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76화

Author: 윤지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0-29 19:42:56
“왜?”

조하랑이 이상해서 물었다.

“내가 저작권을 신청하지 않은 데다 애매하게 각색한 곡이라 고소해도 표절이라고 확정 짓기는 어려울 거야.”

“그리고 그녀의 배후에 유남준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마. 그는 분명 이지원을 소송에서 지지 않도록 도와줄 거야.”

몇 년 동안 이지원은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이 일을 해왔다. 물론 그녀를 고소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모두 패소했다.

유앤케이 그룹의 법무부는 모두 이지원을 위해 일하고 있다.

게다가, 박민정은 국제 소송을 해야 하므로 쉽지 않았다.

“그럼 이대로 보고만 있자고?”

박민정은 베란다로 나가 끝없이 펼쳐진 경치를 바라보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봐주는 게 아니야! 증거가 충분할 때까지 기다리자는 거지. 될수록 한방에 이겨야 해.”

그녀는 억울한 사람을 봐주기만 하는 착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무모하면 안 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조하랑도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말을 따라야 했고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좋아, 그럼 증거부터 수집해 볼게.”

“또 일이 더 많아졌겠네.”

“괜찮아, 나도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소송 거는 거야.”

조하랑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이런 일을 당했을 때 가장 괴로운 사람이 바로 당사자인 박민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자기 노동 성과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겼으니 말이다.

박예찬이 방 안에서 조하랑이 전화를 끊자마자 문을 두드렸다.

“이모, 누가 우리 엄마 곡을 훔쳤어요?”

조하랑은 아이가 이렇게 일찍 깨어날 줄은 몰랐으나 굳이 숨기지 않았다.

“응, 두꺼운 얼굴을 한 대스타 이지원이 엄마 곡을 훔쳤어!”

“정말 여우 같은 여자야, 불륜녀인 주제에 네 엄마랑 유...”

조하랑은 말할수록 흥분한 나머지 하마터면 유남준이 박예찬의 아빠라는 사실까지 말할뻔했다.

하지만 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박예찬이 말을 잘랐다.

“하랑 이모, 엄마가 욕하면 안 된다고 했어요...그리고 불륜녀가 무슨 뜻이에요?”

조하랑은 그만 할말을 잃었다.

“...”

모르는 게 확실해?

박예찬은 밖으로 나간 뒤 자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Comments (1)
goodnovel comment avatar
이건달바
완결은 몇화까지 입니까?
VIEW ALL COMMENTS

Related chapters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77화

    이지원은 그녀가 4년 만에 가수가 되었고, 또 4년의 세월을 공들여서 드디어 톱 여스타로 되었는데 이렇게 한 곡의 노래로 하루 만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매니저가 보낸 유명 브랜드 측에서 쏟아지는 광고 섭외를 보면서 그녀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그중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 하나는 많은 스타들이 십몇 년, 심지어 몇십 년을 공들여야만 겨우 들어올까 말까 하는 광고였다.하지만 그 기쁨이 오래가지는 못했다. 갑자기 매니저가 다급히 뛰어왔다.“언니, 민 선생님 회사 사람이 우리 쪽에서 그들의 노래를 표절했다며 당장 손해배상하라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이지원의 눈살이 순식간에 찌푸려졌다.이렇게 빨리 발견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원래 외국 곡은 아무리 표절했다고 해도 국제 소송은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소송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표절이라니? 증거를 내놓으라고 해.”이지원은 가볍게 무시했다.그녀의 현재 실력과 뒤에서 유씨 가문이 그녀를 도와주고 있는데, 외국의 코딱지만 한 회사 따위가 감히 자기를 고발할 수 있을까?고소를 해도 그들은 이길 수 없을게 분명했다....박민정은 먼저 본사에 가서 일하다가 저녁에 예찬을 찾아가 주말을 함께 보낼 예정이었다.지금 유치원은 휴식 시간이다.유씨 집안의 장손인 유지훈은 지난번에 박예찬에게 호되게 당한 뒤로 박예찬이 무얼 물어도 성실히 대답했다.“네가 정말 유씨 가문의 후계자야?"박예찬이 물었다.유지훈이 지우개를 만지작거리며 자랑스럽다는 듯이 대답했다.“그럼.”“엄마는 내가 유씨 가문의 장손이기에 앞으로 유씨 집안의 모든 재산이 다 내 것이라고 하셨어.”박예찬은 믿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듣기로는 지금 유씨 가문의 대표가 네 삼촌인 유남준이라고 하던데.”유지훈이 씩씩거리며 대답했다.“삼촌은 아들이 없어. 우리 어머니가 그랬는데 삼촌한테 문제가 있어서 아이를 못 가진대.”그리고 살짝 목소리를 낮추면서 말을 이었다.“엄마는 또 삼촌이 죽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78화

