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32화

작가: 윤지
유남준은 더 이상 박민정과 냉전하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을 이렇게 오랫동안 속여온 것이 내키지 않았다.

“그럴 거라면? 겁나?”

유남준이 물었다.

유남준이 이렇게 물어볼 걸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박민정은 멍해 있었다.

예전의 성격대로라면 유남준은 보통 이렇게 묻고 나면은 무조건 행동을 취했다.

박민정은 손바닥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만약 내가 무섭다고 말하면 남준 씨는 그냥 넘어가 줄 거예요?”

유남준은 박민정의 팔을 꽉 잡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런 침묵은 박민정을 저도 모르게 당황하게 했다.

결국, 유남준은 박민정을 놓아주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체구가 큰 그는 박민정 앞의 빛을 거의 절반이나 가렸다.

박민정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지만 유남준이 지금 자신을 위협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분명 보지 못하는데도 이렇게 얄미울 수가.’

박민정은 눈시울을 살짝 붉히며 유남준이 가려는 걸 보고 의자 하나를 들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유남준은 부딪힐 수밖에 없었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민정아!”

“남준 씨가 먼저 저랑 결판을 내리려고 했어요. 저는 그저 미리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거예요.”

이렇게 말하고는 박민정은 유남준에게 경고했다.

“이건 시작에 불과해요. 당신이 나한테 무슨 짓을 한다면 난 더 이상 예전처럼 양보하지 않을 거예요.”

박민정은 말하면 꼭 말한 대로 하는 사람이었다!

유남준은 웃음이 나기도 하면서 화가 나기도 했다. 유남준은 진짜 박민정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 했다면 진작에 하고도 남았다.

하루 종일 박민정은 유남준이 정말 자신을 상대할까 봐 저도 모르게 걱정했다.

비록 유남준은 지금 앞이 보이지 않지만, 저번에 블랙 카드를 꺼낼 수 있는 것을 보아하니 박민정은 유남준이 아직도 자기한테 많은 일을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다.

저녁때 박윤우가 집에 돌아온 후, 박민정은 그를 따로 방에 데려가서 물었다.

“우리 윤우 저번에 아빠 화사에 가 본 적 있지?”

박윤우는 엄마가 왜 갑자기 아빠 회사에 관해 물어보는지 의문스러웠다.

‘설마 아빠가 돈도 있고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댓글 (1)
goodnovel comment avatar
김복순
재미나요.근데 광고가 안되네요.무료강고요
댓글 모두 보기

관련 챕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633화

    메시지를 보내 놓고서 최현아는 두 엄마를 차단했다. 최현아는 가루를 다 빻고 나서 당나귀를 죽이는 일을 유난히 잘했다.그러나 최현아는 두 엄마가 아직도 학부모 위원회 단톡방에 있다는 걸 까먹고 있었다.저녁 10시, 박민정은 핸드폰이 계속 울려 이 시간에 누가 메시지를 보내는지 의아해하면서 핸드폰을 열어보자, 단톡방에 메시지가 폭발한 걸 보았다.방하민 엄마는 이렇게 메시지를 보냈다.[다들 사람을 꼭 잘 보세요. 절대로 예찬이 어머님을 내쫓으면 잘 대해주겠다는 최현아의 빈말을 믿지 마세요.][지금 문제가 생기니까 최현아는 우리를 바보라고 욕하면서 스스로 책임지라고만 하잖아요.][애초에 분명히 문제가 생겨도 자기가 힘써주겠다고 약속했거든요.]성훈 엄마도 단톡방에 이렇게 올렸다.[최현아, 이 가증스러운 여자야, 난 너 때문에 남편한테서 버림받았어!]박민정은 메시지를 대충 읽어보니 다들 최현아를 욕하는 메시지들이었다.아마도 최현아는 지금 다른 일이 있어서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아 아직 두 사람을 단톡방에서 내쫓지 않은 모양이었다.다른 엄마들도 전부 구경만 할 뿐 누구도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고 그저 못 본 척했다.지금 성훈 엄마와 방하민 엄마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사람이라 두려워할 것이 없어 각종 욕설을 퍼부었다.최현아가 메시지를 확인했을 때 단톡방의 욕설은 이미 99개를 넘었다.최현아는 화가 났지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두 여자를 어떻게 할 수도 없어서 그저 단톡방에서 내쫓았다. 그러나 쏟아진 물은 퍼 담을 수 없듯 그들이 올린 욕설 메시지는 이미 취소할 수 없었다.최현아가 아무리 내키지 않는다고 해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할 수밖에 없었다.지원 엄마는 이 기회를 잡아 아부하듯 이모티콘을 여러 개 보내고는 재빨리 사과를 올렸다.[죄송해요. 우리 아이가 실수로 누른 모양이에요.]사실 지원 엄마처럼 눈치가 빠른 사람은 사회생활이 나쁘지 않을 텐데 안타깝게도 그녀는 양쪽 모두에게 잘 보이기 좋아했다.박민정은 이번 일로 대다수 엄마가 최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634화

