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기는 차 안에 앉아서 가벼운 소리로 박민정에게 말했다.“며칠 지나야 결과를 알 수 있다고 하시네요.”“네.”“이제 돌아갈까요?”정민기가 물었다.박민정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서교로 가주세요.”“네.”정민기는 서교로 차를 몰았다.박형식이 그곳의 묘원에 묻혀있었다.도착한 후, 박민정은 정민기더러 먼저 돌아가라고 했다. 그녀는 자기 혼자 이곳에 있고 싶다고 말했다.“네.”정민기는 비록 박민정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러는지 몰랐지만, 그녀가 하는 말이라는 정민기는 무조건 따르곤 하였다.박민정은 박형식의 묘비 앞으로 걸어와, 위에 걸린 자상하게 웃고 있는 아버지의 사진을 보며 목구멍이 칼에 베이는 것처럼 아팠다.“아버지, 전 아직도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불러도 되는 거예요?”차가운 바람이 볼을 스쳐 지나갔다.박민정은 가슴이 더더욱 답답해 났다.“아버지, 저 지금 너무 괴로워요. 어떡해요?”안타깝게도 박형식은 더 이상 그녀에게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라고 알려 줄 수 없었다.박민정의 눈 밑에는 온통 슬픔으로 가득했다. 박형식의 묘비 앞에 앉은 채, 그녀의 머릿속은 엉망이었다.찬 바람이 휙휙 불었으며 묘비 앞에서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지만, 박민정은 머리가 무거워져 가는 것만 같았다. 주위를 살펴보았으나 시야가 희미해졌다.마침, 이때, 고급 차 한 대가 달려왔으며, 차 안의 남자는 단번에 박민정을 발견했다.그는 단김에 차에서 뛰어 내려와 재빨리 박민정에게 달려갔다.유남우는 오늘 박민정이 황급하게 회사를 떠나는 것을 보고,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사람을 시켜서 그녀를 지켜보라고 했다.박민정이 혼자 묘원에 있다는 것을 듣자마자 유남우는 바로 달려왔다.“민정아.”박민정은 정신이 몽롱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남준 씨, 이제 눈이 보여요?”유남우는 이 말에 목이 멨다.그가 자기는 유남준이 아니라 유남우라고 정정하려고 할 때, 박민정은 두 눈을 꼭 감고 중얼거렸다.“남준 씨, 나 지금 머리가 너무너
박민정에게 약을 다 먹인 후, 유남우는 다시 그녀를 침대 위에 눕혔다.열이 난 상태에서 어렴풋이 잠든 그녀는 여전히 머리가 아팠고 목도 아팠다.유남우는 어디 가지 않고 해열 패치를 가져와 그녀의 이마에 붙여주었다.박민정은 머리가 순간 많이 시원해졌으며 그녀는 덥석 유남우의 손을 잡았다.“남준 씨, 나 너무 아파요.”유남우는 침을 살짝 넘기었다.“조금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거짓말...”박민정은 온몸에 힘이 없어 유남우의 손을 잠시 잡더니 손을 놓았다.반대로 유남우는 그녀의 손을 다시 꼭 잡았다.한 시간 뒤, 박민정은 겨우 열이 내렸고 스르르 잠이 들었다.유남우가 일어서서 떠나려고 할 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리는 것을 들었다.그녀의 핸드폰을 들고 보니 민기 씨라고 적혀있었다.유남우는 정민기라는 보드 가드에 대해 뒷조사를 해본 적이 있었다. 그는 간단한 인물이 아니었으며 게다가 연지석이 박민정의 곁에 붙여둔 사람이었다.유남우도 진주시에서 돌아온 후에야, 박민정이 말했던 뚱이가 바로 연지석이라는 것을 알았다.연지석은 어느 신비한 가문의 사생아였다. 연지석네 가문은 정규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지하 장사를 하는 것이었다.유남우는 정민기의 전화를 끊고 박민정의 핸드폰을 꺼버렸다.정민기가 다시 전화를 걸었을 때는 박민정의 핸드폰은 이미 꺼진 상태였다. 그는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옆에서 박윤우는 정민기를 빤히 들여다보며 물었다.“아저씨, 우리 엄마가 전화를 받았나요?”“아마도 핸드폰의 배터리가 다 돼서 꺼진 것 같아.”정민기는 이렇게 말하고 박윤우를 달래주었다.“윤우야,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 아저씨가 네 엄마 데리러 갈게.”“네.”박윤우는 고개를 끄덕이었다.정민기가 일어서서 나가려고 할 때, 추경은 얼른 따라붙었다.“민기 오빠, 저도 같이 데려가 주세요. 제도 새언니를 찾는 데 도울게요.”‘민기 오빠?’정민기는 싸늘한 얼굴을 하고 무표정으로 말했다.“죄송해요. 전 낯선 사람이 제 차에 타는 걸 싫어해서요.”추경은은
