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115화

작가: 윤지
두 손을 꼭 움켜쥔 박민정은 차갑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사과하기 싫다면요?”

정수미는 고개를 돌려 유남우를 바라보았다.

“남우야, 이런 직원을 굳이 남겨둘 필요가 있을까?”

하는 수 없이 유남우는 박민정에게 사과하라고 ‘강요’했다.

“박 팀장님, 얼른 사과해요.”

박민정은 고사하고 유남우마저 정수미에게 미움을 살 수 없는 처지다.

호산 그룹에 있어서 정씨 가문의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이니 말이다.

그리고 정수미의 실력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유남우는 잘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자기의 실력 역시 잘 알고 있기에 정수미로부터 박민정을 지킬 수 없었다.

박민정도 그 모든 걸 모를 리가 없어 이를 악물고 윤소현과 함미현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윤소현은 마지못해 사과하는 박민정의 모습을 보고서 득의양양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이대로 박민정을 순순히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

“듣자 하니 어제 우리 미현이한테 이것저것 엄청나게 시켰다면서? 겨우 사과 한마디에 우리 미현이가 받았던 상처가 사라질 것 같아?”

“제가 어떻게 하면 화가 풀리시겠습니까?”

윤소현은 바닥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적어도 무릎은 꿇고 사과해야 성의가 보이지 않겠어?”

그 한마디에 옆에서 듣고 있던 함미현은 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윤소현의 옷깃을 당겼다.

“언니, 그만해도 돼.”

“우리 미현이 이렇게 착해서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래. 엄마가 이렇게 나서주지 않았더라면 너 오늘도 쟤한테 당하고 있었을 거야.”

함미현에게 말하고 나서 윤소현은 박민정에게 덧붙였다.

“지금 무릎 꿇으면 어제 있었던 일은 눈 감아 줄게.”

박민정은 그제야 정수미가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알게 되었다.

하지만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내가 언제 시켰다고 그러는 거지?’

박민정은 얼렁뚱땅 ‘죄’를 뒤집어쓸 수 없어 무릎을 꿇지 않았다.

이윽고 직접 함미현에게 물었다.

“미현 씨, 제가 어제 어떻게 괴롭혔는지 또 어떻게 이것저것 시켰는지 설명 좀 해주시겠습니까?”

순간 들이닥친 질문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116화

    “젊은이니까 실수를 하기 마련이에요. 정 대표님, 우리 며느리를 대신해 제가 당신과 당신 딸에게 사과드립니다. 무릎을 꿇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한 가족이잖아요. 게다가 제 며느리는 임신 중이에요.”고영란이 자기와 같은 나이의 여자에게 이렇게 공손하게 대하는 것은 처음이다. 정수미는 고영란이 박민정 대신 사과하는 것을 보고 안색이 많이 좋아졌다.고영란은 또 박민정한테 말했다. “어서 정씨 가문의 아가씨에게 사과해. 그러면 정 대표님은 너 같은 철없는 계집애와 따지지 않을 거야.”고영란은 박민정보다 훨씬 원활했다.박민정이 말했다. “미현 씨, 죄송합니다. 분명 오해일 거예요. 정말 죄송합니다.”이렇게 된 이상, 정수미와 함미현은 어쩔 수 없이 사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계속 이 일에 집착한다면 그녀들은 너그럽지 못한 사람이 되는 셈이다. 게다가 정수미도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박민정이 진짜 함미현을 괴롭혔다면 감히 함미현에게 대들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 가서 일해. 정 대표님과 할 말이 있어.”“네.”박민정이 자리를 떠났다.그녀는 대표이사실에 오기 전에 고영란에게 전화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오늘 일은 쉽게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윤소현은 박민정이 아무 일 없는 것을 보고 달갑지 않아 했다. 하지만 별수 없었다.박민정의 뱃속에 두 아이가 없었더라면 고영란은 박민정의 편을 들지 않았을 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소현아, 동생 데리고 회사 구경 많이 해. 네 엄마랑 얘기 좀 할게.”고영란이 말했다.윤소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일어섰다. “네.”그녀는 함미현을 데리고 떠났다.한미현은 윤소현의 뒤를 따르며 민망해서 말했다. “언니, 오늘 저 때문에 고생했어요.”윤소현은 눈을 희번덕이며 말했다. “아니야. 하지만 앞으로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야 해. 남들이 너를 그렇게 괴롭히는데 가만있으면 어떡해?”“알겠어요.”함미현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윤소현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조금의 경계심도 없었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117화

