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142화

작가: 윤지
내부자는 자신이 이미 정체가 드러난 것을 알지 못한 채 눈물을 흘리며 물었다.

“부장님, 저를 오해하신 게 아닐까요?”

박민정은 그녀와 더는 말다툼하지 않고 최근 확보한 증거들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좋게 헤어지자고요.”

결국 내부자는 호산 그룹을 떠났다.

전에 최현아가 가로챘던 프로젝트들이 다시 5팀으로 돌아오자 5팀의 직원들은 하나같이 박민정에 대한 존경심이 커졌다.

그녀는 언제나 말한 것을 지키며 직원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회사에서 해야 할 일을 모두 마친 박민정은 고영란을 찾아갔다. 고영란은 박민정이 도착하자 환한 미소로 맞았다.

“민정아, 여기 와서 앉아.”

박민정은 고영란 옆에 앉았다.

“요즘 몸은 괜찮니? 매일 이렇게 일하는데 힘들지 않아?”

박민정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의사 선생님도 아기가 잘 자라고 있다고 하셨어요. 몸도 피곤하지 않고요.”

고영란은 박민정이 더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최현아 사건, 네가 계획한 거지?”

박민정은 숨기지 않고 답했다.

“어쩔 수 없었어요. 유성혁 씨가 제가 맡은 좋은 프로젝트를 모두 최현아 씨에게 넘기고 저희 5팀에는 골칫거리만 넘겼거든요.”

고영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충고했다.

“잘했어. 그렇지만 앞으로 조심해야 해. 네 큰아버지 쪽 사람들은 소심하고 복수심이 강해. 틀림없이 체면을 되찾으려 할 거야.”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조심할게요.”

“너무 걱정하지 마. 네 뒤에는 내가 있어. 내가 살아 있는 한 너와 남준이 불안할 일은 없도록 할 거야.”

고영란은 진지하게 말했다.

두 사람은 회사 이야기를 잠시 더 나눈 후 함께 박연우를 데리러 유치원으로 향했다. 고영란의 차가 유치원 앞에 도착하자 많은 사람들이 그 차를 바라보았다.

“저거 호산 그룹 차 아니야?”

“한정판 차량에 경호원까지... 호산 그룹 고위층 아이도 이 유치원에 다니나?”

아이를 데리러 온 다른 학부모들은 모두 놀란 표정이었다.

다들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관련 챕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143화

    다행히 여기 부모들도 그저 잠깐 호기심을 보이다가 자신의 아이들이 나올 때쯤이면 모두 흩어졌다. 박연우가 차에 타자 차 안은 금세 웃음소리로 가득 찼고 그렇게 웃음 속에서 옛 저택에 도착했다. 고영란은 박연우의 귀여운 행동에 연신 웃음을 터트리며 오랜만에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윤소현도 와 있었다. 고영란이 박민정과 박연우를 데리고 들어오는 것을 본 윤소현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어머니.” “응.” 고영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윤소현에게 예의를 갖췄다. 윤소현은 박민정을 힐끔 본 뒤 고영란에게 물었다. “어머니, 박 아가씨는 무슨 일로 오셨나요?” ‘박 아가씨?’ 고영란은 이 호칭이 불쾌했다. 하지만 윤소현의 집안 배경을 의식하여 부드럽게 말했다. “박민정은 우리 유 씨 가문에 두 아이를 낳아줬어. 지금 배에 있는 아이도 유 씨 가문의 자식이야. 앞으로는 박 아가씨라고 부르지 말고 그냥 큰형님이라고 부르는 게 좋겠구나. 너무 멀게 대하지 말고.” 윤소현은 당황한 듯 표정이 굳어졌다. 신분도 지위도 자신보다 낮은 고아 출신의 박민정을 왜 큰형님이라 불러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고영란은 무슨 생각으로 박민정에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걸까?’ “알겠습니다.” 그녀는 불만 섞인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박민정을 부르지 않은 채 홀로 소파에 앉았다. 고영란도 더 이상 따지지 않고 박민정과 박연우에게 말했다. “곧 식사가 준비될 거야. 너희는 잠깐 쉬고 있어.” “네.”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박연우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할머니, 저 아빠 볼 수 있어요?” 아빠가 바보가 되었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사실이 아닐 것만 같았다. 고영란은 잠시 망설이다 대답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볼 수 있을 거야.” 유남준의 변한 모습을 너무 빨리 보여주는 것이 아이에게 충격이 될까 걱정되었다. “네, 알겠어요.” 박연우의 표정이 잠시 어두워졌다. “할머니는 옷 갈아입고 올 테니 잠시 후에 같이 밥 먹자.” 고영란은 미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144화