    “엄마랑 아빠가 대화 나눌 때 들었어. 지원 이모는 예전에 할머니의 목숨을 살려준 적이 있어서 삼촌이랑 맺어진 거라고.”유지훈이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예전에 내 두 눈으로 직접 삼촌이 지원 이모를 밀쳐내는 모습을 봤어.”박예찬은 원래 유지훈의 입에서 유씨 가문에 관한 일을 알고 싶었을 뿐인데 뜻밖에도 자기 쓰레기 아빠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사실인지 거짓인지는 더 조사해야 안다.“보이는 대로 말하면 안 돼.”보이는 대로 말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지만 박예찬이 아직도 자신을 못 믿는다는 것만은 느낄 수 있었다.“이번 주말은 할아버지 생신이라 지원 이모도 올 거야. 나도 아빠 엄마랑 같이 가야하거든. 못 믿겠으면 같이 가자.”기회가 손쉽게 찾아왔다.“좋아, 네 말이 맞다면 내가 믿을게, 그리고 내가 잘 먹고 잘살 수 있게 만들어 준다면.”유지훈은 단번에 승낙했다.어쨌든, 그도 손해 볼 일은 없었다.이번에 유씨 가문의 옛 저택에 가면 그도 이지원, 이 나쁜 여자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마음먹었다.자기 아버지를 뺏앗으면 그만이지, 감히 엄마의 작품까지 뺏앗다니!괘씸한 여자!주말이 되자 박민정은 일찌감치 전용차를 타고 조하랑네 집으로 갔다.가는 길에.그녀는 밖에서 내리는 큰비를 보며 멍때렸다.이때 운전기사가 말을 걸어 왔다.“예전에 연 선생님도 차를 타면 민정 씨처럼 창밖을 내다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그리고 어떤 여자아이도 이렇게 창밖에 비가 오는 걸 좋아했다면서 비 오면 근심 걱정이 날아간다고 했다고 자주 외웠어요.”“이제 보니 그 여자아이가 당신이었군요.”박민정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이렇게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된 것도 인연이네요.”박민정도 세상이 참 좁다고 생각했다.드디어 조하랑의 별장에 도착했다.오늘 박예찬이 일찍 하원했다.조하랑과 박예찬이 그녀를 반갑게 맞이했다.“민정아, 어서 들어와, 나와 예찬이는 네가 오기만을 기다렸어.”두 사람은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만 보았다.“그래.”박민정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79화

    박민정이 그녀의 말에 감동했다.“하랑아, 너무 고마워.”“우리 사이에 고맙다는 말은 하지 말자. 지난번에 나 대신 소개팅까지 나가줬는데 이번에도 네가 좀 막아줘.”조하랑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바로 이와 같은 연회 자리다.예전에 출국하기 전에도 조하랑의 아버지는 그녀를 데리고 각종 연회에 참가했다.그 집보다 돈 많고 세력 있는 사위를 만나기 위해서였는데, 그녀는 정말 진절머리가 났다.“그래.”조하랑은 그녀에게 힘을 불어넣어 줬다. “이번에는 반드시 유남준 그 멍청한 남자를 손에 넣어보자고! 그의 아이를 가지면 더 좋고!”“응.”저번에 성공할 수 있었는데 너무 아쉬웠다...내일 그녀는 잘 계획해야 한다.문득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갑자기 박민정이 조하랑에게 물었다.“내일 어르신의 생신인데 당연히 이지원도 오겠지?”“분명 유씨 가문에게 잘 보일 좋은 기회인데 그 여자가 놓칠 리가 없겠지?”조하랑이 대답했다.박민정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이번에 가서 이지원에게 큰 선물을 안겨주자.”이튿날.박예찬은 아침 일찍 일어났다.유씨 가문 어르신의 생신 잔치는 오전 10시부터 시작한다.박예찬이 이렇게 일찍 일어난 원인은 첫째는 박민정에게 들킬 것 같아서였고, 둘째는 초대한 사람이 바로 유지훈이라는 사실이기 때문이다.박민정은 친구에게 주라면서 선물 상자까지 준비했다.하지만 박민정은 박예찬이 말한 친구가 유씨 가문의 장손 유지훈이라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박예찬도 감히 그녀에게 말하지 못했는데, 만약 그녀가 알았다면 틀림없이 못 가게 했을 것이다.그래서 박예찬은 반 친구들의 이름 중 아무 이름을 골라 대충 둘러댔다.박예찬과 유지훈은 유치원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얼마 후, 길쭉한 링컨 한 대가 박예찬 앞에 멈춰 섰는데 그를 더욱 작아 보이게 만들었다.차 문이 열리자 유지훈이 으스대며 물었다."너희 집에는 이런 차가 없지?”박예찬은 냉큼 아부했다.“응, 우리 집에서 가장 비싼 차가 겨우 몇억짜리야.”유지훈은 그를 자신의 곁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80화

