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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작가: 윤지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유남준은 굳이 그녀의 체면을 깎지 않았다.

“오빠, 이따 우리랑 같이 모임에 가지 않을래요?”

이지원이 물었다.

유남준은 방금 박민정이 했던 말에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아 일부러 가겠다고 했다.

5성급 호텔, 한 층 전체를 예약했다.

유남준은 들어 오자마자 이지원과 재벌 집 자제들에게 둘러싸였다.

박민정은 그저 구석 쪽에 혼자 앉아 있었다.

그때, 청순한 차림의 한 여인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

“봤어요? 우리 지원이만 남준 씨를 이 자리에 불러올 수 있다는걸.”

“어쨌든 우리 지원이가 남준 씨의 첫사랑이잖아요.”

이 사람은 박민정도 알고 있는데 바로 이지원의 절친인 하예솔이다.

박민정은 술 한 모금 마시고는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그쪽이 남준 씨의 첫사랑인 줄 알겠어요.”

하예솔은 원래 자기 절친을 대신해서 박민정에게 화풀이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박민정이 말 한마디로 그녀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박민정은 더 이상 이곳에 있기 싫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편, 유남준이 겨우 사람들 속에서 빠져나오니 박민정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지원에게 몇 마디 인사를 건넨 후 그곳을 떠났다.

장대비가 내리는 가운데 최고급 차 캐딜락 한 대가 박민정이 타고 있는 차량의 뒤를 따랐다.

그녀가 9호 공관에 도착하자 뒤에서 따라오던 차도 멈췄다.

안에 있던 사람들은 그들인 것을 알아채고는 막지 않았다.

유남준은 서다희에게 곧바로 전화 걸었다.

“조사하라고 한 일은 어떻게 되었어?”

“계속 방해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래도 박민정 씨가 출국한 뒤 에스토니아로 갔다는 사실은 알아냈습니다.”

“더 디테일하게 조사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요.”

서다희가 대답했다.

유남준이 간단하게 대답한 뒤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미간을 찌푸렸다.

에스토니아!

그는 근 몇 년 동안 박민정이 그곳에 거주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어쩐지, 그녀를 몇 년 동안 찾아 헤맸지만 찾을 수 없었다.