    “아!” 윤소현이 뒤늦게 아픔을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아파, 이 못된 녀석, 네가 감히 나를 물다니!” 그녀는 손을 들어 박연우를 때리려 했다. 하지만 박민정이 어떻게 그녀가 자기 아이를 때리도록 놔두겠는가? 박민정은 그녀의 손을 재빨리 잡아 막았다. 두 사람은 모두 임산부였기에 서로 밀리지 않았다. 박연우는 입안에 느껴지는 피 맛을 무시한 채 눈빛이 차갑게 변하며 윤소현의 팔을 놓지 않았다. 평소 귀여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이 모습을 본 집안의 사용인들도 충격에 휩싸여 그저 멍하니 지켜보기만 할 뿐 누구도 끼어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때 2층에서 옷을 갈아입던 고영란이 아래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놀라 서둘러 내려왔다.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박민정과 윤소현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모습과 박연우가 여전히 윤소현의 팔을 물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도대체 여기서 무슨 짓들이야?” 고영란의 목소리가 떨어지자마자 박연우는 윤소현의 팔을 놓았다. 박민정과 윤소현 역시 싸움을 멈추었지만 윤소현은 특히나 팔에 심한 상처를 입어 피가 맺혀 있었고 박연우가 있는 힘껏 물었던 탓에 자국이 선명했다. 고영란이 다가오자 윤소현이 무언가를 말하기도 전에 박연우가 울먹이며 먼저 말했다. “할머니, 이모가 우리 아빠가 멍청이가 됐다고 했어요. 바보가 됐다고요.” 그의 고자질하는 모습에 윤소현은 기가 막혀 할 말을 잃었다. 고영란은 그 말을 듣자 날카로운 시선으로 윤소현을 바라보았다. “윤소현, 네가 이모로서 어린아이에게 그런 말을 했다고?” 윤소현은 억울한 듯 자신의 팔을 보여주며 말했다. “어머니, 이거 보세요. 이건 그 아이가 문 거예요.” 박민정은 아이가 부당하게 대우받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윤소현 씨, 아이 앞에서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이 아이가 물었겠어요?” 그러자 윤소현은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반박했다. “제가 말한 게 틀렸나요? 형님은 분명히 지력에 문제가 생겨서 바보가 되셨잖아요. 거짓말한 것도 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145화

    한편 저택에서는 고영란이 박연우를 달래며 말했다. “아가, 울지 말렴. 네 아빠는 그냥 아픈 것뿐이고 곧 괜찮아지실 거야.” 박연우는 어린아이의 티를 내며 눈물을 흘리며 묻지만 속으론 할머니가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말이란 걸 알았다. 그러나 겉으로는 순진하게 연기하며 말했다. “정말이죠? 그럼 아빠를 볼 수 있나요? 아빠가 어떻게 지내시는지 보고 싶어요.” 고영란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박민정을 바라보았다. “민정아, 이거...” “우리 이따 저녁 다 먹고 아빠 보러 가자.” 고영란은 유남준이 바보 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만 박민정은 이를 알고 있다. 박민정은 앞으로 박연우에게 유남준의 병이 나아서 괜찮아졌다고 말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저녁 먹고 바로 가보자.” 박민정의 말에 고영란은 결정을 내렸다. 박연우는 이내 슬픈 표정을 풀고 순순히 저녁 식사를 했다. 드디어 아빠의 상황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저녁 식사가 끝난 뒤 고영란은 박연우와 박민정을 데리고 유남준이 있는 곳으로 갔다. 현재 유남준은 예전에 그가 거주하던 곳에서 머물고 있으며 예전의 사용인들이 돌보고 있어 본가에서보다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박민정 일행이 도착했을 때 유남준은 창가에 앉아 바깥을 내다보고 있었다. “남준은 식사했니?” 고영란이 사용인에게 물었다. “이미 드셨습니다.” 사용인이 대답했다. “그래, 밥을 잘 먹고 있다니 다행이네.” 고영란은 안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박연우는 엄마 뒤에서 아빠의 모습을 살펴보며 정말 무기력해 보이는 모습에 마음이 조금 착잡해졌다. 정말 수술 후유증이 이렇게 심한 건가 싶었다. 아빠가 지금 이런 상태라면 엄마에게 부담이 더 커지겠다는 생각에 슬퍼졌다. “아빠.” 박연우는 유남준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불렀다. 박민정은 혹시라도 유남준이 바보인척하는 게 들킬까 봐 박연우를 조용히 데리고 나왔다. “아빠는 지금 휴식이 필요해. 오늘은 방해하지 말고 그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146화

    이렇게 행동하는 박민정을 보고 유남준은 그녀가 서둘러 떠나려고 하는 줄 알았다.그는 저도 모르게 박민정의 손을 꼭 잡았다. “나 혼자 여기 있는 것도 불편해.”그처럼 일하는데 깔끔하고 차가운 성격의 사람이 이런 말을 하니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박민정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 “여기는 남준 씨 집이잖아요. 왜 불편해요?”“우리 집은 두원 별장이잖아?”유남준이 박민정에게 물었다.박민정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예전에는 그는 두원 별장이 두 사람의 집이라는 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근데 지금은 아주 자연스럽게 말한다. “네, 그래요. 그럼 잠시 같이 있어 줄게요.”박민정은 지금의 유남준이 어린아이처럼 느껴졌다.그녀가 남는다고 하자 유남준은 일어나 실내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임산부가 앉기 좋은 의자를 찾아 그녀더러 앉으라고 했다.“앉아, 너무 오래 서 있지 말고.”의자에 앉은 박민정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말했다. “고마워요.”유남준은 또 방으로 가서 과일과 먹을 것을 가져다 박민정에게 주었다.박민정은 그의 방에 이렇게 많은 음식이 있는 것을 보고 약간 놀랐다. “왜 먹을 게 이렇게 많아요? 다 도우미가 준비한 거예요? 근데 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네요?”박민정이 먹을 것을 보며 물었다. 어떤 거는 심지어 유남준이 싫어하는 음식이었다.유남준은 미소를 지었다. 그의 웃는 모습은 되게 이뻤다.“네가 온다고 해서 내가 몰래 사 오라고 한 거야. 안 그러면 네가 얼마나 심심하겠어. 게다가 임산부는 원래 빨리 배고파진다고 들었어. 당연히 먹을 게 있어야 하지 않겠어?”그는 이제 시력이 회복되고 건강도 거의 회복되었다. 그러니 아버지와 남편의 책임을 져야 하고 임신 중인 박민정을 잘 보살펴야 한다.이렇게 많은 맛있는 음식을 보고 박민정은 더없이 기뻐했다. 테이블 위에 먹을 것을 한 무더기 올려놓고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신나요.”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유남준은 그녀를 붙잡기 위해 먹을 것뿐만 아니라 예쁜 옷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147화