    최현아는 말을 마치고 앞으로 다가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계약서를 뺏으려 했다.계약서를 빼앗은 최현아는 5팀 직원들에게 말했다. “이런 팀장을 따르려니 빨리 나가는 게 좋겠어.”최현아는 득의양양해서 떠났다.5팀 직원들은 매우 화가 났다. 박민정이 어렵게 해낸 해외 프로젝트를 최현아가 뺏었으니 말이다. 직원들은 잇달아 단톡방에서 박민정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팀장님, 우리 같이 사직서 내요. 이런 회사는 다닐 필요가 없어요.][맞아요, 너무 불공평해요.][호산 그룹은 대기업이라서 경영을 잘할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가족 사업이네요.][대표님이 바뀌어서 그런가 봐요. 전에 유남준 대표님이 있을 때 이런 일이 전혀 없었잖아요.]그들은 단톡방에서 불만을 호소했다. 박민정은 그들의 마음을 잘 헤아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먼저 참으세요. 시간을 좀 주면 제가 꼭 잘 처리할게요. 절대로 내 팀원들이 헛되이 괴롭힘을 당하게 하지 않을 거예요.]박민정은 지금의 유남우는 유남준과 아주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유남준은 스스로 노력해서 대표의 자리에 올랐고 그 후에도 온갖 수단을 써서 가까스로 자리를 지켰다.유남우가 호산 그룹의 대표로 된 것은 순전히 그가 유남준의 동생이고 잘생긴 얼굴 때문이다.그는 지금 그룹을 맡고 있긴 하지만 아직 불안정한 상태라 유씨 가문의 사람들을 움직일 수 없다. 특히 유명훈 말이다. [팀장님께서 이렇게 말하니 우리는 말을 들어야죠.]한 사람이 말했다.다른 사람들도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팀장님 말을 듣자고요.][자, 계속 일합시다. 이번 달에도 마케팅부 실적 1위를 따내야 해요.”박민정은 팀원들이 이렇게 빨리 의욕을 되찾는 것을 보고 덩달아 기뻐했다.하지만 그녀는 부서에 스파이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박민정은 누가 스파이인지 알고 있다.최현아는 역시 단톡방에서의 채팅 메시지를 보았다.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직원들에게 어떻게 설명하는지 봐야겠다.”유성혁은 최현아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118화

    박민정은 이렇게 징그러운 유성혁을 보며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유 대표님, 물어볼 게 있어요.”“뭐요?”“제가 대표님과 사귄다고 하면 최 대표님으로부터 저를 지킬 수 있나요? 만약 최 대표님께서 우리의 일을 알게 된다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하죠?”박민정은 말을 마치고 녹음을 시작했다.유성혁은 당연히 박민정에게 경계심이 없었다.그는 자기를 여자가 꽤 많아서 박민정도 자신을 좋아할 거라고 확신했다. 유남준은 이미 바보가 되었지만 자기는 아직 젊고 활기가 넘치니 말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최현아가 당신을 해치지 못하게 할거예요. 그리고 그 사람이 모르게 할 수 있어요. 사실 출장 갈 때마다 많은 여자가 저를 찾아와요.”말을 하면서 유성혁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최현아는 이런 일을 전혀 몰라요. 그 사람은 바보예요. 내가 뭐라고 말하면 곧이곧대로 믿어요.”“지금 당신을 받아들이면 전에 최 대표님께 줬던 프로젝트들을 다시 줄 수 있어요?”박민정이 물었다.유성혁은 좀 난처한 듯 말했다. “이건 좀 곤란해요. 최현아가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잖아요. 저는 공적인 자리에서 당신한테 잘해줄 수 없어요. 하지만 다른 부서로 옮겨줄 수는 있어요. 원하는 대로 다 해줄게요.”박민정은 유성혁의 말을 들으며 저도 모르게 웃었다.“유 대표님, 저희 어머님이 저한테 한 달에 얼마씩 주는지 아세요?”유성혁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얼마 주는데요?”“20억이요.”박민정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저와 사귄다면 한 달에 이 정도의 돈을 줄 수 있나요?”유성혁은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 그는 뭐가 생각났는지 대뜸 말했다. “그 사람이 지금 당신에게 그렇게 많은 돈을 주는 것은 모두 당신 배 속의 아이 때문이에요. 설마 그 사람이 진심으로 당신에게 잘해준다고 생각해요?”“당신이 얼마나 줄 수 있는지, 얼마만큼 잘해줄 수 있는지만 말해보세요.”박민정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저는 당신이 그저 제가 새로워서 이러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119화

    유남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박민정에게 기대어 뽀뽀했다. 박민정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차 안에 운전기사도 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었다.그녀는 유남준의 어깨를 몇 번 때렸다.그는 그제야 그녀를 놓아주었다. “왜, 어디 아파?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박민정은 그가 지금 볼 수 있는 것을 확신했다. 하지만 너무 뻔하고 웃긴 질문이었다. 얼굴이 왜 빨개지냐고 물어보니 말이다. 당연히 그가 갑자기 들이대서 그런 것이다. “그런 거 아니에요.”그녀는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기사님한테 데리러 오지 말라고 메시지를 보내야겠어요.”유남준은 가만히 앉아서 그녀가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지켜보았다.박민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계속 쳐다봐요?”유남준은 침을 넘기며 말했다.“모처럼 볼 수 있게 되었는데 많이 봐야지.”그는 박민정의 불룩한 아랫배를 보고 손을 뻗어 그녀를 더 꽉 껴안았다. “그동안 고생했어.”그동안의 일이 떠오른 박민정은 갑자기 화가 나서 그를 밀어냈다. “그런 말 하지 말아요. 우린 이미 이혼했어요. 난 그저 당신이 안쓰러워서 그런 거예요.”유남준은 자신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 “바보야.”“당신이야말로 바보죠.”박민정이 그를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 유남준은 가만히 있으며 그녀가 꼬집으라고 내버려 두었다. “네가 걱정할까 봐 내가 찾아왔어. 난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 요 며칠 너를 자주 찾을 수는 없을 거야.”그의 말을 듣고 박민정은 걱정스러운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병원에 가서 검진은 받았어요?”“응. 근데 아직 결과는 안 나왔어.”유남준은 말을 하다가 또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뽀뽀했다.박민정은 얼른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이러지 말아요.”“호텔에 갈까?”유남준이 물었다.박민정은 의아해했다. “호텔에는 왜요?”“이렇게 오랫동안 안 했는데 원하지 않아?”유남준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리고 또 한마디 보탰다. “이건 정상적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120화