    박민정은 먼저 정리하고 아침을 먹고 나서 다시 자료를 찾아보기로 했다.박민정은 아래층으로 내려오면서 유남준이 오늘도 출근하지 않고 거실에 앉아 있는 걸 발견했다.그녀는 아래층으로 걸어 내려가며 물었다.“오늘도 출근 안 해요?”“어.”유남준은 이미 회사의 대부분 업무를 잘 안배해 놓았기에 딱히 처리할 일이 없었다.박민정은 마음속으로 역시 회사가 너무 작아서 할 일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 놓고 날 협박하다니...’박민정은 주방에 가서 아침을 대충 때우려다가 식탁에 가득 차려진 영양 식단을 보고 역시 집에 요리사와 도우미가 있는 게 뭘 하든 편리하다는 걸 느꼈다.박민정은 지금 식탐이 늘어나 한꺼번에 2인분을 먹을 수 있었다.아침을 거의 다 먹은 후 박민정이 조금 볼록해진 배를 잡고부추기며 일어나서 치우려고 할 때, 유남준이 주방으로 걸어 들어왔다.“가서 쉬어. 좀 있다가 알바시간제 도우미가 와서 치울 거야.”“괜찮아요. 저도 좀 움직여야죠.”“움직이고 싶으면 나가서 산책이나 하고 산책하는 김에 의사 선생님도 만나보고 와.”유남준이 말했다.의사를 만나라는 말을 듣자, 박민정은 저도 모르게 걱정이 들었다.“의사 선생님을 왜 만나요?”“당연히 산전 검사를 받는 거지. 아니면 할 게 뭐 더 있어?”유남준은 요즘 박민정이 점점 많이 먹는 걸 느꼈고 서다희도 유남준한테 박민정의 배가 조금 나올라온 게 보인다고 말했다.박민정은 앉아서 곡을 쓰지 않으면 유치원에 가서 각종 잡일을 처리하기만 했지, 자기 몸을 정기적으로 검사받을 줄은 몰랐다.“필요 없어요. 의사 선생님께서 한 달에 한 번 검사받으면 된다고 했어요. 아직 검사받을 시간이 안 됐어요.”박민정은 병원이라는 곳에 가고 싶지 않았다.“그냥 가보기만 하자.”유남준이 덧붙여 말하자 박민정은 지금 그의 행동이 매우 이상하게 느껴졌다. ‘분명히 어제만 해도 나를 위협하던 사람이 오늘에는 또 나와 함께 산전 검사를 받으러 가겠다고 하네.’“싫어요.”박민정은 가기 싫었다. 그냥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635화

    유남우와 약혼을 한 이후 윤소현은 더 이상 결혼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형 입에서 결혼 두 글자를 들은 유남우는 자기도 모르게 박민정한테 눈길을 돌렸다. 하지만 그는 얼굴색이 태연한 박민정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래. 그건 내가 알아서 잘할게.”이렇게 얘기한 후 유남우는 윤소현이 껴안은 팔짱을 뿌리쳤다.“형, 임신 검사받으러 가 봐. 우리도 이만 갈게.”유남우가 떠나고서야 박민정은 정신을 차렸다.유남준은 박민정의 손을 꼭 잡은 채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속상해?”박민정은 조금 어리둥절했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박민정은 그제야 유남준이 언제 자신의 손을 잡았으며 그것도 아주 꽉 잡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남준 씨 손 놔요.”유남준은 손을 놓지 않았다.“벌써 화 난 거야?”박민정은 고개를 숙여 유남준의 손을 물었다.유남준은 진작에 익숙해져서 여전히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을 지나다니던 의사와 환자들이 그들을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박민정은 몹시 난처해하며 입을 떼고 똑바로 섰다.사실 박민정이 넋을 놓았던 건 속상해서가 아니라 믿어지지 않아서였다.왜냐하면 얼마 전까지 만해도 유남우는 박민정한테 다시 예전처럼 함께 하고 싶다고 했었다. 근데 지금은 윤소현과 결혼하지도 않았는데 아이까지 생겼다.그러고 보니 아무리 사랑을 논한다 해도 사실상 다들 엄청 현실적이었다.“난 그저 두 사람한테 이렇게 빨리 아이가 생긴 게 놀라웠던 거지 다른 생각은 하나도 없어요.”박민정은 손을 뿌리쳐 보았지만, 여전히 손을 빼내지 못했다.‘남준 씨는 도대체 뭐로 만들어진 거지, 왜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거지?’유남준은 박민정의 변명을 믿지 않았지만, 더 묻지도 않았다. 더 캐묻다가 박민정이 화낼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박민정을 검사실에 들여보낸 후 유남준은 밖에서 기다렸다.병원 문 앞, 윤소현과 유남우 두 사람이 차에 탄 후 윤소현은 머리를 숙인 채 말했다.“남우 씨, 도와줘서 고마워요.”윤소현 배 속의 아이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636화

