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정은 멍해졌다. 온 몇몇 사람은 그녀의 보디가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그녀의 보디가드들도 금방 나와서 상황파악이 안 되었다. 유성혁을 때린 사람들 가운데 우두머리는 박민정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사모님, 놀라셨죠?”그가 자기보고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듣고 박민정은 무언가를 알아차렸다.“남준 씨 사람들이에요?”“네.”말을 마치고 그들은 마대에 든 유성혁을 들고 떠났다.박민정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어디로 데려가는 거예요?”“유 대표님한테로 갑니다.”박민정도 마침 한가했다. “그럼 나도 같이 가요.”이 말을 듣고 그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박민정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 “괜찮아요, 전 남준 씨 보러 간 거로 치죠. 남준 씨도 저보고 매일 가도 된다고 했어요.”박민정의 말을 듣고서야 그들은 겨우 승낙했다.사람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서인지 그들은 뒷문으로 들어가고 박민정은 정문으로 들어갔다.30분 후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유성혁은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누가 감히 날 때려?”그는 머리를 만지며 주위를 살폈는데 가장 먼저 멀지 않은 곳에서 먹고 있는 박민정이 보였다.“너냐? 이 망할 년아, 감히 나를 때려?”유성혁은 일어나 박민정을 향해 돌진하려고 했다.하지만 박민정 앞에 가기도 전에 짙은 색 슈트를 입은 몇몇 남자들이 그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보냈다.그는 양옆을 보고 나서 여기에 보디가드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유성혁은 순간 무언가를 깨닫고 겁이 났다.“민정아, 뭐 하려는 거야?”박민정은 그가 돌변하는 것이 너무 웃겼다. “제가 뭘 할 수 있겠어요? 저는 그냥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예요. 방금 저를 때리려고 하지 않았어요?”유성혁은 박민정이 사람까지 불러올 줄은 몰랐다. “함부로 굴지 마. 난 유남준의 사촌 형이야. 유씨 가문 사람들이 이 일을 알면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박민정은 아무 반응 없이 묵묵히 듣고 있었다.유성혁은 죽는 게 무서워서 말했다. “1000억도 필요 없어, 너 다
보디가드가 공손한 자세를 하고 대답했다. “총 128마리를 키우는데 별로 신경은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너무 떠들어서 고소하는 사람도 많은 모양입니다.”“그렇게 무책임하다고? 그냥 개 먹이로 줘.”유남준이 무심코 말했다.“네.”보디가드는 즉시 유성혁을 향해 걸어갔다.유성혁은 멍하니 서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바로 무릎을 꿇었다.“남준아,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줘. 다시는 그러지 않을 거야! 내가 진짜 파렴치한 놈이야. 앞으로 제수씨한테 진짜 잘할게.”그는 말하면서 자신의 뺨을 때렸다.그는 유남준이 장난을 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난번에 얼어 죽을 뻔했을 때도 유명훈이 오지 않았더라면 그는 이미 죽었을 것이다.이번에는 자기도 지금 어디로 끌려왔는지 모르는 상황이라 유명훈이 구하러 오는 것을 바라지 못한다.박민정도 유남준이 이런 수단을 생각해 낼 줄은 몰랐다. 그녀는 가서 말리려고 했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유성혁 같은 파렴치한 사람한테 마음이 약해질 필요가 없었다.유남준은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유성혁은 끌려갈 수 밖에 없었다.그는 완전히 기절한 상태로 떠났다.유성혁을 처리한 후, 유남준은 부하들을 모두 내보냈다. 그는 아직 유남우가 자신이 병이 없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보디가드들이 떠난 후 방 안에는 박민정과 유남준 두 사람만 남았다.그는 박민정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볼이 불룩해서 먹는 모습을 보다가 참지 못하고 그녀의 볼을 만졌다.박민정은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어서 뒤로 피했다. “뭐에요? 또 이러기에요?”유남준은 잠깐 멈칫하더니 바로 손을 뗐다.역시 아직 자기가 싫어서 얼굴 한 번 만지는 것도 안 되는 거로 생각했다. “어제 유성혁을 혼내주겠다고 한 게 일자리를 잃게 하고 이름을 더럽히는 거였어?”유남준은 평소와 같이 침착한 모습을 되찾았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죠.”“그래도 다시는 이런 위험한 짓은 하지 마.”유남준은