오늘 박민정의 반응이 심상치 않은 모습에 유남준은 그녀가 분명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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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박민정은 차분하게 대답했다.“지금 여기까지 온 게 설마 전부 당신이 노력해서 얻은 결과라고 생각하나요?”“박씨 가문이 아니었다면 당신이 살 수나 있었겠어요?”“유남준 씨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대스타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고요?”박민정은 이지원의 귓가에 대고 낮은 소리로 그녀를 비꼬았다.“졸업 후 당신이 외국에서 한 짓들을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요.”“유남준과 유씨 집안 사람들이 알게 되면 그래도 당신을 받아줄까요?”돌아오기 전부터 박민정은 이미 꼼꼼하게 준비했다.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그녀는 특별히 이지원을 조사했다.조사를 한 후에야 청순한 여신 이미지의 이지원이 해외에 있는 몇 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이지원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그녀는 스스로 잘 속였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들통이 나버렸다.“정말 기억을 잃은 게 아니었네요, 제가 지금 바로 유남준 씨에게 가서 말하면 어떡할래요?”박민정은 대수롭지 않았다."아, 그래요? 그럼 내일 그 영상들은 유남준 씨 앞에서 같이 보면 되겠네요.”이지원은 또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박민정이 이렇게 말솜씨가 좋아져서 돌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민정 씨, 제가 어떻게 해야 저와 유남준 씨를 놔줄 건가요?”이지원이 불쌍한 척 태도를 바꿨다.“유남준 씨 말고는 제가 당신에게 미안할 일이 없잖아요?”“제가 이렇게 빌게요. 제발 유남준 씨를 그만 놔주고 당신만의 행복을 찾아 떠나요.”이지원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그때처럼 모든 걸 버리고 가세요.”박민정은 더 이상 이지원의 거짓 눈물을 보기 싫어 그대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이지원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사라지고 두려움만 남았다.박민정이 그녀가 해외에 있을 때 발생한 일들을 유남준에게 알릴까 봐 무서웠다.유남준이 알면 자신은 끝장이다.안 돼! 절대 안 돼!박민정, 이 모든 건 네가 초래한 일이야!다음 날.박민정은 조하랑한테서 걸려 온 전화 소리에 잠이 깼다.“민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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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조하랑이 이상해서 물었다.“내가 저작권을 신청하지 않은 데다 애매하게 각색한 곡이라 고소해도 표절이라고 확정 짓기는 어려울 거야.”“그리고 그녀의 배후에 유남준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마. 그는 분명 이지원을 소송에서 지지 않도록 도와줄 거야.”몇 년 동안 이지원은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이 일을 해왔다. 물론 그녀를 고소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모두 패소했다. 유앤케이 그룹의 법무부는 모두 이지원을 위해 일하고 있다.게다가, 박민정은 국제 소송을 해야 하므로 쉽지 않았다.“그럼 이대로 보고만 있자고?”박민정은 베란다로 나가 끝없이 펼쳐진 경치를 바라보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봐주는 게 아니야! 증거가 충분할 때까지 기다리자는 거지. 될수록 한방에 이겨야 해.”그녀는 억울한 사람을 봐주기만 하는 착한 사람이 아니다.하지만 무모하면 안 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조하랑도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말을 따라야 했고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좋아, 그럼 증거부터 수집해 볼게.”“또 일이 더 많아졌겠네.”“괜찮아, 나도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소송 거는 거야.”조하랑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녀는 이런 일을 당했을 때 가장 괴로운 사람이 바로 당사자인 박민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자기 노동 성과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겼으니 말이다.박예찬이 방 안에서 조하랑이 전화를 끊자마자 문을 두드렸다. “이모, 누가 우리 엄마 곡을 훔쳤어요?”조하랑은 아이가 이렇게 일찍 깨어날 줄은 몰랐으나 굳이 숨기지 않았다.“응, 두꺼운 얼굴을 한 대스타 이지원이 엄마 곡을 훔쳤어!”“정말 여우 같은 여자야, 불륜녀인 주제에 네 엄마랑 유...”조하랑은 말할수록 흥분한 나머지 하마터면 유남준이 박예찬의 아빠라는 사실까지 말할뻔했다. 하지만 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박예찬이 말을 잘랐다.“하랑 이모, 엄마가 욕하면 안 된다고 했어요...그리고 불륜녀가 무슨 뜻이에요?”조하랑은 그만 할말을 잃었다.“...”모르는 게 확실해?박예찬은 밖으로 나간 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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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랑 아빠가 대화 나눌 때 들었어. 지원 이모는 예전에 할머니의 목숨을 살려준 적이 있어서 삼촌이랑 맺어진 거라고.”유지훈이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예전에 내 두 눈으로 직접 삼촌이 지원 이모를 밀쳐내는 모습을 봤어.”박예찬은 원래 유지훈의 입에서 유씨 가문에 관한 일을 알고 싶었을 뿐인데 뜻밖에도 자기 쓰레기 아빠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사실인지 거짓인지는 더 조사해야 안다.“보이는 대로 말하면 안 돼.”보이는 대로 말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지만 박예찬이 아직도 자신을 못 믿는다는 것만은 느낄 수 있었다.“이번 주말은 할아버지 생신이라 지원 이모도 올 거야. 나도 아빠 엄마랑 같이 가야하거든. 못 믿겠으면 같이 가자.”기회가 손쉽게 찾아왔다.“좋아, 네 말이 맞다면 내가 믿을게, 그리고 내가 잘 먹고 잘살 수 있게 만들어 준다면.”유지훈은 단번에 승낙했다.어쨌든, 그도 손해 볼 일은 없었다.이번에 유씨 가문의 옛 저택에 가면 그도 이지원, 이 나쁜 여자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마음먹었다.자기 아버지를 뺏앗으면 그만이지, 감히 엄마의 작품까지 뺏앗다니!괘씸한 여자!주말이 되자 박민정은 일찌감치 전용차를 타고 조하랑네 집으로 갔다.가는 길에.그녀는 밖에서 내리는 큰비를 보며 멍때렸다.이때 운전기사가 말을 걸어 왔다.“예전에 연 선생님도 차를 타면 민정 씨처럼 창밖을 내다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그리고 어떤 여자아이도 이렇게 창밖에 비가 오는 걸 좋아했다면서 비 오면 근심 걱정이 날아간다고 했다고 자주 외웠어요.”“이제 보니 그 여자아이가 당신이었군요.”박민정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이렇게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된 것도 인연이네요.”박민정도 세상이 참 좁다고 생각했다.드디어 조하랑의 별장에 도착했다.오늘 박예찬이 일찍 하원했다.조하랑과 박예찬이 그녀를 반갑게 맞이했다.“민정아, 어서 들어와, 나와 예찬이는 네가 오기만을 기다렸어.”두 사람은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만 보았다.“그래.”박민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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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정아, 엄마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하지 말아줄래? 날 욕해도, 화를 내도 괜찮으니 제발 그렇게 차갑게만 하지 말아줘, 응?”정수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였지만 박민정은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며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저는 화낼 이유가 없어요.”박민정은 솔직하게 말했다.지금의 그녀는 예전과 달랐다. 과거에는 기억이 있었기에 정수미가 친모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후에도 냉대를 받을 때마다 깊이 상처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일이 없었다.그녀는 눈앞의 정수미를 낯선 사람처럼 느꼈고 그래서 아무런 아픔도 느끼지 않았다.정수미는 목이 칼로 베인 듯한 고통을 느꼈다.“모두 내 잘못이야... 전부 내 잘못이야...”어떻게 해야 박민정에게 사죄하고 보상할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었다.정수미는 눈을 떨구고 등을 살짝 구부린 채 방을 떠났다.그녀가 떠난 뒤, 진서연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박민정에게 물었다.“보스, 대체 무슨 일이에요? 아이를 다치게 했다니, 무슨 소리죠?”박민정은 어제 있었던 일을 간단히 진서연에게 설명했고 진서연은 이야기를 듣자마자 분노를 터뜨렸다.“윤소현이 어떻게 그런 모함을 할 수 있죠? 제 생각엔 일부러 자기 아이를 다치게 한 게 틀림없어요.”그녀는 단 한마디로 진실을 꿰뚫었지만 박민정은 쉽게 믿을 수 없었다.“설마. 그래도 자기 친딸인데.”“그 여자는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진서연은 단호히 말한 뒤 박민정을 위로했다.“보스, 다음에 이런 일이 생기면 꼭 저한테 말씀하세요. 제가 지켜드릴게요.”박민정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래.”하지만 진서연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는 듯 여러 차례 그녀에게 당부를 했다.박민정은 기억을 잃은 후 꽤 오랜 시간을 보냈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기억을 되찾으려 했지만 아직 성과는 없었다.그녀는 오늘도 진서연과 함께 회사로 출근했다.점심시간, 박민정은 모두가 쉬고 있을 때 잠깐 밖에 나가겠다며 자리를 떴다.그녀는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그동안 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11화