    다른 사람 눈에 박민정은 행복하기보다는 안쓰럽게 보였다. 유남준을 돌보는 도우미조차 참지 못하고 몰래 속닥였다. “큰 도련님이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사모님도 불쌍해. 이혼했는데 아직도 아이를 데리고 와서 도련님을 돌봐야 하니 말이에요.”“그니까요. 안쓰러워 죽겠어요. 정말 착하신 분이시니 하지 저 같으면 안 해요.”“바보예요? 큰 도련님이 누구인데요. 부잣집 아들은 바보라도 다른 정상적인 남자들보다 나아요. 사모님이 그걸 모르겠어요? 고 대표님께서 많은 돈을 줬을 거예요.”“...”도우미들은 이러쿵저러쿵 떠들다가 박민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하나같이 입을 다물었다.박민정은 이들을 신경 쓰지 않고 새 옷을 입고 액세서리를 하고 나갔다.최현아는 도우미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 회사에서 잘렸다. 박민정이 바보 유남준을 돌보러 왔다는 것을 알고 그녀는 일부러 밖에서 박민정을 기다리며 시비를 걸려 했다. 한참을 기다려서야 박민정이 유남준의 방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이제야 나왔네? 너 혹시 바보 같은 놈이랑 하지 말아야 할 일 한 거 아니야?”최현아가 비아냥거렸다.박민정은 가로등 밑에 서 있는 최현아를 보고는 신경 쓰지 않고 자기 갈 길을 갔다.최현아는 거머리처럼 그녀를 쫓아가며 말했다. “왜, 내 말이 맞았어? 바보를 돌보는 기분은 어때?”다들 바보라고 하는데 사실 유남준은 바보도 아니고 눈도 멀지 않았다. 박민정은 최현아가 진실을 알면 지금보다 더 화를 낼 것으로 생각했다.“좋은 것 같아요. 적어도 바보는 절 배신하지는 않을 거니까요.”박민정의 말에는 다른 뜻이 있다. 최현아는 무엇을 눈치챘는지 대뜸 말했다. “무슨 말이야?”“그냥 들은 그 뜻인데요?”박민정이 말했다. 최현아가 웃으며 말했다. “설마 우리 성혁 씨 얘기는 아니겠지? 우리 여보는 유남준 씨처럼 첫사랑 그런 거에 문에 먼 사람이 아니야.”박민정은 그녀와 옥신각신하기 귀찮아서 그녀 곁을 지나갔다.그녀가 서둘러 가는 모습을 보고 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148화

    “윤우야, 넌 이제 큰아이니까 혼자 자야지.”박민정은 허락하지 않았다.그녀는 지금 임신한 지 꽤 됐으니 잠잘 때 불편함이 크다.처음으로 박민정한테 거절을 당한 박윤우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엄마...”그가 막 애교를 부리려 하는데 박민정이 말했다. “됐어. 울기 좋아하는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는 없어.”박윤우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작은 베개를 안고 자기의 방으로 돌아갔다.그는 여전히 불안해서 박예찬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 오늘 밤 엄마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진 않겠지?”“이렇게 빠르지는 않을 거야. 엄마는 지금 막 우씨 가문에 들어갔어. 게다가 할머니도 있으니 이렇게 빨리 손을 쓰지는 않을 거야.”박예찬은 생각하는 게 꽤 어른스러웠다. “그럼 됐어.”박윤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그제야 잠을 푹 잘 수 있었다.이튿날 아침 박윤우는 아침 일찍 깨어나서 박민정이 괜찮은지 보러 갔다.박민정은 그보다 더 일찍 일어났다. 잠자리가 낯선 탓인지 그녀는 잠을 잘 자지 못했다.“윤우야, 일어났어? 빨리 씻고 할머니한테 가서 아침 먹자.”고영란은 박민정이 불편해할까 봐 아침 일찍 사람을 보내서 그들을 데려오라고 했다.고영란은 지금 외로워서 집안이 좀 시끌벅적하기를 바란다.“네.”박윤우는 바로단 대답했다.오늘 아침, 유남우와 윤소현 두 사람이 다 집에 돌아왔다. 윤소현은 어제 병원에 가서 팔 검진을 했다. 지금 박윤우를 보니 자신의 팔이 또 아파 나는 것 같았다.누가 감히 그녀를 다치게 한 것은 처음이었다. 윤소현은 결혼하면 반드시 박윤우를 혼내 주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엊그제 박민호가 거의 죽을 뻔했던 일도 아직 처리하지 않았다. “윤우야, 삼촌한테 와서 앉아.”유남우가 부드럽게 박윤우를 불렀다.그를 보고 박윤우는 귀신이라도 본 듯 괜히 겁을 먹었다.“아니요, 싫어요. 엄마랑 앉으면 돼요.”유남우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대답했다. “그래.”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고영란은 참지 못하고 박윤우를 놀렸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149화