    윤소현은 순간 얼굴색이 변했다. 그리고 급히 해명했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네요. 오늘 일은 저랑 아무 상관없어요. 박민정이 함미현과 트러블이 생겨서 함미현이 우리 엄마한테 말한 거예요.”유남우는 바보가 아니고서는 그녀의 말을 믿을 리가 없다. “소현아, 우리는 다음 달에 결혼할 거야. 박민정을 너무 신경 쓸 필요 없어. 그 사람한테 아무 감정 없어.”유남우는 윤소현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결혼식을 앞당겼다.윤소현은 처음엔 너무 좋아했지만 나중에 그의 말을 되새겨 보니 뭔가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설마 박민정 때문에 저랑 결혼하려는 건 아니죠?”“내가 박민정을 좋아하면 너랑 결혼할 필요가 없잖아?”유남우가 되물었다.윤소현도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다. 그녀의 뱃속에는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는 아이가 있다. 게다가 유남우가 자신과 결혼하고 싶어 하니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박민정은 그의 마음속에서 첫사랑 비슷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남자 마음속에 여자가 몇 명 있는 건 나무랄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윤소현은 자신을 이해시키고는 유남우에게 말했다. “남우 씨, 걱정 마요. 제가 민정이랑 잘 얘기해볼게요. 다 오해예요.”“그래, 이번 달 준비 잘하고.”유남우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네.”윤소현은 너무 기쁜 나머지 전화를 끊은 후 바로 이 소식을 정수미에게 알렸다.정수미의 곁에 앉아 있던 함미현은 윤소현이 곧 유남우에게 시집간다는 소식을 듣고 부러움을 금치 못했다. “언니, 축하해요.”“고마워.”윤소현은 웃으며 말했다.함미현은 그녀의 세련된 차림새와 카리스마가 넘치는 모습을 보며 괜스레 질투가 났다.만약 자신이 일찍 정수미에게 왔더라면 자기도 윤서현과 같을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생각했다. 그녀는 이 생각을 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이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자기는 정수미의 친딸도 아니니 말이다. 정수미는 함미현의 마음을 알아차린 듯 말했다. “소현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121화

    함미현은 다리에 힘이 풀려 윤소현 앞에 무릎을 꿇었다.“언니, 제발 정 대표님한테 말하지 말아 주세요. 저도 어찌할 방법이 없어서 이러는 거예요. 제 아들이 심한 병에 걸렸어요. 정 대표님의 도움이 없으면 저희는 아이를 치료해줄 전문가도, 돈도 없어요.”그녀는 눈물이 앞을 가렸고 온몸을 벌벌 떨었다. 윤소현은 그녀의 비참한 모습을 보며 조금 전의 나쁜 기분이 싹 가셨다.“누가 네 언니야? 앞으로 사석에서는 소현 씨라고 불러, 알겠지?”함미현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소현 씨.”“걱정하지 마, 난 너의 신분을 들추어내지 않을 거야. 하지만 앞으로 내가 하라는 대로 해야 해, 들었어?”윤소현이 말했다. “네. 제 비밀을 지켜주신다면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함미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왜 윤소현이 그녀의 신분을 폭로하지 않는지 생각하지 않았다. “이제 일어나.”함미현은 몸을 부르르 떨며 일어섰다. “소현 씨, 정말 저를 도와주시겠습니까?”“내가 얌전히 있으면서 우리 엄마를 기쁘게 해준다면 당연히 너를 도울 거야.”윤소현은 정수미를 위하는 척하며 말했다. “엄마는 친딸을 찾느라고 얼마나 애를 쓰셨는지 몰라. 너를 어렵게 찾았고 이제는 딸로 인정하고 있어. 네 신분을 말씀드리고 엄마는 분명히 슬퍼하실 거야.”그 말을 듣고 함미현은 윤소현이 참으로 부모님께 효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전 꼭 정 대표님께 잘할 거예요. 절대로 대표님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을 거예요.”“그래, 하지만 앞으로 엄마가 너한테 무언가를 준다면 꼭 거절해. 거절하지 못했으면 나한테 바로바로 얘기하고.”윤소현이 말했다. “네.”윤소현은 잠시 생각하고 말했다. “오늘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네 남편한테도 안 돼, 알겠어?”“알겠어요.”함미현은 꽤 말을 잘 들었다. 그녀에게 말을 다 하고 윤소현은 홀가분해져서 방으로 돌아가 쉬었다.함미현은 너무 무서워서 밤에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친엄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122화