    가정부가 나가고 나자 정수미의 얼굴에는 피로가 역력했다.“어떻게 이렇게까지 악랄할 수 있지?”정수미는 깊은 후회에 사로잡혔다. 왜 하필 윤소현을 입양했을까?비서도 믿기 힘든 듯 고개를 저었다.“큰아가씨의 복수심이 너무 강해요. 자신의 딸마저 이용하다니요.”비서는 윤소현이 이런 행동을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녀는 정수미가 박민정, 그녀의 친딸을 미워하게 만들려 한 것이다.“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정수미는 스스로 중얼거리며 비서에게 묻는 듯 자신에게 묻는 듯한 말을 했다.비서는 사적인 가정사에 대해 조언할 수 없었기에 침묵을 지켰다.오랜 고민 끝에 정수미는 윤소현의 방으로 향했다.윤소현은 이미 깊이 잠들어 있었다. 아이의 몸에 상처가 가득하고 고열까지 나고 있는데도 이렇게 편안히 잠들 수 있다니,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소현아!”정수미가 더는 참을 수 없어 그녀를 깨우자 윤소현은 짜증스러운 얼굴로 눈을 떴다.“엄마, 이 시간에 무슨 일이길래 제 방에 오신 거예요? 쉬셔야 할 시간 아니에요?”정수미는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너랑 얘기할 게 있어서 왔다.”윤소현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무슨 얘긴데 내일 하면 안 돼요?”“다혜와 민정이에 대한 얘기야.”정수미의 목소리는 냉랭했다.그 말을 듣자 윤소현은 순식간에 정신을 차렸다.“엄마, 박민정한테 경고할 거죠?”흥분한 그녀의 말투에 정수미는 더욱 화가 났다.“아니, 너한테 경고하려고 왔어.”정수미의 단호한 말에 윤소현은 멍해졌다.“그게 무슨 말이에요?”정수미는 가정부가 털어놓은 모든 진실을 이야기했고 윤소현은 머리가 텅 빈 것처럼 멍해졌다.“엄마, 그 여자의 헛소리를 믿지 마세요! 다혜의 친엄마인 제가 어떻게 제 아이에게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어요?”“처음엔 나도 네 말을 믿었다. 네가 민정이를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네 감정을 진정시키려고 민정이를 경찰에 넘긴 거였어. 그런데 네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구나. 정말 실망이야.”정수미는 깊이 한숨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10화