    유남우는 어쩔 수 없이 윤소현과 함께하기로 했다.윤소현은 가면서 박민정한테 물었다. “형님, 오늘도 출근 안 하시고 아주버님 돌봐주실 거죠? 지금 아주버님께서 저러신데 매일 출근하면 어떻게 해요? 그렇지, 윤우야?”그녀는 말을 마치고 고영란과 박민정은 눈치를 살피지 않고 만족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떠났다.고영란은 오늘 같은 억울함을 느껴본 적이 없다. 그녀는 박민정을 달래며 말했다. “민정아, 내가 너의 편이 되어주지 못한 것을 탓하지 마. 윤소현의 엄마 정수미는 회사에 없으면 안 되는 큰 고객이셔. 너도 알잖아, 남우가 회사를 인수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말이야.”박민정이 대답했다. “잘 알고 있어요.”그녀는 스스로 노력해서 윤소현에게 보여주려고 마음먹었다.윤우를 학교에 보낸 후 박민정은 차에 앉아 곰곰이 생각했다.솔직히 말해서 대부분 사람은 자신의 힘으로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부모 잘 만난 사람을 이길 수 없다.박민정은 자신이 윤소현을 이기고 전씨 가문과 윤씨 가문의 괴롭힘을 두려워하지 않으려면 아직도 수년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오른쪽 얼굴의 흉터를 만지며 예찬이가 납치됐을 때의 모습이 생각했다. 그녀는 언제 복수를 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그녀가 지금 참고 있는 것은 그 일을 잊어버려서가 아니다.그녀는 매일 자신의 얼굴의 흉터를 본다.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 오늘따라 회사 분위기가 좋았다. 모두 최현아가 떠나서 기뻐했다.심지어 유성혁도 기뻐했다. 회사 안에서 자기를 지켜보는 사람이 없어지니 말이다. 그는 여자가 많은 곳으로 가지 않으면 박민정을 찾아갔다. 그리고 아무도 없을 때 거리낌 없이 카드를 내밀었다. “여기 네가 원하는 돈이 있어. 오늘 밤 내가 주소를 줄 테니까 네가 나를 만나러 와.”박민정은 유성혁이 던진 카드를 보았다. 그가 떠난 후 진서연을 불렀다.진서연은 유성혁이 정말 이렇게 많은 돈을 모은 것을 알고 의아해했다. "어떻게 그 사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150화

    [자기야, 나 벌써 다 씻었어. 지금 어디 있어? 왜 답장을 안 해?]이 메시지를 본 유남준은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는 아예 박민정의 핸드폰을 열었다. 그녀의 핸드폰 비밀번호는 간단해서 유남준은 한눈 흘겨보고 기억했다.그는 핸드폰을 켜자마자 유성혁이 보낸 오글거리는 메시지들을 보았다.하지만 박민정은 한 마디도 답장하지 않았다.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유남준이 답장을 쓰려는데 박민정이 탈의실에서 나왔다. “나 어때요?”박민정은 아이보리색 롱드레스로 잊고 나왔는데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귀티나고 우아했다.그녀가 유남준이 자신의 핸드폰을 들고 무슨 메시지를 보내려 하는 것을 보았다.“남준 씨가 들고 있는 건 내 핸드폰이에요.”유남준은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놀라서인지 박민정이 무서운지 얼른 핸드폰을 껐다.이런 그의 행동이 이상해서 박민정은 핸드폰을 가지러 앞으로 나섰다.유남준은 더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왜 유성혁이 이러는 것을 나한테 얘기 안 했어?”박민정은 그제야 그가 유성혁이 보내온 메시지를 봤다는 것을 알았다.“남준 씨는 아직 못다 한 일이 많잖아요. 당신을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요. 이 일은 나 혼자 해결할 거예요.”“어떻게?”유남준은 지금 서다희한테 유성혁을 바다에 던지라고 시키고 싶어 할 정도다.“내일 알게 될 거예요.”박민정은 핸드폰을 가져와서 유성혁이 보낸 메시지를 열어보고는 신경 쓰지 않았다.유남준은 그녀가 무언가를 단단히 마음먹고 자기한테 말하지 않으려 하는 것을 보고, 그녀가 떠난 후 바로 서다희더러 사람을 시켜 유성혁을 따르라고 했다.유성혁이 박민정을 조금만 건드린다면 그는 눈에 뵈는 게 없을 것이다.하지만 그 전에 그는 박민정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 손을 쓰더라도 내일이 지난 후에 해야 한다.호텔 안에서 유성혁은 메시지를 여러 통 보냈는데 박민정이 답이 없자 그는 초조해서 막 전화를 걸려고 했다.웨이터가 노크했다. “이것은 한 여성분이 주문해주신 술입니다. 술을 마시면서 자기가 올 때까지 기다리