서다희도 듣자니 머리가 아파 났다. 여자의 마음은 참 헤아리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이해하면…“대표님, 사모님이 대표님한테 무슨 죄송한 일이라도 하셨나요?”그리고 바로 저쪽에서 전화를 끊었다.서다희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고 나서 어이없어했다.유남준이 지금 마음이 너무 여린 게 아닌가 생각했다. 말해도 안 들을 거면서 왜 자기한테 묻는 건지 이해가 안 갔다. 서다희가 막 잠을 자려고 하는데 갑자기 문자 한 통이 왔다. 누군가가 그에게 2억을 송금했다는 문자였다. “장난해? 사기인가?”그가 혼잣말할 때, 방성원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네 여자친구에게 물어봐. 설인하란 내 딸은 어떻게 되었는지, 2억은 팁이야.”서다희는 금방 민수아와 전화를 다 했는데 돈이 들어온 것을 보고 바로 다시 민수아를 찾아갔다.계속 설인하에 관한 이야기를 물었다.설인하는 요즘 잘 지내고 있고 몸도 빨리 회복되었고 아이도 건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민수아는 의아해했다. “왜 그렇게 인하 씨랑 그 사람 딸한테 관심이 많은 거야?”“그냥 물어보는 거지. 자기야, 우리 설날 때 결혼하자. 나도 빨리 딸이 있었으면 좋겠어.”“누가 낳아준대?”민수아는 수줍어하며 전화를 끊었다.방성원은 서다희가 전화하는 것을 자정까지 기다려서야 설인하가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고 조금 마음이 놓였다.지금 박민정이 옛 저택에 갔으니 설인하한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무서웠다. 그는 지금 설인하가 얼마나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른다.박민정은 박씨 가문 옛 저택에 살지 않지만 자기 전에 영상통화를 한다.설인하는 이미 마음대로 걸을 수 있고 몸도 회복되었다. 가끔 사람들과 함께 앉아서 일에 관해 이야기할 수도 있었다.그녀는 지금 일에 매우 관심이 있다. 산후조리를 잘하지 못하면 후유증을 남길까 봐 걱정돼서 그러지, 지금 당장 나가서 일을 찾고 싶어한다.“인하 씨, 그렇게 서두를 필요 없어요. 정말 일자리가 필요하면 서연이 일을 도와도 됐고요.”박
함미현은 자기 남편을 생각했다. 정수미의 도움으로 평범한 프로그래머에서 회사 사장이 되었다.정수미가 말했다. “미현아, 너도 출근하고 싶으면 엄마가 회사 하나 맡겨줄게.”이건 정말 함미현에게 있어서 너무 좋은 것이었다. 하지만 윤소현이 너무 인색해서 아이를 돌본다는 이유로 정수미를 거절하라고 했다.함미현은 윤소현이 너무 미웠다. 그녀가 자신의 약점을 잡지 않았다면 자기는 정수미의 친딸이 될 것이다. 그러면 회사 하나는 물론, 정씨 가문도 자기 것이 되는 셈이다.“엄마, 여기 엄청나게 커. 공원 같아. 심지어 공원보다 더 예뻐.”동하는 방긋방긋 웃으며 말했다.그의 세상 물정 모르는 모습을 보고 도우미들은 하나같이 눈총을 쏘았다. 이들의 경멸하는 시선을 단번에 본 정수미는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너희들은 얼마나 잘났는데? 동하는 나의 친 외손자야. 너희가 내 외손자를 무시할 자격이 있어?”그들은 좀 당황했다. 그들은 이 아이가 정수미 부하의 아이인 줄 알았다. 정수미와 조금도 닮지 않았으니 말이다. “죄송합니다. 정 대표님.”이들은 바로 정수미에게 사과했다.고영란이 전에 당부한 적이 있다. 절대 정씨 가문의 미움을 사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유씨 가문의 시중을 드는 것보다도 신경 써야 한다고 했었다.정수미는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 “집사는 어디 있어?”곧 집사 한 명이 종종걸음으로 달려왔다.“정 대표님.”“이 사람들 너무 거슬려.”“네, 바로 내보내겠습니다.”집사는 도우미들처럼 뭐를 모르지 않는다.1분도 안 돼서 방금 동하를 업신여기던 사람들을 해고했다. 함미현의 손을 잡고 있던 동하는 어리둥절해서 물었다.“엄마, 외할머니께서 왜 화를 내시는 거야?”함미현은 어렸을 때부터 억울함을 참았어야 했다. 그녀는 이제야 강한 엄마가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요즘 그녀는 친엄마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정씨 가문에서 너무 잘 지낸 탓인지 친엄마가 사라진 것에 대해서도 그리 신경 씨지 않았다.정수미는 동하한