    비서는 정수미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대표님, 제 생각에 둘째 아가씨는 아이에게 그렇게 잔인한 짓을 할 사람 같지 않아요.”정수미는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그래. 하지만 소현이가 그런 식으로 나오니 내가 그때 민정이를 도왔다면 가만있지 않았을 거야. 어떤 난리를 칠지 몰랐겠지.”정수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다혜 일은 빨리 조사해 봐.”“알겠습니다.” 비서가 대답했다.정수미는 온몸에 상처투성이인 외손녀를 바라보며 다짐했다.“다혜야, 걱정하지 마. 외할머니가 꼭 널 다치게 한 사람을 찾아낼게.”그녀는 윤소현을 편드는 것도, 박민정을 믿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지금은 윤소현을 달래며 조용히 진실을 파악하려 했을 뿐이었다. 어떤 사람이 이렇게 어린아이에게 끔찍한 짓을 저질렀는지 밝혀내기 위해.밤이 깊었을 때, 정수미는 아이를 돌보던 가정부를 불렀다.“자, 말해 봐. 오늘 왜 거짓말을 했는지. 누가 너한테 뭔가를 줬니?”가정부는 급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대표님,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어요. 저는 거짓말 안 했습니다. 정말로 사모님께서 그랬어요.”정수미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아직도 사실을 말하지 않겠다는 거야? 병원에서 네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 안 나? 민정이가 다혜를 안은 뒤로 다혜가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고 했지. 그런데 이제 와서 대체 어떻게 그게 민정이가 했다는 걸로 바뀐 거지? 네가 직접 민정이가 아이를 해치는 걸 봤어?”가정부는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얼버무렸다.“민정 아가씨가 다혜를 때리는 걸 희미하게 본 것 같아요...”정수미는 더욱 화가 났다.“희미하게 봤다고? 그럼 왜 그 자리에서 막지 않았지?”가정부는 말을 잇지 못했다.“그, 그게 제가 혹시 잘못 본 걸까 봐...”그녀의 말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았다.정수미는 확신했다. 이건 명백히 거짓말이었다.“분명히 말하는데 네가 지금이라도 사실을 말하면 용서해 줄 테지만 계속 거짓말을 한다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정수미의 위협에 가정부는 몸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09화