    소파에 앉아 있던 방성원은 그의 시선을 느꼈다. “네 동생 유남우랑 윤소현의 청첩장이야. 내가 갈까 말까?”유남우의 청첩장이라는 말을 듣고 유남준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결혼식이 언제인데?”“다음 달 1일.”방성원도 그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 “유남우는 도대체 어떻게 윤소현을 꼬신 거야? 정수미에게 딸이 윤소현 하나이니 정씨 가문의 재산은 모두 유남우의 것이 될 것이잖아.”정씨 가문은 솔직히 말해서 지금의 호산 그룹보다도 실력이 강하다. 정씨 가문에 남자가 부족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더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유남준은 그런 것보다 박민정을 걱정했다.그는 박민정이 자기를 유남우의 대역으로 생각해서 자신과 함께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이제 유남우가 결혼하는데 박민정이 슬퍼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참, 최근에 알아보니 정수미가 친딸을 찾았다고 하던데?”방성원이 불쑥 말했다.유남준은 잠시 멍해 있다가 반응을 보였다. “친딸?”“응, 정수미가 젊었을 때 정씨 가문으로부터 박해를 받았나 봐. 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집 사람들이 아이를 내다 버렸다고 들었어.”이 일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일이라 알아내기 어렵지 않았다. 방성원이 유일하게 알아내지 못한 것은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였는지다.“그 사람의 친딸은 더 조사해봐도 좋을 거 같아.”유남준이 말했다. 방성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사람을 보내서 잘 알아볼게.”일반적으로 보면 모두 친자식을 더 중요시한다.정수미의 친딸이 돌아오면 앞으로 정씨 가문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다. 윤소현은 더는 유일한 후계자가 아닐 것이다.두 사람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간이 늦은 것을 본 방성원은 바로 딸을 돌보러 갔다.혼자 남은 유남준은 휴대전화를 꺼내 박민정에게 연락했다.[자?]한참 만에 그는 겨우 한 글자를 보냈다.그는 다른 사람에게 문자를 거의 보내지 않는다. 업무를 인계하는 것도 엄청 짧고 간략하게 보낸다. 그러나 30분이 지나도, 1시간이 지나도 답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123화

    유남준은 재빨리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보니 평범한 푸시 메시지였다.그는 더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일어나 푸시 메시지를 열어보았다. 다름이 아닌 유남우와 윤소현이 약혼하는 소식이었다.댓글은 다 좋았다. “너무 잘 어울려요. 부럽습니다.”“이게 정말 환상의 커플이죠.”“윤소현은 정말 운 좋네. 유남우가 얼마나 잘생겼는데. 게다가 호산 그룹의 대표야.”“...”모두 저마다 한마디씩 댓글을 달았다.핸드폰을 끄려던 때에 유남준은 자신과 박민정에 대한 댓글을 보았다. “전에 유남우의 형, 유남준의 아내가 이 윤소현보다 더 예쁘던데.”“누가 옆에서 찍은 결혼식 사진을 찾아냈어요. 정말 예쁘네요.”유남준도 댓글에 달린 박민정과의 결혼식 사진을 보았다.그때 그는 결혼식에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았다. 그래서 인터넷에 크게 보도되거나 촬영 등을 허락하지 않았다.이 때문에 두 사람의 결혼식은 별로 관심을 끌지 못했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아무런 사진도, 영상도 없다. 이 사진은 누가 목숨을 걸고 찍은 사진일 것이다. 유남준은 사진을 핸드폰에 저장했다.박민정은 잠에서 깬 뒤에야 유남준의 메시지를 보았다.그녀는 답장을 보내려다가 유남준이 한 말이 생각났다. 그는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원수가 찾아와 복수할 봐 두렵다는 것 말이다. 지금은 채팅하면서 위치도 볼 수 있다. 유남준이 무슨 특별한 수단으로 메시지를 보낸 것인지 모른다. 지금 자신이 메시지에 답장하면 누군가에게 들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박민정은 유남준이 보내온 채팅 기록도 아예 삭제했다.그녀의 추측은 맞았다. 유남우는 좀처럼 유남준을 찾지 못해 사람을 시켜 박민정의 핸드폰을 해킹하라고 했다. 다만 유남우는 아직 유남준에 대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시간이 이렇게 많이 지났는데 바보 한 명도 못 찾겠어?”유남우는 표정이 어두웠다.부하들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유남우의 진짜 정체를 알고 있는 그들은 벌벌 떨었다.유남우가 난동을 부리려 할 때, 밖에서 누군가 문