    유남준은 길을 잘 알고 있지만 눈이 안 보여서 길을 지나다닐 때마다 사람을 부딪치기 일쑤였다. 길을 더듬으면서 다니기도 싫어하는데 맹인 안내봉을 들고 다닐 리가 없었다.병원문 앞에 차가 많이 놓여있어서 기사님은 차를 겨우 길옆에 세웠다. 유남준은 한참 서서 차가 오길 기다렸다.유남준은 한가지 깨달은 바가 있다. 바로 밖에서 박민정 또는 임산부를 화나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사님은 박민정이 시력을 잃은 유남준을 밖에 혼자 내버려 둘 줄 몰랐다. 그도 처음 유남준이 그렇게 불쌍하게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면 어쩔뻔했냐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대표님, 괜찮으세요?”기사님은 빠른 걸음으로 유남준을 데리러 갔다.유남준은 오래 기다려서 살짝 지친 듯했지만 화는 내지 않았다.“다음부터는 일찍 좀 다녀.”“죄송합니다, 대표님… 차를 길옆에 세우기 어려워서…”유남준은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기사님은 한숨을 돌리고 유남준을 데리고 차 쪽으로 길을 안내했다.두 사람이 도착해보니 길옆에 세워져 있던 차가 사라졌다. 기사님은 금방 바닥에 있는 벌금 딱지를 봤다. 그리고 옆에 있던 차주들이 투덜대며 말했다.“요금 내려고 잠깐 세웠는데 차가 견인되었네. 에잇, 진작 알았으면 안 세웠지.”기사님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유남준한테 이 사실을 알려줬다.“대표님… 차가 견인됐답니다…”유남준은 얼굴빛이 어두워졌다.기사님은 해고될 각오를 했지만 생각 밖으로 유남준은 덤덤하게 택시를 부르라고 말했다.기사님은 놀란 듯 말했다.“예?”유남준이 말했다.“택시 부를 줄 몰라?”유남준은 택시를 부를 줄 모른다. 박민정이 전에 택시를 탄다고 말한 것을 들어본 게 전부였다. 그래서 한번 타보려고 했다.유남준의 말에 기사님은 한시름 놓고 마음속으로 유남준이 이젠 사람도 챙길 줄 아나 싶었다.박민정은 유남준이 택시를 타고 올 줄 몰랐다. 그녀는 사실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 밖에서 꽃에 물을 주고 있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637화

    기사님이 불편한 마음으로 떠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박민정은 오늘 자기가 너무 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도 안 보이는데 그렇게 혼자 내버려 뒀으니 미안할 법도 하다.박민정은 꽃에 물을 주고 있다가 거실로 들어갔다. 유남준은 소파에 앉아서 눈 붙이고 있었다. 그는 박민정한테 마음의 상처를 받았는지 뾰로통해 있는 느낌이 들었다.박민정이 유남준 쪽으로 걸어가면서 무언가 말하려고 했을 때 유남준 앞에 놓여있는 문서들을 보았다. 전부 다 바움 그룹의 재정에 관한 것들이었다.박민정이 놀라서 넋 놓고 있을 때 유남준은 눈을 감은 채 숨죽이며 말했다.“민정아, 네가 달라고 했던 물건들 여기 다 있어. 빠진 부분이 있는지 한번 검사해 봐.”박민정은 그 말을 듣고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문서들을 보면서 기사님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그제야 유남준을 혼자 병원문 밖에서 반 시간이나 기다리게 한 것이 미안해졌다.“저기… 남준 씨, 미안해요…”유남준은 박민정이 아이를 데리고 떠나는 것 때문에 미안하다고 말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박민정은 생각지 못한 말을 했다.“남준 씨를 병원 문 앞에 혼자 내버려 두는 게 아니었는데. 내가 앞으로 조심할게요. 미안해요.”유남준은 그 말을 묵묵히 듣고 나서 기분이 조금 풀렸다.“응, 괜찮아.”대표로 오랜 기간 일해서인지, 남의 사과를 받는 것조차도 직원들한테 임무를 나눠주는 상사 같은 태도였다. 박민정은 상위에 놓여있던 문서를 들고 말했다.“이 문서도 있네요, 고마워요.”그녀는 못 참겠다는 듯 이내 문서를 펼쳐보았다.박민정은 유남준이 이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을 줄 몰랐다. 유남준은 바움 그룹을 철저하게 조사했고 바움 그룹 내부에서 벌어진 재산 이동에 관한 증거들을 모조리 찾아냈다. 이 증거들은 박민정이 재판을 치를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박민정은 이 자료들을 사진 찍어서 장명철 변호사한테 보냈다. 먼저 보고 쓸모 있는 부분을 찾게 하기 위해서였다. 장명철은 효율이 높아서 한 시간 후 모든 유용한 증거들을 박민정한테 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638화

