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지나지 않아, 유남준이 전화를 받았다.유남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흘러나왔다.“이제 시간이 났나 보지?”박민정은 유남준의 말이 너무 뜬금없다고 생각했다.“무슨 일로 나한테 전화했어요?”“지금 당장 해운 별장으로 와.”유남준은 이 한마디만 남기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박민정은 더욱 어안이 벙벙해졌다.이때 유남우는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걸어 나왔다. 그는 거실 한가운데 서 있는 박민정을 보며 참지 못하고 물었다.“아침은 먹었어? 내가 바래다줄까?”이 말을 들은 박민정은 얼른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니에요. 저 혼자 가면 돼요.”이 말을 마친 뒤, 그녀는 또 유남우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그제야 떠났다.파라다이스 밖에는 차가 별로 없었다. 박민정은 한참 동안 기다려서야 택시를 잡았으며 기사님더러 해운 별장으로 가달라고 했다.유남준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는 몰라도 박민정은 그래도 가 봐야 할 것 같았다.해운 별장 내, 강연우가 도착한 후 이혼 합의서 초안을 작성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박민정이 도착했을 때, 그녀는 이미 별장 안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서다희는 문 앞에 선 채, 이상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가 방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한눈에 유남준의 옆에 서 있는 강연우를 알아보았다.‘이 남자가 여기에 왜 왔지?’강연우가 말없이 떠나는 바람에, 조하랑은 그를 몇 해 동안 기다렸다. 하지만 결국엔 그는 돌아온 후, 다른 여자와 결혼하였다.박민정은 그런 강연우에 대해 정말 일말의 호감도 없었다.그녀는 시선을 거두고 강연우를 없는 사람 취급하기로 하고는 유남준을 바라보며 물었다.“남준 씨, 저를 왜 불렀어요?”유남준은 말없이 바로 전에 작성된 합의서 초안을 박민정 쪽으로 밀어서 그녀에게 건네주었다.“읽어봐. 별문제 없으면 사인해.”박민정은 합의서를 보려고 한 순간, 문 앞에 서 있던 서다희가 낮은 소리로 콜록 기침하였다.박민정은 고개를 돌려 서다희를 한눈 보고는 또다시
유남준은 차가운 미소를 짓더니 박민정의 팔목을 다시 붙잡았다.“박민정!”유남준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내가 어떻게 하면 이혼해 줄 건데?”박민정은 유남준의 손을 뿌리치려고 안간힘을 썼다.“아무것도 필요 없으니까 이 손 놔요! 나는 예찬이랑 윤우, 배 속의 아이만 있으면 된다고요!”박민정이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남준 씨가 아이들의 양육권을 포기한다면 바로 이혼서류에 사인할게요.”유남준은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지금 나랑 장난해? 유씨 가문의 아이들을 당신이 데려갈 수 있을 것 같아?”유남준의 손등에는 지난번에 물었던 흔적이 남아있었지만 박민정은 개의치 않고 더 세게 물었다. 유남준은 깜짝 놀라더니 박민정의 머리를 누르며 소리쳤다.“이거 못 놔?”‘개도 아니고 왜 자꾸 물어뜯는 거야!’박민정은 피가 나는 걸 확인하고는 놓아주었다.“장난치는 건 내가 아니라 남준 씨 아닌가요? 내가 낳은 아이를 당신이 왜 데려가는 건데요!”박민정이 임신하지 않았더라면 진작에 유남준을 발로 찼을 것이다. 통증이 밀려왔지만 박민정은 더한 짓도 할 수 있는 여자이기에 유남준은 손을 놓지 않았다.“재판까지 가보겠다는 뜻이야?”박민정은 얼음처럼 차가운 유남준의 목소리를 들고서야 정신이 들었다.‘유남준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기억을 잃어도 넌 여전히 나쁜 놈이야!’“뜻대로 하세요. 절대 물러날 생각 없거든요.”박민정은 아이들을 떠올리며 불안해했다.‘변호사 비용이 만만치 않을 거야. 그래도 승소할 수만 있다면 우리 예찬이랑 연우를 지킬 수 있어.’“재판장님이 바람나서 아이들을 방치한 엄마의 편을 들어줄 것 같아?”유남준의 말은 비수가 되어 박민정의 가슴에 꽂혔다.“내가 바람났다고요?”박민정은 어이가 없었다.“증거있어요? 내가 언제…”“어제 외박한 걸 내가 모를 것 같아? 널린 게 증거야!”유남준이 말을 이었다.“유남우가 그렇게 좋으면 이혼해 줄게. 이혼하고 나서 유남우가 윤소현과의 혼약을 취소할지는 모르지…”퍽!방 안에 소
