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정은 어리둥절해서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축하해요.”축하한다는 말을 듣고 유남우는 목이 메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방에 있었던 박윤우는 엄마가 돌아오지 않아서 밖으로 걸어 나왔는데 박민정이 자기가 좀 무서워하는 유남우와 같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엄마.”박윤우가 급히 소리쳤다.유남우가 그를 구해준 적이 있지만 그는 여전히 유남우가 무서웠고 박민정한테 무슨 피해라도 줄까 봐 무서웠다.박윤우의 외침 덕분에 박민정은 곧장 손에 든 우산을 유남우에게 건넸다.“먼저 돌아갈게요.”유남우는 아직 온도가 남아 있는 우산을 들고 박민정이 떠나가는 것을 바라보았다.그는 멀지 않은 곳에서 홍주영도 우산을 들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다만 박민정이 우산을 건네는 것을 보고 우산을 거두었다.유남우가 민망해할까 봐 홍주영은 아무것도 못 본 척하고 돌아갔다.사랑은 정말 이상하다. 사랑해야 하는 두 사람을 그냥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홍주영은 연애를 별로 해본 적이 없다. 그녀는 계속 서로 사랑하는 사람을 찾고 싶어 한다.하지만 지금은 그게 너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유남우의 마음속에는 줄곧 박민정이 있었다. 심지어 전에 해외에서 치료받을 때, 혼수상태에 있는데도 박민정의 이름을 불렀다. 한결같이 말이다.안타깝게도 그가 줄곧 좋아하던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시집갔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세상일은 참 짐작할 수 없는 일이다. 홍주영은 우산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비를 맞으며 돌아갔다.모레가 유남우와 윤소현의 결혼식 날이다.윤소현은 급히 유남우를 찾아 그와 한방을 쓰려고 했는데 홍주영도 여기에 있는 것을 보았다.“홍 비서님, 제가 말했잖아요. 당신은 남우 씨의 비서일 뿐, 사적인 자리에는 끼지 말라고 말이에요.”홍주영은 비를 맞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녀가 허리를 굽혀 말했다. “요 며칠 결혼 준비하는 게 바빠서 도련님께서 저한테 와서 도우라고 하셨어요.”그녀의 말을 듣고 나
“알아. 빨리 병원에 가.”“네.”홍주영이 떠나자 유남우는 피곤한 듯 소파에 앉아 미간 마사지를 했다.윤소현은 그가 돌아온 것을 알고 바로 그를 찾아왔다. “남우 씨, 우리 엄마와 동생이 유씨 가문으로 온 지 얼마나 되었는지 알죠? 근데 남우 씨는 한 번도 인사하러 간 적이 없어요.”이 말을 듣고 유남준이 말했다. “네가 있잖아. 네가 나 대신 장모님과 처제를 잘 돌봐줘.”그가 호칭을 바꾼 것을 듣고 윤소현은 기뻐하며 그의 팔을 껴안았다.“저랑 남우 씨는 다르죠. 당연히 사위가 직접 인사하러 가는 게 더 좋죠. 엄마도 남우 씨가 가면 좋아하실 거에요.”“알았어, 내일 갈게.”유남우가 말했다.윤소현은 자기 뜻대로 다 해주는 그를 보고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그의 셔츠 단추를 풀려고 했다.두 사람은 오래 사귀었지만 그녀는 아직 유남우를 제대로 만져본 적이 없다.딱 한 번 있었는데, 그에게 약을 먹였다가 들켰다.막 단추 하나를 풀었는데 유남우가 윤소현의 손을 꽉 잡았다.“이러지 마, 임신 중이잖아.”“벌써 석 달이 다 돼가잖아요. 괜찮아요.”윤소현이 말했다.그러자 유남우가 말했다. “아이 일에 대해서는 신중해지자.”그는 말을 마치고 윤소현의 손을 헤치고 일어나 방으로 돌아가려고 했다.윤소현의 손은 그 자리에 굳어 있었다. 그녀는 계속 거절당해서 지금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남우 씨, 혹시 심리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는 거예요?”심리적 문제가 아니면 신체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유남우는 계속 몸이 안 좋아서 해외에서 치료받고 있으니 신체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윤소현은 유남우를 좋아하지만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는 남자한테 시집가기는 싫었다. 유남우는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뭐라고?”윤소현은 주먹을 쥔 채 고개를 들어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우리는 이제 결혼할 사이인데 무슨 문제가 있으면 솔직해지는 게 좋을 것 같아