    박예찬은 보던 걸 멈추고 대충 대답했다.“응.”유지훈은 그가 여전히 믿지 않는 것 같아 계속 말을 이었다.“지금 바로 손님을 접대하는 로비로 갈 테니 두고 봐. 내가 반드시 증명해 보일게.”“가자.”지금 이 순간, 손님을 접대하는 로비는 아직 한창 준비 중이었다.고영란은 할아버지의 며느리로서 그를 보살피고 있었다.“이번 어르신의 생신 잔치는 모든 곳에 신경 써.”그녀는 꽃꽂이를 가지치기하며 집사에게 당부했다."그리고 괜찮은 아가씨가 있으면 나한테 바로 알려줘.”4~5년이 지나도록 이지원은 유남준의 아이를 낳지 못했다.하여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다른 계획을 세워야 했다."네."집사가 공손히 인사하고 자리를 떴다.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마침 두 꼬마를 보았다.“지훈 도련님.”그가 유지훈을 부르자 유지훈은 그에게 손사래를 쳤다.그러자 집사는 바로 알아듣고 자리를 떴다.고영란은 처음부터 이 조카손자가 아니꼬웠다. 매번 그를 볼 때마다 겉치레로 남에게 보여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또한 자기 친손자도 아니었다.그녀는 짜증 나서 그에게 다른 곳에 가서 놀라고 말하려다가 갑자기 시선이 멈췄다. 고영란은 멍하니 유지훈 옆에 있는 귀여운 남자아이를 바라보았다. 단지 멀리서 보았을 뿐인데 그녀는 놀란 나머지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저 아이는 왜 저렇게 유남준의 어린 시절과 똑 닮았을까?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급히 하인을 불러들였다.“가서 지훈이와 저 아이를 데려와.”“네.”고영란은 손에 든 꽃을 화병에 꽂지 않고 옆에 그대로 뒀다.박예찬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이곳에 왔는데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이 자기 친할머니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예전에 엄마를 괴롭혔던 그 사람.하인이 두 사람을 불렀다.이때 유지훈이 박예찬에게 소개했다.“저분이 삼촌의 어머니, 즉 이모할머니셔.”“응.”두 아이가 다가왔는데 고영란은 시종일관 박예찬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너무 닮았던 것이다.유남준의 어렸을 때와 거의 판박이 수준이었다.박예찬은 예민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81화

    그는 경계하는 척 하며 말했다."할머니, 선생님께서 다른 집안 가정사를 함부로 묻는 건 예의 바른 게 아니라고 했어요."고영란은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그제야 물은 게 너무 많다는 것을 의식했다.하지만 눈앞의 이 아이는 정말 똑똑했다. 나이가 어림에도 불구하고 낯선 사람을 경계할 줄 아는 걸 보니 말이다."미안해. 할머니가 잘못했어."그녀는 손을 들어 박예찬의 머리를 만지려고 했다.하지만 아이는 그녀의 손을 피했고 고영란의 손은 허공에 경직되어 있었다.곁에 있던 유지훈은 평소 자신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던 이모할머니가 박예찬을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보자 조금 불쾌했다."이모할머니, 저 예찬이와 함께 다른 곳에도 가봐야 해요. 그러니까 먼저 가볼게요."고영란은 계속 말릴 수 없었다."그래, 너희들끼리 재미있게 놀아. 필요한 거 있으면 날 부르고."두 아이가 간 후 고영란은 여전히 직성이 풀리지 않아 결국 비서를 불렀다."시간 있을 때 이 아이의 신분 좀 조사해 봐요. 특히 부모를요.""네."이 아이는 정말 유남준이 어릴 때와 너무 닮았다.만약 그에게 아이가 있다면 분명 박예찬과 같이 생겼을 거다."아, 맞다. 남준이 왔어요?"비서는 시간을 한 눈 본 후 대답했다."연회가 시작되기까지 한 시간이나 있으니 아마 대표님께서는 오시는 길일 겁니다."고영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들이 온 후 꼭 그더러 연회장의 아가씨들을 주의해 보라고 할 것이다.아들이 얼른 여자를 만나 자신에게 손자를 만들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한편 박민정과 조하랑은 연회에 참가하기 전 드레스를 고르러 갔다.두 사람 모두 사람들 눈에 띄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냥 평범하고 심플한 드레스를 골랐다.하지만 심플할 수록 박민정의 아름다움을 돋보였다.조하랑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우와, 너 진짜 예쁘다.""다른 사람은 옷이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데 넌 옷을 더 우아하게 만드네."박민정은 활짝 웃었는데 더 매력있었다.사실 조하랑의 외모도 나쁘지 않았다.그녀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82화

    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후진했다.차창이 내려가자, 유남준은 손에 들고 있던 노트북을 끄고 박민정을 보았다.오늘 그녀는 아이보리 색의 등이 드러난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하얀 피부를 더 돋보였다.유남준의 눈동자엔 놀란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하지만 딱히 궁금하지는 않았다. 그녀와 조하랑이 탄 차가 유씨 본가에 도착했을 때 경호원이 이미 알려주었기 때문이다.“오랜만이야.”그는 웃는 듯 말 듯한 표정을 지었다.박민정은 대답했다.“그러게요. 오랜만이에요.”“타.”유남준은 더 말하지 않았고 박민정도 사양하지 않고 그의 곁에 앉았다.“날 찾아온 거야?”다른 사람들은 이 길을 전혀 몰랐다. 오직 그의 기사만이 차를 몰고 오는 길이었기 때문이다.“여기에서 잃어버린 기억을 찾을 수 있을까 해서요.”박민정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태연하게 거짓말했다.유남준은 이 말을 듣자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그는 기사에게 말했다.“먼저 내 방으로 가요.”유남준이 말한 건 그가 본가에서 살고 있는 방이었다.“네.”박민정은 아직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유남준은 그녀를 보며 말했다.“기억을 찾고 싶다면 먼저 우리 신혼 방부터 가봐야 해.”두 사람의 신혼 방은 원래 두원 별장에 있었다. 하지만 결혼한 날엔 본가 쪽에서 보냈다.유남준의 방은 전처럼 단일한 색으로 장식되어 있었다.방에 들어간 후, 그는 박민정 앞에서 옷을 벗기 시작했다.먼저 슈트 재킷을 벗었고 그다음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박민정은 놀라 멍해 있었다.그녀의 몸은 조금 경직되었다.유남준이 왜 이러는지 잘 몰라서 그녀는 저도 모르게 시선을 피했다.그는 여유 있게 박민정을 보았는데 그녀의 얼굴이 이미 빨개진 것을 발견했다.유남준은 일부러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왜 날 보지 못해?”“기억 찾고 싶다며.”남자의 뜨거운 시선은 그녀를 위로부터 아래까지 훑었다.박민정은 얼굴이 타는 것처럼 뜨거웠다. 원래 그녀는 유남준을 꼬시려고 했는데 지금은 왜 조금 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83화