더욱 화가 난 박민정은 해운 별장을 나갔다. 어제 자신이 아빠의 친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후로 열이 펄펄 오르더니 결국 쓰러졌고 박민정을 발견한 유남우가 데리고 갔다.박민정은 이곳에서 위로받을 수 있을 거라고 여겼지만 유남준은 되레 박민정한테 이혼서류를 내밀었고 박민정을 바람난 여자라고 모함했다.유남준은 처음부터 끝까지 유남우가 왜 박민정을 데리고 갔는지 묻지 않았기에 박민정은 더욱 억울했다.‘남준 씨가 아픈 건 알지만 판단력을 잃을 정도로 머리를 다친 건 아니잖아.’이때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박민정은 유남준에게서 걸려 온 전화인 줄 알았으나 발신자는 유남우였다. 박민정이 전화를 받자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집에 도착했어?”박민정은 유남우가 걱정할까 봐 거짓말했다.“그럼요.”“알겠어. 그런데 어제 무슨 일 있었어? 왜 혼자 추모 공원에 쓰러져 있었던 거야?”사실 유남우는 어젯밤에 무슨 상황인지 조사했었기에 알고 있었다.“몸살 때문인가 봐요.”박민정이 솔직하게 말하지 않자 유남우는 박민정이 예전처럼 모든 것을 공유하던 그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유남우는 갈라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푹 쉬어. 너무 무리하지 마.”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요즘 휴가 내려고 했었어요.”“그래.”전화를 끊은 유남우는 마음이 아팠다. 유남우 기억 속의 박민정은 어릴 적부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알려주던 사람이었다.‘알려주지 않는 걸 보면 이제는 정말 나를 좋아하지 않나 봐.’한편 유남준의 주치의 오진욱은 해운 별장에서 유남준의 상처를 치료해 주고 있었다.“누가 대표님을 이렇게 만든 거예요?”오진욱은 유남준의 방에서 나오더니 의아해하면서 물었다. 유남준이 머리를 다친 건 흔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서다희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사모님이에요.”오진욱은 한참 동안 멍해 있더니 박민정이라는 것을 눈치채고는 계속해서 물었다.“어떻게 때렸는데요?”서다희는 유남준의 아랫사람한테는 친절한 편이었기에 직접 꽃
서다희가 말을 이었다.“어제 사모님께서 한수민을 보러 갔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조사하는 중이에요.”유남준은 생각에 잠겼다.‘내가 정말 민정을 오해한 걸까?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지, 꽃병으로 내 머리를 내리친다는 게 말이 돼?’“민정이는 지금 어디에 있어?”“두원 별장으로 간 것 같아요.”유남준은 밀려오는 두통을 참으며 말했다.“쉬고 싶으니 이만 나가봐.”“강 변호사님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 이혼은 빨리할수록 좋잖아요.”눈치 없는 서다희의 말에 유남준은 머리가 지끈거렸다.“돌려보내.”“알겠어요.”서다희가 나간 뒤, 유남준은 쉽게 잠들지 못했다. 고민 끝에 일어나 방문을 열자 서다희와 마주쳤다.“두원 별장으로 가자.”서다희는 유남준이 기억을 잃어도 박민정을 향한 마음이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여겼던 것이다.“네. 차 대기시킬게요.”진주시의 하늘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흐려지더니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유남준이 두원 별장에 도착했을 때는 당장이라도 큰비가 내릴 것처럼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차는 별장 안으로 들어가 멈추었고 유남준은 차에서 내렸다.“남준 오빠, 왔어?”추경은의 목소리를 들은 유남준이 입을 열었다.“민정이는 어디에 있어?”박민정부터 걱정하는 유남준의 말에 추경은은 미간을 찌푸렸다.“새언니 정말 이상하다니까? 어젯밤에 집에 들어오지도 않더니 오늘 집에 돌아오자마자 짐부터 싸는 거야. 어디 가냐고 물었는데 내가 상관할 바 아니래.”추경은이 말을 이었다.“남준 오빠, 새언니 너무 건방진 것 같아. 은근히 유씨 가문을 무시하는 거 아니야? 사람이 예의가 없어.”유남준은 추경은의 말을 무시한 채 서다희한테 지시했다.“민정이한테 전화 걸어.”“네.”서다희도 추경은을 없는 사람 취급하자 추경은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했다.한참 후에야 박민정이 전화를 받았다.“서 비서님, 어쩐 일이세요?”박민정은 박씨 가문 옛 저택으로 돌아가서 민수아와 얘기를 나누고 있던 참이었다.“사모님, 지금 어디에