‘유남우?’정민기도 유남우와 박민정의 관계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대충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박민정을 데려간 게 다른 사람이 아니라 유남우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도 한시름을 놓았다.하지만 정민기가 시름을 놓은 한 편, 유남준는 이미 사람을 시켜 전면적으로 박민정을 찾아 나섰다.정민기한테서 소식을 얻진 않았지만, 그래도 얼마 걸리지 않아 박민정을 데려간 게 유남우라는 것을 알아냈다.유남준이 이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는 이미 새벽 1시였다.그는 주먹을 꽉 주었다.일 분 뒤, 유남준은 이미 차에 올라탔다.경호원은 유남우의 개인 별장 위치를 알아냈기에 그들은 그곳으로 가면 되었다.하지만 중도에, 유남준은 기사 보고 차를 세우라고 했다.“갈 필요 없어요.”기사와 부하들은 다 어리둥절했다.유남준은 생각 정리를 마쳤다. 박민정이 좋아하는 사람이 유남우라면, 심지어 유남우를 위해서 밤늦게 집에 안 돌아온 이상, 차라리 그녀의 뜻을 들어주는 게 낫다고 그는 생각했다.다음 날, 서다희가 해운 별장에 가서 업무 보고를 하려던 찰나, 유남준은 그의 말을 가로챘다.“먼저 변호사를 알아봐 줘.”서다희는 어리둥절했다.“변호사요? YN 그룹을 인수하는데 무슨 문제가 생겼나요?”“변호사님께 이혼 합의서를 하나 작성해 달라고 해.”유남준은 느릿느릿 말을 꺼냈다.서다희는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대표님, 사모님과 이혼하려는 건가요?”유남준은 표정 하나 안 바뀌고 말했다.“그 사람이 나랑 이혼하려는 거야.”“어제 사모님께서 오셔서 이혼해달라고 난리를 피우셨어요?”서다희는 그저 궁금해서 계속 물었다.모든 것이 공개된 이후, 두 아이도 아버지를 인정했고 박민정도 엄청 오랫동안 이혼 난리를 피우지 않았다.유남준은 서다희가 말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서 참으며 대답했다.“어젯밤 온밤 돌아오지 않았어. 알아낸 결과, 우남우의 개인 별장에 갔더라고.”이 말의 뜻은 아주 분명했다.박민정이 바람을 피웠으니, 그가 이혼을 제기하는 건 당연하다는 말이었다.유남
박민저의 두 눈에는 온통 의문으로 가득 찼다.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낯선 환경이었다.‘여기가 어디지? 나 어제 묘원에 갔었던 거 아니야? 그 뒤에 남준 씨가 왔고 날 데려간 것까진 기억이 나는데...’그녀는 자신의 옆에 엎드려 있는 유남우를 보았다. 유남준과 완전히 다른 옷차림이었고 이곳은 해운 별장도 아니었다.박민정은 자신의 상태를 한번 확인했는데 옷이 그대로여서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했다.비록 아주 가볍게 움직였지만 그래도 옆에 있는 사람을 깨게 했다.유남우는 두 눈을 뜨며 물었다.“일어났어?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그의 부드러운 목소리, 그리고 아무 문제 없는 두 눈, 박민정은 지금 눈앞의 사람이 유남준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다.“제가 왜 이곳에 있어요?”“민정아, 너 어제 묘비 앞에서 쓰러졌었어. 난 네가 열이 나는 걸 보고 널 여기로 데려왔어.”유남우가 말했다.박민정은 그의 말을 듣고서야 침대 옆에 해열 패치가 놓여있는 것을 보았다.“고마워요.”“내가 말했잖아. 우리 사이에 고맙다는 말 할 필요 없다니까.”유남우는 온몸 잠을 못 자서인지 일어서면서 살짝 비틀거렸다.유남우가 쓰러지려는 것을 본 박민정은 얼른 그를 부축했다.하지만 1.9m 되는 유남우를 박민정이 감당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다음 순간, 두 사람은 함께 침대에 넘어졌다.조식을 준비해 온 도우미는 두 사람이 한데 끌어안은 장면을 보더니 얼른 고개를 숙였다.“둘째 도련님, 아침 식사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도우미는 조식을 내려놓고는 얼른 자리를 떴다.이곳에 있는 사람들도 유남우가 이미 약혼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젯밤 그가 데려온 여자는 유남우의 약혼녀가 전혀 아니었다.도우미는 계단을 내리면서도 내심 두려워했다.‘둘째 도련님께서 새 애인이 생겼는데 그걸 봤다고 날 죽이지는 않겠지?’방안에서, 박민정은 허둥지둥 유남우의 품에서 빠져나와 다른 쪽으로 굴러갔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죄송해요.”유남우는 이런 박민정의 모습을