    고영란은 처음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가 윤우의 말을 끝까지 듣고 정신이 들었다.“세 사람이라고?”박윤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엄마 배에 동생 두 명이 있대요.”고영란은 너무 기뻤다.전부터 손자를 갖고 싶었는데 박민정이 먼저 쌍둥이 데리고 돌아왔을 뿐만 아니라 또 쌍둥이를 임신했다.배 속의 애가 태어나면 고영란은 손주를 네 명이나 보는 셈이 된다.고영란은 이 기쁜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리고 당장 일어나 박민정을 보면서 얘기했다.“임신한 몸으로 오래 서 있으면 안 돼. 얼른 앉아.”박민정은 고영란이 그녀에게 유씨 가문 며느리가 되어달라고 할 때 빼고 이런 대우를 처음 받아본다.그리고 지금 고영란이 이러는 이유가 배 속의 아이 때문이라는 것도 잘 알았다.박민정은 걸어와서 고영란과 멀리 떨어진 곳에 앉았다.“내일 영양사를 고용해올게. 전에 전문적으로 나를 케어하던 사람이야.”고영란이 말했다.“괜찮아요. 집에 셰프가 있어요.”박민정이 거절했다.고영란은 미간을 약간 찌푸리고 말했다.“셰프랑 영양사는 완전히 달라.”말을 마친 고영란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민정에게는 기회도 주지 않고 말했다.“됐어. 난 이만 간다. 내일 영양사가 올 거야.”고영란은 별장을 나가서 차에 탔다.박민정은 고영란이 말한 영양사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차피 와도 변할 것은 없었다.하지만 이튿날 아침 여덟 시 반. 유남준과 박윤우가 떠난 후, 영양사가 박민정의 방에 들어와 그녀를 깨웠다.박민정은 아직 잠에서 덜 깬 채 단정하게 정장을 입은, 머리가 희끗한 50대의 여자가 서 있었다.“사모님, 이미 여덟 시 반입니다. 일제 일어나셔야죠. 너무 많이 자면 태아에 안 좋습니다.”태아에 안 좋다니...“영양사님이에요?”“네, 맞습니다. 고영란 사모님께서 직접 보내셨습니다.”잠에서 깬 박민정은 다시 잠에 들 수가 없어서 아예 일어나기로 했다. 박민정이 아래층에 도착했을 때, 식탁에 놓인 음식이 모두 계란과 육류라는 것을 발견했다. 왜 고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639화

    박민정은 손가락을 매만지다가 차가운 시선으로 장연정을 쳐다보았다.“유씨 가문의 아이라뇨? 내 배 속에 있으니 내 아이예요. 아이한테 좋은지 나쁜지는 내가 잘 알아요. 난 아이들의 엄마로서 그 누구보다 아이들을 관심하고 사랑해요. 난 아이를 위해 죽을 수도 있어요. 당신은 그렇게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내 얼굴은 당신이랑 아무 상관도 없어요. 내가 성형을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당신이 이래라저래라 할 일이 아니에요.”장연정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장연정은 유씨 가문의 며느리가 나약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들었다. 하지만 오늘 보니 소문과는 달라보였다.박민정은 몸을 일으키고 장연정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핸드폰 돌려줘요.”장연정은 박민정을 길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장연정은 손을 높게 들었다.박민정이 장연정이 핸드폰을 돌려주려는 건가 생각하고 있을 때, 장연정이 손에 힘을 탁 풀었다. 핸드폰이 그대로 떨어져 바닥에 쿵 떨어졌다. 보지 않아도 액정이 깨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어머, 죄송합니다, 사모님. 제가 나이가 들어서 손이 미끄러졌네요.”박민정은 화를 내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화를 내지 않고 허리를 굽혀 핸드폰을 주우려고 했다.그리고 박민정은 핸드폰을 주우면서 차갑게 얘기했다.“나이가 들었으면 양로원에 가세요.”말을 마친 후, 그녀는 핸드폰을 들고 나갔다.장연정이 따라가면서 물었다.“사모님, 어디 가세요?”박민정은 그런 장연정을 무시하고 정민기더러 운전해서 데려다 달라고 했다.박민정은 오늘 그 아이 엄마와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핸드폰이 고장 났으니 먼저 핸드폰을 고쳐야 한다. 그리고 밖에서 아침을 먹을 생각이었다.장연정은 일을 크게 벌이는 사람이니 어떻게든 보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복잡해진다. 이러다가 언젠가는 장연정 때문에 혈압이 올라서 쓰러질지도 모른다. 그러면 아이한테 좋지 않을 것이다.박민정이 떠나자마자 장연정은 얼른 고영란에게 고자질했다.장연정은 박민정의 행동을 과장해서 얘기하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640화

    최현아는 윤소현이 올 때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물었다.“무슨 일이야?”최현아는 윤소현의 웃어른으로서 이런 거만한 태도로 윤소현을 대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래서 윤소현이 저번에 한 말도 까맣게 잊어버렸다.윤소현은 그녀의 태도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형수님, 그냥 지훈이 보러 온 거예요. 지금은 괜찮죠?”아들을 떠올린 최현아는 하고 싶은 말이 가득했다. 최현아는 자리에 앉아 얘기했다.“오늘 유치원에 갔어. 의사가 말하기를 이렇게 다친 건 앞으로 꼭 주의해야 한대.”최현아는 또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지훈이 하나밖에 없어. 지훈이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나는 어떡해?”“박민정 씨는 도대체 아들을 어떻게 가르친 건지. 어떻게 지훈이를 속여서 산에 가서 밤을 지새울 수 있어요? 어린 나이에 이렇게 독한 마음을 품다니.”윤소현은 그렇게 얘기하고 또 입을 열었다.“그런 사람이 이번에 또 쌍둥이를 임신했다잖아요.”마지막 말이 중점이었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유지훈이 그룹을 물려받기 더욱 어려워진다.최현아는 박민정이 쌍둥이를 임신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이 말을 듣자마자 하늘이 무너진 것 같았다.최현아는 병원에서 시험관으로 겨우 임신해서 유지훈을 낳았는데, 박민정은 이렇게 쉽게 또 쌍둥이를 임신하다니.윤소현은 이만하면 된 것 같다고 생각한 후 아무 핑계나 대고 자리를 떴다....다른 한편. 박민정은 핸드폰을 수리한 후 아침을 먹고 애 엄마들의 모임으로 갔다.호화로운 룸 안에서, 애 엄마들이 함께 쉬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예찬이 엄마는 정말 손이 커요. 현아 씨보다 많이 나아요.”한 사람이 얘기했다.“그러게요. 현아 씨는 항상 집으로 부르는데 매번 자랑만 하거든요.”다른 사람이 얘기했다.“하지만 예찬이 엄마가 우리를 불러서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냥 물건을 주면 되는 거 아니에요?”다들 입을 모아 얘기했다. 오직 지원이 엄마만이 박민정이 하려는 일을 눈치챘다.지원이 엄마는 박민정에게 다음 주 월