    그의 목소리는 허스키했다.그 자신만 알고 있었다. 계속 눌리는 게 얼마나 힘든지 말이다.하지만 박민정이 원하는 대로 해줄 수 없었다. 그녀가 도대체 뭘 하려는 지 알아야 했으니까.박민정은 멈칫하더니 그렁그렁한 눈으로 물었다.“싫어요?”유남준은 이제야 그녀에게 목적이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래서 갑자기 말을 돌렸다.“뭘 오해한 거 아니야? 난 방금 네가 기억을 되찾도록 도왔을 뿐이야.”“오늘은 이만하자. 연회에 참석해야 해.”박민정의 안색은 별로 졸지 않았다.적어서 육, 칠 분 입을 맞추었는데 다 그녀를 갖고 논 거였다니.하지만 내색은 하지 않고 손을 그의 몸에서 뗐다.유남준은 먼저 옷을 갈아입은 후 그녀와 함께 연회장에 갔다....연회엔 김인우와 그의 할아버지인 김훈도 함께 참석했다.김훈은 다른 가장들과 같은 마음이었다. 이 기회를 빌어 김인우에게 좋은 아내를 골라주고 싶었다.김인우는 할아버지를 이기지 못해 연회에 참석했다. 그는 먼저 어르신에게 생신 축하 인사를 올린 후 김훈의 명령하에 강제적으로 스무 명의 여자들을 만나봐야 했다.“오늘 말을 안 들으면 집에서 나가! 난 너 같이 못난 손자 없다.”김훈은 손자를 꾸짖었다.“나이가 몇인데 아내도 찾지 못하다니, 정말 우리 집안에 먹칠을 하는구나!”김인우는 조금 어이가 없었다.그는 여자가 부족했던 적이 없었으니까.“알겠어요.”할아버지 말을 거역할 수 없는 게 아니라 할아버지의 심장병이 발작할까 봐 두려웠다.의사는 절대 화를 내면 안 된다고 했다. 화가 심장에 해로우니까.김훈은 또 요란하게 차려입은 이지원을 보며 역겹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는 잊지 않고 손자에게 경고했다.“잘 기억해 둬. 이 이지원만은 안 돼!”김훈은 사람을 보는 눈이 대단했다.몇 년 전에 이지원이 배은망덕한 인간이라는 것을 조사해 냈었다. 그리고 지금도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남자가 아주 많은 여우였다.“걱정하지 마세요.”김인우는 자신의 생명의 은인이 박민정이라는 것을 안 후부터 이지원에게 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84화

    이지원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다리를 안고 있는 아이를 보았는데 눈동자엔 귀찮은 기색이 스쳤다. 하지만 그녀는 티를 내지 않고 허리를 굽혀 웃으며 말했다.“응, 나야.”“꼬마야, 너 왜 혼자 여기 있어? 부모님은?”그녀는 눈앞의 아이를 자세히 보았다. 아이의 오관은 입체적이었고 큰 눈은 사람을 홀릴 정도였다.딱 보아도 아이의 부모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박예찬은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지원을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사람들이 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아줌마가 제 아빠를 뺏었다면서요? 저한테 아빠를 돌려주실 수 있어요?”이지원의 몸은 순간 경직되었다.주위의 재벌 집 사모님들은 이 소리를 듣고 그녀를 향해 시선을 돌렸는데 눈동자엔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그들은 남자를 통해 지위를 올리려는 연예인을 가장 싫어했다.“정말 파렴치하네!”“유 대표님을 가졌으면 만족할 줄 알아야지. 어떻게 다른 남자를 꼬셔?”“이러니까 유 대표님이 이 여자랑 결혼하지 않았지. 그냥 갖고 놀기만 하면 되는 거였어.”이지원은 멘탈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간신히 화를 참고 웅크리고 앉아 박예찬을 바라보며 말했다.“꼬마야, 잘못 기억한 거 아니야?”“난 널 모르고 네 아빠도 몰라.”이렇게 말한 후, 그녀는 다시 박예찬에게 다가가 두 손을 아이의 어깨에 놓고 낮은 목소리로 협박했다.“나쁜 놈, 계속 헛소리했다간 물고기 먹이로 바다에 던져버릴 거야!”이지원은 박예찬이 그저 평범한 아이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의 연기가 그렇게 좋을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일 초 후, 아이는 그녀의 손을 힘껏 치더니 울먹이며 말했다.“아줌마, 제가 잘못했어요. 그러니까 물고기 먹이로 절 바다에 던지지 말아 주세요...”이지원은 정말 아이의 입을 막고 싶었다.“아니에요...저 아이가 거짓말하고 있어요...”그녀는 급하게 해명했다.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왔다. 어쩔 수 없이 여자를 만나야 했던 김인우도 이곳을 보았다.그는 첫눈에 아이를 알아보았다.