“사돈, 이분이 금방 만난 친딸 맞죠? 정말 닮았네요.”고영란이 본의 아니게 말했다.이 말을 들은 정수미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전에 그녀는 원수가 찾아와 복수할까 봐 무서워서 성형했었다. 함미현은 지금의 자신을 닮지 않는 게 맞다.“미현아, 이분은 영란 이모야. 네 언니 미래의 시어머니셔.”함미현은 정수미의 소개로 고영란을 바라보았다. 비록 오십이 넘었지만 보기에 겨우 삼사십 세밖에 안 돼 보였다. 매우 예쁘게 꾸며서 그녀 옆에 서 있는 자신이 마치 미운 오리 새끼 같았다.“안녕하세요.”그녀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인사했다. 그리고 동하를 불렀다. “동하야, 할머니라고 불러야지.”동하는 낯선 곳에 와서 아직 적응되지 않았다. 그는 고영란을 쳐다보다가 민망해서 엄마 뒤에 숨었다.정수미가 말했다. “제 외손자예요. 딸과 함께 금방 제 곁에 왔어요. 아직 낯가림이 좀 심한데 신경 쓰지 마세요.”“그럴 리가요.”고영란은 부드럽게 웃었다.그러자 박민정이 앞으로 나섰다. “정 대표님, 미현 씨, 제가 사람을 시켜서 쉬는 곳까지 안내하라고 했어요. 방은 다 마련됐으니 좀 쉬었다가 우리 엄마와 결혼 얘기를 하시는 게 어때요?”정수미는 박민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자기의 두 딸이 모두 그녀를 좋아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는 박민정을 무시하고 고영란한테 말했다. “그럼 가서 좀 쉴게요.”“네, 그러세요.”몇 사람이 떠나자 고영란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다름이 아니라, 정수미의 아우라가 너무 강해서 그녀가 눌리는 느낌이었다.하긴 고영란은 몇 년 동안 쇼핑몰을 운영하지 않았지만 정수미는 지금 지엔 그룹의 회장이니 두 사람의 신분 차이가 꽤 컸다.“민정아, 어떻게 함미현한테 미움을 산 거야? 단지 지난번 그 작은 일뿐이야?”고영란은 좀 의아해했다. 정수미는 지난번의 작은 오해에 뒤끝이 있는 속이 좁은 사람이 아닌데 말이다. 박민정은 당연히 그녀에게 윤소현 책임도 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정 대표와 오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에요.”
윤소현은 계산해보았다. 정씨 가문의 거액 혼수에 아버지 윤석후한테 가서 좀 더 달라고 하면 그녀는 가슴을 쭉 펴고 다닐 수 있을 것이다.모든 얘기를 끝나고 윤소현은 함미현이랑 불러서 함께 유씨 가문을 둘러보자고 제안했다.“그래, 너희들 가서 둘러 봐. 나는 좀 쉬어야겠어.”정수미는 윤소현이 함미현을 데리고 나가는 것을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윤소현과 함미현은 친자매와 다름없이 친하기 때문이다. 함미현도 자기한테 윤소현의 미담을 자주 꺼낸다.밖에 도착하자마자 윤소현의 본성이 드러났다. “함미현, 네 아들을 다른 사람보고 잠시 돌보라고 해. 너에게 할 얘기가 있어.”“알겠어요.”함미현은 마치 그녀의 종과 같았다.그녀는 동하를 달래서 도우미를 따라 놀라고 한 다음 윤소현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함미현, 너도 알다시피 난 곧 결혼해. 근데 박민정이 너무 거슬려. 요 며칠 유씨 가문에서 있는데 박민정도 있어. 엄마 앞에서 박민정에 대한 험담을 많이 해야겠어, 알겠어?”이 말을 들은 함미현은 잠시 망설였다.“소현 씨, 그건 좀 너무하지 않나요? 아무 이유 없이 민정 씨의 험담을 할 수도 없잖아요. 더군다나 우리도 알다시피 민정 씨야말로...”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윤소현은 손을 들어 뺨을 한 대 갈겼다.“너 죽고 싶어?”함미현은 맞아서 얼굴이 화끈했다.윤소현이 차갑게 말했다. “내가 말하는데, 엄마는 주변 사람들한테만 마음이 약하고 말이 잘 통해. 그녀를 배신하거나 속인 사람은 죽는 길밖에 없어.”함미현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죄송합니다.”“앞으로 그런 말 좀 하지 마, 짜증 나게.”윤소현은 그녀를 사납게 노려보고 있었다. “아무 이유 없이 박민정의 험담을 하기 싫으면 지어내서 말해. 이런 건 좀 혼자 알아서 하고. 일일이 가르치게 하지 마.”“네.”함미현은 고개를 숙여 사나운 눈빛을 감추었다.그녀는 지금 윤소현이 그냥 죽기를 바랬다. 그러면 자신은 정수미의 딸이 아니라는 것을 들킬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
동하는 선천성 당뇨병이 있어서 유지훈의 상대가 아니다. 그는 땅에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그를 데리고 나온 도우미는 순간 당황했다.“동하 도련님, 괜찮으세요?”유지훈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병신아, 그러고도 감히 나를 노려봐? 메롱.”그를 책임지는 가정부가 달려왔다. “도련님, 왜 밀었어요?”“내가 왜 못 밀어? 여긴 내 집이야, 내 구역이라고. 내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할 수 있어, 넌 그냥 가정부야! 지금 나를 나무라는 거야? 내가 너를 저를 수도 있어!”유지훈은 자신의 가정부에게 심한 말로 쏘아 붙었다.