얼마 지나지 않아, 유남준이 전화를 받았다.유남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흘러나왔다.“이제 시간이 났나 보지?”박민정은 유남준의 말이 너무 뜬금없다고 생각했다.“무슨 일로 나한테 전화했어요?”“지금 당장 해운 별장으로 와.”유남준은 이 한마디만 남기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박민정은 더욱 어안이 벙벙해졌다.이때 유남우는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걸어 나왔다. 그는 거실 한가운데 서 있는 박민정을 보며 참지 못하고 물었다.“아침은 먹었어? 내가 바래다줄까?”이 말을 들은 박민정은 얼른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니에요. 저 혼자 가면 돼요.”이 말을 마친 뒤, 그녀는 또 유남우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그제야 떠났다.파라다이스 밖에는 차가 별로 없었다. 박민정은 한참 동안 기다려서야 택시를 잡았으며 기사님더러 해운 별장으로 가달라고 했다.유남준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는 몰라도 박민정은 그래도 가 봐야 할 것 같았다.해운 별장 내, 강연우가 도착한 후 이혼 합의서 초안을 작성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박민정이 도착했을 때, 그녀는 이미 별장 안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서다희는 문 앞에 선 채, 이상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가 방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한눈에 유남준의 옆에 서 있는 강연우를 알아보았다.‘이 남자가 여기에 왜 왔지?’강연우가 말없이 떠나는 바람에, 조하랑은 그를 몇 해 동안 기다렸다. 하지만 결국엔 그는 돌아온 후, 다른 여자와 결혼하였다.박민정은 그런 강연우에 대해 정말 일말의 호감도 없었다.그녀는 시선을 거두고 강연우를 없는 사람 취급하기로 하고는 유남준을 바라보며 물었다.“남준 씨, 저를 왜 불렀어요?”유남준은 말없이 바로 전에 작성된 합의서 초안을 박민정 쪽으로 밀어서 그녀에게 건네주었다.“읽어봐. 별문제 없으면 사인해.”박민정은 합의서를 보려고 한 순간, 문 앞에 서 있던 서다희가 낮은 소리로 콜록 기침하였다.박민정은 고개를 돌려 서다희를 한눈 보고는 또다시
유남준은 차가운 미소를 짓더니 박민정의 팔목을 다시 붙잡았다.“박민정!”유남준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내가 어떻게 하면 이혼해 줄 건데?”박민정은 유남준의 손을 뿌리치려고 안간힘을 썼다.“아무것도 필요 없으니까 이 손 놔요! 나는 예찬이랑 윤우, 배 속의 아이만 있으면 된다고요!”박민정이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남준 씨가 아이들의 양육권을 포기한다면 바로 이혼서류에 사인할게요.”유남준은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지금 나랑 장난해? 유씨 가문의 아이들을 당신이 데려갈 수 있을 것 같아?”유남준의 손등에는 지난번에 물었던 흔적이 남아있었지만 박민정은 개의치 않고 더 세게 물었다. 유남준은 깜짝 놀라더니 박민정의 머리를 누르며 소리쳤다.“이거 못 놔?”‘개도 아니고 왜 자꾸 물어뜯는 거야!’박민정은 피가 나는 걸 확인하고는 놓아주었다.“장난치는 건 내가 아니라 남준 씨 아닌가요? 내가 낳은 아이를 당신이 왜 데려가는 건데요!”박민정이 임신하지 않았더라면 진작에 유남준을 발로 찼을 것이다. 통증이 밀려왔지만 박민정은 더한 짓도 할 수 있는 여자이기에 유남준은 손을 놓지 않았다.“재판까지 가보겠다는 뜻이야?”박민정은 얼음처럼 차가운 유남준의 목소리를 들고서야 정신이 들었다.‘유남준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기억을 잃어도 넌 여전히 나쁜 놈이야!’“뜻대로 하세요. 절대 물러날 생각 없거든요.”박민정은 아이들을 떠올리며 불안해했다.‘변호사 비용이 만만치 않을 거야. 그래도 승소할 수만 있다면 우리 예찬이랑 연우를 지킬 수 있어.’“재판장님이 바람나서 아이들을 방치한 엄마의 편을 들어줄 것 같아?”유남준의 말은 비수가 되어 박민정의 가슴에 꽂혔다.“내가 바람났다고요?”박민정은 어이가 없었다.“증거있어요? 내가 언제…”“어제 외박한 걸 내가 모를 것 같아? 널린 게 증거야!”유남준이 말을 이었다.“유남우가 그렇게 좋으면 이혼해 줄게. 이혼하고 나서 유남우가 윤소현과의 혼약을 취소할지는 모르지…”퍽!방 안에 소