최신 챕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38화

    윤소현은 유남우가 단호하게 등을 돌리고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다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결국 참지 못하고 그를 따라 나섰고 마침 비서 홍주영이 유남우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여자의 직감으로 홍주영이 자신의 남편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간파하지 못할 리 없었다. 질투심이 활활 타오르던 그녀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유남우 앞에서 홍주영의 뺨을 후려쳤다.“아직 설 연휴인데 홍 비서는 왜 남우 씨를 직접 나서게 해요? 일을 그 정도로 못 하나?”홍주영의 뺨은 화끈거렸고 그녀는 한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한 채 멍해 있었다.그제야 유남우가 사태를 파악하고 급히 다가와 윤소현의 팔을 붙잡았다.“대체 왜 이러는 거야?”그의 날 선 질문에 윤소현은 한순간 당황했지만 곧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남우 씨, 그냥 너무 속상해서 그랬어요. 명절에 당신이 나랑 다혜를 두고 가버리다니...”그러나 유남우는 그녀의 손목을 더 세게 움켜쥐며 차갑게 말했다.“그게 네가 무고한 사람을 때린 이유야?”그의 싸늘한 눈빛은 평소의 온화함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그 눈빛에 겁먹은 윤소현은 몸을 떨었고 손목이 점점 아파왔다.“남우 씨, 아파요...”하지만 유남우는 전혀 풀어줄 기색 없이 냉정하게 말했다.“홍 비서에게 사과해.”그의 단호한 말에 윤소현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나더러 부하 직원한테 사과를 하라고요?”“홍 비서는 단순한 부하 직원이 아니야. 내 친구이기도 해. 그러니까 얼른 사과해.” 유남우는 한 글자씩 힘을 주어 말했다.더 이상 버틸 수 없던 윤소현은 마지못해 홍주영을 향해 말했다.“미안해요, 홍 비서.”홍주영은 얼얼한 뺨의 통증을 참으며 유남우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아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습니다.”“됐죠?” 윤소현은 다시 유남우를 바라봤다.그제야 유남우는 그녀의 손목을 놓아주었다.손목이 풀리자마자 윤소현은 아픈 손목을 문지르며 속으로 화를 삼켰다.손목이 빨갛게 부어오를 정도로 세게 잡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37화

    “방금 그 여자요? 이제 막 온 사람이잖아요. 그 춤을 완전히 익히지도 않았는데요.” 리더는 여전히 억울해했다.그녀는 겨우 얻은 리더 자리를 놓칠 수 없다. 이번 공연만 잘 끝내면 성과가 두 배로 오를 텐데 이제 와서 신입에게 자리를 빼앗기게 될 줄은 몰랐다.“주 비서가 방금 못 했던 동작, 그 여자는 아무렇지 않게 해냈잖아.”무용 선생님의 눈엔 명백한 경멸이 담겨 있었다.“주 비서, 전에 나한테 사람을 바꾸라고 했잖아? 그럼 이제 내가 바꿨는데 왜 불만이야?”주영리라는 이름의 리더는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이제 와서 후회할 수도 없었다. 후회하면 그야말로 자존심이 말도 못 할 지경이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럼 안 하면 되죠. 제가 이걸 좋아하는 줄 아세요? 하지만 오늘 선생님이 매니저님에게 뒷문으로 부탁한 일, 전 꼭 대표님에게 보고할 거예요.”무용 선생님은 주영리의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럼 가서 고자질해 봐.”주영리는 무용 선생님의 태도에 화가 나면서도 이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손에 힘을 주며 자리를 떠났다.하지만 무용 선생님이 다시 그녀를 불렀다.“잠깐만, 그 무용 복장은 두고 가.”주영리는 결국 무용 복장을 남기고 떠났지만 마음속으로는 박민정을 수십 번 욕하며 씩씩대었다.박민정은 집에서 메시지를 확인하며 재채기를 했다.그녀는 유남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국내에 도착했어요? 오늘 면접은 성공했는데, 인턴이에요.”그때 해외에서 돌아온 유남우는 윤소현에게 아이를 잠시 돌봐달라고 요구받아 할 수 없이 아이를 안고 한쪽으로 갔다.윤소현은 그를 지켜보며 방으로 들어갔다. 그때, 유남우의 휴대전화 화면이 켜지는 것을 봤다.궁금한 마음에 다가가 봤지만 그녀는 박민정의 메시지를 발견했다.유남우는 박민정의 번호를 저장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여자의 직감으로 그녀는 이 메시지가 박민정에서 온 것임을 알았다.그녀는 재빨리 유남우의 휴대전화를 확인하려 했지만 비밀번호를 알 수 없어서 열지 못했다.그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36화