이런 아이를 상대로 가정부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한두 살 때 그렇게 귀여웠던 유지훈이 이렇게 됐다니 너무 실망이었다.동하를 돌보던 도우미가 가정부에게 얼른 유지훈을 데려가라는 눈치를 주었다. 정씨 가문 사람들이 보면 큰일 날 것이다. 오늘 정씨 가문 사람들이 와서 동하를 차가운 시선으로 보았던 도우미들을 다 해고하게 한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그 사람들이 알게 되면 분명히 난리 날 것이다. 자기들도 덩달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지훈 도련님, 그런 뜻이 아닙니다. 먼저 돌아가시죠.”가정부도 상황파악을 해서 목소리를 낮춰 유지훈을 달랬다.가정부의 약한 모습을 보고 유지훈은 더욱 분수 넘치게 행동했다.그는 두 팔을 가슴 앞으로 놓고 일부러 울음을 그치지 않는 동하를 바라보았다.“난 안가, 이 울보 좀 더 봐야겠어.”그는 매일 집에서 너무 심심했다. 어렵게 이런 즐거움을 찾았는데 이 기회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가정부는 더욱 난처해졌다.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몰랐다. 유지훈을 강제로 데리고 갈 엄두도 나지 않았다.유지훈은 동하를 향해 걸어갔다. “울긴 왜 울어, 너 엄청 사납잖아? 계속 째려봐야지!”“넌 나쁜 아이야. 지금 당장 우리 외할머니한테 가서 너를 내쫓으라고 할 거야!”동하는 바로 땅에서 일어나 정수미한테 가서 일러바치려 했다.도우미는 겁이 나서 그를 가로막았다. “동하 도련님, 제발
박윤우는 그쪽으로 보았다. 알고 보니 또 유지훈이 사람을 괴롭히고 있었다.“너무하네.”박윤우는 유지훈이 괴롭히는 아이를 보았는데 유지훈보다 훨씬 마르고 연약한 아이였다.계속 이렇게 때리면 분명히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았다. 그는 라이브를 끄고는 유지훈을 향해 걸어갔다.“유지훈, 뭐 하는 거야?”익숙한 목소리에 유지훈은 어리둥절했다.두 아이를 돌보는 도우미는 박윤우를 보니 더욱 머리가 아팠다. 박윤우와 유지훈도 유난히 갈등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만약 이 세 아이가 싸운다면 정말 난장판이 될 것이다. 그러나 뜻밖에도 유지훈은 동하를 풀어주고 대답했다. “봤잖아, 내가 얘를 때리고 있는데? 이 울보가 방금 나를 째려봤다고.” 지금의 유지훈은 박예찬의 말을 잘 들어야 해서 당연히 박윤우한테도 함부로 할 수 없다.박윤우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너 미쳤지? 널 한번 봤다고 지금 이렇게 때리는 거야?”유지훈은 말문이 막혔다. “때리면 안 되는 건가?”“안 되는 게 아니라 너무 어처구니없다는 거지. 널 째려보는 건지 아니면 원래 눈을 그렇게 뜨는 건지 네가 어떻게 알아?”박윤우가 또 말했다.그의 말을 듣고 유지훈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동하는 누군가가 와서 자기편을 들어주는 것을 보고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박윤우를 바라보았다. 그는 박윤우가 유지훈보다 더 잘생겼다고 생각했다. 피부는 하얗고 까만 눈동자는 보석처럼 반짝였는데 마치 동화에서 나오는 어린 왕자 같았다.그는 구원자를 만난 듯 박윤우의 등 뒤로 숨었다.“나를 구해준 것을 꼭 외할머니께 말씀 드릴 거야. 외할머니께서 분명히 큰 상을 내려주실 거야.”박윤우는 그에게 괜찮다고 눈짓을 했다. “걱정하지 마. 내가 봤으니 됐어. 난 절대 보고 가만히 있지 않아.”그리고 그는 또 유지훈에게 말했다. “유지훈, 네가 약자를 괴롭히는 것을 우리 형한테 말해볼까?”박예찬의 이름을 듣고 유지훈은 겁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됐어. 다시
선생님이 다가와서는 의아해서 물었다. “예찬 어머니, 왜 혼자 여기에 서서 계세요? 팀 안 짜세요?”박민정은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말했다. “선생님 사람들이 저희랑 팀을 짜려 하지 않아요.”“네...”선생님은 난처해하더니 다른 팀에게 물어보았다.그 팀의 엄마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우리 팀은 이미 사람이 찼어요.”그리고 몇 명의 아이 아빠도 왔는데 모두 최현아에게 빌붙고 싶어 해서 말했다.“선생님, 팀을 짜지 못한 사람들은 경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맞아요. 어차피 이미 인원수가 충분하잖아요.”“몇 분은 그냥 쉬세요. 게다가 임신 중인데 경기는 무리이지 않나요?” 한 남자가 박민정의 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박민정은 당연히 자신이 경기를 못 한다는 것을 안다.“저 말고 다른 엄마들은 경기에 나갈 수 있잖아요. 어떻게 못 나가게 막을 수 있어요?”그녀가 나서서 말했다.그러자 남자는 비아냥거렸다. “그냥 경기일 뿐이잖아요. 굳이 당신들이 참석하지 않아도 되잖아요?”다른 엄마들도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시간 낭비하지 말고 시작하자고요.”