Latest chapter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14화

    선생님이 다가와서는 의아해서 물었다. “예찬 어머니, 왜 혼자 여기에 서서 계세요? 팀 안 짜세요?”박민정은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말했다. “선생님 사람들이 저희랑 팀을 짜려 하지 않아요.”“네...”선생님은 난처해하더니 다른 팀에게 물어보았다.그 팀의 엄마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우리 팀은 이미 사람이 찼어요.”그리고 몇 명의 아이 아빠도 왔는데 모두 최현아에게 빌붙고 싶어 해서 말했다.“선생님, 팀을 짜지 못한 사람들은 경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맞아요. 어차피 이미 인원수가 충분하잖아요.”“몇 분은 그냥 쉬세요. 게다가 임신 중인데 경기는 무리이지 않나요?” 한 남자가 박민정의 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박민정은 당연히 자신이 경기를 못 한다는 것을 안다.“저 말고 다른 엄마들은 경기에 나갈 수 있잖아요. 어떻게 못 나가게 막을 수 있어요?”그녀가 나서서 말했다.그러자 남자는 비아냥거렸다. “그냥 경기일 뿐이잖아요. 굳이 당신들이 참석하지 않아도 되잖아요?”다른 엄마들도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시간 낭비하지 말고 시작하자고요.”최현아는 옆에 서서 박민정을 비롯한 그녀의 라인의 사람들이 망신을 당하는 모습을 만족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선생님은 조금 난처해했다. “아니면 여러분 팀당 한 명씩만 더하세요. 이렇게 하면 딱 맞을 거예요.”총 네 팀이고 남은 사람도 네 명이니 말이다. “딱 맞다니요. 이분은 임신했으니까 대회 나가기 불편하잖아요. 누구 팀에 가면 그 팀이 질 게 뻔하죠.”한 여자의 목소리였다.다른 사람들도 맞장구를 쳤다.홀로 있는 네 명의 엄마와 네 명의 아이들이 함께 있으니 유난히 눈에 띄었다.예찬이를 제외한 나머지 세 아이는 분명히 기분이 언짢았다.“엄마...”지원이는 엄마의 옷깃을 잡아당겼다.손연서는 이 사람들이 정말 사람을 너무 무시한다고 느꼈지만 사실 그렇게 경기를 하고 싶어서도 아니다. 다 아이들을 위해서이다.“민정 씨, 됐어요. 우리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13화

    차는 넓지 않아서 다른 엄마들은 성훈이의 말을 들었다. 그러자 다들 곁눈질하며 손연서를 보며 놀렸다.이 사람 중 대부분은 주부다.손연서는 그녀들과 달리 친정 손씨 가문의 사업을 도맡고 있다.그래서 많은 엄마가 그녀를 부러워하고 질투한다.지금 그녀가 사생아 때문에 이렇게 골머리를 앓는 것을 보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성훈이는 아직도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손연서를 조롱했다.“우리 엄마한테 들었어요. 당신이 아이를 낳을 수 없어서 나를 아들로 받아들인 거라고. 하지만 나는 영원히 당신을 엄마로 받아들이지 않을 거예요. 나는 당신이 싫어요. 내가 커서 우리 아버지의 회사를 인수하면 당신을 쫓아낼 거예요. 그때 되면 당신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 할머니로 되겠죠.”손연서는 안색이 안 좋았지만 아이와 따지고 싶지 않았다.박민정은 손연서를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서 바로 말했다. “연서 씨, 나하고 같이 앉아요. 예찬이보고 성훈이랑 앉게 하고요.”박예찬도 유난히 눈치가 빠르고 철이 들었다.“연서 아줌마, 우리 엄마랑 같이 앉아요. 우리 엄마가 아줌마랑 얘기 나누고 싶대요.”손연서는 그들 모자를 고마워하며 예찬이와 자리를 바꾸었다.박예찬이 옆에 앉자 성훈이는 순식간에 착한 아이로 변해 말도 안 하고 얌전히 앉아 있었다. 핸드폰도 하지 않고 말이다. 성훈이의 모습을 보고 손연서는 박민정에게 말했다. “참 웃기죠?”박민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연서 씨가 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하지 말아요. 자기 생각도 하면서 말이에요.”이렇게 어린아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봐서 커서도 별로 의지가 될 수 있는 아이가 아닐 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맞는다. 친자식도 기댈 수 있을지 말 지인데 사생아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손연서는 그녀의 뜻을 이해했다.“할 수만 있다면 당연히 내 아이와 진짜 가족을 갖고 싶죠. 하지만 이런 건 지금의 나에게 너무 사치에요.”모두 자신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12화