    “어때요? 아무거나 해내면 돼요.” 무용 선생님이 박민정에게 말하자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그리고 넓은 공간으로 걸어갔다.무용을 하고 있는 직원들은 모두 박민정을 주목하며 그녀가 실수하는 모습을 기다렸다.아까 선생님이 보여준 동작은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고 그들은 박민정이 그걸 완벽하게 해낼 수 있을지 의심했다.박민정이 그 동작을 따라 하긴커녕, 아마 우스꽝스럽게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몇 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입을 다물었다.박민정은 선생님이 보여준 동작을 완벽하게 해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 동작을 더 깔끔하고 정확하게 소화했다.“저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한 사람이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리더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이 반 달 동안 연습해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동작을 박민정이 그렇게 쉽게 해냈다는 사실에 놀랐다.“언제 우리 회사에 이런 춤 잘 추는 사람이 있었던 거야? 왜 이제야 나타난 거지?” 또 다른 사람이 투덜거렸다.무용 선생님은 박민정을 보며 마치 보물을 발견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저기, 어느 부서 사람이에요? 제가 매니저님께 얘기해서 앞으로 이 기간 동안 우리랑 같이 춤 연습을 해요. 공연 끝난 후에는 보너스도 줄게요.”박민정은 잠시 머뭇거리며 말했다.“저는 이 회사 직원이 아니에요. 오늘 면접 보러 온 사람이에요.”무용 선생님은 잠시 어리둥절해졌다.“아, 그럼 면접은 합격했나요?”박민정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무용 선생님은 그 말을 듣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어떻게 합격 못했지? 이렇게 춤도 잘 추고 예쁘기까지 한데, 정말 판매직에 딱 맞을 사람인데.”박민정은 자신의 장점은 알지만‘경력'란을 채우는 일이 정말 어려웠다.“잠깐만 기다려 줘요.”무용 선생님은 박민정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손짓하며 말했다.“잠시만요, 금방 돌아올게요.”박민정은 의아했지만 결국 선생님의 말을 따랐다.“네.”무용 선생님이 자리를 떠나자 주위 사람들은 수군거렸다.“우리 회사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35화

    실내는 죽은 듯한 침묵에 휩싸였고 박민정은 머리가 갑자기 지끈거리며 아팠다.그녀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며 어색하게 말했다.“저는 예전에 어떤 일도 해본 적이 없어요.”매니저는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럼 전업주부로 계셨던 건가요?”이곳에서는 전업주부도 일종의 직업으로 여겨졌다.하지만 박민정은 자신이 결혼조차 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그냥 아무 일도 하지 않았어요.”매니저는 더욱 황당한 얼굴이 되었다.결혼 후 육아 때문에 일을 안 했다는 거라면 몰라도 졸업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일한 적이 없다니.‘이건 게으르거나, 아니면 뭔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매니저는 곤란한 듯 말했다.“솔직히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지만 저희는 경력이 필요한 자리라서요. 정말 죄송합니다.”그 말을 들은 박민정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지만 그녀는 표정을 잃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습니다.”그녀는 자신의 이력서를 꽉 쥔 채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걸어 나갔다.사실, 그녀 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다.‘왜 졸업 이후로 단 한번도 일을 하지 않았던 걸까?’유남우는 그녀가 건강이 좋지 않아서 일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몸이 전혀 이상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건물 밖으로 나온 박민정은 각양각색의 면접자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그들은 학력도 뛰어나고 경력도 풍부해 보였으며 어떤 이는 그녀보다 더 어려 보였다.하지만 여기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다른 일자리를 다시 찾아보자.’그녀는 결심하고 집으로 돌아가 더 많은 공고를 살펴보기로 했다.그렇게 돌아가는 길에서 그녀는 우연히 한 댄스 스튜디오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안에는 대부분이 우리나라 사람들이었다.안쪽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그녀의 발걸음을 붙잡았다.한 댄스 강사가 리더 자리에 서 있는 한 여성을 향해 소리쳤다.“너 대체 뭐 하는 거야? 2주나 배웠는데 아직도 실수야? 2주 후면 해외 VIP들 앞에서 공연해야 하는데, 이 상태로 괜찮겠어?”리더로 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34화

