. 네가 추천하는 대로 가자.”

유남준의 정서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박민정은 근처에 있는 맛집을 찾기 시작했다.

이윽고 어느 한식당의 리뷰가 눈에 들어왔다.

“이 한식당으로 가요.”

“그래.”

한식당의 음식들은 보통 정갈하고 맛도 좋으며 건강하기까지 하다.

목적지에 이른 뒤 박민정은 유남준의 손을 꼭 잡고 부축해 주었다.

“계단 조심해요.”

왠지 모르게 유남준은 속이 점점 답답해졌다.

만약 실명된 게 아니었다면 ‘계단 조심해’라는 말은 유남준이 박민정에게 했었을 것이니 말이다.

먼저 앞장서서 박민정을 보호하고 있었을 것이니 말이다.

그렇게 서로 다른 감정으로 어렵게 자리에 앉게 되었다.

여러 가지 음식을 주문하고 난 뒤, 유남준은 그만 참지 못하고 박민정에게 물었다.

“뭐 하나만 물어볼게.”

박민정은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물었다.

“뭔데요?”

“만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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