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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6화

유남준은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

“내가 언제 당신을 저주했다고 그래?”

박민정이 죽길 원하는 사람이 단순히 저주만 할 리 없었다.

“남준 씨가 보낸 꽃은 하얀색과 노란색이더군요. 그런 꽃들을 집 문 앞에 배열해 놓는 건 저더러 죽으라는 뜻이 아닌가요?”

박민정은 임신해서 그런지 감정 기복이 심했다. 하지만 하얀색 꽃과 노란색 꽃은 제사를 지낼 때 많이 사용되는 꽃이니 화가 날 법도 했다.

유남준은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었고 박민정은 화가 솟구쳐 올랐다. 예민해서 호의를 오해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박민정은 민수아한테 물었다.

“수아야, 내가 너무 예민하게 군 걸까?”

민수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안개꽃은 그렇다 쳐도 누가 국화를 선물로 준다고 그래!”

“화내면 나만 손해야. 됐어, 신경 쓰지 않을래.”

박민정은 심호흡하면서 어릴 적 우울증을 진단받았을 때 의사 선생님이 말한 대로 천천히 화를 삭였다. 박민정은 박윤우를 먼저 학교에 데려다주고 나서 유남준한테 따질 생각이었다.

정민기는 별장 앞에 차를 대기시켰고 박민정은 박윤우를 차에 태우면서 당부했다. 박윤우는 들어가려는 박민정의 손을 잡고 말했다.

“엄마, 아빠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닐 테니까 화내지 마.”

“엄마도 그렇게 생각해. 걱정하지 말고 잘 다녀와.”

박민정은 박윤우를 달래며 손을 흔들었고 차가 멀어질 때쯤, 유남준한테 전화를 걸었다.

“서 비서가 곧 갈 거야.”

조금 전 유남준은 서다희한테 당장 박민정의 별장으로 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고 했었다.

“서 비서가 여길 왜 오는데요? 또 이혼서류에 사인하라고 보낸 건가요?”

“어제 일은 내가 당신을 오해했어.”

유남준은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당신이 아이들을 잘 보살피고 지금처럼만 있어 준다면 이혼할 생각 없어.”

몸살이 다 나은 박민정은 그제야 정신이 들었고 예전에 어쩌다가 우울증에 걸리게 되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유남준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문제의 화살을 박민정한테 돌리면서 자신과는 아무 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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