    아침이 밝자 의사가 집에 방문해 박민정에게 여러 가지 검사를 진행한 뒤 약을 처방했다.의사는 약을 꼭 정해진 시간에 맞춰 복용하라고 당부했고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감사합니다.”의사가 떠난 뒤 유남우는 그를 배웅하며 차 안에서 물었다.“1년이나 지났는데 왜 아직도 예전 일을 꿈에 꾸는 거죠?”의사는 차분히 대답했다.“그건 정상입니다. 어떤 최면이라도 환자가 과거를 완전히 잊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그리고 덧붙였다.“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그녀의 상태는 안정될 겁니다. 그때부터는 매달 치료를 받을 필요도 없어질 겁니다.”유남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이네요.”그러나 의사는 다시 한번 신신당부했다.“하지만 주의해야 합니다. 환자분이 예전에 알던 사람이나 익숙한 물건을 접하면 기억이 자극받아 최면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알겠습니다.” 유남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의사를 배웅한 후 그는 방으로 돌아와 박민정이 약을 다 복용하는 것을 확인했다.약을 먹은 박민정은 졸음을 느꼈지만 일자리 지원을 잊지 않았다.그녀가 고른 회사는 현지에 위치한 곳으로, 출장도 필요하지 않아 유남우는 더 이상 반대하지 않았다.그는 박민정과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전화가 계속 걸려왔다.그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수화기 너머로 윤소현의 다소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남우 씨, 오늘 새해잖아요. 왜 아직도 안 와요? 집에는 나랑 다혜밖에 없는데, 우리랑 시간을 안 보내줄 거예요?”그녀의 말에도 유남우는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소현아, 너도 알잖아. 나 지금 호산 그룹에서의 기반이 불안정해. 나도 다혜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어.”하지만 윤소현은 물러서지 않았다.“대체 어떤 일이기에 꼭 외국에 있어야 하는 건데요? 그리고 언제쯤 돌아올 건데요?”그는 잠들어 있는 박민정을 바라보며 대답했다.“며칠 후에.”“안 돼요! 늦어도 내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33화

    박민정은 유남우와 가까운 거리에 있었고 그의 뜨거운 숨결이 느껴졌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한 발짝 물러섰다.“저, 이제 자러 갈게요.”“그래.”유남우는 천천히 그녀를 놓아주었다.여전히 긴장이 풀리지 않은 박민정은 방으로 돌아가 침대에 다시 누웠다.그가 조용히 방문을 닫고 나가는 소리가 들렸지만 박민정은 누워 있어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옆방 욕실에서 들려오는 물소리를 들으며 그녀는 스스로에게 물었다.“대체 왜 이러지?”박민정은 스스로에게 질문했지만 답을 알 수 없었다.최근 들어 유남우와의 관계에서 이유 모를 거리감이 느껴졌다.1년 전 깨어난 뒤로 박민정은 자신이 많은 기억을 잃었다고 느꼈다. 유일하게 기억나는 건 유남우와 관련된 몇 가지 일들뿐이었다.그는 그녀에게 과거에 큰 교통사고를 당해 일부 기억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해외에서 치료를 받으며 회복 중이라고 했다.새벽이 되어서야 박민정은 겨우 잠들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악몽에 시달렸다.꿈속에는 유남우와 똑같이 생긴 남자가 나타났는데 그 남자는 성격이 매우 거칠었다.박민정은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당신 누구예요?”남자는 눈가가 붉어진 채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날 잊은 거야?”그의 말에 박민정은 혼란스러웠다.갑자기 남자가 그녀를 끌어안으며 말했다.“너를 찾느라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알아?”그러더니 강제로 무언가를 하려 했다.박민정은 몸부림치며 외쳤다.“놔요! 제발 놔요!”그 순간, 그녀는 깨어났고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왜 이런 꿈을 꾸는 거지?”여전히 가슴이 뛰는 것을 느끼며 박민정은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러나 다시 잠들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녀는 방의 등을 켜고 핸드폰을 들어 인터넷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스크롤을 내리던 중 여러 구인 공고가 눈에 들어왔다.박민정은 자신이 예전에 외국어에 능숙했던 기억은 있지만 무슨 일을 했는지는 떠오르지 않았다.그녀는 비서직이나 번역 관련 공고를 보며 흥미를 느꼈다.그때 문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32화

    “무슨 일이야?”유남우가 묻자 박민정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저, 밖에 나가서 일하고 싶어요.”지난 1년 동안 그녀는 유남우의 돈으로 생활하며 치료를 받아왔다.하지만 이제 몸이 많이 회복된 만큼 스스로 자립하고 싶었다.모든 걸 그에게만 의지하며 그의 어깨에 짐을 지우고 싶지 않았다.박민정은 그가 기꺼이 허락할 거라 생각했지만 잠시 침묵을 지킨 유남우는 뜻밖의 대답을 내놓았다.“갑자기 왜 그런 생각을 했어? 혹시 사고 싶은 게 있거나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 내가 다 해결할게.”“아니에요.”박민정은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오빠가 준 돈도 다 쓰지도 못해요. 그냥 내 힘으로 해보고 싶어서 그래요. 오빠한테 계속 의지하는 것도 싫고요.”“그게 왜 의지야? 난 너를 부담스럽다고 생각한 적 없어.”그는 말을 마치며 대화를 끝내려는 듯 덧붙였다.“알겠지? 자, 이제 밥 먹자. 일 얘기는 나중에 하고.”그의 단호한 태도에 박민정은 더 이상 강하게 주장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식사를 마쳤다.저녁을 먹은 뒤 박민정은 소파에 앉아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요즘 그녀는 집안일을 하고 나면 독서나 TV 시청으로 하루를 때웠는데 그런 단조로운 일상이 너무 지루하다고 느껴졌다.어느새 유남우가 그녀의 등 뒤에 다가왔다.“민정아.”“응?”박민정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맑은 그녀의 눈을 마주한 유남우는 순간 목울대가 꿈틀거렸다.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박민정의 옆얼굴에 닿았다.“왜 그래요?”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박민정은 얼어붙은 듯 물었다.하지만 유남우는 아무런 대답 없이 손끝으로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곧이어 몸을 기울이며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그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지자 박민정은 긴장으로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당황한 그녀는 시선을 피하며 그를 보지 못했다.그리고 그의 입술이 닿으려는 순간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그 결과 그의 입맞춤은 그녀의 옆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31화