    “지훈아, 빨리 이리 와!”그녀는 박민정을 외면한 채 아들에게 소리쳤다.유지훈은 박민정의 뒤에 숨은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싫어요. 가면 때릴 거잖아요.”이 말을 들은 최현아는 화가 났다. 최현아는 박민정이 보는 앞에서 망신을 당할까 봐 무서워서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지훈아. 엄마가 방금 너무 급했어. 이리 와봐. 절대 때리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유지훈은 여전히 그녀한테로 가려 하지 않았고 최현아를 경계하는 눈빛이었다.“싫어요. 안 믿어요. 흥.”그는 말을 마치고 쏜살같이 달아났다.최현아는 자신이 이런 아들을 만났다는 것에 화가 났다. 그녀는 화를 참으며 유지훈을 따라갔는데 일부러 박민정의 어깨를 세게 치면서 지나갔다. 박민정은 어이가 없었지만 최현아를 외면하고 손연서를 비롯한 그녀들을 찾아갔다.그녀들은 박민정을 보자마자 손을 흔들었다.최현아의 포섭을 받은 엄마들은 박민정을 외면한 채 못 본 척했다.그녀들은 호산 그룹의 이인자인 최현아의 시아버지가 돌아왔다는 것만 알고 있다. 유남우가 자리에서 물러나면 그 자리는 당연히 최현아 시아버지의 것이다.그래서 그녀들은 최현아한테 잘 보이려 했다. “민정 씨, 이리 와서 앉아요. 이따 같이 차를 타고 교외로 가요.”손연서가 말했다.“좋아요.”박민정이 가서 앉았다.지원 엄마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예찬 엄마, 방금 최현아가 다른 엄마들이랑 말한 게, 예찬 엄마를 왕따 시키면 그 사람들의 남편이 호산 그룹과 합작할 방법을 찾겠다고 했어요.”지원 엄마는 전에 어느 라인에 서야 할지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그녀는 박민정이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최현아는 박민정의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전에 아이를 왕따시킨 것도 모자라 이제는 부모까지 왕따시키네요.”박민정은 다른 엄마들을 봤다. 이 사람들은 웃고 떠들고 있었는데 박민정이 자기들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바로 입을 다물고 멀리 피했다. 도한 엄마가 말했다. “신경 쓰지 말아요.”솔직히 말해서 이 세상 대부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11화

    [여러분 남편은 같이 가나요?]단톡방에서 한 사람이 물었다.다른 사람들이 답장을 보냈다. [제 남편이 너무 바빠서 못 갈 걸요?][맞아요. 우리 남편도 주말엔 회사 일로 바빠요.][우리 엄마들끼리 가면 되죠. 남편은 일하라고 하고요.][...]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대부분 사람의 남편이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알고 박민정은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밤에 그녀가 자고 있을 때 유남준이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내왔다.[뭐 해요?][이제 자려고요.]박민정이 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유남준은 아직 방성원과 함께 있다. 두 사람의 아내가 모두 박씨 가문 저택에 있으니 불쌍한 남자 둘이서 말이 잘 통하는 것 같았다. 그는 박민정의 무뚝뚝한 답장에 좀 섭섭했다. [아니야. 자.]이 메시지를 보고 박민정은 잘 준비를 했다. 근데 문뜩 생각해보니, 예찬의 아버지인 유남준도 친자 활동에 대해 알아야 할 것 같았다.[저기, 예찬이 유치원에서 내일 친자 활동이 있어요. 시간이 있으면 오고 시간이 없으면 오지 않아도 돼요. 잘게요.]그녀는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바로 누워 잤다.유남준이 가든 말든 어쨌든 그녀는 아들의 친자 활동에 참여할 것이다.이튿날 아침 일찍 박민정은 일어나서 셰프와 함께 여러 가지 음식을 준비했다.진서연은 하품하며 걸어 나왔다. “보스, 왜 이렇게 일찍이 일어나서 음식을 직접 만드는 거예요?”“오늘 예찬이 유치원에서 친자 활동이 있어. 거기 갈 때 가지고 갈 것이야.”박민정이 말했다.“그렇군요.”진서연은 눈을 비비며 씻으러 갔다.집의 세 여자가 모두 일어났다. 박민정은 이미 먹을 것을 준비해 두었고 그녀들의 것도 남겨 주었다.그녀가 유치원으로 가려 할 때 손연서와 도한 엄마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민정 씨, 오늘 와요?][당연하죠.][잘됐네요. 우리 오랫동안 못 봤잖아요.][근데 조심해야 해요. 오늘 최현아가 좀 이상한 것 같아요.]먼저 어린이집에 온 손연서는 최현아가 수많은 아줌마와 사석에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10화