최신 챕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78화

    조하랑은 요즘 집에서 태교에만 전념하고 있었다.그녀는 요 며칠 김인우가 어쩐 일인지 늦게야 귀가하는 게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가 어디를 다녀오는 건지 궁금해져 하녀에게 슬쩍 물었지만 하녀는 말끝을 흐릴 뿐 속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그걸 본 김훈은 손자를 거론하며 말했다.“하랑아, 인우는 네 남편이다. 어디 가는지도 모르고 그냥 넘어갈 거냐? 궁금하면 직접 전화해서 확인해. 딱 잡아봐야 정신 차리지.”그리고는 단단히 이죽였다.“만약 귀찮다느니, 피하려 든다느니 하면 내게 말해. 그놈 등짝 몇 대는 내가 책임진다.”조하랑은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니었다.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거나 집착하듯 물어보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임신한 이후로는 자꾸만 불안해졌다.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까, 그가 밖에서 사고를 당하진 않을까, 예상치 못한 위험에 휘말리진 않을까 하고.아무래도 몸 안에 김인우의 피가 흐르기 시작하면서 그에 대한 걱정도 따라온 모양이었다.“...알겠어요.”조하랑은 김훈이 자신 편을 들어준다는 사실에 조금 안심한 듯 더는 망설이지 않고 김인우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시각, 김인우는 아직 클럽을 떠나지도 않은 상태였다.“하랑 씨, 무슨 일이에요?”전화가 오자 그는 목소리를 누그러뜨리며 다정하게 받았다.“지금 어디예요?”조하랑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김인우는 주변을 둘러보며 그녀가 괜한 오해를 할까 싶어 거짓말을 꺼냈다.“아, 지금? 돌아가는 길이죠.”돌아가는 길이라고?그런데 조하랑의 귀에는 전화기 너머로 분명 남녀가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누가 들어도 외부 소음이 아니라 바로 옆에서 나는 소리였다.그녀의 미간이 좁아졌다.“정말이에요?”“당연하죠. 내가 왜 하랑 씨한테 거짓말을 하겠어요?”김인우는 그녀가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하필 그때, 뒤편에서 이지원이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오빠, 우리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오빠?그 말을 듣자마자 김인우는 재빨리 경호원에게 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77화

    바로 그때였다.차가운 눈빛 하나가 이지원을 향해 날카롭게 꽂혔다.이지원도 그 시선을 느꼈고 본능적으로 그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짙은 먹빛처럼 어두운 김인우의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오늘 김인우는 특별한 일정이 없어 바이어 몇 명을 데리고 식사를 하러 온 참이었다. 그런데 그가 본 것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이지원의 처참한 몰골이었다.그의 눈빛은 얼음처럼 냉담했다.하지만 이지원은 그 눈빛마저도 한 줄기 희망처럼 여긴 듯 허겁지겁 바닥에서 일어나 울먹이며 소리쳤다.“인우 오빠! 오빠!”그녀는 그에게 달려가려 했다. 그러나 김인우의 곁을 지키던 경호원들이 즉시 그녀를 막아섰다.이지원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소리쳤다.“오빠, 제발... 날 좀 살려줘요. 나 좀 살려줘...”김인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조용히 그녀를 내려다보았다.이때 곁에 있던 바이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이사님, 혹시 아는 분입니까?”김인우는 천천히 시선을 거두며 냉정히 답했다.“제가 어떻게 저런 여자를 알겠습니까.”“그렇죠, 그렇죠.”바이어는 머쓱한 듯 웃으며 연신 사과했다.“제가 사람 보는 눈이 없었네요. 딱 봐도 저런 여자는 별로 좋은 사람 같지가 않더군요. 아마 이사님께 잘 보이려고 들러붙은 거겠죠.”진주시에서 김인우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바이어는 이지원에게 노골적인 혐오를 드러내며 옆의 경호원에게 명령했다.“저 미친 여자 좀 치워. 여기서 체면 깎지 말고.”“네, 알겠습니다.”경호원들은 말도 없이 이지원을 들쳐 업듯 끌어내어 도로가 쪽으로 내던졌다.끌려가면서도 이지원은 계속해서 외쳤다.“오빠, 왜 그래... 왜 나를 모른 척해?”“놔, 이 사람들아! 인우 오빠는 내 친구야! 그 사람이 이 일 알면 절대 너희들 가만 안 둘 거야!”그녀는 말끝마다 이를 악물며 말했다.지금의 이지원은 확실히 정신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그녀는 자신도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머릿속에는 오로지 과거의 자신이 잘나가던 시절의 기억 뿐이었고 김인우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76화