    여느 때처럼 박예찬은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 화면을 응시하며 무언가를 검색하고 있었다.옆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려던 박윤우가 한마디를 던졌다.“두 녀석이 이제 겨우 한 살 좀 넘었잖아. 뭘 안다고 그래?”박윤우는 한숨을 쉬며 다시 문을 닫고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아휴, 저 애들 꼴값 떠는 거 정말 못 봐주겠어.”그는 투덜거리면서 박예찬 옆으로 다가가 함께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았다.화면에는 어딘가의 거리 CCTV 영상이 떠 있었다.1년 전부터 여전히 엄마의 흔적을 찾지 못한 박예찬은 세계 곳곳의 CCTV 영상을 끌어모으며 단서를 찾고 있었다.시간이 날 때마다 두 아이는 거리 CCTV를 뒤져 엄마의 모습을 찾으려 애썼다.“뭔가 찾았어?”“아니... 아직 없어.”박예찬의 목소리엔 실망감이 묻어났다.그는 다른 지역의 영상을 다시 띄우며 끈질기게 화면을 지켜보았다.그렇게 두 아이는 꼼짝하지 않고 화면 앞에서 모든 영상을 체크하고 있었다.한편, 집 안은 시끌벅적했다.정수미는 두 외손자들과 놀며 한껏 즐거워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윤소현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녀는 자기 딸이 소외되는 것이 못마땅해 아이를 안고 내려왔다.“엄마, 요즘 다혜를 너무 안 챙기시는 것 같아요.”박민정 사건 이후로 정수미는 윤소현에게 좋은 감정이 없었다.그래도 겉으로는 치우치지 않으려 유다혜를 받아 안으며 말했다.“다혜야, 외할머니가 너한테도 선물 사왔단다.”하지만 아직 몇 개월밖에 안 된 유다혜에게 줄 만한 건 옷 몇 벌뿐이었다.윤소현은 자기 딸에게 주어진 옷 몇 벌과 박민정의 네 아이에게 보내진 고가의 선물들을 비교하며 질투심이 치밀었다.“엄마, 어릴 때부터 늘 딸이 최고라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편애하시면 안 되죠. 예찬이랑 윤우에겐 개인 비행기를 사주시면서 우리 다혜는 옷 몇 벌이 다예요?”정수미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대꾸했다.“다혜는 아직 어려서 그래. 나중에 크면 당연히 비행기도 사줄 거야.”정수미는 윤소현의 이런 불만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30화

    고영란은 투박하기 그지없는 윤소현의 말투를 들으며 왜 이런 여자가 유씨 가문에 시집 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전혀 상류층의 여인 다운 기품이 없었다.“그럼 남준이는? 아직도 안 왔어요?”잠시 망설이던 집사가 대답했다.“큰 도련님은 지금 두원 별장에 계십니다. 설날엔 안 오실 거라고 하셨어요.“박민정을 찾지 못한 유남준이 아직도 우울에 빠져있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고영란은 더 묻지 않았다.“알겠어요. 이제 음식 준비 부탁해요.”“네.”집사는 곧바로 사람들에게 음식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영란은 두 아이를 베이비 시터에게 맡기고 식탁으로 돌아왔다. 식탁에는 윤소현, 박윤우, 박예찬 그리고 고영란 이렇게 네 명뿐이었다. 오늘따라 식탁이 아주 썰렁하게만 느껴졌다.“고기 많이 먹어.”고영란은 두 아이에게 음식을 덜어주며 따뜻한 눈빛을 보냈다.윤소현은 두 아이에게 지나친 애정을 쏟는 고영란을 바라보며 질투심으로 불편한 마음을 안고 음식을 먹었다.그때, 식탁으로 다가온 집사가 말했다.“사모님, 정 대표님이 오셨는데요.”정수미는 박민정이 자신의 친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박민정의 행방을 찾는 동시에 네 명의 외손자들을 자주 찾아왔다.그녀는 이제라도 박민정에게 미안했던 마음을 조금이라도 보상하기 위해 외손자들에게 자신의 사랑을 쏟아붓고 있었다.“고마워요.”고영란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수미를 맞이하러 갔다. 그리고 윤소현도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고영란의 뒤를 따라나섰다.하지만 박윤우와 박예찬은 식사에만 집중하며 정수미의 등장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아이들 역시 이제는 정수미가 엄마의 친엄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마음이 복잡했다.“엄마, 저녁 식사 중이었는데, 같이 드실래요?”윤소현은 웃는 얼굴로 정수미에게 말했다.하지만 정수미의 반응은 냉담하기 그지없었다.“이미 먹고 왔어. 이번에는 그냥 아이들 보러 온 거야.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을게.”“네.”윤소현은 정수미의 냉한 태도를 느끼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