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한 추경은은 머뭇거리다가 문 앞에 앉았다.“새언니가 문을 열어줄 때까지 여기에 있을 거예요.”“마음대로 하세요.”박민정은 저택으로 들어가 깨끗하게 씻은 사과를 한입 베어먹고는 최근에 어떤 드라마가 방송되고 있는지 검색했다. 막장 드라마는 박민정을 잠시나마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마음에 드는 드라마가 없는지 박민정은 뉴스를 시청했다.“지난주 YN 그룹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고 7일이 지난 오늘, 회장 윤석후가 자신의 지분을 모두 넘겨 IM 그룹이 YN 그룹을 인수한 것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IM 그룹이라고?”박민정은 귀에 익은 이름을 듣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생각에 잠겼다. 이때 전화벨 소리가 울렸고 발신자는 박민호였다.“누나, 기사 난 거 봤어? 윤석후 회사 망했잖아.”윤석후는 박민호가 박씨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것을 도와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각종 트집을 잡으며 깔보다가 나락으로 떨어졌으니 박민호가 흥분할 만했다.“봤어.”박민정은 박민호가 자신을 누나라고 부르는 것을 듣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만약 한수민의 말이 사실이라면 박민호는 박민정의 친동생이 아닐 것이다.“윤석후 그놈이 나한테 회사를 경영할 줄 모른다고 하더니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회사가 윤석후 회사를 인수했잖아. 속이 다 시원하네.”박민호가 말을 이었다.“누나, 윤씨 가문에서 배상금은 줬어?”“몇백억밖에 못 받았어.”“내가 윤씨 가문한테 준 돈만 해도 1200억인데 고작 몇백억이라고? 누나 혼수랑 예물까지 하면…”박민정은 박민호의 말이 귀에 거슬렸다.“이제 와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네가 멍청해서 그런 거잖아.”박민호는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재산을 넘겼었다.“엄마가 시킨 대로 한 건데 왜 나한테 그래? 윤석후는 착하게 살다가 죽은 사람이라고, 결국 내가 재산을 물려받을 거라고 해서 믿었던 거야. 엄마가 윤소현을 위해서 그랬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지.”박민호는 생각할수록 화가 솟구쳐 올랐다.“며칠 전에
에리의 말에 박민정은 재빨리 패드로 검색했고 2라운드 진출 명단을 확인했다. 총 3라운드까지 진행되는데 마지막 라운드에서 시합에 참여한 곡을 공개해 투표 순위에 따라 1등을 선발하고 일주일 뒤에 결과를 발표할 것이다.“고마워. 금방 확인했어.”“이번 주말에 시간 돼?”에리는 부모님께서 진주 공원 근처에 벚꽃이 가득 피었다는 말을 전해 들었던 것이다. 공원의 안쪽에는 캠핑장도 있어서 아이들을 데려가면 좋아할 것 같았다.“주말에는 애들이랑 캠핑하러 가기로 했어.”박민정의 말에 에리가 웃으며 대답했다.“이왕 이렇게 된 거 같이 가자. 내가 있으면 든든하잖아! 너 진주 공원 가봤어? 공원 뒤쪽에 있는 산에 벚꽃이 피어서 얼마나 예쁜지 몰라.”박민정은 진주 공원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했었다.“너랑 같이 가면 어쩐지 더 위험해질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에리처럼 유명한 연예인이 관광지에 나타난다면 팬들이 모여들 것이다.“걱정하지 마. 마스크랑 선글라스만 끼면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거야.”박민정은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아이들한테 물어보고 다시 연락할게.”오후 5시.박윤우가 돌아온 뒤, 박민정은 박예찬에게 전화를 걸었다.“얘들아, 오늘 에리 삼촌한테서 연락이 왔는데 우리랑 같이 캠핑 가고 싶대. 삼촌이랑 가고 싶어?”박민정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두 아이는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박윤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박예찬은 동의했다. 이때 박윤우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나는 에리 삼촌 말고 아빠랑 가고 싶어.”박예찬도 뒤질세라 말했다.“엄마, 에리 삼촌이랑 가도 괜찮아. 예전부터 자주 같이 놀았는데 뭐가 문제야?”박민정은 쌍둥이 형제의 말에 고민이 깊어졌다. 그런데 갑자기 밖에서 누군가 소란을 일으키는 소리가 들려왔고 박민정은 밖으로 나갔다.“무슨 일이지?”알고 보니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온 민수아가 문 앞에 자리 잡고 앉아 있던 추경은과 마주치면서 말다툼이 일어난 모양이었다.“언니