더욱 화가 난 박민정은 해운 별장을 나갔다. 어제 자신이 아빠의 친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후로 열이 펄펄 오르더니 결국 쓰러졌고 박민정을 발견한 유남우가 데리고 갔다.박민정은 이곳에서 위로받을 수 있을 거라고 여겼지만 유남준은 되레 박민정한테 이혼서류를 내밀었고 박민정을 바람난 여자라고 모함했다.유남준은 처음부터 끝까지 유남우가 왜 박민정을 데리고 갔는지 묻지 않았기에 박민정은 더욱 억울했다.‘남준 씨가 아픈 건 알지만 판단력을 잃을 정도로 머리를 다친 건 아니잖아.’이때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박민정은 유남준에게서 걸려 온 전화인 줄 알았으나 발신자는 유남우였다. 박민정이 전화를 받자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집에 도착했어?”박민정은 유남우가 걱정할까 봐 거짓말했다.“그럼요.”“알겠어. 그런데 어제 무슨 일 있었어? 왜 혼자 추모 공원에 쓰러져 있었던 거야?”사실 유남우는 어젯밤에 무슨 상황인지 조사했었기에 알고 있었다.“몸살 때문인가 봐요.”박민정이 솔직하게 말하지 않자 유남우는 박민정이 예전처럼 모든 것을 공유하던 그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유남우는 갈라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푹 쉬어. 너무 무리하지 마.”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요즘 휴가 내려고 했었어요.”“그래.”전화를 끊은 유남우는 마음이 아팠다. 유남우 기억 속의 박민정은 어릴 적부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알려주던 사람이었다.‘알려주지 않는 걸 보면 이제는 정말 나를 좋아하지 않나 봐.’한편 유남준의 주치의 오진욱은 해운 별장에서 유남준의 상처를 치료해 주고 있었다.“누가 대표님을 이렇게 만든 거예요?”오진욱은 유남준의 방에서 나오더니 의아해하면서 물었다. 유남준이 머리를 다친 건 흔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서다희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사모님이에요.”오진욱은 한참 동안 멍해 있더니 박민정이라는 것을 눈치채고는 계속해서 물었다.“어떻게 때렸는데요?”서다희는 유남준의 아랫사람한테는 친절한 편이었기에 직접 꽃
서다희가 말을 이었다.“어제 사모님께서 한수민을 보러 갔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조사하는 중이에요.”유남준은 생각에 잠겼다.‘내가 정말 민정을 오해한 걸까?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지, 꽃병으로 내 머리를 내리친다는 게 말이 돼?’“민정이는 지금 어디에 있어?”“두원 별장으로 간 것 같아요.”유남준은 밀려오는 두통을 참으며 말했다.“쉬고 싶으니 이만 나가봐.”“강 변호사님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 이혼은 빨리할수록 좋잖아요.”눈치 없는 서다희의 말에 유남준은 머리가 지끈거렸다.“돌려보내.”“알겠어요.”서다희가 나간 뒤, 유남준은 쉽게 잠들지 못했다. 고민 끝에 일어나 방문을 열자 서다희와 마주쳤다.“두원 별장으로 가자.”서다희는 유남준이 기억을 잃어도 박민정을 향한 마음이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여겼던 것이다.“네. 차 대기시킬게요.”진주시의 하늘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흐려지더니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유남준이 두원 별장에 도착했을 때는 당장이라도 큰비가 내릴 것처럼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차는 별장 안으로 들어가 멈추었고 유남준은 차에서 내렸다.“남준 오빠, 왔어?”추경은의 목소리를 들은 유남준이 입을 열었다.“민정이는 어디에 있어?”박민정부터 걱정하는 유남준의 말에 추경은은 미간을 찌푸렸다.“새언니 정말 이상하다니까? 어젯밤에 집에 들어오지도 않더니 오늘 집에 돌아오자마자 짐부터 싸는 거야. 어디 가냐고 물었는데 내가 상관할 바 아니래.”추경은이 말을 이었다.“남준 오빠, 새언니 너무 건방진 것 같아. 은근히 유씨 가문을 무시하는 거 아니야? 사람이 예의가 없어.”유남준은 추경은의 말을 무시한 채 서다희한테 지시했다.“민정이한테 전화 걸어.”“네.”서다희도 추경은을 없는 사람 취급하자 추경은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했다.한참 후에야 박민정이 전화를 받았다.“서 비서님, 어쩐 일이세요?”박민정은 박씨 가문 옛 저택으로 돌아가서 민수아와 얘기를 나누고 있던 참이었다.“사모님, 지금 어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