    “분명히 말하지만 오늘 이 일이 해결되지 않으면 이곳을 떠날 생각하지 마.”윤소현은 박민정의 손목을 세게 움켜쥐며 소리쳤고 박민정은 아무리 해명해도 소용이 없었다.“그럼 제가 어떻게 하길 바라는 거예요?”“무릎 꿇고 사과해!”윤소현은 단호하게 네 글자를 뱉었다.그녀는 박민정이 기억을 잃은 틈을 타 그녀를 망신시키고 고통받게 하고 싶었다.‘무릎을 꿇으라고?’박민정은 아이를 해친 적이 없기에 당연히 그럴 수 없었다.“그건 못 해요.”윤소현은 다시 정수미와 고영란을 바라보며 말했다.“엄마, 보셨죠? 증거가 다 있는데도 저렇게 나오잖아요. 사과조차 하지 않겠다고요.”그녀는 이어 말했다.“이제 경찰서에 보내는 수밖에 없겠네요.”윤소현은 휴대폰을 꺼내 신고 전화를 걸었다.고영란과 정수미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정말 박민정이 그렇게 어린아이를 해쳤다면 사과를 해야 하는 게 맞을 터였다.그러나 박민정은 끝까지 사과하지 않았고 결국 경찰에 연행되었다.아이의 상처는 모두 목격자의 증언에 근거하고 있었고 박민정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만한 다른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그녀는 간단히 사건 경위를 설명한 뒤, 임시로 구금되었다.혼자 차가운 공간에 남겨진 박민정은 종종 머리가 아파왔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녀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 마치 예전에 이보다 더 끔찍한 상황을 겪은 적이 있었던 것만 같았다.한 시간이 조금 넘었을 때 유남준이 그녀를 보석으로 풀어주었다.“왜 나한테 연락하지 않았어?” 유남준이 물었다.그는 본가로 돌아갔다가 박민정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고 하인들에게 물어본 끝에 그녀가 병원에 갔다는 사실을 알았다.이후 고영란과 연락을 취해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했다.박민정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도 내가 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내가 그 아이를 해쳤다고 믿어요?”유남준은 거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누가 뭐래도 네가 했을 리 없어. 넌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야.”박민정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08화

    박민정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좋아요, 신고해요. 경찰이 와서 모든 걸 조사하게 해요. 제가 하지 않은 일은 하지 않은 겁니다!”그녀는 나쁜 짓을 하기 않았기에 당당했다.윤소현은 당장이라도 전화를 걸려 했지만 고영란이 그녀를 막아섰다.“소현아, 분명 이건 오해가 있을 거야. 민정이가 그렇게 어린 아이를 해칠 리가 없잖니.”정수미도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우리 모두 한 가족인데 경찰까지 부르는 건 너무하지 않니?”그러나 윤소현은 눈가가 붉어진 채 항의했다.“엄마, 지금 제 딸이 이런 상태인데도 엄마는 저를 외면하시겠다는 거예요? 우리 아이 편을 들어주실 생각은 없으세요?”박민정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그만해요. 차라리 신고해요.”지금 상황에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방법은 경찰 조사를 통해서뿐이었다.윤소현은 사실 경찰에 신고할 생각이 없었다. 아이의 일은 박민정과 무관했으며 그녀 스스로 꾸며낸 일이었기 때문이다.“민정아, 흥분하지 마. 우리 가족 일이니 우리끼리 해결해.”정수미가 그녀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윤소현은 한 발 앞으로 다가서며 비꼬듯 말했다.“좋아요. 우리끼리 해결하죠.”“그럼 말해봐, 박민정. 내 딸이 이렇게 됐는데 넌 어떻게 책임질 거야?”“제가 한 일이 아닌데 왜 제가 책임져야 하죠?”박민정이 한 치의 주저도 없이 되묻자 윤소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지금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거야? 우리 다혜는 늘 멀쩡했어. 그런데 네가 안은 뒤로 이렇게 됐다고!”박민정은 미간을 찌푸렸다.“이미 말했잖아요. 전 그런 적 없어요!”그녀는 어린 다혜가 이렇게 심한 상처를 입은 걸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그런데도 윤소현은 여전히 공격적이었다.“엄마, 보셨어요? 얘는 끝까지 오리발만 내밀잖아요!”정수미는 한숨을 쉬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다혜는 너무 어리고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누가 이런 일을 벌였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때 고영란이 오늘 아이를 돌본 보모를 불러왔고 보모는 떨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07화