박민정은 멈춰서더니 보디가드를 향해 풀어주라고 손짓했다.“달린 입이라고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경은 씨가 저를 보살피러 온 건 고맙지만 저의 손님한테 무례를 범한 건 사과해야죠.”추경은이 유씨 가문에 금방 들어왔을 때, 박민정과 단둘이 있는 자리에서 박민정을 모욕하고 연못에 빠뜨려서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박민정은 당했던 것을 몇 배로 추경은한테 돌려주면서 괴롭힐 생각이었다. 추경은은 박민정이 일부러 그러는 줄 알면서도 저택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새언니, 죄송해요. 욱해서 실례를 범했어요.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않을게요.”“알겠으니 따라와요.”박민정 뒤를 따라 들어가던 추경은은 주먹을 꽉 쥐며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박민정이 남준 오빠랑 이혼하면 내가 오빠랑 결혼할 거야. 박민정, 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한편, 주방.박윤우와 민수아는 식탁 위에 수저와 반찬을 올려다 놓았다. 추경은이 식탁 앞에 앉으려 하자 박민정이 앞을 막아섰다.“경은 씨, 저를 보살피러 왔다는 분이 손님과 같이 식사하면 안 되죠. 우리가 식사를 마친 뒤에 드세요.”추경은은 식탁 옆에 서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민수아와 싸운 후, 얼굴이 얼얼했고 두통이 밀려왔다. 민수아는 추경은이 유남준의 친척인 것을 알고 있었고 박민정이 허락해서 추경은이 들어왔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큰 별장에 사람이 한 명 더 있다고 해서 문제가 될 건 없었기 때문이다.“수아야, 밥 다 먹고 약부터 바르자. 서랍 안에 연고가 있을 거야.”박민정의 말에 민수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박윤우는 식사하는 내내 표정이 좋지 않았다.‘에리 삼촌과 캠핑하기 싫다고! 조용히 아빠를 불러서 아빠랑 엄마가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보려고 했단 말이야.’“윤우야, 표정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민수아의 질문에 박윤우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수아 이모, 주말에 캠핑하러 가기로 해서 기분 좋았었는데요… 형이랑 엄마만 같이 가니까 아쉬워서 그래요.”박민정은 사람이 적어서 재미없다는 뜻인
유남준은 박윤우의 애교에 넘어가지 않았다. 애교를 싫어하기보다는 별 감흥이 없어 보였다.‘다 큰 남자아이가 애교를 부려?’“안 가.”유남준은 YN 그룹을 인수한 후 각종 서류를 검토하느라 바빴다. 박윤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싫으면 어쩔 수 없죠. 그럼 에리 삼촌과 민기 삼촌이랑 같이 텐트를 칠 수밖에요. 저희 다섯이 재밌게 놀게요. 아, 에리 삼촌은 엄마가 해준 요리만 고집한다면서요?”‘에리가 누구지?’유남준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대답했다.“시간 나면 가볼게.”유남준의 말에 박윤우의 두 눈이 반짝였다.“약속한 거예요!”“그래. 일찍 자.”유남준은 전화를 끊었고 박윤우는 미소를 지으며 두 눈을 감았다.‘몸이 덜 아프니까 살 것 같아. 모레면 다 같이 캠핑하러 가서 너무 기뻐.’저택에서 지내게 된 추경은이 유남우에게 문자를 보냈다.“모레 새언니가 진주 공원에 캠핑하러 간대.”시간은 빠르게 흘러 캠핑 가는 날 아침이 되었다. 박민정과 민수아는 네 박스에 필요한 물건을 가득 채웠고 박스를 건네받은 정민기가 짐을 차에 실었다.“민정아, 무슨 보디가드가 힘이 이렇게 세대? 저 큰 상자를 혼자서 네 개나 들다니…”“힘뿐만 아니라 싸움도 잘해.”박민정은 연지석이 배정해 준 보디가드 정민기를 곁에 두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너무 멋져!”민수아는 진주 공원에서 톱스타를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모른 채 정민기를 힐끗 쳐다보았다. 이때 추경은이 박스를 끌고 나왔다.“새언니, 저도 같이 진주 공원에 가도 돼요?”“미안해서 어쩌죠? 차에 남는 자리가 없어서요. 가고 싶으면 알아서 가세요.”박민정의 말에 정민기는 일부러 남는 자리에 박스를 하나 올려두었다. 그 모습을 본 추경은은 어이가 없었지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럼 저는 택시 타고 갈게요.”박민정은 고개를 돌리더니 입을 열었다.“윤우야, 얼른 출발하자.”먼저 김씨 가문에 가서 조하랑과 박예찬을 데리고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박윤우는 옷을 입다가 무슨 문제가 생긴