최신 챕터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68화

    박민정의 머릿속은 온통 혼란으로 가득했다.심각한 정신 문제가 있는 사람이 어떻게 해외 대기업들과 협력할 수 있지?그녀는 점점 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지는 기분이었다.“민정아, 무슨 생각해?”유남우가 차에 올라탄 그녀를 보고 조용히 묻자 박민정이 고개를 저었다.“별거 아니에요.”유남우는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박민정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빼며 물었다.“혹시 저한테 뭔가 숨기고 있는 거 없어요?”이 말에 유남우의 목젖이 떨렸다.“민정아, 날 믿어줘. 내가 너를 해칠 리 없잖아.”박민정도 그가 자신을 해치지 않을 거라는 건 알았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그가 분명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요즘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려보려고 했는데 정말 기억이 흐릿해요.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했죠? 그런데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질 않아요. 그리고 정숙 아줌마에 대해서도...”유남우는 마음이 조마조마했다.“기억이 안 나면 그냥 잊어버려. 굳이 떠올리려고 하지 마.”그는 다시 박민정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박민정은 이번에도 피했다.유남우는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지난 1년 넘게 쌓아온 노력이 허물어질까 봐 두려웠다.‘여기서 모든 걸 망칠 순 없어.’“전에 네가 꽃밭을 보고 싶다고 했던 거 기억나? 그래서 내가 비행기 표를 준비했어. 게다가 꽃으로 가득한 저택도 한 채 샀는데 정말 아름다워.”그는 비행기 표를 꺼내 박민정에게 내밀었다.박민정이 표를 들여다보니 출발 시간은 오늘 새벽이었다.“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난다고요?”유남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여기 환경이 네 회복에 좋지 않은 것 같아. 의사도 그랬잖아. 치료를 조금만 더 받으면 기억이 돌아올 거라고. 그때는 더 이상 과거를 물어볼 필요도 없을 거야.”박민정이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부여잡았다.“어쩌다가 교통사고로 기억이 이렇게 되어버렸을까요.”“자, 피곤할 텐데 이제 좀 쉬어.”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눈을 감자마자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67화

    또 부부라니?박민정의 눈에 의심이 가득했다.‘혹시 이 남자, 머리가 좀 이상한 거 아니야?’“저기요, 혹시 뭔가 착각하신 거 아닌가요? 제가 어떻게 당신의 아내일 수 있어요?”그녀의 말에 유남준은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그녀를 깊이 바라보았는데 그 눈빛엔 떠날 기색이 없었다.“우린 단순히 결혼한 사이가 아니야. 아이만 네 명이나 있잖아. 이 모든 걸 잊어버린 거야?”‘결혼에, 아이가 넷이라니!’박민정의 얼굴에 더욱 큰 충격이 스쳤다.“유남준 씨, 농담하지 마세요. 저한테 애가 있는지 없는지는 제가 제일 잘 알아요!”유남준은 그녀의 이런 반응에 마음이 저려왔다.“유남우가 대체 너한테 뭘 한 거야? 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건데?”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휴대폰을 들어 증거를 보여주겠다는 듯 전화를 걸었다.“지금 바로 윤우와 예찬이에게 전화해 볼게. 직접 보고 나서도 믿기 어려우면 그때 말해.”영상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화면 속 아이가 소리쳤다.“나쁜 아빠, 왜 전화했어요?”유남준이 먼저 전화를 걸어온 건 처음이라 여덟 살의 박윤우는 놀라움과 의아함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그런데 그 뒤로 보이는 박민정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이 커졌다.“엄마! 엄마! 엄마, 진짜 엄마에요? 나 꿈꾸고 있는 거 아니죠? 정말 엄마 맞아요?”아이가 흥분해서 소리치자 박민정의 머릿속은 더 혼란스러웠다.“네가... 내 아들이라고?”박윤우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슬픈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엄마, 무슨 말이에요? 전 당연히 엄마 아들이죠. 설마 절 잊은 건 아니죠? 아니면 장난치는 거예요?”박민정의 눈앞에 나타난 이 귀여운 소년은 그녀의 상상을 넘어섰다. 그녀는 믿을 수 없는 듯 유남준을 바라보며 물었다.“분명 당신이 꾸민 일이죠, 그렇죠?”그러나 화면 속 박윤우는 계속 울먹였다.“엄마, 왜 그래요? 아픈 거예요? 나쁜 아빠, 엄마 얼른 데려와요. 저랑 형, 동생들도 엄마 너무 보고 싶어요.”유남준은 다급한 박윤우를 진정시키며 말했다.“알겠으니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66화