    “아니에요. 별장 청소와 정리는 가정부가 하면 돼요.”박민정의 말에 설인하가 고집을 부렸다.“안 돼요. 그 얘기는 이미 청소는 모두 제가 하기로 했잖아요. 그대로 해요. 민정 씨, 나와 방성원의 관계 때문이라면 이러지 않아도 돼요. 그리고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긴 하지만 전부 처음부터 배울 거예요.”설인하는 박민정이 거절할까 봐 박민정이 다른 말을 하기도 전에 청소하기 시작했다.박민정은 설인하의 모습을 보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별장 관리인을 불러서 앞으로 매월 급여 발급할 때 설인하에게도 주라고 지시했다.사실 박민정이 설인하에게 별장 청소를 시키지 않은 것은 방성원과의 관계 때문이 아니라 현재 그녀의 몸 상태가 감당을 못할까 봐서였다.게다가 박민정이 설인하에 대해 조사를 했는데 그녀도 예전에는 부잣집 딸로서 아무 일도 해본 적이 없이 자랐었다.설인하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가 결혼한 후 어떤 일을 겪었을지를 생각하며 마음 아파했다.설인하는 집 안 청소도 하고 또 주동적으로 진서연을 찾아서 업무상의 일을 시작했다.박민정은 소파에 앉아서 휴식하고 있었는데 진서연이 언제 나갔었는지 밖에서 들어오며 말했다.“보스, 정민기 씨가 찾아요.”“알았어.”박민정은 소파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자, 정민기가 손에 서류 더미를 들고 있었다.“전에 조사하라고 한 함미현에 관한 자료예요. 출생한 병원과 그때 혈액 등 기록들이에요. 서류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함미현은 정수미의 친딸이 아니에요.”박민정이 서류를 받아보자, 거기에는 함미현의 출생 관련 기록들이 그대로 있었다. 만약 염혜란이 입양한 거라면 이런 내용을 모두 만들었을 수는 없을 것이다.“최근에 염혜란 씨에 대한 소식은 없어요?”박민정의 물음에 정민기가 신중한 표정으로 변하며 말했다.“사람을 시켜서 염혜란 씨 집 근처 CCTV를 모두 조사했는데 그중 한 카메라에서 종적을 찾았는데 옆으로 차 한 대가 지나가면서 염혜란 씨도 같이 화면에서 사라졌어요. 그 차를 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09화

    박민정은 전혀 여지를 주지 않았다.“그건 무슨 말이에요? 우린 이혼했으니 같은 집에서 살면 안 되는 거잖아요.”유남준은 고개를 숙여 박민정의 등의 양양한 표정을 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박윤우를 불렀다.“윤우야.”박윤우는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유남준을 보며 물었다.“아빠, 왜요?”박민정은 순식간에 당황하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갈 곳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이렇게 유치하게 할 거예요?”유남준이 말했다.“윤우야, 아빠는 이제 갈게.”박윤우가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빠, 우리랑 같이 살지 않을 거예요?”박민정은 유남준이 겁먹은 척 자기를 바라보는 모습이 어이가 없고 화가 났지만, 박윤우 때문에 목소리를 낮추었다.“정말 그렇게 유치하게 아이를 이용할 거예요?”유남준은 모르는 체하며 대답했다.“이용한다고 말하면 안 되지. 윤우는 내 아들이고, 지금 그 금쪽같은 아들이 한 가족이 화목하게 함께 살기를 바라는 거잖아.”그는 또 고개를 돌려 박윤우를 보며 말했다.“윤우야, 아빠도 윤우랑 같이 살고 싶어. 그런데...”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윤우의 눈빛이 변하는 모습을 보고 박민정이 말했다.“아빠도 우리와 같이 살고 싶지만 지금 서연 이모와 수아 이모 그리고 인하 이모까지 우리 집에서 살고 있어서 아빠가 갑자기 들어오면 모두 불편할 거야.”결국 유남준은 박민정의 이유로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박윤우는 비록 박민정과 유남준이 함께 살기로 바랐지만, 세 명의 예쁜 여인들 때문에 하는 수 없이 포기했다.“아빠, 조금만 더 참아요.”그는 유남준 곁에 가서 속삭였다.순간 유남준은 마음이 따뜻해졌다.“그래, 알았어. 윤우만 믿고 있을게.”이 말은 박윤우에게 아주 효과가 있었다.“걱정하지 마세요.”유남준을 떠나보낸 후, 박윤우는 자기를 믿는다고 한 말에 더 책임감을 느꼈다.박민정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윤우야, 방금 아빠와 무슨 말을 한 거야?”“별거 아니에요. 아빠한테 엄마를 잘 돌봐달라고 했어요.”“그래.”박민정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08화

    박윤우의 말에 박민정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윤우야, 모든 엄마와 아빠들의 표현 방식이 다 같은 건 아니란다.”옆에 있던 유남준이 갑자기 말을 이었다.“그래서 나에 대한 표현 방식은 내가 싫다는 거네? 손을 잡는 것도 싫을 만큼?”박민정이 당황해하며 대답했다.“그렇게 말한 적 없어요.”그녀의 말에 박윤우가 눈을 크게 뜨고 기대하는 표정으로 말했다.“엄마, 그럼 아빠를 안아주고 뽀뽀해요.”박민정은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졌다.“윤우야...”“결국 나와 형은 온전한 가족을 수가 없네요. 우리 반 옥미의 엄마와 아빠도 처음에는 서로 안고 뽀뽀하는 것을 싫어하다가 나중에 이혼했고 또 서로 다른 사람을 찾아 아이도 낳았대요.”말을 마친 박윤우가 고개를 숙이자 눈물이 흘러내렸다.“엄마와 아빠도 이혼하고 지금 저를 속이는 거예요? 그리고 나중에 다른 동생들이 생기면 나와 예찬이 형은 신경도 안 쓸 거예요?”박윤우의 우는 모습은 유난히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박민정은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이 휴지를 꺼내 그의 눈물을 닦아주며 달랬다.“윤우야, 말도 안 되는 생각하지 마. 엄마와 아빠가 왜 너랑 예찬이를 모르는 체하겠어?”그러고는 유남준을 보며 물었다.“그렇죠?”유남준은 박민정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우리가 계속 이렇게 지내면 정말로 우리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우우우...”박윤우가 더욱 크게 울음을 터뜨리는 것을 보고 유남준이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윤우야, 걱정하지 마. 아빠는 절대 다른 여자와 결혼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엄마가 너를 원하지 않아도 아빠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박민정이 얼굴을 찡그리며 소리쳤다.유남준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내가 틀린 말 했어? 윤우와 예찬이는 너의 마음속에서 연지석 씨와 에리 씨가 나보다 더 중요하다는 걸 다 알고 있어.”이건 질투였다.박민정은 유남준이 시력을 회복한 후 제일 처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07화