“하긴, 유석진이 오면 호산 그룹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겠죠. 그러면 우리 IM 그룹이 호산 그룹을 대체하는 게 더 쉬워질 거예요.”서다희가 말했다. 유남준은 큰아버지에 관한 일을 더 묻지 않고 윤석후에 관해 물었다.“그냥 잘 먹고 잘 놀고 있던데요? 그리고 박민호와의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서다희가 말했다.“무슨 방법을 생각해서 박민호가 이기도록 해.”“네.”사실 유남준이 어떻게 하지 않아도 박민호가 이길 수 있다고 서다희는 생각했다.서다희가 박민호의 배후에 있는 사람이 유남우였다는 것을 알아냈기 때문이다.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유남우는 줄곧 박민호를 응원했다. 윤소현한테 비밀로 하면서 말이다.입구에서 노크 소리가 났다.우남준은 전화를 끊고 누가 들어오는 것을 기다렸는데 박민정이었다.박민정은 걸어 들어와서는 조금 피곤한 듯이 앉았다. “피곤해요.”그녀는 지금 몇 걸음만 걸어도 숨이 찼다. 전에 임신했을 때는 이러지 않았다.그러자 유남준은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좀 주물러 줄까?”그는 막 손을 뻗었는데 박민정이 바로 막았다.“됐어요.”박민정은 얼굴을 붉히며 의자에서 일어섰다. “안 해도 돼요. 오늘은 그냥 남준 씨 보러 온 거예요. 바로 갈 거예요.”그녀도 자기가 왜 유남준을 볼 때마다 쑥스러워하는지 몰랐다.유남준은 허공에 손을 뻗은 채 한참 있다가 손을 내렸다. “벌써 가려고? 무슨 일 있어?”박민정은 잠시 생각하다 둘러댔다. “유남우 씨가 곧 결혼하잖아요. 어머님께서 저보고 많이 봐달라고 하셨어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바로 떠났다.떠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유남준은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복잡했다....모레면 유남우의 결혼식인데 날씨가 별로 좋지 않았다. 비가 계속 내렸다.아침부터 동하는 윤우를 찾아 놀겠다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함미현이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정수미는 보다못해 말했다. “아이들은 다 친구랑 놀기 좋아하잖아. 가고 싶다면 가게 보내.”“근데...”함미현은 머뭇거
최현아는 그의 말을 듣고 뭔가 깨달았다.“알겠어요, 아버님. 앞으로 성혁 씨와 잘 살게요. 하지만 아버님께서 빨리 성혁 씨를 찾아서 그 사람한테도 주의를 시키세요.”상류사회에서의 결혼은 모두 비즈니스다. 진실성을 논하기에는 말이 안 된다.유석진은 본처가 있지만 밖에 다른 여자도 있었다. 유성혁이 바로 신분 배경이 없는 여자가 낳은 아이다. 그 여자는 고영란과 비교할 수가 없다. “그래. 그럼 됐어. 난 이미 사람을 보내서 성혁이를 찾으라 했어.”두 사람은 지금 유성혁의 처지가 얼마나 안 좋은지 모른다.늦은 밤, 외진 교외 지역에서 유남준은 검은 비옷을 걸치고 있었는데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서다희는 그의 뒤를 따랐다.오늘 밤, 유남준은 특별히 유성혁을 보러 왔다.“유성혁이 개를 그렇게 많이 키워 뭘 하는지 모르겠네.”서다희는 혼잣말했다.이렇게 많은 개가 지금쯤은 유성혁의 악몽이겠지 하고 생각했다.유성혁은 지금 위험한 개 무리 속에 있는데 온몸이 물린 상처였고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다. 몽둥이를 들고 있는 그의 모습은 더없이 불쌍해 보였다.어디선가 빛이 밝았을 때, 그는 개 짖는 소리를 따라 보았는데 유남준을 보았다. 그는 순간 다리가 풀려 무릎을 꿇었다.“남준아, 제발 나 좀 풀어줘. 내가 정말 잘못했어. 미안해. 제발 날 풀어줘.”유성혁은 콧물과 눈물로 얼굴을 가렸다. 도련님의 느낌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유남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지금 풀어주면 또 나와서 사람을 괴롭힐 거잖아.”“아니야. 정말 다시는 안 그럴게.”유성혁은 정말 무서웠다. 그는 이 개들과 함께 깜깜한 곳에 갇혀서 매일매일을 고통스럽게 보내고 있다.그는 지금 자기가 왜 얌전히 도련님 삶을 살지 않고 유남준을 건드렸는지 매우 후회하고 있다.“네 아버지가 돌아오셨어.”유남준은 잠시 멈칫하다가 또 말했다. “지금 너를 찾고 있어.”그 말을 들은 유성혁은 뭔가 희망이 보였다. “나를 풀어준다면 절대로 아버지에게 이 일을 말하지 않