    “월급 정산하고 당장 꺼져요!” 제임스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네...”그 직원은 이렇게 쉽게 직장을 잃을 줄은 몰랐고 자신이 저지른 일을 후회하며 고개를 숙였다.주영리는 여전히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로 서 있었고 잠시 후 창백해진 얼굴로 다시 변명했다.“사장님, 정말로 박민정이 먼저 손을 댔습니다!”제임스는 더욱 분노하며 소리쳤다.“주 비서가 여기 버젓이 서 있는 것도 어이가 없는데, 지금 당장 사모님께 사과해요! 그렇지 않으면 나를 적으로 돌리는 셈입니다.”주영리는 눈가가 붉어졌지만 제임스를 적으로 돌릴 자신은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박민정에게 사과하는 일이 너무 억울하고 치욕스러웠다.박민정도 유남준이 이렇게까지 영향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 그의 가벼운 한마디가 사장까지 움직이게 하다니, 예상 밖의 상황이었다.주영리는 어쩔 수 없이 박민정을 향해 다가가 말했다.“죄송합니다, 유 사모님. 다 제 잘못이니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박민정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진동하는 휴대폰을 들었다. 화면에는 병원에서 보내온 검사 결과가 떠 있었는데 물컵 안에서 약물의 잔여물이 발견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모든 것이 사실로 밝혀지자 박민정이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죄송합니다’로 다 해결된다면 경찰은 왜 필요하겠어요?”그녀는 사람들 앞에서 주영리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휴대폰을 들어 신고 전화를 걸었다.제임스는 조금 의아했다. 이런 싸움 문제는 경찰을 부르는 것보다 내부에서 해결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그러나 박민정이 그쪽을 향해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하자 모든 사람들이 놀라 입을 다물었다.“어제 밤 회사 동료가 제게 약을 탄 음료를 건네고 저를 어떤 남자의 방으로 보냈어요. 여기에 관련 CCTV 영상과 병원의 감정서가 있습니다.”이 말을 들은 직원들은 웅성거리며 속닥이기 시작했다.“세상에... 어제 밤 민정 씨가 자발적으로 최 사장을 따라간 줄 알았는데, 사실이 아니었다니?”“주 비서가 이런 짓까지 하다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65화

    “지금 이게 무슨 짓들이에요? 주 비서, 왜 먼저 손을 댄 겁니까?” 제임스가 단호한 목소리로 질책하자 주영리는 억울한 표정으로 먼저 변명했다.“사장님, 먼저 손을 댄 건 박민정이에요. 저는 단지 방어를 했을 뿐입니다.”제임스는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어서 손부터 놔요!”주영리는 마지못해 박민정을 풀어주면서 둘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위협했다.“오늘은 운이 좋았네. 두고 봐, 회사에 계속 있는 한 내 손에서 벗어나진 못할 거야.”박민정은 주영리와 다른 여자가 잡아당겨 흐트러진 옷을 정리한 뒤, 자리에 앉았다.‘병원에서 감정 결과만 나오면 누가 회사를 떠날지 뻔히 알겠지.’방금 두 여자를 상대한 탓에 박민정의 손과 얼굴에는 긁힌 자국이 남아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상처를 처리하며 사장과 유남준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한편, 주영리는 키 크고 잘생긴 유남준을 보고 자연스레 다가갔다.“사장님, 이분은 누구신가요?”제임스가 대답하기도 전에 유남준은 주영리를 쳐다보지도 않고 곧장 박민정에게 걸어갔다.박민정의 얼굴과 손에 난 상처를 보자 그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흔들렸다.“그 여자 말고 또 누가 너한테 손댔어?”박민정은 그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순간 그의 깊은 눈동자 속에 빠져들어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그 이유를 정확히 짚어낼 수 없었다.박민정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그 사이 주영리가 다가왔다.“아, 유 대표님이시군요! 방금은 오해였어요. 근데 박민정 씨 그렇게 무고하지 않아요. 방금 제 뺨을 두 대나 때렸어요.”주영리는 유남준을 보자 심장이 쿵쿵 뛰었다.‘이렇게 잘생기고 돈도 많은 남자라니. 좀 더 얘기 나눠봐야겠어.’그러나 유남준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내 아내가 누구를 때리든 무슨 문제가 됩니까?”아내?주영리는 멍해졌다.박민정도 놀라며 속으로 생각했다.‘내가 언제 이 사람 아내가 됐지? 난 남우 오빠 여자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64화

    주영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멀지 않은 곳에서 최 사장이 거대한 트럭에 치여 십 미터나 튕겨 나간 것이다. 그의 상태를 보니 살아남는다고 해도 불구가 될 게 뻔했다.주영리는 두려움에 온몸이 떨렸다.밖은 순식간에 사람들로 북적였고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정신을 차린 주영리는 생각했다.‘최 사장이 이런 일을 당했으니 이제 협력이 취소될 일은 없겠지.’불안과 안도의 감정을 동시에 품고 그녀는 서둘러 위층으로 올라갔다.“주 비서님, 무슨 일이에요?”동료들은 그녀를 둘러싸며 묻기 시작했는데 저마다 기대에 찬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주영리가 회사에서 쫓겨날 거라고 믿고 그녀의 자리와 권력을 탐내는 듯한 눈빛이었다.이 회사에 진정한 우정 따위는 없었다. 모두가 경쟁자일 뿐, 주영리가 쫓겨나면 비서 자리는 새로운 사람이 차지할 터였다.얼굴이 창백해진 주영리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아까 최 사장님이 나가다가... 트럭에 치였어요.”“뭐라고요?”사람들은 충격에 휩싸였다.박민정 역시 믿기 어려운 표정이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사람이 그렇게 사고를 당했다니.잠시 후, 아래층에서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몇몇 직원들은 구경하려고 달려 나갔고 돌아온 이들은 안타까워하며 수군거렸다.“진짜 크게 당했어. 이미 손쓸 방법도 없대. 세상에, 이렇게 될 줄이야.”그 중 한 사람이 박민정을 향해 말했다.“박 비서, 그래도 마음은 좀 쓰이겠네.”박민정이 냉소적으로 대꾸했다.“마음 쓸 이유가 없어요. 최 사장님과 저,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요.”“아무 사이도 아니라고?”직원들은 이 말을 듣고 비웃기 시작했다.“참, 사람 너무 냉정하다. 오늘 아침까지 그 사람 차 타고 출근하더니 이제 와서 아무 사이가 아니라고 발뺌해?”“그래도 한때 서로 좋았을 텐데 이렇게 단칼에 끝내는 것도 참 매정하네.”그들의 말은 점점 더 독설로 변했다.하지만 박민정은 이들의 조롱에 신경 쓰지 않았다.그때 주영리가 박민정 앞으로 다가왔다.“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63화