잘생긴 남자도 온다는 말에 잔뜩 들떴던 조하랑은 한숨만 내쉬었다.‘김인우도 따라가면 잘생긴 남자한테 들이댈 수 없잖아.’“사람이 많을수록 재밌는 거지. 괜찮아.”김훈이 직접 나서서 김인우와 조하랑을 이어주려 했기에 박민정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그럼 두 사람이 같은 차를 타고 오는 거야?”“나는 엄마랑 윤우랑 같은 차에 탈래.”박예찬은 조하랑과 같은 차에 타면 조하랑과 김인우가 말다툼하는 것을 들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민정아, 나도 같이 탈래.”말을 마친 조하랑이 김인우한테 말했다.“혼자 오세요. 저는 민정이랑 같이 가려고요.”김인우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대답했다.“그러세요.”에리가 보내준 위치에 의하면 진주 공원은 이곳에서 두 시간 넘게 달려야 했다. 조하랑과 박예찬이 차에 타자 세 여인은 수다를 떨었고 가는 내내 수다를 떨었다.에리는 구석진 위치에 있는 민박집에 머물렀기에 팬들이 찾아올까 봐 걱정할 필요도 없어서 아주 편했다. 박민정을 비롯한 사람들은 진주 공원 뒷산에 벚꽃이 만개한 광경을 보며 감탄했다.“와, 너무 예뻐!”민수아와 조하랑이 감탄하는 사이에 박민정은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김인우와 정민기는 차 앞에 기대서서 고개를 갸웃거렸다.“저게 뭐가 예쁘단 건지…”정민기는 여인들이 왜 꽃을 좋아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김인우는 사진을 찍어대는 여인들과 아이들을 뒤로하고 정민기 곁으로 다가가 물었다.“그쪽은 연지석의 수하예요?”정민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랬었죠.”김인우는 비밀리에 정민기를 조사한 적이 있었다. 꽤 유명한 사람이라 연지석의 수하인 것도 놀라웠는데 한 여인의 보디가드를 자처한 것이 더 의아했다.“원하는 건 뭐든 줄 테니 저랑 일하실래요?”김인우는 자신을 살려준 은인의 보디가드를 빼앗을 생각이 없었다. 단지 정민기를 테스트해 보기 위함이었고 당연히 넘어올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정민기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제의는 감사하지만 거절할게요. 딱히 필요한 게 없어서요.”김인우는 고개
조하랑이 먼저 입을 열었다.“에리 씨, 예전에 에리 씨 노래만 들었어요! 너무 팬인데 사인해 주실 수 있을까요?”에리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조하랑을 쳐다보더니 웃으며 대답했다.“그럼요. 번호도 교환하는 게 어때요? 민정이 친구면 제 친구이기도 하니까요.”“친구면 말 편하게 해야죠. 지금부터 반말하는 거야!”두 여인은 흥분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박민정은 피식 웃더니 박윤우와 박예찬을 데리고 사진을 찍었다. 박예찬은 박민정이 사준 짱구 캐릭터 옷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예찬아, 웃어야지. 스마일!”박윤우가 박예찬 옷에 달린 코끼리 코를 잡아당기며 말했다.“형, 엄마가 웃으래.”박예찬의 표정은 더 어두워졌고 기괴한 미소를 지어서 박윤우의 환한 표정과 온도 차이가 선명했다. “자, 다른 포즈로 찍어보자.”박민정은 아이들을 달래며 사진을 찍었고 한참 후에 정민기를 불렀다.“민기 씨, 이쪽으로 와보세요. 우리 윤우랑 예찬이랑 사진 찍어야죠.”정민기는 친구이자 생명의 은인이기에 박민정은 정민기를 가족처럼 생각했고 아이들한테 삼촌이라고 부르라고 당부했었다.“민기 삼촌, 빨리 와요!”박윤우는 두 손을 입가에 모으고 소리를 질렀다. 정민기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굳은 표정으로 함께 사진을 찍었다.한편, 김인우는 조하랑 곁으로 다가가더니 에리를 훑어보며 물었다.“하랑 씨, 이분은 누구시죠?”조하랑은 김인우도 이곳에 온 것을 깜빡했는지 당황하더니 두 사람을 소개해 주었다.“에리야, 이분은 김인우 씨. 인우 씨, 이분은 톱스타 에리예요.”김인우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왜 나를 소개할 때는 이름 석 자만 말하고 저 사람을 소개할 때는 앞에 수식어까지 붙이는 건데?’“아, 스폰서만 잘 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연예인이군요.”김인우는 에리 같은 연예인을 돈만 주면 뭐든지 다 하는 직업으로 생각했기에 적대적으로 대했다. 김인우의 말을 들은 에리의 눈빛에 살기가 돌았고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곁에 있던 민수아는 어찌할 바를 몰라