유남준은 침실 안 침대에 누워 두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유석진은 안으로 들어가 유남준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자신의 무서운 조카가 지금 바보가 되어 눈까지 안 보이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그는 손을 뻗어 유남준을 세게 흔들었다. “일어나.”유남준은 시끄러워서 잠에서 깬 듯 눈을 비볐다.“누구야?”그가 눈을 떴는데 눈빛은 흐렸다. 마치 잘 보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남준아, 큰아버지야. 큰아버지 목소리 기억 안 나니?”“큰아버지?”유남준은 다시 침대에 누워 이불을 머리까지 꼭 뒤집어썼다. “모르겠는데요.”어린아이 같은 그의 행동에 유석진은 유남준이 정말 소문대로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그가 병을 앓고 있는 것을 알게 된 유석진은 방금의 부드러운 표정을 더는 하지 않았다. 이불을 꼭 덮고 있는 유남준을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남준아, 계속 바보로 있어. 그게 우리 모두를 위한 거야.”유남준이 바보가 되지 않았어도 그는 돌아오려고 준비했었다.요 몇 년 동안 외국에서 쌓은 경험으로 분명히 유남준을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유석진이 모르는 것은 자기가 금방 떠났는데 서다희가 한쪽 구석에서 나왔다.“이 늙은이가 외국에 가만히 있지 않고 돌아왔네요.”유남준도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어떻게든 해외에 있는 저 사람의 회사를 다 조사해. 이젠 회수해야 할 때가 됐어.”“알겠습니다.”“요즘 호산 그룹은 어때?”유남준이 물었다.서다희는 웃으며 말했다. “지금 다들 유남우의 결혼식에 정신이 팔렸어요. 우리는 이미 호산 그룹의 많은 사업을 따냈어요. 유남우가 결혼하는 날 비슷하게 알게 될 것 같아요.”유남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사업을 다 빼앗겼으니 아무리 정수미가 도와준다고 하더라도 호산 그룹 대표의 자리는 내놓아야 할 것이에요.”서다희가 또 말했다.“호산 그룹에 오래된 주주들에게 연락해. 내일 그들을 만나야겠어.”“네.”...다음날, 박민정과 진서연은 통화 중이었다.진서연은 방은정을 보여주며 말했다.
“서연 씨, 민정 씨 전남편의 집은 어디에요?”설인하가 물었다.진서연은 박민정의 과거를 잘 모른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알겠어요.”설인하는 좀 안타까웠다.민수아가 걸어왔다. “유씨 가문 옛 저택 알아요? 바로 우리 진수에서 가장 비싼 땅에 있죠.”“유씨 가문이요?”설인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네, 맞아요.”민수아는 그녀가 왜 그렇게 놀라는지 안다.유씨 가문은 진수에서 권력과 세력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설인하가 놀란 건 유씨 가문이 권세 있어서가 아니라 남편인 방성원과 유씨 가문의 유남준이 친구이기 때문이다.“수아 씨, 민정 씨 남편이 우씨 가문 누구예요?”설인하는 설마 그런 우연은 없을 거로 생각했다.“유남준이요.”이 말을 듣고 그녀는 순간 멍해졌다. 믿어지지 않았다.“그럴 리가.”설인하가 혼잣말했다.민수아는 좀 이상했다. “왜 그래요, 난 진작 알고 있는 줄 알았어요.”박민정이 유남준 아내라는 것은 인터넷에 검색하면 바로 나오는 것이니 말이다.설인하는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렸는데 머릿속이 복잡했다.“잠깐 나갔다 올게요.”설인하는 분유를 놓고 도우미의 품에 안긴 아이를 받아 안고서는 밖으로 나갔다.진서연과 민수아는 바로 따라 나갔다. “어디 가는 거예요?”“산책 좀 하고 올게요.”설인하는 거짓말을 했다.“같이 가요. 아이를 안는 게 힘들 거예요. 우리가 도와줄게요.”민수아가 말했다.그러나 지금의 설인하는 경계심이 가득했다. “아니에요. 제가 혼자 아이를 데리고 산책하고 싶어요.”그녀의 차가운 말투에 민수아와 진서연은 더는 말할 게 없어서 그녀가 아이를 데리고 떠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설인하는 밖에 가서 산책만 하려는 것이 아니다.그녀는 차를 잡아서 운전기사보고 이곳을 떠나라고 했다.가는 길에 설인하는 불안했다. 박민정이 유남준의 전 부인이라면 그녀는 자신의 신분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말이다. 심지어 자신이 방성원의 아내라는 것을 알고 자신을 집에 있으라고 한 것이