    “민정 씨, 내가 잘못했어요. 제발, 제발 나 좀 도와줘요.”이지원은 박민정의 손을 덥석 붙잡고 애원했는데 눈빛엔 간절함이 가득했다.“이제는 정말 부탁할 사람이 민정 씨밖에 없어요. 내가 한창 잘 나갈 때 일도 너무 많이 벌였고 지금은 완전히 매장돼서 진 빚이 평생을 갚아도 못 갚을 만큼이에요.”박민정은 조용히, 그러나 아주 냉정하게 그녀를 바라봤다.“왜 내가 당신을 위해 돈을 갚아줄 거라 생각하죠?”이지원은 순간 멍해졌다.요즘 들어 그녀는 자꾸 옛날 꿈을 꾼다. 박민정과 친구로 지내며 가까웠던 그 시절, 박민정은 늘 그녀를 감싸고 누가 괴롭히려 하면 앞장서서 막아줬고 어떤 일이든 조건 없이 도와줬다.그뿐만이 아니었다. 박민정의 아버지 역시 그녀를 친딸처럼 잘해줬고 학비도 지원해주며 박민정과 같은 학교를 다니게 해줬다.가끔 꿈에서 깨면 지금의 현실이 너무 낯설어 스스로가 믿기지 않을 때도 있었다.“민정아, 나 정말 후회하고 있어. 너한테 그런 짓을 한 내가 미쳤었어, 정말이야...”이지원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지만 박민정은 아무런 감정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자신의 손을 그녀의 손에서 빼냈다.“이지원, 그렇게까지 안 해도 돼.”이지원이 놀라서 그녀를 바라보자 박민정은 담담히 말을 이었다.“네가 지금처럼 망가지지 않았다면 넌 후회했을까?”이지원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생각해봐. 네가 아직도 잘나가는 톱스타였다면, 남준 씨랑 인우 씨가 아직도 진실을 모른 채 널 감싸고 있었다면 넌 지금처럼 후회하며 내 앞에 이렇게 무릎을 꿇었을까?”박민정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만약 그런 상황이었다면 이지원은 아마 자신을 더 깊이 짓밟고 더 높은 곳에서 비웃었을 것이다.이지원은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한 채 입술만 달싹였다.박민정의 눈은 깊고도 고요했는데 마치 파동조차 없는 죽은 물처럼 어떤 감정도 깃들어 있지 않았다.“예전엔 널 정말 내 가장 소중한 친구라 생각했어. 하지만 내가 사람을 잘못 봤더라. 이젠 너에게 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75화

    윤소현의 일이 터지자 이 소식은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그중에는 한동안 집에 틀어박혀 지내던 이지원도 있었다.요즘 이지원은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빚쟁이들을 피해 도망 다니는 와중에 박민정과 유남준이 자신을 찾아올까 봐 늘 초조한 심정으로 지내고 있었다.하지만 이지원은 몰랐다.그 불안감 자체가 박민정이 의도한 것이란 걸.박민정은 윤소현의 문제를 매듭짓자마자 곧장 정민기에게 물었다.“요즘 이지원은 어떻게 지내요?”정민기는 그녀가 어느 허름한 월셋집에 숨어 살며 배달이나 택배를 받을 때만 문을 열고 그 외엔 꼼짝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그 말을 들은 박민정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보아하니 아직도 제정신으로 살고는 있나 보네요.”이지원은 자신뿐만 아니라 조하랑까지 위기에 몰아넣을 뻔했다. 그런 그녀를 그냥 둘 수 없었다.“이젠 그 평온한 삶에도 금이 좀 가야겠죠.”박민정은 조용히 말했다.정민기는 그 말뜻을 곧바로 알아차리고 지시를 내렸다....그날도 이지원은 언제나처럼 문 앞에 도착한 택배를 가지러 나섰다. 하지만 그 순간, 서너 명의 남자들이 그녀를 둘러쌌다.그중 선두에 선 남자가 비웃듯 말했다.“우리 대스타님, 어디 가시나?”이지원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아무 데도 안 가요. 정말이에요.”“그래서 돈은 언제 갚을 건데? 당신 같은 사람 믿고 우리 사장님이 그 딜 들어갔다가 결국 손해만 봤잖아. 안 그래?”남자는 거칠게 그녀의 팔을 움켜잡았다.“제발요. 진짜 돈이 없어요... 제발 한번만 봐주세요…”이지원은 애걸했다.“돈이 없으면 일이라도 해야지, 그렇게 방구석에 처박혀서 빚만 미루고 있으면 되겠어?”사방을 둘러싼 이들은 이지원을 완전히 포위했다.이지원은 어떻게든 도망치려 했지만 몸을 뺄 수가 없었다. 결국 일해서 갚겠다는 조건으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이미 업계에서 퇴출당한 몸, 일자리를 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결국, 이지원은 다시 ‘제우스 클럽’으로 돌아왔다.예전에 그녀는 정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74화

    이미 손연서의 번호는 더는 연결되지 않았다.오준수가 다급하게 물었다.“어때요? 뭐래요?”차현영의 눈빛에는 짙은 분노가 어려 있었다.“손연서 저년은 아예 우리랑 인연을 끊고 살 작정이야.”그 말을 들은 옆자리의 오성훈이 발끈했다.“아빠, 할머니! 나 집에 갈래요! 나 비행기 갖고 놀고 싶단 말이에요! 도대체 언제 집에 가요?”오준수는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조용히 해! 지금 집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몰라?”하지만 오성훈은 그런 사정쯤엔 관심이 없었다.“나 금희 아줌마가 만든 대추떡 먹고 싶어요! 아줌마 불러와요! 당장!”허금희는 오씨 가문이 파산한 이후, 오준수가 내쫓아버린 가사도우미였다.차현영은 손자를 달래느라 진땀을 흘렸다.“그래그래, 우리 착한 성훈이. 조금만 있으면 아줌마 다시 부를게. 그때 대추떡 많이 해달라 하자, 응?”“싫어요! 지금 당장 먹고 싶단 말이에요! 지금!”오성훈은 철없이 키워진 탓에 떼를 쓰기 시작했다.“먹을 거, 먹을 거! 입만 열면 먹을 거냐? 계속 이러면 진짜 혼난다?”오준수는 참다못해 고함을 질렀다.태어나서 처음 아버지에게 소리를 들은 오성훈은 놀란 눈으로 울음을 멈췄지만 그 잠깐의 정적은 오래 가지 않았다. 이내 방 안은 아이의 울부짖는 소리로 가득 찼고, 그 어떤 달램도 통하지 않았다.그렇게 오씨 가문 식구들 모두는 진이 다 빠진 상태였다. 하지만 채권자들은 이들의 사정을 봐줄 만큼 착하지 않았다.그 다음 날 아침, 오씨 가문의 저택이 압류되었다.오준수는 하룻밤 새 작은 사업가에서 무일푼의 노숙자가 되었고 차현영은 분노와 스트레스로 결국 병이 나 병원에 입원했다.그리고 오성훈은 계속 울기만 하며 ‘집에 갈래’를 외쳤다.“연서 엄마 불러줘요. 연서 엄마 보고 싶어요!”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손연서가 곁에 있을 때 자신이 얼마나 좋은 대접을 받았는지를. 하지만 모든 게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손연서는 부하에게서 이 소식을 전해 듣고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그들이 과거 자신에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73화