최현아는 옆에 서서 박민정을 비롯한 그녀의 라인의 사람들이 망신을 당하는 모습을 만족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선생님은 조금 난처해했다. “아니면 여러분 팀당 한 명씩만 더하세요. 이렇게 하면 딱 맞을 거예요.”총 네 팀이고 남은 사람도 네 명이니 말이다. “딱 맞다니요. 이분은 임신했으니까 대회 나가기 불편하잖아요. 누구 팀에 가면 그 팀이 질 게 뻔하죠.”한 여자의 목소리였다.다른 사람들도 맞장구를 쳤다.홀로 있는 네 명의 엄마와 네 명의 아이들이 함께 있으니 유난히 눈에 띄었다.예찬이를 제외한 나머지 세 아이는 분명히 기분이 언짢았다.“엄마...”지원이는 엄마의 옷깃을 잡아당겼다.손연서는 이 사람들이 정말 사람을 너무 무시한다고 느꼈지만 사실 그렇게 경기를 하고 싶어서도 아니다. 다 아이들을 위해서이다.“민정 씨, 됐어요. 우리는
차는 넓지 않아서 다른 엄마들은 성훈이의 말을 들었다. 그러자 다들 곁눈질하며 손연서를 보며 놀렸다.이 사람 중 대부분은 주부다.손연서는 그녀들과 달리 친정 손씨 가문의 사업을 도맡고 있다.그래서 많은 엄마가 그녀를 부러워하고 질투한다.지금 그녀가 사생아 때문에 이렇게 골머리를 앓는 것을 보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성훈이는 아직도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손연서를 조롱했다.“우리 엄마한테 들었어요. 당신이 아이를 낳을 수 없어서 나를 아들로 받아들인 거라고. 하지만 나는 영원히 당신을 엄마로 받아들이지 않을 거예요. 나는 당신이 싫어요. 내가 커서 우리 아버지의 회사를 인수하면 당신을 쫓아낼 거예요. 그때 되면 당신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 할머니로 되겠죠.”손연서는 안색이 안 좋았지만 아이와 따지고 싶지 않았다.박민정은 손연서를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서 바로 말했다. “연서 씨, 나하고 같이 앉아요. 예찬이보고 성훈이랑 앉게 하고요.”박예찬도 유난히 눈치가 빠르고 철이 들었다.“연서 아줌마, 우리 엄마랑 같이 앉아요. 우리 엄마가 아줌마랑 얘기 나누고 싶대요.”손연서는 그들 모자를 고마워하며 예찬이와 자리를 바꾸었다.박예찬이 옆에 앉자 성훈이는 순식간에 착한 아이로 변해 말도 안 하고 얌전히 앉아 있었다. 핸드폰도 하지 않고 말이다. 성훈이의 모습을 보고 손연서는 박민정에게 말했다. “참 웃기죠?”박민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연서 씨가 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하지 말아요. 자기 생각도 하면서 말이에요.”이렇게 어린아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봐서 커서도 별로 의지가 될 수 있는 아이가 아닐 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맞는다. 친자식도 기댈 수 있을지 말 지인데 사생아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손연서는 그녀의 뜻을 이해했다.“할 수만 있다면 당연히 내 아이와 진짜 가족을 갖고 싶죠. 하지만 이런 건 지금의 나에게 너무 사치에요.”모두 자신의
“지훈아, 빨리 이리 와!”그녀는 박민정을 외면한 채 아들에게 소리쳤다.유지훈은 박민정의 뒤에 숨은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싫어요. 가면 때릴 거잖아요.”이 말을 들은 최현아는 화가 났다. 최현아는 박민정이 보는 앞에서 망신을 당할까 봐 무서워서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지훈아. 엄마가 방금 너무 급했어. 이리 와봐. 절대 때리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유지훈은 여전히 그녀한테로 가려 하지 않았고 최현아를 경계하는 눈빛이었다.“싫어요. 안 믿어요. 흥.”그는 말을 마치고 쏜살같이 달아났다.최현아는 자신이 이런 아들을 만났다는 것에 화가 났다. 그녀는 화를 참으며 유지훈을 따라갔는데 일부러 박민정의 어깨를 세게 치면서 지나갔다. 박민정은 어이가 없었지만 최현아를 외면하고 손연서를 비롯한 그녀들을 찾아갔다.그녀들은 박민정을 보자마자 손을 흔들었다.최현아의 포섭을 받은 엄마들은 박민정을 외면한 채 못 본 척했다.그녀들은 호산 그룹의 이인자인 최현아의 시아버지가 돌아왔다는 것만 알고 있다. 유남우가 자리에서 물러나면 그 자리는 당연히 최현아 시아버지의 것이다.그래서 그녀들은 최현아한테 잘 보이려 했다. “민정 씨, 이리 와서 앉아요. 이따 같이 차를 타고 교외로 가요.”손연서가 말했다.“좋아요.”박민정이 가서 앉았다.지원 엄마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예찬 엄마, 방금 최현아가 다른 엄마들이랑 말한 게, 예찬 엄마를 왕따 시키면 그 사람들의 남편이 호산 그룹과 합작할 방법을 찾겠다고 했어요.”지원 엄마는 전에 어느 라인에 서야 할지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그녀는 박민정이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최현아는 박민정의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전에 아이를 왕따시킨 것도 모자라 이제는 부모까지 왕따시키네요.”박민정은 다른 엄마들을 봤다. 이 사람들은 웃고 떠들고 있었는데 박민정이 자기들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바로 입을 다물고 멀리 피했다. 도한 엄마가 말했다. “신경 쓰지 말아요.”솔직히 말해서 이 세상 대부분