    박민정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망설일 필요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유남준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박민정은 고영란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에 도착해 윤소현이 말한 병실로 들어가려는 순간, 아이는 보이지 않았고 윤소현이 병실에서 달려나오더니 곧장 박민정에게 달려들었다.모든 일이 너무 순식간에 벌어져 주위 사람들은 아무런 반응도 할 수 없었다.박민정 역시 피할 겨를이 없었고 결국 윤소현의 손바닥이 그녀의 뺨에 세게 내려앉았다.뜨겁게 달아오르는 통증이 얼굴을 타고 번졌다. 그러나 윤소현은 멈추지 않았고 계속 박민정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박민정도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그녀를 막았고 그렇게 둘은 뒤엉켜 몸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고영란은 두 사람을 떼어놓으려 했지만 도저히 가로막을 수 없었다.“박민정, 네가 어떻게 다혜한테 그런 짓을 할 수 있어? 다혜는 이제 겨우 몇 달밖에 안 됐는데!”‘뭐?’박민정은 이해할 수 없었다.“뭔가 오해를 한 것 같아요. 전 당신 딸한테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요.”“우리 다혜 몸에 이렇게나 많은 상처가 났는데도 끝까지 모른 척하겠다고? 너 정말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윤소현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분노를 퍼부었고 박민정은 어쩔 수 없이 방어에만 집중했다.고영란이 아무리 소리쳐도 윤소현은 멈추지 않았다.“소현아!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당장 그만둬!”그때, 날카로운 목소리가 병실에 울려 퍼졌고 윤소현은 그제야 멈췄다.박민정도 한 발 뒤로 물러서며 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정수미가 황급히 달려와 박민정의 얼굴에 선명히 남은 손자국을 보고 안타까워했다.“민정아, 괜찮아?” 그녀가 걱정스레 물었다.하지만 윤소현은 불만을 터트렸다.“엄마, 똑같이 엄마 딸인데 우리가 싸웠으면 두 사람 다 챙겨야 하는 거 아니에요? 왜 박민정만 신경 쓰는 거예요? 너무 편애하시는 거 아니에요?”정수미는 한숨을 내쉬며 윤소현을 돌아보았다.“무슨 일인지 제대로 설명해봐. 왜 둘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06화