    박민정은 물컵을 챙긴 뒤 보안실로 향해 CCTV 영상을 확인했다.그녀는 경비에게 적지 않은 돈을 건넸고 곧바로 어제 퇴근 후의 영상을 확보할 수 있었다.영상 속에서 주영리가 자신의 물컵에 뭔가를 넣는 모습이 선명히 찍혀 있었다.‘좋아, 아주 좋아.’증거는 충분했다.하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박민정은 일부러 화장실에 간 척하며 병원으로 향했다. 물컵 속 남은 물을 감식 의뢰하기 위해서였다.컵에 남아 있는 물에 약물이 들어 있는지 확실히 알아야 했으니까.병원을 다녀오는 데까지 시간이 꽤 걸렸고 회사 내에서는 이를 두고 수군거리는 사람들이 생겼다.“보란 듯이 대놓고 결근이네. 뭐, 이제는 최 사장님 같은 백이 있으니까 다 무시하나 봐. 화장실 간다더니 한 시간은 넘게 있었을걸?”질투 어린 목소리가 사방에서 속삭였지만 박민정은 이런 말을 신경 쓸 리 없었다.한편, 주영리는 책상 한쪽에 앉아 있었지만 마냥 긴장을 풀지 못했다.직속 상사인 제임스가 아까 말하기를, 곧 최 사장님이 회사를 방문한다고 했고 게다가 이번에는 자신을 직접 찾겠다고도 했다.주영리는 두려움에 휩싸였다.설마 최 사장이 박민정의 말을 듣고 그녀의 편을 들어 자신에게 복수하려는 건 아닐까?그녀는 불안에 휩싸여 일조차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았다.결국, 최 사장이 들어왔다.그러나 그의 표정은 심상치 않았다.“주 비서, 당장 이리 와!”최 사장이 큰 소리로 외쳤다.주영리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휴게실로 들어가는 동안에도 불안한 마음에 손이 떨렸다.밖에서는 사람들이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모두 최 사장이 박민정을 위해 직접 나선 거라고 생각하며 조금 전까지 박민정을 험담하던 사람들도 입을 꾹 다물었다.박민정 역시 이 상황을 지켜보며 속으로 비웃었다.‘참 간사하네.’휴게실.최 사장은 들어오자마자 주영리에게 일방적으로 쏟아내기 시작했다.“너, 네가 어제 나를 죽일 뻔한 거 알아?”주영리는 멍한 표정으로 되물었다.“최 사장님, 무슨 말씀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62화

    주영리는 우유를 마시며 비웃듯 고개를 끄덕였다.“참나, 그때 밥 먹을 때는 얼마나 고상한 척하던데. 뒤에서는 그렇게 더러운 짓을 하고 있었네요.”옆에 있던 동료가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그렇게 말하지 마요. 어쩌면 이제 최 사모님이 됐을지도 모르잖아요. 괜히 건드렸다가 큰일 난다고요.”주영리는 조롱하듯 덧붙였다.“흥, 그 여자가 사모님 자리랑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세상에 예쁜 여자는 넘쳐나는데 고작 그런 애가? 겁낼 거 없어요.”다른 여직원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맞아요. 겨우 그런 걸로 뭐가 무섭다고. 하!”주영리는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어? 저거 봐, 한정판 벤틀리잖아! 혹시 회사에 또 대형 고객이 온 거야?”그 말을 듣자마자 모두의 시선이 그 차로 향했다.그리고 곧이어 그 차에서 내리는 박민정을 보고는 다들 말을 잃었다.주영리는 한순간 멍해졌지만 금방 상황을 파악했다.“봤죠? 저거 분명 최 사장님 차일 거예요.”곁에 있던 동료가 주영리를 치켜세우듯 말했다.“주 비서님, 진짜 대단하네요. 역시 사람 보는 눈이 있어요. 저 여자 진짜 못됐네요.”박민정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사람들 사이에 있는 주영리를 발견했다.그녀는 손을 꽉 쥐며 숨을 고르려 애썼다.주영리는 원래 박민정이 자신에게 보복할까 봐 걱정했지만 지금 박민정이 고급 차에서 내리는 걸 보고 같은 부류라고 착각했다.뻔뻔하게도 주영리는 박민정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민정 씨, 어제 재미있었어요? 나한테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고맙다고요?”박민정의 손이 번개처럼 빠르게 올라가더니 주영리의 얼굴에 따귀를 날렸다.팍! 소리가 울리며 주변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돌렸다.주영리는 얼굴이 화끈거리고 아파서 믿기지 않는다는 듯 박민정을 바라보았다.“날 쳤어요? 내가 아니었으면 오늘 민정 씨가 그 고급 차 타고 출근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천한 주제에 겉으로만 고상한 척하려고?”주변 동료들이 이 장면을 지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61화