    손연서가 전화를 끊고 막 눈을 붙이려던 참에 또다시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렸다.화면을 보니 모르는 번호였다.조금 의아한 마음에 전화를 받자 익숙하면서도 듣기 싫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손연서? 연서 맞니?”차현영이었다.예전, 오준수가 그녀와 이혼한 직후 차현영은 그녀의 연락처를 아예 차단했었다. 그래서 지금은 다른 사람의 전화기를 빌려 걸고 있었다.바로 옆엔 오준수가 서 있었다. 손연서가 전화를 곧장 끊을까 염려해, 그나마 그녀와 연락이 닿을 가능성이 있는 차현영이 전화를 맡은 것이다.손연서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저 맞아요.”“아이고, 다행이다. 드디어 네 목소리를 듣는구나. 언제 시간 좀 내서 집에 한 번 들르지 않겠니?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래, 연서야.”차현영은 최대한 다정한 목소리를 흉내 내며 말했다.손연서는 그 말에 피식 웃음이 났다.“오 여사님. 그쪽 아들과 저는 이미 이혼했어요. 그러니 그쪽도 제 어머니가 아니죠.”차갑고 또렷한 그 말에 차현영의 얼굴빛이 순간 어두워졌다.하지만 지금은 사정해야 할 입장이니 차현영은 억지로 분노를 눌러가며 상냥한 척 말을 이었다.“연서야, 그땐 준수가 철이 없었어. 나도 정말 많이 후회하고 있어. 왜 그때 너희를 막지 못했을까 싶어서...”“내가 준수 야단도 쳤어. 전처럼 이천애 같은 여우한테 절대 다시 안 휘둘릴 거야. 그러니까 너도 다시 돌아오면 안 되겠니?”그녀는 말을 마치고 옆에 있던 오성훈을 툭툭 건드렸다.“성훈아, 어서 엄마라고 부르렴.”오성훈은 귀찮다는 듯 표정을 찌푸렸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말은 잘 들었다.“엄마... 엄마, 돌아와 줘요. 저 엄마밖에 없어요. 엄마, 제발 돌아와 줘요.”아이의 목소리에 손연서의 가슴이 순간적으로 저려왔다.하지만 그건 오성훈 때문이 아니었다. 자신이 그 아이에게 쏟았던 과거의 마음과 시간, 그 모든 것이 헛수고였다는 걸 떠올렸기 때문이었다.전에 차현영은 손연서에게 오성훈의 엄마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고 했고 오성훈 역시 그렇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72화

    차현영은 그래도 이성의 끈을 완전히 놓지 않았다. 이천애가 헉헉대며 숨을 몰아쉬는 모습을 보자 급히 아들을 말렸다.“준수야, 그만해. 죽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오준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손에 힘을 풀며 그녀를 밀쳐냈다.이천애는 힘없이 바닥에 나동그라졌고 거칠게 기침을 쏟아냈다. 그녀를 향한 오준수의 눈에는 단 한 치의 연민도 없었다. 그는 그대로 다가가 발로 그녀의 배를 걷어찼다.“마지막으로 한번 묻는다. 물건 어디 있냐?”이천애는 기침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정말이야. 켁켁... 도, 도둑맞았어.”오준수는 더는 말 섞을 가치조차 느끼지 못했는지 곧장 어머니를 불러들여 방 안 구석구석을 뒤지기 시작했다. 혹시나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서였다.하지만 방을 반 이상 뒤지고 나서도 끝내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이천애는 그제야 정신을 좀 차렸는지 얼굴 가득 눈물 자국을 남긴 채 조용히 입을 열었다.“정말이야. 나 거짓말 안 했어. 도둑맞지 않았으면 벌써 출국했겠지.”“닥쳐!”오준수는 또다시 그녀의 몸을 걷어찼고 차현영은 참담한 얼굴로 그녀를 가리키며 소리쳤다.“너 우리 준수 생각은 안 해도, 네 아들 생각은 좀 해야 하는 거 아니니? 그게 우리가 가진 마지막 돈이었어! 도대체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어?”이천애는 고개를 숙이고 두 주먹을 꼭 쥐었다.가난하게 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지금 절대 해선 안 되는 말이었다.“오빠, 제발... 제발 이번 한 번만 날 용서해 줘. 그래도 나, 성훈이 엄마잖아. 성훈이가 엄마 없이 자라게 하고 싶어?”오준수는 그녀를 향해 침을 뱉었다.“너 같은 게 무슨 엄마야. 내가 눈이 멀었지, 너 같은 걸 좋아했던 내가 미친 거였어.”솔직히 그는 지금 누구보다 후회하고 있었다. 당시, 한낱 모델이었던 이천애에게 빠져 손연서와 아이를 저버렸던 그 선택이 뼛속까지 원망스러웠다.차현영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내가 그때 널 말렸어야 했는데... 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71화