박윤우는 박민정을 따라 박씨 가문 옛 저택으로 향하면서 의문이 들었다.“엄마, 왜 여기로 온 거야?”박민정이 박윤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이곳도 우리 집이니까 온 거야.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금세 낡아버리거든.”“그럼 아빠는 언제 오는데?”박윤우가 말을 이었다.“아빠가 보고 싶어.”박민정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빠는 아파서 당분간 못 올 거야. 다 나으면 같이 지내자.”박윤우는 박민정의 표정 변화를 지켜보았다.‘쓰레기 아빠가 또 엄마를 화나게 했나 봐.’박윤우가 뒤로 누우며 말했다.“아빠가 빨리 나았으면 좋겠어. 그럼 우리 네 식구 함께 캠핑 갈 수 있잖아.”며칠 전, 박민정과 박윤우가 통화할 때 같이 캠핑하러 가서 산책도 하고 재밌게 놀 수 있다고 말했던 것이다. 박민정은 아무 말 없이 박윤우를 끌어안았다.‘나랑 이혼하겠다는 유남준과 무슨 캠핑을 가… 마주 보고 밥 먹는 것조차 싫어하겠지.’박윤우가 곤히 잠들자 박민정은 방을 나왔다. 문이 닫힌 뒤, 박윤우는 두 눈을 번쩍 뜨더니 스마트워치를 꺼내 이불속에 숨어들어 유남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쓰레기 아빠가 기억을 잃어서 실수했나 본데… 이럴 땐 내가 도와줘야 해.’유남준은 돌아가는 길에 휴대폰이 울리는 소리를 듣고 전화를 받았더니 앳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쓰레기 아빠.”유남준은 전화를 끊으려다가 문뜩 아들이 생각났다.‘윤우가 어떻게 나한테 전화를 걸었지?’“무슨 일로 전화한 거야.”유남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지만 박윤우는 개의치 않는 듯 말을 이었다.“또 엄마랑 싸운 거예요? 우리 지금 외할아버지가 지내셨던 집에 왔어요.”유남준은 이번에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박민정을 바람난 여자로 몰아갔고 이혼서류에 사인하라고 협박했었던 것이다.“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었어. 내일 해결할게.”유남준의 말을 들은 서다희는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내일 해결한다고? 대표님, 사모님한테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난 박민정은 박윤우와 민수아를 위해 직접 아침을 차렸다.민수아가 씻고 나오더니 식탁 위에 놓인 모닝빵, 해물 죽, 노릇노릇한 계란 프라이와 만둣국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민정아, 이거 네가 직접 만든 거야?”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얼른 와서 먹어봐.”“아침부터 진수성찬이라니… 너무 행복해.”박윤우도 일어나자마자 부리나케 주방으로 달려왔고 식탁 앞에 마주 앉은 세 사람은 아침을 먹었다.“민정아, 내가 매일 늦게 일어나서 아침이라고는 출근길에 먹는 삼각김밥이 다였어.”하지만 지금은 돈을 얼마 들이지도 않고 큰 별장에서 지낼 수 있었고 친한 친구가 만들어준 아침을 먹을 수 있어서 아주 기뻤다.“저녁도 맛있는 걸 차려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고마워. 일찍 퇴근하고 와서 도와줄게.”박민정은 처음부터 요리를 잘했던 것이 아니었다. 유남준을 위해 요리를 배웠는데 유남준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때마다 행복했었다.하지만 유남준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칭찬을 받아도 이렇게 기쁠 수가 있고 삶의 동력이 된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엄마, 수아 이모! 저도 같이 할래요.”박윤우의 말에 박민정은 미소를 지었다.“그럼 오늘 다 같이 요리해 보자.”세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웃었다. 그런데 갑자기 들려오는 센서 소리에 박민정이 인터폰 앞으로 다가가자 별장 앞에 여러 대 차량이 세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내가 나가볼게.”민수아와 박윤우는 슬리퍼를 신고 나가는 박민정을 따라 함께 밖으로 나갔다. 뒷좌석이 꽃으로 가득 찬 스포츠카가 여러 대 세워져 있는 것을 발견한 박윤우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우리 아빠 철들었네.’스포츠카에 앉아 있는 보디가드들은 정장 차림을 하고 있었는데 뒷좌석에 놓인 꽃다발을 차례대로 별장 문 앞에 배열해 놓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박민정이 다가가 물었다.“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죠?”“사모님, 유 대표님께서 지시하신 꽃다발입니다.”보디가드가 배열해 놓은 꽃다발은 제사를 지낼