    박민정은 그 아기가 윤소현의 딸이라는 걸 전혀 알지 못한 채 자연스럽게 다가갔다.“무슨 일이죠?”보모는 그녀를 보고도 별다른 경계 없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저도 잘 모르겠어요. 오늘 하루 종일 울기만 하고 어떻게 달래도 소용이 없네요.”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을 따라온 보모에게 두 아들을 잘 돌보라고 지시한 뒤, 직접 아이를 안아 들어 달래기 시작했다.그러나 유다혜는 그녀의 품에서도 여전히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아마도 엄마가 된 경험 덕분인지 박민정은 아기를 돌보는 법을 잊었더라도 본능적으로 해야 할 일은 알 수 있었다.그녀는 먼저 보모에게 아이가 충분히 먹었는지 물었고 이어 아이의 기저귀를 확인하며 배탈이 났는지 살펴보았다.하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도 아기가 계속 울자 박민정은 조심스럽게 제안했다.“아기를 병원에 데려가 보세요. 이렇게 계속 우는 건 뭔가 이상한 것 같아요.”보모도 동의했다.“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보모가 아기를 다시 받으려던 찰나, 멀리서 윤소현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지금 뭐 하는 거야? 누가 내 딸을 저 여자한테 맡기라고 했어?”윤소현은 높은 굽의 힐을 신은 채 빠르게 걸어와 박민정의 품에서 아이를 거칠게 빼앗아 갔다. 그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보모를 질책했다.“내 딸을 당신한테 맡겼더니 이렇게밖에 돌보지 못해? 내 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당신 책임인 줄 알아!”그녀는 이어 박민정을 바라보며 비아냥거렸다.“너도 아이가 있잖아. 내 아이를 왜 안고 있었던 거야?”박민정은 그 아이가 윤소현의 딸임을 알았더라면 절대 안았을 리 없었다.보모는 난처한 표정으로 해명했다.“작은 사모님, 다혜가 계속 울어서 달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모님께서 잠깐 도와주셨던 것뿐이에요. 아무런 악의도 없었습니다.”“악의가 없었다고?”윤소현은 여전히 울고 있는 딸을 보며 냉소를 지었다.“그 말이 사실이길 바랄 뿐이야.”그러다 보모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작은 사모님, 아이를 병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505화

    윤소현은 말을 마치자마자 선두에 있던 여하인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이어 한 하인을 거칠게 밀어내고 안으로 들어섰다.들어가자마자 그녀의 눈에 들어온 건 박민정과 유남준 가족이 함께 웃으며 화목하게 있는 모습이었다.그 광경에 윤소현의 눈빛이 질투로 뒤덮였다. 그녀는 곧바로 고영란을 향해 차갑게 비아냥댔다.“어머니, 저랑 남우 씨가 비록 정식으로 혼인신고를 한 건 아니지만 저도 유씨 가문에서 떳떳하게 맞아들인 며느리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저를 모른 척하시겠다는 거예요?”고영란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윤소현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유남우 역시 큰 잘못을 저질렀고 이 모든 상황이 그녀에겐 큰 실수로 느껴졌다.“소현아, 내가 그런 말을 한 건 아니야. 어서 남우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렴. 여긴... 당분간 환영받지 못할 것 같구나.”윤소현은 이 말을 듣고도 뻔뻔하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왜요? 제가 여기 있으면 어쩌시려고요? 혹시 당신 아들 유남우가 저지른 일들을 제가 다 까발릴까 봐 그러시는 건가요?”고영란도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녀는 윤소현이 마지막 퇴로조차 거부하자 냉소를 띠며 대꾸했다.“우리 아들이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한번 말해 보렴.”윤소현은 기다렸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뭘 말하냐고요? 당신 아들이 자기 형의 여자를 탐냈다는 거. 이게 바로 당신들이 자랑하는 유씨 집안의 가풍인가요?”그 말이 떨어지자 방 안에 있던 하인들은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박민정은 옆에서 두 아이를 달래며 이 상황에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 그러나 유남준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다들 뭘 보고 있어? 당장 저 여자를 끌어내!”윤소현은 유남준이 자신을 쫓아내려 하자 더 큰 소리로 외쳤다.“유남준 씨, 이 말을 듣기 싫은 거죠? 뭐, 당연하죠. 형의 여자를 뺏어갔다니, 저라도 그런 꼴은 못 참겠어요!”만약 그녀가 여자가 아니었다면 유남준은 벌써 그녀에게 직접 손을 댔을 것이다.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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