    홍주영은 하민재가 자신을 위해 그런 말을 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서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대답했지만 머릿속에선 박민정이 오늘 했던 말들이 자꾸만 맴돌았다.유남우는 정말 겉모습처럼 좋은 사람일까?예전엔 그녀가 유남우에게 너무 마음을 줬던 탓이었는지도 모른다. 혹은, 외국에 있을 당시, 병을 앓고 있던 그를 안쓰럽게 여겼던 것일 수도 있다.그녀는 유남우의 좋은 면만을 보며 그를 받아들였지만 지금 점점 그가 단순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구석이 있었다.“됐어요, 그 얘기는 그만해요.”하민재는 그녀의 얼굴에 드리운 어두운 기색을 보고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홍주영도 더는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한편, 손연서도 박민정 쪽 상황이 잘 풀리지 않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녀는 약간은 실망스러운 기색이었지만 입으로는 태연하게 말했다.“다혜를 입양하지 못하더라도 전 종종 찾아가 볼 생각이에요.”박민정이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할 때 손연서가 말을 이었다.“맞다, 민정 씨. 저 이천애 찾았어요.”“이렇게 빨리요?”박민정이 놀라서 되물었다.“전 오히려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는걸요.”손연서는 이천애의 얄미운 얼굴을 떠올리면 지금도 분이 치밀었다.“그럼 이제 찾았으니 어떻게 할 건데요?” 박민정의 물음에 손연서는 의자에 등을 기댄 채 깊이 고민하지도 않고 대답했다.“일단 이천애 주소를 오준수에게 흘려뒀어요. 둘이 알아서 치고받게 두는 거죠.”그녀는 이천애를 감시하라고 사람을 붙여두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 벌어지면 곧바로 손연서 쪽에 영상이나 소식이 들어왔다.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곧 영상 하나가 도착했다.이천애는 오준수의 어머니가 아끼던 액세서리를 훔쳐 출국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고 도망치듯 허름한 여관에 숨어 있었다.오준수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채 그곳까지 찾아가 문을 박차고 들어갔는데 차현영도 함께였다.모자는 마치 원수를 만난 듯 이천애를 노려봤다.“이 죽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70화

    잠시 후, 홍주영은 병원에 도착했다.병실 안으로 들어가기 전 문 너머로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몰래 엿들을 생각은 없었지만 그 안에서 ‘유남우’라는 이름이 나오는 순간, 그녀의 발걸음이 저절로 멈췄다.결국 문을 두드리지 못하고 그대로 가만히 서 있었다.“그 유남우란 사람, 설마 자기 형 복수라도 하려는 건가?”낯선 남자의 목소리였다.“그럴 리 없어. 유남우랑 유남준 사이 엄청 안 좋았어.”하민재가 친구에게 단언하듯 말했다.“이번 일은 내가 졌다고 인정해야지. 세상에, 이렇게까지 음험한 짓을 할 줄은 몰랐어. 나를 해치려고 일부러 교통사고를 꾸미다니.”그 말에 홍주영은 그 자리에 굳은 듯 멈춰 섰다.유남우가 하민재를 해치려고 사람을 시켜 교통사고를 냈다고? 그게 정말 사실일까?하지만 왜? 이유가 뭐지?“난 이만 간다. 혹시 무슨 일 생기면 연락해.”대화를 나누던 하민재의 친구가 자리를 뜨려는 기색이었다.홍주영은 재빨리 복도 모퉁이로 몸을 숨겼다. 사람이 완전히 떠난 뒤에도 한참을 기다렸다가 마음을 다잡고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주영 씨, 안 오는 줄 알았어요.”하민재는 그녀를 보자 두 눈이 반짝였는데 정말 기뻐하는 게 느껴졌다.홍주영은 조용히 다가가 그의 곁에 앉았다.“밥은 먹었어요?”하민재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주영 씨가 시켜준 음식 진짜 맛있었어요.”“그래요?”홍주영은 속으로 좀 민망했다. 배달 음식이 맛있을 게 뭐가 있다고...그녀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고 조심스레 물으며 분위기를 살폈다.“근데 말이에요, 이번 교통사고에서 혹시 다른 사람은 안 다쳤어요?”하민재는 그녀가 건넨 물을 한 모금 마시곤 그대로 숨기기로 마음먹었다.“아니요, 나만 다쳤어요. 내가 좀 재수가 없었죠.”그는 알고 있었다. 유남우가 홍주영에게 어떤 존재인지. 혹여 진실을 말하면 그녀는 자신을 도와주기는커녕 화를 낼지도 몰랐다.하지만 홍주영은 감정에는 조금 둔할지 몰라도 바보는 아니었다. 하민재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걸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