[여러분 남편은 같이 가나요?]단톡방에서 한 사람이 물었다.다른 사람들이 답장을 보냈다. [제 남편이 너무 바빠서 못 갈 걸요?][맞아요. 우리 남편도 주말엔 회사 일로 바빠요.][우리 엄마들끼리 가면 되죠. 남편은 일하라고 하고요.][...]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대부분 사람의 남편이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알고 박민정은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밤에 그녀가 자고 있을 때 유남준이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내왔다.[뭐 해요?][이제 자려고요.]박민정이 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유남준은 아직 방성원과 함께 있다. 두 사람의 아내가 모두 박씨 가문 저택에 있으니 불쌍한 남자 둘이서 말이 잘 통하는 것 같았다. 그는 박민정의 무뚝뚝한 답장에 좀 섭섭했다. [아니야. 자.]이 메시지를 보고 박민정은 잘 준비를 했다. 근데 문뜩 생각해보니, 예찬의 아버지인 유남준도 친자 활동에 대해 알아야 할 것 같았다.[저기, 예찬이 유치원에서 내일 친자 활동이 있어요. 시간이 있으면 오고 시간이 없으면 오지 않아도 돼요. 잘게요.]그녀는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바로 누워 잤다.유남준이 가든 말든 어쨌든 그녀는 아들의 친자 활동에 참여할 것이다.이튿날 아침 일찍 박민정은 일어나서 셰프와 함께 여러 가지 음식을 준비했다.진서연은 하품하며 걸어 나왔다. “보스, 왜 이렇게 일찍이 일어나서 음식을 직접 만드는 거예요?”“오늘 예찬이 유치원에서 친자 활동이 있어. 거기 갈 때 가지고 갈 것이야.”박민정이 말했다.“그렇군요.”진서연은 눈을 비비며 씻으러 갔다.집의 세 여자가 모두 일어났다. 박민정은 이미 먹을 것을 준비해 두었고 그녀들의 것도 남겨 주었다.그녀가 유치원으로 가려 할 때 손연서와 도한 엄마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민정 씨, 오늘 와요?][당연하죠.][잘됐네요. 우리 오랫동안 못 봤잖아요.][근데 조심해야 해요. 오늘 최현아가 좀 이상한 것 같아요.]먼저 어린이집에 온 손연서는 최현아가 수많은 아줌마와 사석에서
“아니에요. 별장 청소와 정리는 가정부가 하면 돼요.”박민정의 말에 설인하가 고집을 부렸다.“안 돼요. 그 얘기는 이미 청소는 모두 제가 하기로 했잖아요. 그대로 해요. 민정 씨, 나와 방성원의 관계 때문이라면 이러지 않아도 돼요. 그리고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긴 하지만 전부 처음부터 배울 거예요.”설인하는 박민정이 거절할까 봐 박민정이 다른 말을 하기도 전에 청소하기 시작했다.박민정은 설인하의 모습을 보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별장 관리인을 불러서 앞으로 매월 급여 발급할 때 설인하에게도 주라고 지시했다.사실 박민정이 설인하에게 별장 청소를 시키지 않은 것은 방성원과의 관계 때문이 아니라 현재 그녀의 몸 상태가 감당을 못할까 봐서였다.게다가 박민정이 설인하에 대해 조사를 했는데 그녀도 예전에는 부잣집 딸로서 아무 일도 해본 적이 없이 자랐었다.설인하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가 결혼한 후 어떤 일을 겪었을지를 생각하며 마음 아파했다.설인하는 집 안 청소도 하고 또 주동적으로 진서연을 찾아서 업무상의 일을 시작했다.박민정은 소파에 앉아서 휴식하고 있었는데 진서연이 언제 나갔었는지 밖에서 들어오며 말했다.“보스, 정민기 씨가 찾아요.”“알았어.”박민정은 소파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자, 정민기가 손에 서류 더미를 들고 있었다.“전에 조사하라고 한 함미현에 관한 자료예요. 출생한 병원과 그때 혈액 등 기록들이에요. 서류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함미현은 정수미의 친딸이 아니에요.”박민정이 서류를 받아보자, 거기에는 함미현의 출생 관련 기록들이 그대로 있었다. 만약 염혜란이 입양한 거라면 이런 내용을 모두 만들었을 수는 없을 것이다.“최근에 염혜란 씨에 대한 소식은 없어요?”박민정의 물음에 정민기가 신중한 표정으로 변하며 말했다.“사람을 시켜서 염혜란 씨 집 근처 CCTV를 모두 조사했는데 그중 한 카메라에서 종적을 찾았는데 옆으로 차 한 대가 지나가면서 염혜란 씨도 같이 화면에서 사라졌어요. 그 차를 조