“괜찮아?”에리가 물었다.민수아는 볼을 붉히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찮아.”잘생긴 남자 앞에서는 누구나 얼굴이 빨개진다.민수아는 서다희도 멋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서다희와 유남준이 이미 차를 몰고 온 줄 몰랐다.차에서도 서다희는 유남준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그냥 연예인인 기생오라비예요. 요즘 회사 일이 너무 많고 바빠서 걔를 깜빡 잊었어요. 이 틈을 타 몰래 아프리카에서 왔나 봐요.”그는 이 말을 할 때만 해도 차분했다. 근데 산기슭에 도착해서 자신의 약혼녀가 그 기생오라비의 부축을 받고 볼이 벌겋게 달아오른 것을 멀리서 보고는 눈빛이 이글거렸다.“이 사람이!”서다희는 유남준을 돌볼 겨를도 없이 말했다. “대표님, 저 먼저 내려가서 일을 좀 처리할 테니 잠시만 기다리세요.”“그래.”서다희는 차에서 내려 민수아를 향해 곧장 달려갔다.지금 그 두 사람은 이미 부축하던 손을 놓았다. 민수아는 서다희가 화가 나서 다가오는 것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마워요, 에리 씨.”그녀는 좀 쑥스러운 듯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에리는 역시 톱스타 같았다. 사람이 너무 좋았고 전혀 톱스타 티를 내지 않았다.“이 정도로 고맙긴…”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주먹 하나가 그를 향해 갔는데 그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에리가 평소에 운동했으니 마련이지, 이 주먹에 맞았더라면 그는 틀림없이 얼굴을 망가뜨렸을 것이다.“기생오라비!”서다희는 지금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주먹을 들고 또 그를 치려 했다.서다희를 본 민수아는 그를 대뜸 껴안았다. “다희야, 뭐 하는 거야?”서다희가 잠시 멈춰서 물었다. “수아야, 방금 둘이 뭐 하고 있었어?”“아까 넘어질 뻔했는데 에리가 도와줘서 괜찮았어. 근데 왜 오자마자 사람을 때린 거야?”이쪽의 떠들썩한 소리는 박민정을 포함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조하랑과 김인우도 더는 싸우지 않았다. “왜 그래?”모두 다가와 물었다.“서 비서님이 여긴 어쩐
남자는 잘 짜인 슈트에 키가 크고 몸매가 좋았는데 카리스마도 대단했다.에리는 유남준이 이쪽으로 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분명히 유남준의 눈도 보이지 않는데 이상하게 압박감을 느꼈다. “남준아.”김인우가 소리쳤다.“응.”유남준이 대답했다.왠지 모르게 그가 오자마자 이곳은 순식간에 썰렁해졌다.박민정은 의아해했다. 처음에는 서다희가 수아가 마음이 안 놓여서 온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그게 아닌 것 같다. 에리가 보는 앞에서 박민정은 유남준이 왜 왔는지 직접 묻기는 곤란했다. 박민정이 말했다. “우리 지금 어디 가서 좀 쉴까요?”에리가 먼저 말했다. “앞으로 좀 가면 제가 묵는 호텔이 있어요. 자리를 예약해 드렸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릴 줄은 몰랐어요. 공간이 좀 작을지도 몰라요.”“괜찮아.”조하랑은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은 듯 선뜻 말했다. “김인우 씨, 서다희 씨, 유남준 씨, 당신들은 모두 후에 온 사람들이니, 셋은 나가서 자세요.”세 남자는 순간 안색이 나빠졌다.조하랑이 앞장서자 서다희는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저는 수아를 한방 쓰면 돼요.”민수아는 싫어해서 말했다. “누가 너랑 같이 잔대?”“수아야.”“내 이름 부르지 마.”민수아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두 사람은 이미 고향에서 약혼했다. 연말에 결혼하기로 약속했지만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다.박윤우도 말했다. “우리 아빠는 엄마랑 같이 자면 돼요.”유남준과 박민정의 안색은 순식간에 변했다.박윤우는 한마디 보탰다. “왜 그래요? 전에 항상 같이 안고 잤잖아요.”박민정은 침묵했다. 박예찬은 그를 살짝 터치하며 말했다. “네가 말을 안 해도 아무도 너를 벙어리라고 생각 안 해.”박윤우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지금 가장 난처한 사람은 김인우뿐이다.서다희는 민수아가 있고, 남준이는 박민정이 있다. 오직 김인우만이...김인우는 조하랑을 바라보았다. 말을 건네기도 전에 조하랑이 먼저 입을 열었다. “당신 자리를 뺏지 않을게요.”“누가 당신이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