한참을 조사하다가 설인하가 차를 타고 옆 도시로 갔다는 것을 운전사의 입을 통해 알게 되었다.그녀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서 기사보고 자기를 그쪽까지 데리고 가달라고 했다.진서연은 그녀를 따라 차에 올랐다. “보스, 저도 같이 가요.”“그래.”둘이 같이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민수아는 집에서 그녀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밖에 비가 주룩주룩 흐르고 그 시각 박민정과 진서연은 매우 불안했다.한편, 설인하는 또 준비가 안 돼 있었다. 그녀는 지금 돈이 별로 없는데 심지어 그것도 박민정이 준 것이다. 차비와 방값을 내면 그녀는 돈이 없을 것이다.품에 안긴 아이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설인하는 아이를 두고 갈 수도 없어서 아이를 데리고 각종 필요한 것을 사러 갔다.“아가야, 울지 마. 울지 마...”설인하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남을 돌보는 일을 한 적이 없다. 아이를 어떻게 돌보고 살림을 어떻게 꾸리는지 가르쳐 주는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그녀는 얼마 안 가서 돈을 다 썼다. 호텔 방에 틀어박혀 아이를 봐야 했다.그녀도 계속 이렇게 지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반드시 내일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그런데 아직 백일도 지나지 않은 아이를 데리고 있는 여자가 일자리를 구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설인하는 머리가 아파 났다. 왜 전에 아무것도 배우지 않았는지 후회했다. 으르렁. 천둥소리가 났다.설인하는 깜짝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본능적으로 품에 안긴 아이를 꼭 껴안았다.박민정이 설인하를 찾았을 때는 이미 밤 9시였다.그녀가 노크하자 설인하는 무방비로 문을 열었는데 박민정이 온 것을 보고 바로 문을 닫으려 했다.진서연이 먼저 막았다. “인하 씨, 무슨 일이에요? 아무 말 없이 여기에 왜 온 거예요?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그녀는 이렇게 배은망덕한 사람을 처음 보았다.박민정과 진서연은 설인하랑 아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최선을 다해서 그녀를 찾아냈다. 진서연은 설인하를 보면
청명,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병원 문 앞에서.박민정은 가녀린 몸에 수척한 손으로 병원 임신 테스트 보고서를 들고 있었는데 보고서에는 임신이 아니라는 문구가 뚜렷하게 적혀 있었다!“결혼한 지 3년인데 아직도 임신 못 했어? 왜 이렇게 쓸모가 없니? 너 계속 임신 안 되면 유씨 일가에서 쫓겨나는 수가 있어. 그땐 우리 집안더러 어떡하라는 거야?”한수민은 하이힐을 신고 화려한 옷차림에 실망 가득한 표정으로 박민정에게 삿대질했다.박민정은 두 눈이 퀭하고 가슴에 꽉 막혔던 그 말들이 결국 한 마디로 함축되었다.“미안해요.”“엄마는 미안하단 말을 원하는 게 아니야. 얼른 남준의 아이를 낳으란 말이야. 알겠니?”박민정은 목이 확 메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결혼한 3년 동안 남편 유남준은 단 한 번도 그녀에게 곁을 안 주는데 어떻게 아이가 생길까?한수민은 약해빠진 딸의 모습을 바라보며 왜 저를 닮지 않았는지 원망스러울 따름이었다.그녀는 차가운 이 한마디를 내뱉었다.“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남준이한테 여자 한 명 찾아줘. 걔도 그럼 너한테 고마워할 거 아니야.”박민정은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떠나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봤다.친엄마란 자가 딸에게 지금 남편을 위해 여자를 찾아주란 말이나 내뱉고 있다니.그녀의 마음에 순간 찬바람이 휘몰아쳤다....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박민정의 머릿속엔 온통 엄마의 마지막 말만 감돌았다.문득 귓가에 굉음이 한바탕 울렸다.그녀는 자신의 병이 더 심해진 걸 알고 있다.이때 문득 휴대폰 문자 벨 소리가 울렸다.유남준의 3년을 하루 같이 보낸 문자였다.“오늘 밤 집에 안 가.”결혼한 이 3년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집에서 밤을 지새운 적이 없다.아내인 그녀를 터치한 적은 더더욱 없고.3년 전 신혼 첫날밤에 유남준이 했던 말을 그녀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너희 집안에서 감히 사기 결혼을 감행했으니 넌 인제 평생 고독하게 살 각오해.”평생 고독하게 살라고...3년 전 박씨 일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