박민정은 전혀 여지를 주지 않았다.“그건 무슨 말이에요? 우린 이혼했으니 같은 집에서 살면 안 되는 거잖아요.”유남준은 고개를 숙여 박민정의 등의 양양한 표정을 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박윤우를 불렀다.“윤우야.”박윤우는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유남준을 보며 물었다.“아빠, 왜요?”박민정은 순식간에 당황하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갈 곳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이렇게 유치하게 할 거예요?”유남준이 말했다.“윤우야, 아빠는 이제 갈게.”박윤우가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빠, 우리랑 같이 살지 않을 거예요?”박민정은 유남준이 겁먹은 척 자기를 바라보는 모습이 어이가 없고 화가 났지만, 박윤우 때문에 목소리를 낮추었다.“정말 그렇게 유치하게 아이를 이용할 거예요?”유남준은 모르는 체하며 대답했다.“이용한다고 말하면 안 되지. 윤우는 내 아들이고, 지금 그 금쪽같은 아들이 한 가족이 화목하게 함께 살기를 바라는 거잖아.”그는 또 고개를 돌려 박윤우를 보며 말했다.“윤우야, 아빠도 윤우랑 같이 살고 싶어. 그런데...”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윤우의 눈빛이 변하는 모습을 보고 박민정이 말했다.“아빠도 우리와 같이 살고 싶지만 지금 서연 이모와 수아 이모 그리고 인하 이모까지 우리 집에서 살고 있어서 아빠가 갑자기 들어오면 모두 불편할 거야.”결국 유남준은 박민정의 이유로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박윤우는 비록 박민정과 유남준이 함께 살기로 바랐지만, 세 명의 예쁜 여인들 때문에 하는 수 없이 포기했다.“아빠, 조금만 더 참아요.”그는 유남준 곁에 가서 속삭였다.순간 유남준은 마음이 따뜻해졌다.“그래, 알았어. 윤우만 믿고 있을게.”이 말은 박윤우에게 아주 효과가 있었다.“걱정하지 마세요.”유남준을 떠나보낸 후, 박윤우는 자기를 믿는다고 한 말에 더 책임감을 느꼈다.박민정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윤우야, 방금 아빠와 무슨 말을 한 거야?”“별거 아니에요. 아빠한테 엄마를 잘 돌봐달라고 했어요.”“그래.”박민정
박윤우의 말에 박민정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윤우야, 모든 엄마와 아빠들의 표현 방식이 다 같은 건 아니란다.”옆에 있던 유남준이 갑자기 말을 이었다.“그래서 나에 대한 표현 방식은 내가 싫다는 거네? 손을 잡는 것도 싫을 만큼?”박민정이 당황해하며 대답했다.“그렇게 말한 적 없어요.”그녀의 말에 박윤우가 눈을 크게 뜨고 기대하는 표정으로 말했다.“엄마, 그럼 아빠를 안아주고 뽀뽀해요.”박민정은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졌다.“윤우야...”“결국 나와 형은 온전한 가족을 수가 없네요. 우리 반 옥미의 엄마와 아빠도 처음에는 서로 안고 뽀뽀하는 것을 싫어하다가 나중에 이혼했고 또 서로 다른 사람을 찾아 아이도 낳았대요.”말을 마친 박윤우가 고개를 숙이자 눈물이 흘러내렸다.“엄마와 아빠도 이혼하고 지금 저를 속이는 거예요? 그리고 나중에 다른 동생들이 생기면 나와 예찬이 형은 신경도 안 쓸 거예요?”박윤우의 우는 모습은 유난히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박민정은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이 휴지를 꺼내 그의 눈물을 닦아주며 달랬다.“윤우야, 말도 안 되는 생각하지 마. 엄마와 아빠가 왜 너랑 예찬이를 모르는 체하겠어?”그러고는 유남준을 보며 물었다.“그렇죠?”유남준은 박민정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우리가 계속 이렇게 지내면 정말로 우리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우우우...”박윤우가 더욱 크게 울음을 터뜨리는 것을 보고 유남준이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윤우야, 걱정하지 마. 아빠는 절대 다른 여자와 결혼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엄마가 너를 원하지 않아도 아빠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박민정이 얼굴을 찡그리며 소리쳤다.유남준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내가 틀린 말 했어? 윤우와 예찬이는 너의 마음속에서 연지석 씨와 에리 씨가 나보다 더 중요하다는 걸 다 알고 있어.”이건 질투였다.박민정은 유남준이 시력을 회복한 후 제일 처음