    유남우의 온화한 얼굴이 잠시 굳어졌다.“그래? 정말 우연이네.”그는 여태껏 박민정을 잘 감춰왔지만 예상치 못한 우연으로 두 사람이 이렇게 마주칠 줄은 몰랐다.이게 유남준에게 행운인지, 아니면 불행인지 그는 알 수 없었다.“어쨌든 형의 겉모습에 속아선 안 돼. 그리고 회사에서 누군가 너를 노리고 있다면 진작에 나에게 말했어야지.”유남우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자 박민정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뭐든 오빠한테 의지하고 싶지는 않아요. 저도 제힘으로 해내고 싶어요.”그러면서 그녀는 고개를 들어 유남우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전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 제발 그대로 둘 수 없어요? 회사 문제는 제가 알아서 해결할게요.”주영리가 감히 자신을 함부로 대하다니, 그녀는 반드시 주영리에게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부탁이에요.” 박민정은 손을 뻗어 유남우의 팔을 붙잡았다.“제발, 도와줘요. 네?”박민정의 간절한 애원이었지만 유남우는 난감한 얼굴로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안 돼. 난 네가 걱정돼서 안심할 수가 없어.”박민정의 마음이 순식간에 무너졌다.“하지만 저는 이 일이 정말 필요해요.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왜 꼭 떠나야 하는 거예요? 그냥 오빠 형 문제잖아요. 그걸 가지고 저를 강요할 순 없잖아요?”유남우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그만하자. 알겠어. 회사 문제는 정리할 시간을 줄게. 하지만 그 뒤엔 같이 떠날 거야.”박민정의 눈빛은 실망으로 가득 찼다.지난 1년간 그녀는 모든 걸 유남우에게 맞춰왔다.그를 사랑했으니까.하지만 겨우 이 작은 부탁조차 들어주지 않다니.박민정이 말을 잃고 침묵하자 유남우는 그녀가 화가 난 것을 눈치채고 달래듯 말했다.“화내지 마. 다른 곳으로 가도 네가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줄게.”그렇게 말한 뒤 그는 입을 가리고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박민정이 원래는 그를 무시하려 했지만 기침 소리에 마음이 약해졌다.“왜 이렇게 심하게 기침해요? 혹시 병이 재발한 거 아니에요?”유남우는 그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60화

    박민정은 처음으로 유남우에게 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녀는 유남우를 부축하며 유남준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저기요, 형이라는 사람은 원래 동생을 보살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오빠가 몸이 약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실 텐데, 어떻게 오빠를 때릴 수 있어요? 게다가 외부인이 있는 자리에서 체면 하나 세워주지 않고요.”박민정은 이렇게 지나치게 차가운 형을 본 적이 없었다.그녀의 꾸짖음에 유남준은 마치 목이 막힌 사람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오빠, 우리 그냥 가요.”박민정은 한결 부드러운 목소리로 유남우에게 말했다.“그래.”두 사람이 나가는 모습을 유남준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그는 순간적으로 막는 것도 잊은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예전에 자신만을 사랑하던 그녀가 이제는 다른 남자를 이렇게 따뜻하게 대하고 있다니, 믿을 수 없었다.한편 최 사장의 정보를 모두 조사한 서다희는 돌아오는 길에 사모님과 대표님이 함께 나가는 장면을 보았다.그는 막 부르려던 찰나, 대표님이 방에서 지친 모습으로 나오는 걸 보고 멈췄다.“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죠?”서다희는 한 걸음씩 유남준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대표님, 어젯밤 그 뚱뚱한 남자에 대해 알아냈습니다. 성은 최씨라고 하더군요. 본토에서 활동하는 무역상입니다.”잠시 생각에 잠겼던 유남준이 고개를 들었다.“뭐 해야 할지는 알겠지?”“네.” 서다희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사람을 붙여서 민정이와 유남우를 따라가게 해.”“유... 유남우 도련님이요?”서다희는 놀랐고 그제야 모든 게 이해되었다. 아까 대표님을 봤다고 생각했는데 대표님 동생이었다.하지만 박민정이 왜 유남우와 함께 떠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는 더는 묻지 않고 명령을 받고 자리를 떠났다.박민정은 유남우와 함께 돌아오는 길 내내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많이 아프죠? 병원에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그의 입가에는 아직도 피가 묻어 있었다.그러나 유남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