유남준은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내가 언제 당신을 저주했다고 그래?”박민정이 죽길 원하는 사람이 단순히 저주만 할 리 없었다.“남준 씨가 보낸 꽃은 하얀색과 노란색이더군요. 그런 꽃들을 집 문 앞에 배열해 놓는 건 저더러 죽으라는 뜻이 아닌가요?”박민정은 임신해서 그런지 감정 기복이 심했다. 하지만 하얀색 꽃과 노란색 꽃은 제사를 지낼 때 많이 사용되는 꽃이니 화가 날 법도 했다.유남준은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었고 박민정은 화가 솟구쳐 올랐다. 예민해서 호의를 오해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박민정은 민수아한테 물었다.“수아야, 내가 너무 예민하게 군 걸까?”민수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아니, 안개꽃은 그렇다 쳐도 누가 국화를 선물로 준다고 그래!”“화내면 나만 손해야. 됐어, 신경 쓰지 않을래.”박민정은 심호흡하면서 어릴 적 우울증을 진단받았을 때 의사 선생님이 말한 대로 천천히 화를 삭였다. 박민정은 박윤우를 먼저 학교에 데려다주고 나서 유남준한테 따질 생각이었다.정민기는 별장 앞에 차를 대기시켰고 박민정은 박윤우를 차에 태우면서 당부했다. 박윤우는 들어가려는 박민정의 손을 잡고 말했다.“엄마, 아빠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닐 테니까 화내지 마.”“엄마도 그렇게 생각해. 걱정하지 말고 잘 다녀와.”박민정은 박윤우를 달래며 손을 흔들었고 차가 멀어질 때쯤, 유남준한테 전화를 걸었다.“서 비서가 곧 갈 거야.”조금 전 유남준은 서다희한테 당장 박민정의 별장으로 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고 했었다.“서 비서가 여길 왜 오는데요? 또 이혼서류에 사인하라고 보낸 건가요?”“어제 일은 내가 당신을 오해했어.”유남준은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당신이 아이들을 잘 보살피고 지금처럼만 있어 준다면 이혼할 생각 없어.”몸살이 다 나은 박민정은 그제야 정신이 들었고 예전에 어쩌다가 우울증에 걸리게 되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유남준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문제의 화살을 박민정한테 돌리면서 자신과는 아무 상관
서다희가 박민정을 향해 말했다.“죄송해요, 사모님. 이 꽃들은 대표님께서 어젯밤에 저한테 부탁한 거예요.”박민정이 입을 열기도 전에 한쪽에 있던 민수아가 목청을 높이며 물었다.“혹시 복수하려고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서다희는 목소리를 낮추어 민수아한테 말했다.“그런 거 아니니까 가만히 좀 있어. 나 일하는 거 안 보여?”민수아는 화가 나서 말했다.“일을 이 따위로 한다고? 감히 민정이한테 이런 꽃을 선물해?”민수아는 한 그룹의 대표가 어떻게 아내에게 이런 꽃을 선물하냐고 어이없어했는데 알고 보니 민수아의 약혼자 서다희가 고른 꽃이었다. 서다희는 예전에 민수아한테 자신이 유남준의 비서실장이라고 자랑도 했었다.“어제 너무 피곤해서 수하한테 맡겼는데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민수아는 서다희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말했다.“지금 남한테 뒤집어씌우는 거야?”“수아야, 날 몰아세우지 마. 넌 내 여자 친구잖아.”서다희는 민수아의 말을 듣고는 한숨을 내쉬었다.‘두 사람이 알고 지낸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편드는 거야?’사실을 알게 된 박민정은 그제야 화가 풀렸고 두 사람을 말렸다.“오해였다는 걸 알았으니 두 사람 다 그만해요.”서다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죄송해요. 나머지 꽃다발을 다 버리라고 할게요.”이때 박민정이 입을 열었다.“잠깐만요. 버리면 너무 아까우니 꽃잎을 반신욕 하는 데 쓸게요.”그러자 서다희가 대답했다.“그럼 더 좋고요.”민수아는 박민정의 기분이 나아져서 다행이라고 여겼다.“민정아, 저녁에 같이 반신욕 하는 거 어때?”박민정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좋아.”두 사람의 말을 들은 서다희는 반신욕을 하는 민수아의 모습을 상상했다.‘수아를 다시 데리고 올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어.’서다희는 떼어낸 꽃잎을 다 정리한 뒤에야 해운 별장으로 향했고 가는 길에 수하한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사모님이 한수민을 만나러 간 날 병실을 지키던 간병인한테서 들었는데요, 한수민은 사모님이 자신의 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