    박민정은 유남준이 주는 것을 덥석 받았다가 나중에 후회하기 싫었다.게다가 두 사람은 이미 남남인데 이런 귀중한 것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유남준은 박민정이 이렇게 단호하게 거절할 줄 몰랐다.“정말 싫어?”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너무 커요.”“그럼 내가 예찬이와 윤우에게 주는 거라고 생각해. 얘들이 아직 어리고 양육권은 당신에게 있으니, 그들의 후견인으로 잠시 보관하는 거로 하면 되잖아.”박민정은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그런 거라면 얘들이 큰 다음에 직접 주면 되잖아요.”차 안의 분위기가 더 살벌해졌다.앞 좌석에 앉아 있던 서다희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사모님, 제 생각에는 사모님이 지금 받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대표님께서 지금은 얘들에게 준다고 했지만, 나중에는 주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만약 대표님이 나중에 다른 분하고 결혼해서 아이가 생겨서 그 아이에게 주면 어떡해요. 그렇게 되면 예찬 도련님과 윤우 도련님에게는 너무 큰 손실이잖아요.”“...”유남준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다.박민정도 당황해하더니 마음속으로는 서다희의 말에 도리가 있는 것 같았다.‘맞아, 아빠가 애들에게 주겠다는데 거절할 필요 없잖아.’“좋아요. 그럼 예찬이와 윤우 대신해서 먼저 받을게요.”박민정은 서류를 받았다.그들이 서류로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어느덧 차는 유치원에 도착했다. 박윤우는 워낙 귀엽고 잘생긴 데다가 얼마 전에 유씨 가문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본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박윤우와 같이 놀라고 했기 때문에 현재 인기가 대단했다.“윤우야, 오늘 너의 엄마 아빠가 같이 데리러 오는 거야?”한 아이가 묻자, 박윤우가 고개를 연거푸 끄덕였다.“응.”“엄마 아빠가 같이 데리러 온다니 부럽다.”박윤우는 기쁨을 감추지 않고 환하게 웃고 있다가 유남준의 차를 발견하고는 달려가지 않고 오히려 박민정에게 전화했다.“엄마, 아빠 손잡고 여기로 와주시면 안 될까요?”박민정은 아들이 왜 굳이 유남준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206화

    이지원을 금방 보내고 난 박민정은 조하랑의 말에 깜짝 놀랐다.“뭐라고? 결혼? 누구랑 하는데?”“김인우 씨일 것 같아.”‘같아?’박민정은 순간 충격에 멍해졌다가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물었다.“하랑아, 너 인우 씨 할아버지 때문에 잠시 동의한 거지 절대 결혼은 하지 않을 거라고 하지 않았어?”“오늘 할아버지가 위독하셨는데 유일한 소원이 나와 김인우 씨가 결혼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하셔서 할아버지를 실망하게 해드리고 싶지 않아 결혼하기로 했어.”조하랑이 설명했다. 그녀는 어차피 지금 당장 좋아하는 사람도 없었기에 누구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나중에 할아버지가 떠나가신 후에 두 사람이 안 맞으면 그때 다시 이혼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박민정은 조하랑의 대답에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하랑아, 결혼은 그렇게 간단한 거 아니야. 너의 의지가 중요한 거야. 절대 그 할아버지의 말에 흔들려서 억지로 하면 안 돼.”“괜찮아. 억지로 하는 거 아니야. 아빠 말씀처럼 김씨 가문에 시집가면 하루아침에 재벌이 되는 거잖아.”조하랑이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민정아, 걱정하지 마. 사실 따지고 보면 내가 이득 보는 거잖아.”조하랑은 오래전에 사랑을 포기했다.과거에 그녀도 강연우와 깊은 사랑을 했었지만 결국은 강연우가 그녀를 배신하고 떠나버렸기 때문에 지금 그녀는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결혼할 수 있었다. 어차피 김인우를 사랑하지 않기에 배신도 없을 것이고 따라서 슬프지 않을 것이다.“하랑아, 어찌 됐든 내 말은 네가 원하지 않은 건 절대 하지 마.”“알았어. 끊을게.”조하랑은 전화를 끊고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김인우와 마주쳤다.그녀만 보면 말을 비꼬아서 하던 김인우가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할아버지는 절대 빨리 돌아가시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후회되면 지금 가서 얘기해요.”조하랑은 이미 결심을 굳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만약 인우 씨가 후회되면 언제든지 얘기해요. 인우 씨의 선택을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