박민정은 유남준이 주는 것을 덥석 받았다가 나중에 후회하기 싫었다.게다가 두 사람은 이미 남남인데 이런 귀중한 것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유남준은 박민정이 이렇게 단호하게 거절할 줄 몰랐다.“정말 싫어?”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너무 커요.”“그럼 내가 예찬이와 윤우에게 주는 거라고 생각해. 얘들이 아직 어리고 양육권은 당신에게 있으니, 그들의 후견인으로 잠시 보관하는 거로 하면 되잖아.”박민정은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그런 거라면 얘들이 큰 다음에 직접 주면 되잖아요.”차 안의 분위기가 더 살벌해졌다.앞 좌석에 앉아 있던 서다희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사모님, 제 생각에는 사모님이 지금 받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대표님께서 지금은 얘들에게 준다고 했지만, 나중에는 주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만약 대표님이 나중에 다른 분하고 결혼해서 아이가 생겨서 그 아이에게 주면 어떡해요. 그렇게 되면 예찬 도련님과 윤우 도련님에게는 너무 큰 손실이잖아요.”“...”유남준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다.박민정도 당황해하더니 마음속으로는 서다희의 말에 도리가 있는 것 같았다.‘맞아, 아빠가 애들에게 주겠다는데 거절할 필요 없잖아.’“좋아요. 그럼 예찬이와 윤우 대신해서 먼저 받을게요.”박민정은 서류를 받았다.그들이 서류로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어느덧 차는 유치원에 도착했다. 박윤우는 워낙 귀엽고 잘생긴 데다가 얼마 전에 유씨 가문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본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박윤우와 같이 놀라고 했기 때문에 현재 인기가 대단했다.“윤우야, 오늘 너의 엄마 아빠가 같이 데리러 오는 거야?”한 아이가 묻자, 박윤우가 고개를 연거푸 끄덕였다.“응.”“엄마 아빠가 같이 데리러 온다니 부럽다.”박윤우는 기쁨을 감추지 않고 환하게 웃고 있다가 유남준의 차를 발견하고는 달려가지 않고 오히려 박민정에게 전화했다.“엄마, 아빠 손잡고 여기로 와주시면 안 될까요?”박민정은 아들이 왜 굳이 유남준의
이지원을 금방 보내고 난 박민정은 조하랑의 말에 깜짝 놀랐다.“뭐라고? 결혼? 누구랑 하는데?”“김인우 씨일 것 같아.”‘같아?’박민정은 순간 충격에 멍해졌다가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물었다.“하랑아, 너 인우 씨 할아버지 때문에 잠시 동의한 거지 절대 결혼은 하지 않을 거라고 하지 않았어?”“오늘 할아버지가 위독하셨는데 유일한 소원이 나와 김인우 씨가 결혼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하셔서 할아버지를 실망하게 해드리고 싶지 않아 결혼하기로 했어.”조하랑이 설명했다. 그녀는 어차피 지금 당장 좋아하는 사람도 없었기에 누구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나중에 할아버지가 떠나가신 후에 두 사람이 안 맞으면 그때 다시 이혼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박민정은 조하랑의 대답에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하랑아, 결혼은 그렇게 간단한 거 아니야. 너의 의지가 중요한 거야. 절대 그 할아버지의 말에 흔들려서 억지로 하면 안 돼.”“괜찮아. 억지로 하는 거 아니야. 아빠 말씀처럼 김씨 가문에 시집가면 하루아침에 재벌이 되는 거잖아.”조하랑이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민정아, 걱정하지 마. 사실 따지고 보면 내가 이득 보는 거잖아.”조하랑은 오래전에 사랑을 포기했다.과거에 그녀도 강연우와 깊은 사랑을 했었지만 결국은 강연우가 그녀를 배신하고 떠나버렸기 때문에 지금 그녀는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결혼할 수 있었다. 어차피 김인우를 사랑하지 않기에 배신도 없을 것이고 따라서 슬프지 않을 것이다.“하랑아, 어찌 됐든 내 말은 네가 원하지 않은 건 절대 하지 마.”“알았어. 끊을게.”조하랑은 전화를 끊고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김인우와 마주쳤다.그녀만 보면 말을 비꼬아서 하던 김인우가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할아버지는 절대 빨리 돌아가시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후회되면 지금 가서 얘기해요.”조하랑은 이미 결심을 굳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만약 인우 씨가 후회되면 언제든지 얘기해요. 인우 씨의 선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